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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이상 김해경의 또다른 자아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곽우신


시인 김해경, 필명 이상. 그는 시를 쓰는 삶에 지쳤다. 나라도 뺏기고 언어도 뺏기고 눈뜨고 날강도를 당한 이런 시국에서 그는 20세기에 나서 21세기를 살려 하지만, 다른 이들은 19세기에 나서 18세기로 향하고 있다. 결국 "미친 글쟁이의 미친 헛소리", "무력한 지식인의 할 일 없는 헛소리"라는 비난에 지쳐버린 그는 "인생의 마지막 날 만큼은" 스스로 정하고자 한다.

시인은 어린 아이(孩)로 돌아간다. 바다(海)에 가서 닿고 싶은,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어린 아이. 그리고 이 날카로운 현실에 본인 대신 싸울 이를 꺼낸다. 모든 것을 초월할, 이상(李箱)의 이상(理想)적인 존재, 초월하고자 하는 그 욕망의 대리인, 지친 '해'를 대신해 종착지에 추락할 초(超). 김해경은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 해가 되고, 자기를 대신하여 글을 쓸 초를 꺼내 든다.

그러나 김해경 본인이 견딜 수 없던 세계를 그의 초월적 자아가 쉬이 돌파할 수 있을 리 없다. 초는 글을 쓰고 또 썼지만 바뀌는 건 없다. 결국 초 역시 삶을 포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이상이되 이상이 아니기에 이상처럼 스스로 죽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역시 안으로 들어간다. 초는 어럽게 해를 마주한다.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자신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사는 해를 마주한 초는 해를 꼬드겨 홍을 납치하고자 한다.

붉은 머리의 홍(紅). 이들이 닿고 싶어하는 넓은 바다, 생의 의지, 고통, 동시에 아프지만 상처를 낳게 할 빨간 약, 사랑·그리움·미움·증오·열망을 담은 채 오래 전에 버려진 보따리…. 초와 해 모두 바다에 닿고 싶어 하지만 초가 바라는 바다는 너무 깊어 끝을 알 수 없는 죽음의 바다요, 해가 원하는 바다는 너무 깊어 마르지 않고 얼지도 않는 생의 바다였다. 스스로 죽을 수도 없는, 실체 없는 존재들이 이상 안에서 갈등한다. 이상은 그래서 생을 고를 것인가, 스스로 결심한 대로 자신이 죽을 날을 정할 것인가.

뮤지컬 <스모크>, 이상의 연기 같은 존재들이 이상 안에서 각자의 이상을 추구하며 싸우는 이상한 작품이다.

트라이아웃부터 재연까지, 홍과 함께하다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홍을 만들어가는 과정“관념적인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인사이드 아웃> 속 감정들도 관념적인 캐릭터잖아요. 제가 또 애니메이션을 많이 좋아하거든요. (웃음) 고통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표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스모크>를, 대본을 이해하는 데는 초반에 어려웠죠.”ⓒ 곽우신


트라이아웃과 초연을 거쳐 지난 4월 24일 개막한 뮤지컬 <스모크>는 재연 시즌에도 많은 관객을 극장에 불러들이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상연되는 이 작품은 상술했던 것처럼 시인 이상에 대한 작품이다. 난해했던 그의 작품 세계처럼, 뮤지컬 <스모크> 역시 다소 난해하고 뒤틀려 있다. 언뜻 경성시대를 그린 여타 작품 같아 보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연기 같던 캐릭터의 실체들이 가시화된다. 초는 그저 죽고 싶어만 하는 존재가 아니고, 해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으며, 홍은 미츠코시 백화점의 딸이 아니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예술가"인 그는 "미완의 박제로 천재를 꿈"꿨다. 그의 안에서 언쟁하는 자아들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재연 초반 보다 지금이 조금 더, 뭐랄까, 몸에 붙은 느낌이랄까? 조금 더 수월해진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매번 힘들긴 하지만 (웃음) 그래도 <스모크> 안으로 훅 들어가는 게 수월해진 것 같기는 해요. 사실 작품이 수정되면서 캐릭터가 조금씩조금씩 바뀌기는 했거든요. 그래도 트라이아웃 때, 처음 홍을 만들었을 때의 그 느낌을 좀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 유주혜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 시즌까지 꾸준히 참석하며 홍이라는 캐릭터를 맡아오며 함께 성장한 배우이다. 지난 6월 14일 오후에 만난 그는 홍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입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했다. 특히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머릿속에 떴던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처음엔 저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맨 처음 대본 읽었을 때 '이게 무슨 말이지?' (웃음) 책도 좀 봤는데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이상 시인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지도 못했고,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작품의 반 이상이 이상 시인의 글이었어요. '무슨 말이지?'하고 엄청 헷갈렸는데, 연출님 만나고, 다 같이 얘기하고, 이상 시인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고요. 연출님이 논문도 가져오셔서 얘기해주셨어요. 이런 해석도 있고, 이런 관점도 있고, 이런 입장, 저런 입장도 있다고 엄청 설명 많이 해주셨는데…. (웃음)

