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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초연부터 삼연까지“초연 때는 다 헤맸죠. 나중에는 시간이 안 맞으니까, 공연 일주일 남겨놓고 녹음실 갔는데, 남들 녹음하는데 그 밑에 내려와서 가로등 켜져 있는 골목에서 런을 돌았어요. 그 기억이 이윤지한테 가장 큰 기억이에요. 어디 갈 데도 없고, 녹음실에서는 소리도 못 내겠고 ‘내려와, 다른 애들 녹음할 때 우리 연습하자’라고 해서, 골목에서 런을 막 돌았죠. 남대문에 있는 이상한 골목이었어요. 골목에서 ‘로키’ 런 돌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이엠컬처


[카포네] 인연 그리고 만남

2015년 초연 당시 이석준 배우가 <카포네 트릴로지>(아래 <카포네>)에 섭외되었던 과정은, 지금도 대학로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본래 다른 배우가 출연하기로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엎어졌다. 김태형 연출은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에 출연하여 연을 맺은 걸 떠올리며 급하게 이석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제는 대본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하고 포스터를 촬영하러 갔어야 했다는 거다.

"그때 제가 <프로즌> 연습할 때였거든요. 막판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어떤 작품에 들어가려고 한다. 알 카포네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는데, 에피소드가 3개이고, 한 공간에서 일어나고, 관객도 안에서 들어와서 본다'라고 대강 구조를 설명하더라고요. '어? 되게 독특하다. 재밌겠다. 그런데 언제까지 대답해줘야 해?'라고 했더니 '오늘 저녁'이라는 거예요! '아니, 왜 이렇게 급해?'라고 했더니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이 포스터 촬영이라고…. '왜 이제 섭외하는 거야'라고 물으니 원래 내정된 사람이 엎어져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낯을 가려서 작업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선뜻 얘기하기가 부끄럽다는 거예요. 갑자기 그때 오기가 생겼어요, '아, 그래? 그럼 하자'라고 해놓고 회사에 얘기했다가…. (웃음)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포스터를 찍으러 갔어요. 그때 앉아서 다들 막 사진 얘기하는데 이 사람이 사진작가인지, 어느 분이 대표인지도 모르겠고…. 그때 배우들도 다 서로 알기는 했지만 같이 작업을 해본 친구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갑자기 인사들은 하는데 너무 어색하고…. (웃음) 사진작가가 오히려 대본을 다 읽고 와서 '이 인물은 이런 거잖아요? 이렇게 해주시면 어때요?' 그래서 '아 그래요? 그 인물이? 그런가?' 막 그랬어요. 또 갑자기 막 가더니 묶어놓고 총 쏘려고 해서 '작품에 총 나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대본을 처음 봤어요. 공연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독특했죠. 아예 한 달 반을…. 아니 연극이라고 그래서 연습하러 갔더니 안무가가 와 있네? '네가 왜 와 있어?' '여기 춤이 좀 들어가' '아 그래?' 갑자기 무술 감독이 들어와요. '연극인데 왜 무술 감독이 들어와?' 했는데 나중에는 또 음악감독도 오고…. 아니, 불러다놓고 너무 힘드니까 연습실 나오자마자 '야, 이씨! 연극이라며 이 새끼들아!' 막 그랬어요. 작품도 일주일마다 하나씩 뛰어야 했어요. 일주일에 하나 외워서 런을 돌고, 또 하나 외워서 런을 돌고…. 저는 합 맞추거나 만들어서 치고 나가는 건 굉장히 빠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버거웠으니까요."

그렇게 또 하나의 작은 역사가 쓰였다. 10년 전, <모범생들>로 이미 호흡을 맞춘 연출과 작가였지만, '지탱극'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건 <카포네>부터였다. 지이선과 김태형 모두 유능한 창작가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했을 때의 시너지는 남다르다. '지탱극'이라는 네이밍의 창시자이자, <카포네> <벙커>라는 두 트릴로지부터 <더 헬멧>까지 함께한 이석준 배우의 눈에도 이 조합은 특별하다.

"'지탱'이 잘 맞는 건, 구조를 알고 있는 탱(김태형)이랑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지이선이 서로 보완하면서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거든요. <더 헬멧>도 대본만 보고는 '정말 자신 있어?' 몇 번 물어봤어요. '욕심 부리면 안 된다'고 계속 그랬어요. 지이선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는 너무 방대했고, 무대 위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보였죠. 그런데 탱이 그 '와꾸'를 매직미러에다 넣어 버리더라고요. 그거 하나로 사실 끝나버렸죠.

