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곽우신


앙리 뒤프레 소위. 잉골슈타트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신체접합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창안하고, 사체 재활용이론으로 생명과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문제아. 군의관으로 참전한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신체 일부를 잃고 죽어가는 전우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치료해야 할 전우란 국적에 관계없이 범인류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부상당한 적군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반역죄로 몰린 앙리. 군법회의에 끌려갈 위기에 놓인 앙리 앞에 빅터 프랑켄슈타인 대위가 등장한다. 앙리의 목숨을 구해준 빅터는 자신의 꿈을 위해 실험에 동참해줄 것을 친구로서 부탁한다. 죽음을 극복하여 전쟁과 미신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꿈, 인간의 손으로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 처음에 주저하던 앙리는 자신의 꿈을 그의 꿈에 얹기로 결심한다.

전쟁은 끝나고, 빅터의 고향으로 돌아온 빅터와 앙리는 실험을 계속하지만, 부패하지 않은 인간의 뇌를 구할 수 없어 난관에 봉착한다. 그러다가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고, 빅터의 살인죄를 앙리는 대신 뒤집어쓰기로 결심한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라는 빅터의 절규를 무시하고, 앙리는 단두대 위에 올라가 노래한다.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하여도, 어차피 그날의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었을 거야. 너와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데도 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속에 살 수 있다면."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제1막 No.10 '너의 꿈속에서'


빅터는 울부짖으며 앙리의 목을 가지고 실험장으로 온다. 그리고 앙리의 머리를 이용해 드디어 실험을 완성한다. 차갑게 식어 있던 사체가 숨을 쉰다. 사지를 움직인다. 빅터는 앙리가 되살아났다는 생각에 기뻐하지만, 그 기쁨은 얼마 못 가 절망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붙잡고 있던 운명은, 그에게 저주를 내려 모든 것을 파국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넘버 가이드에서 시작된 인연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합류할 때의 어려움"원래 어려울 것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 보니 더 어렵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감정의 깊이가 깊은 캐릭터들이었어요. 저 나름 더 분석도 많이 했고. 감정을 조금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 봤는데, 때론 지치기도 하고, 탈수 현상도 오고,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곽우신


2014년 초연 이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여러모로 독보적인 작품이다. 누군가 대한민국의 뮤지컬 역사를 집대성한다면, <프랑켄슈타인>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대극장 창작 뮤지컬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작품. 그만큼 음악, 서사, 의상, 무대, 조명 등 극을 이루는 요소들이 짜임새 있는 완성도로 맞물려 있다. 메리 셸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창조와 변형을 통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 말할 필요도 없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공연을 한 것 자체가 저에게도 너무 큰 축복이고 좋은 결정이었죠. 처음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긴 했었는데, 연습 과정에서 다 떨쳐냈어요. 저 역시도 많이 노력했지만, 저 혼자서 열심히만 하는 걸로는 이룰 수 없었겠죠. 연출님과 음악감독님, 제작진 분들이 잘 만들어 주셨고, 팀원 모두가 좋은 분위기에서 잘 이끌어줬어요. 그런 말 있잖아요. '온 우주의 기운이...' (웃음) 그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함께 응원해주신 덕분에 아직까지 큰 사고 없이 잘 온 것 같아요."

1막에서는 앙리 그리고 2막에서는 빅터가 창조한 괴물 역할을 맡은 배우 박민성. 그는 이번 삼연에 처음으로 합류한 뉴 캐스트이지만, 지금까지 그가 단단하게 쌓아온 실력과 관록은 허투루가 아니었다. 박민성의 앙리, 박민성의 괴물은 보다 인간적이다. 인간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며, 그 갈등 끝에 맞게 된 결말에 누구보다도 더 좌절하며 분노한다. 박민성 배우가 '드디어' <프랑켄슈타인>에 합류하면서, 작품 전체에 또다른 활기를 불어넣었다.

