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영화 <스윙키즈>에서 박혜수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극중 양판래 역으로 시대적 비극을 관통한 한 여성을 소화해냈다.ⓒ 권우성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불었던 춤바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청춘들의 열정과 시대적 비극의 대비가 지금 상영 중인 영화 <스윙키즈>의 묘미 중 하나다. 재즈와 팝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는 배우들은 단순히 춤만이 아닌 각자의 감정과 시대적 비극을 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북한의 소년 영웅 로기수(도경수)나 여타 캐릭터들과 함께 우리는 양판래(박혜수)라는 인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앳된 얼굴이지만 포로수용소를 맴돌며 춤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애초에 팀원으로 합류할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4개 국어를 선보이며 극에서 미군 감독관의 주목을 받는 것에 성공하는 인물.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속 시원했던 오디션

<스윙키즈> 제작 과정에서 과연 판래 역을 누가 하느냐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 로기수와 달리 극에 또 다른 결을 만드는 인물이며,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이 본인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만들었을 정도로 애착을 담은 캐릭터기도 했다. 감독의 선택은 이제 막 데뷔해 작품 경험을 하기 시작한 박혜수였다.

의외라고 여겨졌던 선택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극찬의 대상이 됐다. "몇 번을 봐도 판래는 박혜수씨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던 강형철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에서 박혜수는 온 몸으로 판래를 품고 스크린 이곳저곳을 누볐다. 

"사실 이 작품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 작품인지 모른 채 오디션에 임했다. 강형철 감독님의 전작을 너무 좋아했거든. <과속스캔들> <써니>를 보면 등장인물이 많은데 다들 생동감이 넘치잖나.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작품일 거라 생각하면서 오디션에 제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갔다. 탭댄스와 노래, 영어 대사 등을 준비했다. 한참 오디션을 많이 볼 때라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래도 보고 나면 개운한 오디션이 있고, 뭔가 말린 것 같아 찝찝한 오디션이 있잖나. <스윙키즈> 오디션은 보고 나서 시원했다. 그러다 감독님이 또 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씩 '어? 좋은 징조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웃음)."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한참 오디션을 많이 볼 때라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래도 보고 나면 개운한 오디션이 있고, 뭔가 말린 것 같아 찝찝한 오디션이 있잖나. <스윙키즈> 오디션은 보고 나서 시원했다."ⓒ 권우성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권우성

 
춤 자체로는 조금 뒤쳐질지언정 감독은 박혜수가 가진 성정과 이미지가 적격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박혜수가 해석한 판래, 그리고 그가 판래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스윙키즈>가 전하려 한 주제의 축소판이기 충분했다. 춤 자체는 다른 배우들과 5개월 간 연습하며 준비했고, 언어 역시 당시 상황에 맞게 약간 한국식 발음이 들어가게 익혔다. "제 존재만으로 판래를 표현하기 위해선 인물의 전사(작품에 드러나지 않는 앞선 히스토리)를 탄탄하게 해야했다"며 박혜수는 본인의 해석과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언어 감각도 있고 총명한 판래는 전쟁이 아니었다면 뭔가 크게 됐을 인물이었다. 당시 시대 배경을 많이 공부하려 했다. 실제로 제 외할머니가 판래랑 한 살 차이가 난다. 할머니 말씀을 많이 들으면서 살을 붙여 나갔다. 감독님이 제게 판래는 이 땅의 모든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인물이라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

저도 제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기에 우리 세대에겐 생소하고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준비를 하면서 보니 할머니들이 지금 제 나이일 때 겪은 일이더라. 멀지 않은 과거였다. <스윙키즈>를 만나고 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존경스러웠다. 우리 외할머니도 허리가 안 좋으시다면서도 10키로 20키로 김치를 나눠주시러 다니신다. 그 전쟁통에 5남매를 키우셨는데 본래 성격이 그렇다기 보단 시대를 지나며 그렇게 변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것 같다.  

개인을 포기하는 게 지금은 어려운 일인데 그땐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졌잖나.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진짜 판래를 잘 해내고 싶었다. 배우로서 잘 표현해서 어떤 좋은 평가를 받가 보다 우리네 할머니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 옛 생각을 하시며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시대 때문에 자신을 포기한다는 말이 제겐 되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절 포함한 20대와 청소년들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땐 그렇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개인적으론 그래서 <스윙키즈>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마냥 흥겹지만은 않은 영화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 시대가 품고 있던 걸 표현하기 위해선 우리 영화가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NEW

 
곧 빛을 발할 다재다능함

집안의 가장으로 모든 걸 나서서 해야 했던 판래의 입체적 모습이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여러 번 보며 박혜수는 "혼자 길을 걷다가 갑자기 턴을 해보기도 하고, 발을 구르기도 했다"며 최대한 야외의 바람을 느끼며 인물의 감정 표현과 춤을 연습한 사연을 공개했다.

