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 아빠 미소 짓던 '동물농장 삼촌' 토니안 펑펑 울린 사연
 

'TV동물농장' 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 'TV동물농장'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이정민


< TV 동물농장 > MC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낸 토니안의 1년. 그 사이 토니에게는 '동물농장 삼촌'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토니는 이 수식어가 꽤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어린이들과 접점이 별로 없던 그에게, '동물농장 삼촌'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느끼고 거침없이 다가오는 꼬마 팬들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토니는 "어린이 친구들이 나를 되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더라. 전부 <동물농장> 덕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토니안은 무대 위 'H.O.T. 토니'일 때 가장 빛이 난다. 꾸준히 연예 활동을 해왔지만, H.O.T. 재결합 이후 부쩍 는 팬들의 숫자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팬들의 함성에, 토니안은 "나도 놀랄 정도로 많은 분이 와주고 계시다. 처음엔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사실 긴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진 않았거든요. 너무 감사한 일이고, 반갑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당연하게 누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항상 들어요. 언젠가 지금의 인기도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멤버들끼리도 이런 이야기 해요. 항상 잘해 주자, 실망시켜 드리지 말자, 더 노력하자...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죠." 

다시 만난 팬들, 반갑고 고맙다 
 

 지난 15일 올림픽홀에 열린 MBC <토토가3-H.O.T.>공연 스틸 사진

2018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 토토가3 H.O.T. 공연 스틸 사진.ⓒ MBC

 
사업, 방송 활동, H.O.T. 공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토니안은 "모든 것들을 다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과, 그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그게 가능하냐고 묻자 토니는 "잠을 줄이면 된다"고 답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때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모든 일은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잖아요. 제가 벌인 일에 대해서는 꼭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게 주어진 여러 역할 중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게 H.O.T.인 것 같아요. 이건 저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거든요. 처음 뭉쳤을 때 매년 1번 공연은 하자고 약속했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이 약속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토니의 오랜 팬들에게, 그는 '아픈 손가락'이다. 제대 후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고백해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일한다'는 그의 답변에, 팬들의 걱정이 깊어질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이렇게 스스로를 세게 몰아세우는 이유는 외로울 시간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20대에 너무 많은 것들을 갖게 됐지만, 저는 제 안의 어두움을 봤거든요. 그게 외로움이었어요. 제 우울증의 원인이었죠. 회사에서는 대표고, 가수로서는 선배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심적인 고통을 나눌 상대가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늘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주위에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바쁘고 힘들고 시간이 없지만,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위로 받기도 하고 일로 힐링 받기도 하고요. 2주에 하루꼴로 쉬는데, 전 그 쉬는 날이 더 쓸쓸해요."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무한도전-토토가3' 22년전으로 돌아간 H.O.T. H.O.T.가 15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5인 완전체로 <무한도전-토토가3>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이번 무대는 1996년 9월 데뷔한 H.O.T. 멤버 다섯 명(문희준, 장우혁, 토니, 강타, 이재원) 완전체의 17년 만의 콘서트였다. 1-2부 17일 토요일 오후 10시 25분, 3-4부 24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

2018년 2월 15일,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5인 완전체로 무대에 오른 H.O.T.ⓒ MBC

 
1년에 한 번, 사업가 겸 방송인인 토니안이, 다시 H.O.T.가 되어 무대에 오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9월 20일~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1년 만에 H.O.T. 콘서트가 다시 열린다. 6만 6천석 좌석이 7분 만에 완전 매진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토니안은 "팬들과 함께 하다 보면 최근 10년 정도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생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웃었다. 

토니안은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의 춤 선생님으로 유명한 배윤정 안무가와 함께 인터파크 아카데미 'Stage 631'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춤, 노래, 연기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 데뷔하고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토니안에게, 'Stage 631'은 어떤 의미일까. 제2의 H.O.T.가 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조카뻘 연습생들을 보며, 토니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얼마 전 배윤정 단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 때 이런 아카데미가 있었다면 나도 댄싱머신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래요. 하하하. 우리 멤버들은 제대로 된 훈련은 받지 못했지만 다들 센스가 좋았던 것 같아요. (웃음)

