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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끝이 났어도, 그 여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원작을 넘어선 리메이크로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원작 팬들까지 열광시킨 OCN <라이프 온 마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을 그 누구보다 뜨겁게 보냈던 이정효 감독을 만났다.  

<라이프 온 마스>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에 더불어, 감각적인 연출과 촬영 기법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우리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히치콕 기법(촬영 대상과 카메라의 거리를 늘이면서 줌-인하거나, 촬영 대상과 카메라의 거리를 좁히면서 줌-아웃 하는 기법)'을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코마 상태인 한태주(정경호 분)의 어지러움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꿈과 현실의 경계, 빨리 알리고 싶었다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 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이정효 감독은 "그 촬영 기법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이름이 '히치콕 기법'이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며 웃었다. 

"원작은 초반에 현실인지 꿈인지, 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효과를 쓰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우린 최근에 타임슬립이 소재인 수사극이 워낙 많았잖아요. '또 타임슬립이야?'라는 우려를 빨리 벗으려면, 한태주가 있는 곳이 과거가 아니라 코마 상태라는 걸 더 빨리,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걸 무의식이라고 해놓으니 못할 게 없더라고요. 화장실 장면에서 1인칭 카메라를 쓴 것도 그렇고... 태주 머릿속이니 뭐든 가능했죠. 이명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효과를 기본적으로 만들어 놓고, 장소나 상황에 따라 차이를 두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조명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과 함께 만든 장면이 많아요. 특히 비주얼은 촬영 감독님이 다 만들어주신 거나 마찬가지예요. <로맨스가 필요해> <마녀의 연애> 이후 세 번째 같이 작업했는데, 뙤약볕 아래서 고생 너무 많이 하셨죠. 상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드라마는 스태프에게 주는 상이 없다고... 제가 만들어서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모두가 함께 공들여 만든 장면들은 팬들에게 좋은 놀잇감이 됐다. 팬들은 드라마의 효과 하나, 연출 하나를 실마리로 해석과 추리를 하며 자신들의 방법으로 <라이프 온 마스>를 즐겼다. 그중에는 감독이 의도한 것도 있었지만, 그의 의도를 앞지른 것들도 많았다. 이정효 감독은 "힘 빠질 때마다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를 들어갔다.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추리를 볼 때마다 재미있었다"라며 즐거워했다. 

"엔딩에서 많이 쓰였던 '히치콕 기법'을 저희는 '졸리 샷'이라고 불러요. 이 효과만 쓰면 지겨울 수 있으니 다른 느낌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조명 감독님이 자료실 장면에서 창 쪽으로 햇볕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어 보자, 해서 조명을 옮겨봤죠. 근데 시청자분들은 이 장면을 태주가 병원에 누워있을 때 의사가 불빛으로 자극하는 걸 표현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라이프 온 마스>는 그런 게 많았어요. 저희가 상황에 맞춰 만든 효과들에 의미를 더해주실 때마다 재미있고 즐거웠죠. 제일 재밌었던 건 막내(조남식 형사, 노종현 분)가 범인이라는 거? 하하하. 현장에서 남식이한테 '네가 범인이래!' 했더니 다들 웃더라고요." 


<마녀의 연애> <굿와이프>, 그리고 <라이프 온 마스>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 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리메이크는 작품성과 흥행에서 인정받은 작품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언뜻 쉽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원작이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졌을 경우, 각 나라가 가진 정서와 문화, 배경 등을 자연스럽게 현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작을 너무 그대로 옮겨와도, 원작을 너무 바꿔 각색해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게 리메이크작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마녀의 연애> <굿 와이프>에 이어 세 번째 리메이크 연출을 맡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맡은 연출자나 감독들은 종종 '원작의 연출이나 연기를 나도 모르게 따라갈까 걱정된다'는 이유를 들며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정효 감독은 달랐다.  
 
"<마녀의 연애>는 대만 작품이 원작이었는데, 초반에만 조금 보다 안 봤어요. <굿 와이프>는 시청자로서 너무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거였고요. 원작의 오프닝을 그대로 따오거나 한 것도 원작 팬들에게 '저도 원작 좋아해요'하고 어필한 거였어요.(웃음) 

이번에는 시즌1을 보면서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했어요. 처음 한태주의 교통사고 장면이나, 몇몇 장면들은 오마주했고요. 이렇게 대충의 큰 흐름은 봤지만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던 게, 원작이 영국의 정서를 충실하게 담고 있는데 제가 영국 정서를 너무 모르는 거죠. 그래서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원작의 대사나 소품들이 (원작 주인공이 돌아간 시점인) 1970년대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수사드라마에서 따온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사반장>의 최불암 선생님도 꼭 모시려고 했고요. 몇 번 고사하셨는데, 삼고초려 끝에 섭외할 수 있었죠." 


