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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우 김민재

베우 김민재가 영화 <레슬러>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렸다.ⓒ 이정민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던 귀보(유해진)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 성웅(김민재)을 지극정성을 뒷바라지 한다. 성웅 역시 레슬링 유망주로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 지붕 아래 살던 동갑내기 친구 가영(이성경)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가영이 진지하게 귀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

영화 <레슬러>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가족 영화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과한 기대, 그리고 연애감정에 대한 오해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 과정이 촘촘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부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김민재(21)가 돋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김민재는 신인임에도 복잡한 감정 연기를 설득력 있게 해냈다.

가족의 재정의

성웅 역을 두고 김민재는 "꼭 하고 싶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극중 성웅 나이가 갓 성인이 되기 직전이라 일종의 편안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서 성웅의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다분히 실제 감정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부자 관계 이야기가 그때 당시 제 감정에 크게 와 닿았었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였고, 실제 제 모습도 성웅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귀보처럼) 부모님이 기대감을 겉으로 표현하고 제게 부담을 주고 그러시진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이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에 사랑을 느끼면서도 예민해질 때가 있잖나. 그런 마음을 품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3차 까지 본 것 같다. 성웅에 대한 제 생각을 듣고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셨다고 들었다. 또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더라.  

저에게 가족이란 항상 1순위다. 가족이 있기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도 더 생기고 그러는 것 같다. 형제 관계? 세 살 위의 형이 있다. 미술을 전공했는데 아무래도 저도 관련 분야다 보니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음악 이야기도 해주고 제 작품을 형이 모니터 해주기도 하고..."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극중 성웅은 가영이가 아버지 귀보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귀보 역시 가영에 대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단정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 가족 관계처럼 김민재는 아버지 역을 맡은 유해진과 함께 이야기에 물들어 갔다. 함께 레슬링 훈련을 받으면서 몇 가지 중요한 장면에서 합을 맞춘 것 빼고는 나머지를 실제 몸싸움처럼 했다. 아들에 대한 기대를 품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야속한 아들. "이번 현장에서 유해진 선배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기하는 순간까지 선배님은 같이 고민해주셨고 지켜봐주셨다. 연기적인 면에서 제게 새로운 걸 알게 해주셨다. 정말 중요한 건 선배와 연기하면서 들었던 감정이 진실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버지 귀보에 대한 서운하고, 답답한 감정이 진짜처럼 자리 잡더라. 그리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로 눈물이 터졌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연기하면서 제가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유해진 선배여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 선배를 봤을 때 선배님이시고 하니까 혼자 긴장하고 떨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선배는 절 챙기시고 계셨더라. 은근히 진지한 말씀을 안 하시는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어느 순간 제가 스스로 느끼게끔 하셨다. 속으로 '와, 진짜 어른이다. 저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테면, '우리 땐 그랬어 혹은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말씀을 안 하신다. 근데 뒤돌아 생각하면 잔상이 남는 분이었다. 성경 누나와도 유해진 선배와 같이 하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연기 욕심

연기자 이전에 4년간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레슬러>에 빗대 김민재 본인 또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가 있었을 법했다. 오히려 그는 "진로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안 했다"며 "다만 어떻게 더 잘할까가 화두였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까진 연습생이었으니 좋은 무대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더 잘하고 멋있어지고 싶었다. 사실 가수의 꿈은 연습생 시절을 겪으면서 생긴 것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 실용음악학원을 다녔고, 한 회사의 오디션을 봐서 운 좋게 합격했다. 그러다 19살 때 우연히 연기수업을 듣게 됐는데 캐릭터를 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왕도 되어보고, 여러 직업을 경험하는 게 사실 연기 말고는 어렵잖나. 소속사에 '단역이라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베우 김민재

ⓒ 이정민


 베우 김민재

ⓒ 이정민


그렇다고 가수에 대한 꿈을 아주 접은 건 아니다. 평소에도 그는 여가시간에 작업실로 가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곤 한다. 2015년에는 <쇼미더머니4>에 참가하는 등 연기를 하면서도 꾸준히 음악을 놓지 않았다.

"(웃음) 일단 <쇼미더머니>에 나간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제가 뭘 할 때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재미다. 힙합을 원래 좋아했고, 마침 힙합 열풍이 불고 있었고 그래서 출연했다. 여전히 곡을 만들고 있지만 제가 플레이어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온전히 집중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분명 쉽진 않다. 요즘엔 OST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발라드를 주로 듣고 부른다."

