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이정민

 
"한국에서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된다면 누가 이 역할을 하면 좋을까 상상해봤다. 분위기로 보나 외모로 보나,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아 안목이 있으시구나..." 

지난 7월, 첫 방송을 앞둔 < 60일, 지정생존자> 제작발표회에서 지진희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곧 증명됐다. 지난달 종영한 한국판 <지정생존자>, < 60일, 지정생존자> 속 박무진은 곧 지진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한 < 60일, 지정생존자 >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박무진으로 선택해준 감독과 작가,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지진희를 보면서, 마치 함께한 청와대 스태프들과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박무진 권한대행의 퇴임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 60일, 지정생존자 >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과 국가 수뇌부 대부분이 사망하고, 카이스트 박사 출신의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 60일, 지정생존자 >

< 60일, 지정생존자 >ⓒ tvN

 
오리지널 시리즈의 배경은 미국 백악관이다. 대담하고 신선한 상상력이지만, 지극히 미국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화 소식에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것이 사실. 원작의 팬이었다던 지진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가 모든 이야기를 마친 지금, 모든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게 확인됐지만. 지진희는 "대본을 받아든 순간, 모든 걱정이 불식됐다"고 했다. 

"리메이크 작품에 여러 번 출연했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한국으로 가져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특히 <지정생존자>는 아예 다른 헌법 체계에서 출발한 상상력이지 않나. 정치적 상황도, 배경도 다르고... 현지화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그 정도 규모의 테러는 좀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데 대본을 읽는 순간 모든 걱정이 불식되더라. 정말 대단하다, 이 쉽지 않은 걸 어떻게 이렇게 잘 쓰셨지... 감탄하면서 읽었다. 작품 끝나고 작가님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문자도 했다."  

6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권력 의지를 갖거나 자기 정치를 하려는 순간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 대행. 지난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박무진의 성장기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지진희는 "대본을 읽고, 출연 제안을 받아들인 뒤부터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걱정은 작가와 감독의 몫이지, 배우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궁금한 건 오로지 감독과 배우가 상상한 박무진이 어떤 모습인지였고, 내 고민은 그 박무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한 것뿐이었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고 가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배우의 욕심과 생각이 과하면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그건 전체 드라마의 완결성으로 볼 때 굉장히 좋지 않다. 

무엇보다 그런 고민과 걱정은 박무진이라는 캐릭터와도 맞지 않다. 박무진은 스스로 원해서 정치인이 된 캐릭터가 아니다. 박무진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그저 떠밀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모든 결정은 기존 데이터와 법의 틀 안에서 내린다."


- 그런 박무진의 모습이 잘못하면 마냥 답답하거나 무능하게 모일 수도 있었다. 
"맞다. 그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이 함께한 참모들이었다. 드라마의 스토리로도 그랬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랬다. 모두가 다 자기 역할을 너무들 잘 해줬다. 감독님, 작가님도 밸런스를 잘 잡아주셨고." 

정치인이 아니라 매력적인 정치인, 박무진
 

 tvN < 60일, 지정생존자 >의 한 장면

tvN < 60일, 지정생존자 >의 한 장면ⓒ tvN

 
- 시청자들은 박무진의 어떤 모습에 열광한 걸까? 
"박무진은 정치인 같지 않은 새로운 정치인이다. 때 묻지 않은 착한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다들 있었던 거겠지. 착한 사람이 사장이었으면, 선배였으면, 하는 것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당이 우선이고, 자신의 권력 의지가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있지 않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무진은 자신의 승리가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그런 인물에게서 희망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 박무진과 < 60일, 지정생존자 > 속 대한민국을 보며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렸다는 반응도 많다. 현실의 누군가를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나. 
"박무진은 과학자고, 세상의 없던 정치인의 모습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모티브로 삼는 순간 드라마는 다른 이야기가 됐을 거다. 박무진은 차라리 나에 가깝다.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가장 보통의 사람인 내가 갑자기 대통령 권한을 가지게 된 상황. 박무진처럼 과학자일 수도, 아니면 예술가일 수도, 기술자일 수도 있다." 