<카포네>도 잘 나왔죠. 이 작품이 지탱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특히 지이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게 이 작업 덕분이에요. 물론 지이선이 다 잘 쓰는데, 이 작품은 지이선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디테일했어요. 가장 지이선 같았어요. <킬 미 나우>는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다면, <카포네>는 굉장히 치밀했다고 생각해요. 또 '지탱'이 함께 만들면서 추가한 것도 많았고, 그것들이 플러스 요인이 됐죠.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빨간 풍선이 상징하는 걸 이토록 많이 배분할 수 있다는 건 이 친구들의 능력이에요. 실제로는 40분밖에 안 되는 걸 70분으로 늘렸고, 원작에는 구조 말고는 없는 것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배우로서 이런 팀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제작사도 연출과 작가가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요. 100석밖에 안 되는 극장에, 이 단가에, 객석점유율이 진짜 높게 나오지 않으면 순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건 미친 짓이에요. <카포네> 처음 들어왔을 때 제작사 대표에게 제가 '집에 돈 많아?'라고 했는데 '그건 아닌데,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 도전정신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결과물로 나타났죠."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함께'의 즐거움"<카포네>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다 있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나왔을까 의문이에요. 모든 작품은, 작품이 좋더라도, 그걸 만드는 구성요소들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카포네>가 이 정도까지 왔어요. 아니었으면, 형식만 특이했던 작품이 되었겠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거랑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건 또 달라요. 밀리언셀러로 갈 수 있는 작품의 토대를 마련해놨죠. 어떤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바라는 생각, 즐거움이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완전체가 되어 가는 게 있었기 때문에."ⓒ 아이엠컬처


[이윤지] 어떤 페어의 탄생

<카포네>가 만든 브랜드는 '지탱극'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윤지'이다. 이석준-윤나무-김지현으로 만난 초연 페어의 이름. 그렇게 2015년 초연부터 2016년 재연 그리고 올해 삼연까지 한 팀으로 <카포네>에 함께 했다. 모든 페어가 페어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삼연을 거치며 쌓아온 경험치 덕에 '이윤지'가 풀어내는 <카포네>에는 <카포네> 그 이상의 <카포네>가 나온다.

"초연 때는 진짜 열심히 하는 팀이었고요. 지금은 좀 징글징글해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웃음) 제가 이 바닥에서 좋아하는 동생들이 많긴 한데, 이윤지는 합을 맞추었을 때 상대방이 어디로 튀어도 알 만한 사람들의 합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들어가면, 선배이다 보니까 약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있을 때, 먼저 하고 있어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딱 빼내는 순간이 있을 때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그 순간을 나무랑 지현이한테 다 느꼈어요. 이제 연기가 탄력을 받아서 오히려 다들 좀 눌러야 될 필요가 있을 때도, 다음날 얘기하려고 가보면, 이미 눌러져 있어요. 그런 식으로 서로에게 느끼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삼연의 이윤지는 하마터면 보지 못할 뻔했다. 이석준 배우는 연극 <킬롤로지> 일정 때문에, 이번 시즌 <카포네>의 참여를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프레스콜 현장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이석준 배우는, 당시에도 문자로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여 윤나무 배우와 김지현 배우가 '대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았다", "퇴로가 없었다"라고….

"이번 시즌은 진짜 유일무이하게 이 친구들 때문에 한 거예요. 사실 이번 시즌 안 들어오려고 했어요. 두 번이나 했고, <카포네>는 이제 어떤 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바이블을 어느 정도 저희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카포네> 정도 탄력을 받았으면, 이제 누가 들어와도 된다. 굳이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게 우리가 좋은 칼이기 때문이 아니라, 후배들이나 다른 배우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잖아요. 작품이 계속 발전해서 가려면, 좋은 작품 하나 나왔을 때 여러 명이 계속 거쳐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굳이 그 자리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현이가 전화를 걸어서 '신나는 거 하고 싶어' '그래, 해' '<카포네> 할 거야. 할 거지?'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원래 <킬롤로지> 들어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이번에는 빠질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쉽게 '어, 해야지. 이윤지인데 해야지'라고 대답해버린 거예요. 피해갈 만한 구멍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이렇게 세팅이 갖춰지면, 거의 뭐, 협박이죠. (웃음) 체력적으로 지칠망정 후회는 안 해요. 이윤지랑 혹은 지탱이랑 같이 하는 작품은, 오히려 빠지는 게 더 스트레스였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굳이 벗어날 이유를 못 찾겠어요."

<카포네>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된 이석준의 '올드맨' 연기는 그러면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이석준의 데이빗이나 닉 혹은 프랭크를 팬들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진짜 모르겠어요. 우스갯소리로 항상 그 얘기 하거든요. '영맨과 레이디, 너네는 조만간 못하게 될 거야. 하지만 올드맨은 계속 올드할 거거든. (웃음) 그러니까 난 계속 할 수 있어~. 난 영구직장이고, 너희는 제한이 있어.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 (웃음) 나무가 올드맨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죠? 지현이도 워낙 좋은 배우니까 다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굳이 모든 시즌을 우리가 다 들어가야 한다? 이게 오히려 강박인 것 같아요. 만약에 한다면, 우리한테 이윤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이라면, 기념공연 정도 중간에 계속 툭툭 칠 수 있지 않을까? 합 맞추는 것처럼. 그러면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기도 하고…. 후배들한테 힘도 좀 실어줄 수 있으면 좋겠고요."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연극의 디테일에 관하여"공연이 재밌어지려면 또 다른 의미의 탈피가 필요한데,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굉장히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니멀리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힘만으로 끌고 가는, 사실 그런 건 옛날 얘기이거든요. 그걸 현대적으로 풀어주려면 다른 게 필요해요. 감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다른 도구들이! 눈과 귀와 다른 감각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죽어가는 것만 볼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디테일해져야 해요."ⓒ 아이엠컬처