"초연 때 정말 인상 깊었죠. 창작 뮤지컬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작으면 작은 만큼 어려운 게 있고, 사이즈가 크면 커질수록 어려운 게 또 있거든요. 대극장 창작 작품은, 워낙에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다양하다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이렇게 보자마자 압도당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게…. 대단했어요. 압도당했죠. 초연 때 객석에서 보면서 눈물‧콧물 다 흘리고, 무대 위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보니까 두통까지 오고…. 끝나고 나오면서 생각했죠. '아, 나도 진짜 하고 싶다'라고.

제가 빅터의 메인 테마곡인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를 가이드 했었거든요. 사실 가이드 때는 대본을 보는 것도 아니고 대략적인 트리트먼트(시놉시스)만 가지고 녹음했죠. 그때의 인연으로 작품을 실제로 봤는데, 자연스럽게 빅터의 관점으로 따라가면서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보다 보니까 배우 입장에서 앙리에 대한 욕심도 또 생기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빅터와 앙리 두 역할 모두가 진짜 매력적이고, 닮아 있으면서도 또 상반된 점이 있어요. 딱히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작품 자체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홀연했던 사나이>의 사내, <삼총사>의 아라미스처럼 밝고 유쾌한 역도 잘 어울렸고, <밑바닥에서>의 배우나 <잭 더 리퍼>의 앤더슨처럼 어둡고 음울한 역도 멋지게 소화했다. 다방면에 탄탄한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는 어떤 캐릭터의 '낙차'를 보여주는 데 탁월한 배우이다. 실제 성격은 앙리와 빅터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 물었다. 작품을 할 때는, 본인의 성격도 그 작품 속 인물과 닮아간다는 그. 빅터와 비슷한 점, 앙리와 비슷한 점 모두 가지고 있지만, 고민 끝에 '빅터'와 조금 더 유사한 것 같다며 나름의 캐릭터 해석을 풀어놨다.

"앙리는 정의롭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인류애가 강해요. 신념과 의지가 강하죠. 바른 열혈 청년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어요. 사실 저는 누군가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앙리는 신의를 위해서…. 빅터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었기 때문에, '그 날의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차피 연명하지 못했을 내 목숨이야. 이날 이때까지 조금 연장시킨 것, 너를 위해 주고 갈게'라는 거거든요. 정말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면 이렇게까지 위대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반면에 빅터는 되게 나약한 인간이거든요. 강건한 면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오만하고, 자기만족과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에 충실해요. 단순히 나쁜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신이 되겠다고 하는 천재이지만,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


앙리, 죽다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박민성의 성격"제가 배우다 보니까, ‘저의 성격이 어떻다’고 확실히 단정할 수 없어요.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작품 하면서 계속 만나게 되니까…. 때론 빨간 색, 노란 색, 무지개 색, 이런 다양한 색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저도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 작품을 할 때는 쾌활하고 밝다가, 다른 작품을 할 때는 말수가 없어지기도 하고."ⓒ 곽우신


의사인 앙리는 과학자인 빅터의 제안을 처음부터 흔쾌히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생명은 신의 자연섭리"라고 믿는 앙리는, 빅터가 말하는 미래가 마냥 장밋빛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 하나의 미래'를 노래하면서 함께하기로 하지만, 그 끝은 불행과 비극으로 버무려져 있다. 애초에 빅터의 꿈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앙리는 왜 그의 꿈 속에서 살고 싶어했던 것일까.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나쁜 취지였다면, 앙리가 애초에 동참하지 않았을 거예요. 앙리가 '전적으로 네 생각이 옳아. 전폭적으로 지지할게'하고 빅터와 함께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빅터가 '먼 미래를 보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잖아요. 인간이 만들어낸 전쟁, 자연파괴 이런 문제들은 지금도 일어나잖아요.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것들을 바로잡자는 데 동조하는 거거든요.

