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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이봄소리와 플뢰르의 교집합"사실은 전혀 없어서 힘들었어요. (웃음) 플뢰르에게는 어떤 절제된 아름다움? 이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나한텐 그런 아름다움이 없는데?! (웃음) 플뢰르가 힐을 신고 나오는데, 도도하고 흔들리지 않게 또각또각 걸어야 하고, 노래를 하면서도 표현도 부드럽게 해야 하거든요. 로베르 연출이 저를 스프링이라고 부르는데, 처음에 저한테 ‘스프링, 너한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라면서 ‘어떻게 그 구두를 신고 그렇게 걸을 수 있냐’고…. (웃음) 제가 그래서 얼마나 연구를 열심히 했는데요. 그 시대 때 사람들은 어떤 손짓을 해야 하고, 어떻게 치마를 들고, 어떻게 걸었는지에 대해서 많이 묻고 많이 찾아봤어요."ⓒ 서정준


1482년 프랑스 파리, 욕망과 사랑이 뒤얽힌 곳. 아직 어린 플뢰르 드 리스는 페뷔스와 약혼한 사이이다. 금발에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귀족 아가씨에게, 잘생긴 근위대장 페뷔스는 그야말로 '태양'이었다.

"태양처럼 눈부신 그는 악당, 그는 군인. 그의 품에 안기면 난 달아날 수가 없네. 태양처럼 눈부신 나의 기적, 나의 남자. 우리의 이 사랑은 영원토록 변치 않아."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제1막 No.16 '태양처럼 눈부신(BEAU COMME LE SOLEIL)' 중에서



순진한 플뢰르는 페뷔스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페뷔스의 눈에도 플뢰르만 들어왔던 건 아니었다. 페뷔스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플뢰르는 페뷔스가 발 다무르 카바레에서 에스메랄다와 밀회를 즐기던 사실을 알게 된다. 플뢰르는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하지만, 그 배신의 분노를 낯선 이방인 에스메랄다에게 쏟아낸다. 집시의 마법에 걸렸었다며 용서를 비는 페뷔스에게, 플뢰르는 용서의 대가로 단 한 가지를 요구한다. 에스메랄다의 목숨.

"사랑의 이름으로 그대는 나를 모욕했죠. 결정해요. 자, 이젠 누구를 선택할 건가요. 내게 와요. 가르쳐줘요, 제발 나에게도. 내 욕망을 깨워줘요. 변함없이 사랑해요. 내게 맹세해준다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그녀를 처형하겠다고."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제2막 No.11 '말 탄 그대 모습(LA MONTURE)' 중에서



르네상스가 태동하고, 이방인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대성당의 시대가 무너지며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던 프랑스 파리. 플뢰르의 말 한 마디에 다른 여인이 목숨을 잃는다. 에스메랄를 남몰래 흠모하던 장애인 종지기는 에스메랄다에게 뒤틀린 욕망을 투영하여 그가 죽는 데 일조한 신부를 죽인다. 그리고 에스메랄다의 시신 곁에서 울부짖으며 노래하다가 숨을 거둔다. 살아남은 페뷔스와 플뢰르. 그들은 신과 귀족의 황혼기에 서서 그 눈에 무엇을 담았을까.

플뢰르 때문에 시작하고, 플뢰르에 의해 끝나는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플뢰르를 통해 배운 것“플뢰르를 하고 얻은 성장이라고 하면 우선 발성법이요. 제 발성을 굳이 따지자면 에스메랄다가 부르는 노래들의 음역대가 저한테 더 맞아요. 부르기가 더 편하거든요. 그런데 플뢰르 곡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나도 이렇게 소리를 낼 수 있구나’하면서 제 소리의 새로운 길이 생긴 느낌?”ⓒ 서정준


"제가 이 뮤지컬을 보고 '내가 뮤지컬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저한테 너무 큰 작품이어서, '이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 게 너무 커서 그런지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나가기 전에 막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소리도 막 잘 안 나오고 이런 거예요. 그런 적이 처음이어서…. 초반에는 저도 제 역할에 자신이 없었어요. 주위 선배님들도 계속 저를 도와주셨고, 저희 어머니도 계속 공연 보면서 코멘트해주고….