원작의 충격적 결말... "시청자 이해하길 바랐다"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 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한국으로 옮겨오며, 가장 걱정했던 건 결말에 대한 것이었다. 과거에서 만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주인공이, 자칫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작보다 한국판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한태주의 모습을 더 많이, 더 친절하게 보여줬는데, 혹시 결말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선택이었는지 궁금했다.  

"고민이 많았어요. 영국에서도 충격적인 엔딩으로 받아들여졌다더라고요. 저는 시청자들이 충격보단, 주인공의 결정을 이해하셨으면 했어요. 어떻게 이해시킬 거냐가 관건이었는데, (정)경호씨랑은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을 때 '행복한 느낌으로 해야 한다'는 무언의 합의를 했다고 생각해요. 뒷이야기를 길게 보여준 건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한 거였고요. '자살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이요. 필사적이지만 행복해 보이게 연출하고 싶었어요."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라이프 온 마스>의 원제목은 데이비드 보위의 히트곡 '라이프 온 마스'에서 따온 것인데, 작품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꼭 맞기도 했지만, 주인공이 돌아간 시기인 1974년을 대표하는 곡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나라들은, 원작을 유지하지 않고 <어제에서 온 소녀>(스페인), <달의 어두운 면>(러시아), <네 머리 아래의 세계>(체코) 등으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 이 제목들은 제목만으로 그 나라 시청자들이 주인공이 돌아간 시점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한국판 이전에 <라이프 온 마스>라는 제목을 그대로 유지한 리메이크판은, 같은 언어와 비슷한 팝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판뿐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드라마 안에서 나온 '미지의 세계'(조용필)가 제목 후보로 이야기되기도 했다"면서 제목에 대한 고민도 컸음을 털어놨다.  

"여러 노래의 제목이 리스트업 됐었어요. 딱 들어맞는 제목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미지의 세계'는 노랫말은 드라마와 딱 들어맞는데, 제목이 너무 직관적이었어요. '라이프 온 마스'가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걸 모두 알 텐데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무더위 속 촬영, 스태프들에 미안했지만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 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라이프 온 마스>는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일한 스태프들의 희생도 필요했다. 살인적인 무더위, 생방에 가까웠던 제작 스케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작품의 설정 등으로 인해 더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은 분명했다. 

"드라마는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인터뷰는 저 혼자 이렇게 하고 있지만, 사실 저 혼자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카메라, 조명 등등 여러 스태프들이 있고, 이 사람들은 모두 드라마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거고요. 감독 입장에선, 모두가 고생해서 만들고 있는 이 드라마를, 그저 고생스러운 드라마가 아니라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어디 가서 <라온마> 작업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이요."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세밀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정경호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200배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면서 연신 감사함을 표현했다. 극 중 한태주는 모든 신에 등장하는 배우. 이정효 감독은 촬영 분량이 어마어마한 만큼, 부담 없이 함께할 만한 배우로 정경호를 떠올렸다고. 두 사람은 2013년 JTBC <무정도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경호는 대본도 안 보고 하고 싶다고 했어요. 둘이 한번 잘 해보자 하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잘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무정도시> 때보다 더 깊어지고, 다양해지고, 디테일한 배우가 됐더라고요. 기대보다 한 200배쯤 잘해줬어요. <라온마> 함께하면서 진짜 다시 봤죠. 인간적인 면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아 이놈 괜찮은 놈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죠. 

박성웅씨는 <굿와이프> 회식 자리에서 뵀어요. 그동안은 영화 <신세계>의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되게 유쾌한 분이시더라고요. 즐겁게, 아기처럼 노셨어요. 하하하. 대본 처음 드렸을 땐 대본을 딱딱하게 보셨더라고요. '원래 제가 하던 대로 연기해야 하는 거예요?' 하고 물으시기에, '코미디로 할 겁니다' 했더니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네요' 하고 호감을 보이시더라고요. 원래는 거절하려 하셨대요. 연기적으로 여러 변화를 추구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아성씨 역할은 사실 오디션을 많이 봤고, 제안도 여러 배우에게 했어요. 윤 순경은 극 중 유일하게 성장하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캐스팅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그런데 다들 미스윤 캐릭터에 거부감을 보였어요. 어떤 배우는 '극혐'이라고까지 했어요. 이런 여성 캐릭터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설득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고아성씨만은 제 맘처럼 이해해줬어요. '1980년대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 '1980년대 여성상 연기하는 거 재밌을 것 같아요' 하는데, 무조건 오케이 했죠. 이걸 이해해준다는 것 자체가, 윤 순경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화제가 된 고아성의 80년대 말투도, 고아성의 제안이었다. 이 감독에게 1980년대 뉴스 영상을 보여주며 '이 말투를 연습해서 쓰고 싶다'고 했단다. 