- 만약 본인에게 갑자기 그런 막중한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다면 박무진처럼 해낼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어느 위치에 갔을 때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박무진은 본인의 생각과 철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과 시스템, 데이터를 믿는 사람이다. 박무진이 정치하는 모습은 차라리 스포츠에 가깝다. 정해진 룰 안에서만 플레이해야 하니까. 나도 그렇게는 했을 것 같다. 스포츠처럼.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룰 해석에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보이지 않게 룰을 어길 때도 있겠지. 하지만 정해진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전제 안에서는 행동했을 거다. 그런 규칙이 법이니까 법대로 했겠지. 잘 모르니까 찾아보면서." 

'취미 부자' 지진희,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긴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이정민


- 지진희는 취미가 많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알려진 취미만 레고, 사진, 골프, 야구, 암벽 등반, 도자기 공예 등등 열 가지가 넘는다. 
"그 모든 걸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다. 그때그때 하나씩 하는 건데,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하는 줄 아는 분들이 많더라. 오해다. (웃음)" 

- 뭔가에 관심이 생기면 실행에 옮기는 데 고민을 많이 하진 않는 성격인가보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시작한다. 돈이 많이 들 거라고 많이 생각 하시는데, 실력을 키우면 돈도 많이 안 든다. 난 장비 욕심도 없다. 내가 투자하는 건 돈보다 시간이다. 빈 시간에 즐기기도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골프인데, 오늘도 인터뷰 전에 골프를 치고 왔다. 한여름의 연습장은 싸니까 이럴 때를 적극 이용한다." 

- 다양한 취미 생활이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배우는 경험이 중요한 직업이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스트레스 관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보통은 술로 많이 풀지만, 나는 술 대신 자연을 벗 삼아 좋은 사람들과 4~5시간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다. 일 끝내고 멍하니 쉬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무언가 찾아보고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와 맞다." 

- 어떤 사람들은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한다고도 말한다. 취미 생활을 더 윤택하게 즐기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까. 다양한 취미 생활이 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나. 
"난 할 수 없으면 안 하는 주의다. 수준에 맞는 취미를 즐기고, 무언가에 욕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내 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긴다. 원동력은 취미보다는 가족이지. 가족들 때문에 일을 하는 거고, 힘도 내는 거고."
 
- 아이들이 아빠의 작품을 보나. 
"본다. 둘째(8살)는 보긴 보는데 이해를 못 한다. 보면서 계속 '왜 저러는 거야?', '무슨 말이야?' 이런다. 첫째는 중2인데 옆에서 조용히 하라고 동생 구박하면서 보고. 현실 형제다. 아내는 분석을 잘 해준다. 이 장면에선 연기 못했고, 대본은 너무 좋은데 부족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딱히 나쁘단 소리가 없었던 거 보니 괜찮았던 것 같다.(웃음)" 

"<지정생존자> 출신 스타 많이 나왔으면"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이정민


- 스스로 평가하기엔 어땠나. 
"사실 난 후회하거나 아쉬움을 남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런 게 몸과 마음을 나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희망과 긍정을 한도 끝도 없이 느끼려는 사람이다. 과거엔 끝없이 절망한 적도 있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더 그런 감정을 피하려고 한다. 

나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 작품으로 얻은 게 너무 많은 작품이라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다. 우리 드라마는 신구의 조화가 정말 잘 좋았다고 생각한다. 허준호 선배, 최재성 선배, 배종옥 선배, 안내상 선배... 너무 다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이분들이 후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활짝 열어주셨다는 거다. 선배 쪽에 속하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인지 우리 작품에 신인이 많았는데 다들 너무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사실 신인들은 TV에서 보던 선배들과 연기하다 보면 조심하게 되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 쉽지 않다. 늘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게 없었다. 본인들도 느꼈는진 모르겠지만 모두가 책임감을 가졌고, 고민도 나눠 가졌다. 그래서 모두의 만족도가 높지 않나 싶다. 후배들의 연기가 풍성해져서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이 작품에서 스타가 많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고, 다 잘 될 거라는 데 의심이 없다." 
 