'내가 원했던 작품인데 왜 이렇게 바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면서 그냥 캐릭터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괜찮아지더라고요. 오히려 공연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점점 더 재미가 붙었어요. '등장하는 횟수는 얼마 안 되지만, 그 등장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표현해보자!' 그래서 더 아쉬워요."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첫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이 있은 지 10년이 됐다. 라이선스 10주년을 맞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5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는 17일 김해를 시작으로 지방 투어를 시작한다. 소설을 극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가 원작에 비해 강조된 인물 바로 플뢰르 드 리스이다. 자주 등장하지 않는 조연 캐릭터이지만, 작품의 서사 안에서 아주 중요한 동인을 제공한다. 플뢰르 드 리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동료들의 도움"동생이지만 특히 (이)지수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지수는 신분이 높은 역할도 많이 했고, 대극장에도 많이 섰던 친구잖아요. 소리 내는 법, 동선 쓰는 거에 대해서 조언도 많이 구했죠. 최민철 오빠는 정말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줬어요. 배우들끼리 술자리에서 항상 저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우리 작품에서 플뢰르하는 친구인데 너무 잘해. 노래도 잘하고, 표현도 잘하는 친구야’라고 했을 때, 그게 설령 빈말일지언정 저한테 힘이 많이 됐어요. 아, 도움 준 사람에 유지 언니도 빼놓을 수 없어요. 언니도 굉장히 에스메랄다를 표현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처음에는 힘든 점만 얘기하니까 자존감이 자꾸 떨어지는 거예요, 서로가! (웃음) 그래서 서로 자존감을 올려주는 얘기를 엄청 많이 해줬어요. ‘언니는 이게 너무 장점이고 너무 좋아요’라고 하면 언니도 저한테 ‘너의 플뢰르는 이런 게 장점이고 좋아’ 이러면서 서로 그런 얘기를 할 때의 시너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서정준


"작품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플뢰르의 서사가 중요하더라고요. 플뢰르로 인해서 시작되잖아요. 플뢰르는 페뷔스의 약혼녀였고, 페뷔스는 임자가 있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의 방황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요. 결국 플뢰르의 '에스메랄다 처형해' 한 마디로 인해서 클로팽도 죽고, 에스메랄다도 죽고, 나중에는 프롤로도 죽고…. 결국 위너는 플뢰르거든요. (웃음)

그러면서 플뢰르도 변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 플뢰르가 페뷔스와 아무렇지 않게 나와요. 그런데 웬 꼽추 사내가 묶여 있고, 사람들이 모두가 보기 힘들어하죠.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걸 보고 플뢰르도 굉장히 놀라거든요. 흥미롭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때 제가 처음 에스메랄다를 보거든요. '저 여자는 집시구나' 정도였겠죠.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은 있었을 거예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를 바라볼 때 그런 감정을 무대 위에서 눈빛이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표현하는 편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플뢰르는 그냥 저잣거리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 보기 좀 불편한 일들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콰지모도가 묶여 있는 바퀴 돌아가고 이럴 때 차마 못 보겠어서 고개를 돌리면 페뷔스가 눈을 가려주거든요. 자신이 사는 세상이 전부였을 플뢰르는 그 시점부터 '이런 일도 있구나'하고 느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후에 '아, 그 집시가 걔였어? 에스메랄다가 걔였어?' 하면서 점점 더 관심이 뻗치겠죠. 내가 있던 세상을 벗어나서.

