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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곽우신


"밀라디를 너무 오랜만에 만났어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캐릭터예요. 4~5년 전 성남아트센터에서가 마지막이었죠. '또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안녕!' 하고 나왔는데, 그 후에 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제가 <잭 더 리퍼> 공연도 많이 했는데, 일본 요코하마에서 폴리와는 제대로 인사했거든요. 그런데 밀라디와는 제대로 '굿바이'를 못한 거죠. '아, 이대로 밀라디와는 영영 이별인가' 싶었어요.

10주년 기념으로 참여하게 되니까 '밀라디를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연기하고 보내줄 기회가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기쁘더라고요. 마지막 공연이 가까이 오면 너무 슬플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뻐요."

지난 2009년 초연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 공연계의 스테디셀러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지난 3월 16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삼총사>는 10주년을 맞아 '신구 조화'를 강조했다. 새롭게 합류한 캐스트의 활약도 눈에 띄지만, 초연 때 사랑받았던 엄기준·유준상·신성우·민영기·김법래 등 베테랑이 오랜만에 칼을 쥐고 노래한다. 오는 5월 27일에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 순회공연이 예정되어 있을 만큼 관객으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삼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가운 베테랑이 한 명 더 있다. 밀라디 역의 트리플 캐스팅 중 가장 관록이 있는 배우 서지영. 재연 때부터 2013~2014 시즌 성남아트센터 공연까지 매번 참여했던 그는, 2016 시즌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서지영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밀라디, 하지만 10주년을 맞아 제대로 '안녕'을 고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 3월 28일, 한전아트센터 2층 테라스에서 배우 서지영이 겪고 버텨온 시간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아토스를 향한 밀라디의 마음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다시 밀라디를 맡은 느낌"아무래도 성숙한 건 좀 있고요.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때보다도. 성숙미가 있는 건 좋은데, 체력이 딸려서…. (웃음) 나이는 어떻게 속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무대에서 했는데, 이제는 그걸 구현하려면 더 힘을 써야 하는 느낌적 느낌이 있는…."ⓒ 곽우신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본래 체코에서 올라온 작품이었으나, 이를 라이선스 공연화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각색에 들어갔다. 원작에서 취사선택된 대목도 다르고, 갈등의 주요 원인도 바뀌었다. 본래 작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원 작곡가의 다른 노래도 가져오고, 아예 없는 노래를 새로 작곡하기도 했다. 캐릭터 간 비중도 재조정하면서 한국 버전의 <삼총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무대 위로 구현하고 오랫동안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배우의 공이 크다. 동시에 그 배우를 성장시키는 데도 <삼총사>는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제가 공연을 1994년부터 했어요. 꽤 오래됐잖아요? 수많은 작품을 했었고, 그중에서 제일 오래 한 캐릭터가 폴리하고 밀라디일 거예요. 연출님이 늘 밀라디에 대해서 '우아미를 잃지 말라'고 강조했어요. 저도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그게 먼저 떠올랐고요. 이 여자는 귀족 출신의 여자이고, 자기 사명감이 있잖아요. 밀라디 덕분에 무대에서 '애티튜드'를 갖는 걸 많이 배웠어요. 그 애티튜드를 배웠기 때문에 폴리를 하면서도 우아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단지 일차원적으로 복수에 눈이 먼 여자 캐릭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바라봐줬기 때문에 관객들도 사랑해줬던 게 아닐까. 그렇게 접근하려고 노력하면서 저도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을 줬죠."

'가스코뉴 지방에서 파리로 올라온 촌뜨기 달타냥이 총사대의 주축 멤버 삼총사(아토스·아라미스·포르토스)와 함께 함정에 빠진 왕을 구한다.' 뮤지컬 <삼총사>의 주요 골격이다. 콘스탄스가 주인공 달타냥과 이제 막 피어나는 예쁜 사랑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면, 밀라디는 '총알도 칼로 튕겨내는' 전설 아토스와 애증의 감정선을 가지고 가는 인물이다. 한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모함을 받은 밀라디의 가문은 몰락한다. 그리고 그 몰락의 과정에는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원리원칙주의자 아토스도 포함되어 있다.

밀라디는 이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추기경 리슐리외 그리고 추기경의 근위대장인 쥬샤크와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이는 자신의 가문을 무너뜨린 왕실을 향한 복수이자, 그 앞에 서있던 아토스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토스는 밀라디가 음모의 한 축일 거라 끝까지 믿지 않고, 밀라디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아토스의 피를 보지 못한다.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아토스들과의 호흡"유준상 배우랑 신성우 오빠는 너무 많이 해서, 이제 눈빛만 봐도 알아요. 호흡을 많이 했으니까 편한 게 당연하죠. 무대에서 잠깐 어긋나도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고, 이런 것들이 너무 편해요. 김준현 배우하고는 <잭 더 리퍼> 때 앤더슨과 폴리로 만났는데, 늘 준현 배우도 친했던 동생이니까. 불편하다든가 부담스러운 건 건 전혀 없어요. 다만 호흡적인 면에서 두 사람에 비해서는 맞출 게 좀 있긴 하죠. 공연 전에, 요긴 요렇게 하고, 저긴 저렇게 하자라고…. 그런데 그게 또 재밌어요. 저 사람들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들어왔는데…. (웃음) 좀 다르긴 하지만 셋 다 너무 멋있어요."ⓒ 곽우신


