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송강호-전도연과 작품 해보고 싶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흥행 중심엔 단연 양조위가 있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그리고 '왕조위의 화양연화' 특별 섹션으로 관객과 만나는 만큼 양조위 본인 또한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 KNN씨어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양조위는 "이런 성대한 행사에 참여한 지 오랜만이라 어제 (개막식 레드카펫 때) 긴장을 많이 했다"며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5일 개막식 레드카펫에 그가 등장했을 때 객석에선 큰 환호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제2회 때 부산영화제를 처음 찾았던 양조위는 "그때 좁은 길에 작은 무대에서 인사하고 극장으로 가는 길에 양쪽에서도 팬분들이 많았고, 신발이 벗겨진 적이 있다. 그때부터 부산 관객분들의 열정을 잘 알고 있다"고 영화제에 얽힌 기억을 나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영화제에선 양조위가 직접 선택한 < 2046 리마스터링 > <동성서취> <무간도>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이 상영된다. 예매가 열리자마자 매진되는 등 그 열기가 뜨겁다. 선정 기준에 양조위는 "다양한 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 작품도 있다"며 "사실 <비정성시>라는 작품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그는 마블 스튜디오 프랜차이즈 영화인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에 출연하며 악역이자 아버지인 캐릭터를 맡는 등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양조위는 "배우라면 다양한 역할을 하고픈 마음은 같은데 아쉽게도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었다"며 "굳이 악역이 아니더라도 배경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역할에 관심 많다. 솔직히 연쇄살인마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사실 마블 영화 출연이 꼭 미국 진출을 위해서라기 보단 일종의 인연이라 생각했다. 인연이 된다면 한국, 일본, 대만 어디든 갈 의향이 있다. 작품은 타이밍이니까.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은 그 준비 과정이 제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감독님의 전화에서 진심을 느꼈다. 배우라면 다양한 작품을 보이고 싶기 마련이니까 미국 영화를 하면 좀 더 글로벌하게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 역할을 하게 돼 반가웠다.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게 한 역할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그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배우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다면 이전 20년이 배우는 단계, 이후 20년이 관리하는 단계였다. 이젠 그걸 넘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연기를 즐기는 단계가 온 것 같다.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하기에 좋은 단계라고 본다."

 
홍콩 방송국 TVB 연기자 훈련 과정 수료 후 1982년 드라마 <천룡팔부-허죽전기>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그는 40년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2000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홍콩영화금상장에서 5관왕, 금마장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아시아 및 세계 영화사에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홍콩에서 찍은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WHERE THE WIND BLOWS)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에서 찍은 <무명>(Anonymous) 등 신작 이야기도 전했다. "팬데믹 기간에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언어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국 드라마, 콘텐츠에도 도전하고 싶다. <코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작품처럼 말이 필요 없는 캐릭터라면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제가 방송국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해서 요즘엔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드라마 때부터 절 좋아한 팬분들도 제 모습을 궁금해 할 것 같다. 한국에도 제가 20년 전부터 종종 왔는데 < 8월의 크리스마스 > <올드보이> 등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전도연, 송강호 배우님 팬인데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 한국에도 자주 방문하고 싶다."
 

한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양조위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중 관객과 대화행사에 참여하며 본격 일정을 소화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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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기사가 사비 털어가며 도와준 남자의 사정

