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고스트>가 즐거운 이유 “<고스트> 작품이 좋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재밌는 이유는 어떤 선이 있어요. 선이 있는데, 난이도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면 안 돼요. 음악도 너무 좋고, 드라마도 되게 재밌어. 그런데 연기하기는 어려워. (웃음) 단순히 재미있기만 하거나, 너무 어렵기만 하거나 하면 이 작품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재밌으면서 어려우니까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아, 이거를 표현하기 너무 어렵네. (웃음)” ⓒ 곽우신

 
몰리 젠슨과 샘 위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두 사람은 소파와 냉장고 취향까지 다른 게 많지만, 비록 샘은 몰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몰리는 그런 샘에게 서운해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깊이 아끼고 있음은 분명했다. 몰리의 작품은 갤러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샘은 자신의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살 공간을 마련하고, 몰리가 마음을 바꿔 샘에게 결혼하자고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 앞에 갑작스러운 운명의 변화가 닥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몰리 앞에, 갑자기 한 여자가 찾아온다. '영매' 오다메는 샘의 영혼이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샘을 대신해 '경고'를 전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몰리는 자신과 샘만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오다메가 나열하자 흔들린다. 샘은 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다. 그 배후에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인 칼은 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용기를 내 찾아간 경찰서에서는 오다메의 화려한 사기 전과만 확인했을 뿐이다.
 
몰리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제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찜찜하게 남아 있다. 오다메는 다시 찾아와 재차 샘의 말을 전한다. 갈등하던 몰리는 이성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오다메를 믿어보기로 한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샘의 영혼이 지금 여기에 함께 하고 있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그리고 샘이 간절하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함을. 이후 몰리는 기적에 가까운 체험을 통해 그와 교감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더 유명한 뮤지컬 <고스트>는 대표적인 '무비컬(Movie + Musical)'이다. <사랑과 영혼>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공연장 무대 위에 재현했다. 약간의 각색은 있을지언정, 애초에 원작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뮤지컬의 대본과 가사 작업을 함께했다. 화려한 조명과 마술적 기법들을 덧입혀 '매지컬(Magic + Musical)'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세월 탓에 자칫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는 부분들을 조율하며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전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 시즌 <고스트>는 이번이 한국에서의 두 번째 무대이다. 지난 2013년 초연에 이어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7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작품이 다시 올라오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초연 멤버를 거의 그대로 다시 불러오기까지 했으니 분명 드문 경우이다. 배우 박지연 역시 지난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고스트>의 몰리로 합류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 배우는, 자신의 배우 생활에서 의미 있는 이 한 해를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또 새해의 시작을 이 작품으로 이어간다.
 
지난 11월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지연과 만났다.

더 단단해진 몰리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7년 전과 달라진 점 “굉장히 많지만 하나의 예를 들자면, 7년 전에는 약간 몰리의 감정에 조금 더 치우쳐서, 조금 더 날카롭고, 예민하게 표현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죠. 몰리가 샘을 잃고 나서, 칼에게 대하는 태도에서요. 지금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보다는 자신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친구에게 조금 더 표현하는 방향이죠. 사실 7년 전이기는 하지만, 저는 기억에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연습할 때 대부분 7년 전에 베이스를 두고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연출이 이렇게 다른 점을 이야기해주고, 또 그게 달라졌을 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덕분에 연습하는 과정이 재밌었죠.” ⓒ 곽우신

  
"처음에 <고스트>를 다시하기로 결정하고 굉장히 설렜어요. 7년 전에는 많이 어리기도 했었고…. 그때 당시에도 최선을 다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깊이라든가 좀 부족한 점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하게 돼서 '더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 동안 더 대본에 많이 집중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되게 열심히 준비했어요.
 
