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상' 이수진 감독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이수진 감독에 대해 두 가지 편견이 있었다. 하나는 사진을 보지 않고 이름만으로 여성 감독일 거라 생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만 보고 상당히 세고 거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둘 다 틀렸다. 12일 늦은 오후 영화 <우상>의 인터뷰차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은 약간 지친 기색이었지만 단정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작품으로 먼저 뵀는데, 첫인상이 부드러우신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네자 이수진 감독은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라면서 웃었다.

이수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한공주>와 <우상> 속에 나오는 군상들은 모두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간의 악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수진 감독은 이들의 민낯을 들추면서 카메라에 끝까지 잡아낸다. 러닝타임이 144분에 달하는 <우상>은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테이크를 많이 가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더 좋은 장면이 나오게 하기 위함인가?
"원하는 컷이 있어 이를 찾기 위해 테이크를 많이 가는 것 같다. 영화는 한 명만 잘해서 되는 작업이 아니다. 중심에는 배우가 있지만 기술 스태프도 있고 모든 합이 잘 맞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상의 컷을 찾기 위해 테이크를 간다. 물론 '어? 괜찮은데? 그런데 한 번 더 갈까?'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소소한 것이기 때문에 말 없이 '한 번 더 갑시다' 하고 (촬영을) 들어간다."

-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오케이'를 하면 감독의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그 장면 그대로인가?
"그런 경우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시간상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되도록 '오케이'를 잘 부르지 않는다. '오케이'라는 말이 감독에게는 소중하기도 하고 무서운 말이기도 하고 또 따지고 보면 '오케이'라는 게 없기도 하다. 정말 영화가 완성이 됐을 때 더 이상 손대지 않아도 될 때가 '오케이컷'이지 촬영하면서 '오케이'라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

- 완벽주의자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웃음) 그런 마음이 있어서다. 시간을 돌릴 수 없지 않나. 오늘 이후에는 이 장면을 찍지 못하니까 집중하고 그 순간에 충실하려고 하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영화 '우상' 스틸 사진

영화 '우상' 스틸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 장르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 영화 <한공주> 당시에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실제 사건을 재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그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나?
"당시에는 <한공주>가 재연 영화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한공주> 때 약간 실패를 한 것이 영화나 포스터, 전단지에도 실화라는 말은 하나도 없고 실제로 실화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되면, 나를 포함해 지금 이 시대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면죄부를 받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가 되잖나. 앞으로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보여야 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면 과거의 이야기로만 보이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화 모티프라는 게) 오픈이 됐다.

<우상>도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서 시작은 했지만 되도록 장르 영화로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장르 영화로서 우선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현실과의) 접점이 생긴다면 생각해보면 좋겠지만 내가 먼저 포장을 해서 관객에게 보여주면 영화를 볼 때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다. 어떤 소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건 영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 그렇다면 이번 영화의 원칙은 '장르물로서 봐달라'는 것인가?
"원칙까진 아닌데 장르물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고, 영화가 끝난 다음에 관객들끼리 이 영화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 영화를 먼저 본 기자나 평론가들 역시 영화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갖고 있더라.
"나는 그게 좋은 것 같다.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만큼 재미 없는 게 없지 않나. 두 명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모든 해석이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의 해석이 옳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 장르물을 강조한 만큼 러닝타임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을 집중시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고민을 하셨나?
"러닝타임은 사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나왔다. 시나리오를 보면 분량이 나오니까 140분에서 150분 사이의 영화가 되겠다 싶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나름대로 분명 긴장감이 있고 사람들이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요소들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영화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10분에 한 번씩은 사람들이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나 요소들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분들이 선입견 없이 편하게 영화를 보면 나름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관객분들의 해석이 옳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이정민

  
- 한석규 배우가 처음 캐스팅이 되고 나서도 이 영화가 과연 만들어질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웃음) <한공주>로 성공을 거두셨지 않나. 물론 성공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대중적인 상업영화가 아니라 <우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한공주>를 성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 건 맞다. <한공주>를 많은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니까. 그런데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상업 영화의 틀 속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상업영화를 하게 됐다."