항상 연습실에서 다른 배역 언니오빠들이나 음악 감독님이나 연출님도 '결국 시작과 끝은 너야!'라고 그랬거든요. (웃음) '플뢰르 너야!'라고. 네가 정말 중요하고, 그걸 정말 잘 표현해줘야 된다고요. 그래서 어려웠어요. 계속 무대에 나와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 몇 번 안 되는 등장에서 제 서사들을 짧지만 강력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플뢰르의 변화, 그의 마음이 향하는 곳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페뷔스를 향한 사랑"1막에서 페뷔스를 향한 플뢰르의 사랑은 진심이거든요. 플뢰르도 사실 페뷔스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집안끼리 얘기가 되어서 만났어요. 사실 페뷔스가 작품 안에서 굉장히 잘생긴 인물로 그려지거든요. 이 소녀는 ‘누굴까’ 했는데, 집안이 우리 집안보다는 안 되지만 근위대장이야, 그런데 잘생겼어, 나를 또 사랑한대! 그 소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첫눈에 반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서정준


언젠가 에스메랄다를 소화하는 게 꿈인 1992년생 배우 이봄소리. 아직 걸어온 길 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은 그에게 <노트르담 드 파리>에 합류한 건 꿈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플뢰르를 연기하는 게 점점 더 재미있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역할에 저도 모르게 집착하게" 될 정도로. 배우로서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플뢰르 드 리스를 소화하는 재미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

"모습의 변화? 상태 변화? 처음에는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냥 딱 봤을 때부터 정말 예쁘고 순수해보이잖아요. 세상에 고난이라는 건 모를 것 같고! 사실 원작자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플뢰르가 신분이 낮은 사람의 삶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요. 밝은 에너지만 나올 것 같은 사람이 처음으로 큰일을 겪잖아요. 자존심도 완전히 무너지고, 화도 많이 나고, 배신감도 어쩌면 이 사람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감정일 거고…. 그런 변화들이 2막에서 표현되잖아요. 1막과 2막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참 흥미로운 것 같아요."

"내 14년은 그대의 것"이라고 노래하던 플뢰르의 캐릭터는 2막에서 급격하게 변한다. 잘생긴 근위대장을 좋아했고, 그에게 순수하게 자신의 사랑을 노래했던 소녀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내 욕망을 깨워줘요"라고 노래하며, 페뷔스에게 에스메랄다의 처형을 종용한다. 페뷔스의 배신 이후 플뢰르가 겪은 심경의 변화 그리고 그녀의 말과 행동을 이끄는 근원이 무엇일까. 그건 어떤 종류의 욕망일까.

"그 시대 때 겉으로 보이는 약조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집안끼리의 약속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 페뷔스가 나의 곁을 떠났었고, 나를 배신했다는 걸 느낀 순간 상실감이 엄청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플뢰르는 자기 신분에 있어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집시 여인,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쳐다본 적 없고, 접점도 없을 것 같은 여인한테 내 것을 뺏겼다는 상실감이 컸겠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빼앗긴 상대가 직접 그 빼앗은 상대를 밟아버리게끔 하는 것. 그때의 플뢰르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어차피 페뷔스랑은 계속 가야 되거든요. (웃음) 페뷔스는 근위대장이잖아요. 플뢰르 집안에서도 서로가 이득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관계가 맺어진 건데, 그거를 깰 순 없으니….

