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함블리' 함안댁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건 <미스터 션샤인>이 남긴 새드엔딩 중 하나다. 정이 뚝뚝 묻어나는 경상도 사투리에 푸근한 웃음을 웃는 함안댁은 실제 분량 이상의 심리적 비중(?)을 차지했다. 얼마 전 종영한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의 유모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함안댁, 배우 이정은을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향은 서울, 애드리브는 "불란서 제빵소예~"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의 우진 엄마 역의 배우 이정은이 8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의 우진 엄마 역의 배우 이정은이 8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데 고향이 어딘지.
"서울이다. 사투리는 선생님을 모셔와서 매주 연습해가며 찍었다. 사투리 정말 쉽지 않더라."

- 김은숙 작가의 작품엔 첫 출연인데 어땠나.
"너무 감사했다. 왜냐하면 이미 대본에 인물이 너무 잘 쓰여 있어서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 토씨 하나까지 살려주셔서 덕분에 입체적인 인물이 만들어졌다. 작가님과 실제로 대화를 해보니 쓰는 언어 자체가 대사더라. 말솜씨가 무척 좋으시고 그런 면모가 대본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 대본이 촘촘해서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겠다.
"대사 애드리브보다는 억양적인 부분, 가령 '불란서 제빵소예?' 같은 독특한 억양을 만드는 식으로 애드리브를 했다. 이응복 감독님은 촬영하다가 재밌으면 엄청 즐거워하는 스타일인데 재밌어 하시더라."

- 이응복 감독은 어땠나.
"보통 사람들이 알기로 화면 연출을 아름답게 하시기로 유명한 감독님인데 '나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대본에는 간략히 나온 이름 없는 무덤들을 공들여 찍음으로써 이름 없는 의병들을 살려내더라."

- 평범한 민초이자 나중엔 의병의 한 사람이 되는 함안댁을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의병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작품에 들어갔지만 하는 동안 의병을 생각하고 연기한 게 아니다. 고애신에서부터 미래세대까지 함안댁의 사랑이 연결되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의병으로서의 함안댁이 가진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바람개비 신과 함안댁 죽음신 가장 기억에 남아
 

이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

▲ 이정은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 화앤담픽처스


-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은?
"바람개비 신이다. 대본에는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다'는 짧은 문장이었는데 감독님이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울컥할 정도로 잘 산 장면이다. 지문엔 자세한 묘사가 없었는데 내가 빨간 바람개비를 접고 애신이가 내게 머리를 기대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내게 카메라가 넘어왔을 때 '거사'란 말이 너무 울컥했다. 어떻게 보면 애신이가 부모의 뜻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말이어서다. 애기씨가 주체적인 사람인데 처음으로 고개를 기댔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다. 작가님도 그 장면이 좋았다고 하시더라.

또, 아무래도 함안댁이 죽는 마지막 신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굉장히 오래, 4일 동안 공들여서 찍은 신이다. 심야에도 찍고, 초저녁에도 찍고 여러 번 찍어서 정성을 다해 이어 붙여 완성시켰다. 끝내 손을 잡지 못했던 신정근 선배가 죽는 모습에 시큰했고, 태리씨와 이별할 땐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덤덤한 유언이 안 되어서 힘들었다. 몇 번의 NG를 내면서 감정을 걷어내고 걷어낸 다음에 찍었다."

신정근은 '츤데레', 김태리는 놀라운 29살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의 우진 엄마 역의 배우 이정은이 8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이정민


-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한 신정근, 김태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가족 같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촬영을 시작해 추울 때를 지나 1년 동안 함께 했으니 서로에게 온기가 되는 사람들로 남았다. 신정근 오빠는 저희에게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정근 오빠는 되게 '츤데레'다. '싫어'하면서 다 해주고 '밥 먹을래?' 하면서 밥 쏘시고 그런다. 실제로 액션을 되게 잘 하신다. 액션을 춤추듯이 하는데 극중 빗자루로 일본군과 싸우는 장면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거다."