- 그러니까 <우상>이 상업영화이지만 대중적인 영화의 모습은 아니다.
"약간 차별성이 있다. 우상이라는 영화가 그냥 한 인물에 이입해서 쭉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다. 보통 한 인물에 이입해서 쭉 따라가는 게 편하게 영화를 보는 방식이라면, 이 영화는 세 인물이 나오는데 이입보다는 떨어져서 전체를 바라보며 영화를 볼 필요성도 분명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 <한공주>도 그렇고 <우상>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들이 시나리오를 쓰는 계기가 되는 걸 보면 신문 읽기를 자주 하시는 것 같다.
"일부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신문을 본다거나 하진 않는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40대 남성이 뉴스를 보는 그 정도의 사람들처럼 인터넷으로 뉴스 기사를 본다. 그런데 그 뉴스들을 접하다 보면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지점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그것들이 내게 영향을 미치게 만들기도 하고 사고하게 만든다.

따로 스크랩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일기 비슷하게 글은 쓴다. 거의 뭐 난장판이다. (웃음) 욕을 쓸 때도 있고 '영화에서도 안 일어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 '내가 시나리오를 그만 써야지, 시나리오보다 더한 현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 어떤 시나리오가 이걸 이겨낼 수 있겠어?' 같은 잡다한 말을 쓴다."

"세 번째 작업도 천우희와?..."
 

'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우상>으로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오셨는데 어떠셨나?
"좋았다. <한공주> 때 많은 해외 영화제에 다녔는데 거의 혼자 다녔다. 처음이다 보니 오라는 데는 거의 다 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만이 아니라 배우들도 같이 가고 스태프들도 같이 갔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첫 상영 때 천우희 배우, 설경구 선배랑 영화를 같이 보고 밤에 같이 맥주 한잔 했던 게 참 좋았던 것 같다."

- 천우희 배우는 <한공주> 때 다른 영화제에 같이 안 갔나?
"<한공주>와 전혀 상관없이 마카오 영화제를 같이 시사하러 갔다. 아무래도 영화도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나 혼자 가게 됐다."

- <우상> 시나리오를 처음에는 천우희 배우에게 안 주려고 했다던데?
"안 주려고 한 게 아니다. 기성 배우 중에 내게 1순위가 우희다. 한 번 작업을 했고 따지고 보면 내가 아는 배우가 거의 없는데 그 중에서도 아는 배우가 천우희 배우다. <우상>이 중반까지는 련화(천우희 분)를 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련화를 꽁꽁 숨겨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기성 배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홍보도 해야 하고 포스터에도 나와야 하고 갖은 활동을 해야 하잖나. 처음에는 그런 걸 안 해도 되는 신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있었다.

그러다가 '과연 천우희가 아니고서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조금 뒤늦게 줬다. 그러다가 천우희에게 욕먹었다. (웃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해주니 또 이해하더라. 결과적으로 천우희였기에 련화라는 캐릭터가 힘있게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고맙다."

- <한공주>와 <우상> 사이 천우희 배우에게 달라진 점이 있었나?
"많이 달라졌다. 더 성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배우로서 현장에 있을 때도 그렇고 영화 외적으로도 그랬다. <한공주> 때는 제한된 시간 안에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희라는 배우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면 <우상>을 통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좋다."

- 세 번째 작업을 같이 한다면? (웃음)
"아휴, 뭐 시나리오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 설경구 배우와 한석규 배우와 작업은 처음이었는데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설 선배님의 가장 큰 장점은 기교나 기술을 부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가식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 연기를 할 때 너무 힘들면 기교를 부릴 수도 있는데 모든 테이크를 진은 빠질 대로 빠지고도 진심으로 모두 한다.

