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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 이정민


'세월호는 4월 15일 정상적으로 출항한다. 항해는 순조로웠다. 끝까지 그랬어야만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속 정우성의 내레이션은 세월호 참사가 곧 사회적 참사임을 암시한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였다. "제발 살려달라"던 유가족의 절규는 4년이 지날 때까지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호소로 이어지고 있다. 참사 직후 사건을 쫓아온 여러 영화들이 있었다. <그날, 바다>는 침몰 원인에 다가간 영화로선 가장 처음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지난 12일 개봉 후 25만 관객들이 <그날, 바다>를 찾아 성원했다. 반면, '음모론'이라는 비난부터 영화가 제시한 몇몇 근거들에 빈틈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제작자이자 출연자인 김어준 총수는 "모든 가설은 입증되기 전까진 음모론의 성격을 갖는다. 의지만 담긴 부실하고 입증 불가한 결론이 음모론이라면 지난 정부가 발표한 침몰 원인이야 말로 음모론 아닐까"라고 반문했고, 김지영 감독은 "부디 기초적인 공부를 한 뒤 제대로 된 비판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김지영 감독을 만났다. 

 영화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영화 <그날, 바다>의 한 장면.ⓒ 프로젝트 부


앵커설에 얽힌 비하인드, "이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왼쪽 앵커(닻)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이른바 '앵커침몰설'을 내놓으며 마무리 된다. 적재돼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 공중에 매달려 있던 올가미의 기울기, 컨테이너 박스가 움직인 방향과 각도 등을 물리학적으로 추론한 결과라고 한다. 사실 이 앵커침몰설에 대해 SNS상에선 이미 활발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먼저 물었다. 

- 여러 영상을 보니 앵커 작업은 보통 서너 명 이상이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고, 불꽃이 튀기도 하며 소음 또한 크더라. 짧은 시간 내 과연 앵커를 내리고 올릴 수 있나 하는 지적이 있다. 
"짧은 시간의 기준이 뭔지?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앵커를 내린 의도에 대해선 따로 말하진 않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앵커가 내려왔고, 배가 45도 기울어졌다. 이 순간부터 앵커를 올릴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둘라에이스호에서 세월호 오른쪽 부분을 봤다는 건 이미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 시간이 8시 50분에서 9시 사이다. 정확한 사고 시점은 아무도 알 수 없고, 또 어떤 현상을 사고로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기에 우리 영화에선 '마지막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건 배가 약 45도로 기운 상태를 얘기한다. 둘라에이스가 세월호 근처에 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가 9시 30분경이다. 왼쪽 앵커 모양이 (오른쪽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진이다. (누군가가) 레버를 당겨 끌어올리고자 했다면 30분 정도 시간이 있는 것이다.

카멜레온 효과로 볼 수도 있다. (출항 때 양쪽 다 검은색이었기에, 그 휴대폰 속에서도) 앵커는 검은색으로 보여야 하는데 4월 16일 낮 1시에 찍힌 사진에선 왼쪽 앵커의 검은 도색이 벗겨져 있다. 둘라에이스호에서 찍은 핸드폰 사진이 화질이 좋았다면 확정할 수 있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다만 여러 핸드폰 사진을 분석한 경험으로는 이렇게 추정한다. 이미 앵커는 (올라와서) 배에 매달려 있는데 (해저 지형과 충돌 등으로 인해) 도색이 많이 벗겨져 뒤의 배경과 비슷한 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카멜레온 효과로 회색 배경과 비슷하게 앵커도 회색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그러니까 앵커를 내린 후 다시 올릴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다."

- 여러 인원이 움직여야 했을 텐데 작업을 본 목격자는 없었을까.
"그런 건 없었다. 첫 목격자가 결국 둘라에이스라 그들이 목격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뿐 아니라 9시 35분 헬기가 와서 배를 찍은 사진이 있다. <파파이스>에 나가서도 제시했는데 확실히 왼쪽 앵커와 오른쪽 앵커 색이 다르더라. 왼쪽은 브라운에 가까웠다. 그리고 (유가족이신) 수현 아버지께서 특조위가 갖고 있는 사진을 입수했다. 역시 헬기에서 찍은 화질이 좋은 사진이었는데 (왼쪽) 앵커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모습이었다. 그걸로 확정된 거지."