"처음엔 북한 말투 같기도 하고 특이하더라고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니 좋다고 했죠. 하지만 혼자만 쓰면 너무 튀어 보일 수도 있으니, 다 같이 이 말투로 연기하는 건 어떠냐고도 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했어요. 그건 드라마 톤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거든요. 처음엔 아성씨가 준비를 너무 정확하게 해와서, 사실 좀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혼자 너무 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함께 조절하면서 맞춰갔죠." 

쏟아지는 시즌2 기대, 하지만...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 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라이프 온 마스' 이정효 PDOCN 오리지널 <라이프 온 마스>의 이정효 PD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라이프 온 마스>에 쏟아진 열렬한 반응만큼,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높다. 특히 에필로그는 시즌2를 암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팬 서비스일 뿐, 시즌2 암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즌2를 만들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일단 원작의 이야기를 다 해버려서, 시즌2를 만들려면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새로 짜야 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의 뒷이야기를 만들려면 원작자의 허락도 다시 받아야 하고요. 원작 스핀오프인 <애쉬 투 애쉬즈>가 있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라이프 온 마스>는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할 여지가 많았던 게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애쉬 투 애쉬즈>는 <라이프 온 마스>의 성격을 규정해버리거든요. 해석의 여지를 차단한 거죠. 그래서 원작 팬들 중에서도 <애쉬 투 애쉬즈>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대요." 

언젠가 시즌2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정효 감독은 이런 이유들로 바로 시즌2를 만들 순 없을 거라고 말했다. 이젠 밝은 작품을 연출하면서 스스로를 힐링하고 싶다고. 현재는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현정 작가와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사실 <라온마>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해요. <굿와이프> 전까지는, 마니아 분들은 좋아하지만, 대중적으로는 큰 인기 없는 작품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시청률에 대한 기대 같은 건 스스로 별로 없는 편인데,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니 기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하면서 너무 즐거웠다는 거예요.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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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양만춘 장군 역할, 조인성은 왜 두번 거절했나

