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캐릭터에 섬세한 영혼 불어넣는 배우, 조정은이 마주한 것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콘서트를 준비하며"새로운 걸 추구하느라 의도적으로 한 건 없어요. 제가 의미를 두는 건,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는 게 아니라, 배역이란 중간 없이 바로 만나는 거였어요. 그거에 큰 의미를 뒀죠."ⓒ 서정준


"이제 (단독 콘서트는) 안 할 거니까요. (웃음) 앞으로 할 계획이…. 글쎄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럴 수도 있고. (웃음) 제가 콘서트를 자주하지는 않으니까요. 잘 볼 수 없던 걸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겁니다."
 
이번 콘서트를 꼭 봐야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조정은은 이같이 답했다. 첫 단독 콘서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에게 <마주하다>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고,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다. 1년 이상을 쉬고, 데뷔 17년을 맞은 이 시점, 굳이 콘서트로 관객들을 만나는 이유는 '타이밍'이다. 조정은은 "30대였으면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도 제가 콘서트를 열게 될지 몰랐어요. 제 지인들도 다들 의아해해요. 제가 솔로 무대를 즐겨 하는 편이 아니라, 어떻게 2시간을 채워야 할지도 걱정이에요. 콘서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심지어 '언젠가는 한 번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한 적 없어요. 다른 분들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많이 갔었고 관객으로, 친분으로 가긴 했지만 콘서트를 보면서 '나도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어요. 두 시간을 자기 혼자 다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관객들과 소통도 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더라고요.
 
저는 게스트 하러 가면 한두 곡 하러 가는데도 굉장히 긴장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번에 콘서트 제안이 왔을 때 제가 하게 된 건, 딱 저를 정리하는 좋은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일찍 제안이 왔으면 안 한다고 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오래 쉬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저 조정은이란 사람이 한 시즌을 마감하고, 새롭게 발을 내딛는, 새롭게 어떤 다음 시즌으로 나아가는 타이밍이었기에 그런 차원에서 콘서트를 하게 됐어요."

 
"알맞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와서" 9월 중순부터 콘서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른 배우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자신이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단독 콘서트는 처음인 상황. 욕심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서 정리"했고 "즐겁게" 준비했다. 제목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분에 조정은 배우의 입김이 닿아 있다.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공감'을 마주하며“콘서트가 저 혼자만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작품 안에서 성장한 이야기, 질투를 느끼기도 했던 감정 등에 대해 잘 풀어내고 싶어요. 잘 녹여내려고요.”ⓒ 곽우신

 
"제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원래는 콘서트 제목으로 '공감'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저 자신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생각처럼 잘 안 되면 열을 내기도 하고, 칭찬 받으면 우쭐하기도 하고, 예민한 모습도 보게 되고, 누가 너무 잘하면 질투도 하게 되고, 때로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유치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어요. 어떨 때는 자존심이 상해서 이야기도 안 하고 혼자 울 때도 있고요.
 
작품할 때 그런 게 많이 튀어나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도 있고. 그 작품들로 인해서 성장하게 된 것도 있고요. 제가 관객들을 배역이 아닌 '저'로 마주한다는 게 저에게는, 조정은이란 사람에게는 크게 용기를 내는 일이에요. 작품이 아니라, 배역이 아니라, 내가 그 분들을 이렇게 마주하는 것. 지금 이 시점에서 20대, 30대 더 내려가서 어렸을 때의 저를 마주하는 것. 그게 참 긴장되더라고요.
 
그때는 참 힘들게 느껴졌던 것들이, 지금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그럴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그때 내가 참 완벽하게 잘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애를 썼구나.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저를 다시 보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람, 배우 조정은의 지금까지를 '정리'하는 시간이라, '마주하다'라고 정했어요."

 
조정은이 거쳐온 작품들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작품들을 돌아보며“지금도 꺼내보기 창피한 작품도 있는데,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면’으로 마주보게 됐어요. 다시 보니 ‘그렇게 못하진 않았네!’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 부족하다고 느꼈던 제 모습에, ‘나이에 맞게 잘 했구나. 잘했구나’ 싶고요.”ⓒ 곽우신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 조정은이 거쳐 온 작품은 참 많다. 그가 다작을 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꾸준하게 17년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 발자국들이 제법 된다. 느리지만 무겁게 걸어온 그 족적의 깊이만큼, 관객은 감동했고 배우는 성장해왔다. 라운드 인터뷰 특성상 한 자리에 모인 여러 기자들이 인상 깊게 본 작품들도 다양했다. 콘서트를 준비하며 조정은이 마주했던 작품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데만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예컨대, <레미제라블>의 판틴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하고 싶은 역할이고, 다시는 할 수 없지만 <베르테르>의 롯데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또한 2012년 <맨 오브 라만차>를 '아픈 손가락'으로 꼽은 조정은은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영상을) 다시 봤는데, 베스트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돼요. 작품을 통해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제가 가진 것과 하고 싶은 것에서 오는 간극에서 오는 생각 같아요. '그땐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라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한 생각이 커요.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이에요. 소중한 기회였죠."
 