"아토스가 방에 침입해 들어왔을 때 끝내 못 찌르잖아요. 죽일 수도 있고,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못하거든요. 아토스는 자기 일에 너무 충실했고, 밀라디는 그런 아토스의 모습이 서운하고 섭섭하고 배신감을 느낀 거죠. 하지만 자신들의 일 때문이 아니라 남 때문에 헤어진 거잖아요. 살면서 아버지 원수를 갚고, 집안 복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아토스가 마음에 늘 걸렸을 것 같아요. 정작 만났을 때, 칼을 코앞에다가 대고도 찌르지 못하고 물러나는 마음이, 사랑이 남아있지 않고서는 하지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아토스가 솔로를 할 때는, 그 절절함이 느껴져요. 제가 그다음에 노래를 불러야 해서 감정조절을 좀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토스의 솔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창문을 뛰어내릴 때면 눈물과 콧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생을 그렇게 해요. 어쩔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아요. 밀라디도 이 사람을 너무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도 너무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밀라디가 달타냥에게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해도, 저는 그걸 '가서 아토스한테 밀라디 살아있다'고, '나 찾아달라'고 전해달라는 말로 해석했거든요. 그냥 가버리면 밀라디가 죽은 줄 아니까요. 그래서, 아토스가 '제 여자를 지키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떠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토스는 왕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총사대장을 맡겼는데도 그걸 잠시 보류하면서까지 밀라디를 찾아 나서잖아요. 그건 아토스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니까요."

밀라디를 떠나보내며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공연은 함께 만드는 것"타이틀이 <서지영>이라고 해도, 그 공연에서 타이틀 롤인 ‘서지영’만 돋보이면 재밌지 않잖아요. 다른 역할들이 다 받쳐주고, 같이 호흡해줘야 공연이 산다고 생각해요. <삼총사>는 삼총사와 달타냥까지 사총사의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도 여자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어요. 제 욕심만으로 하려면 모노드라마 하면 되겠죠. 전체적인 공연에서 얼마나 어우러지는 캐릭터를 내가 하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지, 저만 돋보이자고 제 욕심만 부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곽우신


커튼콜 때 등장하는 아토스와 밀라디는, 극 중에서 감정의 결실을 보지 못한 한을 씻듯이 마냥 행복하고 다정해 보인다. 관록과 신뢰에서 나오는 배우 간의 케미스트리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발랄한 분위기의 작품인 만큼, 배우들은 객석을 떠나는 관객의 가슴에 감정의 여운을 남기기보다 시원하게 다 털고 갈 수 있게끔 배려한다. 2018년 <삼총사>를 끝으로 밀라디에서 잠정 은퇴하는 서지영.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인 걸까. 그는 다 털고 갈 수 있을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여자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면에서 섭섭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그리스>를 해도, 샌디를 40대 중반의 배우가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남배우가 나이가 좀 있더라도 상대역은 어려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아요. TV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남자 배우들은 역할이 굉장히 많은데, 여자들은 <삼총사>만 해도 배역이 두 개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오디션이나 학생들 보면 여자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뿐만 아니라, 맡을 수 있는 배역도 적어요. 여자 배우들이 겪어야 할 일이고, 싸워야 할 일이죠.

배우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도 생각해요. 장단점이 있죠. 여자 배우들도 배우 생활을 잘하고, 그 시기를 잘 견뎌내면 할 만한 역할들이 꽤 있어요. 저는 후배들에게 '잘 견디라'고 말을 해주고 싶어요. 배우라면 내가 '연기하고 싶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배역을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비슷비슷한 역이어도,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요. 그래서 저도 그런 본보기가 되려고 많이 노력해요. '아, 나도 저 나이가 돼서, 저 선배처럼 무대에서 저렇게 연기해야지, 저렇게 노래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무대를 계속 지키고 싶어요. 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선배 배우가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사명감도 좀 들고."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스스로 꼽는 장점은 '진심'"제 장점은…. 제 진심인 것 같아요. 선배 배우들이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 이런 말이 아니고요. 저는 그 캐릭터를 덮어 쓸 때 늘 서지영이 나오거든요. 그게 안 나올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없다면, 그건 가식적인 연기니까요. 언제나 제 마음을 온전히 담으려고 노력했고, 대사 하나 노래 하나할 때도 거짓으로 그 감정을 내보인 적도 없고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거예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우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늘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 조금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곽우신


2010년 말에 처음 밀라디를 만나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기까지 왔다. 관객들의 머릿속에 밀라디라는 배역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배우가 아마도 서지영이지 않을까. 이렇게 밀라디와 인사하고 나서도, 나중에 다른 배우들이 소화하는 밀라디를 챙겨서 보고 싶다는 그. 오랫동안 한 인물을 입고 대변한 사람으로서, 이 옷을 넘겨받아 입을 후배들에게 혹시나 당부하고 싶은, 조언하고 싶은 게 있을 것도 같다.

