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JTBC 드라마 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 유성호


"신기하다. 나 김보라는 변한 게 없고 달라지지 않았는데 주변이 달라지는 걸 눈으로 보기도 한다. 인터넷을 켜면 내 이름이 보이는 걸 보고 (배우 생활) 15년 동안 헛수고를 한 게 아니구나, 마냥 놀지만은 않았구나 뿌듯한 감정도 크다. 나보다 지인들이 더 행복해하더라. '15년 동안 연기해왔던 게 이제서야 빛을 발한다'면서,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더 행복해하는 요즘이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배우 김보라는 '으흐흐흐' 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얘 말하는 싸가지가 사람 열받게 하잖아요"라는 서늘한 대사를 하던 < SKY캐슬 >의 혜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배우 김보라만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 SKY캐슬 > 속 혜나라는 역할에 몰입해있어 "빠져 나오려고 애쓰고 있다"며 "다음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김보라는 서둘러 차기작을 확정지었다. 김보라가 라이프타임 웹드라마 <귀신데렐라>에서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SKY캐슬 > 촬영이 끝난 뒤인 지난 1월 2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보라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혜나가 김보라에게 영향 미쳐"
 

김혜나 연기한 배우 김보라 “15년 동안 헛수고한 게 아니구나” JTBC 드라마 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가 2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드라마에 몰입을 많이 했던 것 같더라. 혜나로서 잔인하게 군 우주(찬희 분)에게 촬영 끝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 예를 들면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혜나가 김보라에게 영향을 많이 미쳤다. 나는 혜나처럼 누군가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따박따박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혜나를 만난 후 3개월 정도 됐을 때는 혜나처럼 이야기를 하더라. 길을 걷다가 '도를 아십니까' 같은 (전도를 하는) 분들과 마주쳤을 때 원래 같으면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지나칠 텐데 우뚝 서서 '본인이 하는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집에 가서 '내가 왜 그랬지?'라면서 '아 이게 선배님들이 말하는 작품 속 인물과 내가 혼돈될 때인가 보다' 싶었다."

- 우주 역을 한 찬희씨는 한 인터뷰에서 김보라 배우가 혜나와 실제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극 중 혜나는 말을 또박또박 하는데 실제 김보라는 좀 짱구처럼 말한다'는 인터넷 글이 있었는데 그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웃음) 배우 개인과 작품 속 배역을 나누어서 보신다는 생각에 배우로서 뿌듯했다. 실제로 많이 다르다. 김보라는 마냥 해맑고 웃음도 많다. 극 중 혜나는 어른들 찜쪄먹을 정도로 (웃음) 독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

- 혜나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던 것 같다. 착하지 않다. 그러면서 사연도 있다. 그런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면을 연기해야 했는데, 캐릭터 해석을 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나?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몰입을 많이 해서 (혜나를) 대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항상 마음 속에 극 중 부모님을 품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혹여나 김보라가 나올까 싶어 주의했다."

- 대표적으로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신 중에 하나가 김주영 코디(김서형 분)를 찾아가서 '아줌마, 시험지 빼돌렸죠?'라고 묻는 신이었다. 김서형 배우는 실제로 경력이 많은 선배 배우이기도 하다. 신을 찍을 땐 어땠나.
"긴장감이나 부담감을 느끼기 이전에 '되게 대단하시다' '나도 앞으로 저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긴장은 딱히 하지 않는다. 선배님들의 에너지와 영향력을 받아 좋은 신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만일 긴장했다면 (신이) 잘 안 나왔을 것이다. 현장에서 섬세하게 모든 리액션을 받아주셨고 내 한 마디에 표정, 몸짓까지 하나도 안 빼놓으시고 반응해주셨다. 덕분에 나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 염정아 배우랑도 호흡을 많이 맞추었는데, 어땠나?
"김서형 선배님도 그렇고 염정아 선배님도 항상 놀라웠던 게 어떻게 저렇게 디테일하게 모든 걸 표현하시지? 싶었다. 일단 두 분 다 얼굴 근육으로 감정을 표현하시는 걸 보고 '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강준상이) 내 아빠야'라고 말하고 돌아섰을 때 염정아 선배님이 연기한 차가우면서도 참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근육 하나하나를 사용해 떨림과 분노를 표현해 내신다. 막연하게 대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표정 하나로 (신이) 살 수 있구나 배웠다. 늘 볼 때마다 감탄한다."