배우들끼리는 '감각적인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상의 작품을 하나하나 분석하기 보다는, 이 시 전체를 탁 읽었을 때 오는 감각적인 느낌에 집중했어요. 저번에 (김)재범 오빠가 '제1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고...'를 읽으면서 무섭다고,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거든요. 그런 걸 쫙 나열했을 때의 감각적인 느낌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스모크>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우리 캐릭터를 어떻게 나눠야 하고,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걸 포착하려고 집중한 게 캐릭터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무대 예술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관념을 의인화한 캐릭터는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홍은 유독 그 정체가 불분명하다.

 "김해경의 모든 인생을 담은 양심. 고통스런 운명의 시간을 함께 견뎌내주는 왜소한 신."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초나 해의 캐릭터에 비해, 대본집에 쓰여 있는 홍은 단 한 줄이 전부이다. 고민 끝에 마주하고 홍이라는 옷을 입은 유주혜에게, 홍은 어떤 존재일까.

"제가 정의하는 홍은, 김해경의 인생…. 그렇죠. 그의 인생. 보따리 안에 있던, 아픔도 있고, 고통도 있고, 하지만 희망도 있고, 꿈도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집약된? 저희도 저희 스스로의 인생을 살펴봤을 때, 모든 게 생각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조금씩 포인트들은 있잖아요. 아무리 어릴 때라도, 뭔가 충격적인 일이라든가 엄청 행복했던 일들은 선명하게 남아 있잖아요.

홍은 그런 부분들이 모여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김해경 시인이 처음 시를 썼을 때라든지, 자기가 쓴 시를 보고 처음 자기 마음에 흡족했을 때라든지, 아니면 내가 시를 썼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을 때라든지, 엄마가 너무 그리웠을 때의 마음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축약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상 김해경 그리고 홍 유주혜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홍과 유주혜를 비교하자면“처음에는 홍이 저와 비슷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강인하고, 이끄는 힘도 있고, 설득하는 힘? 끈질기고, 되게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제가 어느 부분에서는 홍보다 되게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곽우신


김해경은 너무도 죽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살고 싶기도 했다. 폐병으로 죽어가는 시인은 이 고통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욕망도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살고 싶은 욕망도 있다. 전자가 초라면 후자는 홍이다. 김해경은 왜 그토록 죽고 싶었을까. 그런데도 왜 죽지 않았을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그는 왜 진즉 글이나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제가 비록 이상 시인을, 김해경이라는 인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분이 지금 이 시대의 굉장한 예술가로 칭송을 받는 이유는 그 시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글, 그 사람의 시 안에는 억압받던 일제강점기에 어떻게든 열망하고 싶었던 자유가 있던 게 아닐까요? 그걸 글로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살아야 하는 의지나 사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죽고 싶지만, 내가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국민의 마음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그 시대에 표출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세대에서도 예술가로 칭송을 받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분이 살고자 하는 의지 중에 하나가, 그 의지인 제가, 그런 사명감이었다고 하면 이상하려나?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 지금 잘 말하고 있나요? (웃음)