하지만 무너진 내 자존심은 어떡해? 대외적 이미지는? 플뢰르는 살면서 부족한 게 없고, 한 번도 결핍이 없었던 친구인데 '감히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들어?'가 된 거죠. 결국 플뢰르의 자존심이 그 욕망의 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 탄 그대'를 노래할 때, '변함없이 사랑해요'라고 하지만 이미 페뷔스에 대한 마음은 한물 간 거죠. 이게 우선순위가 아니에요. 원래는 사랑이 가장 우선순위였는데, 이제는 사랑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거죠. 페뷔스에게는 집착 아닌 집착, 사랑이 아닌 소유욕이 남았겠죠."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그는 악당"플뢰르가 되게 어린 소녀거든요. ‘난 너의 것이야’, ‘모든 걸 너한테 줄 거야’라고 하잖아요. 노래 중에 ‘그는 악당’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게 궁금했어요. 왜 사랑하는 페뷔스를 보고 악당이라고 할까? 음악감독님하고 노래를 분석하고 배울 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너 나빴어!’ ‘너는 내 마음을 훔쳐간 도둑이야!’ 이런 거! ‘너는 나의 마음을 가져가서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악당이야’ 좋은 의미로 약간 앙탈부리는 듯한 느낌?"ⓒ 서정준


지체 높은 귀족 아가씨는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건 사랑과 욕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성당의 시대로 묘사되는 "전능한 신의 시대"가 인간에게 모욕당한 것이기도 하다. 고귀하신 나리들의 정략결혼을 자유연애가 침범하고, 떠돌이 집시들의 무리가 성벽을 넘는 시대. 플뢰르의 대척점에 있는 에스메랄다가 상징하는 게 경계를 지우는 자유와 사랑이라면 플뢰르는 제도와 전통 그리고 계급을 대변한다. 그러나 플뢰르는 그 분노를 온전히 다 분출하지 않는다.

"사실은 '말 탄 그대 모습' 때 너무 화나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이…. 그런 거 있잖아요, 말하다가 더 화나는 거! 하지만 플뢰르는 그 감정을 다 보여주지 않는단 말이에요. 가끔 팬들이 '더 세게 했으면 좋겠어요' '페뷔스를 막 잡아먹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는데…. (웃음) 플뢰르는 자기 안의 고결함이 있어요. 내 감정 표현을 이만큼 한다는 것 자체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거든요. 얘가 항상 교육받은 건 '감춰라', '다 드러내지 말아라'이니까요, 페뷔스한테 '나 이만큼 화났어'라고 보여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더 대비되는 거예요. 1막의 '다이아몬드'나 '태양처럼 눈부신' 때는 있는 대로 행복해하고, 그 사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걸 감출 수 없는 소녀의 감성이죠. 그런데 2막 때는 너무 화가 나지만 화도 못 내고, 그런데 나는 너한테 지금 엄청 화났고, 이걸 용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에스메랄다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엄청 무서운 말을 하잖아요. 그 작은 성의가 페뷔스를 완전히 내칠 수 없게 만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아마 페뷔스랑 플뢰르랑 그대로 살았을 거예요. 대신 페뷔스가 플뢰르한테 잡혀 살지 않았을까요? (웃음) 막 눈치 보고. 플뢰르의 집안이 갑자기 망하거나 이러지 않는 이상은."


이봄소리가 걷고 싶은 길, 걸어야 할 길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관객에게 바라는 것"제가 생각하기에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짜임새가 어마어마한 극이에요. 소위 말해서 버릴 장면이 없거든요. 제가 바라는 건 ‘벅찬 가슴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입니다. 그거 말고 개인적인 건 ‘플뢰르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정도? (웃음) ‘플뢰르라는 친구의 서사도 이렇게 있었습니다, 존재했습니다’라는 걸요. 사실 관객 분들이 캐릭터를 기억하게 만드는 건 제 몫이죠. 그래서 더 집착하게 돼요. ‘잘해야 돼! 열심히 해야 돼!’ 막 이러면서. (웃음)"ⓒ 서정준


2018년은 이봄소리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대학로라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한 것도 아직은 낯설다. 무대에서 광고 그리고 매체쪽으로 발을 넓히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김다혜가 아닌 '이봄소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첫 해이기도 하다. 이름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던 그에게 대표가 던져준 새 이름이다. 듣자마자 무척 기분이 좋아져서 냉큼 수락했다는 그. 아직 익숙하지 않고, 친한 사람들은 여전히 '다혜'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이봄소리로서의 첫 발은 나쁘지 않게 디딘 것 같다. 그 발걸음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

