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을 연출한 이한 감독.

영화 <증인>을 연출한 이한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2016년 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증인>을 심사했던 이한 감독은 내심 욕심을 내고 있었다. "감정을 많이 움직이고, 새로우면서도 좋다"는 느낌을 안고 있던 그는 현재 투자배급사의 영화화 제안에 기꺼이 응했다. 그렇게 삶에 지친 변호사 순호(정우성)와 자폐를 앓는 소녀 지우(김향기)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3) 등 작품에서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 이한 감독에게도 <증인>은 나름 큰 도전이었다. "법정극은 개인적으로 처음 하는 것이었다"며 "잘 모르는 분야지만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날 정도로 원작 시나리오가 줗았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믿음

"사실 예전에 법정 영화 시나리오 연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못한다고 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였고 자신이 없었거든. 근데 이번엔 잘 몰라도 도전하고 싶었다. 잘 찍고 싶었다. 원작이 너무 좋았는데 각색할 때는 조금 더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의견이 가진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캐릭터들도 (원작보다) 다양하게 넣었다. 순호의 움직임을 따라 감정이 흐르게 말이다."

그래서 추가된 인물이 극중 순호의 대학 동기이자 현재에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인(송윤아)과 순호의 아버지(박근형)였다. 두 캐릭터는 현실에 타협해 민변의 길을 접고 거대 로펌에 들어간 순호의 양심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건드리고 되묻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생활고와 빚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를 버린 순호는 그래서 영화 내내 갈등하다가 결국 지우를 만나며 폭발하게 된다.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는 게 이한 감독의 주요 임무기도 했다. 

사실 변심하거나 예전의 길과 상반된 길을 택한 사람이 더 돌아오기 어려운 법. 그만큼 스스로 합리화를 강하게 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감독은 동의했다. "영화에서 다 설명하진 않지만 현실에서 상처받고 어떤 벽을 느꼈기에 순호는 신념을 저버리게 됐을 것"이라며 이한 감독은 "수인과 아버지, 지우가 신념을 되찾게 하는 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 사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배우분들에겐 그걸 강조하진 않았다. 연기하는 데 족쇄가 될까봐. 다만 한 가지만 말했다. 정우성씨에겐 순호가 너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세월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우성씨도 '순호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간단하게 물으시더라. 촬영 초반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순호 같은 표정을 지어달라'고 뜬금없는 디렉션을 했는데도 배우는 해보겠다고 하시더라. 나머지는 시나리오 안에 이미 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우성씨도 그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영화 <증인>의 한 장면

영화 <증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알기 위한 노력들

또 하나의 과제가 있었다면 바로 김향기가 연기한 지우였다. 이미 자폐가 있는 인물이 여러 영화에서 묘사된 만큼 이한 감독 역시 허투루 할 순 없었다. "실제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분을 인터뷰하고, 책도 보면서 제가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이한 감독이 설명을 이었다. 

"(나는 자폐를)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었더라. 스펙트럼 장애로 굉장히 고생하는 분도 있지만 노력하면서 비장애인과 소통하는 분들도 많았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선입견이란 게 참 무책임하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만나면서 도움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특성과 개성이 있듯이 스펙트럼 장애인들도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더라. 그런 분을 전문적으로 대하시는 의사 선생님도 만나고 그랬다.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분들이 하는 클라리넷 앙상블이 있는데 그 모임을 종종 찾았다. 먼저 제게 인사하고 말을 거시더라. 훈련과 경험을 통해 이 분들도 다른 사람과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랬기에 이한 감독은 자폐를 앓는 캐릭터가 등장한 소위 유명한 영화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딱 하나 열심히 판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템플 그랜든>이란 작품이었다"며 감독은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교수의 이야기를 영국 BBC가 영화화한 건데 우리 영화에 도움이 된 장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동시에 일련의 과정에서 이한 감독은 하나의 화두를 갖게 됐다. 바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증인>에서도 이 물음에 감독 나름의 결론이 묘사되기도 한다. 