앙리는 여전히 신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욕심이 정말 끝이 없어서, 아픈 걸 치료하는 걸 넘어서 영생을 추구하는 단계까지 가면, 그 극단은 잘못된 거겠죠. 그런데 거기까지 가기 전, 인간의 영역 안에서 내 능력을 이용해 누군가의 인생을 더 낫게 할 수 있다면? 인류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그러면 '난 너의 꿈에 동참할 수 있다'는 거죠.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방향에 동의하는 거죠. 다만 그 방향으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거고요."


벽에 부딪혀 실험이 진전이 안 되고 있을 때, 한 장의사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의 신선한 뇌를 구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장의사는 돈에 눈이 멀어 젊은 청년 월터를 살해했다. 격분한 빅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장의사를 돌로 내리친다. 앙리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자신이 장의사를 살해한 것으로 그리고 장의사에게 살해당한 월터도 자신이 죽인 것으로 정리한다.

빅터가 스스로 살인자라고 주장해도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처형되기 전날 앙리를 찾아온 빅터는,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부탁하지만, 앙리는 빅터의 꿈속에서 살 수 있다면 이대로 죽어도 괜찮다고 노래한다. 그건 대체 어떤 감정일까. 박민성 배우는 '박민성의 앙리'에 국한한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조심스럽게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설명했다.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빅터에게 맡긴 꿈"앙리도 사실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거든요. 친구도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그렇기 때문에 엘렌을 통해 빅터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그의 트라우마를 동정하고 이해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는 앙리도 빅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요. 설령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라도, 빅터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은 어쩌면 부모의 사랑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이 목숨, 빅터 덕분에 조금 더 연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거죠…."ⓒ 곽우신


"나중에는 잘못된 선택이었을지언정, '나는 너를 위해 희생한다'는 게 단순히 너 대신 죽겠다는 걸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이게 조금 위험할 수 있는 얘기인데, 최소한 제가 보는 앙리는 '나를 이용해서라도 우리 실험을 완성해줘'까지 염두하고 마지막 선택을 한 것 같아요. 그게 무대 위에서 잘 표현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연구 대상이 없잖아요. 빅터가 계속 좌절하고, 술집에서도 '어디에서 썩지 않은 신선한 뇌를 구하겠느냐'고 얘기하잖아요.

앙리 입장에서는 그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닐 거예요. 앙리가 죽기 전에 우리 실험의 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너의 꿈에 살고 싶어'라고 노래하는 건 자신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앙리는 빅터와 운명공동체가 된 거고, 그러니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

빅터에게 건승을 빌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엄청 마음이 왔다갔다하거든요. 어쨌든 앙리 안에 있는 굳은 심지는, '너의 그 굳건한 의지로 우리가 함께했던 그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괜찮아'인 거죠. 그런데 인간이기 때문에 죽음을 완전히 초월하지는 못해요. 이 세상에 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죽기 직전의 앙리는 엄청나게 무섭고 두렵겠죠. 말도 못할 거예요. 그 와중에도 지키고자 했던 건 여전히 굳게 가지고 있죠.

그 모든 감정을 담아서 인간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으로 부르려고 해요. 인간이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어떤 두려움을 느낄지를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도…. 맨 마지막에는…. 웃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은 두렵고 힘들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섬광 같은 후련함이 오지 않았을까…. 저는 단두대 위로 걸어올라가면서 그 생각을 하거든요. 불꽃놀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 불꽃이 막 올라오잖아요. 그때 빅터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면서 웃었을 텐데…. 노래를 다 끝내고 죽기 직전의 앙리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을까요."


