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가 있다. 바로 태국 오지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으로 열연한 안창환이다. 우스갯소리로 안창환 태국인설이 돌고, 연관 검색어로 '안창환 국적'이 나올 정도로 그의 태국인 연기는 현실감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촬영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국인 되기 위해 6개월 동안 태닝
 

배우 안창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배우 안창환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안창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배우 안창환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쏭삭의 말투에 익숙해진 시청자로서, 너무도 차분한 안창환의 실제 말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성격이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는 그는 벽이 허물어지기 전까진 사람에게 정말 못 다가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쏭삭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가장 궁금했다. 이 질문에 그는 "태국사람처럼 보여야하는데 그렇게 안 보일까봐 걱정이 컸다"며 "그래서 태닝도 시작하게 됐다"고 답했다. 태닝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6개월간 지속적으로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태닝숍에 가서, 그것도 사비를 들여 쏭삭의 피부색을 만들었다.

촬영 중에 시간이 안 될 땐 3일에 한 번씩 가면서라도 태닝을 이어갔던 그는 "6개월 동안 계속 하니까 점점 너무 힘들어져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장으로 보여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더 컸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내적인 면에 있어서도 준비 과정은 치열했다. 지인이 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태국 친구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그걸 보면서 독특한 억양 등을 살폈다. 연극배우인 아내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평소 맡은 역할에 대해 함께 토론하길 둘 다 좋아하는데, 대화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다고 했다.

그는 쏭삭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러시아 유학생활을 오래한 아내에게 그때 어땠는지 물었다. 혼자 타지에 있는 느낌을 굉장히 잘 아는 아내가 언어적인 어려움부터 가령 커피숍에 갔을 때 외국인인 자신을 무시할 때 느낀 기분 같은 걸 자세히 이야기해줬고 덕분에 쏭삭의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진정성있게 만들어갈 수 있었다. 

"쏭삭을 연기하는 게 말투를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쏭삭의 외모를 연기하는 것도 아니잖나. 인물의 진실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건데, 아내의 이야기들이 도움이 됐다."

무에타이 고수로서 반전을 보여준 극중 장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태국 왕실 경호원 출신이었던 쏭삭은 클럽 '라이징문'에서 조직폭력배를 무찔렀는데, 배역을 맡은 후에 배운 무에타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촬영 전에 감독님이 "발차기를 연습해놓으라"고 요청했는데 대체 어떤 발차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태국인이면 무에타이를 배우면 되겠구나 싶어서 액션스쿨에 다니면서 준비했다.

을들이 느끼는 통쾌함
 

배우 안창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배우 안창환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안창환 ⓒ 이정민


그에게 <열혈사제>의 쏭삭이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지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맞기만 하던 사람이 반전을 보여준 게 컸던 것 같다"며 "사회에서도 쏭삭처럼 참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거잖나. 그런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극중 함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 장룡(음문석 분)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우정으로 발전하는 결말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땐 뭔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너무 많이 맞았는데 한순간에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했는데, 역할 적으로 봤을 때 장룡도 본인이 속한 구성원 속에서의 외톨이고, 쏭삭도 다른 나라에서 온 외톨이라 쏭삭이 동질감을 느껴서 다가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한이 태국사람인 쏭삭을 품어줬듯이 쏭삭도 장룡한테 똑같이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패러디도 나오고 풍자적인 게 주되게 표현된 드라마지만 그 안에 알맹이는 따뜻함을 품고 있다"며 이 점을 드라마의 인기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연극만 하려던 그, 브라운관 문을 두드린 이유
   

배우 안창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배우 안창환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안창환 ⓒ 이정민


2008년 정식으로 대학로 연극무대에 서며 데뷔한 안창환은 줄곧 연극만 해오다가 지난 2017년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브라운관에도 데뷔했다. 그는 "도봉순 이후 관계자분들이 잘 봐주셔서 오디션 기회도 많이 생겼고,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만나게 됐고 <열혈사제>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묻자 그는 "아주 단순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친구가 TV에 잠깐 나왔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나도 할래 해서 연극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온 것이었다. 연극배우로서 살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의 흔들림 없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며 나의 추측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다.

"별다른 사건 없이 그냥 쭉 연극을 해왔다. 다른 직업을 가져볼까 생각한 적도 없고 아무런 의심 없이 해온 것 같다. 학원가서 입시준비해서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처음 본 게 선배들이 하는 공연이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연극만 해야겠다 생각하고 계속 했다. 연극하면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주변에서 말해도 '나는 이거 해서 돈도 벌고 잘 살 건데? 내가 보여줄게' 생각하고 해왔다. 연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온 것 같다." 

그랬던 그가 방송 연기로 눈을 돌리게 된 건 지난 2013년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면서다. 2011년에 연극 연습을 하다가 만난 부인과 결혼하고 현재 4살 아들이 있는 그는 "연극만 하겠다던 게 저의 고집이었을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을 위해) 다른 쪽으로도 도전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을 보며 계속 도전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연극을 향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극을 계속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물론 계속 할 건데 올해는 조금 더 방송이나 영화 쪽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추후 상황이 되면 할 것"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열혈사제> 시즌2가 이어진다면 어떤 모습의 쏭삭으로 돌아오고 싶은지와, 다른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었다. 

"시즌2를 상상했을 때 어학당에 취직해서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한글을 가르치는 쏭삭도 떠올려봤고, 중국집 사장이 돼서 요한과 장룡을 직원으로 두고 장룡을 배달시키는 것도 생각해봤다. 다른 작품은... 저는 역할을 떠나서 멜로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 로맨스든 치정멜로든 짝사랑의 멜로든 그런 장르를 해보고 싶다."
   

배우 안창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배우 안창환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안창환 ⓒ 이정민

열혈사제 쏭삭 안창환 SBS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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