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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조한철에게 데뷔 20년째 해인 2018년은 특별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그리고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시청률의 새 기록을 쓴 <백일의 낭군님>까지. 큰 사랑을 받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조한철'이라는 이름과 얼굴을 새겨 넣었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조한철이 맡은 역할은 반정으로 임금이 된 능선군 이호였다. 폭정을 휘두르던 선왕의 눈치를 보며 한껏 몸을 움츠리고 살던 능선군은, 죽지 않기 위해 반정 무리의 우두머리인 김차언(조성하 분)의 거래를 받아들여 왕의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왕좌에 앉아서도 공신들 등쌀에, 세자 이율(도경수 분)의 반항에 맘 편할 날이 없다. 잘난 아들에게조차 질투를 느끼는 한심한 아버지이자, 신하들의 눈치만 보는 나약한 왕. 지난달 31일 서울 사직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조한철은 "그저 나약한 왕이 아닌, 있지도 않은 권위만 내세우는 지질한 왕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약한 왕이라고 늘 겁먹은 모습, 나약한 모습만 보이면 조금 뻔할 것 같았어요. 전 반대로 끝까지 가보자 싶었죠. 주위에서도 보면 자신 없는 사람들이 늘 큰소리 치잖아요. 그게 더 없어 보이고. 왕에게 권위가 없는데 '난 권위 있어!' 강요하고 우기고. 약간의 도전도 못 견디고. 이런 지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원하던 대로 잘 보인 것 같아 만족스러웠어요." 

조한철의 긴장 풀어준 조성하의 아재 개그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백일의 낭군님>은 송주현과 궁궐, 두 장소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분위기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송주현에서 코믹하고 달콤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에도, 궁 안 사람들은 극의 무게를 책임져야 했다. 극과 극인 두 이야기의 온도와 무게. 밸런스를 잡는 것도 중요했다.  

"솔직히 처음 대본을 볼 때, 이 작품은 대박이 나거나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외면받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송주현은 완전 트렌디한 로맨스 사극이고, 궁 쪽은 완전 <용의 눈물>이잖아요. (웃음) 두 이야기가 잘 붙을까 걱정도 됐고, 송주현에서 화면이 넘어왔을 때 너무 생뚱맞지 않을까 걱정도 됐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하자, 주어진 내 이야기가 충실하자 생각했어요." 

조한철이 연기한 왕 역은 본래 배우 윤태영이 연기하기로 돼 있었다. 촬영까지 이미 시작됐었지만, 음주운전으로 윤태영이 하차하고 그 자리는 조한철이 메웠다. 다른 배우들은 이미 어느 정도 합이 맞춰진 상황에서 투입된 탓에 긴장도 됐고, 선배들 눈치도 보였다고. 

그런 조한철이 편하게 연기할수록 도와준 이는, 극 안에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김차언 역의 조성하였다. 현장의 가장 큰 선배였지만, 말도 안 되는 아재 개그를 남발해 현장의 '허당'을 자처했다고. 조한철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더 그러시는 거다. 덕분에 첫 촬영부터 긴장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매일 같이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위해 밥과 간식을 사는 '멋진 형'이었다고. 조한철은 "개런티의 상당 부분을 우리 먹이는 데 쓰셨을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앞으로 계속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조성하 선배는 김차온을 연기할 때 조용히 눌러서 가시잖아요. 목소리 톤을 높인다거나 흥분하지 않으시죠. 근데 그게 정말 힘든 거예요. 배우는 사실 불안하거든요. 이 정도만 표현해도 전달이 될까? 내 심리가 전달될까? 그런데 조성하 선배는 이렇게 16부를 끌고 가면서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셨잖아요. 보통 내공 가지고는 안 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믿어야만 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만큼의 자신감, 내공. 대단하시더라고요. 저도 몇 년쯤 뒤에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연이은 '대체 투입'... "부담도 걱정도 컸다"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전작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도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신 투입됐다. 두 작품 모두에서, 처음부터 조한철을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마냥 꼭 알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연이은 대체 투입에 부담도, 걱정도 많았다. 