"하고 싶은 건 엄청 많죠. 욕심이란 건 알지만! 요즘 인식도 점점 바뀌고 있고, '저 역할을 굳이 남자 배우가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역들도 창작이건 라이선스 작품이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5년 뒤가 됐든 50년 뒤가 됐든 그런 편견에 갇히지 않고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지연 언니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헤드윅' 했을 때도 '입틀막'이라고 하죠? 막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감동하면서 봤어요. <광화문연가>에서도 언니랑 정성화 배우님이랑 더블 캐스팅된 것도 너무 멋있었고요. 그런데 사실 그게 멋있다고 느껴질 일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여자 배우만이 아니라 남자 배우도 마찬가지로 남자-여자 더블 캐스팅이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도록요.

관객 분들이 많이 목소리 내주시고, 관객 분들뿐만 아니라 관계자 분들도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아직까지 영향력 있는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웃음) 저도 그냥 노력하는 거죠.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게요. 나라는 사람부터 변하면 주위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선배 언니들이 너무너무 열심히 목소리 내주시고 계셔서 저는 많이 배우죠. '나도 저런 배우가 돼야지', '선배가 됐을 때 저런 모습을 보여야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멋있는 여배우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이봄소리, 플뢰르를 만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에 한국어 버전 첫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온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 春聲“아니, 세상에! (웃음) 제가 이름을 바꾸고나서 제 별명이 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고)은성 오빠가 ‘야, 너 그럼 춘성이네’ 이러는 거예요! (민)영기 오빠랑 은성 오빠가 같이! 제가 ‘뭐라고요?’ 이러니까 봄 춘(春), 소리 성(聲)해서 춘성이라고. 아니, 이게 이름 바꾼 사람한테 할 소립니까?! (웃음) 갑자기 얼결에 춘성이가 돼 가지고…. 그런데 또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이춘성, 얼마나 구수해요. 뭔가 저하고 더 잘 맞는 것 같고, 진작 그냥 이름을 이춘성으로 바꿀 걸 그랬나? (웃음)”ⓒ 서정준


비슷한 연배, 비슷한 커리어를 쌓아온 여자 동료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배우. 스스로 '본진'이라고 자부하는 전미도 배우와 언젠가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핸드폰 뒤편에 전미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이 배우. 일단은 하고 싶은 걸 하기 전에, 당장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전국 투어이다.

"제가 어린이 뮤지컬 할 때는 1년 내내 지방을 돌았어요. 그때 너무 재밌었거든요? 약간 TMI긴 한데 지방에 가면 배우들이랑 맨날 술을 마셔요. (웃음) 막 돌아다니면서. 아…. 술이라고 하면 안 되겠다…. 맛집투어로 바꿔주세요. (웃음) 저 술 잘 못 마셔요!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예요.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정신력으로 버팁니다.

지방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은 그 지역 분들도 계시고, 또 <노트르담 드 파리>가 너무 좋아서 멀리서부터 그 지역까지 오는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더 실수하면 안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서울 공연과는 느낌이 다르죠. 지방까지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지방에서 '나 저거 보고 싶은데, 서울까진 못 가는데' 했던 분들도 보시고. 그래서 공연할 때는 '잘해야 된다' 한 가지 생각밖에 없어요. 지방 공연도 마음을 놓지 말고, 방심하지 말고 잘해야죠.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작품을 저도 참 많이 사랑하는데, 이 작품을 사랑하는 팬 분들의 열정을 보면 저는 그 열정의 반의 반도 안 되는구나 싶을 정도예요. 정말 큰 열정과 사랑을 주시는 팬 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려요. 그게 참 저희한테 엄청나게 큰 힘이 된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큰 힘이 돼요. 관객석에서 감동 받고 계시는 게, 좋아하고 계시는 게 느껴져요. 진짜 열정을 다해서 박수쳐주실 때마다 '다음 공연 더 잘해야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지' 다짐하게 되고요. 배우와 관객이 이렇게 서로 시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드릴 말씀은 결국 그것뿐이죠, '언제나 감사하다'고."