- 앵커가 투척됐다면 배가 좌측으로 한 번 기울었다가 왜 오른쪽으로 갔는지 그 움직임에 대한 의문도 있다.
"우선 이 영화로 침몰 원인 문제가 공론화 되면 앵커침몰에 대한 건 모형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겠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세월호에 영향을 준) 중간매개가 있었음은 확실하다. 세월호가 해저 지형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단서들이 나왔잖나. 해저 지형도와 해군 레이더 항로가 일치한다는 것. 절 찾아온 한 물리학 교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겠다.

'해군 레이더 상 이런 항로는 그 해저 지형도의 영향을 받았을 경우에만 만들어 질 수 있다. 전 우주에서도 다른 바다에 가더라도 이런 행적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다. 다른 바다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항적이 (한국의 병풍도) 해저 지형과 연관성을 가질 확률은 거의 없다. 물리학적으로 해저 지형과 해군 항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탄생했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도 세월호가 언제, 어디에서 급회전해서 45도 기울어졌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근데 제가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둘라에이스 선장이 레이더로 본 바로 그 지점이다. (영화에 나오듯) 사고 직전 바다를 바라봤던 승객들 두 분의 증언에서도 일치하잖나. 그 지점과 해군 레이더 항적이 겹쳐졌을 때 전 우주 안에도 일어날 수 없는 적합성을 보였다. 세월호에서 중간매개물을 내려 해저 지형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다. 추정이 아닌 물리학적 결론이다."

- 병풍도 인근 해저 지형의 파괴 흔적을 찾아보진 않았는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제작비가 적긴 했지만 김어준 총수에게 말했다. 병풍도 인근 수심이 30미터밖에 안 되니까 수중 촬영하자. 그리고 사이드스캐너 장비를 갖고 계신 분이 있었다. 해저 옆면을 스캔할 수 있는 장비인데, (영화 제작 중) 갑자기 그 분의 회사가 화재로 소실됐다. 팩트다. 그래서 사이드스캐너 작업이 중단됐고, 이후 과학자 분들과 얘기하는데 한 지질학자께서 똑같은 이야길 하시더라. 해저 지형을 촬영한 적이 있냐고 해서 2014년 그땐 생각을 못했고, 이제 내려가려 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쉽다고 하시더라. 이미 지금은 흔적이 안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퇴적 작용 등을 설명해주셨다. 2014년 그때 내려갔어야 했는데 지금 들어가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 영화에서는 한 물리학자의 실험을 통해 왼쪽 앵커가 해저지형에 박혀서 세월호 위에 적재된 컨테이너가 갑자기 왼쪽으로 쏠려 튀어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왼쪽에서 당기는 외력 외에 다른 이유로도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떤 분이? 우회전해서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선체에 슬라이딩 트위스트 록이라고 있다. 하나당 32톤을 받칠 수 있는 일종의 쇠말뚝이다. 영화에서도 보고서 형식으로 나오잖나. (정부 발표로는) 배가 부드럽게 우회전했다고 하는데 천천히 회전하면 컨테이너도 천천히 쓰러지겠지? AIS 데이터 상으로도 당시 속력이 17노트(1노트 당 1.852km/h- 기자 주)에서 매우 서서히 감소한다. (올해 1월에 진행한) 네덜란드 실험을 통해서도 나왔지만 물살은 선미 쪽으로 밀고 있고, 쇠말뚝이 바닥에 박혀있으며, 부드럽게 우회전한 배 위에서 컨테이너가 어떻게 튀어나가 (왼쪽) 노란 안전바(bar)에 충돌했을까. 여기까지만 일단 설명하겠다."