[넘버링 무비 2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개막작 <바람의 향기>

01. 깎아지른 듯한 절벽.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한 남자가 곡예를 하듯 절벽에 매달려 약초를 캐고 있다. 까마득한 발 아래로 작은 돌덩이가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떨어지지만 정작 그는 이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동요하지 않는다. 그 절벽에 앉은 채로 약초가 담긴 가방을 등에 둘러메고 집으로 향한다.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한 구석에 그의 집이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라도 한 듯 주변에는 인가의 흔적이 드물다. 낡고 작은 그 집에서 남자가 살고 있다. 하반신에 장애가 있어 몸이 불편한 그는 자리에 누워 눈만 깜빡이며 움직일 줄 모르는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지내왔다. 어느 날, 그런 두 사람의 집에 전기가 끊겨 전력부 기사가 이곳을 찾는다. 변압기 문제임을 발견하게 되지만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수리에는 열흘에서 보름이 걸릴 예정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란 출생 감독 하디 모하게흐(Hadi Mohaghegh) 감독의 <바람의 향기>(Scent of Wind)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개인주의적이고 빠르게만 흘러가는 지금 사회와는 달리 느리고 불편하지만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손을 내밀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이 90분의 러닝 타임 내내 그려진다. 이를 통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 속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자 한다. 02. 영화 바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모하게흐 감독이 연출과 동시에 작품에 직접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연극 분야에서 배우로도 경력을 쌓기 시작한 바 있는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몸이 불편한 남자와 아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력부 기사 역을 직접 연기했다. 그는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외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것이기에 이를 제대로 연기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특히 이번 작품은 대사도 많이 없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것이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그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력부 기사는 자신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자처하면서 영화 속 부자(父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변압기 문제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자신의 사비를 전부 털어가면서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영화 전체의 결에서 벗어나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물론 감독은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두 사람의 집을 처음 방문한 기사가 집안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동일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은 영화가 바라보는 인물이 다리가 불편한 남자로부터 전력부 기사로, 그리고 다시 다리가 불편한 남자로 순환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요인이 된다. 영화의 처음에서 정전이 된 것을 깨달은 남자가 전력부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전화기를 구하러 다닐 때 마을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지만 바늘에 실을 꿰어 달라는 할아버지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는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그가 꿰어준 실로 자신의 양말이 아닌 타인의 양말을 꿰매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변압기의 부품을 요청하는 기사의 무전에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또다른 기사들은 한마음으로 도움의 연락을 보내오고, 길에서 만난 시각 장애인의 뜬금없는 요청 역시 기사는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 속 모든 등장 인물이 그렇다. 이 영화 <바람의 향기>는 프레임 속에 단 한 사람이 등장하더라도 그의 동인(動因)이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이나 바람에 놓여있지 않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타인의 요청이나 부탁, 책임과 같은 마음으로 움직인다. 측은지심(惻隱之心). 타인을 가엾고 불쌍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다. 03.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그런 마음을 시각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부분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목가적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유럽의 어느 작은 소도시 같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과는 다르지만, 이유 모를 옅은 슬픔과 조금은 빛이 바랜듯한 서정성, 따뜻함이 느껴진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기사가 꽃을 꺾어다 주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노란 꽃밭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그려진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껏 만나온 일반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이란이라는 국가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모하게흐 감독은 걍제적 문제로 많은 주민들이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도시에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슬픔이 묻어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만약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얕은 슬픔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결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배경적 상황에 의해 환기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욕심이 조금도 없다. 영화에 앞서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앞서 걷지도 않는다. 그저 영화의 곁에 서서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나지막한 목소리와 같은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슬픔의 감정은 그곳으로부터 전이되어 온다. 낮게 깔린 운무처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두 사람을 쉬이 놓지 못하는 한 사람과 다시 한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같은 모습으로 이어나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때는 정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04. 5일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정말로 이유를 모르겠다던 하디 모하게흐 감독에게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물론 영화가 좋았으니까 선정했습니다'라는 간략한 대답을 내놨다. 여기에는 물론 이제 모두에게 작품을 선보인 뒤에 축하의 뜻을 건네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 해의 영화제에 수 백 편의 영화가 초청되고 소개되지만, 그 중에서도 개막식에 타이틀을 올릴 수 있는 작품은 단 한 작품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말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영화 <바람의 향기>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과연 어디에 놓여 있을까? 그동안 코로나19의 여파로 영화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열리는 제27회 영화제는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전면 정상화를 목표로 삼은 첫번째 영화제다. 여러 이유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영화 산업은 물론, 이제 막 제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영화제와 관련한 모든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처럼도 보인다. 이 영화 <바람의 향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처럼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잃지 말고 모두 함께 계속해서 묵묵히 걸어 나가자고 말이다. 몇 차례의 지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길을 걸어온 영화제의 지난 역사 속 걸음처럼.