너무 좋아요. 기존 멤버들이랑 새로운 멤버들이 같이 있기 때문에, 막 어색하지도 않고…. 또 환경 자체가 되게 새롭게 그리고 깊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연출도 7년이 지났기 때문에, 연출도 똑같은 분이신데 그분도 되게 7년 동안 많은 세월을 겪으셨잖아요? 그래서 디렉션이 7년 전과는 다른 점이 또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 점들이 되게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런 차이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게 되게 흥미로운 것 같고요."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데뷔한 박지연이 초연 <고스트>에 합류했던 것은,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은 신인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렸던, 그래서 신인다운 특징을 그대로 안고 만났던 몰리와 7년 후에 다시 만난 몰리는 분명 다를 것이다. 배우 박지연이 그 7년의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 것이 아니기에, 다시 만난 몰리를 표현하는 데도 그 누적된 시간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이번에 재연하면서 몰리의 강인함과 조금 더 능동적인 모습들, 주체적인 삶을 표현해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또 그런 디렉션이 시대에 맞춰가는 것 같기도 해서 기분 좋은 방향이었죠. (웃음) 저도 아무래도 몰리가 조금 더 강인한 여성으로 표현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몰리가 믿음과 불신을 반복해서 왔다갔다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이 사람이 중심이 잘 잡혀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연출과도 대화를 정말 많이 했었죠.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연출이 '슬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거든요. 그 말이 정말 저에게 크게 다가왔었고, 그 이야기가 저에게는 이 공연을 하면서 가장 지키고자 하는, 마치 큰 제목같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오다메를 살짝 믿게 됐을 때 정말 확실하게 믿거나, 또는 그게 무너졌을 때 확실하게 무너지고, '나 정말 힘들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더 명확하게 하면서 조금 더 강한 면을 보이려고요. 그런데 이거는 사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렇게 슬퍼하는 사람은 강하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좋고, 그게 강하다고 생각해요. 신이 넘어갈 때, 감정이 변화했을 때, 최대한 애매한 색이 아니라 분명한 색으로 표현하려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는데…. 헤헤. 잘될지는 모르겠고!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고스트>를 통해 느끼는 감사함 “<고스트>를 만난 게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역할이 무언가를 잃어서 공허함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해내가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시의적절하게도 요즘 굉장히 외로운 상태이거든요. 아무도 못 만나서 그렇기도 하고, 일상의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고스트>를 하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고스트>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면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결론적으로 감사하죠.” ⓒ 곽우신

 
<고스트>는 몰리와 샘이 가장 행복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 다른 점이 많은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하게 됐을지, 어떤 인연으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게 됐을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며 올라가는 게 아니라, 출발부터 높은 고도에서 시작해 금세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롤러코스터 같다.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작품 끝까지 관람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궁금하다. 무대에 채 표현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공연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가가 설정해놓은 전사가 있어요. 대사에도 잠깐 나오는데, 인디안 노래를 계속 불러서 첫 데이트에 나갔다는 이야기 있잖아요.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됐냐면, 몰리가 은행에 사실 따지러 간 거예요. 고지서나 이런 걸 받고 따지러 갔는데, 거기서 칼을 먼저 만나게 된 거죠. 칼이 '이 여자, 보통여자가 아니다' 그래서 장난을 치려고 샘에게 연결을 시켜준 거죠. '컴플레인' 받으라고. 거기서 처음 만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샘이 몰리를 좋아하게 되고, 샘은 몰리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먼저 했겠죠. 그걸 거절한 사람은 항상 몰리였고요. 그러다가 몰리가 샘한테 결혼하자고 이야기하니까 샘이 당황하는 것이고요. 연출이 이야기해주는 그런 전사들이 참 재미있었어요. 직업 자체가 은행원과 예술가잖아요. 영화나 여러 매체에서 은행원을 표현할 때 굉장히 진부한 사람으로 흔히들 표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에서 오는 이끌림이 있잖아요. 저도 경험이 있거든요.
 
직업이나 그런 걸 다 떠나서 두 남녀가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사랑을 하게 되나 봐요. 인연이란 게 그런 거고. 몰리와 샘의 인연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 특별했던 것이고. 그래서 '위드 유' 넘버에서 '함께 했던 모든 추억들' 가사를 부를 때 그런 전사들에 대해서도 계속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되게 울컥해서 너무 힘들어요. 참 행복했었던 기억에서 오는 슬픔이 가장 슬픈 것 같아요."
 