"<신과 함께>는 1편이 너무 잘 된 작품이기 때문에 흥행이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잖아요. 제가 좀 소심해서, 안 좋은 시각으로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김용화 감독님을 만났는데, 충무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감독님이시잖아요. 만나러 가면서도 솔직히 위축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반갑게 저를 맞아주셨어요. 저에 대해 잘 모르셨는데, 제가 물망에 오른 뒤에 제 작품들도 전부 찾아보셨다는 거예요. 너무 감사했고, 감동받았어요. 인간적으로 반했죠. <신과 함께>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감독님을 믿고 최종 결정하게 된 게 컸어요." 

<신과 함께> 대체 투입 경험이 있어 <백일의 낭군님> 출연 제안을 받아들이는 부담이 더 적었느냐 물으니 "연달아 대체 투입된다는 부담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 즈음해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작품 외적으로 화제가 되는 경험을 했던 터라 고민이 더 컸다고. 하지만 전부터 '왕'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고, 사극이라는 장르에 끌려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것과 다른,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오달수와 윤태영. 이미지 접점이 별로 없는 두 배우가 맡았던 각기 다른 개성의 역할을 제안받은 조한철. 대체 투입은 느끼기에 따라 자존심 상하는 제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힌 제작진이 믿고 역할을 맡길 만한 배우라는 뜻이기도 하다. 

"출연 제안에 자존심 상할 입장은 아니라서. (웃음) 돌이켜보면 연극할 때도, '이 역할은 A가 해야 해. 딱 맞아. A가 못한대. 그래? 그럼 조한철 하라고 할까?' 이런 식으로 캐스팅될 때가 많았어요. 2순위, 3순위일 때가 더 많았죠. 저만의 어떤 색깔이 없는 건 아닌지, 개성이 없는 건 아닌지 아쉬웠어요. 사실 어떤 색깔이 분명하면 눈에 띄기도 좋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도 쉽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올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배우들에게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다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부분이기도 해요. 세상일이 다 그렇잖아요. 하나 잃으면 하나 얻고. 결과적으로는 제게 모두 좋은 일이 되었으니 (출연 제안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백일의 낭군님>으로 받은 사랑... "경거망동 않겠다"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조한철은 "작품이 끝나고 남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1998년 연극 무대에 데뷔해 (쑥스럽다며 손사래를 친 수식어지만) '천만 배우'가 된 2018년까지. 20년 긴 기다림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좋은 이야기로 격려하고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젊은 시절부터 믿고 따랐던 누님이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 이연규 배우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할 때는 잠시 말을 머뭇거리기도 했다. 힘들었던 시절 조한철에게 힘이 되어 준 그때 그 선배들처럼, 조한철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백일의 낭군님>을 시청하며, 송주현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현장에서는 접점이 거의 없어서 (송주현 쪽 배우들은) 잘 못 만났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는 동안 얼마나 재미있게 찍었을지,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을지 눈에 보이더라고요. 대본 자체도 물론 재밌었지만, 배우들끼리 이런저런 디테일 살리고 애드리브 넣으면서 얼마나 즐거웠을까, 저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보겠구나, 평생 갈 인연을 얻었겠구나 싶었죠. 아 물론 저도 조성하 선배님이랑 계속 갈 거지만요. 하하하. 작품 하면서 남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으로 조한철은 폭넓은 연령대의, 더 많은 시청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조한철 역시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았다"며 즐거웠을 정도다. 이 드라마는 조한철에게 사람, 그리고 또 무엇을 남기게 될까. 

"지금까지 배우로 살면서 큰 터닝 포인트는 없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없었으면 좋겠고요. 갑자기 큰 사랑을 받고, 갑자기 변하고... 이런 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잖아요. 내가 왜 잘 됐는지, 제가 그 이유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요. <백일의 낭군님>도 제가 출연했던 작품과 캐릭터 중 가장 크게 화제가 됐지만, 경거망동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야죠.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요. (웃음)  

연극을 십 년 넘게 했고, 영화와 드라마에 조금씩 출연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백일의 낭군님>과 같은 좋은 작품을 만났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제겐 모두 같은 의미가 있었어요.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지금 따라가고 싶은 선배님들의 행보처럼, 꾸준히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어요."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일의 낭군님' 배우 조한철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배우 조한철이 31일 오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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