"어떤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흔히들 자폐는 비장애와 섞일 수 없다고 하시는데 제가 공부한 걸 토대로 보면 충분히 가능하고 좋아질 수 있겠더라. 물론 장애인 입장에선 처음엔 그게 고통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말에 지우를 특수학교에 보내는 설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미 비장애인 버금가는 지능이 있는 아이가 어디에 있으면 행복할까 생각하며 지금의 결론을 내렸다. 비장애인과 함께 사는 게 좋은 거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겠더라. 조금이라도 지우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영화 <증인>을 연출한 이한 감독.

"기본적으로 전 사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배우분들에겐 그걸 강조하진 않았다. 연기하는 데 족쇄가 될까봐. 다만 한 가지만 말했다. 정우성씨에겐 순호가 너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세월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 말미 남은 질문을 던졌다. 바로 순호가 속한 로펌 리앤유에 대한 실제 모델에 대한 물음이었다. 영화 첫 장면 순호가 광화문 세종대로를 건너는 장면, 리앤유가 변호하는 사건 등을 종합해 유추하면 지금의 김앤장을 은유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약자보다는 기득권, 권력층을 변호하며 몸집을 키워온 곳으로 알려진 데다. 이한 감독은 "김앤장을 특정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직업 윤리 관점으로 접근했다"며 "너무 부패한 법조인들이 많잖나. 그것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에게 공감을 주려면 조금 더 지금 세계 공기와 맞닿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9년에 개봉하는 것이니 <증인>이 반드시 지금 만들어져야 할 이유가 있었으면 했고, 특히 법조인이면 그런 공기가 잘 전달될 것 같았다. 제 나이(1970년생)가 되면 공통으로 느끼는 그런 불합리함, 법이 잘못 판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불합리로 보이는 결과들이 누적이 됐던 것 같다. 마음에서 그걸 지울 수가 없더라.

매스 미디어 역시 너무 대립을 강요하는 것 같다. 그게 인간의 본성인지 어떤 특정인의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 미디어가 갈등을 조장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받아왔다. 실제는 다른데 왜 부각시키지? 그래서 <증인>을 보시면서 잠깐이나마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에선 물론 거기까지 표현은 안 했지만, 자기와 처지가 다른 사람을 생각해보게 된다면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가 조금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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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쪼는 거 습관됐어" 염정아 탓에 시작된 오나라 애드리브