[이석준] 그가 원하는 건 'n분의 1'

배우 이석준. 밝은 역과 어두운 역, 선역과 악역, 주연과 조연을 거쳐 가며 그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의 눈매는 때로 서글서글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코믹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서 가벼움을 느낀 적은 없다. 자신이 입었던 옷만큼, 소화해낸 필모그래피만큼의 무게가 그의 내면에 쌓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묵직한 무기를 여럿 갖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여전히 동료들에게서 많이 배우며 자신의 창고를 채워나가고 있다.

"막 치고 올라가는 후배들 보면 '오?' 그러다가 요새는 불안할 때도 있거든요. 저는 여전히 배우가 꿈이에요. 후배한테 많이 배워요. 날마다! 진짜 배 아플 정도로 타고난 소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베껴야죠.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요. 저 친구의 좋은 점을 내가 복사하면, 그건 이미 제거예요. 제가 그걸 그대로 복사하더라도 뺏기는 거가 아니거든요. 제가 모사가가 아니니까, 이석준의 목소리로 이석준의 느낌으로 내면 그 순간 그건 또 새로운 게 되어요. 그걸로 또 하나의 무기를 만드는 거죠. <킬롤로지> 하니까 간만에 선배님과도 하는 데 너무 좋아요. 빼먹을 것도 너무 많고. 이번에 '형님 Ctrl+C, V하겠습니다'할 정도로 배울 게 많고 너무 좋습니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다져진 이석준의 아우라가 대학로 많은 이의 귀감이 되는 건, 공연과 연기를 대하는 그만의 자세가 많이 작용할 터이다. "여전히 배우가 꿈"이라는 배우에게, 그 배우로서 닿고 싶은 선이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쩌면 그 꿈은 그만의 꿈이 아니라 대학로의 많은 이가 함께 꾸고 있는 꿈일지 모른다.

"예전에는 막, 대학로에 동상 세우고 싶었거든요. 어릴 땐 그랬어요. (웃음) 지금은…. 상징적인 구도의 꼭짓점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요. 작품 속에 잘 숨어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는 캐릭터로 봤으면 좋겠고, 저보다는 작품이 보였으면 좋겠고요.

'n분의 1'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라는 피스(Piece)가 어디에 갖다가 붙여도 잘 붙는 피스였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어떤 면에서는 피스거든요. 거대한 선배가 되면, 거대한 배우가 되면, 그 피스가 버거워지는 거예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 잘 맞아 떨어지는 피스여야 하는데, 배우의 색깔이 너무 강하거나 거대해지면, 나머지 피스들이 이 배우에게 맞춰야 해요. 그게 참 무모한 짓인 것 같아요.

후배들과도 자유로운 대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킬롤로지> 막내가 저랑 거의 스무 살 차이 나는 데, 같이 작업하다가 라면 먹으면서 '형, 거기 좀 이상한데?', '형,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아요?'라고 얘기하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들어가자마자 '형님'이러면서 선생님 대접받는 거 싫어요! 서로 장난치면서 '야, 이거 네가 잘못한 거야!', '웃기고 있네! 아, 형 말도 안 돼!'하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피스를 만드는 중이에요. 아무 때나 그들과 똑같이 어울릴 수 있는 피스. 그들과 함께 하는 그런 성향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쁘게 말하면 밀려나고 싶지 않은 거고, 좋게 말하면 대학로가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긍정적인 피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n분의 1만큼."

미친개들의 도시 시카고. 시카고 돈이 다 멍들고 피 냄새 나는 것처럼, 그 돈을 탐닉하는 늙은 남자의 손에도 핏자국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 얼굴을 똑바로 봐. 내 얼굴에 패인 주름을 봐. 내가 그냥 늙는 것 같아?"라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읊조리는 그의 표정에서 순간, 전혀 다른 색의 장면이 상상됐다. 이석준이라는 배우에게 세월이 더 켜켜이 쌓이면, 그의 얼굴에 패인 주름에는 또 어떤 것들이 담기게 될까. 그가 n분의 1만큼 함께하는 대학로는 어떤 공간이 될까. 시카고에는 로맨틱한 인생 따위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대학로에는 로맨틱한 인생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무대를 사랑하기에"제가 매체 오디션을 진짜 많이 떨어졌어요. 공연 일정을 하면서 다 소화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섭외를 거절하면서도 여기를 지키는 건…. 여기서 오는 그 떨림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무대를 하고 있다는 희열감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같이 느껴주는 사람들이 또 있어요, 적더라도. 그게 너무 고마워요."ⓒ 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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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눈물 터진 김민재... "유해진,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