요즘 친구들은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평균 실력 자체가 굉장히 높아요. 군대에 있을 때 코인노래방이 있었거든요? 노래를 웬만한 가수보다 더 잘해요. 미국 가면 그냥 길거리에서 농구하는 친구들도 실력이 굉장히 좋거든요? 지금 우리나라가 그래요. 기본적으로 노래, 춤 실력이 다 상향 평준화돼 있어요. 어린 친구들 실력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팬들이 사랑한 토니안의 노래들, 하지만   
 

'TV동물농장' 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 'TV동물농장'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이정민


H.O.T.는 다섯 멤버들이 모두 자작곡 실력을 갖춘 싱어송라이터 그룹이기도 했다. 3집 때부터 멤버들의 자작곡이 앨범에 실렸고, 마지막 정규 앨범인 5집은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멤버들의 자작곡으로만 채워지기도 했다. 

SNS도 없고, 팬과 스타 사이의 소통 통로가 제한적이었던 1990년대. 팬들은 '오빠들이 쓴 노랫말'을 통해 오빠들의 '고민과 마음'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토니안의 곡들에는 어린 시절의 고민과 상처, 방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래서 많은 팬들은 그가 쓴 '홀로서기', 'Korean Pride', 'Natural Born Killer'와 같은 곡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토니안은 더 이상 곡을 쓰고 있지 않다. 가수로서의 활동보다 사업가, 방송인으로서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잠잘 시간도 없다는 토니에게, 혹시 곡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물었다. '신곡'에 대한 H.O.T. 팬들의 바람을 슬쩍 담아, 혹시 신곡을 준비하고 있는 멤버들은 없는지도 함께.  

"계속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멤버들이 있어요. 만약 앨범을 새로 낸다면, 받는 곡도 있겠지만 멤버들이 만든 곡이 들어갈 수도 있겠죠. 다들 음악 욕심이 많았던 친구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곡 작업을 너무 오래 안 해서...  

기회가 된다면 솔로든 그룹이든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점점 음악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음악을 하려면 심적 여유가 필요한데 지금은 여러 가지로 너무 바쁜 상태거든요. 누군가에게 맡겨 놓을 수 있는 성격도 못 되고요. 현실적으로 제가 플레이어로 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는 마음으로   
 

'TV동물농장' 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 'TV동물농장'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이정민


토니안은 요즘 2020년 하반기 데뷔를 목표로 남성 퍼포먼스 그룹을 기획 중이다. 현재는 멤버를 뽑는 단계. 거창한 목표보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사업가, 방송인, 돌아온 아이돌에 이어 이젠 '프로듀서 토니안'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더해진 것이다. 토니는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이런 계획은 없어요.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죠. 사실 요즘 지금이 내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더 이 순간을 최대한 길게,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어요." 

'마지막 페이지'라는 표현에 깜짝 놀라 왜 그런 표현을 쓰느냐 묻자, 토니는 곧 '마지막 하이라이트의 순간'이라고 정정했다.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을 만큼 현재가 만족스럽고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다시 묻자, 토니는 잠시 뜸인 뒤 "맞다. 하지만 그래서 (이 안정이 깨질까) 더 불안한 마음도 있다"며 말을 이었다. 

"H.O.T., 사업, 그리고 <동물농장>. 지금 제가 지키고 싶은 세 가지예요. 건강이 허락하고, 팬 여러분의 사랑이 존재한다면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멤버들과 무대에 오르고 싶고, 사업은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게 안정적이고 마음 편한 직장을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동물농장>도 마찬가지예요. 합류한 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물론 제가 없더라도 오래오래 유지될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저 역시 이 좋은 프로그램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해요." 

 

'TV동물농장' 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 'TV동물농장'SBS < TV동물농장 > 진행 1주년 맞은 토니안ⓒ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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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미소 짓던 '동물농장 삼촌' 토니안 펑펑 울린 사연