극 중 '모던 러브' 노래에 맞춰 달려가는 판래를 표현해내기 위해 박혜수는 학교 운동장과 동네 주변을 가리지 않고 뛰어 다녔다. "처음엔 사람들 눈치가 보이긴 했는데 판래의 뜨거운 감정이 촬영 현장에서도 찾아와주길 바랐다"며 간절했던 당시 마음을 전했다.

세심하게 인물을 준비해나갈 만큼 열정적인 그다. 이 대목에서 정작 박혜수는 "배우라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알려진대로 그는 2014년 SBS 예능 < K팝스타 시즌4 >에 출연하면서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그저 전 노래하는 게 좋았고, 막연하게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박혜수가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꿈이 시인이셨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셨다. 제게 편지를 써주실 때도 한자를 섞어가며 시를 적어주시기도 했다. 제가 아버지를 너무 닮았다(웃음). 저도 음악 좋아하고 시도 쓰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여러 악기를 배웠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국문과를 택했고(박혜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다-기자 말), 노래하고 싶어 < K팝스타 >에 출연한 거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는데 라운드를 거듭하며 올라가는 게 신기했다. 탈락한 뒤엔 복학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의 소속사에서 연기를 제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기자에 대해 전혀 몰랐던 때다. 막연하게 글과 친한 직업이라 생각했다.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고, 인문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걸 좋아했는데 배우도 그럴 수 있더라. 뭔가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는... 정말 되게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했지(웃음). 작품을 만나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너무 운이 좋았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권우성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개인을 포기하는 게 지금은 어려운 일인데 그땐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졌잖나.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진짜 판래를 잔 해내고 싶었다. 배우로서 잘 표현해서 어떤 좋은 평가를 받가 보다 우리네 할머니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 옛 생각을 하시며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권우성

어렸을 때부터 곡을 썼고, 평소 읽는 시를 통해 가사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제가 쓴 곡들을 나중에 들어보면 되게 부끄럽더라. 더 좋은 노래를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예전 건 대부분 삭제했다"며 "그래도 평소에 쓰는 글들은 남겨둔다"고 그가 멋쩍어하며 웃어보였다. "지금은 또 재즈에 빠져 있다"며 박혜수는 그간 말하지 않았던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스윙키즈> 촬영을 마치고 아무 생각없이 혼자 뉴욕에 덜컥 다녀왔다. 영화에 카네기홀이 나오잖나. 너무 궁금해서 진짜 무모하지만 부모님 몰래 티켓을 예매해놓고 나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걱정 많이 하셨지(웃음). 하지만 잘 다녀왔다. 재즈바도 일곱 군데나 다녔고, 카네기홀에 가서 공연도 봤다. 거기서 사진을 찍어 감독님과 피디님께 '판래가 대신 카네기홀에 왔어요!'라고 보내기도 했다(웃음)."

박혜수는 데뷔 이후 만난 <사임당> <청춘시대> <내성적인 보스> 등의 작품들에서 말 그대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앞서 그가 말한대로 이제 막 연기에 대해 정체성을 다져가는 때에 정신없이 압축적으로 시간을 보낸 느낌이지 않을까. 박혜수는 현재진행형인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보통의 대학생이라면 4년에 걸쳐 공부하고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가는데 전 연기하면서 갑자기 넓어진 느낌이다. 아직 어리고 여린데 물가에 혼자 다니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사회를 빨리 접하게 돼서 뭔가 제 안에 단단함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앞에 놓인 게 엄청 많았다. 처리할 서류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진 느낌이었고, 그걸 제대로 정리를 못해서 친구나 가족에게도 상처를 줬던 것 같다. 지금은 다시 회복하고 있다. 다행히 소중한 존재들이 제 주변에서 자리를 지켜주고 있더라. 앞으로 주위를 좀 더 돌보며 살아야겠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말이 신기한 게 소소해 보이면서도 활자로 보면 되게 거창해 보이더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근데 정말 그거다. <스윙키즈>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너무 행복하지만, 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 '스윙키즈' 배우 박혜수.