"같이 하는 (안)시하하고 (장)은아한테도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밀라디에게 접근할 때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을 때, '밀라디는 고귀한 가문에서 자라난 기품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집안이 한 번 몰락했다고 해도, 그 기품까지 몰락하면 안 된다. 그걸 너희가 무대에서 지켜달라'고 해줬어요. 앞으로 밀라디를 하실 배우분들께서도 그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자칫하면 그게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여자가 몰락해서 비참하고 천해 보이는 거랑 몰락했지만 그걸 꼿꼿이 지키는 모습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이 여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잊지 말고, 그 꼿꼿함과 자기만의 생각을 관철하는 의지를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이들 밀라디를 악녀로 보시지만, 악녀라고 하더라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악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그러면 저럴까?', '나도 네 마음을 이해하겠다'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야 해요. 왜냐하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거든요. 사람이 나빠지기까지의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이 두 시간 반 동안 밀라디가 나오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그걸 다 보여줄 수는 없어도, 나올 때마다 그 삶의 이유를 안고 나오는 것과 아예 벗어버리고 나오는 건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서지영의 자기 관리"제가 딱히 다른 특별한 걸 먹거나, 특별한 걸 하면서 관리하는 건 아니에요. 술은 입에 안 대고, 담배는 원래 못 피웠고, 커피도 아예 안 마셔요. 인순이 선생님이나 패티 김 선생님 같은 가수분들 뵈면, 나이가 있는데도 성대가 ‘쨍쨍’하시잖아요? 그런 면에서 존경스럽더라고요. 그 나이가 돼도 저렇게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많이 느껴요. 그래서 열심히 관리하고 있어요."ⓒ 곽우신


밀라디와 이별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서지영의 밀라디와 안녕이라는 뜻이지 배우 서지영의 안녕은 아니다. 밀라디라는 옷을 벗어도, 서지영은 계속해서 다른 옷을 입어가며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초연과 재연에 모두 참여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세 번째 시즌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서지영은 무대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무대만큼 배우로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는 무대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한다. 그건 '선배' 여자 배우로서의 사명감 덕분이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관객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희는 늘 긴장하는 직업이잖아요. 우리끼리도 그랬어요, '불치병 같다'고. '왜 이렇게 오래 해도 떨리지? 이건 고칠 수 없는 병인가 봐'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공연 직전에 너무 떨리거든요. 그런데 그런 긴장감 속에서 사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하고 싶단 말이에요. 하면 행복하단 말이에요. 이걸 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무대를 떠나면 이 행복이 없어질 텐데, 얼마나 불행할까. 저는 그 행복을 계속 느끼면서 살고 싶어요. 매일 많은 작품을 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대에 서는 횟수가 줄어들더라도, 끝까지 무대 위에 서서 제가 느끼는 행복을 관객분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늘 감사하면서 살고 싶고요.

엊그제도 어떤 팬이 꽃다발을 주면서, 카드에 가득 글을 적어 줬어요. <프랑켄슈타인> <밑바닥에서> <벤허>를 다 봤대요. 지망생인데, 제가 롤모델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삼총사> 밀라디를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번 캐스팅 보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는 표현이 쓰여 있었죠. 그걸 보면서 '내가 뭐라고 이 분이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서 좋아해 주시고 감동해주시나' 했어요. 굉장히 벅찼어요. '진짜 더 열심히 잘하고, 잘 버티고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삼총사>의 밀라디, 서지영 지난 3월 28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로비,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서지영을 만났다. 한때 아토스와 연인 사이였으나, 모함으로 인해 작위와 토지를 빼앗긴 후 프랑스 왕가와 아토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창작자에게 드리는 당부의 말"공연을 올리는 분들도 조금 더 신중하게 올렸으면 좋겠어요. 공연 보다 보면 속상한 작품도 있거든요. 저는 <빌리 엘리어트>를 진짜 사랑하는데, 또 이런 공연은 연일 매진쳤으면 좋겠고요. (웃음) 좋은 공연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삼총사>도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과정을 거쳤어요. 한 번 하고 마는 공연이 아니라, 계속 되어질 수 있도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잘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곽우신


지난 몇 달간, 많은 관객이 무대에 실망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무대의 뒤편이 사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환멸을 느끼고 공연장에 발길을 끊은 관객도 많고, 발길을 끊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는 관객도 많다. 그러나 더 좋은 공연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배우 서지영도 그래서 공연계 그리고 공연계를 넘어선 미투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선배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여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상처받은 관객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아주 잠깐 울먹이며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고 말했다.