- 김태리는 어떤 사람인가.
"태리씨가 지금 29살인데 저의 29살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담대함이나 배역에 대한 접근이 놀라울 정도로 성숙하단 생각이 들더라. 자기가 한 연기가 생각한 근사치에 못가면 밤잠을 못 잔다. 그런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주인공인 건 당연하단 생각을 했다. 그 담담함에 매료됐고, 후배라기 보단 동료 배우이자 친구로 여겨진다. 작업방식도 되게 신중하더라. '이 신이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세심하게 접근하더라. 가령, 총을 맞을 때도 대퇴부에 맞을 때와 가슴에 맞을 때 아픔이 다를 텐데 그런 걸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그런 고민들 말이다. 제가 차에 텐트를 싣고 다녔는데 밤신이 많다보니 텐트 쳐놓고 같이 커피 끓여 마시면서 많이 놀았다. 최근에 '또 텐트 치러 가야지' 문자를 나누기도 했는데 되게 밝은 사람이다. 텐트 쳐놓으면 폭신폭신하네~ 하면서 드러눕는다. 여배우 같지 않고 어떨 때는 아기 같기도 하다."

<아는 와이프>, 그리고 일상에서의 삶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의 우진 엄마 역의 배우 이정은이 8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이정민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의 우진 엄마 역의 배우 이정은이 8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배우 이정은ⓒ 이정민

  
- JTBC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선 서우진(한지민 분)의 엄마 역을 맡아 동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아는 와이프>는 놀이동산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극중 기억도 없고,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차서방에 대한 기억이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 역할을 제안주셨을 때 치매가족을 너무 심각하게 거리감을 두고 보지 않게 노력하라고 당부하셨다. 치매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저 같은 증상도 있는 거다. <미스터 션샤인> 끝날 때쯤 찍었다."

- 두 드라마로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는지.
"두 드라마가 방영될 때 일이 있어 전주에 체류하다가 후반부에 올라왔더니 꽤 알아보는 사람이 많더라. 친구들이 카톡을 많이 보내더라. 함안댁의 표정 모음 같은 것들을 보면서도 함안댁의 이런 면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구나 싶었다. 하지만 생활의 변화는 없다. 주윤발이 백팩 매고 지하철 타고 다니잖나.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예전부터 있었다."

- 배우로서의 시간 외의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평범한 사람이다. 저는 마트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고, 실제로 여가시간이 날 때 만나는 사람들도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춤 동호회에 나가서 댄스 스포츠를 2년 반 배우기도 했고, 개 끌고 나가서 한강다리 밑에서 아줌마들과 노닥거리는 것도 좋아한다. 직업이 배우인 거고 쉴 때는 평범하게 쉰다."

- 차기작은 무엇인가.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란 작품이다."
 

함안댁 <미스터 션샤인> 함안댁의 표정모음

▲ 함안댁<미스터 션샤인> 함안댁의 표정모음ⓒ tvN/윌 엔터테인먼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자칭 '뮤덕'이 준비하는 뮤지컬 페스티벌... 올핸 어떻게 다를까

[인터뷰]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준비하는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

[기사수정 : 10월 18일 오전 11시 23분]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을 일주일 앞두고 사무실에서 만난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바빠 보였다. 책상 위에는 정리가 안 된 채 페스티벌 타임테이블을 포함한 각종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배우들은 아무도 없었다. 연습실에서 각자 페스티벌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2016년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2017년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 이어 2018년에도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린다. 재작년 국내 최초의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른 PL엔터테인먼트는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뮤지컬 배우와 관객을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3년째 꾸준히 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일지 모른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임을 알기에.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를 넘어서 페스티벌 기획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송혜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뮤지컬 페스티벌을 하는 이유... "좋아서" 경기도 가평군의 제안으로 처음 기획하게 된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은 송혜선 대표에게도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많은 뮤지션과 음악 팬들에게는 페스티벌의 성지나 다름없는 '자라섬'이지만, 송 대표에게는 낯설었다. 애초에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실내 극장을 벗어나 관객을 마주하는 자리가 굉장히 드물다. 그런데 그 무대를 '축제'로 확장하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2016년 페스티벌이 끝난 이후, 송 대표는 의욕적으로 지속가능한 축제의 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연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 평소에 뮤지컬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이 장르에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곳,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는 곳…. 이 페스티벌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세 번째 뮤지컬 페스티벌에는 앞선 페스티벌과는 달라진 점들이 있다. 우선 자라섬에서 서울 올림픽공원을 거쳐 올해는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다. 자라섬이나 올림픽 공원 모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었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관객의 안전, 편의시설, 교통, 공간의 자유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했을 때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곳이다. 또한 올해는 무대를 이원화하지 않는다. 2016년에는 무대 두 개를 설치해 대극장 작품 위주의 라인업과 소극장 작품 위주의 라인업으로 분리해 다른 분위기로 꾸렸다. 2017년에도 작은 별도의 무대를 만들어 생중계나 관객과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관객이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공간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한 무대에서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송 대표는 "페스티벌에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이번엔 이렇게 해보고, 다음에는 또 다르게 해보면서 여러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가며 가장 잘 맞는 걸 찾아나가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페스티벌의 노하우는 아직 축적해가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이전의 페스티벌들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마지막 바캉스를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페스티벌은 완연한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시기에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은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계절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마침 10월이니 20일 토요일은 핼러윈데이 느낌도 내면서 흥겨운 파티 분위기를 낼 계획이다. 21일 일요일은 로맨틱한 콘셉트에 맞추어 무대 위 배우들이 오른다. 송 대표는 <지킬 앤 하이드> 모니터링 하다가 '입덕'해버린 이후 자신도 '뮤덕'이 되어버렸다며 웃었다. 20년 가까이 뮤지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송 대표에게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 페스티벌은 노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설레는 것처럼, 페스티벌에 올 준비를 하며 설렐 관객들의 기대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신경 쓰고 있었다.