 
사랑해, 동감이야, 또 만나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장면 “제가 들떠서 ‘그 편집장이 내 작품에 대해 호평만 해주면 엄청난 거’라고 이야기할 때, 샘이 ‘네 작품은 정말 대단해. 다른 사람 말은 신경 쓰지 마’라고 얘기해주는 장면을 연습하는데, 거기서 제가 무장해제로 쏟아진 경험이 있어요. 그걸 경험한 뒤에는 그 장면이 가장 처음 울컥하는 장면이에요. 몰리가 아니라 박지연으로써. 전적으로 나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그 눈빛, 나를 안정시켜주는 따뜻함과 듬직한 말들이 굉장히 감동적이더라고요.” ⓒ 곽우신

 
그처럼 애틋한 사이이기에, 몰리 입장에서는 더욱 샘이 원망스러울 만하다. 샘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몰리의 애정 표현에 '동감이야(Ditto)'라고 답할 뿐이다. 샘은 마치 '초코파이 정'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감정을 굳이 끄집어내려 하지 않는다. 너무 소중해서 꺼낼 때마다 닳을까봐, 색이 바래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하지만 몰리는 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그 말을 꼭 듣고 싶어 한다.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샘, 가끔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어져. 날 향한 네 마음을 모두 다 느끼고 싶어. 그래, 알아.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걸. 하지만 우리 떨어져 있으면, 듣고 싶어. 사랑해. 사랑해.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 다만 아쉬운 건 단 한 가지, 너의 마음 깊이 숨겨진 그 한 마디." - 뮤지컬 <고스트> 1막 No.4 Three Little Words 중에서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누구나! 누구나!! 나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고,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표현을 듣고 싶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잖아요. 심지어 동물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어떤 행동이나 여러 표현들로 이미 보여주고 있지만, '말 한마디가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듯, 그 말 한마디만큼은 누구라도 듣고 싶은 말인 것 같아요. 꼭 몰리라서가 아니라, 남성이거나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저도 그래요. 저도 많이 듣고 싶어 하고,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기도 해요. 중요한 말이죠."
 
살아있을 때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리고 듣지 못한 이 말은 작품의 마지막에야 등장한다. '사랑해'라는 말에 '동감이야'라는 응답은 작품의 문을 열 때와 닫을 때쯤 반대로 등장한다. 한번은 몰리가 샘에게, 그 다음에는 샘이 몰리에게. 몰리의 사랑을 샘은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 순간에는 샘의 사랑을 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감정이지만, 그럼에도 그 입술을 타고 소리로 전해지는 말은 그 감정의 존재를 보다 확고하게 증명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내 한 몸 같던 사람의 죽음과 삶의 경계를 계속 목격해 오잖아요. 이 사람이 나를 위해서, 샘이 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잖아요. 물론 그 과정을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순간 몰리는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우리의 삶을 봤을 때도, 대화나 표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하게 있잖아요. 저는 그걸 느끼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샘이 떠나는 그 순간, 샘이 보이는 순간, 모든 것들이 무장해제가 됐을 것 같아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 진심을 그냥 눈만 봐도 알 수 있고…. '동감이야'라고 마지막에 몰리가 이야기 하잖아요. 그게 참 되게 슬프면서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동감이야'라는 말 안에 있는 서브텍스트를 보자면, '알아, 알고 있었어' '나는 사실 알고 있었어' '걱정하지마' '고마워' 이런 되게 많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7년 전에는 몰랐던 것 같아요. 다시 공연하면서 느끼게 된 점이기도 해요. '동감이야'라는 마지막 몰리의 그 대사 안에 얼마나 수많은 말이 내포되어 있는지를요. 참, 대본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물리적인 제약을 딛고, 두 사람의 인사도 마무리되면, 이제 완전한 이별만이 남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걸어 나가는 샘을 향해, 몰리는 마치 웃는 듯 우는 듯 인사한다. "또 만나"라고. 그것은 마치 지금 잠깐 헤어졌다가 내일 다시 만나는 사이의 인사 같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헤어짐에도 애써 일말의 여지와 희망을 남기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사이 어딘가의 말 같기도 하다.
 
