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04 09:16최종 업데이트 18.12.10 11:08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 김영빈님은 데블스TV 크리에이터로 '낚시왕 김낚시'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편집자말]
요즘 청소년들에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최고의 직업'으로 꼽힌다. 나 때만 해도(꼰대 아님) 대통령이나 UN 사무총장이 최고였는데 세월도 참 야속하다. 어쨌든 최고라니까 좋으면서도 이 최고의 기준이 언제 바뀔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세상살이가 2배속 같다고 할까나. 트렌드는 한 철이고, 인기는 언제 식어도 어색하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이제 유튜버도 예술가의 영역에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싶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살며, 그것을 업으로 삼는 창작자',라고 말이다. 뉴미디어 시장이 커지고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이제 이 시장에도 전문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도 길거리에서 날 연예인처럼 보는 이들을 마주했다. "김낚시...?"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더니 까르르 웃으며 도망간다. 먼저 다가와 놓고 그렇게 떠나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사진이라도 찍든가 하이파이브라도 해주지. 그리고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건데 오늘은 무슨 낚시 하냐고 물어보면... 좀 곤란하다. 나도 쉬는 날이 있다. 어쨌든 다음에 걸리면 제대로 낚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영빈씨는 유튜브에서 '낚시왕 김낚시'라는 콘텐츠로 큰 화제를 모았다. ⓒ 데블스tv

 
유튜브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가끔 과거에 만든 영상을 돌아볼 때가 있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광주 사람은 다 아는 충장로, 아문당, 유스퀘어 등 광주의 랜드마크 같은 공간에서, 광주 시민들을, 참 많이도 낚았다.

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시민들이 불쾌하지 않게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낚시왕'을 시작했다. 그 취지를 영상에 담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검열했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건 인종 비하, 저건 여성 비하, 그건 청소년 비하.

그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제작한 낚시왕 김낚시는 총 35편, 5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제 광주에서 제일 웃기고, 센스있는 사람은 김낚... (이라고 내가 직접 말하는 게 웃음 포인트다)

활동이 지속되면서 고민도 깊어진다. 유튜브 시장에 난무하는 혐오 콘텐츠와 여러 가지 잡음에 대한 고민이다. 누가 누구를 저격하고,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하고, 팬들을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가 하면, 악플로 피 터지게 싸우다가 유튜브 계정을 삭제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단골손님은 '악플'이다. 나는 온라인 속 악성 댓글에 대해 깊은 피로를 느낀다. 누가 그들을 대상으로 아무말 대잔치를 개최했는지 알 수 없지만, 타인을 삶을 갉아먹는 것은 분명하다.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떳떳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만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는다. 유튜버는 언제까지 악플을 본인의 업보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스마트폰이 문제인가. 스마트폰이 뭐길래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종일 이 고철을 보듬고 살아가는 것인가. 다양한 정보와 편리함을 주는 장점 때문일까? 그 장점으로 현실보다 온라인 세계에 더 오래 머무는 건 단점이라 해야 될까. 스마트폰으로 책과 논문을 읽고, 옷과 신발을 사고,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 시대. 영화도, 택시도 모든 것이 손가락 밑에 존재한다.

그 때문일까. 인간을 손가락 아래에 두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네모 안에 인간을 가두고 두들겨 패는 광경. 그 덫에 본인이 걸려 허우적거리는 모습. 그 사람을 제3자가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공포. 총구는 없지만 누군가를 겨냥하는 몇 마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바라보지만, 누구보다 높은 곳을 보고 있는 우리의 속내. 그 속에 다양한 목소리, 색깔, 성격을 마주하지만, 정작 밖에 있는 다양성은 보지 못하는 이 시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이 같을 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같을 때 더 열성적이라 했다. 인간은 같은 방향으로 욕하는 사람에게 더 깊은 연대의식을 느낀다. 그러다 뜻이 맞으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머릿수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한다. 온라인 속 자아실현이랄까. 현실에서 낙오를 경험했던 두려움이, 익명의 힘과 만나 용기로 바뀐다. 누군가를 공격하며 자신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렇게 살아있음을 재확인하는 사람들, 고개를 죽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슈가 생기면 후다닥 나타나 훈수를 두고 욕지거리를 하는,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은 다른 말로 정말 부지런하다.

나는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데블스tv 영상에 친구를 태그 해 아무 생각 없이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나타나 답글을 다는 식이다. "@최00 야 김낚시 이새끼 존나 죽여버리고 싶지 않냐" 라는 댓글에 내가 "니 어디 사는데? 와서 죽여봐." 라고 답글을 달았던 것이다.

그랬더니 바로 꼬리를 내린다. "아 죄송합니다 형님.. 친구랑 한 말이었는데.. 직접 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팬입니다!!" 총 10명에게 테스트 한 결과, 9명이 나에게 사과했다. 1명은 묵묵부답. 이 결과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한다. 단지 그 구분이 귀찮은 것 같다.
 

김영빈 크리에이터 ⓒ 데블스tv

 
물론 이 사과를 받는 데 있어서 내가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는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아마 여성 유튜버였다면 사과 비율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자가 싸가지가 없다든가, 주소를 부르라든가, 밤길 조심하라든가 하는 위협이 가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성 유튜버들은 사회가 주입하는 여성성(조신함, 순결함)에 의해 많은 고충을 겪는다. 조금만 말을 거칠게 하거나,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소비를 끊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온라인이 곧 오프라인이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면, 댓글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악플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선택한 연예인들이 스쳐 지나간다. 예술가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유튜버가 예술가라면, 언젠가 당신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줄 가장 절친한 친구여야 하지 않겠는가.

나와 당신의 권력 관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구독자와 유튜버는 갑과 을이 아니다.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독자라고 굽신거릴 필요도 없고, 구독자를 기만할 이유도 없다. 이 시장의 이해관계들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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