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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배우 조우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배우 조우진이 20일 오후 서울 퐐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조우진은 경제위기 상황을 외면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이정민

  
배우 조우진의 연기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단순히 다양한 역할을 맡아서가 아니다. 영화 <내부자들>,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지만 그는 선과 악의 이분법 사이사이에 온도 차를 달리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그런 점에서 곧 개봉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그의 안타고니스트(악역) 이력에 또다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그린 해당 작품에서 그는 시종일관 위기설을 부인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단순히 주인공을 방해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새 판을 구상하면서 상당히 세련되게 상대를 좌절시키는 인물. 

악역의 구축 

밉고 또 밉다. 그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게 된다면 십중팔구 우리 사회 지도자 층의 단면을 발견할 것이다. 국민들에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을 모아오라며 감동으로 포장한 희생을 강요하면서 은연중에 기득권층을 위한 새판을 짜는 캐릭터다. 영화에선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의 엘리트로 소개되는 인물을 조우진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차관을 분노유발자로 봐주시면 제 입장에선 연기를 못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간 검사, 공무원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캐릭터를 제 경력에 비해 꽤 했었다. 그때 취재하면서 모아놓은 자료가 있었는데 당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 캐릭터에 불어넣고자 했다. (<내부자들>에선 무슨 명령이든 회사원의 마음으로 수행해버리는 캐릭터였다면) 차관은 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권력자라고 생각했다. 말투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검사님 말투를 따왔다. 자연스럽게 들려야 하니 제 입에 맞게 연습했다. 

경제 공부를 많이 한 엘리트였는데 본인 능력이 어찌 발휘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외국 생활을 하며 외로운 학창 시절을 겪었고, 보상심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엘리트라는 우월감을 가진 학생이었기에 욕망을 크게 가졌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그런 코스를 밟는 사람은 소수였을 테니까. 본인 이익을 위해 정부 일을 시작했고, 나아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핑계로 상류층에 편승하려 했겠지."

 

'국가부도의 날' 배우 조우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배우 조우진이 20일 오후 서울 퐐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관은 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권력자라고 생각했다. 말투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검사님 말투를 따왔다. 자연스럽게 드려야 하니 제 입에 맞게 연습했다."ⓒ 이정민

 
권력욕의 정점에 서 있는 캐릭터. 조우진은 "대부분 그런 욕망이 있을 것"이라며 "때론 그걸 못 가지면 권력을 가진 사람을 욕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권력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름의 통찰을 전했다. 

이런 캐릭터 해석력과 더불어 조우진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애드리브 또한 적절하게 넣으려 했다. "최국희 감독님 역시 대본은 일종의 가이드라고 하셨다"며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얘기하라고 하셔서 마치 선물을 준비하듯 현장에서 한번 보시겠어요? 제안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시대를 관통하다

극 중 악역이지만 조우진 역시 <국가부도의 날>의 존재 이유와 그 의의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직접 겪었던 시대였기에 감정이입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는 "영화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이 보였다. 배우들의 호흡과 행동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1997년 당시 조우진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직후였다.

"그땐 너와 나만 힘든 게 아닌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였잖나. 결국 우린 돈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걸 절감했던 것 같다. 대체 돈이 뭐기에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힘든 것인가. 아버지의 고개가 더 자주 숙여지는 모습을 봤고, 엄마의 한숨 소리가 늘어났으며 친구들이 더욱 술을 자주 마셨다. 시내로 나가면 거리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길거리엔 벼룩시장이나 교차로에 구인 광고가 넘쳐났다. 

또 인연이 끊어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뉴스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이야기로 넘쳤다. 어두운 시대였던 것 같다. 그때 전 감성이 가장 예민했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는데 앞으로 돈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니 먼저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 삶의 꿈과 목표를 심각하게 점검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단 한 번 사는 삶인데 무엇을 쫓으며 살 것인가 생각했다. 취직하기 직전 단계였는데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연기자의 삶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연기를 전공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IMF 사태 자체가 연기를 하게 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꿈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여러 계기 중 하나였다."

 

'국가부도의 날' 배우 조우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배우 조우진이 20일 오후 서울 퐐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IMF 당시 인연이 끊어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뉴스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이야기로 넘쳤다. 어두운 시대였던 것 같다."ⓒ 이정민

 
20여 년 전 이야기에 그 역시 상념이 깊어지는 듯 보였다. 경제 위기 때 남들은 더욱 돈을 쫒기도 했고, 또 다른 길을 택하곤 했지만 조우진은 꿈을 좇기로 했다. 그렇게 한걸음씩 걸어 지금에 이르렀다. 조우진은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고백했다. 