- 배우들은 상대가 얼굴 근육을 사용해서 연기하는 게 보이나보다.
"아무래도 연기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그런 걸 먼저 보는 것 같다. 배우고 싶은 거라든지,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해야겠다든지."

"한서진 역할 맡고 싶어"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JTBC 드라마 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 유성호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JTBC 드라마 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 유성호


- < SKY캐슬 > 안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성별 상관 없이 혜나를 제외하고 맡고 싶은 배역이 하나 더 있다면?
"염정아 선배님이 맡으신 (한서진) 역할. 감정선이 롤러코스터처럼 다양하지 않나. 어떻게 보면 한서진 역할도 혜나와 비슷하게 혼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하는데 선배님의 대단함과 더불어 나도 나중에 저런 배역을 맡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조현탁 감독이 김보라 배우를 두고 '압도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언급했다던데?
"나는 몰랐는데 현장에서 그 말씀을 해주셔서 부담이 됐다. '내가 못하면 어떡하지' 싶었다. 압도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 (웃음)"

- 캐스팅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고 들었다. 캐스팅 이후에 감독과 캐스팅 비화에 대해 말한 적은 없나.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는데 실제로 오디션에 갔을 때 꽤 많은 아이들이 오기는 했다. 2차 오디션 때도 일정이 밀릴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왔다. 감독님께서 그날 '나와 작가님은 극 중에서 선배님들 이전에 혜나와 예서라는 캐릭터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뽑고 있다, 꼼꼼하게 보느라 늦어졌다'고 말씀하셨다."

- 그런 말까지 듣고 뽑힌 거 아닌가. (웃음) 기분이 궁금하다.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라는 생각이 컸다. 알만한 친구들도 (오디션장에) 많이 왔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캐스팅) 됐다고 해서 많이 놀랐고 의아했다."

- 연기 생활 15년차니, 그동안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을 것 같다.
"맞다. 그런데 어떤 역할을 두고 정말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낼 때마다 잘 안 되더라. 어느 순간 욕심 내봤자 풀릴 것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최대한 가서 붙든 떨어지든 자유롭게 연기하다 오자는 마음으로 임한다."

- 이번에도 그랬나?
"그렇다. 이왕 하는 거! (웃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연기하고 평가받는 걸 즐겨한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평가를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즐기는 편이고 이번에도 그런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다행히도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 그렇게 간 첫 촬영은 어땠나?
"처음에는 웹드라마와 촬영을 병행하고 있을 때라 적응을 잘 못했다. 감독님이랑 많은 대화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혜나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혜나가 처음에는 약간 달랐다. 어떻게 맞춰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방송을 보고 나서부터 확실해졌다. '아, 혜나가 독해질 수밖에 없구나'를 받아들이면서 임하고 연구했다."

"원래 연기 욕심 없었지만"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 유성호


- '부모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해 원래 연기 욕심이 없었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맞다.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현장의 재미를 느꼈고 연기의 흥미를 느끼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인사를 못할 정도로 낯을 가렸다. 부끄러움도 많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연기를 하는 것이 그저 쑥스럽고 창피하다. '그만하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았다가 <천국의 아이들> 때 또래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현장이 재밌다는 걸 느꼈다. 다같이 모여 밥을 먹기도 하고 뭉쳐다닌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에는 친구가 생기는 걸 좋아하게 되지 않나. (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몰입을 했나보다. 버럭 화를 내고 오열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를 느낀 것 같다."