[인터뷰] 영화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 연기한 배우 조인성

양만춘과 조인성? 늘 청춘일 것만 같은 배우 조인성과, 위인으로 남은 고구려의 장수 양만춘 장군은 쉽사리 연결되지 않았다. 영화 도입부, 조인성이 등장해 "내가 양만춘"이라고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영화 <안시성>은 5천의 군사로 20만 당나라 군대를 무찌른 고구려의 위대한 승리와, 이 전쟁을 이끈 안시성 성주 양만춘 장군의 이야기다. 관객은 사물(남주혁 분)과 함께 양만춘을 만난다. 처음 양만춘을 '반역자'라고만 여기던 사물이 소탈한 양만춘을 만난 뒤 느낀 당황스러움처럼, 조인성을 '꽃미남 배우' 혹은 '청춘스타'로만 여기던 관객이라면 자신을 양만춘이라 소개하는 양만춘의 첫 등장을 분명 어색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물은 양만춘 장군의 진가를 깨닫고, 같은 속도로 관객 역시 조인성이 연기하는 양만춘의 매력에 빠져든다. 조인성이 만든 양만춘의 매력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나 역시 양만춘 장군과 (내 이미지가) 바로 매칭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감독은 "너 아니면 안 돼"라며 조인성을 설득했다고. 김광식 감독은 조인성의 어떤 모습을 보고, 양만춘 장군 역할을 그에게 맡겼던 걸까? 위인 연기하는 부담, 하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은 '딱 10분 만이라도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역사에 남은 위인을 표현하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조인성은 "최민식 선배님 같은 분도 그런 분이신데, 나는 오죽했겠나"라며 공감했다. 20kg 넘는 갑옷... 그보다 힘들었던 건 비유는 심플했지만, 영화가 그리는 '안시성 전투'는 처절 그 자체다. 고작 5천의 병력으로 20만 대군에 맞서는 안시성 군사들의 결사 항전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화면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멋진 갑옷을 입고 무거운 칼과 화살을 들고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양만춘 장군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갑옷의 무게만 20kg이 넘었다고. 칼과 화살 등 무기 무게까지 감안하면 20kg을 이고 지고 뛰어다닌 셈이다.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고 물으니, "그렇게 보이죠. 근데 감독님만 그걸 모르시더라고요" 하며 장난스럽게 볼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짜 힘들었던 건 갑옷의 무게가 아닌 날씨였다. 조인성은 "우리나라 겨울이 남극보다 춥고, 여름은 아프리카보다 덥다는데 진짜 실감했다. 미치겠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에 남는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18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였다. 7개월간 100회 차의 촬영이 진행됐고, 6500명의 보조 출연자와 말 650필이 동원됐다. 고구려의 운명이 달린 전투를 벌여야 했던 양만춘 장군의 비장함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220억 원이 투자된 영화 <안시성>을 책임져야 했던 조인성의 부담감도 어마어마했다고. 조인성은 "단지 돈에 대한 부담 보다는 고구려를 제대로 다룬 첫 영화라는 부담이 더 컸다"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특별한 건 없다 18살에 모델로 데뷔한 조인성은, 어느덧 데뷔 만 20년을 채웠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데뷔한 남주혁에게 특별히 조언해준 내용이 있는지 묻자, "묻기 전엔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 묻기 전에 말하면 꼰대처럼 보이니까..."라며 웃었다. 늘 청춘일 것만 같은 조인성이, 어느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가 된 것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마음가짐이나 계획은 없는지 묻자, "봄이 가면 자연스럽게 겨울이 오는 것처럼 시간이 흐른 것뿐이다. '오늘은 특별한 봄이야!' 이런 건 없는 것처럼, 20주년이라는 숫자도 특별할 건 없다"며 웃었다. 조인성에게도 그런 상처가 있었는지 묻자, "당연히"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 나이 서른여덟. 곧 마흔을 맞이하게 되지만 조인성에게 40대를 준비하는 특별한 마음가짐 같은 건 없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이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싶다"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쌓아 20년을 보내온 것처럼 말이다.

"죽은 아들 좋은 사람 만들려..." '살아남은 아이' 최무성의 일갈

[인터뷰] 영화 <살아남은 아이>에서 성철 역 맡은 배우 최무성

영화 <살아남은 아이> 속 성철(최무성)은 시종일관 침착하다 마지막 순간에 결국 이성의 끈을 놓는다. 자기 아들이 죽으면서 살려낸 아들의 친구 기현(성유빈)이 그 죽음의 진실을 뒤늦게 말하는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들의 희생을 의로운 죽음으로 만들고자 했던 한 아버지가 모든 것을 놓은 이기적 인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살아남은 아이, 그리고 남겨진 어른.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크게 세 인물의 감정선을 밀도 높게 교차시킨다. 그중 성철은 우리가 흔히 그릴 법한 묵직한 아버지 캐릭터다. 최무성이 이 캐릭터를 입어 더욱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이해할 순 있었지만...막상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에게 토를 잘 안다는 편이라"는 그는 "막상 읽었을 때는 잔잔한 느낌의 구성이라 생각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감정선이 크고 마치 대하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렇게 캐릭터를 해석했기에 최무성은 영화에서 성철이 기현에게 보이는 호의를 용서라고 보지 않았다. "모든 게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최무성은 "성철 또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 전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진실한 창작<살아남은 아이>를 통해 최무성은 "배우가 어떤 해답을 던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사람답게 살아보려 한 세 인물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나이가 50이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아버지 캐릭터를 맡았으면서 동시에 영화에선 몇몇 악역으로 강하게 기억돼 있기도 하다. 최근 방송 중인 <미스터 선샤인>에선 김태리의 스승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연극 무대에선 연출자로 꾸준히 작품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다. "성유빈과 김태리 모두 좋은 배우"라며 "그들이 잘 나가니까 저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이 지점에서 최무성의 개명한 이유를 물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매너리즘에 빠졌기에 본명인 최명수에서 지금의 예명을 쓰고 있는 사연을 밝혔기 때문.그 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최무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책임감'이었다. "내 작업으로 인해 누군가 고통받거나 혹은 현실과 진실을 호도하거나 포장해서는 안 되겠다"며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는 이 특별한 책임감을 그는 무시하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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