괴물, 죽이다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어린 아이를 죽인 이유"저는 그 행동이, 괴물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한 거라고 생각을 해요. 때묻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제가 봤던 그 잔혹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전에,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 그대로 머무르게 해 주는 거죠. 그러니까 괴물의 입장에서는 그게 죽이는 게 아니라,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호의일 거예요."ⓒ 곽우신


되살아난 건 앙리가 아니었다. 앙리였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빅터의 눈에는 그랬다. 앙리인 줄 알았는데, 그가 룽게를 물어 죽일 때 그 존재는 빅터에게 앙리가 아니라 괴물로 규정된다. 엉겁결에 사람을 죽이고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괴물을, 빅터는 직접 처단하려고 한다. 자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었는지 모른다. 창조주니까.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느낀 괴물은 본능적으로 그곳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괴물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 된다.

"창조된 동시에 목숨을 잃을 뻔한 거잖아요. 창조되었을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태어나자마자 느끼게 해 준 사람이 빅터잖아요. 빅터가 저에게 총을 쐈을 때, 그 파편이 다리에 맞는 연기를 하거든요. 그때 아픔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알게 된 거죠. '저거 맞으면 죽는다', '잡히면 죽는다'라는 걸요. 빅터는 국경까지 쫓아오면서 총을 쏘고, 이유도 모른 채 며칠, 몇 달을 쫓기게 되는 거죠.

나중에 쟈크가 말해 주잖아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창조물이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존재 의미가 무너지고 분노는 더 커질 것 같고요. 이렇게 쌓인 인간들에 대한 모든 증오가 결국 창조주로 향하게 되는 거죠.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저를 만들어 놓고, 이런 괴로움을 겪게 해놓고 빅터는 잘 살고 있으니까요. 괴물은 자신이 겪은 아픔이,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사실 스스로도 정확히 잘 모를 거예요. 하지만 어쨌든 빅터에게 느끼게 해주려는 생각으로 복수를 꿈꾼 거겠죠."


투기장에서조차 괴물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상처받고, 인간에게 배신당한다. 인간을 향한 그의 분노는 단 하나의 존재에게 집중된다. 자신을 만든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 괴물은 빅터를 향한 완벽한 복수를 꿈꾼다. 그건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즉흥의 복수가 아니다. 치밀하게 준비되어 천천히 그를 파멸로 몰아가는 복수이다. 빅터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괴물은 빅터를 죽이는 대신 빅터를 향해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널 기다리겠다'라고 말한다.

"까뜨린느는 그 곳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북극곰과 오로라밖에 없고, 아무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조차도 잊을 수 있는 곳. 빅터의 총을 빼앗았을 때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에 쏴버리고 싶다는 엄청난 충동이 일거든요. '이대로 쏴 죽여버릴까. 이거 죽이고 싶은데' 그런데 그걸 간신히 꾹꾹 눌러서 참고 빅터에게 총을 건네줘요.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빅터라는 캐릭터는, 그 공허한 곳에서 정말 미쳐버릴 거예요. 단순히 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요. 괴물은 빅터의 생명을 거두고 싶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느꼈던 외로움과 공허함을 그대로 다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북극을 택한 거죠.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곳. 마지막 대사가 '이게 나의 복수야. 너도 한 번 느껴봐'이잖아요. 거기서 빅터가 죽든지 살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이 지금까지 느꼈던 그 아픔과 처절한 감정들을 '느끼기'를 바란 거죠."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괴물은 앙리일까"'앙리다', '앙리가 아니다'라고 한쪽으로 단언할 수는 없겠죠. 이건 받아들이는 분들의 선택인 것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열린 결말? 사실 앙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앙리처럼 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몸은 또 앙리의 몸이 아니이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는 괴물이 앙리의 존재를 알게된 후, 앙리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잖아요. 앙리이기를 거부했으니, 그때부터는 진짜 괴물이 아닐까요."ⓒ 곽우신


쓰러진 피조물 앞에 홀로 남은 창조주는 괴로워하며 울부짖는다. 이토록 비극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 빅터가 장의사를 죽이지 않았다면, 앙리 대신 빅터가 정당하게 재판을 받았다면, 실험에 성공한 후 룽게가 죽지 않았다면, 괴물과 까뜨린느가 함께 북극에서 행복했다면…. 그 수많은 변곡점 중에서, 박민성이 고른 결정적 순간은 따로 있었다.