"언제 터져도 터졌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계통에 있으면서 20년 동안 수없이 많이 봐 왔었고 용기를 내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문화계만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니까요. 전반적인 문제를 끄집어내고, 그런 사람을 벌 받게 하고, 일침을 가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을 못 하게 하도록 하는 건 좋은 일이죠. 지금까지 들춰진 사람들은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삼총사> 문구가 '정의는 살아있다'라잖아요. 저는 그 말을 평생 믿고 살았거든요. 정말 나쁜 짓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 사람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언젠가 벌을 받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기 때문에 전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믿어요. 이 일로 인해, 그렇게 나쁜 짓 한 사람들은 다 벌을 받고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야 해요. 그리고 서로서로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한 상처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아무 생각 없이 하지 않아요.

제가 직접 당한 게 없어서 함께 '미투'를 하지 못할 뿐이지, '미투'에 대해서는 '위드유'로 지지하고 있어요. 계속 '좋아요'를 누르고 있고, 여자 배우로서 마음으로 항상 동참하고 있어요. 상처받으신 관객들께는, 같은 배우 입장에서 너무 죄송해요. 그래서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공연하려고요. <삼총사>가 힐링하기 좋은 극이니까, 저희 작품을 보고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는 걸 조금은 느끼고 가실 수 있도록…."

뮤지컬 <삼총사> 포스터 뮤지컬 <삼총사>에서 밀라디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서지영 배우 버전의 포스터.

▲ 밀라디를 사랑한 이유“밀라디가 굉장히 한이 많잖아요. 복잡미묘한 심리를 가진 여자거든요. 어떨 땐 자신도 자기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해요. 복수에 대한 감정을 뿌리부터 깊이 갖고 있기도 하고요. 리슐리외를 죽이고, 아토스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너무 좋았어요. 매력적이잖아요. 여자 배우로서 무대에서 표현하기에 참 좋은, 많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그런 매력 때문에 밀라디를 사랑했어요.”ⓒ ㈜메이커스프로덕션/㈜킹앤아이컴퍼니


유준상과 서지영의 인연



많은 작품에서 많은 배우와 인연을 맺은 서지영. 배우 유준상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진행된 <삼총사> 프레스콜에서, 배우 유준상은 나이와 관계된 질문을 받자 '혼자' 죽지 않고 배우 서지영을 은근슬쩍 끌어당겼다.

"(웃음) 그러니까요! (유)준상씨가, 원래 저보다 딱 한 살 아래거든요. 그런데 제일 처음 만났을 때 호칭 정리를 하는데, 제 친구들하고 다 친구를 먹었다는 거예요! '얘도 내 친구, 쟤도 내 친구'라길래 '아, 그래? 알았어?' 하면서 친구가 된 거죠. (웃음) 저는 처음에 빠른 생일인 줄 알았어요. 2월생이거나 뭐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무슨 뭐 적는 게 있어서 보니까 11월생인 거예요! 제가 12월생, 준상씨가 11월생, 학번도 한 학번 차이가 나거든요. '아니, 뭐야? 완전 1년 차이 나잖아?!' 그러니까 그때는 '아이~, 다 친구야. 다 친구' 이러더니! 나이를 먹으니까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나 봐요. 저보고 자꾸 '언니, 언니' 해요! '누나'라는 소리는 안 나오고 '지영 언니, 지영 언니' 이래요. '왜 인제 와서 그러냐?'고 제가…. (웃음)

옛날부터 공연을 같이 많이 해서, 이번에는 그러더라고요. '<프랑켄슈타인> 땐 누나였다가, <벤허> 땐 엄마였다가, 이번엔 애인…. 또 만나네요.' (웃음) 워낙 편하게 해주니까요. 무술 감독이나 안무 감독이 와서 '이걸 어떻게 맞출까요.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라고 하면 '지영씨 하는 대로 다 맞춰. 지영씨가 제일 편해'라고 준상씨가 말해요. 그게 저는 너무 좋죠. 그만큼 오래 했다는 뜻이잖아요. 상대역도 많이 했었고, 굉장히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진짜 오래된 남자 사람 친구? 되게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

세월이 드니까 친구가 나은 것 같아요. 준상씨한테 누나 소리 들으면 조금 징그러울 것 같고…. (웃음) 저희 연출하고도 워낙 친해요. 연출님하고 오히려 애인이라 그래, 두 분이. 한 번 만나면 둘이 수다의 장을, 아주 그냥, 집에를 못 가게 해. (웃음) 이제는 좀 가족 같죠. 못 보면 서로 섭섭하고 그래요. 이번에 <프랑켄슈타인>을 같이 못 하게 돼서 너무 서운해요. 이번에 사정이 있어서 준상씨가 참여를 못 하거든요. <삼총사> 연습 때 제가 '이럴 거야?' 그러면서 따졌더니 또 '언니~ 내가 너무 안타깝네.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못 하니 너무 안타까워' 그러더라고요. 대신 '<프랑켄슈타인>도 10주년에 초연 배우들끼리 하면 너무 재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휴, <프랑켄슈타인> 10주년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노래를 다 가성으로 부르지 않는 한…. 내가 못할 듯?' 막 그랬죠. (웃음)"

2014년에 초연 공연을 올렸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23년에 10주년을 맞는다. 앞으로 5년 남은 셈. 무대를 사랑한 선배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해온 이 배우들이 10주년 공연에서 제 역할을 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념비적인 무대가 되지 않을까. 그날을 감히 상상해 본다.