적나라한 아동학대, 관객들 눈물... "이거, 전부 실제 사례다"

[인터뷰] 영화 <미쓰백> 이지원 감독... "아동학대 경각심 전하고 싶었다"

<미쓰백> 이지원 감독에게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소감을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 처음 <번지점프를 하다>(2000)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한 이지원 감독은 18년이 돼서야 <미쓰백>이라는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내놓았다. 지난 9월 27일 있었던 언론 시사회에서 떨고 있던 이지원 감독을 두고 배우 이희준은 "감독님이 십여 년을 연출부 생활을 하다가 너무 뭉클해서 아침에 울고 토하고 식사도 못 하셨다고 하더라"라고 말을 덧붙였다. 18년을 기다린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난 1일 <미쓰백> 개봉을 열흘 앞두고 만난 이지원 감독은 언론 시사 당일 아침을 회상하면서 "내 인생 38년 동안 긴장을 해서 토한 건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감독은 "이희준씨가 사전 인터뷰에서 내가 토했다는 이야기를 또 했다"며 "그때 내가 카메라 앞에서 울어버려서 모두들 당황했다"고 말했다. 경각심과 진심 "아직도 먹먹한 감정이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다. 분명 누군가는 싫어할 텐데 옛날에는 강심장이고 그러니 연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더라. (웃음) 어제 휴대폰의 포털 사이트 어플을 지워버렸다. 더이상 반응을 검색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대중들 앞에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때다. <미쓰백>에 완전 목을 매달고 올인했던 모습에서 원래 이지원으로 돌아가려는 단계다." "이 영화로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가장 전하고 싶었다. 혹시 내가 영화를 잘못 만들어서 왜곡돼 전달되면 어쩌지 싶었다. 그 우려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 내내 큰 숙제가 됐다. 다행히 언론 시사 이후 내 진심을 많이들 받아주신 것 같아 조금은 안도했다." "사실 나 역시 아동 학대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사실 쏟아지는 기사들도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고 있으니 읽기 싫었다. 우연히 옆집에 살던 아이가 학대당하는 걸 마주치고 나니 아동 학대 기사가 다시 보이더라.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도 나처럼 다시 문제를 마주쳤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동보호 전문 기관 분들과 <미쓰백> 시사회를 가졌는데 영화를 보시고 너무 많이 우시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도 그렇지만, 관심이 없던 분들도 봐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손을 잡고 이런 영화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면서 우시더라. 오히려 내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분들에게 이 영화가 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지은(김시아 분)은 실제 학대당하던 아이 7명 정도 사례를 종합한 캐릭터다. 그분들은 어떤 아이를 모델로 했는지 다 아실 것이다." "맞다. 지은이처럼 실제 사례에서 따온 캐릭터다. 아동 학대 사례에서 가해했던 부모의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을 따와서 입혔다. 주미경처럼 친모가 아닌데 연인이 낳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일곤처럼 집에서 머물면서 직업이 분명하지 않고 어떤 것에 중독돼있는 친부가 오히려 주미경 같은 캐릭터를 양산해내는 구조다. 실제 학대당한 아동을 상담하는 선생님들은 학대한 부모도 함께 상담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학대하는 계모 중에서도 과거엔 아이에게 굉장히 잘해줬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작고 낡긴 했지만 지은이도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한때 주미경이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가정이 붕괴하면서 원망을 쏟아낼 창구가 필요했고 그게 지은이 된다는 설정이었다. 나도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추측하기로는 힘없는 약자에게 폭력이 대물림되는 구조가 아닐까." "그것도 실제 있는 사례였다. 강아지를 소중히 안고 다니는 여자가 애에게 학대를 가한다는 게 놀라웠다. 7명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기 때문에 사례를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 화장실 혹은 베란다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았다. 손발이 묶이고 차가운 겨울에 찬물을 뒤집어쓴 아이들도 많았다. 전부 다 실제 사례다." "투자 난항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못해" "(웃음) 그럴 수밖에 없다. 백상아는 나이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8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면서 인생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자살하는 꿈을 꾸고 그랬다. 그런 와중에 애가 맞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내가 학대하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해버리고 쟤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맞다. 그 애에게 폭력을 가한 여자와도 마주친 적이 있다. 