"세트장에 들어갈 때 드는 어떤 느낌이 있는데 <국가부도의 날> 현장은 정말 잘 짜인 무대에 선 느낌이었다. 스태프들도 딱 준비된 느낌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연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정말 허투루 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느껴졌다. 김혜수 선배, 뱅상 카셀 등 여러 훌륭한 배우들 속에 제가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 어쨌든 제 사명은 차관 역할이니 권력의 그릇된 선택을 보여줘야 했고, 김혜수 선배를 들끓게 만들어야 했다. 사족이 없는 연기와 대사를 던지려 노력했던 것 같다."

시대극의 묘미

<창궐> < 1987 > 등 사극과 시대극을 경험한 조우진에게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진짜 권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검사, 청와대 관료 등을 두루 거친 그였기에 반 농담으로 던진 물음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그는 "최근 입증되지 않았나.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영화의 여러 미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시대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게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아팠던 역사든 흥했던 역사든 그걸 다루면서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자체가 미덕이지 않을까. 이런 영화에 참여하면서 제 커리어나 인생도 좋은 의미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에 연기자로 참여하는 건 분량에 상관없이 제 삶을 통틀어 의미 있는 작업이다.

<국가부도의 날>을 보시는 분들은 아마도 서민 캐릭터인 갑수(허준호)에 공감하실 것이다. 개인적으론 한시현(김혜수), 갑수, 차관까지도 모두 영화 안에서 나름 변화를 겪는다. 영화를 보시고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해보시길 권한다. 얘깃거리가 많아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족끼리 모였을 때도 IMF 때 부모님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뭘 했는지 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근현대사를 두고 구성원들 사이에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부도의 날' 배우 조우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배우 조우진이 20일 오후 서울 퐐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런 영화에 참여하면서 제 커리어나 인생도 좋은 의미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에 연기자로 참여하는 건 분량에 상관없이 제 삶을 통틀어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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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미'로 더 익숙한 문지인 "난 서현진의 남자친구였다"