"'또 만나' 안에도 '동감이야'처럼 진짜 뭐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까지 잘 있을 게. 걱정하지마' 뭐 이런 것들? 믿음. 믿음이 깔린 말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사랑과,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과, 샘이 더 좋은 곳으로 갈 거라는 믿음이요. 샘이 그 말을 더 밝게 얘기해줄 때마다 더 슬퍼요. 하지만 최대한 슬프지 않게 하려고, 슬픈 인사가 아니게 하리고 웃으면서 해요. '사랑해 몰리, 언제나 널 사랑해왔어' '동감이야'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사실 그 마지막 장면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을 안고 떠나가 거죠. 또 앞으로 몰리의 삶은 계속될 거라는 것이고요. 엔딩 장면이 관객들에게 주는 건 희망과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몰리가 걸어갈 길, 박지연이 걸어갈 길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몰리를 닮고 싶은 이유 "저는 몰리를 연기하면서 정말로 몰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통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배우려고 하지만, 몰리는 특히 닮고 싶은 여성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완전히 반대인 면도 있어요. 저는 굉장히 연약한 사람이거든요. 몰리도 물론 그런 부분들이 있지만, 그걸 이겨내고 견뎌내잖아요. 사실 저라면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아요. 숨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을 것 같은데 몰리는 계속 부딪히고 깎이고 또 다시 일어서고 견뎌내는 게, 제가 정말로 닮고 싶은 캐릭터 중 최고는 몰리인 것 같아요. 저는 몇 개월 동안 작품을 만나고 이 안에서 사는 사람이잖아요. 여기서 최대한 뭔가를 배우지 않으면, 정말 껍데기인 삶이 될 것 같아서 항상 배우려고 해요. 그래서 더 몰리가 가장 닮고 싶은 여성이기도 하고요." ⓒ 곽우신

 
박지연은 '계속될 몰리의 삶'을 언급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고, 이 사고의 배후가 밝혀지고, 그렇게 일련의 사건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고, 몰리는 몰리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샘이 그것을 바라는 것처럼,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샘과는 '또 만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작품 활동에 일단 매진할 것 같아요. 몰리는 샘이 죽고 나서도 계속해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거든요. 경찰서에 갔다 와서 그 슬픈 상황에서 물레를 꺼낸다는 게 이해가 돼요. 내가 정말 힘들고 그랬을 때, 저도 글을 쓰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노래를 듣거나, 예술적인 것들로 제가 힘들고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고 하거든요. 몰리는 예술가잖아요.
 
몰리는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조각 작품을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 고쳐나가요. 마치 두 연인이 안고 있는 형상의 그 조각품을 계속해서 작업하고. 샘이 죽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몰리는 더욱더 영감을 많이 받고, 조금 더 예술작품에 몰두했겠죠. 몰리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회복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는 큰 배신을 겪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과정을 통해서 더 단단해졌을 거라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몰리는 배신감에 사랑과 멀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사람을 조금 더 깊게 보려는,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됐을 거예요."

 
몰리의 삶이 계속되듯, 박지연의 배우로서의 삶 역시 계속될 것이다. 배우는 '배우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레미제라블>에서 배우 박지연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는 끊임없이 배우로서의 삶, 배우는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 배우가 쌓아가는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따라가며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하나씩 얻어가고 변해가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을 '즐기면서' 한 게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쉽지는 않겠죠. <고스트>는 특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냥,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그때그때 저한테 오는 작품들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 20대 때는 사실, 되게 재밌었고 마냥 작품하는 게 들떠 있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은 좀 부족했었던? 물론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는 그런 무게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만난 작품들 하나하나는 쉽게 흘려보내지 않고, 뭔가 정말 완전하게 제 것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딱 올해 작품들을 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것들의 어떤 완성? 완성까지는 아닌 것 같고, 결실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결실. (웃음) 올해는 작품들을 그런 식으로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던 해였던 것 같아요. 내년에도 저는 내년에 만나는 작품들을 열심히 할 것이고, 앞으로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뭐든지 좀 더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들이 커요. 정리가 잘 안 되네요. (웃음)"

  

7년 만에 돌아온 <고스트>의 박지연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박지연 배우를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초연에서도 몰리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재연에서 더 깊어진 노래와 연기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박지연이 배우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이 작품이 알려주는 것 같아요. 사랑을 분명히 가지고 갔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시라노> 때도 그랬고, <고스트>를 통해서 특히 이번 재연을 통해 알아가는 게 많아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 작품에서 인물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배우면서 성장하니까, 작품이 제가 살아가는 데 많은 가르침을 주는 게 이 일을 계속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곽우신

 
단단한 소리, 풍부한 감성. 10주년을 걸어온 배우는,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무대를 가장 사랑하고, 무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노래도 연기도 빠지지 않는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무대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려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며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배우이다.
 
때로는 그게 조금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기우임을 알았다. 뚜렷한 목표나 방향이 없더라도, 그는 꾸준히 걸어온 길 자체로 배우로서의 가치를 드러낸 이였고, 그가 지나온 길을 보았을 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길을 걸어나가더라도 역시나 그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할 배우임을 확신하게 된다.
 