"세월호 조작 증거 더 있다... <그날, 바다>엔 10%만"

[inter:view] 김지영 감독의 호소 "앵커침몰은 하나의 가설... 상식의 눈으로 봐달라"

'세월호는 4월 15일 정상적으로 출항한다. 항해는 순조로웠다. 끝까지 그랬어야만 했다.'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속 정우성의 내레이션은 세월호 참사가 곧 사회적 참사임을 암시한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였다. "제발 살려달라"던 유가족의 절규는 4년이 지날 때까지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호소로 이어지고 있다. 참사 직후 사건을 쫓아온 여러 영화들이 있었다. <그날, 바다>는 침몰 원인에 다가간 영화로선 가장 처음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지난 12일 개봉 후 25만 관객들이 <그날, 바다>를 찾아 성원했다. 반면, '음모론'이라는 비난부터 영화가 제시한 몇몇 근거들에 빈틈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제작자이자 출연자인 김어준 총수는 "모든 가설은 입증되기 전까진 음모론의 성격을 갖는다. 의지만 담긴 부실하고 입증 불가한 결론이 음모론이라면 지난 정부가 발표한 침몰 원인이야 말로 음모론 아닐까"라고 반문했고, 김지영 감독은 "부디 기초적인 공부를 한 뒤 제대로 된 비판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김지영 감독을 만났다. 앵커설에 얽힌 비하인드, "이젠 말할 수 있다"영화는 왼쪽 앵커(닻)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이른바 '앵커침몰설'을 내놓으며 마무리 된다. 적재돼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 공중에 매달려 있던 올가미의 기울기, 컨테이너 박스가 움직인 방향과 각도 등을 물리학적으로 추론한 결과라고 한다. 사실 이 앵커침몰설에 대해 SNS상에선 이미 활발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먼저 물었다. - 여러 영상을 보니 앵커 작업은 보통 서너 명 이상이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고, 불꽃이 튀기도 하며 소음 또한 크더라. 짧은 시간 내 과연 앵커를 내리고 올릴 수 있나 하는 지적이 있다. "짧은 시간의 기준이 뭔지?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앵커를 내린 의도에 대해선 따로 말하진 않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앵커가 내려왔고, 배가 45도 기울어졌다. 이 순간부터 앵커를 올릴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둘라에이스호에서 세월호 오른쪽 부분을 봤다는 건 이미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 시간이 8시 50분에서 9시 사이다. 정확한 사고 시점은 아무도 알 수 없고, 또 어떤 현상을 사고로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기에 우리 영화에선 '마지막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건 배가 약 45도로 기운 상태를 얘기한다. 둘라에이스가 세월호 근처에 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가 9시 30분경이다. 왼쪽 앵커 모양이 (오른쪽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진이다. (누군가가) 레버를 당겨 끌어올리고자 했다면 30분 정도 시간이 있는 것이다.카멜레온 효과로 볼 수도 있다. (출항 때 양쪽 다 검은색이었기에, 그 휴대폰 속에서도) 앵커는 검은색으로 보여야 하는데 4월 16일 낮 1시에 찍힌 사진에선 왼쪽 앵커의 검은 도색이 벗겨져 있다. 둘라에이스호에서 찍은 핸드폰 사진이 화질이 좋았다면 확정할 수 있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다만 여러 핸드폰 사진을 분석한 경험으로는 이렇게 추정한다. 이미 앵커는 (올라와서) 배에 매달려 있는데 (해저 지형과 충돌 등으로 인해) 도색이 많이 벗겨져 뒤의 배경과 비슷한 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카멜레온 효과로 회색 배경과 비슷하게 앵커도 회색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앵커를 내린 후 다시 올릴 시간은 충분했다?"그렇다."- 여러 인원이 움직여야 했을 텐데 작업을 본 목격자는 없었을까."그런 건 없었다. 첫 목격자가 결국 둘라에이스라 그들이 목격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뿐 아니라 9시 35분 헬기가 와서 배를 찍은 사진이 있다. <파파이스>에 나가서도 제시했는데 확실히 왼쪽 앵커와 오른쪽 앵커 색이 다르더라. 왼쪽은 브라운에 가까웠다. 그리고 (유가족이신) 수현 아버지께서 특조위가 갖고 있는 사진을 입수했다. 역시 헬기에서 찍은 화질이 좋은 사진이었는데 (왼쪽) 앵커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모습이었다. 그걸로 확정된 거지."- 앵커가 투척됐다면 배가 좌측으로 한 번 기울었다가 왜 오른쪽으로 갔는지 그 움직임에 대한 의문도 있다."우선 이 영화로 침몰 원인 문제가 공론화 되면 앵커침몰에 대한 건 모형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겠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세월호에 영향을 준) 중간매개가 있었음은 확실하다. 