이후 세월호 움직임에 대한 물리적 설명에 김지영 감독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요약하면 해저 지형보다 앵커의 강도가 강하며, 오른쪽 보다 왼쪽의 속도가 감소했기에 지금의 움직임이 나왔다는 것이다. 

- 결국 누가? 왜? 그래야만 했냐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 질문에 대해 김어준 총수의 조언이 있었다. 국가가 한 일이다!라고. 농담이다(웃음). 우리 역시 그게 알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 것이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 이 질문을 수많은 국민이 해주셨기에 검찰과 국가가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왜'라고 물으시면 결국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이정민


"정부가 준 모든 자료가 조작됐다"

기사 '김어준 제작 <그날, 바다>의 충격적 결론... 남는 질문들'에서 언급한 대로, 영화 <그날, 바다>를 지탱하는 가장 강한 논리적 축은 정부가 제시한 선박자동식별장치(아래 AIS, Auto Identification System)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세월호는 정상운행 중이었고 침몰 원인은 '무리한 증축, 과적, 미숙한 운항 등이 직접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영화는 침몰 순간을 최초 목격한 선박인 둘라에이스호 데이터, 해군 레이더, 진도 관제센터 데이터 등을 AIS 데이터와 비교해 '원문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 주장한다. 이와 관련한 의문점을 감독에게 물었다.

-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주장한 내용과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이후 누리꾼 '자로'가 <세월X>를 통해 'AIS는 조작될 수 없다'고 했고,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외력설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보도를 이어 오고 있다.
"제가 아는 바 최근 <뉴스타파>는 블랙박스와 CCTV의 싱크를 맞췄다고 보도했다. 근데 17일 KBS에서 블랙박스를 복원한 보도가 나오지 않았나. 선체조사위원회에서도 <뉴스타파>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블랙박스에 표기된 시간, CCTV 표기 시간이 믿을 만하다고 봤다가 (최근엔) 블랙박스 시간은 RTC 타이머 문제로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CCTV 64개 채널의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해서도 DVR 전원이 꺼져서 녹화가 안 됐다고 보도했는데, 특조위 청문회에서 그 이후로도 CCTV를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감독과 동석한 <그날, 바다> 최진아 피디가 말을 보탰다) 물론 CCTV 문제를 처음 보도했을 때는 그런 증언이 나올 줄 몰랐으니, 그 상황에선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서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은 덜 한 게 아니었는지. 그게 아쉽다. 사고에 대한 보고시간도 조작한 정부다. 또 자로는 AIS가 조작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기술적 근거가 없다."

- 이런 주장도 있다. AIS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선박항해기록장치(VDR, 비행기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와 레이더 자료 또한 함께 조작됐어야 성립하는 말이라는. 
"우선, 세월호에는 VDR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나머진 세월호 외부에서 스캔한 자료들이고 세월호에서 직접 송신한 자료는 AIS 하나뿐이다. 이걸 설명하려면 진도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의 관제자료를 짚어야 한다. 관제자료라는 게 일종의 퓨전데이터다. 그러니까 VTS 자체 레이더 정보와 세월호에서 보내는 AIS 데이터를 합친 형태라는 것이다. 레이더와 AIS가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0에서 20미터 정도다. 예전엔 정밀도가 떨어졌다지만 지금은 발전해서 그 정도다.

그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AIS가 조작됐다면 관제자료도 조작된 것이다? 맞다. 조작된 것이지. 그 증거들을 우린 갖고 있고, 이미 특조위 1기에서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둘라에이스 선장님과 생존자들 말이 사실이면 세 가지가 조작인 셈이다. AIS, 진도VTS 관제자료, 그리고 세월호 CCTV 영상까지다. 그래서 우린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관련 자료는 다 조작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그걸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레이더 전문가에게 가서 물어보시라. 레이더 영상이 마치 게임 속 버그처럼 한 두 번은 튈 수 있다. 근데 750미터 오차가 30분 간 이어진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AIS 데이터 조작의 근거로 영화에선 '특별메시지' 패턴과 정부가 제시한 AIS 원문 데이터 간의 모순을 짚었다. 특별메시지란 선박이 항로를 급하게 바꾸거나 눈에 띄게 속도 변화가 있을 경우 등장하는 AIS 상 기계 언어다. 모순이 있었다는 건 애초 정부가 제시한 원문 데이터대로 세월호를 운행할 경우, 정부가 발표한 항적이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프로젝트 부