"뭔가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는... 정말 되게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했지(웃음). 작품을 만나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너무 운이 좋았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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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본 교육평론가 "한국에서 제일 불행한 애들은..."

[인터뷰] 교육평론가 이범, 화제의 드라마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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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치동의 기본 질서는 2000년 무렵에 형성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고용 불안을 경험한 학부모들의 전문직 선호 현상이 극대화됐다. 그러면서 이른바 '대치동 전세족'이 나타난다. 전국에서 명문대에 가겠다는 전략을 가진 분들이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 대치동에 전세로 들어와서 막내가 대학에 가면 대치동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는 한 지역적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대치동 교육열을 따로 떼어놓고 섣불리 비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를 단순히 대치동, 강남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교육이다." "2000년 여름 인터넷 강의가 시작된다. 내가 메가스터디 창립 멤버이기도한데 당시 메가스터디 등 인터넷 강의의 등장은 대치동 사교육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오프라인 공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인기 강사의 경우 마감 안에 등록을 못 하면 이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가 시작되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들을 수 있게 되고 오프라인과 다른 경쟁력을 찾게 된다. 그러면 오프라인의 다른 경쟁력은 무엇이냐. 관리다. 2000년대에 학원에서 관리를 해주는 걸 넘어 초고액 시장에서는 전담 멤버가 직접 관리를 해주는 현상이 시작됐다." "< SKY 캐슬 >에 나오는 정도 수준의 초고액 코디네이터가 실제로 있는지 목격하진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다. 학원에서도 많이들 일정 수준 이상 안 되면 받아주지 않는다. 수요가 많아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있을 수 있다. 축구선수가 몸값이 높아지면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거랑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종 시대 되면서 관리할 것 많아져 코디 수요 늘어" "< SKY 캐슬 >에서 인상적인 건 학생을 관리하는 주체가 학교나 교사가 아닌 전업주부인 엄마와 코디네이터라는 점이다. 그간 아이 교육에 전문적으로 뛰어들어서 '매니저 엄마' 역할을 하던 분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입시 제도가 복잡해지고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들어서면서 관리할 것이 늘었다. 내신만 해도 '철인 5종'인데 독서력, 수상실적, 동아리 활동, 소논문 등등 (추가되면) '10종'으로 늘어난다. 교육열이 높은 일반적인 엄마의 힘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것이다. 수능이나 내신은 적어도 룰(규칙)이 있다. 몇 학년 때 뭘 배우면 좋을지 나름의 룰이 있는데 비교과 영역이 추가되면서 그 룰이 무의미해졌다. 교과 교육이 아닌 다른 차원이니까. 이를 위해 엄마가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정도로는 감당이 되지 않으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극상위권에서는 코디네이터를 쓴다." "아이의 전체적인 대입 전략 기간 동안 어떤 선생을 배치할지를 전략적으로 짜야한다고 보는 거다. 그것이 코디네이터다. 원래 과목 별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팀은 1990년대부터 있었다. 학종 시대가 되면서 관리할 것이 늘어나니 코디네이터가 결합한 것이다. 이른바 학종이 강남 같은 환경에서는 특히 코디네이터에 대한 수요를 늘린 건 분명하다. 대도시지역의, 사교육이 발달돼 있고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학종이 코디네이터처럼 아이들을 밀착해서 관리해주는 전문적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사교육'을 단순히 한 덩어리로 생각하면 안 된다. 여러 가지 리그가 혼재돼있고 < SKY 캐슬 >에서 묘사되는 정도의 극상위 사교육 시장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일이 벌어진다." "반영을 한다. 도움이 되니 하지. 그런데 대학에서는 애매하게 흐린다. 한 대학 내에서도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일부는 내신이 낮아도 비교과 스펙이 화려한 애들을 뽑는다. 반대로 비교과 스펙이 떨어지지만 내신이 좋아서 뽑아주는 애들도 있다. 학종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예측과 소문이 많다. 대학도 한 마디로 어떤 학생을 뽑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학종보다는 수능이 공정하다, 하지만..." "수능이 공정한 제도이냐, 난 학종보다는 공정하다고 본다. 지난 대입에서 학종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드러났고 충분히 거기에 이해하고 동조하는 편이다. 비교과가 붙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독서 이력을 반영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괜찮아 보여도 부모의 학력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또 혼자서 경시대회 하나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의 짝궁이 부모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경시대회를 세 개씩 준비하면 (하나를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 눈이 뒤집히는 거다. 불공정 시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수능은 비교적 덜 그렇다. 그렇다고 수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지선다 찍기식 교육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해봐라. 모르고 찍기만 했는데 1/5의 확률로 문제를 맞추면 불공정한 게 아닌가? 