세월호가 해저 지형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단서들이 나왔잖나. 해저 지형도와 해군 레이더 항로가 일치한다는 것. 절 찾아온 한 물리학 교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겠다.'해군 레이더 상 이런 항로는 그 해저 지형도의 영향을 받았을 경우에만 만들어 질 수 있다. 전 우주에서도 다른 바다에 가더라도 이런 행적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다. 다른 바다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항적이 (한국의 병풍도) 해저 지형과 연관성을 가질 확률은 거의 없다. 물리학적으로 해저 지형과 해군 항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탄생했다'라고 하셨다.지금까지도 세월호가 언제, 어디에서 급회전해서 45도 기울어졌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근데 제가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둘라에이스 선장이 레이더로 본 바로 그 지점이다. (영화에 나오듯) 사고 직전 바다를 바라봤던 승객들 두 분의 증언에서도 일치하잖나. 그 지점과 해군 레이더 항적이 겹쳐졌을 때 전 우주 안에도 일어날 수 없는 적합성을 보였다. 세월호에서 중간매개물을 내려 해저 지형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다. 추정이 아닌 물리학적 결론이다."- 병풍도 인근 해저 지형의 파괴 흔적을 찾아보진 않았는지."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제작비가 적긴 했지만 김어준 총수에게 말했다. 병풍도 인근 수심이 30미터밖에 안 되니까 수중 촬영하자. 그리고 사이드스캐너 장비를 갖고 계신 분이 있었다. 해저 옆면을 스캔할 수 있는 장비인데, (영화 제작 중) 갑자기 그 분의 회사가 화재로 소실됐다. 팩트다. 그래서 사이드스캐너 작업이 중단됐고, 이후 과학자 분들과 얘기하는데 한 지질학자께서 똑같은 이야길 하시더라. 해저 지형을 촬영한 적이 있냐고 해서 2014년 그땐 생각을 못했고, 이제 내려가려 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쉽다고 하시더라. 이미 지금은 흔적이 안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퇴적 작용 등을 설명해주셨다. 2014년 그때 내려갔어야 했는데 지금 들어가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서는 한 물리학자의 실험을 통해 왼쪽 앵커가 해저지형에 박혀서 세월호 위에 적재된 컨테이너가 갑자기 왼쪽으로 쏠려 튀어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왼쪽에서 당기는 외력 외에 다른 이유로도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어떤 분이? 우회전해서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선체에 슬라이딩 트위스트 록이라고 있다. 하나당 32톤을 받칠 수 있는 일종의 쇠말뚝이다. 영화에서도 보고서 형식으로 나오잖나. (정부 발표로는) 배가 부드럽게 우회전했다고 하는데 천천히 회전하면 컨테이너도 천천히 쓰러지겠지? AIS 데이터 상으로도 당시 속력이 17노트(1노트 당 1.852km/h- 기자 주)에서 매우 서서히 감소한다. (올해 1월에 진행한) 네덜란드 실험을 통해서도 나왔지만 물살은 선미 쪽으로 밀고 있고, 쇠말뚝이 바닥에 박혀있으며, 부드럽게 우회전한 배 위에서 컨테이너가 어떻게 튀어나가 (왼쪽) 노란 안전바(bar)에 충돌했을까. 여기까지만 일단 설명하겠다."이후 세월호 움직임에 대한 물리적 설명에 김지영 감독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요약하면 해저 지형보다 앵커의 강도가 강하며, 오른쪽 보다 왼쪽의 속도가 감소했기에 지금의 움직임이 나왔다는 것이다. - 결국 누가? 왜? 그래야만 했냐라는 질문이 남는다."그 질문에 대해 김어준 총수의 조언이 있었다. 국가가 한 일이다!라고. 농담이다(웃음). 우리 역시 그게 알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 것이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 이 질문을 수많은 국민이 해주셨기에 검찰과 국가가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왜'라고 물으시면 결국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준 모든 자료가 조작됐다"기사 '김어준 제작 <그날, 바다>의 충격적 결론... 남는 질문들'에서 언급한 대로, 영화 <그날, 바다>를 지탱하는 가장 강한 논리적 축은 정부가 제시한 선박자동식별장치(아래 AIS, Auto Identification System)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세월호는 정상운행 중이었고 침몰 원인은 '무리한 증축, 과적, 미숙한 운항 등이 직접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영화는 침몰 순간을 최초 목격한 선박인 둘라에이스호 데이터, 해군 레이더, 진도 관제센터 데이터 등을 AIS 데이터와 비교해 '원문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 주장한다. 이와 관련한 의문점을 감독에게 물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주장한 내용과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이후 누리꾼 '자로'가 <세월X>를 통해 'AIS는 조작될 수 없다'고 했고,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외력설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보도를 이어 오고 있다."