"포부와 그릇,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사실 부끄러워요.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서 제가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저는 사실 주변 사람들이나 관객들한테 그냥 안심하고 볼 수 있는 배우, 딱 그 정도요. 믿고 보는 배우까지도 아니고…. (웃음) 믿고 기대하는 것까지는 아직 제게는 좀 무리인 것 같고…. 다만, 꾸준하게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서 저를 계속 사용해주시고, 좋은 작품에 계속 도전해서 제가 부름을 받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대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쟤가 잘 하고 있구나' '성장하고 있구나'라고요. 이제야 저를 알게 되신 분들도 많지만, 저를 꾸준히 알고 오신 분들은 저의 성장을 함께해오셨잖아요.
 
사실 저는 그냥,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사실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이야기는 꾸역꾸역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로 의지하면서 기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팬들한테 많이 기대고, 팬들도 공연 보면서 위로 받고, 그래서 서로 그렇게 기대서 갈 수 있는 사람? 관객을 만족시켜드리고, 또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고 싶고요, 몰리처럼. 좀 더 솔직하게 기대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딱히 솔직하지도 않아요. 이번 <고스트>를 통해서 많이 배웠으니, 힘들 때 저도 기대고, 남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의지가 되는 사람만이 아니라 의지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줄 아는 솔직한 사람."

 

뮤지컬 <고스트> 캐릭터 포스터 뮤지컬 <고스트>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초연 때 연기했던 배우들 중 상당수도 7년 만에 함께 돌아왔다. 7년이라는 시간만큼 더 성숙하고 깊어진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박지연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오는 2021년 3월 14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 <고스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 “배우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고스트>가 화려하고 기술적인 면들이 많아서 자칫 드라마적인 것들이 가려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진솔한 드라마가 없으면 불가능한 기술들이거든요. 기술은 도와주는 거예요. 이 작품의 내면들, 아픈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 더 공감하고 가시면 참 좋겠어요. 저희 공연 정말 재밌는 공연이고, 되게 유머러스하고 위트있는 공연이지만, <고스트>를 보시고 나서 조금 더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계기까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고스트>를 통해서 내 주변의 연약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면 참 좋지 않을까요?”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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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아무도 안 볼걸?" 프로그램 실패 장담한 '운동뚱' 김민경의 한 방