이봄소리의 플뢰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봄소리 배우 버전 포스터. 5일 서울 공연을 마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전국 투어 일정을 시작한다. 김해(8월 17~19일), 부산(8월 25~26일), 울산(8월 31일~9월 2일), 대전(9월 14~16일), 안동(9월 28~29일), 대구(10월 4~7일), 성남(10월 12~14일), 고양(10월 19~21일)이다.

▲ 이봄소리의 플뢰르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봄소리 배우 버전 포스터. 5일 서울 공연을 마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전국 투어 일정을 시작한다. 김해(8월 17~19일), 부산(8월 25~26일), 울산(8월 31일~9월 2일), 대전(9월 14~16일), 안동(9월 28~29일), 대구(10월 4~7일), 성남(10월 12~14일), 고양(10월 19~21일)이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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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박근혜 시절 몰래 만든 영화... "몰랐어야 할 이야기였다"

[인터뷰] 영화 <공작> 윤종빈 감독... “스파이물 뒤집는 스파이물 원했다”

남한이 버린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이야기 <공작>이 지난 8일 개봉했다. 이미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세계 관객과 만난 이후 약간의 후반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박근혜 정권 때 쉬쉬하며 만든 작품이 정권이 바뀌고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일 때 공개되는 상황에 윤종빈 감독의 감회 역시 새로울 터.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윤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본래 중앙정보부 관련한 영화를 준비하던 중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된 감독은 방향을 틀어 그의 행적을 팠다. 공작원으로서 북한 최고 권력자를 대면하고, 각종 임무를 수행했지만 조국은 그의 정체를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내쳐 버린다. '이중 스파이' 낙인이 찍힌 흑금성은 어쩌면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인물일지 모른다.몰랐어야 할 이야기포부는 컸다. 기존 스파이물과는 다른 스파이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에게 있었다. 윤종빈 감독은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뒤집는 스파이 영화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한국에도 이런 스파이가 있었고, 열심히 활동했었구나 싶었다. (실제 흑금성 박채서씨를 연결해 준) 김당 기자에 따르면 흑금성은 A급 공작원 10명 중 한 명이라더라. 이들의 기록은 문서로도 안 남긴다는데 그럼 흑금성 말고 또 다른 9명이 더 있다는 소리잖나. 놀라웠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리가 몰랐어야 할 이야기였다. 왜 국가가 그의 존재를 인정했을까. 영화 기획 당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라 가족을 통해 접촉했다. 이미 몇몇 분들이 흑금성 이야기를 다뤄보겠다고 접촉했었는데 다 거절했다고 하더라. 제가 제작사 대표를 통해 그분을 접촉했을 땐 본인의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신 뒤였다. 그래서 그분께 회고록을 써달라 부탁했고, 직접 써주신 책 세 권 분량의 회고록을 참고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명 <공작> 프로젝트. 본래 보수 정권과 관계자들의 간섭 등을 걱정한 가제였으나 최종적으로는 가제가 제목이 됐다. 최근 출판된 책에 영화 관련 비하인드가 자세히 나와 있는데 등장인물과 사건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 결과물이다. 흑금성과 함께 대북 광고 사업을 했던 기업가 한창주(박성웅) 역시 당시 아자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한 박기영씨를 모델로 했고, 북한 대외경제국 엘리트 리명운(이성민) 역시 실제 인물을 극화했다.관록의 배우들마저 좌절시킨 감독 몸을 쓰는 특정 액션이 아닌 밀도 높은 대사로 긴장감을 전해야 했기에 배우들의 부담 또한 컸다. 황정민과 이성민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간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역할이었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특히 지난 칸영화제 당시 만났던 황정민은 "<공작> 이후 연기를 그만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연극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베테랑들의 진을 뺄 정도로 윤종빈 감독은 치열했다. <공작>을 두고 황정민은 '구강 액션'이라 정의하기도 했는데 윤 감독 역시 동의했다. 그는 "말의 힘은 총알보다 강력하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며 "배우들과 대사 리딩을 하면서 입에 붙게 대사를 수정해 나갔다"고 전했다.치열한 대사 액션이 돋보이지만 동시에 <공작>은 스파이물을 가장한 우정과 신념의 영화기도 하다. 전작들에 비해 윤종빈 감독이 인물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이 표현에 감독 역시 동의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일기장 같은 앨범" 27살의 고백