'암흑 속에서 나 혼자 발광하였소. 암흑 속 발광, 나는 발광하였으나 칠흑 같은 암흑이라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소'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대사도 있어요. '고통을 끌어안고 발광하자' 그건 것 같아요. 한마디로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안고 가자.' 그 대사가 제일 작품을 나타내는 대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홍을 통해 배운 것“무대 위의 본능에 충실해졌다고 해야 하나? 무대 위에서 상대방과의 호흡이 있잖아요. 연기 잘하시는 선배들이 막 던져주시면 약간 테니스 치듯이, 예측할 수 없는 느낌으로 본능적으로 막 쳐야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떡하지?’하고 걱정했다면, 지금은 제 자신을 믿고, 상대방을 믿고 많이 연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애드리브라고 해야 하나? 관객들이 봤을 때는 ‘오늘은 저번이랑 좀 다르다’, ‘오늘은 좀 색다른 공연을 보는 것 같아’하는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를 믿게 되고 성장한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 곽우신


그래서 뮤지컬 <스모크>는 유주혜라는 배우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안고 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 작품이니까. 시인 이상의 자아 중 하나를 표현하면서, 글을 쓰면서 괴로워했던 이상의 아픔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김해경이 글을 포기하지 않도록, 글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의지의 표상이 됐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잠시의 고통처럼, <스모크>라는 작품이 보는 관객에게도 치유의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때까지 했던 공연을 했던 걸 다 합치면 눈물이 어느 정도나 될까 생각해보면, <스모크>가 무대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작품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바다 같은 작품? (웃음) 생명력 넘치는 바다. 작품에서 바다 얘기가 되게 많이 나오잖아요. 그러고 나서, 홍도 스스로 바다라고 얘기하잖아요, 해한테. 그런 대사를 하다 보면, TV에서 돌고래 이야기라든가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예전보다 더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보면 볼수록 너무 아이러니해요. 너무 무섭고, 너무 평안하고, 너무 아름답고 그래서 '내가 바다야'라고 표현하는 게 너무 과분하달까? 그런 게 있었어요. 저렇게 말도 안 되고, 바다는 저런 곳인데 나 스스로 바다라고 표현하는 게 과분하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죠. 그런 의미에서 항상 과분하죠. 뭔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는 게요.

김해경 시인도 글을 통해서 자신의 무언가를 나타냈듯이, 저 자체로도 무대에서 뭔가를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 표현을 보고 관객 분 중의 한 명이라도, 뭔가 힘을 받거나 위로를 얻었거나 했으면 좋겠는 바람이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다른 공연을 보러 가잖아요. 저도 어떤 때는 하나의 관객이잖아요. 공연을 보든,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되게 위로를 많이 받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도 그렇게 관객에게 힘이 되어 주고,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객의 빨간 약? (웃음)"


예정된 이별 그리고...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스모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사실 제가 고등학생 역할이나, 귀엽고 발랄한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스모크> 처음 할 때 되게 재밌었어요. 이런 역할에 저를 생각해주셨다는 게 연출께도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연출께서 처음 트라이아웃 때 먼저 제안을 해주셨는데, 제가 막 발랄한 역할을 하는 걸 보시고 ‘어? 쟤, 저것 말고도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저의 바이브가 나오지 않았을까? 본연의 바이브를 발견하지 않으셨을까? (웃음)”ⓒ 곽우신


추정화 연출의 부름을 받고 트라이아웃 때부터 <스모크>를 하게 된 유주혜. 이 배우가 대학로에 쌓아온 경력이 얕은 건 아니지만, <스모크>는 그가 자신을 대학로 관객들의 눈과 귀에 강렬하게 인식시킨 작품이다. <스모크>를 만나서, 홍을 만날 수 있게 된 걸 유주혜는 큰 행운으로 여겼다.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그 사랑에 감사할 줄 알게 된 작품이기에 더더욱….