[인터뷰]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코미디언 김민경

지난 1월 시작된 유튜브 웹예능 <시켜서 한다!-오늘부터 운동뚱>(아래 <운동뚱>)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김민경은 촬영 전 이영식 PD에게 프로그램의 흥행 실패를 장담하며 이렇게 말했단다. 그러나 김민경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열심히 운동만 하는 김민경에게 열광했다. 첫 회가 공개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으며, 김민경은 운동신경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금수저'에 빗댄 '근수저'(근육수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코미디언 김민경을 만났다. <운동뚱>을 통해 김민경은 헬스를 시작으로 필라테스, 골프, 축구, 종합격투기, 야구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도전하는 종목마다 선생님들이 "하루 만에 이렇게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른다는 것. 최근 공개된 야구 편에서 김민경은 금세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가 하면, 던지는 공을 타격까지 해냈다. 역시나 강사를 맡은 양준혁은 "보통 사람들은 10시간을 가르쳐도 못한다"고 황당해 했다. 김민경과의 수업이 시작된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김민경은 "나는 '저거 잡아' 해서 잡았고, 치라고 해서 쳤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하는 것이었냐"며 의아해 할 뿐이다. 월등한 근력과 운동 능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지도 모르는 김민경의 모습은 <운동뚱>의 특별한 재미 포인트다. 팬들은 이러한 김민경을 '민경 유니버스(세계관)'라고 부르며 더욱 즐거워 한다.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했던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소년만화 세계관에 김민경을 빗댄 것. 무엇보다 김민경과 소년만화 주인공은 역경을 겪어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민경은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아픈 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를 버티게 만들었던 것은 '맛둥이'들에 대한 책임감이었다고. '맛둥이'는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팬들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그러고 보면 '민경 유니버스'는 시작부터 팬들의 힘이었다. <운동뚱>은 애초부터 <맛있는 녀석들>의 방송 5주년을 맞아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로 시작된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맛둥이'들은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멤버들을 보고 싶다"며 멤버들에게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복불복 게임을 통해 김민경이 선정됐다. 탁자 위에 놓인 아령을 드는 복불복 미션에서 그는 탁자에 못 박힌 아령을 골랐다. 하지만 당시 김민경은 아령이 들리지 않자 탁자를 통째로 어깨에 매고 "들었다"며 저항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정말로 운동이 싫었기 때문에 (아령을) 잡고 어떻게든 들면 되겠지. 뽑히겠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탁자가 들릴 줄은 몰랐다"며 멋쩍게 웃었다. 당초 김민경의 헬스 도전기 10회분으로 예정돼 있었던 <운동뚱>은 19일 기준 36회분까지 제작됐다. 100% 타의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현재 김민경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쩍 방송 활동이 늘어난 것은 물론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경은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혈색이 좋아졌단 얘기를 진짜 많이 듣는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제 스타일리스트는 '언니 땀이 예쁘게 나요'라고 했다. 제가 '무슨 헛소리냐'고 할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체중도 9kg 이상 감량했다. (살을) 뺄려고 뺀 게 아닌데 안 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스포츠 종목은 없냐는 물음에 김민경은 "절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영식 PD가 인터뷰를 보면 그 종목을 하자고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참 잘 맞는 사람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다"며 웃었다. 이어 "난 그동안 누군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건 하지마'라고 하면 안 했고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도 안 했다. 혼나는 게 무섭기도 했고. 엇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던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했다. 정해진 대로, 성실하게 따르는 것에 익숙했던 김민경은 2001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구에서 상경했다. 그의 인생 첫 반항이자 유일한 반항이었다. 개그맨 전유성이 운영하던 극단 '코미디 시장'에 입단한 김민경은 처음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극단에 입단하게 된 계기도 '누군가를 웃겨서' 합격한 게 아니었다는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먼저 취업해 상경한 대학교 동기들의 집에 빌붙어 살며 극단에서 일했던 김민경은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올해 6월 종영한 <개그콘서트>에 그가 더욱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김민경은 "내겐 너무 특별한 프로그램이고 개그우먼으로서 친정같은 느낌이다. 밖에 나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상처가 났어도, 집에 들어오면 내 식구들은 안아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김민경은 <개콘>이 아니더라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꼭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민경에겐 아직 이루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다. 그는 목표나 꿈이 있냐는 질문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오나미, 김경아, 정경미, 홍인규 등 코미디언 동료들을 언급하며, 이들과 약속한 '착한 예능 만들기'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1천억 줘도, 이 시 한 줄만 못하다" 백석 닮고 싶었던 이 남자