한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제일 큰 형님이다 보니 현장에서 스태프들도 많이 다독여주고 항상 크게 바라본다. 시간이 초과됐을 때는 조용히 내게 와서 '감독님, 시간 얼마 없어. 오늘 이거 다 찍어야 한다며'라고 이야기하신다. 그러면 '알았어요. 선배님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고 '시간이 없다니까' 이러고 가신다. (웃음)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영화의 이야기를 좋아해주고 지지해준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사람이 보이는 영화였으면, 단지 소비되지 않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한공주>도 <우상>도 끝까지 가면 무엇이 나올까를 고민하는 작품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두 작품은 예산의 규모나 서사나 상당히 다르지만 어떤 스토리에 매혹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인위적으로 끝까지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개연성이 없다면 그렇게 향해 가지 않을 것 같다. 충분히 납득이 되고 관객에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작은 것이지만 중식의 머리가 왜 노랗냐고 물어본다면 멋부림에서가 아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똑같이 노란 머리를 한) 구남(중식의 아들)의 모습에서 중식과의 관계가 바로 연상되지 않나. 그런 개연성이 흥미롭고 재밌다.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말이다. 나 스스로 납득이 돼야지 끝까지 가는 것 같다."

- '인간성의 면에서 끝까지 몰고 가 보고 싶은 게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악한 사람들이 나오지 않나.
"명회(한석규 분) 같은 경우 막연하게 악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의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실의 인물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마음 속에 사실 선도 있고 악도 있는데 우리가 악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잘못된 선택을 하면 뒤바뀌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고 생각했다. 명회 같은 경우에는 선으로 시작해서 악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 사람 안에 선이 없느냐? 내면에는 양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죄책감을 갖지만 다시 선으로 뒤바뀌느냐? 그렇지 않다. 그 과정을 거쳐 극한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앞으로 작품을 해나가면서 탐구해나가고 싶은 화두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이 있나?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사람이 보이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단지 소비되지 않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내게는 영화가 조금 특별한 것 같다. 단지 직업이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직업 그 이상의 무엇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나중에 없어지고도 영화라는 건 항상 남지 않나.

또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영화를 통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한 편 한 편 찍는 게 소중하고 신중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할진 모르겠다. 만약 다시 영화를 하게 된다면 <우상>의 결과를 보고 복기를 해보고 다른 지점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로 인해 나도 생각하고 보는 사람도 생각하면 좋은 게 아닐까. 사유할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

- 예산이 확 늘어난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나 그런 건 있나?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영화를 만드는 자세가 달라지진 않았다. 만약 달라졌다면 <한공주> 때보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30대하고는 체력이 좀 다르다는 걸 느끼긴 한다. (웃음) 영화를 대하는 건 여전히 똑같다."
 

'우상'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영화를 만드는 자세가 달라지진 않았다. 영화를 대하는 건 여전히 똑같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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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김혜자 선생님과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꿈만 같다"