마치 주미경처럼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온화해 보이더라. 그 애를 구해주지 못했던 내 모습이 투영되면서 백상아라는 인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일을 겪고 시나리오를 쓰고 몇 달 만에 프리 프로덕션(촬영 전 준비를 하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소재이다 보니 투자에 난항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아동 보호 센터 분들이 내게 이 영화 포기하면 안된다고,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했다. 내가 만일 여기서 힘들어서 포기하게 되면 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없어지고 마는구나 싶어서 더 포기를 못 하겠더라. 투자가 난항일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다행히 잘 헤쳐나가게 됐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누구도 상아처럼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쨌든 누구도 학대받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또 자기도 다칠 수 있다. 마지막에 주미경이 백상아에게 '너라고 안 그럴 것 같냐'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게 이 영화의 화두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외면하겠느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지민씨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싶다. (웃음) 지민씨는 나랑 상당히 비슷하면서 반대되는 면이 많은 배우다. 나는 겉으로는 세 보이는데 속은 여린 반면, 저 사람은 겉은 여려 보이는데 속은 강하다. N극과 S극의 사람이 만나 '미쓰백'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지민씨를 영화 촬영하는 내내 너무나 사랑했다. 초반에는 친구처럼 사랑했다면 후반에는 마치 남자친구처럼 집착할 정도로 사랑했다. 영화 편집 기간에는 모성애까지 생기더라. 지민씨는 아마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줄 모를 것이다. 이제는 촬영 기간이 다 끝났으니 헤어진 연인 같은 느낌이다. (웃음) 정말 지민씨여서 다행이었다.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말씀도 하셨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영화를 찍을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한다. (웃음) 첫 작품에서 조금 무거운 주제를 던졌다면 두 번째 작품은 친숙한 소재로 생각을 해뒀다. 사실 두 번째 작품에 큰 의의를 두기 보다는 평생 영화를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생 영화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감독이 그래서 전생에 업보가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창작의 고통도 겪어야 하고, 창작이 끝나면 평가가 비수가 돼 날아오기도 하고.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영화감독은 화려한 직업일 것이다. 배우들이랑 같이 다니고 이렇게 매체에서 인터뷰도 하고.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맞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집중하는 분위기, 내가 상상만 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카타르시스가 크다. 또 스태프들이 너무나 작은 예산의 영화임에도 애정을 갖고 같이 만들어주셨다. 이 영화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기에 촬영하는 순간이 더 감사하고 행복했다. 크랭크업 했을 때도 울었던 것 같다. 참 과분한 순간들이었다." "갑자기 감정이입이 너무 되는데... (웃음) 글쎄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버티라는 말을 해줘야 할까. 그런데 사실 내가 '여성' 감독이라는 걸 인지한 게 최근이다. 영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라고 인식했지 여성 감독임을 <미쓰백>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여성 감독만이 아니라 입봉을 준비하는 감독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을 좀 더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를 찍으면 입봉을 못 했을 때의 고통과 비슷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 시간을 좀 더 인내하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세상에 대해 원망을 하기보다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자기 영화를 찍을 때 그 고통이 자기 발전으로 돌아오더라.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여성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시작하진 않았다. 그저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설정이었다. 백상아는 나 자신을 투영시켰기 때문에 여성인 거고, 옆집에서 봤던 애가 여성이기에 지은도 여성이었다. 인간에 대한 연대의 이야기지 여성 영화로 굳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까 영화를 평생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지 않나. 남성 배우들의 폭이 넓은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 풀을 넓혀가야 한다는 건 내가 해야 할 몫 중에 하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 inter:view 다른 기사

  • 옆으로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