"저는 다리 위에서, 2막 처음에 빅터와 재회를 했을 때, 빅터의 첫 마디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잖아요. 그때 속으로 '아. 넌 어쩔 수가 없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지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요. 사실, 그 전까지는 괴물도 일말의 기대, 아주 약간의 희망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 완전히 마음을 정해버리는 거죠. '아. 인간은 어쩔 수가 없구나'라고. 대사로도 하잖아요. 네가 그렇게 나를 만들어 놓고, 그렇게 쫓아내 놓고,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적어도 저를 보면서 미안해하기라도 했으면, 최소한 저에 대해 궁금해 하기만 했어도, 조금의 질문이라도 던졌으면 앞으로의 일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화의 물꼬가 터지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보면 빅터는 괴물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잖아요. 심지어 '앙리'라고 불러 놓고, 제 마음에 대한 아주 조금의 이해도 없이, 질책하고 원수로 대하니 반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던 거죠."

버려지는 괴물이 없도록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박민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안에 자리한 스테이지 B에서 뮤지컬 배우 박민성을 만났다. 처음 <프랑켄슈타인>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너무 합류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에 캐스팅됐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함에도, 그는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 괴물이 처음 창조되었을 때"처음에 괴물은 순수한 모습이에요. 나름 착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까 본능적으로 살생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지게 됐었죠. 거기엔 앙리의 선한 영향력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성선설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해석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 이후의 괴물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곽우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특정한 하나의 메시지를 극의 큰 기둥으로 세우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문제의식, 다양한 고민거리를 다층적으로 엮어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볼 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괴리, 생명과학과 생명윤리의 길항 등 여러 화두가 한 극에 공존한다. 배우 박민성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나가는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건 이 무수한 것들 중 무엇일까.

"섣불리 이야기하기가 좀 어려운 질문이지만, 모든 문제는-아무리 사소한 거라도-인간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말 못하는 고양이, 강아지 그리고 아이라도, 그들이 원해서 태어났는지는 신밖에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모두가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크게 생각하자면 전쟁 같은 것들, 전쟁으로 인한 난민들 그리고 인간이 책임지지 못하는 소중한 생명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주변에 길냥이, 유기견 그리고 더 생각하자면 버려지는 아이들…. 평소에 그런 문제들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작품을 연기하면서도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버려져서 괴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는 생명들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배려하고 신경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처음 창조되었을 때 창조주(빅터)가 계속 괴물에게 '너는 앙리야'라고 가르치고, 계속 곁에 있었다면 괴물은 앙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보러 와 주시는 관객 분들은 모두 이런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겠지만요. (웃음)"


박민성의 앙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박민성 배우 프로필 이미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6월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여 오는 26일까지 상연된다. 이후로는 대구(9월 5~16일), 진주(10월 12~13일), 김해(10월 19~21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 박민성의 앙리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박민성 배우 프로필 이미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6월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여 오는 26일까지 상연된다. 이후로는 대구(9월 5~16일), 진주(10월 12~13일), 김해(10월 19~21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뉴컨텐츠컴퍼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동공지진' 조보아, 채시라-백종원 옆에서 경험한 것들

