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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영 영화감독

2014년 단편 <혀의 미래>를 시작으로 10여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어온 정가영 감독이 두 번째 장편 <밤치기>로 관객과 만난다.ⓒ 권우성

 
우디 앨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고, 막연하게 <출발 비디오 여행> PD를 꿈꿨던 작가 지망생이 약 4년 만에 10여 편의 단편을 만들어낸 감독이 돼 있었다. 1990년생, 적다면 적을 나이에 벌써 두 번째 장편의 개봉을 앞둔 정가영 감독을 지난 30일 오후 서울 을지로3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는 1일 개봉하는 영화 <밤치기>는 정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비치 온 더 비치>와도 연결된다. 그가 선보인 단편의 상당수도 마찬가지다. 감독 본인이 직접 출연해 상대 배우에게 사랑과 연애, 섹스에 대해 거침없이 생각을 내뱉는다. 

<밤치기>에선 영화감독 지망생인 주인공 가영의 입을 빌렸다. 남자에게 호감이 있지만 정작 그 남자에겐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가영은 영화 시나리오를 위한 자료 조사를 핑계로 남자를 불러내 여러 질문을 던지는데 자위 횟수부터 성적 취향까지 상당히 노골적이다. 그리고 최종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  

꾸준히 던지는 화두

"<비치 온 더 비치>가 일종의 성공담이었다면 이번엔 실패담을 찍고 싶었다"며 정가영 감독이 운을 뗐다. 지금의 제목 역시 점프를 해서 달을 치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붙인 것이었다. 그는 "제 스스로도 실패한 많은 구애의 밤들을 보냈기에 그런 처절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힘겨워 보이지만 힘찬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도 그렇고 20대들의 주 관심사가 사랑, 연애, 남녀의 성 이런 것이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뽑아내려 했다. 사실 이야기의 신선함 딱 하나만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신선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게 제가 찾는 재미와도 연결된다. 성적인 이야기, 사랑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의도한 건 아니다. 지금 현재 제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그런 이야기였다."
 

 영화 <밤치기>의 한 장면.

영화 <밤치기>의 한 장면. 배우 박종환과 정가영 감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또한 단편 <병구> 등으로 주목받은 형슬우 감독 또한 이 영화에서 종환의 지인으로 깜짝 출연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속 가영에는 상당 부분 본인이 투영돼 있다. 동시에 상상과 어떤 희망도 섞여 있다. 상대 남성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모습은 왠지 의뭉스럽지만 동시에 마냥 미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제 이야기 속 가영은 저보다 재밌고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아이였으면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갖고있는 판타지 같다. <밤치기>속 그 남자는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가영의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잖나.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남성상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많이 녹여내려고 했고, 그 하룻밤 자체가 재밌는 그런 현실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던지는 말과 상대의 리액션과 상황이 재밌는...

시나리오는 빨리 쓰는 편이다. 인물을 구상하는 과정을 길게 갖기보다는 쓰기 시작하면서 만드는 편이다. <밤치기>에선 '여자가 그 날 밤 안에 무조건 그 남자를 꾀어야 한다. 애인이 있든 그가 튕기든 말든!' 이 강력한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써내려가면서 인물들은 어느 정도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인물로 담긴 것 같다."


특별한 위로

지난 언론 시사회 자리에서 정가영 감독은 SBS 과거 예능 프로 <짝>을 언급했다. 해당 프로를 보면서 나름의 위로를 받았는데 <밤치기>에서도 관객들이 그런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닫힌 공간에서 일정 기간 서로 다른 남녀가 상대를 탐색해 가는 이 프로가 감독에겐 어떤 위로와 영감이 됐던 걸까. 

"<짝>이 불미스러운 일로 종영하는 바람에 (말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제가 좋아했던 프로 중 하나였다. 마치 제겐 '길티 플레저(죄의식을 동반하지만, 했을 때 즐거운 일) 같았다.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열 번, 스무 번도 넘게 보곤했다. 왜 이렇게 내가 집착할까? 이 프로의 매력이 뭘까 생각했다. 