제가 아는 바 최근 <뉴스타파>는 블랙박스와 CCTV의 싱크를 맞췄다고 보도했다. 근데 17일 KBS에서 블랙박스를 복원한 보도가 나오지 않았나. 선체조사위원회에서도 <뉴스타파>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블랙박스에 표기된 시간, CCTV 표기 시간이 믿을 만하다고 봤다가 (최근엔) 블랙박스 시간은 RTC 타이머 문제로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CCTV 64개 채널의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해서도 DVR 전원이 꺼져서 녹화가 안 됐다고 보도했는데, 특조위 청문회에서 그 이후로도 CCTV를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이 지점에서 감독과 동석한 <그날, 바다> 최진아 피디가 말을 보탰다) 물론 CCTV 문제를 처음 보도했을 때는 그런 증언이 나올 줄 몰랐으니, 그 상황에선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서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은 덜 한 게 아니었는지. 그게 아쉽다. 사고에 대한 보고시간도 조작한 정부다. 또 자로는 AIS가 조작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기술적 근거가 없다."- 이런 주장도 있다. AIS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선박항해기록장치(VDR, 비행기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와 레이더 자료 또한 함께 조작됐어야 성립하는 말이라는. "우선, 세월호에는 VDR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나머진 세월호 외부에서 스캔한 자료들이고 세월호에서 직접 송신한 자료는 AIS 하나뿐이다. 이걸 설명하려면 진도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의 관제자료를 짚어야 한다. 관제자료라는 게 일종의 퓨전데이터다. 그러니까 VTS 자체 레이더 정보와 세월호에서 보내는 AIS 데이터를 합친 형태라는 것이다. 레이더와 AIS가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0에서 20미터 정도다. 예전엔 정밀도가 떨어졌다지만 지금은 발전해서 그 정도다.그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AIS가 조작됐다면 관제자료도 조작된 것이다? 맞다. 조작된 것이지. 그 증거들을 우린 갖고 있고, 이미 특조위 1기에서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둘라에이스 선장님과 생존자들 말이 사실이면 세 가지가 조작인 셈이다. AIS, 진도VTS 관제자료, 그리고 세월호 CCTV 영상까지다. 그래서 우린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관련 자료는 다 조작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그걸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레이더 전문가에게 가서 물어보시라. 레이더 영상이 마치 게임 속 버그처럼 한 두 번은 튈 수 있다. 근데 750미터 오차가 30분 간 이어진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AIS 데이터 조작의 근거로 영화에선 '특별메시지' 패턴과 정부가 제시한 AIS 원문 데이터 간의 모순을 짚었다. 특별메시지란 선박이 항로를 급하게 바꾸거나 눈에 띄게 속도 변화가 있을 경우 등장하는 AIS 상 기계 언어다. 모순이 있었다는 건 애초 정부가 제시한 원문 데이터대로 세월호를 운행할 경우, 정부가 발표한 항적이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 혹시 세월호 외에 인천과 제주를 오고 간 다른 선박에서도 원문 데이터와 실제 항적 간 오차 혹은 모순이 발견됐나?"다른 배의 데이터도 구해서 검토했다. 다 AIS 규격에 맞는다. 배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데 특별메시지가 나온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AIS 데이터가 조작이 용이한 데이터인가?"정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정부 측을 변호하던 업체도 'AIS는 참고용으로만 써야 한다'고 했다. 레이더는 그걸 관리하는 곳이 정직하다는 가정 하에 조작이 용이하지 않다. 영상데이터고 픽셀덩어리로 표기되기에 조작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AIS는 텍스트 데이터다. 디지털 문자 아스키코드일 뿐이라 저 같은 사람도 좌표를 조작한 AIS 원문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 있다. 공부하면서 나도 놀랐다. 프로그래밍 경험자가 3일 정도만 공부하면 조작된 원문을 만들 수 있다. 조작을 방어하는 보안 장치도 전혀 없다. 조작이 쉬운 정도가 아니라 무방비 상태라고 보면 된다."- AIS 데이터, 해군 레이더, 군산VTS 관제자료 간 차이가 크다(약 750미터)는 사실이 데이터 조작 말고 다른 가능성을 의미하진 않을지? 선박과 해군, 관제센터 간 기록방식이 달라서 각 데이터의 차이가 생길 수 있도 있나?"취재해봤다. 진도VTS는 엑스밴드 레이더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유명해진 그 레이더고, 해군 레이더는 GPS100이라고 조금 정밀도가 떨어지는 기기다. 