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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 배우 박충선 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명당>에서 배우 박충선은 이야기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지관 정만인을 연기했다. 얼굴 한쪽의 흉터 또한 인상적이다.ⓒ 이정민


추석 대작 중 하나로 상영 중인 영화 <명당>은 사극의 탈을 쓴 하나의 풍자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가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막기 위해 분투하는 캐릭터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왕실을 능멸하는 세도정치 가문에 맞선 지관 박재상(조승우) 반대편엔 마찬가지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채 은둔하며 지내는 정만인이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로, 때론 수상한 웃음소리로 상대를 꿰뚫어 보는 정만인의 옷을 배우 박충선이 입고 있었다. 지난 1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 좋은 미소와 선한 인상의 그가 강렬한 정 지관을 표현했기에 그 해석이 우선 궁금했다.

직업 아닌 사람 자체에 집중

사극이기에 대부분이 실존 인물이다. 정만인 역시 야사를 통해 알려진 인물. 흥선대원군이 아버지의 묘를 가야사를 태운 뒤 마련했는데 그 터를 바로 정만인이 귀띔했다는 설이 있다. 박충선은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었다"며 "출연 결정이 난 뒤 가장 집중했던 건 바로 정만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영화에선 설명되지 않지만 스스로는 이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집중했다. 그래야 왜 정만인을 연기하고 있는지 당위성을 부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워낙 정적인 사람이잖나. 어떤 상황이나 말에 대한 반응이 없고, 얼굴도 가리고 다닌다. 과거에 여성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있고, 청나라 유학도 다녀왔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생각하며 사는 사람으로 봤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기 손안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너희가 날고 뛰어봐야 탐욕에 사로잡힐 것'이라 보는 것이다.

액션 없이 말로 연기하는 캐릭터라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상대방과 눈싸움 하는 거는 얕은 수니까 눈을 보는 게 아닌 눈 속을 보는 시선을 가지려 했다. 또 여러 영화를 돌려보며 많은 웃음소리를 연습했다. 집에서 하도 웃음소리를 연습하니 중3짜리 아들이 대체 무슨 역을 맡아서 그러시냐고 궁금해하더라(웃음). 

굳이 선악을 나누자면 악한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전 악역이 아니라고 봤다. 그런 대사가 있잖나. '내가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이가 나올 것이다'라고. 남들의 욕망은 잘 읽었지만 정작 본인의 것은 몰랐던 게지. 능력자지만 그것을 잘못 쓴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사람은 다 똑같아. 어차피 돈을 원하잖아?' 요즘 말로 하면 이런 생각이 내면화돼 있는 사람이지."


이런 이유로 정작 풍수지리 자체를 공부하기보다는 풍수지리를 보는 사람들의 삶 자체를 파고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육관 손석우 등 유명 지관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박충선은 지관들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려 애썼다. 결론은? "땅을 보는 재주가 있을 뿐, 사람인 건 다 똑같다"였다.
    

영화 '명당' 배우 박충선 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액션 없이 말로 연기하는 캐릭터라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상대방과 눈싸움 하는 거는 얕은수니까 눈을 보는 게 아닌 눈 속을 보는 시선을 가지려 했다."ⓒ 이정민


정만인의 의미

그는 역할 준비 과정 설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박충선은 "역할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꼭 하고 싶은 배역이었다"며 "이런 작품 통해서 배역이 다양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속생각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제 이름을 모르지만, 얼굴을 보면 아신다고 하신다. 화면으로 사람을 인식하니까. <명당>처럼 신선하면서도 재해석도 담긴 작품을 만나면 행복하지. 참여해서 어떤 맛을 낼 기회가 되면 무슨 맛이든 내고 싶다. 일상에선 제 안의 다양한 모습을 다 꺼내지 못하잖나. 작품을 통해 하나씩 연결시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라 보는데 그게 바로 제가 연기를 계속 하게 하는 동력인 것 같다. 

야구로 치면 타자가 타석에서 안타를 칠 때도 삼진을 당할 때도 있는데, 어쨌든 타석에 항상 서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현장에 그만큼 있고 싶다는 뜻이다. 덕아웃에 앉아만 있다가 언제 (감독이) 불러주나 기다리는 게 참 힘든 시간이거든. 스스로는 뭔가 능력을 갖고 있어서 유세도 떠는 그런 캐릭터를 하고 싶긴 했다. 배우는 어쩔 수 없다. 현장에서 놀아야지. 히치콕이 그랬다. 화면이 답이라고."