어떤 인간이 누군가에게 빠져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애걸복걸하는 그런 모습이 제겐 어떤 면에서 위로가 되더라. 본인은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겐 그 사람이 살아 있는 순간으로 느껴졌다. 사랑에 빠져 있는 순간이니 말이다. 저도 그런 걸 영화로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주관적인 이유였지만 그의 영화를 본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이 꽤 열광하는 모양새다. 정가영 감독의 지인 중 한 명은 그런 광경을 보고 '난 너를 알기에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널 모르는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봐서 이상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정가영 영화감독

"제 이야기 속 가영은 저보다 재밌고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아이였으면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갖고있는 판타지 같다."ⓒ 권우성

  
정가영 감독 작품은 여성이 구애 행동에 적극 나선다는 점에서도 꽤 신선하다. 흔히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랑의 대상이자 구애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했던 여성이 망가지고 무시당하는 걸 감내하면서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자고 한다? 이 자체로 기존 문법의 전복 아닐까. 현실 같은 상상, 상상 같은 현실을 영화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그에게 '여자 홍상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사실 처음부터 어떤 전복을 의도하거나 남자, 여자에 대한 주제의식을 갖고 만든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어떤 불합리나 부조리를 느낀 건 맞다. 감독을 하면서 제 안에 쌓여 있던 불만과 어떤 느낌이 만난 것 같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구애할 수도 있고, (실패해서) 지질하게 될 수도 있고, 남자에게 차여서 슬퍼할 수도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걸 다루면 신선할 것 같았다.

(여자 홍상수라는 별명에 대해) 음, 홍상수 감독님을 워낙 좋아하고 존경한다. 홍 감독님 작업 방식으로 하는 작가들이 워낙 없다 보니 그런 비슷한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포스트 홍상수' 이런 수식어를 붙이시는 것 같다. 그런 수식어, 부담이나 그런 건 없다.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 저도 늘 힘을 얻기에 감독님이 기분 상하시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절 불러주시는 건 영광이다."


조인성을 설득하다
 


그의 전작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라는 단편인데 말 그대로 이 영화에 조인성이 목소리로 실제 출연했다. 친구와 연애 얘기, 새로 구상하는 영화 얘기를 하다 조인성에 대해 사담을 나누고, 그러다 정말로 조인성에게 전화가 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소소한 이야기지만 스타 배우를 섭외한 정가영 감독의 섭외력에 새삼 놀라게 되는 대목.

"영화 <더 킹>을 보고 나서 꿈에 조인성씨가 몇 번 나왔다. 그래서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시나리오를 후다닥 쓰게 됐다. 그리고 검색해서 조인성씨 소속사에 전화해서 단편 시나리오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매니저 분에게 이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냈다. 근데 보내고 나니 '아, 내가 나의 욕망으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거 아닌가. 제발 조인성씨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다음날 밤 11시에 술 먹고 있는데 조인성씨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시나리오 너무 재밌게 잘 봤다면서 언제 찍는지 물어보시더라. 끊기 전에 제게 멋있다고 말씀해주셨다(웃음). 그 뒤로 3일 밤을 못 잤다. 기분이 주체가 안 되더라. 엄마가 걱정할 정도였다(웃음). <밤치기>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는데 곧바로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찍었지. 행복한 지난해를 보냈다. 조인성씨도 영화를 재밌게 보신 것 같았다. 이후엔 못 뵈었고, 촬영하면서는 같이 술은 마셨다. 소탈하시고 좋더라(웃음)."


영화 소개 프로 피디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를 택했다가 중퇴,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으나 역시 중퇴한 뒤, 소설가 데뷔를 꿈꾸며 수십 편의 습작을 남긴 그다. 2014년 첫 단편 <혀의 미래> 이후 꾸준히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관객들이 재밌다고 반응해주시는 게 너무 좋았다"며 영화 작업에 빠진 계기를 전했다. 
   

 정가영 영화감독

"여성이 적극적으로 구애할 수도 있고, (실패해서) 찌질하게 될 수도 있고, 남자에게 차여서 슬퍼할 수도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걸 다루면 신선할 것 같았다."ⓒ 권우성

 
"소설가나 싱어송라이터도 되고 싶어서 진지하게 준비했었다. 근데 공모전에 다 떨어지고, 친구들의 반응도 별로였고. 의욕이 떨어지더라. 근데 영화는 찍어서 보여주면 반응이 오니까... 결국 재미가 제 동력인 것 같다. 관객이 재밌게 봐주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만약 영화도 소설처럼 반응이 없었다면 계속 하진 못했을 것 같다.   

