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이 사건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봐 달라."

10.26사태를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명의 원작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작품으로 1979년 '10.26사태'를 중심에 놓고 당시 실존 인물들의 뒤얽힌 관계와 갈등을 다룬다. 원작은 우리나라 첫 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의 18년 역사를 방대하게 서술한 김충식 전 동아일보 기자의 취재록이다. 영화는 그 중에서도 중앙정보부가 문을 닫게 된 10.26사태 직전의 긴박한 40일을 그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군 제대하고 1997년즈음 책을 접했다. 내가 몰랐던 한국 근현대사가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어서 재미있었다. 저는 그때도 영화학도였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품을 영화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 감독은 2016년 작품의 판권을 직접 구매했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본격적인 영화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 감독은 글에서 느껴진 '기자정신' 때문에 원작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원작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동아일보 김충식 기자의 기자정신에 특히 감동받았다.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깊게 파들어가서 날카롭게 해부해내는 기자정신이 (글에) 담겨 있었다. 그 당시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통해 원작의 정신을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출했다."

"시나리오 속 인물 감정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차갑고 냉정하게! 배우 이병헌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2일 개봉.

배우 이병헌 ⓒ 이정민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임자 옆 그 사람 배우 이성민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2일 개봉.

배우 이성민 ⓒ 이정민

 
영화는 당시 제2권력자로 불렸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김규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전 중정부장 김재규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이병헌은 "작가가 온전히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 사건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감독님이 준비한 자료와 증언들, 제가 찾아본 자료들을 최대한 참고했지만 일단은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다든가, (인물의) 감정을 내가 줄이거나 더 크게 표현하지 않을까 조심했다. 최대한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시나리오 안에서 인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은 배우 이성민이 연기했다. 극 중에서 주로 '각하'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들끓는 민심과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성민은 "분장팀, 의상팀, 미술팀과 함께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하려 노력했다. 직접 그분(박정희)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 스타일에 맞게 제작할 정도였다. 어떻게 주변 인물들과 잘 '밀고 당기기'를 할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지 고민하면서 연기했다"고 소회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박정희 정권에서 실각당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극 중에서는 박용각(곽도원 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박정희 독재정권의 부패와 비리를 꼬집는다.

또한 박용각을 도와주는 여성 로비스트 데보라 심(김소진 분) 역시 눈길을 끈다. 우민호 감독은 "데보라 심은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공된 인물이다. 당시 로비스트는 유명한 분인데 그 분에게서 가져온 게 아니다. 그 시대에, 그런 세계에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고 살아남으려 했는지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산의 부장들' 곽도원, 긴장되는 시간 배우 곽도원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2일 개봉.

배우 곽도원 ⓒ 이정민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1인자를 위한 미소 배우 이희준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2일 개봉.

배우 이희준 ⓒ 이정민

 

"영화 이야기, 극장 밖으로 이어지면 행복할 것 같다"

한편 이병헌은 지난 2015년 <내부자들>에 이어, 두 번째로 우민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편하게 촬영했다"면서도 "감독님은 원래 굉장히 열이 많은 사람이다. <내부자들> 할 때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다 표현했는데 이번 영화 촬영 때는 굉장히 차분하더라. 제작 중간에 <마약왕>이 개봉됐는데 (흥행이) 잘 안 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성격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는 40여 년 전 실제 역사를 그리고 있지만 명확한 정치적 스탠스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우민호 감독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장난기 발동 배우 이병헌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영화 <마약왕> 의 흥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촬영 당시 우민호 감독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2일 개봉.

배우 이병헌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서 영화 <마약왕> 의 흥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촬영 당시 우민호 감독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 이정민


"(10.26사태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아주 크고 중요한 사건이고 변곡점을 이룬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을 폭 넓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 우리에게,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봐 달라. 가족 혹은 친구분들과 이야기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여기까지다. (10.26사태) 이후에 더 드라마틱한 실제 사건이 펼쳐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시네마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극장 밖을 나가서, 이 영화의 못다 한 이야기가 여러분들에 의해 완성된다면 저는 감독으로서 너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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