이 지점에서 박충선은 함께 호흡을 맞춘 조승우, 지성 등을 두고 "선배 같은 배우"라 말했다. 구력만 놓고 보면 박충선이 훨씬 선배격이지만 그는 동료 배우들을 두고 "다들 현장에서 어른들이었다"고 표현했다.  

"제가 나이가 그들보다 많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다들 조율도 잘하고, 잘 섞이고 그랬다. 예전 어떤 현장들은 속칭 원톱, 투톱 배우들이 서로 기 싸움도 하고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배우들이 절 끼워줘서 같이 어울리고 좋은 기운도 많이 받았다. 영화 마치고 배우들이 이렇게 보고 싶은 게 처음이다(웃음)."
   

영화 '명당' 배우 박충선 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구로 치면 타자가 타석에서 안타를 칠 때도, 삼진을 당할 때도 있는데 어쨌든 타석에 항상 서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이정민


특별한 내공

30년 넘는 경력임에도 그는 겸손한 미소로 온화하게 주변을 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마저 유한 건 아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다 전역 후 다시 연극영화과를 택했을 그 이십 대 중반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내면이 가득 차 있었다. 우연히 경험한 연극 무대 이후 "정말로 연기를 내가 좋아하는지 공연 한 번만 더해보고 고민해보자"며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  

"연기를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한번 해보자고 작정하고 극단에 들어갔다. 그땐 아르바이트를 하나도 안 했다.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빌리기도 했다. 연애도 못 했지(웃음).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책 하나 더 보고, 연습 한 번 더하려 했다. 그땐 연기 외엔 내 삶은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는 성역이었다. 돌아보면 너무 건방진 생각을 했나 싶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니 서른이 넘었고, 극단에선 안 받아주더라. 나이 많은 사람이 부담스러운 거지. 그래서 이 극단 저 극단을 떠돌았다. 개인적으론 훌륭한 연기 스승을 못 만난 게 아쉽다." 

무대 외에 영상 매체에서 연기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그가 어느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영화 <꿈의 나라>(1989)를 시작으로 영상 매체에 매력을 느낀 그는 <영원한 제국>(1995), 드라마 <꼭지> 등을 거치며 서서히 저변을 넓혀 왔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여러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는 "유준상 배우와 했던 <로니를 찾아서>, <혈의 누>, <소수 의견> 현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잠시 회상했다. "흥행이나 관객 수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과정 자체가 즐거운 현장이 좋다"며 변함없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명당>이 흥행면에서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그의 입장에선 정만인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캐릭터였고 현장이었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정만인을 보내려 한다. 가슴 한쪽에 잘 간직하겠다"며 그가 웃어 보였다.  
  
"일단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봐줬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셨다. 이번 작품처럼 개봉 후가 궁금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제 아내도 엉덩이 두들기면서 다음에도 이런 작품으로 잘 해보자고 격려해줬다. 아들도 절 안아주면서 '아빠가 애쓴 만큼 나온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영화 '명당' 배우 박충선 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해온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보일 게 많이 있다는 뜻. 그의 이후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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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아동학대, 관객들 눈물... "이거, 전부 실제 사례다"

[인터뷰] 영화 <미쓰백> 이지원 감독... "아동학대 경각심 전하고 싶었다"