첫 번째 장편은 제 돈 300만원을 들여서 했는데 다행히 <밤치기>는 투자사의 투자를 받았다. 얼마 전 세 번째 장편을 찍었는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서 할 수 있었다. 이석형 배우와 제가 출연하는데 불륜에 대한 이야기다. 찍다 보니 그림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 제 돈으로는 더는 못 찍겠더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이제 슬슬 전업을 고민 중이다. 항상 잔고가 절 위협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지만, 동시에 잔고 바닥이 보여야 또 헝그리정신이 나오지 않나 싶다(웃음). 지금은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대화에 예민하고 상대 반응에 민감한 사람. 정가영 감독은 본인의 일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고받는 말의 맛과 어떤 특정한 상황과 분위기를 잘 잡는 감독. 지금까지 그가 보여온 장기다. 이런 재기발랄함이 상업영화에서도 꽃피길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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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선 전지윤 "포미닛 좋았지만 내가 하고픈 음악 아니었다"

[인터뷰] 싱글 앨범 '샤워' 발매한 전지윤, 홀로서기에 익숙해지기까지

가수 전지윤이 한층 단단해진 솔로 아티스트가 돼 돌아왔다. 전지윤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 싱글 '샤워'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지윤은 그룹 포미닛으로 활동하며 '핫 이슈' '뮤직' '이름이 뭐예요?' '미쳐'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 2016년 현아를 제외한 멤버 전원이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면서 자연스럽게 포미닛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전지윤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1일 오후 6시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신곡 '샤워'는 샤워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을 서정적인 사운드에 담아낸 곡이다. 전지윤은 "샤워를 할 때 음악을 듣는데 그때 잡생각을 많이 한다. 상처받은 말이라던가, 아팠던 일이라던가. 그런 기억을 물에 씻어 버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곡"이라고 설명했다. KBS 2TV 드라마 <매드독> OST로 주목 받았던 래퍼 니화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전지윤은 지난 2016년 발표한 신곡 '내가 해'부터 직접 작사·작곡 및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과거 포미닛의 히트곡들이 당차고 카리스마 넘치는 콘셉트의 댄스곡이 주를 이뤘다면, 전지윤의 자작곡은 감성적이고 잔잔한 느낌이다. 전지윤은 이제야 자신의 색깔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무대가 끝나고' 편에서는 많은 아이돌과 아이돌 출신 방송인들이 출연해 화려한 모습 뒤의 고충을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전지윤 역시 포미닛으로 데뷔하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그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자신을 낮췄다. 고생 끝에 데뷔에 성공한 포미닛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무대 위는 화려했고 관객들의 환호는 짜릿했다. 전지윤은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미닛으로 활동할 당시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쓸어담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때의 전지윤에겐 솔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룹 활동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고 포미닛의 음악은 전지윤이 하고 싶은 음악과 거리가 있었다고. 전지윤이 홀로서기를 생각했던 것은 생각보다 이른 시점이었다. 전지윤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되게 절망적이었다. '나는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안 들어줬다. 결정권자가 돼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 이후 3~4년 지난 시점이었을 때였는데,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전지윤은 포미닛 활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팀 활동을 그만하고 싶은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있나? 물 흘러 가는 대로 사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화려한 걸그룹 멤버에서 솔로 싱어송라이터가 되기까지 전지윤은 많은 부침도 겪었다. 짧은 기간새 소속사 두 곳과 계약을 해지하고 타의로 홀로서기를 선택해야 했다. 전지윤은 소속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뭐부터 해야할 지도 몰랐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다"라며 "내가 원하는 곡을, 내가 내고 싶을 때 낼 수 있어서 지금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게 된 지금,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며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전지윤은 "계속 실패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하기도 했고 꼴찌하다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더라. 이미 단련 돼 있다"라며 "한 번 (흥행이) 안 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니지 않나. 실패해서 얻는 게 더 많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다 보니 아무래도 방송 출연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지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충분히 바쁘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 그는 "방송에는 안 나오지만 사실 내가 되게 바쁘다. 제가 벌여놓은 일도 많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소처럼 일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는 전시회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홀로서기 하는 전지윤이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없다고 했지만 역시 욕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전지윤은 1등에 대한 욕심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백일의 낭군님' 성공했는데, 남지현은 왜 아쉽다고 할까

[인터뷰] 징크스 깬 <백일의 낭군님>의 기록... 남지현에게 로코란?