-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는데 어떤가?
"얘네들한테도 이야기했는데 '나 너네랑 친해질 줄 몰랐다'고 (웃음) 심지어 내가 막 친해지려고 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리고 캐슬 아이들하고 마주칠 기회도 많지 않다. 극 중에서 기준(조병규) 역할을 맡은 친구가 나 다음으로 맏형이다 보니까 애들을 많이 챙기더라. 그러는 와중에 누나도 단톡방에 초대해도 되냐고 번호도 먼저 물어보고 그랬다. 그때부터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천국의 아이들>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 어떤 감정인가?
"또 또래 친구들과 연기할 날이 왔구나, 참 신기하다, 그런 감정. 난 항상 선배님이랑 하든가 언니 오빠들이랑 하든가 그랬기 때문에."

- <천국의 아이들>을 통해 촬영장이 재밌다고 느꼈다면 이번에 < SKY캐슬 >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감정도 있나.
"혜나를 마주하러 가는 재미가 컸다. 대본을 받으면 빨리 이 캐릭터에 대해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작품으로서 재미를 느껴서이기도 하다. 가끔 '극 속의 예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선배님들과 붙는 신이 많다 보니 애들하고도 길게 호흡하고 싶었는데 그런 장면이 많지는 않아 아쉬웠다."

- (웃음) 김혜윤 배우가 아닌 예서가 보고 싶은 성격은 아닌데.
"이거 애증의 관계인가? (웃음) 눈만 마주치면 싸우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도 불구하고 솔직히 김보라로서는 예서가 밉지 않았다.

- 예서 역할로도 오디션을 치렀다고 들었다. 예서가 아닌 혜나를 맡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나?
"잘 모르겠다. 혜나의 똑부러진 면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오디션장에서 혜나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몰입이 강하게 됐다. 운명인가? (웃음) 혜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만일 된다면 혜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죽는 장면보고 충격받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보라.

ⓒ 유성호


- 김보라 배우가 스무살 무렵 했던 첫 매체 인터뷰에서 교복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던 게 인상이 깊었다. 지금 25살인데, 이번에도 다시 입었다. 어떤가?
"23살 때까지만 해도 언제쯤 벗어날까, 생각을 했다. 그때도 수많은 오디션을 어김없이 보던 때였는데 붙는 건 많이 없었다. 성인 역할로 많이 봤는데 동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동안인 연기자 분들의 인터뷰도 많이 보고 작품도 보는데 다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임에도 교복을 입고 자연스럽게 연기하시는 걸 보고 어린 나이에 섣불리 생각했구나 느꼈다. 그 후로는 '그래 학생이지만 다양한 성격들이 있지, 최대한 어울리지 않을 때까지 교복을 입고 연기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주변 사람들에게 드라마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인가?
"나는 일적인 스트레스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어쨌든 내가 안고 가야하고 내가 선택한 직업이니까. 힘든 것도 맞고 힘들다면 진작에 그만둘 거였으니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다 해결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다."

- 부모님이랑은 어떤가?
"대본도 안 보여드리고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했다. 병원에서 죽는 신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부모님은 혜나이기 이전에 막내딸 김보라로 드라마를 보시기 때문이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걸 보고 다들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셨다. 병원신에서 완벽히 죽은 모습을 보고는 한동안 드라마를 보기 어렵다고 하시더라."

- 진짜 일적으로 공유를 안 하시나 보다. (웃음)
"집에서만큼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집에서만큼은 막내딸 김보라로 살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일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웃음)"

- < SKY캐슬 > 이후에 하고 싶은 게 있나?
"< SKY캐슬 >이후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솔직하게 연기톤이나 몰입도가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게 내 눈에도 보였다. 그 에너지를 이어서 또 다른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장르적으로도 역할적으로도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 SKY캐슬 >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부잣집 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웃음) 통통 튀고 예서 같은 역할로 한 번쯤 마주해보고 싶다. 경험해본 적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혜나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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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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