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7일, MBC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를 연기한 배우 진기주를 만났다. 대기업 회사원, 지역 방송 기자, 슈퍼모델을 거쳐 '배우'라는 직업에 안착한 그는, 배우 데뷔 3년 만에 지상파 주연까지 꿰찼다.

- 요즘은 지상파/비지상파 구분이 의미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배우에게 지상파 주연을 맡는다는 건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소감이 어땠나.  
"그동안 살면서, 노력의 대가가 늘 따르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또, 노력과 비례해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비교적 운이 좋았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보상이 주어졌다. 이번 지상파 주연도, 그동안 내가 노력도 했고, 고생도 했지만, 그에 대한 결과가 이렇게 금방 주어질 줄은 몰랐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네 번째 직업에서 확인한 적성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대기업에 입사한 뒤 적성에 안 맞아 그만뒀고, 기자가 되고 싶어 기자가 됐지만 막상 해보니 안 맞아 다시 그만뒀다고 들었다. 배우는 어떤가. 적성에 맞는 것 같은가. 
"우선 배우 일이 너무 좋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에서 좋은 말을 들어도 기쁜 마음보단 '조금은 따라가고 있구나' 정도의 느낌이다.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지는 못했다. 그래도 재미있고, 즐겁고, 잘하고 싶은 분야다. 적성이었으면 좋겠다."

-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됐나.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친구가 갑자기 '나 연기하고 싶어. 배우 할 거야' 하면 나라도 '웃기지마' 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직업이었다. 어릴 땐 과하게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적인 배우라는 꿈을 키워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그냥 주어진 공부를 했다. 그러다 취업을 했고, 그만둔 직후에는 가장 현실적인 꿈이 기자라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다."

-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이었나보다. 
"잘 안 듣는다. 한참 싸우다 진 거였다.(웃음) 22살, 23살일 때니까, 그때 생각엔 직장에 일단 들어갔다가 2~3년 만에 그만 두더라도 26살이니 괜찮겠다 싶었다. 부모님 뜻대로 한 번 살아보는 것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거였다. 일단 말을 들어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차라리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싸우는 게 낫지 않았을까? 부모님 입장에서는 멀쩡한 직장, 누군가는 선망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게 더 무모해 보였을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연기학원 검색해보고 그랬다. 사회생활 하면서 연극 보러 다니고 하다 보니 배우라는 직업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내가 의지를 가지고 뛰어들면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꾸 꿈틀꿈틀댔다. 근데 또 워낙 소심한 면이 있어서, 방구석에서 끙끙 앓았다. 도전 하자니 불안하고, 이대로 살자니 답답하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다행히 부모님 반응이 나뉘었다. 엄마는 찬성, 아빠는 반대. 그냥 밀고 나갔다. 10대 때 한 번도 사고 친 적 없으니 믿어달라고. 그때 아빠는 잠도 못 자고 시름시름 앓았다."

- 어린 시절에 데뷔한 배우들에 비해 일반인으로서 평범한 삶을 산 기간이 긴 편이다. 다양한 삶의 경험이 연기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나. 
"우선 오디션이, 수없이 겪었던 면접의 연장처럼 느껴진다.(웃음) 오디션에 가면 말로 상처받는 경우가 많은데,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만약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았다면 굉장히 상처받고 다시는 오디션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어떤 말을 들어도 압박 면접인가 싶고, 쉽게 털어내고 이겨내고, 때론 받아쳐 넘기기도 한다. 내공이 좀 생긴 것 같다. 또, 돌고 돌아 이 길로 왔지 않나. 주위의 수많은 의심의 시선을 견디면서 얻은 기회라서, 크든 작든, 주어진 기회가 너무 감사하게 느껴진다."

진기주는 실패를 모른다?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대기업 회사원, 기자, 모델 그리고 배우까지. 진기주가 그만둔 과거의 직업들은, 어떤 이들에게는 인생의 목표이기도 한 것들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적이 없는, 실패를 모를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이리와 안아줘>를 연출한) 최준배 감독님께 감동 받은 부분이 그거였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나를 그렇게 보신다. 지나온 길들을 그냥 쭉 나열만 해둔다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네라고 여기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합격 전에 겪은 수많은 불합격과 좌절이 있었다. 또, 그렇게 들어간 곳이 진짜 바라던 길이 아니라는 걸 느꼈을 때 엄청난 회의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그런데 최준배 감독님이 이런 걸 알아주셨다. 내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에 어떤 분이 감독님께 '걔는 실패를 모르는 인생인데, 어떻게 낙원이 같은 힘든 감정을 알겠냐' 하셨다더라. 그때 감독님이 본인은 반대로 생각하신다고, 실패를 모르는 인생이 아니라 계속 실패한 인생이 아니냐고 하셨다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미래에 대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좌절감을 느꼈겠느냐고. 감독님의 말씀이 감동적이었다. 이런 나의 이면까지 봐주시는 섬세한 분이구나 싶고... 첫 대본 리딩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더 열심히 작품에 임하게 됐다."

- 전작 JTBC <미스티>에서는 배우 김남주와, 이번 MBC <이리와 안아줘>에서는 배우 허준호와 호흡을 맞췄다.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기억에 남았나.  
"두 선배님의 공통점은 시야가 되게 넓다는 거였다. 나는 내 코가 석 자다 보니(웃음) 내 주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선배님들은 저 멀리 스태프가 뭘 하고 있는 지도 다 보고 파악하고 챙겨주시더라. 진짜 이런 게 베테랑이구나 싶었다. 나도 언젠가는 나를 챙기는 걸 넘어서서, 전체 스태프들도 챙길 수 있는 여유, 아우라를 갖고 싶다."

방황 거듭한 20대... 후회하지 않는다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계속하고 싶다는 거? 직장 생활할 때는, 어느 정도까지는 내가 사표만 내지 않으면 계속할 수 있다는 안정감은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내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선택받지 못하면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그래서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목표이자 바람은, 다양하게 여기저기서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

- 배우로서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음... 내가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근데 또, 스타일링을 해놓으면 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일 때도 있다. 나이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거, 그게 내 장점이다.(웃음) 교복부터 전문직 여성, 유치원생 정도 아이가 있는 엄마 역할도 모두 가능하다."

- 스무 살의 진기주가 상상했을 때, 서른 살의 자신이 지금의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을까? 
"그땐 기자만 생각하고 있을 때라... 배우는 우연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프로필 접수하고 오디션 보러 다니고 하는 건 상상도 못 하던 때였다."

- 지난 10년은 배우 진기주가 되기 위한 방황의 시간이기도 했다.  
"어디선가 다시 한번 똑같이 살아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글을 봤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 20대 때의 방황을 다시 겪으라고 해도 괜찮다. 후회하지 않는다. 살면서 이런저런 선택지들이 있었지만, 매 순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고,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써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없었다. 재미없게 살지도 않았다. 즐길 거 즐기면서 행복하다 생각하며 살았다. 지난 10년 꽤 잘 살았다 싶다."

- 마흔 살의 진기주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지금 그 나이대 선배님들 같은 배우가 되어 있었으면 한다. 김남주 선배님, 허준호 선배님처럼 주위를 아우르는 포용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선배님들을 보고 느끼듯, 그때의 나를 보면서 후배들이 '우와 신기하다' 느낄 수 있도록."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셔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진기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배우 진기주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셔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진기주 이리와 안아줘 한재이 길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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