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최우혁,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최우혁,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

쥐스탱 트루도 캐나다 총리가 성비 5:5의 내각 명단을 발표한 뒤받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유명해진 문장이다. 한국에서도 "지금은 2018년"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변화들이 공연계에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지민, 최우혁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지민, 최우혁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병헌과 고 이은주가 주연을 맡았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인우'가 대학 시절 죽은 첫사랑 '태희'의 환생인 '현빈'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동성애적인 설정(현빈은 남학생이다-기자 주) 속에서 성별과 죽음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선보여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 영화를 원작으로 5년여에 걸친 창작, 기획 과정을 통해 만든 작품이다. 그런 만큼 완성도도 높아서 2012년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 2013년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 작곡, 작사상을 받았다. 공연 전문 월간지 <더 뮤지컬>에서 조사한 '2018년 중·소극장 재연 뮤지컬 기대작'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2017년을 일명 '어햎'의 해로 만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윌휴' 콤비(윌 애런슨, 박천휴)가 작곡과 작사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삼연은 인우 역에 강필석, 이지훈, 태희 역에 임강희, 김지현, 현빈 역에 이휘종, 최우혁, 혜주 역에 이지민, 대근 역에 최호중, 기석 역에 진상현, 교수 & 인우 아내 역에 이다정, 학생 역으로 강기헌, 이예슬, 하도빈, 이지숙, 박철, 임지혜가 출연한다.

창작진으로는 김민정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와 함께 무대디자인에 티모시 맥카비(Timothy Mackabee), 조명디자인에 백시원, 음향디자인에 강국현, 의상디자인에 박소영, 소품디자인에 최영은, 분장디자인에 김남선이 참여한다.

'장인'의 귀환 그리고 특별한 팀워크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최우혁,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최우혁,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와 질의응답, 포토타임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는 프롤로그부터 1막 2장, 4장부터 7장, 11장부터 12장, 2막 1장부터 2장, 9장부터 10장까지를 선보였다. '그런가봐'나 '혹시 들은 적 있니',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등 작품을 대표하는 넘버와 장면들로 채워졌다.

시연이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될 정도로 여타 프레스콜보다 길었지만, 그만큼 배우들의 집중력이 유지돼 실제 공연같이 흡인력 있는 연기가 나왔다. 특히 '번점 장인'으로도 불릴 만큼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강필석 배우(인우 역)가 보여준 '태희'를 향한 애절한 감정 연기는 압권이었다.

새롭게 합류한 임강희와 이지훈, 이휘종과 최우혁도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휘종과 최우혁은 질의응답 중에도 "대본에 보면 저희가 굳이 행동이나 대사, 왈츠 등에서 '태희'를 더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대본을 신뢰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임강희,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임강희, 이지훈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질의응답 시간에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팀워크도 엿보였다.

'인우'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이지훈은 "강필석 배우와 과거 <내 마음의 풍금>도 하고 <인터뷰>도 했었는데 너무 잘한다"라면서 "연기, 노래 등 무대 위에서 배우가 가진 요소를 잘 활용하는 면을 닮고 싶기도 하고 (강필석) 형의 연기 톤에서 제 부족한 부분을 전수받아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번점 장인' 강필석 배우를 칭찬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김지현, 강필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김지현, 강필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김지현 배우와 임강희 배우 역시 서로에게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 심성이 착하고 밝게 만들어주는 기운이 있는 사람", "(김지현 배우가) 동생이지만 제가 더 도움을 많이 받는다.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는 배우"라며 덕담을 건넸다.

고등학생 시절 <번지점프를 하다>를 객석에서 봤다고 밝힌 '혜주' 역의 이지민 배우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이다"라면서 "그런데 5년 뒤에 교복을 입고 여기 앉아있게 돼서 정말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혜주' 역이 원 캐스트라서 시작 전엔 걱정을 많이 햇는데 연습하고 공연하며 너무나 많이 챙겨주시고 함께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라며 "다른 원 캐스트 배우와 무대 뒤의 스텝들께도 정말 감사하고 기쁘게 하고 있다"라고 묵묵히 땀 흘리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민정 연출 "음악이 가진 골격 깊고 좋아... 혐오요소는 최소화"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민정 연출이 질의응답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민정 연출이 질의응답에 참여하고 있다. ⓒ 서정준


하지만, 이번 삼연 프레스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민정 연출의 발언이었다.

김민정 연출은 2017년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연출 당시에도 '마츠코' 개인이 아니라 그녀를 혐오스럽게 만든 사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현실과 맞닿은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김지현, 강필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김지현, 강필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김민정 연출은 이번 작품을 어떤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음악이 가진 골격이 워낙 깊고 좋아서 누가 만들어도 <번지점프를 하다>일 수밖에 없다. 삼연 준비하며 받은 재연 대본도 검토했고, <번지점프를 하다>가 되기 이전의 대본인 <폴링>도 본 적 있고, 삼연 연습하며 원작 영화 역시 다시 봤는데 불편했다. '현빈'과 '인우'가 가진 사랑의 코드 때문이 아니라 '혐오요소'가 많더라. 최근 몇 년 사이 시민의식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비춰보면 여성에 대한 입장, 여성을 다루는 방식 등에서 불편한 게 많았고 그런 면을 단어 하나하나까지 보며 최소화하려 했다."

김민정 연출은 끝으로 아래와 같이 발언을 마쳤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성애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공연인데 이게 지금 시대에도 급변하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냥 사랑의 구분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사회에는 아직 혐오가 존재하기도 하고 그게 사라졌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 그런데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실 그런 성별의 문제는 아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으로 다가가려는 통증의 드라마라고 읽고 있다. 그래서 '인우'와 '태희', '현빈'의 사랑 외에도 이들을 둘러싼 저와 비슷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통증도 많이 느꼈다. 사랑에 대한 담론, 영원이란 코드, 현재 우리의 이야기 등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휘종, 이지민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이휘종, 이지민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실제로 이번 프레스콜에서는 '현빈'과 남학생들이 여학생 '혜주'에게 속옷을 선물하며 장난치는 장면이 담긴 '그런가 봐'에서 깜짝 놀라게 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성 인물을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다루거나 묘사하는 것은 최근 들어 여성 관객이 더 많은 공연계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단순히 성별간의 갈등이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을 통한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삼연은 기존에 이미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계속해서 발맞춰야 한다는 무대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세종문화회관 2018~2019 세종시즌 공연으로 달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는 8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민정 연출, 구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 배우 강필석, 최우혁, 김지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민정 연출, 구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 배우 강필석, 최우혁, 김지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강필석, 최우혁, 김지현, 이지민, 임강희, 이휘종, 이지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 강필석, 최우혁, 김지현, 이지민, 임강희, 이휘종, 이지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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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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