[인터뷰] 남주혁, 드라마 '눈이부시게' 속 연기력 비결 물었더니

남주혁은 인터뷰 중 가끔 미소를 지었다.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말하거나 배우 김혜자와 함께 연기했던 순간을 말할 때 특히 더 그랬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지난 19일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종영했다.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김혜자·한지민 분)의 연인 '준하' 역할을 맡은 남주혁에게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 남주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 '연기를 잘 한다'는 시청자들의 찬사를 들었다. 준하라는 캐릭터 자체도 남주혁과 어울린다는 반응이었다. 준하는 기자 지망생으로 올곧은 성품을 갖고 있지만 지독하게 가난한 현실에 타협하게 되는 인물로 복합적인 감정선을 드러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시간을 넘나들기까지 한다. 어려운 역할이었던 셈이다. 남주혁은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칭찬에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고민이 많이 된다"고도 말했다. 칭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남주혁의 연기에 대한 고민은 그렇기 때문에 현재진행형이다. 19일 오후 드라마 종영 직전 배우 남주혁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민이 많이 된다. 내가 이번에 잘했다기보다는 좋은 (배우) 선배님들과 감독님을 만났기 때문에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항상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고민이 된다." "나도 그런 성격이면 좋겠는데 항상 칭찬을 받는 게 쑥스럽고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받아야 한다면 감독님과 같이 한 배우 선배님들이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참 나도 요즘 들어 많이 듣는 이야기가 '(연기력이 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 '연기 선생님이 누구냐'는 말을 듣고 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잘하려고 했다. 그런데, 매작품마다 그렇게 마음 먹고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번 작품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닐까 싶다." "아... 그 장면 같은 경우에는 사실 울고 싶지 않았다. 혜자 선생님이 '사는 게 참 별 거 아닌 것 같지 않냐. 나는 내 인생이 애틋하다. 너도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져내렸다. 준하라는 친구가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 사실 눈물조차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사는 게 별 거 아니지'라는 대사부터 가슴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것이다. 미쳐버리겠더라." "너무나 많다. 연기라는 게 참 쉬운 게 아니더라. 그런데 칭찬만 받았으면 내 성격상 나태해졌을 것 같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댓글 등이) 상처라기보다는 좋은 계기가 됐다." "너무 잘해주셨다. 모든 선배님들이, 너무 잘해주셨다. 행복했고 많이 웃었다. 옆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특히 항상 혜자 선생님 옆에 있었던 것 같다." "준하는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힘든 인생을 사는 과정 중에 젊은 혜자(한지민 분)라는 친구가 들어온 것이고 같이 속마음을 터놓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생긴 것이지 않나. 유일하게 마음의 벽이 있었던 게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짧은 인연이라도 많은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걸 털어놓았는데 젊은 혜자가 어느 순간 사라졌고 다른 혜자 선생님(김혜자 분)이 다가오셨을 때 마음의 문이 닫혔다. 준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할머니가 내게 왜 친한 척을 하지, 했던 것 같다. 특별히 준비했다기보다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열어놓고 연기했다." "참 안타까웠다. 이 친구가 유일하게 의지하면서 살아갔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세상이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절망 속에 빠진다. 이 친구가 정말 인생을 포기하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홍보관에 들어가서도 타고난 심성이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잘해주고 그것만은 진심인 것 같다. 착한 친구를 세상은 왜 이렇게 힘든 쪽으로 몰아가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얘가 너무 바닥까지 가니까. 그럼에도 나도 언젠가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제가 인생에서 경험한 것이 많진 않지만 비슷한 게 느낀 점들이 있으면 조금이나마 제 인생 경험을 생각하면서 다가갔다. 매변 작품을 할 때마다 그 부분은 같았다. 그리고 준하라는 캐릭터에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되진 않았다. 감독님도 계셨고 옆에 함께 하는 선배님들도 든든했다. 이번 작품의 경우 나 스스로 잘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많은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방송되기 전까지는 겁이 났다. '얘는 또 아무 것도 안 한다'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번에도 연기를 했다. (웃음) 예를 들자면 캐릭터가 어떤 감정에 있을 때 이걸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도 티를 안 내는 사람이 있고 너무 슬픈데 그 자리에서 울지 않고 밖에 나가서 우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 노력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준하는 감정을 숨기는 아이일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뭔가 더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스타일이 너무 좋았던 게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서너 대가 돌아간다. 한 번에 몰입해서 집중해 연기할 수 있었다. 혜자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 정말 대본을 열심히 보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옆에 가서 항상 대본을 맞춰드리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처럼만 성실하게, 지금처럼만 초심을 잃지 말고 더 멋진 배우가 되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미소) 항상 연기를 하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나에겐 솔직히 아직도 꿈 같다. 혜자 선생님과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돌아가지 않겠다" "모르겠다. 나는 원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주변에서는 요즘 눈빛이 참 슬퍼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원래 쉽게 빠져나오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오래 생각이 남는다. 계기들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좀 더 고민을 하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영화 <안시성> 이후로 상을 받고 좋은 선배님들도 만났는데 그럼에도 부담감이 있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지금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고 해내야 할 것도 많다." "우선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 더 공감이 되는 연기를 하고 싶다. 또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나와 함께 하는 인연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해야 할 게 많지 않나.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랑, 할머니랑 같이 봤다. 할머니가 내가 중학교 때 거실에서 TV를 보시다가 주혁이도 저기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연기자에 대한 꿈이 없을 때다. 농구 선수가 되면 TV에 보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연기를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번에 할머니랑 같이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있는 입장이 됐는데 할머니의 꿈을 이뤄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고 좋더라. 원래 일찍 주무시는데 늦은 시간까지 보시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더라." "정확한 날짜를 아직 모르겠다. 머지 않아 들어갈 것 같긴 한데 작품 준비를 하지 않고 쉬고 있다. 이대로 들어갔다간 준하로서 들어가게 될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나는 기준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 선택을 하는 편이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 아니라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내가 맡은 캐릭터가 공감을 줄 수 있다면 역할에 상관없이 어떤 작품이든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까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물론 거친 역할도 너무 해보고 싶다. 많은 역할을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다. 연기자라면 다양한 연기를 해보는 게 꿈일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서 <눈이 부시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21살 때 연기자의 꿈이 생겼고 당장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안 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10년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서른살이 됐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목표랑 꿈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이 내게는 너무 큰 메리트다."