[인터뷰] <이별이 떠났다>와 <골목식당>에서 이미지 변신한 조보아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여름. 배우 조보아의 여름 역시 뜨거웠다. 아이를 임신한 MBC <이별이 떠났다>의 21살 정효와, 백종원 대표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사장들의 눈치를 살피는 SBS <골목식당>의 MC. 진지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동안 연기도, 예능감도 모두 한 뼘씩 성장한 조보아를 지난 14일 <이별이 떠났다> 종영 인터뷰에서 만났다."정효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 그런지 완전히 정효를 떠나보내진 못한 것 같다.""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는 색깔부터 달랐던 것 같다. 무게 있고 진지하고... 초반부터 입덧하고 아프고, 막판엔 임신중독증까지 가는 설정이라 분장도 아파 보이게 했다. 계속 이런 설정으로 연기하다 보니 실제로 컨디션도 많이 처지더라.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본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전후 상황을 찾아보면서 감정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채시라 선배님이 대본을 열심히 보시고 지문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해석하고 표현하시는 걸 보고, 나도 대본을 더 꼼꼼하게 살펴봤던 것 같다."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엄마의 사랑 "맞다. 엄마의 사랑을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뭐가 감사한 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간접 경험이지만 정효가 엄마가 되기 위해 여러 고통을 겪어내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엄마의 사랑에 한결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내가 정효라면 어떤 생각을 택했을지 생각한 적이 있다. 여전히 답은 모르겠고, 의문만 남는데, 출산을 택한 정효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더라. 나도 지금 미혼인지라, 정효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정효에게는 내겐 없는 모성애가 있었지 않나. 만약 내가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낳았다면 다른 답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효는 내가 모르는 감정을 아는 아이였기 때문에 출산을 택했을 거라 생각한다.""맞다. 정효와 영희는 이제 막 엄마가 된 꼬마 엄마와, 자식을 다 키워낸 기성세대 엄마이기도 했다. 주제 자체가 무거워서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불륜이나 미혼모라는 자극적인 소재들을 정말 현실감 있게 다뤘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시청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한 번 보신 분들은 끝까지 놓지 않고 봐주셨던 것 같다.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뿌듯함도 크다.""시놉시스까지만 봤을 땐, 정효가 민수를 아이의 아빠로만 받아들이는 결말도 기대했다. 하지만 정효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부터 출산에까지 달려오는 동안, 민수도 많이 성장했고 책임감도 보여줬지 않나. 나는 이 드라마를 '정효의 엄마 입성기'로 보았고,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영희와 정효의 워맨스, 자제하자 이야기한 이유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든 드라마든,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끌고 가는 작품이 많지 않다. 그 속에서 <이별이 떠났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 작품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워맨스(여성들의 로맨스, 브로맨스의 여성 버전)'라고 이야기도 해주시는데, 재미있었던 건, 채시라 선배님하고 서로 감정을 나누다 포옹하는 장면이 있었다. 엄마랑 딸의 느낌이어야 하는데, 텐션이 지나쳐서 사랑의 느낌이 나는 거다. 선배님과 자제하자고 이야기하고 그랬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채시라 선배님을 너무 졸졸 따라다니고 의지했는데, 때론 과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느라 애썼다. (웃음)""일단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안 굉장히 편했다. 긴장도 없었고, 엄마 같고 너무너무 편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통해 선배님의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니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 거다. 