타블로, 조이 배드애스 등 몇몇 힙합 뮤지션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직업으로 음악을 하기 보단 이렇게 좋아하면서 (취미로) 하는 게 어떤 면에선 좋은 것 같다"며 김민재는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첫 영화가 제겐 너무 감사한 현장이었다. 진짜 재밌는 것이구나. 영화에 대한 기회가 더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자랐고, 꼭 해보고 싶은 선배를 현장에서 만나온 것 같다. 유해진 선배도 그 중 한 분이셨다. 황정민, 최민식, 류승범 선배님 등 꼭 현장에서 뵙고 싶은 분들이 너무도 많다."

음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며 농구와 볼링, 탁구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등 여느 보통의 20대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적절한 자기 여가 활동이 어쩌면 김민재의 연기 에너지를 채우는 동력 아닐까. 차기작으로 사극 <명당>에 출연할 그는 더욱 연기가 고픈 청년이었다.

 베우 김민재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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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 "'독전' 다른 버전 결말, 기회되면 공개할 것"

[inter:view] 그가 장르영화에 도전한 이유 "<독전>으로 상업성 인정 받고 싶었다"

영화 <독전>이 31일로 관객수 240만 명을 넘겼다. 손익분기점인 280만 명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그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67만 명),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35만 명) 등 흥행운이 없었던 이해영 감독에게 <독전>은 남다른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독전>이 막 100만 명의 관객을 만난 지난 28일, 이해영 감독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해영 감독은 "사실 (100만 명이라는 관객수가) 내 영화에서 처음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의 소망은 곧 이뤄질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 목숨만큼 중요해" <독전>은 이해영 감독이 기존에 선보였던 전작들과 상당히 결이 다른 영화다. 이해영 감독은 <독전>을 통해 "그 전까지 내가 갖고 있던 작업의 성향을 깨고 보다 정확한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흥행'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을까. "스코어를 떠나 주변 지인들이나 일반 관객 분들이 전작들보다 훨씬 좋아해주는 게 느껴지니 감사하다. 그 이유를 말씀해주지는 않으시지만 더 '정확해서'가 아닐까. 전작에는 어딘가 의뭉스럽거나 낯선 구석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에 비해 <독전>은 정확한 장르 영화를 표방했으니까. <독전>을 두고 흥행을 하고 싶어서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만들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흥행만을 지향하는 건 창작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목표라고 본다. 상업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상업 영화 진영 안에서 나 스스로를 증명하는 게 중요했다. 이는 영화를 직업으로 삼은 영화인으로서 목숨 같은 것이다. 상업성을 입증받아야 하는 내게 <독전>은 중요한 통과의례였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영화 제작을 단순히 기능적으로 수행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비슷한 패턴에, 비슷한 에너지로 달려왔다. 그간 내 안에 있던 것을 내보이거나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소중했다면 전문적인 직업 감독으로서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나아가야 연출자로서 폭도 넓어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욕심이 생긴 딱 그 타이밍에 <독전>을 만났다. <독전>은 중요한 타이밍에 매우 간절하게 선택한 영화다." 이해영 감독은 <독전>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를 "장르물의 관습들을 정확하게 이행하고 수행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는 '정확하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매우 정확하고, 정확해서, 정확한 상업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 게 스스로와의 중요한 다짐이고 약속이었다. 한 순간도 낯설게 만들거나 장르를 비트는 시도를 하지 말자." 대신 그는 기존 '범죄 장르물'과 다른 <독전>의 매력을 '캐릭터'에 심어두었다. 이해영 감독은 드라마 <마더>, 영화 <박쥐> <아가씨>의 시나리오를 썼던 정서경 작가와 협업하면서 <독전>의 각본을 완성했다. 이 감독은 "범죄 장르 영화는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감독 이해영이 <독전>을 해야 하는 명분이나 개성은 캐릭터에 두었다. '캐릭터 무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독전>은 반전 영화?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함께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를 쫓는 마약 조직원 락(류준열 분)은 <독전>의 세계관 안에서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존재다. 다친 개를 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배우 류준열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인물인 락을 잘 연기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초반에 락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준열이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주파수를 맞추었고, 그 뒤부터는 믿고 맡겼다. 몇 마디만 해도 알아서 잘 해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히려 "준열이에게 촬영하는 동안 많이 의지했다"고 했다. "<독전>은 원호가 결국 락의 진짜 모습을 마주치는 이야기인데, 나는 처음부터 <독전>이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업했다. 후반부 반전을 놀랍게 만들거나 좀 더 극적으로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을 속이기 위해 많은 장치를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연출되지 않았다. <유주얼 서스펙트>(1996)처럼 다리를 절다가 제대로 걷는다거나 완전히 다른 인간형처럼 보이게 반전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독전>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락이라는 인물이 매순간 진심이었다는 게 내게는 중요한 설정이었다. 아마 <독전>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원호의 시선을 따라 보시겠지만 락의 시선으로 보면 또 다를 것이다. 