[인터뷰] <뷰티 인사이드>가 "10년차 선물 같았다"는 배우 문지인

배우 문지인보다 유우미라는 이름이 어느덧 더 자연스럽다. 배우 문지인은 얼마 전 종영한 <뷰티 인사이드>에서 배우 한세계(서현진)의 소속사 대표이자 비밀을 나눠가진 친구로 분해 주연 배우들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2009년 SBS 공채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10년차 배우 문지인은 <뷰티 인사이드>를 두고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잊지 못할 10년차 선물 같다"고 말했다. 배우 문지인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뷰티 인사이드> 끝나고 이름 불러줘... 감동" "문지인이라는 이름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괜찮다. (웃음) 둘 중에 하나만 익숙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보다 내 이름을 많이 알아주셨다. 지나가다가 내 얼굴을 보면 어떤 작품에 나왔는지까진 알아도 이름이 각인되지 않으셨을 것이다. 이번에 <뷰티 인사이드>를 하고 이름까지 불러주시더라. 감동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단 작품이라 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나는 내 나이에 비해서 밝고 귀엽고 애교가 많은 어린 역할을 맡아왔다. <뷰티 인사이드>는 소속사 대표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는데 (관계자 분들이) 걱정이 많으셨던 걸로 알고 있다. 내게도 새로운 도전일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지만 시켜달라고 어필을 했다." "세뇌를 시키는 거다. (웃음) 괜찮을 것이다. 잘할 것이다. 나쁘지 않을 것이다. 믿으셔야 한다. (웃음) 중간부터는 마음을 놓으시더라. 방송이 나가기 전에 3개월 정도먼저 촬영을 했는데 힘든 시간이었다. 빨리 방송을 해서 인정을 받아야 나를 선택해준 분들께도 떳떳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머리카락도 단발로 잘랐다." "20대 때는 힘들었다. 내 감성은 20대인데 더 어린 역할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30대가 넘으니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더라. 아싸! (웃음) 예견은 하고 있었다. 30대가 넘으면 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오히려 날개이지 한계라고 느끼지 않는다." "최근에 읽은 댓글 중에 감동받은 것이 있다. 어떤 분이 기사 밑에 '지인씨가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굉장히 길고 진정성 있게 댓글을 달아주셨더라. 배우로서 예쁘다, 매력 있다는 말 다 좋지만 아무래도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 가장 좋다. 유우미를 찰떡처럼 연기해주셔서 좋았고 내가 성장했으면 좋겠고 주연으로도 발돋움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었다. 너무 고맙더라.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마음을 다해 쓴 댓글을 보면 너무 감사하다. 그런 게 진짜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 "초반에는 (이)태리와 함께 고민을 했다. 어려웠고 내게는 큰 도전이었고 시청자 분들께서 어떻게 받아주실까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도 화면을 보면 실물보다 애처럼 나온다. 이 앳된 모습에서 카리스마를 느껴주실까. 시청자 분들이 진짜 우미로 봐주시는 순간 희열도 느껴졌다." "우미는 지인 같은! (웃음) 주변에 있는 친근한 친구이다. 그리고 세계의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의리 있고 가족보다 더 세계를 사랑한다. 정도 사랑도 넘치는 역할이라 매력적이었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다." "맞다. 드라마 중반부터는 우미가 한세계의 아빠인데 얼굴이 바뀌지 않아 우미인 채로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난 우미를 세계의 부모님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자식과 싸우지 않고 혼내지 않나. 나 또한 한세계를 그렇게 생각했다. 우미는 세계의 남자친구이자 부모님이라고. 일반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이익관계가 들어가면 얼마나 싸우겠나. 마지막 즈음 우미가 세계를 안아주면서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진심으로 말하기도 한다. 엄마 같았다. 우리들의 엄마는 딸이 진짜 힘들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니까. 뭉클한 장면이었다." "여러 관점이 있다. 도재(이민기) 오빠가 언니(서현진)의 외적인 면을 본 게 아니지 않나. 교감을 했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다. 외적인 것에 기준을 두면 언젠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반면 내면의 교감으로 가면? 이런 사랑이 지향할 진정한 사랑의 자세가 아닐까 싶더라. 언니가 할아버지로 변했을 때도 도재 오빠는 상관 없어 했다.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 존재와 교감한다는 것?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고 그런 사랑을 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얼굴이 변하는 게 사실 판타지이지만 병이지 않나. 병. 그런데 병이라고 하면 다들 웃으신단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병이고 상처이고 실생활이 되지 않는 괴로움을 언니가 연기했다고 말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개구리 왕자 판타지가 아니라 진지한 거라고 생각했다. 재밌어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를 너무 잘했다. 그렇지 않나?" 2009년 공채 탤런트로 데뷔... 바닥부터 올라와 "최고다. 나는 항상 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 같다. 여태까지 내가 한 작품을 보면 아실 것이다. 사랑도 많이 받았고 재밌고 좋은 배우들을 만난다. 눈이 점점 더 높아져서 걱정이다. (웃음) 감사하다.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현장이었고 항상 그랬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한 번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욕하는 신을 찍었는데 그 다음부터 스태프들이 말을 안 걸더라. (웃음) 식상하지 않은 악역, 열받는데 귀엽기도 하고,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그런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다. 연민정이라는 캐릭터는 매 신마다 볼거리가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서)현진 언니도 그걸 잘 한다. 매 신마다 항상 다른 매력, 다른 애교를 보여주시더라. 그런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공무원이다. 공무원. (웃음) 내가 공채 탤런트 마지막 기수이고 그때도 6년 만에 뽑은 것이었다. 뽑혔을 때도 다소 생소했다. 공채 출신이라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시더라." "경쟁률도 굉장히 높았다. 합격했을 때는 감격했다. 그리고 작은 역할부터 하나하나 연기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내가 운전하고 전화받고 콘트롤 하면서 일했다. 그 뚝심이 있다. 지금도 그때 고생했던 내공이 있어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화초처럼 연기하지 않았다. 공채 동기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회사로 치면 인턴부터 시작한 셈이다. '나는 다 됐다'고 생각할 겨를 없이 되자마자 현장에 가서 연기를 해야 했다." "일단 꿈이었는데 직업이 됐으니 감사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으니 감사하다. 그런데 연기라는 건 보장이 된 것도 아니고 하나가 이뤄졌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목표도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니 계속 꿈을 꿔야 계속 할 수 있다. 여기서 안주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노력을 해야한다. 버티는 것 이상으로 많이 열망해야 계속 연기할 수 있다. 그러니까 평생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는 참 매력적이지 않나. 그런데 과정은 매력적이지 않다. 백조가 물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나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단체 생활도 잘 못하고 부끄러워한다. 20~30명 앞에서 자기 소개하는 것도 너무 부끄럽다. 카메라는 내 입장에서 일대일이다. 카메라와 연기하는 상대방만 보이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연기한다. '컷' 소리 나면 내 자신이 신기하고 그렇다. 나를 까맣게 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게 참 매력적이다." "시청자 분들과 같이 성장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10년 동안 생각보다 정석대로 해왔다. 한 단계 한 단계. 그렇지 않나? 마치 지인처럼 같이 성장하는 걸 기뻐해주시기도 하고 위로가 된다고도 하신다. 다작을 하지만 조금씩 친숙하게 다가가려 한다. 그런 스토리를 가진 배우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그렇기에 내 단기간의 목표는 다음 작품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더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 "언니는 땅으로 치자면 토양이 잘 다져진 '고퀄' 아닌가. 소리소문 없이 쭉 올라온 분이다. 서로가 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그런다.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배우로서 존경한다."

'뷰사' 이태리 "이민기와 브로맨스, 유일한 낙이었는데..."

