20.05.27 08:12최종 업데이트 20.05.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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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제호 모음

 
한때 그들은 막강한 언론권력을 행사했다. 그들이라 함은 '밤의 대통령'이라 칭했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세습 족벌신문 체제인 '조중동'을 의미한다. 그들의 권력이 워낙 막강하여 '제왕적 언론권력' '거대 족벌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아세(조선일보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라는 단체도 있고, "조중동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이야기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해온 시민들 편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 끼친 조중동의 '악행'과 '사회적 흉기' 역할이 그만큼 극심했다는 것을 뜻하며,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영향력이 미미했다면, 그냥 무시하면 될 터였다.

디지털 혁명에 바탕을 둔 여러 뉴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그리고 방송의 의제설정 능력이 신문에 미치지 못하던 때, 신문은 여론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누렸으며, 조중동은 그 신문시장의 70% 가까이를 점령한 독과점 세력이었다.

1992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바로 다음날 서울 흑석동에 있는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의 집을 방문하여 만찬을 함께 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김대중, 정주영 후보를 물리치는 데 조선일보가 엄청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조선일보는 '밤의 대통령'이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중앙·동아는 부통령 쯤?"
 

2002년 11월 17일 조선일보 반대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안티조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언론권력에 대해 글과 행동으로 적극 비판해온 언론학자 김동민 교수는 2001년 6월에 발간한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조선일보를 거부하는가'의 서문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족벌신문의 우두머리요 리더로서 사실상 최고의 권력이다. '밤의 대통령'일 뿐 아니라 이제는 낮에도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부통령 쯤 된다고 해둘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서로 상대를 '제왕적 대통령'이니 '제왕적 총재'니 하며 다투지만 정작 제왕은 조선일보다. 당연히 민주화 운동의 타깃은 조선일보로 모아진다...

독재 권력에는 가장 열렬히 빌붙었으며, 민족의 비극인 분단을 가장 적극적으로 악용하여 상업적 이득과 정치적 목적을 취득·축적해 온 신문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어느새 수구 기득권세력의 핵심이요, 가장 중추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언론이 아닌 정치세력이 되어 기득권 수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밤과 낮'의 대통령이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부통령 쯤 된다고 했으니, 그 셋을 합친 '조중동'의 힘은 가히 '제왕적 권력집단'이라 부를 만했다. 그렇게 막강했던 조중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되었을까.

조중동의 쇠락을 확인해주는 여러 사건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입장을 담지않은 신문은 공교롭게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었다. ⓒ 권우성

 
4년 전 4월 13일 20대 총선이 있었다. 선거 전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분위기였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저지선 100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수구 기득권세력의 DNA를 공유한 조중동은 늘 그래왔듯이 반 민주개혁의 편에서 전력투구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등 여소야대 결과로 나타났다. 그때 나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싶은 대목은 수구신문과 종편 영향력의 한계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편들고, 왜곡하고, 막말하고, 북풍 잔치를 해도 그렇게 떠든 만큼 먹히지 않았다.

일방적 편들기와 왜곡, 막말의 과잉 공급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효과가 크게 준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만방자가 심판을 받았듯이 수구신문과 종편의 안하무인식 편들기, 왜곡, 막말의 오만도 쓰레기 더미처럼 되었다. 정상적 시장이라면 이런 쓰레기들은 당연히 퇴출되기 마련이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일들이 있어 왔다. 촛불 혁명, 대통령 선거, 지자체 선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지난해 여름 이후 계속되어 온 이른바 '조국 사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정의연 사건 등이다.

이 크나 큰 사건들의 굽이굽이마다 조중동은 전력으로 개입해왔다. 그들이 겨누는 대상은 거의 예외없이 민주개혁 인사와 진영, 특히 지금의 정부다. 이들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증오와 저주로 이어졌다. 과거 같았으면 이렇게 집중적으로, 지속적으로 화력을 퍼부었으면 성하게 견딜 정권도, 민주개혁 인사도, 조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단으로 치달은 언어와 아스팔트 우파의 사고에 머문 판별력은 그들 스스로의 영향력을 바로 그 극단의 언어, 그 아스팔트 우파의 울타리 속으로 가두는 결과를 보여 왔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그 조중동과 DNA를 공유하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해오던 새누리당(지금은 미래통합당)도 그 극단의 언어, 아스팔트 우파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왔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조중동의 쇠락을 확인시켜준 하나의 중요한 사례였다.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
 

2008년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2016년 작고)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방 회장 부인 이선영씨, 방우영 명예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19년 전 조선일보를 '밤과 낮의 대통령'이라 칭했던 김동민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면 그도 조중동의 쇠락을 기정사실로 본다. 많은 국민들에게 이제는 조중동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 - 조중동이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의 사소한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흠집을 내는 데 발광을 하고 있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 버러지만도 못한 조중동 바이러스에 하도 당해놔서 항체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여 초반에는 당황해서 병증이 나타나는가 싶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이게 최근 나타난 패턴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듯이 이 바이러스의 공세가 통하지 않았고, 조국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은 간단하다. 뭔가 엄청나게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때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며 팩트체크를 하다보면 제 풀에 꺾여 소멸하고 말 것이다. "


'조중동'  '조폭언론'에 대한 추억

'조중동'의 쇠락을 보면서 개인적인 소회도 적지 않다. 20년 전인 2000년 말, 나는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 조선·중앙·동아일보 세 신문을 엮어서 '조중동'이라고 부르고, 그 신문들의 품성이 마치 조직폭력배의 그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서 '조폭언론'이라고 칭했다. 그들의 영향력도 막강하였고, 그 영향력에 휘둘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후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칭하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글들을 잇따라 썼다. <한겨레> 2000년 10월 25일자 '정연주 칼럼'에 실린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 (1)가 그 첫 글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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