[inter:view] 영화 <레슬러>로 돌아본 가족 관계... "꼭 하고 싶었다"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던 귀보(유해진)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 성웅(김민재)을 지극정성을 뒷바라지 한다. 성웅 역시 레슬링 유망주로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 지붕 아래 살던 동갑내기 친구 가영(이성경)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가영이 진지하게 귀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영화 <레슬러>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가족 영화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과한 기대, 그리고 연애감정에 대한 오해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 과정이 촘촘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부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김민재(21)가 돋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김민재는 신인임에도 복잡한 감정 연기를 설득력 있게 해냈다.가족의 재정의성웅 역을 두고 김민재는 "꼭 하고 싶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극중 성웅 나이가 갓 성인이 되기 직전이라 일종의 편안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서 성웅의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다분히 실제 감정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답이었다."부자 관계 이야기가 그때 당시 제 감정에 크게 와 닿았었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였고, 실제 제 모습도 성웅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귀보처럼) 부모님이 기대감을 겉으로 표현하고 제게 부담을 주고 그러시진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이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에 사랑을 느끼면서도 예민해질 때가 있잖나. 그런 마음을 품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3차 까지 본 것 같다. 성웅에 대한 제 생각을 듣고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셨다고 들었다. 또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더라. 저에게 가족이란 항상 1순위다. 가족이 있기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도 더 생기고 그러는 것 같다. 형제 관계? 세 살 위의 형이 있다. 미술을 전공했는데 아무래도 저도 관련 분야다 보니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음악 이야기도 해주고 제 작품을 형이 모니터 해주기도 하고..." 실제 가족 관계처럼 김민재는 아버지 역을 맡은 유해진과 함께 이야기에 물들어 갔다. 함께 레슬링 훈련을 받으면서 몇 가지 중요한 장면에서 합을 맞춘 것 빼고는 나머지를 실제 몸싸움처럼 했다. 아들에 대한 기대를 품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야속한 아들. "이번 현장에서 유해진 선배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기하는 순간까지 선배님은 같이 고민해주셨고 지켜봐주셨다. 연기적인 면에서 제게 새로운 걸 알게 해주셨다. 정말 중요한 건 선배와 연기하면서 들었던 감정이 진실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버지 귀보에 대한 서운하고, 답답한 감정이 진짜처럼 자리 잡더라. 그리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로 눈물이 터졌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연기하면서 제가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유해진 선배여서 그랬던 것 같다.물론 초반에 선배를 봤을 때 선배님이시고 하니까 혼자 긴장하고 떨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선배는 절 챙기시고 계셨더라. 은근히 진지한 말씀을 안 하시는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어느 순간 제가 스스로 느끼게끔 하셨다. 속으로 '와, 진짜 어른이다. 저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테면, '우리 땐 그랬어 혹은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말씀을 안 하신다. 근데 뒤돌아 생각하면 잔상이 남는 분이었다. 성경 누나와도 유해진 선배와 같이 하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연기 욕심연기자 이전에 4년간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레슬러>에 빗대 김민재 본인 또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가 있었을 법했다. 오히려 그는 "진로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안 했다"며 "다만 어떻게 더 잘할까가 화두였다"고 설명했다."고등학생 때까진 연습생이었으니 좋은 무대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더 잘하고 멋있어지고 싶었다. 사실 가수의 꿈은 연습생 시절을 겪으면서 생긴 것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 실용음악학원을 다녔고, 한 회사의 오디션을 봐서 운 좋게 합격했다. 그러다 19살 때 우연히 연기수업을 듣게 됐는데 캐릭터를 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왕도 되어보고, 여러 직업을 경험하는 게 사실 연기 말고는 어렵잖나. 소속사에 '단역이라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렇다고 가수에 대한 꿈을 아주 접은 건 아니다. 평소에도 그는 여가시간에 작업실로 가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곤 한다. 2015년에는 <쇼미더머니4>에 참가하는 등 연기를 하면서도 꾸준히 음악을 놓지 않았다."(웃음) 일단 <쇼미더머니>에 나간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제가 뭘 할 때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재미다. 힙합을 원래 좋아했고, 마침 힙합 열풍이 불고 있었고 그래서 출연했다. 여전히 곡을 만들고 있지만 제가 플레이어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온전히 집중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분명 쉽진 않다. 요즘엔 OST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발라드를 주로 듣고 부른다."타블로, 조이 배드애스 등 몇몇 힙합 뮤지션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직업으로 음악을 하기 보단 이렇게 좋아하면서 (취미로) 하는 게 어떤 면에선 좋은 것 같다"며 김민재는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첫 영화가 제겐 너무 감사한 현장이었다. 진짜 재밌는 것이구나. 영화에 대한 기회가 더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자랐고, 꼭 해보고 싶은 선배를 현장에서 만나온 것 같다. 유해진 선배도 그 중 한 분이셨다. 황정민, 최민식, 류승범 선배님 등 꼭 현장에서 뵙고 싶은 분들이 너무도 많다."음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며 농구와 볼링, 탁구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등 여느 보통의 20대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적절한 자기 여가 활동이 어쩌면 김민재의 연기 에너지를 채우는 동력 아닐까. 차기작으로 사극 <명당>에 출연할 그는 더욱 연기가 고픈 청년이었다.