18년 만에 부산 찾은 양조위... 이영애와 얽힌 추억

[하성태의 사이드뷰]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단상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는 배우 양조위와 이영애의 오픈토크였다. 양조위가 출연한 개막작 < 2046 >은 '왕가위 신드롬'의 여진이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주듯 당시 국내 영화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았다. 드라마 <대장금> 출연 직후였던 이영애는 개막식 사회자였다.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정원에서 열린 '빅 이벤트' 현장을 또렷이 기억한다. 아마도 당시 부산을 찾은 사진/영상 기자들은 총집합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광경을 본 것은 그때가 생애 최초였으리라. 당시 어느 연예전문기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해보다 두 배 이상의 기사가 나왔다"라고 말하며 양조위와 이영애의 오픈토크가 이를 견인했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물론 대화 자체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양조위 특유의 수줍음과 조심스러움이 밴 언행이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던 것 같다. 양조위의 파란색 트레이닝복 상의는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고, '대장금'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새침한 분위기의 이영애가 함께 찍은 '투 샷'은 이후로도 영화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멀찍이서나마 양조위를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모 영화전문지와 모 대기업 통신사가 모집한 '모바일 기자단'으로 활동했기 때문이었다. BIFF가 아니라 PIFF였고, 남포동과 해운대가 공존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 대기업 통신사가 무료로 제공한 숙소는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았던 '신상' 유스호스텔이었다. 영화계로 자본이 모이고 산업으로서의 활력이 넘치던 시기였다. 영화계는 '시네필' 문화와 함께 여전히 한국의 대중예술을 선도했고, 그 선두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18년 만에 부산 찾은 양조위, 그에 관한 추억 지금으로부터 무려 18년 전 얘기다. 그랬던 양조위가 올해 다시 부산을 찾아 레드카펫을 밟았다. 역시나 딱 18년 만이다. 5일 저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화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 수상자로 양조위가 다시 개막식 무대에 섰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이 아닌 영화의전당 무대였다. 감개무량이란 표현을 떠올린 것은 비단 양조위 본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배우 한예리의 헌사가 있어 특히 그랬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레이스를 펼쳤던 30대 중반의 한국 배우가 양조위에게 바친 헌사는 온전한 '팬심'의 발로였으리라. 한예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가장 흠모하는 위대한 배우에게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끝인사로 그러한 팬심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명곡인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의 주제곡이 울려퍼졌다. 18년 전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관객들을 만났던 바로 그 곡이었다. 그 명곡의 선율 위로 초기작인 <1997 대풍광 >부터 근작인 '마블'의 <샹치와 텐 린즈의 전설>과 신작인 홍콩영화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풍재기시)까지 양조위의 영화 여정이 소개됐다. '페르소나' 양조위를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 시킨 왕가위 감독 영화들 만이 아니었다. <영웅>의 장예모, <첩혈가두>, <첩혈속집>의 오우삼, <색,계>의 이안,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 <암화>의 두기봉(제작, 감독 유달지), <빅타임>의 성룡(제작, 감독 곡덕소), <씨클로>의 트란 안 홍, <비정성시>, <해상화>의 허오 샤오시엔까지 홍콩과 대만의 거장들은 양조위의 연기를 스크린에 투사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작품 세계에 한껏 깊이감을 부여했다. <화양연화>에 이어 양조위와 왕가위 감독의 팬이라면 더없이 친숙할 <중경삼림> 주제곡 'Dream'의 선율이 영화의전당을 가득 채웠다. 양조위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예의 그 수줍은 듯 진중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8년 만에 부산을 찾은 양조위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헌정했다. 마침 양조위는 <샹치와 텐 린즈의 전설>을 통해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특유의 '눈빛 연기'를 공인받은 이후이기도 했다. 그런 양조위가 직접 고른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왕가위 감독의 리마스터링 버전 < 2046 >,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와 <동성서취>, <무간도>, <암화>까지 6편이 상영된다. 핸드프린팅도 하고, 이번엔 해운대가 아닌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오픈토크도 열린다. '월드 스타' 양조위야말로 정상화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글로벌한 얼굴이라 할 만하다. 그런 양조위와 달리 충무로의 영원한 '월드 스타'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5월 7일 별세한 고 강수연 배우의 빈자리가 그렇게 컸다. "강수연 배우 자체가 한국영화였습니다" 이날 개막식 초반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 된 <정이>의 연상호 감독이 전한 메시지다. '강수연 자체가 한국영화'라는 글귀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개막선언을 위해 선 무대에서 강수연 배우를 추모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필두로 '강수연 자체가 한국영화'라는 인상적인 정의를 부인하는 영화인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유명해진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강수연 배우의 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후배 영화인들을 위한 격려였다고 전해진다. 실제 강수연 배우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공동 집행위원장직을 맞아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한 브람스의 '인터메조' 선율과 함께 영화의 전당 스크린을 통해 흐르는 강수연 배우의 필모그래피 자체가 198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후배 여성 배우 문소리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갈수록 과작이었지만 불과 3살 때인 1969년에 MBC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해 충무로의 큰 별과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이후에도 강수연 배우가 견지한 '영화인'으로서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고 더욱 강고해졌다고 한다. 한 주 전 폐막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상진 집행위원장 또한 개막식에서 강수연 배우를 호명한 바 있다. 향후 몇 년간 그러한 추모의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수연 배우의 연기를, 목소리를, 가오를 잊지 못하는 동료들이, 후배들이, 관객들이 함께 할 것이다. 그 헌정의 첫 테이프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끊은 셈이다. 올해 개막식은 그렇게 강수연과 양조위란 두 월드스타에게 바치는 추모와 헌사를 통해 영화제의 부활을 알렸다. 이렇게,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18년 전 오픈토크에서 만났던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고, 또 다른 배우인 이영애도 영화제 후반 '엑터스 하우스'란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흐르는 세월만큼 성숙함을 머금은 두 배우가 18년 만에 '투 샷'을 남기다면 그때 그 시절 영화팬들은 물론 2022년의 시네필들에게도 더 없이 좋을 '깜짝' 추억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참고로, 18년 전 양조위와 이영애의 만남에 열광했던 모바일 기자단 중엔 현재 호평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와 상업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있고, 활발히 활동중인 시나리오 작가, '헤드' 기술 스태프 등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27살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 영화청년들도 영화계의 일원이 됐다. 양조위와 이영애도, 그때 그 영화팬들도,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렇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언제나 새로운 영화, 새로운 관객들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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