이 영화는 원호가 이선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락이 원호를 관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락이 마지막에 응징을 하는 장면 역시 나는 자신의 어머니와 강아지가 당한 것과 동일한 형태의 인간적인 보복 같은 느낌으로 보았다." 이해영 감독은 다소 이중적인 락의 모습을 위해 배우 류준열의 겉모습부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비주얼'에 방점을 찍은 영화인만큼, 영화 속 배우들의 옷차림 또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락은 원호에 비해 땀이 한 방울도 안 맺히고 하얗고 창백한 이미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준열이가 <리틀 포레스트>를 찍으면서 중간에 과수원에 사과를 따러 간다고 했는데 살이 탈까봐 걱정했다. 우리 콘셉트가 있으니까. 나는 락이라는 인물이 하얀 피부에 갈색 머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다 갈색으로 칠했다.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락의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다.락이 입은 양복은 가장 깔끔하면서 단단하게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맞췄고 보령(진서연 분)이 매주는 넥타이는 보령이 고른 거니까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세련되지도 않은 적당한 센스의 패턴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입고 나왔던 하얀 면티도 너무 '난닝구'(러닝셔츠)처럼 보이지 않고 후줄근하지 않은 적당히 예쁜 것으로 골랐다." 반면, 배우 조진웅의 경우 "형사 같은 형사의 옷"을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실제 형사 분들이 입고 다니시는 브랜드를 물어 그 브랜드 옷 중에서도 가장 형사 같고 가장 기능적인 옷을 택했다. 머리 길이도 앞으로 내렸을 때는 형사처럼 보였다가 원호가 하림(김주혁 분)을 흉내 냈을 때는 다른 카리스마가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길이를 택했다 그 신에서 영화적으로 비주얼이 폭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조진웅 배우가 살이 많이 빠져 잘생기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웃음) 원호가 우연치 않게 하림을 그대로 흉내 내는 신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큰 숙제"였다고 이해영 감독은 말했다. 원호가 단순히 이선생을 잡기 위해 하림을 흉내 낸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치 원호가 하림이 된 듯한 신을 이해영 감독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원작 <마약전쟁>(두기봉 감독)에서 이 신은 오히려 <독전>보다 더 아리송하다. 원작 속 원호 캐릭터는 하림을 흉내 내면서 마치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이 설정을 어떻게 풀지가 큰 숙제였는데, 일단 내가 내린 나름의 해결책은 '원호가 연기를 잘해서 해냈다'는 것이 아니라 '원호가 진짜 하림이 되는 포인트가 있어야 겠다'는 것이었다. 원호가 위스키를 한두 모금 마시면서 하림에 대해 모사를 하고 있을 때, 부하가 어리바리하게 "팀장님 저 어디 숨을까요?"라고 물어보지 않나. 당장 문이 열리고 이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원호는 자기 부하의 머리를 잔으로 내리친다. 그 순간 연극을 하려던 게 뒤집히면서 '진짜'가 돼버리는 것이다. 원호도 스스로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 손에 피가 나고 그 피 묻은 손을 하림처럼 똑같이 내미는 순간이다. 이는 꽤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독전>은 남성 영화, 운신의 폭 한정적이었다"<독전>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이해영 감독은 취재진에게 여러 질문을 받았다. 여러 질문 중 하나는 원호와 락의 전사(前史)가 없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요한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비판이었다. 이해영 감독은 먼저 "<독전>은 인물의 전사를 통해 온전히 설득을 시키는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원호가 이선생을 잡는 과정의 중간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것이 보다 더 본질에 맞다고 봤다"고 답했다. 이어 "설명을 했다면 이해도가 높아질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속도가 느려지고 군살이 붙는 느낌이 분명 들 테고, 나는 속도감을 택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전사를 충분히 넣었다면 오히려 '설명충'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사실 조금 놀랐다. 나는 한국 영화가 가진 '설명 강박'에 대한 관객들의 저항감과 피로도가 분명 있다고 봤다. 설명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내게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다.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속도감 있는 장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내게는 이 쪽이 맞는 선택이었다." 한편, 이해영 감독은 "<독전>은 여성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남성 영화"라고 뚜렷하게 밝혔다. 이 감독은 "남성 영화라는 충실한 장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 지점이 있었고 감독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원작에서 연옥(김성령 분)과 청각장애인 남매 캐릭터는 원래 모두 남성이었다고 한다. "'농아남매'의 경우 원작에서는 '농아형제'였다. 모두들 그 캐릭터를 어떻게 리메이크할지에 대해 초반부터 궁금해했다. 사실 원호나 락 캐스팅보다 이쪽 캐스팅을 물어보곤 했는데 내게 부담이 됐다. 비교되기 십상이니까. 처음에 김동영 배우를 캐스팅해 두고 이주영 배우를 붙이게 됐다. 일단 조합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성비의 균형을 위해 김성령 배우나 이주영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성별을 떠나서 김성령과 이주영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여성들만 나오는 여자 영화(<경성학교>)를 만든 감독으로서 이번에는 남성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중요한 미션이었다." "지금이 최선의 결말" 이해영 감독은 <독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독전>이 흥행할 경우 다른 결말을 공개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해영 감독은 '다른 결말은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망설이다가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지금 극장에 걸린 버전이 감독으로선 최선의 버전이고, 감독판이라 부르고 싶다. 기자간담회에서 말씀드렸던 다른 결말 공개에 대해서는 사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극장에 걸린 버전에 대해 계속 여지를 두는 건, 지금의 <독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다."