[인터뷰] < SKY캐슬 > '찐찐' 진진희 역할 맡은 배우 오나라

배우 오나라는 아직 드라마 < SKY캐슬 >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드라마 끝낸 실감이 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감이 살짝 나려고 했는데, 광고라든지 '찐찐이'를 궁금해 하시는 쪽이 있어서 출연하고 있다. 그 촬영 스케줄이 끝나면 실감이 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 SKY캐슬 >에서 '진진희' 역할을 맡은 오나라에게 '찐찐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진진희'는 얄미웠지만 그만큼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오나라가 진진희를 매력적으로 연기한 덕분에 황치영 교수(최원영 분)에 호감을 넘어 애정을 느끼는 초기 설정은 드라마가 진행되던 중간에 거두어졌다. 오나라는 인터뷰 내내 '진진희'를 '찐찐'이라고 부르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나라를 많이 녹였고 보여준 캐릭터라 애정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활짝 웃었다. 1997년에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오나라는 이후 뮤지컬계에서 활동하다가 2008년즈음에 TV와 영화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품위 있는 그녀> <나의 아저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지난 8일, 그녀가 < SKY캐슬 > 포상휴가를 떠나기 직전에 서울 양재동에서 만났다. 오나라는 "요즘 팬 분들이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번씩 (게시물을) 안 올리면 빨리 올리라고 하셔서 열심히 올리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은 젊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이건 기적" "기적. 기적이다. 로또 같은 이런 일이 모두에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배우가 존재감을 인정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적 같다. 예전에는 배역 이름으로 불렀는데 이제는 '오나라'라는 이름을 알아봐 주시는 게 재밌고 좋고 꿈만 같다." "의외로 내가 (김)서형 언니랑 케미가 잘 맞더라. 촬영장에서 한 번은 만나겠지, 언제 만나나, 내가 만나면 시원하게 욕 한 번 해 주겠다고 말했는데 결국엔 못 만났다. 언니는 약간 터프한 느낌이라면 나는 귀염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도 잘 어울렸다고 본다. 촬영했을 때는 긴장해서 정신이 없다가 예고편을 봤는데 언니가 내 손목을 잡고 끌고 들어오는데 너무 멋있었다. 선배 오빠가 나를 잡아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시청률이 15%가 넘었을 때부터 이미 (시청률에 대한)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수치보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게 생겨서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면서 달려 왔다." "전혀 아니었다. <품위 있는 그녀>도 2.1%로 시작했다. 내게는 같은 경험이 있었고 1부를 보는 순간 시청자들에게 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부터는 입소문 나면서 터지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주 시청률이 올라가는데 한 12%까지 올라갔을 때는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나에게 또 이런 일이 일어나? <품위 있는 그녀>가 12%로 끝이 났고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뛰어넘으니 심장이 뛰는 느낌이었다." "내게 좋은 작품들이 찾아와 주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는데 이번에 < SKY캐슬 >로 정점을 찍어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다. 그런데 차기작 어떡하나?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할 텐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싶다. 끝나고 나니까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한다."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역할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5개월이 넘도록 고통스러웠다. <나의 아저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팬카페가 있는데 거기 가입해서 정모에 나가 밤새도록 술마시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빠져서 살았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차기작을 찾아보다가 이 작품을 만난 것이다. 시놉시스에 진진희의 성격이 나오는데 <나의 아저씨>의 '정희'랑 반대되는 역할이다 싶어서 냉큼 물었다. 아마 염정아 선배님 다음으로 내가 캐스팅 됐을 것이다. 정말 잘 선택했다." "염정아 선배님은 연기를 시작한 20대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분이었다. <간첩>이라는 영화를 같이 해서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나오는 신이 없어 바라만 봤다. 그러다가 이번에 바로 옆에 붙어서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잔주름, 땀구멍까지 연기를 하는 분이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다. 