- 혹시 세월호 외에 인천과 제주를 오고 간 다른 선박에서도 원문 데이터와 실제 항적 간 오차 혹은 모순이 발견됐나?

"다른 배의 데이터도 구해서 검토했다. 다 AIS 규격에 맞는다. 배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데 특별메시지가 나온 경우는 없었다."

- 그런데 AIS 데이터가 조작이 용이한 데이터인가?
"정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정부 측을 변호하던 업체도 'AIS는 참고용으로만 써야 한다'고 했다. 레이더는 그걸 관리하는 곳이 정직하다는 가정 하에 조작이 용이하지 않다. 영상데이터고 픽셀덩어리로 표기되기에 조작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AIS는 텍스트 데이터다. 디지털 문자 아스키코드일 뿐이라 저 같은 사람도 좌표를 조작한 AIS 원문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 있다. 공부하면서 나도 놀랐다. 프로그래밍 경험자가 3일 정도만 공부하면 조작된 원문을 만들 수 있다. 조작을 방어하는 보안 장치도 전혀 없다. 조작이 쉬운 정도가 아니라 무방비 상태라고 보면 된다."

- AIS 데이터, 해군 레이더, 군산VTS 관제자료 간 차이가 크다(약 750미터)는 사실이 데이터 조작 말고 다른 가능성을 의미하진 않을지? 선박과 해군, 관제센터 간 기록방식이 달라서 각 데이터의 차이가 생길 수 있도 있나?

"취재해봤다. 진도VTS는 엑스밴드 레이더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유명해진 그 레이더고, 해군 레이더는 GPS100이라고 조금 정밀도가 떨어지는 기기다. 그렇다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국토방위에 쓰일 정도로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실전 배치된 것이겠지. 그런 기기들이 500미터 이상의 오차가 있다? 그 정도라면 해상 사고가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 결국 조작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 영화엔 제가 발견한 조작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의 10프로밖에 안 담겼다. 나머지는 특조위 2기 위원 중 믿을 만한 분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진짜 의도는 무엇?

AIS 조작과 함께 영화는 의미심장한 주장을 한다. 선원 중 일부가 사고 발생 시각에 대해 상이한 진술을 했다는 것.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영화는 국정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 대목에서 김지영 감독은 그간 밝히지 않았던 사실을 털어놨다.

- 영화에선 8시 30분경 사고를 감지한 사람들의 증언과 50분경이라 말한 선원들의 증언을 배치하면서 후자가 누군가에 의해 증언을 바꾼 정황을 담았다. 사실상 국정원을 지목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좀 된다. 조사 과정 초반에 선원들 진술이 나왔다면 수사방향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사고 당시 잠을 자거나 한 사람을 빼고 전수조사를 했다. 8시 50분경이라고 한 선원은 단 두 명이다. 이준석 선장과 박한결 항해사. 그리고 30분이라 한 사람이 5명이다. 이준석 선장과 박한결 항해사의 공통점이 있다. 사고 발생일 팽목항에 와서 목포 해경까지 가는 동안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박근혜의 7시간만 신경 쓰시는데 이준석 선장의 사라진 7시간이 있다. 영화에 담으려던 내용이다. 조사를 위해 선장을 이동시키던 중 지프차가 따라와 멈춰 세우더니 선장을 데리고 사라졌다. 특조위에서 그 부분을 물었었다. 선장을 데려간 남자들은 누구며, 무슨 얘길 했는지 등. 선장이 내린 곳은 한창 구조작업이 펼쳐지던 곳이었다.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될까봐 데려간 걸로 알고 있다"고 선장이 진술했는데 거긴 이미 강원식 항해사가 남아서 모든 정보를 주고 있었다. 선장은 그곳에 올 필요가 없었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밤늦게 해경 측에 돌아갔다. 박한결 항해사도 다른 선원들과 달리 함께 진도 체육관으로 오지 않았다. 특조위가 경로를 조사했다. 그날 어디에 있었냐는 물음에 혼자 있고 싶어서 체육관 근처에서 울고 있었다더라. 이처럼 중간 동선이 파악되지 않는 두 사람이 50분이라고 말했다. 수적으로 봐도 30분 그룹이 훨씬 많은데 검찰은 사고 시각을 50분경으로 발표했다. 참 특이하지 않나?"