<미쓰백> 이지원 감독에게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소감을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 처음 <번지점프를 하다>(2000)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한 이지원 감독은 18년이 돼서야 <미쓰백>이라는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내놓았다. 지난 9월 27일 있었던 언론 시사회에서 떨고 있던 이지원 감독을 두고 배우 이희준은 "감독님이 십여 년을 연출부 생활을 하다가 너무 뭉클해서 아침에 울고 토하고 식사도 못 하셨다고 하더라"라고 말을 덧붙였다. 18년을 기다린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난 1일 <미쓰백> 개봉을 열흘 앞두고 만난 이지원 감독은 언론 시사 당일 아침을 회상하면서 "내 인생 38년 동안 긴장을 해서 토한 건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감독은 "이희준씨가 사전 인터뷰에서 내가 토했다는 이야기를 또 했다"며 "그때 내가 카메라 앞에서 울어버려서 모두들 당황했다"고 말했다. 경각심과 진심 "아직도 먹먹한 감정이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다. 분명 누군가는 싫어할 텐데 옛날에는 강심장이고 그러니 연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더라. (웃음) 어제 휴대폰의 포털 사이트 어플을 지워버렸다. 더이상 반응을 검색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대중들 앞에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때다. <미쓰백>에 완전 목을 매달고 올인했던 모습에서 원래 이지원으로 돌아가려는 단계다." "이 영화로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가장 전하고 싶었다. 혹시 내가 영화를 잘못 만들어서 왜곡돼 전달되면 어쩌지 싶었다. 그 우려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 내내 큰 숙제가 됐다. 다행히 언론 시사 이후 내 진심을 많이들 받아주신 것 같아 조금은 안도했다." "사실 나 역시 아동 학대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사실 쏟아지는 기사들도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고 있으니 읽기 싫었다. 우연히 옆집에 살던 아이가 학대당하는 걸 마주치고 나니 아동 학대 기사가 다시 보이더라.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도 나처럼 다시 문제를 마주쳤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동보호 전문 기관 분들과 <미쓰백> 시사회를 가졌는데 영화를 보시고 너무 많이 우시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도 그렇지만, 관심이 없던 분들도 봐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손을 잡고 이런 영화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면서 우시더라. 오히려 내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분들에게 이 영화가 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지은(김시아 분)은 실제 학대당하던 아이 7명 정도 사례를 종합한 캐릭터다. 그분들은 어떤 아이를 모델로 했는지 다 아실 것이다." "맞다. 지은이처럼 실제 사례에서 따온 캐릭터다. 아동 학대 사례에서 가해했던 부모의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을 따와서 입혔다. 주미경처럼 친모가 아닌데 연인이 낳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일곤처럼 집에서 머물면서 직업이 분명하지 않고 어떤 것에 중독돼있는 친부가 오히려 주미경 같은 캐릭터를 양산해내는 구조다. 실제 학대당한 아동을 상담하는 선생님들은 학대한 부모도 함께 상담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학대하는 계모 중에서도 과거엔 아이에게 굉장히 잘해줬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작고 낡긴 했지만 지은이도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한때 주미경이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가정이 붕괴하면서 원망을 쏟아낼 창구가 필요했고 그게 지은이 된다는 설정이었다. 나도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추측하기로는 힘없는 약자에게 폭력이 대물림되는 구조가 아닐까." "그것도 실제 있는 사례였다. 강아지를 소중히 안고 다니는 여자가 애에게 학대를 가한다는 게 놀라웠다. 7명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기 때문에 사례를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 화장실 혹은 베란다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았다. 손발이 묶이고 차가운 겨울에 찬물을 뒤집어쓴 아이들도 많았다. 전부 다 실제 사례다." "투자 난항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못해" "(웃음) 그럴 수밖에 없다. 백상아는 나이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8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면서 인생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자살하는 꿈을 꾸고 그랬다. 그런 와중에 애가 맞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내가 학대하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해버리고 쟤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맞다. 그 애에게 폭력을 가한 여자와도 마주친 적이 있다. 