그래서 그럴까, 그가 인터뷰하는 이 순간을 채우기에 가장 적절한 넘버로도 <맨 오브 라만차>의 곡을 꼽았다.
 
"'둘시네아'요.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깨우면서 부르는 건데, '당신이 찾아낸 둘시네아'라고요. 관객이 찾아낸 조정은인 셈이에요. 관객들이 절 끄집어 내주는 존재니까요. 그 가사가 생각나요. '맨 오브 라만차' 처음부터, 그 대사를 하기 위해 극을 끌고 가거든요. '내가 이 작품을 이래서 했지'라고 생각을 들게 한 대사기이도 하고요."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차기작을 '그'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하고 싶어서요. 이제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하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해요."ⓒ 서정준

 
반면, 무대에 서면서 가장 기쁘고 좋았던 순간에 대해 조정은은 <드라큘라> 연습실을 꼽았다. 이날 인터뷰 당시에는 조정은 배우의 차기작이 내년 <드라큘라>라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배우는 웃으며 힌트만 전달했고, 몇몇 기자는 눈치 챘지만 굳이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조정은은 또 자신에게 '해방감'을 준 작품으로 <모래시계>를 꼽았다. 고전이 아닌 현대극의 인물을 입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안에서 인물에 이입하고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킬 앤 하이드> 속 엠마를 연기했을 때의 고민을 꺼내놓기도 했다.
 
"제가 여자 주인공을 하면서, 너무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저 스스로 한 적은 없어요. 저는 좀 인물이 입체적이었으면 했어요. 드레스를 입는다고 화를 안 내는 건 아닐 테니까요. 뭘 해도 다 너무 선할 것 같고 이런 게, 인간적이지 않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엠마를 할 때도, 지킬 박사를 사랑하는 부잣집의 약혼녀라고 단편적으로 설명되는 것도 사실 싫었어요. 그렇게 특이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여자가 하는 말들 보면, 환경은 부잣집이지만 그 안에서 지킬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저 지고지순하기만 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죠. 제가 역할을 맡아서 할 때는, 이유 없이 그렇게 하는 건 좀 재미없었어요. 이 사람이 그렇게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이 여자가 이렇게 된 데는 뭔가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가 기다려온 시간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세트리스트에 넣을 가요를 정하며“어렸을 때도 조용한 편이라, 음악도 잔잔한 분위기를 좋아했어요. ‘중학생이 이런 노래를 좋아했나’ 싶어요. (웃음) 가요를 들으면 사랑 얘기가 떠오르잖아요.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관객들도 각자,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곽우신

 
많은 관객이 배우 조정은을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섬세하고 단단한 연기, 대체불가한 그만의 색깔…. 조정은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 덕분이라고 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배우 조정은이 작품 속 인물을 잘 만난 게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 배우 조정은 덕분에 더 살아났다는 것을.
 
"팬 분들과 생일 때 간단하게 식사하기도 하는데, 아마 저의 실생활 알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아요. 무대 위 역할과 저를 겹쳐서 봐주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역할이 주는 힘이 클 거 같아요.
 
특히 여성 팬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을 안 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일단 제가 표정 관리를 잘 못해요. 화 나면 화가 얼굴에 다 드러나는 편이고요. 필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여자는 여자 보면 알잖아요. 여자분들이 더 편하고, 저도. (웃음)"

 
지난해 <닥터 지바고>와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이후 작품 활동 없이 온전히 2019년을 보낸 조정은. 내년 <드라큘라>로 다시 관객을 만나고, 그 후에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마주하고 소통할 그. 그에게는 자신의 느린 보폭에 발맞추어 옆에서 같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무척 소중하다.
 
"저를 기다려주신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려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지 잘 몰랐어요.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쉬어야겠다고 한 건 아니고,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든 적든, 제가 나오는 작품을 기다려주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하죠.