- 30분으로 증언한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따로 불려가거나 행적이 묘연한 경우는 없었나?
"없다. 이 말씀을 드리겠다. (종이에 세월호 항로를 그리며) 30분경 세월호는 좌회전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세월호가 좌로 기울어 대참사가 났다는 건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좌회전 구간에서 좌로 기울었다면, 이건 무조건 외력으로 인한 사고로 가게 돼 있다. 50분경 항로를 보자. 여긴 우회전 코스다. 우회전 코스에서 좌로 기울었다면 단순 교통사고가 될 수도 있다. 시간이 30분에서 50분으로 옮겨진다는 건 외력에서 단순사고로 바뀌는 큰 차이가 벌어진다. 이걸 설명하고 싶었다. 역시 영화에 넣었다가 뺐는데 언론에서 사실 이걸 분석했으면 했다."

- 선조위 조사 결과가 오는 8월 중 나올 예정이다. 최근 중간보고 과정에서 선조위는 잠수함 충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영화의 주장과 다를 가능성이 있는데 이후 추가로 해명 및 검증할 것인지.
"(다소 격앙된 어투로) 제발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조사과정에서 상식만 통한다면 기꺼이 반론을 받고, 토론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KBS 보도가 기뻤다. 제 분석과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서로 만나서 즐겁게 토론할 수 있다. 근데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기초 공부를 하지않는다면 ... 그건 유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세월호 조사에 대해 남들보단 조금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선조위 결과가)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얘기하고 지적할 것이다."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남주 "윤여정 보며 희망... 마흔여덟 내 나이 자랑스럽다"

[inter:view] <미스티> 통해 6년 공백기 한 방에 날린 김남주 "희망 주는 선배 되고파"