 < 60일, 지정생존자 >

< 60일, 지정생존자 >ⓒ tvN

 
-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다. 
"기다리고 있다. 어떤 작품을 하겠다,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는 고리타분하지 않은 이야기였으면 한다.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매력이 있는 드라마. 늘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택해왔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 <애인있어요>도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는 아니었고, <미스티>도 그랬고, < 60일, 지정생존자>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나가고... 이런 게 정말 좋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찍으면서 아내와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과 외도의 기준에 대해 정말 많은 말을 했다. 서로의 다른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러고나서 아내와 정말 좋아졌다. 그 다음 단계의 사랑이라고 표현해야할까? 또 다른, 더 깊은 사랑. 우리 부부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인 일이었다. 

만약 그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깊게 이야기할 일 없었을 주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하고 변화하고...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그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배우 지진희ⓒ 이정민


- < 60일, 지정생존자>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라나. 
"일단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는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보고, 꿈꾸셨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신 박무진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니까, 박무진을 돋보이게, 멋있게,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준 다른 연기자들을 모두 기억해주시고 함께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새로운 배우들을 많이 발견한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 지진희에게는 박무진과 < 60일, 지정생존자 >는 어떤 캐릭터와 작품으로 남게 될까. 
"늘 나의 꿈과 소망은, 마지막 작품이 나의 베스트 작품이길 바란다. 그런 바람으로 연기한다. 그래서 지금 내게 < 60일, 지정생존자 >와 박무진은 내 베스트 작품, 내 베스트 캐릭터다. 다음 작품에 결정되면 새로운 베스트를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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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2년.... 이준혁에게 아직도 어려운 것들