"<스모크>를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저라는 사람이 너무…. 여성스럽다? 사실 여성스럽다는 말도 하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청순하거나 '여리여리'하거나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어릴 때는 되게 '사내대장부 같다', '선머슴 같다', '터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게 오히려 지금 캐릭터를 맡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해요. 강단 있고, 힘 있는 걸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많이 주시는 게, 너무 영광이죠. 그런 캐릭터를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관객 분들도 제 홍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귀를 가리키며) 사실 이것도 관객분이, 날개라면서 선물해주신 귀걸이거든요. '난다. 난다. 날 수 있다. 딱 한 번만 날아보자꾸나' (웃음) 날개를 보고 제 생각이 나셨다고 선물해주신 건데…. 확실히 이 <스모크>라는 극은 피드백이라고 해야 할까, 관객분의 호응과 반응이 많이 오는 작품인 것 같아요. <존 도우>도 사실 많은 관객 분들이 좋아해주셨거든요. 제가 주체적인 캐릭터를 했을 때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대학로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변하고 있다. 여자 배우가 맡는 여자 캐릭터에 대한 고민에 방점을 더 찍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한계도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 비해 대학로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좋은 여자 캐릭터, 좋은 여성 서사에 대한 고민을 창작진과 배우 그리고 관객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스모크>하면서, 홍들끼리 사이가 너무 좋아요. 저도 언니들 너무 좋아하고, 언니들도 저 엄청 예쁘게 봐주시고, 셋이서 맨날 카톡방에서 수다하거든요. 정연 언니랑 소향 언니랑 이렇게 셋이 있으면, '아, 진짜 우리 셋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메노포즈>밖에 없느냐'고…. (웃음) 그래서 저희가 추정화 연출께, 글도 쓰시니까, 그런 작품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할 수 있는 게 사실, 저희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우란문화재단에서 <#Cha_Me>라는 극을 공연했는데, 이게 여자 2명이 주체가 되는 극이었어요. 트라이아웃 공연이었는데 관객 분들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엄청 반응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업화가 잘 안 되는 거예요. 제가 깊숙이 알지는 못하지만…. 좀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서로 믿어야 더 '으쌰으쌰'해서 제작사도, 크리에이티브 팀도 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 거고, 그러면 여배우들도 더 열심히 할 테고…. 다 상호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여자 배우들끼리만 어떻게 해서 되지는 않더라고요.

<존 도우>도 만들 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처음 대본에서는 1막에서 일을 다 벌려놓고 2막에서 앤 미첼이 거의 안 나왔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러면 이 여성 캐릭터가 너무 힘을 잃지 않느냐'고 어필해서 함께 얘기를 많이 했어요. 다행히 잘 얘기가 되어서 지금의 앤 미첼이 완성될 수 있었죠. 창작극을 만들어나갈 때 더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창작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웃음)"


이상 김혜경의 또다른 자아 뮤지컬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모크>는 이상 시인의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로, 유주혜 배우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이번 재연까지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전 목소리가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약간 음색이 특이하다? 차별성이 있다? 네…. 아마…. (웃음)”ⓒ 곽우신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유주혜는 이번 재연을 끝으로 <스모크>와 거리두기를 하려고 한다. 이처럼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다른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고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여자 동료들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유주혜가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스모크>의 홍을 다시 맡든, 아니면 또 다른 극의 다른 배역을 하게 되든, 유주혜는 스스로 선택할 것이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훌륭하게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것이다. 그의 귀에는 이미, 날개가 달려 있으니까. 아무도 그를 박제할 수 없으리라.

"<스모크>는 이제 다른 여자 배우들을 위해서 조금 내려둬야 하지 않을까. (웃음) 너무 매력 있고 좋은 캐릭터라서, 저 혼자 독식하기에는…. 다른 좋은 배우 분들이 오셔서 홍이라는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어요. <스모크>라는 작품이, 굉장히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배우가 자신을 다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러니 이런 작품을 다른 배우들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제가 안 하더라도 스페셜 회차로 올 수도 있고? 저는 제가 해를 하고, 정연 언니가 초를 하고, 소향 언니가 홍을 했으면 해요. 재밌겠죠? 그러면 셋이 함께 공연할 수도 있잖아요."


이상 시인의 고뇌를 다룬 뮤지컬 <스모크>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뮤지컬 <스모크>는 작년 초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으로, 이상 시인의 머릿 속 세 명의 자아가 갈등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24일에 개막한 <스모크>는 오는 7월 15일까지 상연된다.