[인터뷰] 첫 앨범 < 27 >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타린

"어쿠스틱 악기 본연의 색, 전자 작업과 후반 작업이 덜 들어간 음악을 담아보자 했어요. 가사를 솔직하고 담으려고요."밴드 바닐라 어쿠스틱에서 활동했던 타린이 지난 6월 27일 솔로 첫 정규앨범 < 27 >을 발표했다. 27살의 감성을 담았다. "이 시간이 지나 돌아봤을 때, 저 스스로에게 솔직한 일기장 같은 잊지 못할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저의 본질에 가까운 음악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 좋았던 첫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사랑의 시작부터 슬픈 사랑을 예감한 듯 통기타 선율에 애잔한 목소리를 담은 첫 곡'한여름 멋진 밤'부터 일곱 번째 곡 '까만 밤'까지는 27살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고 설레는 순간을 이야기하다 '사랑의 모양' 곡에서 의문을 던져요. '내 사랑은 어디에 있고, 내 사랑의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랑의 모양 질문을 던지면서, 이별을 이야기해요. 하나의 영화처럼 스토리가 그려지게 곡을 수록했어요."마지막 반쪽이라고 믿었던 사람과 이별했던 경험을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다는 그는 사랑의 모양이 무엇인지 찾는 중이었다. "모든 관계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잖아요? 노랫말을 썼다 지웠다 해서 모인 열 세 곡이죠."지난 7월 12일 서울 종로 익선동에서 타린을 만났다. - 예명 타린의 의미가 기타 치는 기린이라고요?"기린이란 이름으로 실제로 활동했었어요. 방송에 나가, '안녕하세요. 기린입니다' 하는 게 어색해서 좀 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기린이 목이 길어 기타와 비슷했어요. 기타 치는 기린, 그래서 타린이라고 했어요."- 첫 솔로 앨범 < 27 >을 발표했는데?"개운해요. 2012년 즈음 데뷔해 싱글, 미니 앨범은 여러 장 냈었어요. 정규앨범은 처음이죠. 가볍게 던지는 싱글보다는 이야기가 더 담겨 있어 곡 순서, 분위기를 잡는 게 어려웠어요. 제 나이에 어울리는 솔직한 음악을 해보자 했죠. 원하는 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앨범이라 의미가 있어요."- 타이틀곡 '너와 꿀잠'은 어떤 노래죠?"연인과 연애할 때 같이 잠들고 눈 떴을 때의 모습도 있지만 연인과 통화하며 잠든다는 내용이 더 강했어요. 제목만 보면 너와 잠든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밤새 통화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서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는 거죠. 눈을 떴을 때, 휴대폰은 손에 있고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어요. 같이 있지 않아도 너와 통화하면서 잠드는 이 시각이 꿀잠이고, 눈 떴는데 '잘 잤어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 메시지가 와 있는 거죠. 너와 잠들고 같이 일어나도 네 생각이 나.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타린 씨의 사랑은 어떤가요?"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 연애를 했다가 이별했어요. 앨범 내는 시기와 맞물렸어요. 가장 솔직하고 행복한 만남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솔직하고 대담하고 서슴없이 감정을 표현해요. 감정선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타오르기도 하지만, 아직 모르겠다? 찾는 중이고,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도 해요. 제 사랑의 모양을 찾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정이 가는 곡은?"'사랑의 모양'을 자꾸 이야기하게 돼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영화가 있어요. 음악상도 많이 받은 영화죠. 엄청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이에요. 사랑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그 영화를 보고 써 내려갔어요. 영화나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1시간 만에 썼어요."-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다, 다짐한 것이 있을까요?"무조건 처음 같은 마음, 초심. 초심을 잃었을 때가 있어요. 바닐라 어쿠스틱을 나왔을 때죠. 작년 초에 깨달았어요. '그때 내가 왜 그랬지?' '나는 자유야' 마음도 있었을 거고요. 