[인터뷰①] SBS < TV 동물농장 >과 함께한 토니안의 1년

2018년 2월, 수많은 소녀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1세대 아이돌 H.O.T.가 다시 한 무대에 올랐다. 오랜 기간 많은 팬들의 애를 태운 뒤에야 성사된 공연. 다섯 멤버들의 다음 행보에 수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토니안의 선택은 SBS의 장수 시사교양 프로그램 < TV 동물농장 >(아래 <동물농장>)이었다. 반려견 에드월드와 알렉산덕과 함께하고 있는 토니안의 동물 사랑이야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동물농장> 합류 소식은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 원년 멤버인 김생민이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자리인 데다, 신동엽·정선희 같은 베테랑 MC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완성된 팀워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니안은 정식 MC가 된 지 불과 몇 주만에 눈빛만 봐도 '척척'인 MC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고,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어느덧 1년. <동물농장> 연출자인 김규형 PD는 토니의 지난 1년을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평했다. 5년 차 <동물농장> MC인 장예원 아나운서는 "토니 오빠가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어느새 스며들었더라. 5년 내내 함께한 사이 같다"고 했다. < TV동물농장 >과 함께한 토니안의 1년 토니안이 생각하는 그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꼭 1년째 <동물농장> 녹화가 있었던 지난 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동물농장> 출연 결정이 조금은 의외였다는 첫 질문에, 그는 "<동물농장> 출연 제안을 거절할 연예인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토니안에게, <동물농장>은 시청자로 지켜볼 때도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동물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깨준 고마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토니안은 "유기견 문제, 강아지 공장 문제 등 <동물농장>의 문제 제기를 통해 달라진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을 체감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동물농장> MC가 되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한 뒤 이런 생각은 더 굳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종종 농담처럼 방송인들이 <동물농장>을 두고 '날로 먹는 방송'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토니안에게 <동물농장>은 "매 순간 모두가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진심이 없으면 안 되는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더 어려운 방송"이라고 했다. 울다 웃다... 인간의 모든 감정 느끼게 하는 < TV 동물농장 > 오프닝 촬영을 마친 MC들은 불 꺼진 스튜디오 한켠에 모여 앉아 함께 VCR을 시청했다. 약 45분 정도 분량의 영상을 보는 동안, 토니는 박수를 치며 웃다가 조용히 눈물을 닦기도 했다. 김규형 PD는 "토니가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교감의 폭이 크더라. VCR을 보다 펑펑 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녹화 때 우는 모습을 봤다며 말을 건네자, 토니는 "밝은 에피소드를 볼 때는 좋은데 오늘처럼 슬픈 에피소드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찬종 소장님, 너무 존경한다" 원조 '동물농장 아저씨'인 신동엽은 "자식이 있는 사람이 아이를 대하는 것과 자식이 없는 사람이 아이를 예뻐하는 거랑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나와, 반려견을 기르는 토니안이 보고 느끼고 배우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토니안의 높은 공감 능력을 칭찬했다. 토니안에게 동물들의 어떤 모습을 볼 때 반려견 에드월드와 알렉산덕이 떠오르는지 묻자 "일단 천재견은 아닌 것 같고..."라며 웃었다. <동물농장>에 출연하는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인 이찬종 소장에게 개인적으로 상담을 부탁한 적은 없었는지 묻자, 토니는 "부탁드리고 싶은 적 너무 많았다. 궁금한 이야기도 너무 많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참고 있다"고 답했다. ☞ [인터뷰②] 토니안이 지키고 싶은 세 가지, "사업-H.O.T. 그리고..."