[인터뷰] 이름 바꾸고 활동 재개한 <뷰티인사이드> '정주환역' 배우 이태리

'배우 이태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998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정배'라고 하거나 최근 종영된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의 '정비서'라고 하면 좀 더 익숙할까. 배우 '이민호'는 <순풍산부인과> 이후 그간 <명성황후>(2001), <거침없이 하이킥>(2006), <식객>(2007) 등에 단역으로 나오면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런닝맨>(2012), <옥탑방 왕세자>(2012), <해를 품은 달>(2012) 등에 출연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초 활동명을 이태리로 바꿔 배우로서 쉼표를 찍고 다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태리를 만나 <뷰티인사이드>를 끝낸 소감부터 배우관까지 묻고 들었다. 이태리는 <뷰티인사이드>에서 서도재(이민기)의 일 잘 하는 완벽한 비서 '정주환' 역할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태리는 <뷰티인사이드>라는 작품을 두고 "이제 막 뗀 첫 걸음마"라고 표현했다. 어릴 땐 촬영장에 놀러가... 일이 된 지금은 "부담이 많이 된다. (촬영) 현장에 가면 동료들이 '대선배'라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20년이라는 연기 경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드리고 싶다." "<순풍산부인과>는 3년 동안 이어진 작품이다. 전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형 누나들이랑 촬영장을 뛰어놀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난다. 엄청 추운 겨울에는 덜덜 떨면서 촬영했던 기억, 여름에는 뙤약볕 밑에서 촬영한 기억은 아직 남아있다. 너무 시끄럽게 뛰어놀아서 선배님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땐 연기하러 간다기 보다는 촬영장에 놀러간다는 기분으로 갔다." "그때 '놀아서 재밌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연기를 시작했다면 쉽게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내가) 가져가야 할 수식어라고 생각한다.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성숙해져 있고 성인 배우로서의 모습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뷰티인사이드>가 그래서 중요했다. 애 같아 보이면 안 되는 역할이어서 걱정도 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다행히 남자답다, 어른 티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 <해를 품은 달>도 그렇고 <옥탑방 왕세자> 때도 그랬고 칭찬과 격려, 응원을 받았던 순간의 기억으로 계속 배우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기하는 순간에는 아무래도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행복한 스트레스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연기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솔직히 2018년을 정말 정신 없이 보냈다. <여곡성>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한 게 하나 있어 미국도 다녀오고 아직 방송되진 않았지만 컬링 드라마도 하나 찍었다. 이제 막 시작이지 않나. 이름을 바꾸고 처음 한 작품을 선보였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사실 그래서 고민을 오래 했다. 내가 20년 동안 쌓아왔던 것을 두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더 보여드릴 게 많고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 결정을 내리게 됐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민기를 서현진에게 빼앗긴 기분이 들어 "원작을 리메이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 대본을 보고 나서 영화를 뛰어넘는 재미를 드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움직이더라. 내가 '정주환'이라는 역할만 잘 살리면,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좋은 예감이 있었다." "그렇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하고 싶었고 또 잘 할 수 있는 자신도 있었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보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부담과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지만 잘 살려보고 싶었다. 네가 하길 잘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웃음) 오래된 경력도 무시는 못하겠지? 내가 정말 잘한다, 는 자신감보다는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겠습니다, 란 자신감이 있었다." "맞다. (웃음) 주환이 야망가이기 때문에 주환에게 맞게끔 연기했다. 스태프들이 내 눈빛에서 야망이 보인다고 하면 기분이 좋더라. 내가 주환이에게 빠져있구나, 싱크로율이 높구나 싶었다." "그렇지 않다. 하지만 현장을 가는 순간부터 주환이 됐던 것 같다. 카메라가 켜져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도 모르게 주환이가 돼서 현장에 갔던 것 같다." "매회 모니터링을 하려고 한다. '본방사수'한다. 시청자 반응도 잘 찾아보고 현장에 가서 이런 저런 반응이 있더라 소개도 해준다." "잊으려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 상처로 남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의 의견도 새겨들으려 한다. 좋은 글을 다시게끔 내가 더 노력하려 한다. 왜 이런 글이 달렸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하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더 좋은 의견이나 생각이 없을까 찾아보는 편이다. 그 분들의 의견을 닫고 내 생각대로 밀어붙였다가 못 보고 지나치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 (이)민기 형에게 배운 점이 있다. 흔들릴 수 있는 시점에서 나를 잘 잡아주셨다. 내가 안 좋은 반응을 보고 형에게 이야기를 하면 형이 넌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거기서 안정감을 느끼곤 했다. 민기 형은 자기가 생각한 캐릭터를 잘 끌고 가시더라. 그런 점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민기 배우와의) 브로맨스가 유일한 낙이었는데 마지막회로 가니 (서)현진 누나에게 빼앗긴 기분이 들어서 외로움이 커지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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