심지어 수능 수학 문항은 -1, 0, 1 중에 하나를 쓰면 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수능 점수가 달라진다는 데이터도 있고 말이다." "학종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애매하다. 연세대나 고려대를 학종으로 들어온 일반고 학생의 비율과 정시로 들어온 일반고 학생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다. 특목고, 자사고 애들 대놓고 뽑아주는 거 아니냐고들 하지만 수치 상으로 그렇게 나타나진 않는다. 학종 안에 지역 균형 전형, 농어촌 특별 전형 등 정원 외 선발 방식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 균형 전형의 경우 내신 반영 비율이 높다. 내신은 상대 평가이기 때문에 골고루 뽑힌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 뽑히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물론 다른 통계도 있다. 지금 한 해에 서울대에 가장 많은 학생(비율)을 보내는 고등학교는 하나고등학교이다. 아무래도 공부 잘 하는 학생들만 모여 있으니 하나고등학교 학생들은 내신에서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하나고는 비교과 활동이 굉장히 활발한 학교다. 학교에서 수능 공부를 별로 시키지 않는다. 이건 학종의 또 다른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신이 불리해도 나머지를 잘 하면 학종으로 명문대 가는 것이 가능하구나. 그런데 서울대 학종 중에서 지역 균형 전형 선발은 내신 반영률이 높아서 비교적 골고루 뽑히는데 수시 일반 전형은 그렇지 않다. 아무나 원서를 넣을 수 있고 일반고 비율은 35%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대에 수시 일반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의 집안 소득 분포를 발표하라고 요구해도 아마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너무 뻔하고 (학교측에)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죽었다 깨나도 발표 안 한다. 여기에 500원 건다.(웃음)" "그런 일은 많이 일어난다. 과학고에도 도둑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 SKY 캐슬 >을 통해 강남 최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암투에 집중한다. '저런 세상이 다 있네. 얼마나 힘들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제일 불행한 애들이 강남 (성적) 하위권 학생들이다. 강남이라는 이유로 성적이 하위권에 머문다. 1~2년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사춘기 내내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지는 경험을 계속 했다고 생각해보라. 자존감이 하나도 없다. 당연히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심지어 하위 문화도 없다. 이전만 해도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놀던 하위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 하위권 학생들이 밤에 나이트클럽에 놀러다닌다? 상상할 수도 없다. 하위 문화라는 게 나름대로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자기들끼리 공감하고 교류하면서 사회적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순기능이 없지 않은데 하위 문화도 없으니 마음 붙일 곳이 없는 것이다." "해법? 공립대만으로는 불가능... 서울 지역 사립대와 사회적 대타협이 관건" "유럽의 논술형 입시는 풀이 과정을 다 쓰게 한다. 답은 틀렸는데 과정이 맞다면 부분 점수를 준다. 답을 맞추었더라도 논리가 허술하면 반드시 감점한다. 유럽 사람들은 이게 더 공정하다고 본다. 다만 논술형은 한국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높은 변별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유럽의 입시 제도는 예외없이 논술형으로 치러진다.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 논술형으로 가서 창의력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대학 서열이 공고하고 수능의 변별력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이런 사회에서는 객관식 시험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지선다 찍기식 교육은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는 교육이 아니다. 민주 시민의 교육이 아니다." "한국 대학의 서열 구조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한다. 경쟁 압력을 줄여야 창의력 교육도 가능해지고 국민 생활도 나아질 수 있다. 진보교육계에서 그간 주장해왔던 것이 국공립대 네트워크 공약이다. 2012년 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는 이 공약이 있었는데 2017년에는 사라진다. 공약을 조금만 시뮬레이션 해봐도 실현할 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대부분 사립대고 국공립대 비율은 수도권 지역 수험생의 3%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 입학을 시킨다? 2012년 공약은 엉터리였던 것이다. 서울 지역 사립대와 사회적 타협을 어떻게 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대로라면 사교육 왕국이라는 오명도 못 벗어나고, 출산율도 계속 꼴지일 거고, 애들도 괴로워하고 창의력 교육도 못 한다." "요즘 내가 설계하고 있는 정책은 정부가 국립대와 사립대 대학 교수 1인당 1억 정도의 비율로 재정을 지원해서 학부 교육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돈으로 교육비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머지 돈은 연구비로 쓰게하는 것이다. 연구비를 투자하면 세계 대학 순위는 올라간다. 그 돈을 받는 대신 대학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 학생 선발권을 주면 된다. 공동입학제를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정부 예산이 약 4조 원이다. 유럽의 평준화와는 다르다. 거기는 사립대학이 거의 없으니 평준화가 가능하다. 한국은 사립대가 많아 사회적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그 타협의 매개는 돈이다. 그리고 선지원 추첨제로 대학을 배정하게 하는 것이다. 인기 전공을 위한 경쟁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대학을 위한 경쟁은 없어질 것이다. 이를 차기 대선 공약으로 만드는 게 내 목표다. 현 정부는 못 한다. 차기 공약감이다. 사립대를 끌어들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공동 입학 시스템을 만들어 대학 시스템을 먼저 고쳐보고자 한다."