인정받는 유능한 형사, 무엇이 그를 타락하게 만들었나

[inter:view]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올드맨', 배우 이석준의 연기 ①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계속 변하는데요. 처음에는 '로키'의 시원함이 너무 좋았어요. 그 다음에는 '루시퍼' 되게 좋아했고…. 메인 에피소드이기도 하고, 제가 제일 잘 끌어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해서 좋아했고요. 또, 어느 순간부터 '빈디치'를 굉장히 사랑하게 됐어요. '빈디치'에 나오는 그 프랭크 두스 개새끼(웃음) 그 짧은 세 번의 등장에 시간 경과를 훅훅훅 보여줘야 하는 게, 장르물스럽기도 했어요. 관객들이 느끼기에 머리 색깔 제외하고 분장 없이 연륜을 느끼기를 바랐어요. 고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배우로서는.인물 멀티가 되게 재밌어요. 아예 다른 인물이 들어와서 속이는 '로키'도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한 인물이 변해가는 과정을 눈앞에 보여주면서, 마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변해가는 모습처럼 표현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눈에 띄는 움직임이라든지, 얼굴에 주름이라든지…. 그 중간에 있는 단계에서도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는 늙게, 움직임은 좀 둔해지고, 관절이 어딘가 안 좋아지기 시작할 테니까 그때부터는 바깥으로 꺾이기 시작하고, 이 이후로는 허리가 안 구부러질 테니까 무언가를 해줘야 하고…. 이런 계획하는 재미가 '빈디치'는 굉장히 많았어요. 그게 되게 재밌었는데,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또 다시 '로키'가 보이더라고요. 저한테는 회전문이에요. 좋아하는 회전문."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아래 <카포네>)는 '로키', '루시퍼', '빈디치' 세 에피소드로 구성된 삼부작 연극이다. 제스로 컴튼의 원작을 지이선 작가과 김태형 연출이 호흡을 맞춰서 새롭게 각색하고 재구성했다. 2015년 초연부터 입소문을 탄 이 작품은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어떤 작품이 계속해서 대학로에 올라온다는 건, 그만큼 호출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뜻이다.미국 시카고의 밤을 알 카포네가 지배하던 시절의 이야기에 왜 관객은 그토록 환호하는 걸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대본을 훌륭하게 무대 위에 실체화시켜준 배우들의 힘이다. 특히 초연부터 이번 삼연까지 개근하고 있는 배우 이석준의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 베테랑 연기자인 그는 초연 때부터 윤나무-김지현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이윤지'라는 이름의 페어를 정착시켰다. '지탱극'이라는 말의 창시자이자 '이윤지'의 최고 선배인 이석준에게, <카포네>는 지이선-김태형과의 인연 그리고 윤나무-김지현이라는 좋은 팀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다. 그의 말을 지난 4월 7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들어보았다.[로키] "평생 거짓말 할 운명이네요" '올드맨', '영맨', '레이디' 중 레이디가 주인공인 '로키'는 쇼걸 '롤라 킨'의 이야기이다. 1923년,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롤라 킨은 약과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그러던 롤라에게 갑자기 낯선 두 사람이 찾아온다. 빨간 코의 분장을 하고 멜빵바지를 입은 광대들. 두 광대의 정체를 묻는 롤라에게, 그들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추상적인 콘셉트", "그로테스크한 상징", "당신의 인생을 의인화한 오브제"라고 설명한다."맨 마지막 대사를 올드맨만 하거든요. '어디로 나갈 거죠?' '그거 입고 나갈 거예요?' '평생 거짓말할 운명이네요'라고 얘기하잖아요. 빨간 코의 올드맨만 첫 대사로 이 여자한테 계속 자극을 줘요. 그런 걸 보면, 이 여자가 뱉기 싫어하는 말을 뱉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아요. 신기하게도 이 여자에게 중요한 자극을 주는 멘트들이 빨간 코를 한 올드맨에게 묶여있다는 건, 이 여자가 내적으로만 생각했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속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맨은 이 여자의 긍정적인 면처럼 느껴졌고요. 이 상황을 꼬이지만 즐겁게 풀어가려고 하는 자극제로 받아들였어요."'로키'는 세 에피소드 중 가장 유쾌한 극이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롤라를 제외한 나머지 두 배우는 계속해서 퀵체인지를 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이탈리아 출신 잘생긴 남자이기도 했다가, 숫자를 섬기는 회계사였다가, 성실하고 띄엄띄엄한 벨보이이기도 하다. 롤라가 겪었던 일들을 재현해가는 과정에서, 롤라는 기억해낸다. 자기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누구를 죽였는지. 그리고 깨닫는다. 이 방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실 굉장히 '웃픈' 얘기들이잖아요. 원래 그랬어요. 코미디는 남의 비극을 볼 때 생긴다고. 