마치 주미경처럼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온화해 보이더라. 그 애를 구해주지 못했던 내 모습이 투영되면서 백상아라는 인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일을 겪고 시나리오를 쓰고 몇 달 만에 프리 프로덕션(촬영 전 준비를 하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소재이다 보니 투자에 난항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아동 보호 센터 분들이 내게 이 영화 포기하면 안된다고,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했다. 내가 만일 여기서 힘들어서 포기하게 되면 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없어지고 마는구나 싶어서 더 포기를 못 하겠더라. 투자가 난항일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다행히 잘 헤쳐나가게 됐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누구도 상아처럼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쨌든 누구도 학대받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또 자기도 다칠 수 있다. 마지막에 주미경이 백상아에게 '너라고 안 그럴 것 같냐'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게 이 영화의 화두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외면하겠느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지민씨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싶다. (웃음) 지민씨는 나랑 상당히 비슷하면서 반대되는 면이 많은 배우다. 나는 겉으로는 세 보이는데 속은 여린 반면, 저 사람은 겉은 여려 보이는데 속은 강하다. N극과 S극의 사람이 만나 '미쓰백'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지민씨를 영화 촬영하는 내내 너무나 사랑했다. 초반에는 친구처럼 사랑했다면 후반에는 마치 남자친구처럼 집착할 정도로 사랑했다. 영화 편집 기간에는 모성애까지 생기더라. 지민씨는 아마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줄 모를 것이다. 이제는 촬영 기간이 다 끝났으니 헤어진 연인 같은 느낌이다. (웃음) 정말 지민씨여서 다행이었다.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말씀도 하셨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영화를 찍을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한다. (웃음) 첫 작품에서 조금 무거운 주제를 던졌다면 두 번째 작품은 친숙한 소재로 생각을 해뒀다. 사실 두 번째 작품에 큰 의의를 두기 보다는 평생 영화를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생 영화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감독이 그래서 전생에 업보가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창작의 고통도 겪어야 하고, 창작이 끝나면 평가가 비수가 돼 날아오기도 하고.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영화감독은 화려한 직업일 것이다. 배우들이랑 같이 다니고 이렇게 매체에서 인터뷰도 하고.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맞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집중하는 분위기, 내가 상상만 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카타르시스가 크다. 또 스태프들이 너무나 작은 예산의 영화임에도 애정을 갖고 같이 만들어주셨다. 이 영화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기에 촬영하는 순간이 더 감사하고 행복했다. 크랭크업 했을 때도 울었던 것 같다. 참 과분한 순간들이었다." "갑자기 감정이입이 너무 되는데... (웃음) 글쎄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버티라는 말을 해줘야 할까. 그런데 사실 내가 '여성' 감독이라는 걸 인지한 게 최근이다. 영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라고 인식했지 여성 감독임을 <미쓰백>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여성 감독만이 아니라 입봉을 준비하는 감독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을 좀 더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를 찍으면 입봉을 못 했을 때의 고통과 비슷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 시간을 좀 더 인내하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세상에 대해 원망을 하기보다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자기 영화를 찍을 때 그 고통이 자기 발전으로 돌아오더라.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여성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시작하진 않았다. 그저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설정이었다. 백상아는 나 자신을 투영시켰기 때문에 여성인 거고, 옆집에서 봤던 애가 여성이기에 지은도 여성이었다. 인간에 대한 연대의 이야기지 여성 영화로 굳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까 영화를 평생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지 않나. 남성 배우들의 폭이 넓은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 풀을 넓혀가야 한다는 건 내가 해야 할 몫 중에 하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한지민이 맑다고? 아동 학대에 분노한 미쓰 백을 품다