[인터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백석이 된 배우 강필석

백석의 나타샤는 누구였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문제였다면 나타샤에 밑줄을 그어놓고, '다음 중 나타샤가 가리키는 것으로 옳은 것은?'과 같은 질문에 객관식으로 답을 해야 했을 테다. 하지만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인이 더러운 세상을 버리고 함께 떠난 나타샤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명료한 정답이 존재할 수 있을까. 최소한 자야 김영한에게는, 나타샤는 본인이었다. 백석이 자신을 위해 지어준 시였다. 비록 자야 여사의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증명할 수 있는 증거도 마땅치 않지만, 별다른 무게감 없이 흩어지는 그렇고 그런 말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것은 자야 여사가 자신의 평생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는 대원각을 부처님께 시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석을 기리고 그의 시를 애달파한 그의 삶 자체이다. 자야 김영한의 입장에서 쓰이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실체적 진실과의 교집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를 향해 "오늘부터 당신은 나의 영원한 마누라야"라고 했던 백석은 분단의 아픔 속에 가족들이 있는 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가정을 꾸리며 여생을 보냈다. 그에 관한 기록은 남은 게 별로 없고, 한반도 남쪽에서 그의 이름은 '월북 시인'이라는 이유로 오래도록 지워져 있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믿어보기로 한다. 백석의 시가 이 이야기들을 엮어내고, 작가의 상상력이 덧대어진다. 홀로 남아 세월을 견디고 있던 자야는 상상 속에서 매번 자신을 찾아오는 백석과 추억을 곱씹는다. 매일 오는 그가 반갑다가도, 눈을 뜨면 사라지는 그가 원망스럽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이제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내뱉어 보지만, 백석이 내미는 손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자야에게 손을 내미는 백석, 그에게 여전히 아름다우니 아무것도 찍어 바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백석, 그와 함께 바다에 가자고 제안하는 백석. 멀끔한 양복을 갖춰 입은, 시대를 앞서가던 시인은 정말 어떤 존재였을까. 최소한 자야 김영한에게는 어떤 의미의 사람이었을까. 초연과 재연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시즌까지 백석을 연기해온 배우 강필석에게 물어보았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흥인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담백하게, 시처럼 연기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백석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실체가 아니다. 오히려 자야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허깨비에 가깝다. 백석을 세 번째로 연기하는 강필석은, 그런데도 이번 시즌에는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최대한 '덜어내기'를 택했다. 백석의 시들을 가사 삼아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이 작품에서 그는 무언가를 애써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집중했다. 실존하지 않기에 무게를 더해 존재감을 더할 수도 있으련만, 오히려 덧셈보다 뺄셈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작품 속에서 시를 노래하는 그는, 그 방법으로 노래하는 시가 되기로 했다. 살아있는 시인과 살아있지 않은 시인 사이를 오가기보다는, 그저 시인이 남기고 자야가 기억하는 시 그 자체를 노래하고 연기하기로 말이다. 담백하고 구수한 말들로 쓰였음에도 세련되고 아름다웠던 백석의 시처럼. 초연과 재연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다. 두 사람, 바다에 가다 김영한의 '자야'라는 호는 백석이 지어준 것이다. 이백의 '자야오가'라는 시에서 따온 호칭으로, 이 시의 화자는 전장으로 떠난 낭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성이다. 작품 속에서 자야 김영한은 백석과 여러 차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백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단순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자야의 주체성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동명의 백석 시가 제목이고, 작품 안에도 백석의 시로 가득 차 있지만, 여전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은 백석이 아니라 자야이다. 백석을 떠올리는 이도, 백석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모두 자야이다. 백석의 외양과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노래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야가 기억하고 바라보는 백석, 자야가 회상을 통해 소환하는 백석이다. 그와 나누는 질문과 답변은 두 사람의 대화라기보다는 자야의 자문자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바다에 가자는 백석의 제안은, 사실은 자야의 소원이다. 자야가 백석과 닿고 싶었던 곳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 이루지 못한 소원을 품은 채 자야는 세월의 풍파 속에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와 이별하게 되었어도,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 옷을 지어 보내보기도 했다. 혹시나 그가 돌아오면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일했다. 노년의 자야는 왜 백석을 매일 떠올렸을까. 백석을 원망할 법도 한데, 오히려 그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를 기다린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노인은 왜 백석과의 추억에 잠겼을까. 위대하지 않지만, 위대한 검은 옷을 입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자야의 음성은 바람에 삭은 것처럼 들린다. 그가 떠올리는 백석은 젊고 훤칠했던 그 시절 그대로의 백석인데, 그를 떠올리는 자야는 시간의 풍파 속에 깎이며 변해간 자야이다. 자야는 고백한다. 죽는 게 두렵다고. 백석은 우리가 향하는 곳이 거기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백석과 함께 걸어 나가며 반짝이던 그때로 돌아가는 자야를 보며, 두 사람이 걸어가는 곳이 진짜 인생의 종착점, 삶의 마지막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따져보면 그렇게까지 가슴이 요동칠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백석에게 자야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도 아니었고, 그가 지은 모든 시가 자야를 위한 시도 아니었다. 자야 역시 지아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애틋하다. 백석의 시들과 함께 잔잔히 치던 파도는 두 사람이 바다에 닿을 때쯤 관객의 마음도 그 자리에 이르게 한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건 이 이야기가 역사적 진실과 맞닿아 있어서도 아니고, 이 사랑이 세기의 위대한 사랑이어서도 아니다. 다만, 누구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후회하고, 차마 고르지 못한 다른 선택지에 대해 안타까워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반짝이는 가치는, 그래서 백석과 자야가 아니라 우리 인생에 근거한다. 마지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자야에게 백석이 찾아와 찬란한 기억을 되새기고, 환한 슬픔을 선물하고 갔다. 자야는 백석을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자야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갔다. 그 삶의 굽이굽이마다 그는 백석과 다른 방법으로 재회할 수 있었고, 그렇게 살아온 인생에 큰 회한을 남기지 않았다. 배우 강필석의 백석도,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비록 이번 백석이 그의 마지막 백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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