아홉 번의 북한여행... 경찰·검찰이 그에게 한 황당 질문

[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 주인공 신은미씨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북한을 여행할 수 있다. 미지의 나라 북한에 대한 관심은 꽤 뜨겁다. 북한 역시 2000년 이후 꾸준히 언어 능통자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관광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2002년만 해도 19만여 명의 외국인이 북한을 찾기도 했다(한국관광공사 통계 기준). 만약 당신이 북한 여행을 다녀온 뒤 '대동강 맥주가 참 맛있었다', '실제로 가 보니 북한에서도 휴대폰 보급이 많이 돼 있더라' 등의 감상을 공유하고 타인에게 전한다면? 여타 여행지가 그렇듯 아무렇지 않을 일이 대한민국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명목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분단 70년 역사가 낳은 아이러니다. 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는 바로 재미 교포 신은미씨가 겪은 시련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라본다. 냉전 시대 산물이던 '레드 콤플렉스', 즉 맹목적 빨갱이 몰이가 여전히 폭력으로 발휘되는 현실 말이다. 투철했던 반공의식, 그런데 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신은미씨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그는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에 따라, 2020년 1월 9일까지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없다. 신씨는 2011년 10월 첫 여행 후 2015년까지 총 아홉 차례에 걸쳐 북한을 여행했다. 이후 <오마이뉴스>에 북한 여행기를 연재했고, 그 글을 묶어 출판한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엔 신은미씨의 성장 배경을 비롯해 한 시민단체 초청으로 북한과 통일 이야기를 담은 토크콘서트를 연달아 진행하는 과정, 도중에 한 고등학생에게 사제 폭탄테러를 당하는 모습, 그리고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하고 5년간 입국 금지조치를 당하기까지,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법원은 국보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강제 출국은 풀지 않았다. 애초 북한의 진짜 모습을 담고 싶었던 김상규 감독은 2014년 신은미씨를 만난 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쭉 관찰했고 방향을 수정, 지금의 영화가 나오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제겐 바로 어제 같은 일이다. 2014년 저에 대한 종북몰이는 기억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생의 일부"라며 신은미씨는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가 일반극장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에 (저도) 많이 놀랐다"고 개봉 소감부터 전해왔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신은미씨가 일종의 진보 혹은 과거 운동권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 반대다. 1986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자유당 의원이던 외할아버지, 독실한 기독교인인 어머니, 그리고 군인인 아버지 영향으로 오히려 투철한 반공의식의 소유자였다. 영화에도 나오듯 남편의 제안으로 북한 여행을 떠나기 직전 "(북한 사람들은) 뿔이 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는 그의 고백이 그래서 가능하다. 2002년 미국에 정착한 이후에도 그는 보수성 강한 미국 한인 기독교 공동체에 적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앨리스 죽이기>는 신은미씨 개인의 수난사이면서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이는 영화인 셈이다. 신씨의 첫 여행기 무렵부터 현재 상황과 심경까지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종북몰이 대체 왜 했을까? "여전히 의문" "그렇다. 지금도 비행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그때와는 좀 다른 이유에서다. 당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에서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들을 만날 생각에서 그렇다. 눈물 흘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9차례나 여행했으면 이젠 눈물을 흘리지 않을 때도 됐는데 북한을 여행하다 보면 끊임없이 눈물이 난다." "당시 감독님이 저와 동행하며 촬영을 해도 좋냐길래 그리 하시라 했다. 하도 세상이 험해서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봤다. 왜냐면 당시 종편을 비롯해 언론에서 허위 왜곡 보도가 난무했으니까. 그러나 그때 전 이 종북몰이 사건을 후일 영화로 만들 건지는 전혀 몰랐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뉴스를 듣고 영화화를 안 것 같다. 이후 감독님이 미국 저희 집에 와서 촬영하겠다고 연락했는데 그때 영화로 하는구나 확신했지.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누가 이런 영화를 본다고 비용을 들이나 싶어서." "종북몰이가 시작됐을 때 전 일정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모국이 저를 반기지 않는데 계속 강연 다니는 것은 모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SNS로 입장을 밝히고, 국회 강연만 마치면 돌아가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성명서를 언론이 왜곡하며 허위보도를 계속했다. 그게 제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주최 측은 절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전 통일 운동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재미교포 아줌마인데 그런 저를 초청해 봉변을 당하게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저도 그 부분이 여전히 의문이다. 제 첫 북한 여행기는 문체부에 의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돼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됐고 또 통일부는 저를 출연시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모두 박근혜 정부 때였다. 게다가 (토크콘서트 전인) 2014년 봄 전국 순회강연을 했다. 같은 강연을 2014년 겨울에 한 건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당시 주위에선 '통합진보당 해산을 위해', '정윤회 사건을 덮기 위해' 등이라 말하는 분도 있었는데, 전 통합진보당이 어떤 당인지 정윤회 사건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평범한 교포 아줌마를 마녀사냥 해 굵직한 사건을 덮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한편으론 박근혜씨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제 강연을 언급했을 정도였다 하니 정부 개입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한 비서관의 비망록이 나왔는데 이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가 메모 된 것을 보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부와 언론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통합진보당은 해산됐고, 전 강제 출국당했다." "전라북도 익산 강연에서 지금도 배후가 의심되는 폭탄테러를 당한 후 저희 부부는 주한 미영사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출국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공항 가는 차에서 제가 출국 정지당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결국 비행기 탑승이 불가했다. 