한계치까지 몰아가는 극한의 고통을 캐리커처처럼 형상화시킨 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저희들이 다른 팀에게 가장 조언을 많이 하는 게 로키에요. 새로운 팀이 들어오면 가장 헷갈려하는 것도 로키이고요. 제일 진도가 안 나가는 것도 로키에요. 제일 연습을 많이 하는데도, 어떤 위치에 딱 못 올라오는 순간이 생기거든요. 자기가 무엇을 웃겨야 하는지 아니까 개인기는 강해져요. 그런데 이걸 합으로 몰아붙이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면 재밌긴 해요. 그런데 깔깔거리면서도 남지 않는 이유는, 이게 한 여자의 의식에서 의식의 흐름에서 나오는 얘기여야 하거든요. 그게 코미디고요.예를 들면, 실제로 이 안에 있는, 방 안에 있는 모든 일은 벌어졌는가? 아니면 여자는 '당신 아까도 사람을 죽였어', '내가?' 이미 약에 취한 여자가 자기가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도 모르니까. 이 여자가 잠에 깨어 있는 걸까? 아니면 누워있는 채로 계속 자는 걸까. 정말로 이 여자는 방을 나간 걸까.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지만, 수녀 시체를 옮겨달라고 했지만, 두스가 진짜 롤라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될 정도이잖아요. 이 여자는 약물과다로 죽은 건 아닐까? 그런 걸 모를 정도로 이 여자의 의식의 흐름 안에 있어야 해요.그러니까 이 안에서 펼쳐지는 그 합이 어마무시하게 중요해요. 토씨는 틀릴지언정, 누가 로우(Low) 치면, 하이(High) 치고, 누가 하이 치면, 로우 치면서 '뚝딱딱딱딱 뚝딱딱딱딱 딴!'하고 결과물로 딱 내놨을 때 되게 잘 나와야 하거든요. 자다가도 입으로 나올 정도로 빠르게요. 그게 한 사람처럼 나오게 하기 위해서 연습해야 하고! 제일 빨리 해야 하는 클레이-바비나 처음 세 명이 나오는 신은 밥 먹으러 내려갈 때, 밥 먹고 올라갈 때 누가 멀리서 대사를 툭 던지면 자동재생처럼 '도로로록' 돌아요. 그 정도로 빨리 가요. 또 그게 바빠야 하지 않고, 버거워 보이지 않아야 해요. 그 합 안 놓치려고 아직도 연습하고 있어요!"쉴 틈 없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던 이 작품은, 중요한 순간 롤라가 겪는 일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비극임을 느끼게 한다. 극도로 희화화된 사건들 중에서 롤라는 끊임없이 대상화되고, 비하 받으며, 누구에게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그러나 평생 거짓말할 운명인 롤라는 혼자서는 나갈 수 없다는 벨보이의 말을 부정한다. 그리고 마지막 쇼를 끝낸 후 홀로 당당하게 이 방의 문을 연다. 한 손에는 그토록 잡고 싶었던 빨간 풍선을 든 채.[루시퍼] "날 그렇게 보지 마" <카포네>에서 '빨간 풍선'은 아주 중요한 오브제이다. 세 에피소드에 모두 공통으로 등장하는 오브제 중 하나이자, 가장 상징적인 오브제이다. 그 풍선이 에피소드마다 각각 상징하는 것은 다르지만, 에피소드 속 주인공들은 모두 빨간 풍선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다. '로키'의 롤라가 빨간 풍선을 무사히 들고 나가는 데 비해, '루시퍼'의 올드맨 '닉 니티'는 이 풍선을 터뜨려버리고 만다.때는 1934년, 장소는 역시나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이다. 알 카포네가 감옥에 갇혀 있는 사이, 카포네의 조직은 닉 니티라는 한 남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닉은 카포네와 피를 섞은 사람은 아니지만, 유능하고, 조직을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직접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대신 '속삭임'을 이용한다. 모두가 그에게 카포네가 되라고, 렉싱턴 호텔의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올라가라고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다. 닉에게 중요한 건 그가 사랑하는, 그의 부인 '말린 니티'일 뿐이다."'루시퍼'에서 빨간 풍선은 사실은 말린이기도 해요. 말린의 마음이기도 하고요. 말린이 말하는 그 '평범한 생활'이라는 것이기도 하죠. 말린이 부러워했던 건,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생활인데 항상 잡으려고 했지만 못 잡았죠. '내가 평범해질 수는 없어', '평범해지기는 힘들었어', '난 평범해지고 싶었는데, 평범해지지 못했어', '네가 바라는 그걸 내가 해주지 못했어' 같은…. 그런데 말린이 갖고 싶었던 건 그 풍선 자체가 아니었잖아요, 행복이었는데, 나(닉)는 잘못된 방법으로 그 풍선을 주려고 했고, 말린이 바라는 행복은 그 행복이 아니었어요. 이미 시선이 잘못 맞았죠. 닉에게 말린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풍선이었어요.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선이 실제 풍선일까, 아니면 닉이나 말린의 환상일까 하는 부분은 정확하지 않아요. 실제로 매번 그 창문에만 풍선이 지나갔다는 건 웃기지만…. 밑에 풍선가게 큰 데가 있나? (웃음) 그 당시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별로 없으니까, 풍선이 꽤 많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늘에 둥 떠다니는 상징이 실제로 창문 밖으로 올라갔을 것 같고…. 풍선을 보고 실제로 닉이나 말린에게 든 생각도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풍선이 지나갈 때마다 둘은 무언가를 놓치고 있어요. 하나씩."