오히려 같이 연기하면서 더 존경스러워진 선배님이다. 그리고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후배들을 챙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진희라는 역할이 한서진(염정아 분)을 롤모델로 따라야 하는 역할이지 않나. 내 운명이더라. 언니를 보면서 연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쫄아서 순간 '아 쪼는 거 습관 됐어'라는 대사가 나왔다. 그게 애드리브 퍼레이드의 시작이었다." "엄청 많았다. 애드리브 퍼레이드를 나열하면 오늘 인터뷰 끝날 수도 있다. 애드리브를 안 한 신이 없다. (웃음)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은 다 했고 거기에 플러스로 진진희 가족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너무 많이 해서 작가님에게 혼날까봐 종방연 때 근처에도 못 갔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따뜻하게 '오나라씨가 진진희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칭찬해 주셨다. 사실 현장에서 촬영 시작하고 즉석에서 하는 애드리브가 아니라 사전에 준비를 했다. 진진희라면 어땠을까, 연구해서 애드리브를 보여드리니 (조현탁) 감독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애드리브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감독님께서 마음껏 놀라고 해 주셔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오히려 전작인 <나의 아저씨>는 애드리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주어진 설정에서 최선을 다한 케이스였다. 김원석 감독님은 애드리브는 하나도 하지 않아도 풍부하게 정희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도 다들 정확하게 대사를 했는데 나와 정상훈씨(안재석 역)만 풀어 주셨다. 워낙 둘 다 방방 뛰는 캐릭터여서 가능했다." "그렇지 않다. 부담스러웠다. 진진희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신이 많지가 않았다. 사건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확성기처럼 남의 말을 전하고 분위기를 재밌게 하는 역할이었다. 내 나름대로 살려고 했던 몸부림이 애드리브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애드리브를 숙제처럼 하게 됐다. (웃음) <나의 아저씨>에서는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이상하게 힐링이 됐다. 내 안의 숨어 있는 고독을 마음껏 끄집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됐고 행복했다. '정희'하고 '진희'하고 누가 더 오나라랑 비슷해?라고 묻는다면 '둘 다'이다. 한 사람을 콕 집어 말하기 힘들다." "재윤씨 덕분에 진진희 캐릭터가 살았다. 초반부터 귀여워해 줬다. 항상 예쁘다, 잘한다, 귀엽다고 해 주고 '찐찐이'라는 애칭도 만들어 주셨다. 처음에는 이유 없이 남편에게 윽박지르고 화내는 모습이 많았는데 화를 냈을 때도 조재윤이 '화내는 것도 귀여워'라고 해 주니 악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웃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거기에 대고 어떻게 욕을 하고 화를 낼 수 있겠나. 사실 진진희만 바라보았을 때는 얄미운 캐릭터일 수 있다. 비호감적인 면도 있고 이간질도 하고 말 옮기고 줏대도 없다. 그런 비호감을 남편이 보듬어 주고 커버해 주었다. 그런 훌륭한 남편이 어딨나. 실제로도 그런 남편을 만나면 성공한 거라고 본다." "성실하게 일하는구나 자부심 있어" "행복했을 것 같다. 진진희가 수한이 서울대 안 보냈을 것 같다. 수한이의 능력에 맞춰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았을까. 나 역시 우리 엄마가 그랬듯 빨리 아이의 능력을 발견해 주고 그 능력을 케어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공부 못 하면 공부 안 시켜야지." "뭐든 알아서 먼저 하는 딸. 부모님이 아픈 동생을 보느라 나를 챙길 여력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하면 칭찬을 받았다. 예체능에 대한 끼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걸 너무 좋아했고 놀이터에서 노래부르고 춤추고 그랬다. 워낙 타고난 끼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딴따라하면 굶어죽는다'면서 강압적으로 키우지 않아 주시고 이쪽으로 밀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부모님께서는 시골에 계시고 스마트폰도 이용을 안 하셔서 딸이 얼마나 잘 됐는지 모르고 계신다. 그래서 마지막회를 집에 가서 같이 봤다. 기특해 하셨다. 실제로 진진희를 연기하면서 어머니 흉내도 많이 냈다. 친구 같은 어머니였다. 소리지를 때는 막 소리도 지르다가 혼내기도 하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먼저 이야기도 하고 그런 어머니였다." "내가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 역할을 덜컥 맡았는데 엄마 같지 않으면 어쩌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단순히 생각을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수한이(이유진 분)는 이 작품이 데뷔작인데, 순수한 아이가 예쁜 눈망울을 하고 나를 쳐다보더라. 그때부터 정을 쌓아갔다. 6화에서 아이를 안아주면서 '엄마가 처음이라 몰라서 그래'라는 말을 하는 신이 있다. 그 신을 찍은 순간부터 그 아이가 내 아이처럼 느껴지더라. 