분명히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모니터에 비친 선배님의 모습은 다른 거다. 충격받을 정도였다. '이런 게 카리스마구나' 싶더라.""서운했다. 사실 나도 사랑받고 싶었는데... 하하하. 사실 나는 감독님과 선배님의 관계를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 누군가 내게 조보아라는 배우의 오랜 팬이었고, 조보아라는 배우와 작품을 하기 위해 이 길을 달려왔다고 이야기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무엇보다 감독이 배우를 사랑해야지만 작품이 훨씬 아름답게 나온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확실하게 와 닿았다. 샘도 났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작품을 끌고 가시는 두 분이 너무 보기 좋았다."<골목식당> 재미 끌어올리는 조보아의 '동공 지진' "표정 관리가 안 되더라. 내 솔직한 표정이 시청 포인트라고 이야기들 해주셔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사장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정말 바쁠 때여서 자는 시간을 쪼개 연습했다. 다코야키 사장님께 충격요법을 써야 한다는 취지여서, 자극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 서빙도 해보고, 다코야키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배우는 게 정말 많다. 다코야키도, 단지 다코야키 요리법을 배운 게 다가 아니라, 연습하는 동안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는 걸 느꼈다.""몸 쓰는 걸 좋아한다. 재밌었고, 활력도 됐다. 앉아서 모니터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나는 상인분들과 직접 살을 맞대고 공감하고 장사하는 일이 재미있더라.""(골목식당을) 하면 할수록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연기도 힘들고, 배우는 데 끝이 없구나 생각했는데, 장사도 마찬가지더라. 내 생각에는 그냥 맛있게 만들고 팔면 잘 될 것 같지만, (방송을 보면) 그게 아니지 않나. 그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 그저 <골목식당>을 통해 인지도도 높아지고, 조보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만족한다.""전에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조보아네?'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너무 친근하게 아는 척도 해주시고 편하게 다가와 주신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더 편하게,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만족스럽다. 예능을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긴장감을 풀고, 나를 보여드리는 법도 배웠다. 무엇보다, 전에는 '동공 지진'이라는 말이 지문에 쓰여 있어도 그게 무슨 표정인지 잘 상상이 안 됐다. 그런데 이젠 너무 잘 알게 됐다. <골목식당>에서 배운 그 표정을, 연기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웃음)"<이별이 떠났다>와의 이별 소감... "아쉬움 크다" "아직까지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욕심보다, 기회가 되는 작품들을 통해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지금은 최대한 많은 작품을 통해 조보아라는 배우를 성립해가고 싶다. 지금까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임했던 것 같은데, 살짝 아쉬운 건 그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지금 내 나이가 20대 후반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지금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이제껏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이제는 사랑을 주고받는, 교류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웃음)""아쉬움이 크다. 지금 20부작을 당장 다시 할 수 있다면 다시 하고 싶을 만큼.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고, 실제로 얻은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하면서 다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품은 끝이 났고, 인터뷰도 오늘로 끝이다. 이제는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배운 것들을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또 새로운 배움도 얻고 싶다.""우선 잠을 좀 자고 싶고... (웃음) 당장 <골목식당> 녹화도 있다. 요즘은 대전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고향이 대전이라 촬영 갔다가 집에서 며칠 보내다 올 계획도 있다. 푹 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동공 지진 열심히 해야지. 하하하."