"대학로에 동상 세우고 싶었다"던 배우, 그가 꿈꾸는 것은

[inter:view]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올드맨', 배우 이석준의 연기 ②

: 인정받고 유능한 형사, 무엇이 그를 타락하게 만들었나 인연 그리고 만남2015년 초연 당시 이석준 배우가 <카포네 트릴로지>(아래 <카포네>)에 섭외되었던 과정은, 지금도 대학로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본래 다른 배우가 출연하기로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엎어졌다. 김태형 연출은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에 출연하여 연을 맺은 걸 떠올리며 급하게 이석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제는 대본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하고 포스터를 촬영하러 갔어야 했다는 거다.그렇게 또 하나의 작은 역사가 쓰였다. 10년 전, <모범생들>로 이미 호흡을 맞춘 연출과 작가였지만, '지탱극'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건 <카포네>부터였다. 지이선과 김태형 모두 유능한 창작가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했을 때의 시너지는 남다르다. '지탱극'이라는 네이밍의 창시자이자, <카포네> <벙커>라는 두 트릴로지부터 <더 헬멧>까지 함께한 이석준 배우의 눈에도 이 조합은 특별하다. 어떤 페어의 탄생<카포네>가 만든 브랜드는 '지탱극'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윤지'이다. 이석준-윤나무-김지현으로 만난 초연 페어의 이름. 그렇게 2015년 초연부터 2016년 재연 그리고 올해 삼연까지 한 팀으로 <카포네>에 함께 했다. 모든 페어가 페어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삼연을 거치며 쌓아온 경험치 덕에 '이윤지'가 풀어내는 <카포네>에는 <카포네> 그 이상의 <카포네>가 나온다.하지만 이번 삼연의 이윤지는 하마터면 보지 못할 뻔했다. 이석준 배우는 연극 <킬롤로지> 일정 때문에, 이번 시즌 <카포네>의 참여를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프레스콜 현장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이석준 배우는, 당시에도 문자로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여 윤나무 배우와 김지현 배우가 '대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았다", "퇴로가 없었다"라고….<카포네>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된 이석준의 '올드맨' 연기는 그러면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이석준의 데이빗이나 닉 혹은 프랭크를 팬들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그가 원하는 건 'n분의 1'배우 이석준. 밝은 역과 어두운 역, 선역과 악역, 주연과 조연을 거쳐 가며 그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의 눈매는 때로 서글서글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코믹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서 가벼움을 느낀 적은 없다. 자신이 입었던 옷만큼, 소화해낸 필모그래피만큼의 무게가 그의 내면에 쌓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묵직한 무기를 여럿 갖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여전히 동료들에게서 많이 배우며 자신의 창고를 채워나가고 있다.오랜 연기 경력으로 다져진 이석준의 아우라가 대학로 많은 이의 귀감이 되는 건, 공연과 연기를 대하는 그만의 자세가 많이 작용할 터이다. "여전히 배우가 꿈"이라는 배우에게, 그 배우로서 닿고 싶은 선이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쩌면 그 꿈은 그만의 꿈이 아니라 대학로의 많은 이가 함께 꾸고 있는 꿈일지 모른다.미친개들의 도시 시카고. 시카고 돈이 다 멍들고 피 냄새 나는 것처럼, 그 돈을 탐닉하는 늙은 남자의 손에도 핏자국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 얼굴을 똑바로 봐. 내 얼굴에 패인 주름을 봐. 내가 그냥 늙는 것 같아?"라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읊조리는 그의 표정에서 순간, 전혀 다른 색의 장면이 상상됐다. 이석준이라는 배우에게 세월이 더 켜켜이 쌓이면, 그의 얼굴에 패인 주름에는 또 어떤 것들이 담기게 될까. 그가 n분의 1만큼 함께하는 대학로는 어떤 공간이 될까. 시카고에는 로맨틱한 인생 따위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대학로에는 로맨틱한 인생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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