드라마 왕국으로 거듭난 tvN. 하지만 유독 두 징크스 앞에선 맥을 못 췄다. 월화드라마, 그리고 사극. 그래서 월화 시간대에 편성된 사극 <백일의 낭군님>은 시작부터 두 가지 징크스를 안고 시작한 셈이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마자, 굳건한 줄로만 알았던 두 징크스는 힘을 잃고 말았다. tvN 월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 <시그널>에 이어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5위에 등극한 것이다. 귀엽고 상큼한 로맨스 사극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백일의 낭군님>. 2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백일의 낭군님> 속 귀여운 홍심이, 배우 남지현을 만났다. 드라마의 눈부신 성과에 마냥 기쁘고 들뜰 법도 하건만, 남지현이 먼저 꺼내 놓은 소감은 '아쉬움'이었다. 첫 사전 제작의 아쉬움, 첫 아역 등장의 설렘 <백일의 낭군님>은 남지현의 첫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남지현의 아역이 등장하는 첫 드라마이기도 했다. 9살에 데뷔해 수많은 주인공들의 아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남지현. 본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꼬마 연기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tvN 징크스 깨고 쓴 <백일의 낭군님> 기록 tvN 월화드라마, tvN 사극. 징크스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불길한 징조는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혹시 이런 부분이 작품을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남지현은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아!' 하고 알게 됐다"며 웃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연홍심이라는 캐릭터였다. 남지현은 "당차고 할 말 다 하고,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홍심이가 멋졌다. 부럽고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말투도, 태도도 달라지는 연홍심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익숙함에 새로움을 추가하는 것"인데, 연홍심이 바로 그 목표에 부합하는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연이은 로코 성공... 새로운 로코 요정 남지현 <쇼핑왕 루이> 고복실, <수상한 파트너> 은봉희에 이어 <백일의 낭군님> 연홍심까지. 최근 남지현은 연이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택했고,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별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는지 묻자,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택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최근 로코가 많았다"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은 '설렘'이다. 남지현이 고른 로코들이 모두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의 '설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 <백일의 낭군님> 촬영장에서 남지현이 꼽은 최고의 '설렘신'은 원득이에게 오이즙을 발라주는 장면이었다고. 촬영하면서도 도경수에게 "시청자들이 설렐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예측이 맞았다며 밝게 웃었다. 사랑 궁금하지만... 달달 포인트도 잘 알고, 사랑에 빠진 연기도 여러 번 훌륭하게 해냈지만, 실제 남지현은 아직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다. 연애 경험이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은 "상상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인색한 이유 남지현은 계속해서 본인 연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도경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이번 작품에서 실패한 게 톤 조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도경수씨의 중저음의 목소리 덕분에 부드럽게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드라마는 성공했고, 어릴 때 데뷔해 별다른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도 없는데.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한 것 아닌지 묻자 "늘 부족한 점부터 찾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남지현이 조심스러운 것 중 하나가 '교복'을 입어야 하는 10대 연기다. 성인이 되어 데뷔한 배우들은 30대 나이에도 잘만 교복을 입는데, 유독 아역 출신 배우들은 스무 살만 넘어도 다시 교복 입는 캐릭터를 맡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부담감이 다르다"며 말을 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드라마 됐으면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와 종방연을 끝으로, 남지현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 사실 촬영을 마친 뒤 계속 학생 생활에 충실했지만 말이다. 이날 종영 인터뷰를 마지막 회도 방송되기 전인 29일 월요일에 몰아 진행한 것도, 일주일 중 유일하게 공강인 날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학기 중 방송된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끈 탓에, 학교생활이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웃었다. 통학할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아해하자 "대중교통 안에서 다른 사람 얼굴 잘 안 쳐다보잖아요. 스마트폰 보거나 하시니까"라고 했다. 학교는 남지현에게 "언제 돌아가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곳이다. 아무리 촬영 스케줄이 바빠도, 남지현의 최우선 스케줄은 학교. <백일의 낭군님>도 개강 전 촬영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출연을 결정했다. 총 6학기까지 쓸 수 있는 휴학 중, 벌써 4학기를 써버린 탓에 웬만하면 방학을 최대한 이용해 작품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성공적인 마침표만큼이나, 지난주 끝난 중간고사의 홀가분함이 크다고도 했다. 홍심이와의 이별을 코 앞에 둔 이 순간, 가장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이들은 드라마를 아껴준 시청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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