'드라마 레전드' 채시라, 쉽고 편한 길 택하지 않은 이유

[인터뷰] 현실감 넘치는 대사 남긴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에게 서영희란?

배우 채시라의 연기 스펙트럼에는 장르의 제한도, 캐릭터의 경계도 없었다. 하이틴 드라마(고교생 일기)부터 묵직한 시대극(여명의 눈동자), 달동네의 평범한 소시민(서울의 달)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로 임금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대비(왕과 비)까지 어렵잖게 오가는 필모그래피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였다.무엇보다 채시라는 MBC를 '드라마 왕국'으로 만든 1등 공신이었다. 오랜 침체기에 빠져있던 MBC 드라마에 16년 만에 돌아온 채시라. 최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는 채시라의 MBC 복귀작으로 기대와 관심을 끈 작품이었다.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사는 것이 행복인 줄 알고 살던 서영희는 남편의 불륜으로 가정이 깨진 뒤 자신의 존재도 잃어버린다. 마지막 복수의 수단으로 남편의 재산을 틀어쥔 뒤,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둔 그는, 아들의 여자친구 정효(조보아 분)를 통해 다시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된다.서영희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 "엄마라 더 남달랐다" "여자의 학벌과 경력은 결혼의 재물일 뿐이야.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과거의 일은 모두 사라져. (중략) 엄마가 된 여자는 인내심이 많은 순둥이로 변해버려."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정효에게, 서영희는 신성한 모성과, 엄마됨의 기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엄마가 되기 위해 여성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출산과 육아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동안 어떤 드라마 속 엄마들도 해주지 않던 이야기였다.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채시라는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고 나니, 상황을 상상하거나 대사를 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됐다"면서 "예전에 나를 돌아보는 상황도 많았다"고 말했다."영희 또래의 여성들은 드라마 속 영희의 대사를 듣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라는 생각 안 했을 거예요. 자신의 경험, 혹은 주변의 경험을 떠올렸겠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영희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채시라의 작품 선택 기준은 언제나 '새로움'이다. "새로운 스토리와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늘 찾는다는 그에게, <이별이 떠났다>는 그런 작품이었다. 10% 안팎의 시청률. 과거 채시라가 받아들었던 화려한 성적표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성적이었지만, 채시라가 서영희를 연기하며 만족감을 느낀 이유였다."초반 내면의 깊은 어두움을 가진 역할이었지만, 심리적으로 밀도가 높은 캐릭터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거든요. 매력적이었어요.다만 초반 감정 소모가 많았다면, 후반부에는 대사 밀집도가 높아서 외우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어요. 대사 외우는 일에 나름 노련함을 가지고 있는데도 입에 붙지 않을 때도 있었고요.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과가 만족스러워서, 고생의 과정들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게 돼 다행인 것 같아요."쉽고 편한 길 가지 않은 이유 올해로 연기 인생 35년 차. 쉽고 편한 길만 골라 갈 수 있는 톱스타였지만, 채시라는 쉽고 편한 길보다는 거칠고 어려운 길을 택해왔다. <여명의 눈동자> 속 일본군 위안부 윤여옥, <서울의 달>의 성공을 꿈꾸는 소시민 차영숙. 서른 살에는 사극 <왕과 비>에서 백발의 인수대비를 연기하기도 했다. 채시라의 이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출연작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이별이 떠났다> 첫 주 방송 나간 다음에 제주도로 촬영을 갔어요. 촬영장 근처에 계시던 분들이 '방송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하시는 거예요. 벌써 반응이 오는 건가 싶었는데, '서울의 달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하시더라고요. 최근에 케이블 방송에서 재방송 되고 있나보더라고요. 그 드라마가 1994년도에 방송된 드라마인데, 요즘 시청자분들이 다시 봐도 재밌을 만한 드라마였다는 거잖아요. 지금도 회자되는 <여명의 눈동자>도 그렇고, <왕과 비>도 그렇고... 오래된 작품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배우로서 정말 좋은 작품에 출연했구나 싶어서 행복해져요."<응답하라 1988>에는 "채시라가 예뻐, 내가 예뻐?"를 묻던 덕선(혜리 분)이의 대사가 나온다. 채시라는 "주변에서 문자로 보내줘 알았다"면서 "한 시대를 추억할 수 있는 한 토막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며 웃었다.자신의 작품을 보며 위안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낀다는 팬들을 만날 때마다, 오래전 작품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의 추억 한 토막에 자신이 자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다는 채시라. 작품에 임할 때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남다른 경쟁심... "나와의 싸움에서 지기 싫다" 채시라는 자신의 남다른 경쟁심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든, 보지 않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을 싫어하고, 어려운 일을 해냄으로써 발전함을 느낀다"고. 실제로는 단거리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배우로서는 "먼 곳을 바라보며 지구력 있게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나아가고 싶다"고도 했다.긴 시간, 수없이 많은 인생 작품과 인생 캐릭터를 남긴 채시라. 그런 채시라에게, <이별이 떠났다>의 서영희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엄마이기 전에 여자. 서영희는 독특한 상황에 놓인 독특한 캐릭터였지만, 엄마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월드컵도 있었고, 휴가철이기도 했고.... 찬바람 부는 가을에 방송됐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봐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요즘처럼 채널도 많고, 드라마도 많은 상황에서 이 정도면 감사한 성적이죠. 무엇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좋은 드라마, 좋은 캐릭터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inter:view 다른 기사

  • 옆으로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