저도 사실 작품을 기다려 왔어요. 그래도 '너무 안 했으니까 해야지' 혹은 '불안하니까 그래도 해야 되는 것 아니야?' 이런 이유 때문에는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 '이 작품 해야겠다'는 이유로 하어서 길어졌던 것 같고. 그럼에도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작품으로 팬 분들 만날 시간을 정말 기다렸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콘서트 이전까지 한 것 그리고 이후의 계획“지인 출연하는 공연도 보러가고. 최재웅 보러 <시라노>도 봤어요. 콘서트 마치면 줄줄이 작품 보러 갈 생각이에요. 매주 화요일마다 찬양도 가고 운동도 꼭 가요. 노래 레슨도 받고요. 유리병을 좋아하는데, 꼭지를 빼야 하는데, 철물점에 가니까 주인 아저씨께서 빼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곽우신

 
이제 배우 조정은이 팬들과 마주할 시간이 왔다.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는 19일,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다. 게스트로는 19일 이혜경‧최현주‧김준수, 20일에는 강필석‧박은태는 스페셜 게스트로 출동하여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배우로서 인물의 옷을 입고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때로는 울고 웃게 하던 그가 자신의 맨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그건 관객을 치유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배우 조정은 또한 치유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콘서트가 저에게도 '힐링'이 될 거 같아요. 꺼내보고 싶지 않은 작품을 끝내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마음속 방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있겠죠. 작품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자꾸만 '죄송'한 생각만 들고, 저도 모르게 '안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자꾸만 그렇게만 보이고요. 콘서트를 통해 객관적으로 제 작품을 보고 스스로에게 '애썼다'라고 해주고 싶어요. 저와 같은 마음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고도 싶고요."
 

뮤지컬 배우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 포스터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좋은 '타이밍'을 맞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그. 그가 걸어온 길을 마주하고, 그를 응원하는 팬을 마주하고, 그 자신을 마주했던 시간. 그 고민의 결과물이 19일과 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다. 콘서트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배우 조정은의 작품 활동은 '시즌2'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뮤지컬 배우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 포스터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좋은 '타이밍'을 맞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그. 그가 걸어온 길을 마주하고, 그를 응원하는 팬을 마주하고, 그 자신을 마주했던 시간. 그 고민의 결과물이 19일과 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다. 콘서트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배우 조정은의 작품 활동은 '시즌2'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컴퍼니 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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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캐릭터에 섬세한 영혼 불어넣는 배우, 조정은이 마주한 것

[인터뷰①] 데뷔 첫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 그가 건네는 꿈의 이야기

그는 러시아 혁명기의 부조리 속에서 사랑을 꿈꿨던 여인이었다. 한때는 자신을 가둬둔 모래시계를 부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였고, 어떨 때는 오스트리아의 별처럼 빛나던 황후였다. 복수의 광기에 물든 남자를 사랑으로 껴안던 이이기도 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으려던 과학자를 이해하던 유일한 인간이기도 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이질적인 존재에 끌리기도 했고, 미친 기사의 불가능한 꿈을 자신의 가슴에 옮겨 붙이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17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걸어온 길은 그런 길이었다. 그가 거쳐온 작품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뮤지컬의 역사에 어떤 식으로든 아로새길 만한 극이었고, 배우 조정은은 그 작품 안에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각인하는 인물이었다. 언제나 품위 있고 고결하며, 강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영혼을 본인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불어넣었다. 그의 섬세한 숨결이 닿은 인물들은 조정은이라는 배우 덕분에 무대 위 환상에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랬던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조정은'으로 무대에 선다. 작년 <닥터 지바고>와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 오른 뒤로 휴식을 취하던 그가 전한 근황은 '콘서트'였다. <마주하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콘서트 준비로 한창인 조정은을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를 주제별로 묶어보았다. 조정은, 걷다 2002년에 데뷔한 1979년생 여자 배우 조정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베테랑 배우인 그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배우 조정은', 또 '인간 조정은'으로 다시 보게 됐다. 그러면서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해, 마음속에 '꽁꽁' 숨겨뒀던 자신을 마주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고, "내가 한만큼 그 이상의 결과가 얻어진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로 후회하는 건 따로 있다는 것도 보이게 됐다. 조정은은 겸손하고 온유한 배우이다. 기자들이 칭찬을 해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들어도, 그는 항상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바라보며 애써 본인을 낮췄다. 자신을 '마주'하면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었을까. 조정은은 단번에 "그런 건 없어요"라고 답하며 손을 저었다. 자신이 겸손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늘 (바라는 곳을 향해) 도달해 보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조정은, 꿈꾸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이룬 후,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이 조정은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었고, 더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배우를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랬던 그에게 계속 배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도, 그를 힘들게 한 바로 그 꿈이었다. "맡은 것, 잘해내야 하는 것, 책임져야 하는 것"의 힘으로 걸어왔던 그에게 어느 순간부터 그게 너무 힘들어졌었다. 그러나 그 무대 위에서 뒤늦게 다른 재미를 찾게 됐다.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어가며 연구했다. "역할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그 역할이 조정은화 되어서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오는 재미가 그를 계속 꿈꾸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다시 마주한 조정은에게는 다른 꿈들도 생겨났다. 공연 외적으로는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생겨났다. 공연 내적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고 싶다. 노래를 하지 않는 환경에서 연기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자신처럼 느린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연극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변신을 위한 변신"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을 줄여나가며 계속 꿈을 꿀 테다. 그 꿈을 건네다 조정은은 꿈을 꾸는 배우이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꿈을 이뤄주는 배우이다. 동시에 그를 보면서 후배들이 꿈꾸도록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 배우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그 꿈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자신이 자신의 꿈에 얽매여 힘들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단순히 '꿈을 꾸라'라는 메시지를 건네지 않는다. 조정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림'이 전해졌다. 그 울림은 마음 한구석을 요동치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었고,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어느 한 곳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조정은이 건넨 마음 속 처방이었다. 그렇다면 '인간' 조정은은, 가장 힘들었던 '배우' 조정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조정은이 지금까지 발을 내딛던 순간순간의 '진심'이 묻어났다. 데뷔 17년 만에 맞이하는 첫 단독 콘서트이기에, 이번 콘서트를 하기 전의 조정은과 후의 조정은은 조금은 다른 사람일 테다. 미련스럽게, 느리게 하지만 꾸준하게 여기까지 온 조정은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자신의 향기를 남기며 걸어갈 것이다. 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완고한 신념가는 아니지만,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 다잡으며 꿈꾸고, 꿈을 이뤄왔다. 자신을 마주하는 그 시선 덕분에. [다음 기사]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콘서트, 이 배우가 전하고픈 말