그후로 아이들만 모인 신을 찍을 때 수한이가 주눅들어 있거나 잘 못하면 화가 났다. 반면 잘했을 때는 너무 기특하고 예쁘더라. 우리 수한이가 대본 리딩 때는 나보다 작았는데 매주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변성기도 오는 걸 보면서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애가 쌍둥이 오빠들(노승혜네 가족)보다 못하면 화나고 그랬다. 수한이는 카메라가 뭔지도 모르고 정말 무지인 상태에서 내 아들로 왔는데 잘 케어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은 '엄마, 나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이게 (연기가) 아니라고 해?'라고 묻더라. 허를 찔렸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만 했지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연기는 좋지만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이어야 한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이유진의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수한의 입장에서 자연스러워야 한다, 캐릭터의 입장이 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수한이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어휴, 교수라고 스스로 말하기 너무 민망하다. 나는 무용과를 졸업하고 나서 뮤지컬과에서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여기서도 진심으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로 말한다. 그런데 나조차 지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맞다. 매체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뮤지컬만 해 왔다. 대학교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난 뒤에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매체도 경험을 해야 한다고 느껴 자연스럽게 넘어 왔다. 여기서는 신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뒤늦게 시작해서 순탄치 않았다. 소속사에서 나를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배우가 되려면 소속사가 필요한데 나이 든 뮤지컬 배우 출신의 여자 배우는 원하지 않더라. 그때부터 난관이었다. 첫 소속사를 찾을 때까지 힘들었다. 내가 혼자 운전하면서 스타일리스트를 픽업해 가면서 몇 작품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봐주신 한 대표님이 회사로 영입을 해 주셨다."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그때까지 한우물만 파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는 마음가짐으로 달렸다. 그러다 보니 무대를 멀리하게 됐는데,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남아 계시다면 돌아가고 싶다. 뮤지컬이 두 개 들어 왔었는데 <나의 아저씨>랑 < SKY캐슬 >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내 성대가 버텨주면 좋겠다." "만족해 본 적 없다. 매니저를 엄청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한 신을 찍고 이불킥을 한다. '아까 왜 그렇게 못했지?'라면서 들들 볶는다. 연기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염정아 선배님마저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내가 뭐라고. (웃음) 물론 애드리브가 터졌을 때 뿌듯한 건 있는데, 많이 부족하다는 걸 항상 느낀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다. 이쪽(매체)으로 넘어오면서 모든 걸 다 내려왔다. 신인으로서 시작했기 때문에 신인병 비슷한 게 아직도 남아 있다. 현장에도 제일 먼저 가서 앉아 있고 먼저 인사한다. 아마도 무대에서 배운 성실함인 것 같다. 그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 이를 잃지 않도록 꾸준히 70대까지 후배들에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내 꿈이다." "얼마 전에 정상훈씨에게 '누나가 잘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문자가 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옛 동료들이 잘 돼서 좋다고 진심이 묻어나오는 응원을 해 줄 때는 눈물이 나더라. 무대 출신들이 잘 되면 너무 좋다. 헝그리 정신도 있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게 뭔지도 아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무대에서 매체로 간 배우들이 하나씩 잘 되는 걸 보면서 '오나라를 거쳐가면 다 잘 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내 차례도 왔다. 이렇게 느지막이 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멋모를 때 왔으면 어깨도 좀 들뜨고 그랬을 것 같은데 지금은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 "젊은이들하고 소통하는 걸 유지하는 것.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꼰대가 되지 않는 것. 10대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 나이가 많아서' '나 때는 이랬어' 이런 말 절대 하지 않는다. 그걸 말하는 순간 갭이 생겨 버리거든."