▲ 유주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캐릭터 너무 해보고 싶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땐 있었는데, 뭣 모를 때, 아무것도 모를 때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죠. (웃음) 지금은 그렇진 했던 작품들 중에 다시 올리면 그때보다 잘할 수 있을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존 도우> 재연이 올라오게 된다면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올모스트 메인> 같은 경우도, 이때는 연극도 거의 안 해봤을 때라 다시 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러브레터>도 중학생 역할은 이제 못하겠지만…. (웃음) 이츠키를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할 수 있을까. ‘더 잘할 수 있는데’는 아니고, ‘어떤 걸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을 더 성숙하게 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요."ⓒ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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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이준익 감독의 전화가 나를..." 암투병 장항선의 연기혼

[인터뷰] 영화 <변산> 속 아버지 역으로 4년만에 복귀..."온몸에서 전율 일어"

드라마 <전우>(1975) 속 장 하사, 그리고 <실화극장>에 이은 <형사 기동대>(1983) 속 그 형사는 기성세대에겐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반공드라마와 각종 형사물에서 온몸을 던진 배우 장항선(72)은 그렇게 몸을 잘 쓰는 통쾌한 연기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려졌다. '전쟁 신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소릴 들었다. 크고 작은 역할을 오가며 말 그대로 치열하게 연기했다. "먹고 사는 문제였으니까..." 지난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항선은 나지막이 말했다. 영화로는 <마마> 이후 7년 만, 작품 전체로 따지면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이후 4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자리였다. 곧 개봉을 앞둔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에서 장항선은 래퍼를 꿈꾸며 고향을 떠난 학수(박정민)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왜 하필이라고 생각하던 그때..."노을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 변산. 학수에게 변산은 피하고 싶은 곳이었고, 건달 생활과 노름으로 가정을 저버린 아버지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에 마지못해 학수가 고향을 찾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설정만 놓고 보면 마냥 무겁고 우울할 것 같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반대다. 인생사 폼이 우선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꿀리기 싫어 애써 씩씩한 척한다. 고향 친구들의 익살맞은 태도가 <변산>의 묘미기도 하다.장항선은 <왕의 남자>(2013)로 10여 년 전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재회한 소감이 궁금했다. "그때 감독님 느낌이 참 좋았다. 배려심 있고, 꼭 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운을 뗀 장항선은 담담하게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장항선은 "그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보니 자신이 겪은 고통을 투영해선 안 되는 캐릭터였다. "병하고는 상관없는 캐릭터더라"며 그는 이준익 감독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오랜 만에 작품을 하게 돼서 행복하고 마음이 들떠 있는데, 혹시나 오버를 하게 되면 잘 누르고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보통의 이야기라면 장항선이 맡은 역할은 주인공의 보조적 기능을 하고 말았을 테지만, <변산>은 조금 달랐다. 홍보 과정에선 '청춘영화', '음악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세대 간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가족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이준익 감독 역시 "기성세대로부터 온 무거운 짐을 털고 넘어가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장항선은 해당 장면을 설명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시 연기를 재연까지 했다. 계속 자신에게 뻗대는 학수를 향해 주먹으로 쳐 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장항선은 자신의 아들에게도 꽤 냉정한 편이다. 아버지처럼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배우 김혁은 몇몇 예능 프로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한 바 있다. 영화 <쏜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등에 아들과 함께 출연한 장항선은 "아들과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조심스러웠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고, 김혁 역시 "아버지 후광 없이 내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장항선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간 스태프나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촬영이 끝나면 현장을 떠나는 사람이었다면 이번 현장에서는 살가운 모습을 보인 것. "교만했던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과거의 모습이 교만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그는 "스태프들이 좋다면 나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나름의 다짐도 전했다. 어떤 외길 인생 인터뷰 중 수술 경과를 묻는 말에 그는 "아프다고 하기 싫다"며 "지금도 2층에서 뛰어내리라면 뛸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스스로를 전문적인 연기를 사사받은 전문가가 아닌 의지로 배우고 익힌 사람이라 표현했다. 겸손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나는 말이었다.48년 차. 누가 뭐래도 한 길을 긴 시간 걸었다는 건 존경받아 마땅하다.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작품 <사이비> 속 민철 캐릭터를 만들 때 장항선과 일본 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개성을 끌어왔다는 건 영화계에 유명한 일화다. 이 압축된 사연에서 그의 표정은 다양했다. "내 스스로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사실 우리 나이에 맞는 개성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며 그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외국영화 보면 노인들도 갱 역할을 하더라!" 웃어 보였다. 다양한 표정과 이 말 자체가 그의 여전한 연기 열정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었다.