[인터뷰] tvN 드라마 < 60일, 지정생존자 > 오영석 역, 배우 이준혁

배우 이준혁에게 인터뷰는 '무서운 일'이다. 마지막 공식 인터뷰가 2012년 종영한 KBS 2TV <적도의 남자>였을 정도. 영화 <신과 함께>로 '쌍 천만' 배우가 되고도,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tvN <비밀의 숲>에 출연하고도 하지 않았던 인터뷰였다. 이준혁에게 7년 만에 인터뷰를 결심하게 만든 작품은 최근 종영한 tvN < 60일, 지정생존자 >다. 국회의사당 테러로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수뇌부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정치 감각이라고는 없는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돼 테러의 배후를 추적하고 가족과 국가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준혁은 극 중 테러 배후세력에게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된, 국회의사당 테러의 유일한 생존자 오영석 역을 맡았다. 백령해전을 승리로 이끈 장교이지만, 국가를 향한 부하들의 헌신이 철저히 외면받는 것을 보고 국가를 향한 복수심을 키우며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인물이다. 7년 만의 인터뷰, 이준혁이 하고 싶었던 말 극 전체를 아우르는 갈등의 '키맨'이자, 박무진과 반목하며 그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캐릭터. 하지만 계획이 틀어진 뒤 군 반란 세력과 쿠데타를 도모하려다 그를 믿고 따르던 부하에게 죽임당한 오영석의 결말은 다소 갑작스러웠다. 갑작스러운 결말에 못다 한 말이 남아 인터뷰를 결심한 건 아니냐고 묻자, 그는 크게 웃으며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하하. 떠나는 사람은 빨리 깔끔하게 가줘야 한다. 정리할 이야기가 많은데 내 이야기까지 질질 끌 필요는 없으니까." "오영석에게 가족이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한다. (원작에 있던) 부인은커녕, 부모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사람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행복함을 느낀 시간이 아마 군대에 있던 시기였을 거다. 그래서 백령해전은 그에게 모든 것을 앗아간 시기였을 거고, 그 순간 그의 모든 것이 멈췄을 거다. 난 오영석이 이미 그때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만약 오영석이 만난 사람이 박무진이었다면 그는 달랐겠지. 하지만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건 테러 배후 세력이었을 거고, 그때 이미 그의 불행한 결말이 결정된 거라 생각한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초점을 맞춘 건, 실존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로 만들자는 거였다. 붕 떠 있는 느낌. 연령대도 그래서 더 젊게 설정하신 것 같다. 만약 리얼리즘이 중요한 캐릭터였다면 내가 아닌 50대 배우가 했어야 맞을 테니까. 나이도, 배경도, 모든 게 다 미스터리한 인물. 그래서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경력에 비해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으니까." "캐릭터 설정에 외모에 대한 부분이 있다. 스토리 안에서도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가 있고. 날렵한 느낌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시청자분들이 세뇌당하신 게 아닐까? 스토리 속에서 계속 '오영석 잘 생겼다'는 내용을 주입하니까. 하하하. 이번 작품에서 유독 외모에 대한 칭찬이 많다는 건 우리 헤어팀과 의상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외모가 갑자기 달라졌을 리는 없으니까. 나 개인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 우리 팀의 성과인 것 같다." "현대 사회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간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드라마, TV. 소설, 영화... 여러 매체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오영석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오영석과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도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거다. 내겐 오영석과 달리 많은 위로의 장치들이 있고, 친구들도 있으니까. 힘들면 혼자 힘들고 말아야지 오영석처럼 테러를 공모하고 그럼 안 되지 않나. 물론 오영석만큼 능력자도 아니지만. (웃음)" <비숲>과 <신과 함께>... 이준혁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일 끝나고 집에 가고, 늘 하던 대로 비슷한 삶을 산다.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 일상이 불편해지거나 하지도 않았고. 작품을 마친 뒤 내가 느낀 만족감도 다른 작품들과 그 두 작품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그래도 작품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나면 좋은 부분은 분명히 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고생하는데, 성과가 없으면 다들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 모습을 보면 나까지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작품이 잘됐으면 싶고, 잘되고 나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집에만 있다. 운동은 진짜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지정생존자 촬영을 앞두고) 너무 열심히 해서 당분간은 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집에 누워있다. 예전엔 요리도 가끔씩 했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고가 정지된 기분을 즐긴다." "가끔 그리긴 하지만 취미는 아니다. 취미를 꼽자면 영화 보는 거? 영화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니까. 그게 제일 좋고 기분이 좋다. 다른 일은 취미로 시작해도 결국 일의 연장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영화는 다르다. 장르에 상관없이 잘 만든 작품은 다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미드소마>를 굉장히 좋게 봤다. 이런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모든 피로가 다 잊힌다." "내가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잘하자는 주의인데, 지금 하는 배우 일만으로도 사실 버거워 다른 꿈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배우로서 하나하나 해나가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타고난 에너지가 너무 부럽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나무늘보 같은 스타일이다." "음... 그런 것보다 나 자신에 대해 내놓을 만한 게 없다. 만약 내가 예능에 출연한다면 다들 수신료 아깝다고 할 거다. 평상시 내가 내 모습을 아는데, 내가 나오는 예능이 어떻게 재미있을 수가 있겠나." "그건 불특정 다수인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보고 싶어하는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거니까. 물론 브이앱도 부담스럽지만, 나는 SNS도 안 하다 보니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창구가 없다. 편지를 받아도 답장을 할 수도 없고. 세상이 발전해서 브이앱이나 유튜브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데뷔 12년... 여전히 마주하기 어려운 것들 "이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게 내 연기를 모니터하는 거다. 자기가 출연한 작품을 재밌게 보셨다는 분들 보면 너무 대단하다. 이런 표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싫다. 드라마는 그나마 낫지만, 영화는 정말 너무 힘들다. 그 큰 스크린에 가득 찬 내 얼굴을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일이니까 한다. 일이니까. 대중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반응을 봐야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살펴본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좋은 사람들과 연기한 기억이 너무 좋아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걸 보면 썩 나쁘진 않았나보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는 드라마고,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흐름에 따라 작품을 택하지, '어떤 걸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하진 않는다. 예를 들면, 지금 먹고 싶은 것, 지금 입고 싶은 것이 그때그때 달라지지 않나. 유행의 흐름일 수도 있고. 예전에는 정치 드라마가 흔하지 않았으니 그런 장르에 매력을 느꼈고, 지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많으니 가벼운 로맨스나 멜로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 먹은 음식을 내일 또 먹고 싶진 않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작품을 택한다." "무거운 메인 메뉴를 먹었으니 가벼운 디저트가 먹고 싶은 느낌? 장르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10년 뒤 목표? "과학기술에 대체되지 않는 배우 되고 싶다" "그때 기대치에 비하면 엄청나게 잘 됐지. 연기학원 다닐 땐 우리 중 누군가 TV에 나오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들의 신이었다. 그땐 TV에 나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꿈을 이뤘으니 이미 데뷔 때 목표치는 이룬 셈이다." "얼마 전에 <라이언 킹>을 봤다. 그래픽이 정말 놀랍더라. 문득 10년 뒤에도 배우라는 직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 영화 <시몬>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CG로 만든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한다는 건데,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발달한 과학기술로 편안한 삶을 영위하실 바란다. 그 기술로 인해 대체되지 않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바른 사람들이 모여, 올바른 에너지를 지치지 않고 쏟아 만든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에너지가 시청자분들께도 잘 전달돼 좋은 반응을 얻고, 그 반응을 통해 즐거움도 얻었다. 정말 쉽지 않은 경험이다.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작품을 마치고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왓쳐' 한석규 말투 따라한 박주희 "혼내시려나 했는데..."