한국산 애니 '점박이'에 티라노-스테고가 없는 이유

[인터뷰] 6년 만에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속편 발표한 한상호 감독

10년 전 EBS 다큐멘터리로 첫선을 보인 <한반도의 공룡>이 '점박이'로 재탄생 해 10년째 대중과 만나고 있다. 할리우드의 '쥬라기 공원'이 아닌 우리 땅에 살았던 우리의 공룡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한상호 감독은 지난 2012년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으로 극장에서 100만 관객을 모은 이후 6년 만에 속편을 내놓았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아래 <점박이2>)은 여러모로 전편에서 진일보한 작품이었다. 더욱 다양한 종의 공룡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며, 드라마적 구성을 통해 3D 극 애니메이션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배우 박희순, 라미란, 김성균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는 사실 또한 고무적이다. 중국 험지에서 고비 사막까지 영화 작업과는 별개로 올해 EBS에선 '점박이 공룡 대백과'라는 프로를 방영해왔고, 2019년엔 뮤지컬 또한 공연 예정이란다. 이 정도면 점박이 프렌차이즈에 성공했다 자평할만하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만난 한상호 감독은 "아직 단언할 순 없다"며 "이번 영화가 잘 되고 나면 어느 정도 안정화 궤도에 오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6년간 92억의 제작비를 들인 속편 작업은 그 자체로 힘든 시간일 법했다. 제작 과정을 전하며 한상호 감독은 "결국 점박이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될 운명이라 직감했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완성된 영화로 다행히 스태프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한상호 감독은 "사실 1편 이후 2년 정도 제작 기간을 두고 속편을 내놓으려 했기에 이 정도로 오래 걸릴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제작사와는 예산 문제로 치열하게 얘기했고, 길고 힘든 제작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스태프들도 있다"고 힘들었던 점을 말했다. 왜 티라노가 아닌 타르보사우르스였나 70여 종의 공룡이 한 영화에 등장한다. 여기에 극적 요소를 위해 감독은 캐릭터성을 명확히 부여했다. 특히 김성균이 연기한 공룡 싸이가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설정은 여러 반대를 무릅쓴 일종의 모험이었다. 대중에게 보다 익숙한 티라노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등이 아닌 타르보사우르스 등 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종으로 영화를 꾸민 이유 역시 우리 것에 대한 나름의 '집착' 때문이다. 한상호 감독은 "티라노 등은 북미 지역에서 화석이 나온 공룡이고 서양인들이 유명하게 만든 종"이라며 "기왕 한반도라는 제목을 갖고 가는 만큼 제주에서 공룡 화석이 나오기도 했고, 우리가 상상한 공룡을 통해 다음 세대가 꿈을 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점박이를 발견하기 전까진 그 역시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발히 활약해왔다. <문자> <마이크로의 세계> 등으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중시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그러다 문득 공룡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판타지의 세계 이미 3편에 대한 구상이 머릿속에 있는 상태였다. 한상호 감독은 "그것 역시 이 작품이 잘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이후엔 사람이 나오는 SF나 판타지 장르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점박이 역시 프랜차이즈로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라 밝혔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그가 지적했듯 빈약해진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과 인력풀이 가장 큰 과제다. "아무래도 현실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가 암담한 현실에 대해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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