17년 후 환생한 연인을 다시 만난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인터뷰]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함께 돌아온 배우 김지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속 대사 한마디. 인터뷰를 마치고 아쉬움에 건넨 인사 한마디에도 태희가 묻어난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우와 태희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지만, 오히려 활짝 웃어 보인다. 그들의 사랑이 슬픔이 아니라 행복이기를 바란다면서.5년 만에 다시 막이 오른 <번지점프를 하다>(아래 <번점>)에서 태희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김지현을 지난 6월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태희'를 할 때의 김지현 <번점>은 이병헌, 고 이은주 출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비 오는 날 뛰어든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이, 17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재회한다는 안타까운 스토리의 작품이지만, 뮤지컬에는 '그게 나의 전부란 걸', '혹시 들은 적 있니' 등의 감성적인 넘버가 더해져,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비 오는 날 인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 태희의 모습은, 첫눈에 반할 만큼 아름답다. 배우들 사이, 우스갯소리로 태희의 매력은 "예쁘니까"라고 말할 정도. 특히나 김지현은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을 정도로 (외모뿐 아니라 분위기도) 곱다. 물론 그에 반해 <카포네 트릴로지> 등에서 내보인 강렬한 이미지도 떨쳐버릴 수 없지만.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김지현은 너무나 밝고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어느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연 인우는 학생들에게 분필로 칠판에 수평선을 '쭈욱' 긋고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암시하듯, 우리의 인연이 얼마나 어렵게 맺어진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번점>은 인우와 태희의 사랑뿐 아니라, 17년이 지나 환생을 한 현빈과 인우가 서로를 알아보고 또다시 인연을 잊는 내용을 담는다. '환생' '동성애' 등 경계 없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는,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환생, 젠더의식 등의 상황적 요소를 떠나, 단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달라진 외양이나 성향으로 다가온다면, 과연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김지현은 웃으며 "사랑해야죠"라고 답했다.인우가 현빈을 보고, 태희를 느낀 것처럼,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던져버리면서 혼란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리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사랑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게 내릴 수 없는 마음의 결정이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우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또 결혼도 했지만, 현빈에게서 느껴지는 태희를 향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흔히,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몇 년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단정 짓기는 하지만, 그런 숫자 역시 <번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잊고, 모든 것이 빨라지는 이 시대에 <번점>이 울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생경하리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것을 뛰어넘어 '그 사람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그 애틋함이 더해진다. 김지현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감정은 어떨까.그들은 행복했을까 김지현은 이번 무대에 오르면서 재연 때와는 다른 태희를 표현하고자 했다. 태희의 매력이라던지, 그의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했다고. 태희가 되기 위해 그가 가진 매력을 고민했다. 이는 관객들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함이었을 터. 하지만 영화 속 태희와 극 중 태희는 너무 달랐다. 무대도 무대지만 표현, 즉 넘버로 인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장면 장면도 슬펐고, 덩달아 넘버까지 그 감정이 묻어났다고. 김지현은 슬픈 감정과 분위기에 빠져들기보다, 그 상황을 더 행복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인우의 입대 전날, 서로에 대한 감정으로 눈물이 앞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흘러나오는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이라는 넘버는 감정을 극대화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행복' '따뜻한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한다고. 태희는 <번점> 2막에 등장이 많지 않다. 하지만 마치 매 순간 함께 하는 듯하다. 태희의 목소리가 울릴 뿐 아니라, 현빈의 행동에서 태희가 보이기 때문이기도. 사랑하는 인우가 현빈을 보면서 자신을 느끼는 장면을 볼 때, 행여나 질투(?)가 나진 않을까. 물론 극 속에서는 마주할 수 없지만. 인우는 태희와 올랐던 산에 현빈과 다시 오른다. 대사와 인물은 달라도 분위기의 결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그 장면에서 울컥한다고.배우로서 김지현은 "많이 웃는 게 행복인 거 같아요"라면서 행복을 강조했다. "연습할 때 행복하고, 공연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오늘도 행복해요"라면서 "역시 작업할 때 제일 행복하고요"라고 웃어 보였다.과연 인우와 태희는 행복했을까. 김지현이 아닌 태희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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