상상도 못했던 큰 인기... '김주영쌤' 김서형의 걱정과 불안

[창간 19주년 기념 인터뷰] < SKY 캐슬 > 김주영 역의 배우 김서형

비(非)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의 신기록을 쓴 JTBC < SKY캐슬 >. 드라마의 높은 인기는 시청률로만 체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부 감수하시겠습니까?"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인기의 척도'라 불리는 패러디가 쏟아졌다.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부터 예능인 유재석·서장훈·안영미, 가수 바다 등 인기 스타들도 그 열풍에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올백 머리에 고압적인 듯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의 김주영 선생을 흉내냈다. < SKY캐슬 >의 신드롬급 인기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생 캐릭터', '제2의 전성기', '신드롬급 인기'... 지금 김서형의 높은 주가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서형은, 불안함과 걱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인기를 기쁘게 누리기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것 같았다. 마치 김주영이 극 중 예서(김혜윤 분)에게 주입시키듯 말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 김서형의 이런 의심은 상처에서 비롯됐다. 10년 전, 긴 무명 끝에 만난 <아내의 유혹>(2008) 신애리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너무 센' 캐릭터를 '너무 잘' 해낸 탓에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던 기억. 그래서 김서형은 신애리 못잖게 강렬하고 센 캐릭터 '김주영'으로 받는 10년 만의 관심을 마냥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누릴 수 없었다. 지난 1일 방송된 <연예가중계> 인터뷰 중에는 눈물까지 쏟았다. "아, 정말 울고 싶지 않았는데. 다음 작품, 이후 행보 묻는 말에 답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지더라. 지금은 <아내의 유혹> 때처럼 어리지도 않고, 그때만큼 (바로 뭔가 될 거라는) 기대도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순간 덜컥 겁이 나더라고. 방송이 나간 뒤 너무 창피했다. 이런 시기를 나만 겪는 것도 아닌데, 다른 배우들은 금방 털어내고 잘만 이겨내는데 마치 나만 힘들었던 것처럼 징징거린 것 같아서. 그래서 <한밤> 녹화 땐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갔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인터뷰 당시) 아직 방송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또 너무 가볍고 방방 뜬 모습으로 나가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궁금해 죽겠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도 있다. 사람들이 '김주영'이 아니라 '김서형'에 대해 이야기하니 더 멈칫하게 된다. 원래 난 거침없는 사람인데 갑자기 더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김주영과 김서형은 다른 사람이다. 이 갭을 대중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줄까? 김주영에 대한 기대치를 나라는 사람이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 이상의 뭘 보여줄 수 있을까? 다음 작품이 정말 중요할 텐데, 섣불리 고르지 못하겠다." 김주영, 신애리 이후 10년의 완결판 "이야기 속에서 악역으로 규정되더라도, 나는 그 인물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난 내가 맡은 캐릭터들의 행동을 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김서형이라는 사람은 평범한 한 개인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려 할 때마다 늘 내 한계를 시험받는 느낌이다. 굉장한 스트레스지만, 이게 또 굉장한 희열이기도 하지. 한계에 부딪히는 고통도 즐긴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하지만 김주영은 내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인물이었다. 외로움의 끝. 내가 맡았던 역할 중 제일 고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주영은 언뜻 보면 차분하고 침착해 보이지만, 사실 가슴 속엔 누구보다 끓는 분노와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다. 그냥 침착한 게 아니라, 감정을 있는 대로 끌어올린 다음, 표출하는 게 아니라 억눌러야 했던 거다. 이게 너무 힘들었다. 감정 소비, 에너지 소비가 컸다." "김주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지, 사실 연기하는 건 쉬웠다. 지난 10년 동안 만난 캐릭터들의 감정들이 여기 많이 포함돼 있었거든. 예를 들면 <샐러리맨 초한지> 때 이덕화 선생님을 죽이고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한서진(염정아 분)이 곽미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웃을 때 그 장면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는데, 그때도 모가비의 감정을 이해하기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그때 치열했던 고민이 도움이 되더라." "어떤 사람들은 내가 늘 비슷한 캐릭터를 맡는다고 이야기한다. 김서형이라는 사람이 세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하는 거니까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잘난 척이 아니라, 배우로서 내 직업의식이다. 캐릭터가 가진 성격이 비슷하다면 외형이라도 달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특히 스타일링을 정말 열심히 했다. 이번에 올백 머리를 했던 것도, '감수하시겠습니까' 이 대사를 계속 연습하다 보니 왠지 사극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쪽을 지진 못하더라도 고전적인 느낌을 주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머리카락 한 올 들어갈 빈틈도 없어 보이는 캐릭터 성격과도 잘 맞았고. 너무 끌어올려 묶어서 두통에 견인성 탈모까지 왔지만, 내가 생각한 김주영을 표현하기 위해 참았다. 아무리 바빠도 대본 펼쳐두고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하며 의상 하나하나를 골랐다. 이 모든 건 < SKY캐슬 >이라서, 김주영이라서가 아니었다. 난 매번 이렇게 해왔다. 시청률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없이. 이런 나를 그저 까탈스럽고 예민하다고,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생각하는 매니저들도 있었다. 좀 쉽게 쉽게 하라고, 좀 내려놓으라고. 하지만 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를 보여줄 수 없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10년 동안 매번 지지 않고 싸웠고, 덕분에 오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금은 좋은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이런 내 고집을 잘 이해해준다. 