'이름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신인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이름이 아닌 캐릭터로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를 찰떡같이 해냈다는 칭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이런 칭찬은 점점 듣기 어려워진다. 이름을 알리면 알릴수록, 필모그래피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존재감을 지우기 쉽지 않다.<내조의 여왕> 천지애, <넝쿨째 굴러온 당신> 차윤희, 그리고 <미스티>의 고혜란. 김남주는 그 어려운 일을 매번 해낸다.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를 통해 김남주는 긴 공백기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미스티> 고혜란으로 6년 공백기 한 방에 김남주는 오랫동안 또래 여성들의 '워너비'를 연기해왔다. 데뷔 초기에는 <모델> <내 마음을 뺏어봐>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로 맡았고, 결혼한 뒤에는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통해 일도 살림도 척척 해내는 미시족을 연기했다.<미스티>에서 김남주가 연기한 고혜란은 현재 2030 여성들이 가장 바라고 꿈꾸는 캐릭터다. 성공한 여자, 아름다운 여자, 모든 걸 가진 여자, 그래서 닮고 싶은 여자. 실력과 야망으로 똘똘 뭉친 고혜란은 그런 인물이었다.남다른 야망과 남다른 능력으로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앉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매일을 산다. 자타공인 '최고의 언론인'으로 불리지만, 회사는 뛰어난 실력과 열정보다, 혜란이 '나이든 여자'라는데 집중한다. 또, 시어머니에게는 그저 '애도 낳지 못하는 며느리'일 뿐. 여자라서 더 참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혜란의 처지는, 또래의 많은 여성들이기도 했다. "젊음이 네 실력 같지?". "선배들은 <뉴스9> 앵커 맡고 1년 차에 국장 달았는데, 전 지금 7년 차에도 여전히 부장이에요"라는 혜란의 대사에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고혜란이 견고한 유리천장을 부수고 훨훨 날아가길 바랐다. '고혜란 정도' 되는 여자도 유리천장에 갇힐 수밖에 없는 스토리도 답답하지만, '고혜란조차' 그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면 현실의 여성들은 그 천장을 부술 판타지조차 품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달리던 고혜란은 결국 자신을 향한 남자들의 맹목적인 사랑에 발목 잡히고 말았다. 고혜란을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미스티> 결말의 가장 큰 반전은, 케빈리(고준 분) 살인사건의 범인이 강태욱(지진희 분)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후회하는 듯한 고혜란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성공보다 가족'... 고혜란과 다른 김남주 시청자들은 김남주와 고혜란의 싱크로율에 열광했지만, 정작 김남주는 자신과 고혜란은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도시적인 외모 때문인지 데뷔 때부터 "오피스텔에 살 것 같고, 아메리카노만 먹을 것 같다, 음식도 고급만 먹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김남주는 짜장면과 떡볶이를 좋아하고, 커피는 믹스커피만 마신다며 웃었다. 후반부 한일철강 관련 리포트를 한지원에게 양보할 때도 '저걸 내가 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웃었다. 작품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진기주에게 '이겨내라. 배우는 굳은살이 박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촬영 안 하고 욕 안 먹는 것보다, 일하면서 욕먹을 수 있는 게 행복한 거다'라며 조언해 주는가 하면, '시청자들이 고혜란 편이라 그런 거다, (한지원이) 혜란이 편으로 돌아서면 덜 욕 먹을 거다'라는 말로 후배를 위로하기도 했다.현장에서 얼어있는 후배를 위해 장난을 치는 일도, 선배 김남주의 역할. 신인 김남주에게도 그런 선배가 있었는지 물으니 "없었다. 그래서 내가 신인 시절 바라던 선배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마흔여덟, 내 나이가 자랑스럽다" 어느덧 나이 마흔여덟이 된 김남주. 그는 "나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인생의 탑이 자랑스럽고, 드라마를 끝내니 아이들의 키가 훌쩍 자라있는 것도 기쁘다고. 그래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20대 배우들이 부럽지도 않다고 했다. 김남주는 "아이들의 기억에 남는 첫 작품이 성공을 거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웃었다. 이제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은 김남주의 연기하는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고. 짓궂은 또래 아이들이 둘째 아이에게 '너네 엄마 늙어서 TV 안 나오지?' 하며 놀리는 통에 아이가 '엄마 왜 TV 안 나오느냐'고 묻기도 했단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이유였다.후배들에게 희망 주는 선배 되고 싶다 김남주의 행복과 기쁨의 원천은 가족. '엄마'이자 '아내'의 삶에 충실했던 6년을 보내고, 다시 배우 김남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혹독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마다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라 울컥했다"고 했다.

25년 차 베테랑 여배우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는다"

[inter:view] 뮤지컬 <삼총사>의 역사 중 한 명, 배우 서지영의 마지막 '밀라디'