[인터뷰] OCN 드라마 <왓쳐> 조수연 경장 역의 배우 박주희

올해로 10년차 배우가 된 박주희에게 최근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박주희는 지난달 25일 장르물 마니아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시청률 6.6%로 막을 내린 OCN 토일드라마 < WATCHER >(아래 <왓쳐>)에서 조수연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세 남녀가 경찰 내부 비리조사팀이 되어 권력 실체를 파헤치는 심리스릴러 <왓쳐>에서 그가 맡은 과학수사팀 출신 감찰반 경찰 조수연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연을 가진 도치광(한석규), 김영군(서강준), 한태주(김현주)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인물이다. 더불어 그들의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주희는 자신이 '리틀 도치광(한석규)'으로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박주희가 그린 조수연 '한석규 흉내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란 아이디어는 자신의 캐릭터인 조수연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이다. 박주희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수연이란 캐릭터가 "배우로서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수연 역을) 잘 못 해냈으면 그만뒀을 것 같다"라며 "조수연 역은 나와 너무나도 잘 맞는 캐릭터인데 잘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배우로의 재능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09년 <영화, 한국을 만나다>로 데뷔한 박주희는 영화 <상류사회> <인랑> <오목소녀>와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이수아 역 그리고 <오늘의 탐정>의 백다혜 역으로 얼굴을 알려왔다. 그런 그가 오디션을 통해 따낸 <왓쳐> 속 배역에 큰 애착을 갖게 되 계기는 극중 비리수사팀 팀원으로 성장하는 조수연의 모습이 마치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끼면서부터다. 이런 애착은 캐릭터, 그리고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는 방법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조수연 역할을 더 조수연스럽게 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조수연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고 <왓쳐> 감독,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가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 중 실제 방송된 것들도 적지 않다. "김현주 선배, 진지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이번 작품에 러브라인이 없어 아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 러브라인까지 더해졌다면 부담이 배가 되었을 것이라고. 박주희는 "(러브라인 없이) 애매하게 표현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각 배역끼리의 케미가 더 좋아보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주희는 롤모델이 있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번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현주라고 답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큐 사인이 들어가기 전 김현주가 자주 하는 시그니처 포즈를 흉내내며 "선배님과 같은 길을 갈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배역인 조수연에게 흠뻑 빠져 몰입한 탓일까. 그는 최근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왓쳐>는 여운이 남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왓쳐>를 처음부터 몰아서 보려고 했다. (작품을 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헛헛하고 공허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일상에서 <왓쳐>가 사라진 허전함을 곱씹던 박주희에게 차기작에 대한 바람을 물었다. 다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처럼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디어 마이 프렌즈>나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를 좋아해서, 그런 느낌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면서 "더 늦기 전에 내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왓쳐>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고, 무한한 에너지를 습득한 배우 박주희가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을까.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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