지금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더 일찍 만났다면 더 빨리 성공했을 텐데. (웃음)" 두 번 거절한 이유? "이럴 줄 알았거든!" "내가 이럴 줄 알았거든! 하하하. 김주영이 어떤 캐릭터로 진화할지,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지만 느낌이 왔다. 그래서 소속사 대표에게 '난 분명히 아플 거야', '너네한테 짜증 엄청 낼 수도 있어' 경고까지 했다. 함께 출연하는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선택을 더 망설이게 한 이유였다. 나는 지금까지 해 왔던, 또 비슷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이 좋은 배우들 속에서 내 색깔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미 많이 했던 역할이니 설렁설렁해야지 하는 성격도 못 되고, 보나마나 난 또 세상 스트레스 혼자 다 받는 것처럼 힘들게 연기할 테니 끙끙 앓을 게 뻔했다. 내가 그런 내 꼴을 보기 싫었다. 무엇보다 <이리와 안아줘>를 하면서 감정과 체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이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소속사 대표가 조현탁 감독님 한 번 믿어 보라더라. 유현미 작가님과는 <그린로즈>에서 같이 일해 본 적이 있었고, 이후 작품들도 챙겨 봤기 때문에 믿음이 있었다.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건 망설인 이유임과 동시에 매력적인 조건이기도 했고. 사실 감독님에 대해 이번 작품 전까진 잘 몰랐다. 대표가 믿어 보라 할 때도 반신반의였는데, 첫 방송 보고 바로 '전적으로 믿어 봐?' 싶더라. 특히 (김)정란 언니 죽는 장면은 정말...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니까 당연히 잘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영화처럼 멋있게 담아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대였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이 멋진 배우들과 훌륭한 스태프들 사이에서 한 번 제대로 불태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배운다. 정아 언니는 그 많은 분량을 감당하면서도 티도 안 내고 다 견뎌냈다. (윤)세아도, (오)나라도, (이)태란이도, 각자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다들 티도 안 내고 버텨내더라. 나는 촬영하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촬영이 딜레이된 적도 있었는데... 다들 담백하게 견뎌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유난스레 티를 내나, 왜 눈물까지 쏟았나, 싶어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했다." "모르겠다.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해도 이렇게 힘들어 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마 감독님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사실 중반부에 시청자가 내 연기를 지루해 하면 어쩌나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김주영은 접촉하는 사람도 제한적인 데다, 대화 구도나 패턴이 늘 비슷하니까. 그때마다 감독님이 '이게 맞다'고 확신을 줬다. 그게 김주영이라고. 13회 엔딩에서 김주영이 자기 집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을 들으며 한서진을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 방송을 보다 나도 깜짝 놀랐다. 내가 저렇게 연기했나 싶더라. 김서형은 없이 김주영만 있더라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톱스타도 아닌 날 믿어준 팬들, 실망시키지 않겠다 "김주영은 신애리 이후 10년 연기 생활의 완결판 같은 느낌이다. 걸크러시도 좋고 카리스마도 좋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젠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지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사실 서운한 마음도 있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변신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변할 수가 없잖나.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했던 것, 이미 보여준 것에 대한 제안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내가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피할 순 없고, 피할 수 없으면 해내야 한다. 또 비슷한 역할만 들어온다면, 나만의 색깔을 더하고 이전 캐릭터들과 변주를 주면서 또 열심히 해야지." "맞다. 영화는 몰라도, 드라마는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도 많다. 여성 중심 드라마의 장르와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제한적인 게 문제지, 단지 숫자 문제가 아니다. 난 배우는 성별이 중요치 않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만들어진 작품에 캐스팅돼 연기하는 건데, 남자 배우, 여자 배우가 달라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변해야 할 건 시장이고, 만드는 사람들이다.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지금은 고릿적 시절이 아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 SKY캐슬 >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은 미약했다. 하지만 나조차도 몰랐던 내 안의 어떤 부분을 발견해 캐스팅해준 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황태후, 정치인, 변호사, 그리고 김주영까지, 강단 있고 대단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나도 같이 성장했다. 본의 아니게 세고 대단한 역할들을 맡아오면서 나도 같이 세진 것 같달까? (웃음) 비슷한 역할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사실 걸크러시, 너무 좋다. 이 분야에선 김혜수 선배님 다음에 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하지만 배우니까, 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거다. 나도 내가 뭘 더 잘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난 자뻑이 좀 있다.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매력적이라는 건 알고, 이 매력을 최대한 잘 포장해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매번 열심히 했고, 나만의 영특함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믿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이런 '자뻑'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거다. 내게는 톱배우도 아닌 나를 믿고 응원해준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 바빠진 내 스케줄을 나보다 더 기뻐하고 있다. 당장 김주영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모르겠다'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변치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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