지난 2009년 초연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 공연계의 스테디셀러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지난 3월 16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삼총사>는 10주년을 맞아 '신구 조화'를 강조했다. 새롭게 합류한 캐스트의 활약도 눈에 띄지만, 초연 때 사랑받았던 엄기준·유준상·신성우·민영기·김법래 등 베테랑이 오랜만에 칼을 쥐고 노래한다. 오는 5월 27일에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 순회공연이 예정되어 있을 만큼 관객으로부터 호평받고 있다.<삼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가운 베테랑이 한 명 더 있다. 밀라디 역의 트리플 캐스팅 중 가장 관록이 있는 배우 서지영. 재연 때부터 2013~2014 시즌 성남아트센터 공연까지 매번 참여했던 그는, 2016 시즌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서지영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밀라디, 하지만 10주년을 맞아 제대로 '안녕'을 고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 3월 28일, 한전아트센터 2층 테라스에서 배우 서지영이 겪고 버텨온 시간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아토스를 향한 밀라디의 마음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본래 체코에서 올라온 작품이었으나, 이를 라이선스 공연화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각색에 들어갔다. 원작에서 취사선택된 대목도 다르고, 갈등의 주요 원인도 바뀌었다. 본래 작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원 작곡가의 다른 노래도 가져오고, 아예 없는 노래를 새로 작곡하기도 했다. 캐릭터 간 비중도 재조정하면서 한국 버전의 <삼총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무대 위로 구현하고 오랫동안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배우의 공이 크다. 동시에 그 배우를 성장시키는 데도 <삼총사>는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가스코뉴 지방에서 파리로 올라온 촌뜨기 달타냥이 총사대의 주축 멤버 삼총사(아토스·아라미스·포르토스)와 함께 함정에 빠진 왕을 구한다.' 뮤지컬 <삼총사>의 주요 골격이다. 콘스탄스가 주인공 달타냥과 이제 막 피어나는 예쁜 사랑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면, 밀라디는 '총알도 칼로 튕겨내는' 전설 아토스와 애증의 감정선을 가지고 가는 인물이다. 한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모함을 받은 밀라디의 가문은 몰락한다. 그리고 그 몰락의 과정에는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원리원칙주의자 아토스도 포함되어 있다.밀라디는 이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추기경 리슐리외 그리고 추기경의 근위대장인 쥬샤크와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이는 자신의 가문을 무너뜨린 왕실을 향한 복수이자, 그 앞에 서있던 아토스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토스는 밀라디가 음모의 한 축일 거라 끝까지 믿지 않고, 밀라디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아토스의 피를 보지 못한다. 밀라디를 떠나보내며 커튼콜 때 등장하는 아토스와 밀라디는, 극 중에서 감정의 결실을 보지 못한 한을 씻듯이 마냥 행복하고 다정해 보인다. 관록과 신뢰에서 나오는 배우 간의 케미스트리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발랄한 분위기의 작품인 만큼, 배우들은 객석을 떠나는 관객의 가슴에 감정의 여운을 남기기보다 시원하게 다 털고 갈 수 있게끔 배려한다. 2018년 <삼총사>를 끝으로 밀라디에서 잠정 은퇴하는 서지영.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인 걸까. 그는 다 털고 갈 수 있을까. 2010년 말에 처음 밀라디를 만나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기까지 왔다. 관객들의 머릿속에 밀라디라는 배역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배우가 아마도 서지영이지 않을까. 이렇게 밀라디와 인사하고 나서도, 나중에 다른 배우들이 소화하는 밀라디를 챙겨서 보고 싶다는 그. 오랫동안 한 인물을 입고 대변한 사람으로서, 이 옷을 넘겨받아 입을 후배들에게 혹시나 당부하고 싶은, 조언하고 싶은 게 있을 것도 같다.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밀라디와 이별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서지영의 밀라디와 안녕이라는 뜻이지 배우 서지영의 안녕은 아니다. 밀라디라는 옷을 벗어도, 서지영은 계속해서 다른 옷을 입어가며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초연과 재연에 모두 참여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세 번째 시즌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서지영은 무대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무대만큼 배우로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는 무대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한다. 그건 '선배' 여자 배우로서의 사명감 덕분이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관객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 몇 달간, 많은 관객이 무대에 실망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무대의 뒤편이 사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환멸을 느끼고 공연장에 발길을 끊은 관객도 많고, 발길을 끊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는 관객도 많다. 그러나 더 좋은 공연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배우 서지영도 그래서 공연계 그리고 공연계를 넘어선 미투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선배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여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상처받은 관객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아주 잠깐 울먹이며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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