[인터뷰] 영화 <미쓰백> 백상아에 외로움 느껴... "아동 문제는 사회의 책임"

한지민은 더없이 차분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인근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한지민은 <미쓰백>이 한지민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를 물어보는 말에 "용기를 북돋아 줄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N <아는 와이프>에 이어 <미쓰백>에서도 한지민은 기존에 대중들이 생각하는 한지민의 이미지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미쓰백>에서 한지민은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으면서 욕을 하고 난투극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센' 역할이 아니다. 한지민이 맡은 '미쓰 백' 백상아는 아동이 학대당하는 현장을 그저 보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떻게 봤을 때는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연기가 수반되는 배역이다. 한지민은 "어느 순간 그저 역할이 주어졌으니 감사하게 받아서 하는 시기가 아닌 시기가 오긴 하더라"라며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고 연기적으로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긴장감 "제작보고회 전날 생각하지 못한 무게감과 긴장이 몰려왔다. 자야 하는데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그때 그렇게 하는 게 맞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20분 정도 잤는데 계속 꿈을 꿨다. 막 로봇 같은 애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개꿈인데 (웃음) 내가 긴장을 많이 했구나 싶더라."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했고 새로운 연기를 하면서 갈증을 풀었다. 그때는 이 작업이 즐겁고 행복했다면 개봉을 앞두니 현장 스태프들 생각이 나면서 이 많은 사람이 한 작품을 위해 노력했구나 그러니 좋은 말로 평가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다른 배우들에게 기대기도 하고 숨을 곳도 많았는데 맨 앞에 있다 보니 손익분기점은 넘어야 하지 않나 현실적인 부담이 오긴 하더라. 그런데 손익분기점을 다들 말 안 해준다. 내가 부담 가질까 봐 그런가?" (웃음) "한지민이 '미쓰백'을 연기했을 때 갖는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그게 불편하다면 자칫 내가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백상아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거기서 나오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연구를 했다.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이질감은 줄이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남자분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 든다. 타이틀롤로서 보여드린 작품이 없다 보니 긴장도 된다. 과연 보러오고 싶을까 그런 느낌도 든다." "아이를 막연하게 좋아한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당연히 노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원래 아동학과에 가려다가 포괄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회복지로 바꿨다. 가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서 분노를 하기도 한다. 아직 한국이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아이에 대한 보호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동 관련 죄를 저지르는 사람에 대한 형량도 너무 적다. 우리가 결국 나이가 들어 못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극악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 때는 마냥 순수했을 텐데 어떤 사회가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늘 궁금했다. 들여다보면 저 사람도 성장 과정에 있어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매니저분들이 엄마 역할 잘 할 수 있겠냐고 놀랐는데 난 처음부터 너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도 많이 봤고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언니가 애를 키우는 모습을 나도 다 체험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아는 와이프> 속에 부부들의 생활이 현실적으로 담겨있기도 했다. 이제 38살이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고 연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아는 와이프>에서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그러셨다. 이해할 수 없는데 (웃음) 웃는 것이나 소리지르거나 애드리브 하는 모습들이 나 같다면서. <미쓰백>은 내가 백상아를 닮진 않았지만 평소에 사회 문제 등에 강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있기에 회사에서도 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직접적으로 신을 들여다본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어떤 아이는 저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저렇게 힘들까.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는 어른이나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뉴스를 보면서 모두가 분노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 들여다보기 힘든 면이 있긴 하지만 깊이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는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이런 드라마나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결정하다 "맞다. 새벽 4시에 결정했다. 감성적이고 이성이 없는 시간에 (웃음) 결정을 하게 됐다. 보통 그 시간에 편지를 써놓고 다음날 아침에 읽으면 깜짝 놀라지 않나. 당시에는 내가 미쓰 백 역할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달리 보겠지 그런 걸 생각하기보다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이게 내 이미지를 대단히 많이 바꿔야 하는 작업이구나 그건 미쓰 백을 준비하면서 느끼게 됐다. 내면으로도 그렇지만 외면으로도 그랬다. 마치 머리를 맥주에 빤듯한 색깔로 염색을 했고 가죽 재킷이나 호피 무늬 옷도 '나 이런 사람이야 건들지마'라는 느낌을 주려는 표현 중 하나였다." "감독님이 머리나 립스틱에 대해 제안을 하셨는데 피부를 망가뜨리라는 말씀은 못 하시는 것 같더라. 추운 겨울 배경이고 세차장에서 물로 작업을 하는데 너무 춥다. 그런 거침이 얼굴에 드러났으면 좋겠더라. 피부 표현이나 잡티, 다크써클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해서 보여드렸다. 피부가 얇다 보니 주름이 잘 생긴다. 그런데 그 피부가 백상아 역할을 할 때는 도움이 되더라. (일동 웃음) 로션을 안 발라도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겼다. 촬영 끝나고 감독님께서 '빨리 피부과 가서 치료받으라'고 그랬다.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서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씩 복구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 100% 복구가 되는 것 같진 않다(웃음)." "처음에는 제안을 안 주셨다. 한지민이 섭외 리스트에 있을 때 딱 네 글자로 말씀하셨단다. '됐다 그래!' (일동 웃음) 영화 <밀정> 뒤풀이 자리에서 뵌 감독님 말에 의하면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간 알던 한지민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내가 클러치백을 갖고 갔는데 그게 마치 일수 가방처럼 보였다고 그랬다. 아니 내가 그 뒤풀이 장소에 가지 않거나 그날 핸드백을 메고 갔으면 어쩔 뻔했나(웃음). 감독님이 생각했던 한지민의 이미지는 맑은 느낌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들어갔다가 나갈 때까지 홀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 뒤에 바로 <미쓰백>의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읽자마자 회사 대표님에게 '이거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저라는 배우를 (백상아 역할로) 생각하실까요'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에 대한 갈증보다 연기적인 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한 초반은 좀 바보스럽게 맑았던 시절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건 내가 남들보다 훨씬 느린 아이라는 점이었다. 현장에 덩그러니 혼자 있지도 못하는 아이 말이다. 맑다기보다는 순진하기만 한 아이였다면 <청연>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아 연기를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전에는 수백 번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청연>을 하면서부터 욕심이 생겼다. 그 다음부터 작품이 내게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나에게 작품이 들어오지 싶었다. 그리고 점점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나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감사한 느낌이 있지만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당연히 있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나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에 대한 갈증보다 연기적인 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시아 같은 경우에는 어린 친구이니 (영화 속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시아의 감정 상태를 가장 조심했다. 늘 상담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다. '컷' 소리 나면 무조건 지은이라고 불러선 안 되고 시아로서 대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충분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른이다 보니 안 붙여주더라. (웃음) 중반 이후 상아를 표현하면서 많이 외로웠다. 끝나고 나서도 다른 작품과 다르게 잔상이 남더라. 시원섭섭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둘은 잘살고 있을까? 온전하지 않은 백상아가 지은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석 기간 대작들이 많이 나왔는데 한국 영화의 열풍을 이어서 (웃음)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미쓰백>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누군가의 부모 혹은 부모가 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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