다시 제대로 마음을 먹고 음악을 해야겠다 할 때 공책을 열었는데, 그곳에 적혀있는 것이 처음 같은 마음이었어요. 요즘 그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바닐라 어쿠스틱에서 활동했는데, 돌아보면 어떤지?"고맙다는 말밖에 없을 정도예요. 그 팀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팀을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을까?' 제게 질문을 많이 했는데, 나오고 보니까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리더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인데, 바닐라맨 오빠가 팀 핸들링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반대로 누군가를 이끌어가야 할 자리에서는 그때를 떠올려요. 음악과 관계된 순간에요. 멤버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곡 '안아주세요'에서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노래했는데, 타린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요?"'무슨 일이야? 말해 봐' 물을 때, 대답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때 눈빛만 봐도 내가 힘든 것을 알고 대답하지 않은 것을 이해해주는 상대요. 요즘에 힘이 되는 상대는 가족, 친구요."- 취미는 어때요?"사람들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이별한 뒤에는 사람 만나는 일을 거의 안 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요. 혼자 하는 운동을 많이 해요. 발레를 하고 있고, 골프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글을 쓰려고 해요. 글재주는 없지만 지금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잊을 것 같아서요. 돌아오지 않을 나이잖아요? 친한 작가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글 쓰는 연습을 해요. 그리고 혼자 맥주를 먹어요. 앨범 발매 후, 혼자 한우를 먹었어요. 한우 2인분과 소주 한 병 시켜 너무 행복하게 먹었어요.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저를 찾아가고 있어요."- 앨범 낸 뒤, 가족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요?"온 가족이 용돈을 보내주셨어요. 독립하고 싶어 성인이 된 뒤, 용돈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는데, 몇 년 만에 용돈을 받았죠. 기특한 내 손녀, 내 딸. 편지와 함께요. 응원해주셔서 힘이 되었어요."- 27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지금 새로 쓰는 곡이 있어요. 제목은 아직 없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가사를 쓰고 있어요. 또래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은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계획은?"8월 초에는 미니 기타를 들고 북유럽 여행을 가려고 해요. 다음 앨범을 위해 꾸준히 음악 하고 싶어서죠. 여행에서 영감을 받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기회가 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싱글도 내지 않을까 생각해요."-타린이 꿈꾸는 한여름 멋진밤은?"최근에 개봉한 영화 <미드나잇 선>을 보고 곡을 만들었어요.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를 보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미드나잇 선>의 원작이 <태양의 노래>라서 의미가 깊었어요. 소녀가 세상아, 내 음악을 들어주라며 밤마다 기타를 잡아요. 사람이 없어도요. 날씨 선선한 기분 좋은 저녁, 한강에 가서 영화와 어울려 소소하게 버스킹하는 게 한여름의 멋진 밤이지 않을까 해요.-언젠가 한강에서 버스킹을?"그럼요. 준비를 꾸준히 하려고요." 그는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할 때, 행복하다고 했다."제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꿈을 꾼다고 들을 때 제일 행복해요. 피드백을 받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팬들로부터 힐링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요즘도 충분히 행복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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