남장하고 해적선에 탄 여성... 그가 배에서 찾아낸 '보물'

[인터뷰] 겁쟁이 선장부터 검투사까지... 뮤지컬 <해적>에 다시 승선한 배우, 랑연

그 시대는 과도기이자 공백기였다. 르네상스에 이어 제국주의자들의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세계는 크게 변혁했다.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류는 바다를 건너 문명과 문명을 이었다. 서구 유럽은 다른 문명을 약탈했고, 막대한 부가 다른 대륙에서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근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종교의 권위는 불완전하게나마 남아있었고, 시민의식도 충분히 성장하기 전이었다. 해군은 식민지를 착취했고, 해적은 그 착취한 부를 강탈했다. 어떤 해적들은 국가의 은밀한 허가를 받고 사략행위를 했고, 바다의 제해권을 둔 국가 간 다툼에 이용되기도 했다. 해적이 해군이 되기도 했고, 해군이 해적이 되기도 했다. 온전한 도덕적 선악은 존재하지 않았던 때, 식민지에 대한 행정력도, 바다에 대한 통제권도 완전치 않던 시절, 제도로부터 소외된 이들은 모두 국가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바다로 몰려들었다. 그 역사에 기록된 '유이'한 해적이 있다. 앤 보니 그리고 메리 리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단 두 명의 여성 해적. 뮤지컬 <해적>은 세상에 이름을 남긴 이 두 여성 해적의 이야기, "보물과 북극성과 부서진 나침반과 졸리 로저"의 이야기, 바다로 몰려들었던 모든 이들의 이야기, 바로 그 "해적의 황금시대 이야기"이다. 성공적이었던 첫 항해, 다시 닻을 올리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약 두 달 간의 항해를 마쳤던 뮤지컬 <해적>이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왔다. 여자 배우의 페어로 초연 때 크게 주목 받았던 임찬민-랑연 배우도 그대로 함께 승선했다. 지옥에서 돌아왔지만 사람을 죽인 적 없는 캡틴 잭 그리고 전설적인 해적 검투사이자 포세이돈으로 불리는 메리 리드를 맡은 랑연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였다. 지난 11일, '카페 드 원피스'에서 그와 재회했다. 2017년 <리틀잭> 때에 이어 인터뷰로 기자와 만난 건 2년 만이다. (관련 기사: 심장이 너덜너덜해지는 작품,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청량하다) 첫 출항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장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이 작품이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요소들을 꼽아볼 수 있겠지만, 그 중에 배우의 역할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두 명의 배우들만으로 끌고 가야 하는 2인극, 남성과 여성 캐릭터를 교차해가며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적>의 배우들은 훌륭히 무대라는 갑판 위에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랑연은 다른 요소들을 더 강조했다. "배를 탄다는 데 대한 희열감"이나 "두 배우가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의 매력" 등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힘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의 매력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강인했지만, 슬픔과 아픔을 간직했던 포세이돈 "여자 해적 처음 봐?"라고 당차게 쏘아 붙이는 메리 리드. 해적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검투사였던 그는 말수도 많지 않는 카리스마적 존재였다. 작품 속에서 다른 여자 해적 앤 보니가 배를 타게 되는 과정은 자세하게 표현되는 데 비해, 메리 리드의 과거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긴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뮤지컬 <해적> 속 메리 리드에게는 미처 표현되지 않은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그가 바다로 나오게 된 전사가 사뭇 궁금했다. 많은 해적들은 로즈 사파이어로 대표되는 보물을 찾아서 이 배에 탑승했다. 그러나 작품 속 보석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각자에게는 각자가 바라는 보물들이 따로 있었다. 잭의 보물이 다르고, 루이스의 보물이 달랐다. '나'를 찾겠다고 배에 오른 메리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보물을 찾았을까. 각자 서로에게 '보물'과도 같았던 메리와 앤. 한 번도 패배해본 적 없는, 해신 포세이돈으로 불리던 메리가 앤과의 결투에서 지고 그의 포로가 된 건 우연이었을까. 