닉과 말린의 생활은 언뜻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분명 행복한 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말린의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새장 속의 새처럼, 이 좁은 렉싱턴호텔 661호에서 말린은 감금되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비록 레슨 선생님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레스토랑을 예약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호텔 룸이 그녀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인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닉은 조직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으며, 갈등을 회피할 뿐이다.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 닉의 속삭임 하나가 파국을 일으키고 만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동차 폭발 사고로 위장한 암살을 꾸몄으나, 피해자는 말린의 어린 조카들이었다. 가족을 만나러 가겠다는 말린의 앞을 닉이 가로막는다. 닉에게서 다시 광기 어린 폭력이 엿보이고, 그는 그가 그토록 되고 싶어하지 않았던 카포네가 되어 있었다. 말린이 울부짖으며 애원해도 닉은 말린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말린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아니까요. 닉 니티가 '나한테 그런 눈빛 보이지 마'라는 그 눈빛은, 말린이 닉 니티에게 보여준 눈빛은 아마, 공포가 아닐까 싶어요. 닉 니티는 밖에 있을 때 말고 집 안에 들어와서 말린한테 다정다감을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서로 행복했던 순간의 눈빛이 아니라, 일을 할 때 조직원들이 나(닉)를 봤을 때의 눈빛, 그 공포감을 말린의 눈에서 보는 것에 대한 고통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닉 니티도 공포를 느꼈겠죠. 내가 이렇게 변해가는데, 말린을 너무 사랑하는데, 말린의 눈에서 내 모습이 투영되니까 그걸 거부했던 것 같아요. '나한테 그런 표정 짓지 마. 날 그렇게 이상하게 보지 마. 점점 이상해져.'누군가를 내(닉)가 죽이러 갔을 때, 죽는 순간에 그 사람이 내(닉) 눈을 바라봤을 때 '죽는구나'하는 공포심을 주잖아요. 닉은 누군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인데, 그 방법을 말린한테 쓰고 싶지는 않았던 거죠. 나는 이 여자를 그런 데에서 최대한 멀리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공포심을 주게 된 거죠. 닉 니티한테는 굉장한 혼란을 줬을 거고, 그게 두려웠을 거고, 그리고 이 여자가 닉 니티한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감각이 있었을 것 같아요."결국 터져버린 빨간 풍선. 말린만이 아니라 닉도 봤던 빨간 풍선. 닉도 그 풍선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창문밖 풍선은 너무 멀리 있었다. 뷰익 사건이 없었다면, 이 위태로운 조직 관리가 카포네가 돌아올 때까지 잘 이루어졌다면, 그렇다면 닉과 말린은 행복할 수 있었을까. 순간순간의 행복을 계속 이어서 그들의 삶으로 엮어낼 수 있었을까."말린이 마지막에 '나는 내 가족한테 갈 거야', '협박하는 거야?', '난 당신 사랑하지 않아'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말린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에요. 말린은 닉보다 더 큰, 어떤 다른 종류의 보스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닉 니티가 견디지 못했겠죠. 말린은 계속 자신의 품 안에 있어야 하거든요.뷰익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문제가 없었더라도 이 상태였다면 어떤 식으로든 파멸의 길을 갔을 것 같아요. 뷰익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 사람이 가는 길은 뻔해져 있고, 말린은 성장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그늘에 들어와 있는 철없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빈디치] "사람들은 '아니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해" 1943년, 렉싱턴 호텔 661호. 한때 경찰이었으나 지금은 복수를 꿈꾸고 있는 남자가 혼자 몸을 다지고 있다. 그의 이름은 빈디치. 복수의 대상은 시카고의 경찰청장 '프랭크 두스'이다. 루시 두스의 아버지이자, 시카고 정의의 상징, 카포네의 조직을 몰아내고 도시를 탈환한 영웅. 하지만 프랭크를 옆에서 보아온 빈디치는 잘 알고 있다. 프랭크가 얼마나 위선적인 쓰레기인지,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정의의 빙하기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 멸종위기에 놓인 빈디치는 단 하루라도 시카고에 정의가 승리하기를 꿈꾼다. 빈디치의 곁에는 역시나 프랭크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프랭크의 딸 루시가 있다. 그들은 카포네의 자리를 대신한 또다른 카포네, 프랭크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프랭크는 카포네에요. 이 사람은 애초부터 조직에 더 가까운, 그런 생활이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경찰이 된 것도 정의에 대한 본분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성공에 대한 욕망이 더 컸을 거예요. 