"굶으며 촬영했더니, 인생작?" 유준상이 밝힌 '간 이식' 비밀

[인터뷰] 인기리 종영 <왜그래 풍상씨>, 배우들 "제발 NG 좀 내라"한 사연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은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속 이풍상 캐릭터 그대로였다. 풍상씨처럼 온정적이고 유쾌했으며 시청자들에게 미움 받았던 인물들까지 모두 이해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어느 카페에서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아직 드라마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도 동생들이 보고 싶고 감독님과 현장이 그립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드라마를 추억했다. 지난 14일 <왜그래 풍상씨>는 자체 최고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이다. 유준상 역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문영남 작가가 유준상을 걱정했다? <왜그래 풍상씨>는 그동안 <소문난 칠공주> <수상한 삼형제> 등 주말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문영남 작가가 처음으로 수목으로 자리를 옮겨 집필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주말극 특유의 '가족주의'를 표방하는 이야기였다. 유준상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유준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얻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감정 연기로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유준상은 호평에 쑥스러워 하며 '작가님의 특훈'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대본 리딩을 할 때만 해도 문영남 작가가 유준상의 연기력을 걱정했다는 의외의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덕분일까. 그는 정말 "NG가 없는 촬영 현장이었다"며 "새벽 촬영도 거의 없었다"고 자랑했다. 첫 회부터 화제가 되었던 장례식장 신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하루 밤 만에 모두 찍었다고. 막장 드라마 비판, 속상했던 이유 사사건건 사고만 치는 동생들과 어머니를 감싸 안으려 하는 이풍상(유준상)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이기적으로 그려지는 가족들의 면면에 대해 '막장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유준상 역시 이러한 반응에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유준상은 시청자들의 미움을 많이 샀던 이화상(이시영), 이진상(오지호) 캐릭터에 대해서도 변호하려 애썼다. 그는 "그런(이기적인) 사람이 우리집에 많이 있을 뿐이지. 현실에는 더 심한 사람도 많다"고 항변하며 촬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에피소드는 역시 풍상의 간암 투병이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방영된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과 1TV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가 모두 간 이식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을 그리는 바람에, KBS 드라마들은 '별주부전'이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이 "저쪽 (드라마의) 간을 받아서 풍상이를 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즐거운 현장이었지만 막상 간암 환자 연기를 해야 하는 유준상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드라마에 몰입하느라 식사도 걸렀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척 형님이 실제로 간암이셨다. 둘째 아들이 형님에게 간을 줬다더라. 그래서 간암 증상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며 "밥을 안 먹고 간분실(신동미)이 오면 '밥 뭐먹었냐'고 묻고 부러워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안쓰러워 하더라. 사랑 많이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백살' 유준상, 그에게 무대란... 유준상은 이날 인터뷰 내내 '반백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1969년생인 그는 올해로 51세가 됐다. 그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반백살'을 맞은 시기에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고. 연출을 맡은 진형욱 감독과 동년배라는 그는 현장에서도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드라마 촬영을 끝낸 유준상은 며칠 쉬지도 않고 바로 뮤지컬 <그날들> 공연에 합류한다. 오는 31일이 그의 첫 공연날. 유준상은 드라마, 영화 출연을 계속하면서도 매년 잊지 않고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그날들>에는 지난 2013년 초연부터 참여해 이번이 벌써 4번째다. 그는 "내 (연기의) 첫 시작이 무대였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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