그리고는 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 검찰 조사는 영화에 나오듯 무시무시하진 않았다. 상당히 친절했다. 경찰에서는 과일 대접을 받았고, 검찰에서는 부장검사로부터 아낀다는 차 대접도 받았다. 황당한 질문이 많았다. '평양에서 핸드폰 들고 통화하면서 걸어가는 사람들 연기하는 거 아닌가, 진짜 핸드폰인지 어떻게 아는가?', '대동강맥주가 정말로 아주 맛있다고 생각하나?', '북한 강물이 깨끗하다고 강연서 말했는데 북한 강물이 어떻게 깨끗할 수가 있나?', '왜 책을 감동적으로 써서 읽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우호적 생각을 갖게 했나?' 뭐 이런 식의 질문이었다. 변호사에 의하면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조항 위반을 찾아내려는 거라고 하더라. 참 머저리 같은 미개한 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제가 받은 느낌은 이들도 상부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사는 '위에서 들으면 더 곤란해지니 기자들과 인터뷰를 자제해 달라'고 하더라. 또 마지막에 제게 '살다보면 뜻한 바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선생님 상황이 그런 경우다. 한국에서 있던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시라'고도 했다. 저도 검사에게 말했다. '혹시 기회가 되면 꼭 북한을 방문해 보시라고. 그럼 제가 어떤 심정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북에 대해 한 말들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시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진정성 믿고 싶지만, 한편으론..." 이전 인터뷰에서 신은미씨는 입국 금지가 풀리는 대로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가로부터 모진 시련을 받았음에도 그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저에게 어떤 일을 했든 관계없이 남한은 제 모국"이라며 "더욱이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며 남북관계에 발전이 있으니 흐뭇한 모국"임을 강조했다. "원망한 적은 전혀 없다. 우연히 가서 본 북한에서 심성 고운 동포들을 만나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평화통일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남에서 종북몰이를 당하면서 민족 화합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또한,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됐다. 이 점이 가장 힘들었다. 오히려 남편이 제게 제안한 걸 후회할 때가 있다. 주로 종편과 일부 언론에서 아직도 '종북 마녀'로 오르내리는 걸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당신 탓이라며 한탄할 때가 있다. 그땐 오히려 제가 남편을 위로한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북한 여행을 갔던 제가 거꾸로 다독거린다. 2018년 이후엔 행복했다. 남북 정상이 네 차례나 만나고 북미 정상도 세 차례나 만나는 등 내 나라에서 평화의 기운이 솟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2014년 종북몰이 당시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제게 '이제 그만 보자'고 하신 어머니의 그때 말씀은 아마도 강연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당시 그 말씀을 갖고 어머니와 얘길 나누진 않았다. 그 얘길 끌어내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지금은 물론 잘 지내고 있다. 모녀지간에 '화해'라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제가 입국 금지 된 이후 어머니께서 1년에 한 번씩 미국에 오셔서 겨울을 나고 가신다. 긴 비행기 여행이 많이 걱정된다. 올해도 오실 예정이다." "미국인 북한여행금지조치는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후인 걸로 기억한다. 당시 북미 관계는 최악이었으니 그 조치는 이해했다. 그 이후 2018년 남북관계에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북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미국 대통령이 동방의 작은 나라, 특히 미국 적대국인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싶지만 한편으론 의구심도 갖고 있다. 혹시라도 북미 관계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그렇지 않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신은미 재단은 북녘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2016년 여름 북한의 두만강 지역을 비롯한 함경북도 지방에 대홍수가 발생해 수백 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고 십여 만 명의 이재민이 생겨났다. 그래서 비록 한 줌의 쌀이지만 동포들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모금하고, 사재를 보태 미국 재무부 허가를 받아 쌀 58톤을 사서 압록강 철교를 넘었다. 그래도 당시엔 북한 여행이 자유로워 재무부 허가만 얻으면 됐다. 지금은 국무부에 의해 미국 국적자의 북한 여행이 금지돼서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북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식량과 의약품인데 너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당시를 제3자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민족 분단이 얼마나 많은 비이성적, 비정상적 일을 가져오는지 이 영화가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종편 언론의 허위 왜곡 보도가 한 재미교포의 평범한 삶을 얼마나 파괴했는지 또한 보여주고 있다. 다신 그런 잔인한 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올바른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민족 화합과 평화다. 우리 남과 북, 교포들이 염원하는 통일의 길목으로 나아가는 시점에 이 영화가 시사하는 게 참 많을 것이다.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어 주신 김상규 감독님, 배급사 분들, 여러 관계자분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모국의 많은 분이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신 그런 공안 시절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걸 일반 시민들도 보시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나아가 평화통일, 민족 화합에도 관심 두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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