흔들려 본 적 없는 그를 흔들었던 것은, 자신을 닮은 앤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다. 메리는 왜 앤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까. 사람을 죽이기 싫었던 선장의 이야기 사실 배우가 메리보다 더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인물은 '캡틴 칼리코 잭'이다. 지옥에서 돌아온 전설적인 해적, 무인도에 버려졌지만 대왕 거북이를 타고 탈출한 뒤로 거북이 고기를 먹지 않는 해적, 배는 허락을 받지 않고 후불로 빌리는 해적 그리고 케일럽의 절친한 동료였고 케일럽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루이스의 해적선 승선을 허가한 해적.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한 번도 죽인 적이 없다는 사람. 잭의 꿈은 어쩌면 소박했는지 모른다. 케일럽이 남긴 보물지도를 통해 로즈 사파이어를 찾고, 그 보물로 해적들만의 낙원을 만드는 것. 버려지고 갈 곳 없는 이들의 행복한 안식처를 꾸리는 것. 잭은 케일럽의 지도를 머리로 기억한 뒤 꿀꺽 삼켜버린 루이스를 주저하면서도 결국 배에 태우고야 만다. 자신이 지키지도 못할 해적의 원칙을 설파하고, 자신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루이스에게 털어놓는다. 메리와 앤이 서로를 한눈에 알아본 운명적 사이라면, 잭은 루이스를 점점 더 곁에 두고 아끼게 된다. 절망적인 마지막 전투에서 피해있던 겁쟁이 선장 잭은 '밧줄 춤'을 추러 가게 되면서 재판부에 호소한다.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게 아니었다. 함께 탔던 루이스를 봐달라고 하는 거였다. 그는 해적도 아니었으니, 저 어린 친구는 살려달라고. 루이스는 거부하지만, 잭은 소설가가 되겠다고 학교를 그만둔 바보 같은 루이스가 항해일지를 완성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항해일지를 빌미로 루이스를 밧줄 춤에서 빼낸다. 앤 보니는 혼인 서약을 통해서만 어딘가에 기록될 수 있었기에 결혼했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스스로 뛰쳐나와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자신이 살았던 증거를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던 사람들은 육지에서 등떠밀려 바다로 나아가면서도, 파도 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물결 대신 어딘가에 자신을 남기고 싶었던 걸까. 잭에게도 어딘가에 기록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걸까. 아직 오지 않은 마지막 항해 뮤지컬 <해적>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어딘가에 빈자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 각자가 원하는 보물은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결여된 부분만큼 관객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잭이 부족하고 모자란 이들이 함께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작은 해적섬을 꿈꿨던 것처럼, <해적>은 관객들이 외부의 편견으로부터 도망쳐 잠시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랑연은 소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치달아가지만, <해적>을 보러 온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감동하며 함께 울고 웃을 때 랑연은 관객과 배우가 마치 한 배에 탄 사람들 같다고 이야기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무대 밖으로 '하선'하더라도, 같은 배를 탔던 그 우정을 기억해주기를 바랐다. 랑연 배우와의 인터뷰도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끝난 줄 알았던 첫 항해의 연장선에 다시 올랐던 랑연. <해적>은 그에게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이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한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배우로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커졌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 항해"라고 떠났지만 결국 다음 항해를 떠나고야 말았던 루이스의 아버지 케일럽처럼, 그도 다음 출항 때 함께 이 배를 타고 떠나고 싶은지 물었다.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순항 중인 뮤지컬 <해적>의 항해는 오는 12월 1일에 끝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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