베테랑이 되었을 때도, 그 욕망이 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자라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는 않았겠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본인 능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테고, 이걸 놓치면 자기가 잃을 거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거예요. 자기가 저지른 불법이, 자기한테는 합법적인 느낌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남의 것을 갈취하는 데 있어서 죄책감 같은 건 갖지 않을 테고, 그러니까 와이프도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서 죽일 만큼…. 중요한 건 본인밖에 없었겠죠.프랭크는 카포네랑 똑같은데…. 만약 이 사람이 조직에 들어간다면 카포네를 능가할 수 있는 자신은 없었을 것 같아요. 카포네와 비등한 힘을 가지려면 반대쪽으로 가서 그 힘을 키울 사람이죠. 경찰 쪽에서의 카포네라고 불릴 정도였잖아요. 그러면서도 정의의 상징이고.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유명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카포네와 연대해서 범죄를 소탕하는 거예요. 그 많은 일들이 이 이야기에 의하면, 카포네가 도와준 일이에요.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본인이 숙청해야 할 일들을 대거 도와주고, 그 일을 도움 받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어요. 카포네와 협력하며 대등한 입장이 된 것 같을 것이고, 말 그대로 부패경찰의 선봉이죠." 프랭크 두스는 빈디치의 아내인 그레이스를 성적으로 착취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그레이스는 자살하고 만다. 아내가 고통받고 있는 것도 모르고, 빈디치는 자신의 승진에만 들 떠 있었다. 자신이 한때 믿고 따랐던 선배에게 배신당한 그는, <햄릿>처럼 고뇌하며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낭만적 엔딩을 꿈꾼다. 그런데 프랭크는, 왜 하필 그레이스였을까. 누군가가 '아니오'라고 하는 걸 '네'라고 하도록 만드는 데 희열을 느끼던 그는, 왜 모자를 내려놓고 그레이스를 타깃으로 삼았을까."두스는 빈디치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았을까요? 이런 사람들은 어떤 선 이상으로 누군가를 키우지 않아요. 얘(빈디치)는 진짜 정의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있거든. 아무리 가르치려고 해도 튕겨져 나가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이게 세컨드가 될 재목일지, 퍼스트가 될 재목인지는 단번에 알 것 같아요. '우리 일만 하면 돼. 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못해'라고 카포네의 일에 개입하지 않도록 던져놓고 하는 말이 '그레이스, 잘 있어?'잖아요. 그레이스를 무너트리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두스는 치고 올라오면서 점점 똑똑해져 가는 빈디치를 무너트릴 방법으로도 그걸 택했을 것 같아요."<카포네>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빈디치'는 프랭크 두스가 늙어가는 과정을 장면마다 짧지만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렉싱턴 호텔 661호에 처음 방문했을 때, 웨딩 드레스를 입은 롤라(로 분장시킨 수녀)의 시체를 보고 프랭크는 이게 진짜일까 의심한다. 조금 더 나이가 들은 프랭크는, 조직과 경찰 간의 검은 연결고리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챘으면서도 애써 빈디치에게 진실을 가린다. 그리고 그 다음, 그는 또 다른 카포네가 되어 있었다. 프랭크는 원래부터 그런 끔찍한 인간이었을까. 아니면 서서히 타락해간 것일까."김태형 연출은 (처음부터 나쁜 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빈디치가 본받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유능한 형사. 몇 가지만 딱딱 보고도 의문이 생기고, 형사 콜롬보 같고…. 그렇지만, 그때도 선함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능력 좋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 사람의 어떤 것들이, 어떤 인자들이 이 사람을 타락하게 만들었겠죠. 빈틈의 구멍은 혹은 악의 구멍은 되게 작은 거거든요.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거죠. 프랭크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이런 전체적인 상황을 게임처럼 생각하잖아요.처음 빈디치의 눈에 두스는 시체 앞에서 태연히 땅콩을 먹을 수 있고, 죽음에 대해 별로 공포심을 갖고 있지 않은, 그냥 어떤 프로페셔널의 모습인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빈디치가 이를 부러워하지만, 시카고라는 환경은 이 사람(프랭크)에게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으로 악의 물이 흘러 들어가게 만들었을 것 같아요. 그게 사리사욕으로 점점 벌어졌을 것 같고요."☞ 이어지는 기사 : "대학로에 동상 세우고 싶었다"던 배우, 그가 꿈꾸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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