그렇다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국토방위에 쓰일 정도로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실전 배치된 것이겠지. 그런 기기들이 500미터 이상의 오차가 있다? 그 정도라면 해상 사고가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조작일 수밖에 없다?"그렇다. 이 영화엔 제가 발견한 조작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의 10프로밖에 안 담겼다. 나머지는 특조위 2기 위원 중 믿을 만한 분에게 전달할 것이다." 진짜 의도는 무엇?AIS 조작과 함께 영화는 의미심장한 주장을 한다. 선원 중 일부가 사고 발생 시각에 대해 상이한 진술을 했다는 것.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영화는 국정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 대목에서 김지영 감독은 그간 밝히지 않았던 사실을 털어놨다.- 영화에선 8시 30분경 사고를 감지한 사람들의 증언과 50분경이라 말한 선원들의 증언을 배치하면서 후자가 누군가에 의해 증언을 바꾼 정황을 담았다. 사실상 국정원을 지목하는 것 아닌가."의심이 좀 된다. 조사 과정 초반에 선원들 진술이 나왔다면 수사방향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사고 당시 잠을 자거나 한 사람을 빼고 전수조사를 했다. 8시 50분경이라고 한 선원은 단 두 명이다. 이준석 선장과 박한결 항해사. 그리고 30분이라 한 사람이 5명이다. 이준석 선장과 박한결 항해사의 공통점이 있다. 사고 발생일 팽목항에 와서 목포 해경까지 가는 동안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박근혜의 7시간만 신경 쓰시는데 이준석 선장의 사라진 7시간이 있다. 영화에 담으려던 내용이다. 조사를 위해 선장을 이동시키던 중 지프차가 따라와 멈춰 세우더니 선장을 데리고 사라졌다. 특조위에서 그 부분을 물었었다. 선장을 데려간 남자들은 누구며, 무슨 얘길 했는지 등. 선장이 내린 곳은 한창 구조작업이 펼쳐지던 곳이었다.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될까봐 데려간 걸로 알고 있다"고 선장이 진술했는데 거긴 이미 강원식 항해사가 남아서 모든 정보를 주고 있었다. 선장은 그곳에 올 필요가 없었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밤늦게 해경 측에 돌아갔다. 박한결 항해사도 다른 선원들과 달리 함께 진도 체육관으로 오지 않았다. 특조위가 경로를 조사했다. 그날 어디에 있었냐는 물음에 혼자 있고 싶어서 체육관 근처에서 울고 있었다더라. 이처럼 중간 동선이 파악되지 않는 두 사람이 50분이라고 말했다. 수적으로 봐도 30분 그룹이 훨씬 많은데 검찰은 사고 시각을 50분경으로 발표했다. 참 특이하지 않나?"- 30분으로 증언한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따로 불려가거나 행적이 묘연한 경우는 없었나?"없다. 이 말씀을 드리겠다. (종이에 세월호 항로를 그리며) 30분경 세월호는 좌회전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세월호가 좌로 기울어 대참사가 났다는 건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좌회전 구간에서 좌로 기울었다면, 이건 무조건 외력으로 인한 사고로 가게 돼 있다. 50분경 항로를 보자. 여긴 우회전 코스다. 우회전 코스에서 좌로 기울었다면 단순 교통사고가 될 수도 있다. 시간이 30분에서 50분으로 옮겨진다는 건 외력에서 단순사고로 바뀌는 큰 차이가 벌어진다. 이걸 설명하고 싶었다. 역시 영화에 넣었다가 뺐는데 언론에서 사실 이걸 분석했으면 했다."- 선조위 조사 결과가 오는 8월 중 나올 예정이다. 최근 중간보고 과정에서 선조위는 잠수함 충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영화의 주장과 다를 가능성이 있는데 이후 추가로 해명 및 검증할 것인지."(다소 격앙된 어투로) 제발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조사과정에서 상식만 통한다면 기꺼이 반론을 받고, 토론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KBS 보도가 기뻤다. 제 분석과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서로 만나서 즐겁게 토론할 수 있다. 근데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기초 공부를 하지않는다면 ... 그건 유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세월호 조사에 대해 남들보단 조금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선조위 결과가)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얘기하고 지적할 것이다."

박근혜 암시, <곤지암> 박지아가 특히 소름 돋았던 이유

[오마이픽업] <기담> 이어 다양한 상징 온몸으로 표현, 박근혜와 세월호, 그리고...

"얼마전 요가 하러 횡단보도에 서 있었는데 옆 사람들이 402호 얘길하더라. '설마 <곤지암> 얘긴 아니겠지?' 생각하던 찰나 계속 얘기를 들으니 <곤지암> 얘기였다. 아무래도 다수의 관객 분들은 강렬한 장면을 기억하시니까 제가 <기담>에서 아사코 엄마였고, <곤지암>에서도 병원 원장이었던 건 잘 모르실 것이다. 게다가 귀신 역할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분장을 하고 나오니까(웃음)." 누적관객 200만을 돌파하며 한국 공포 영화 부활의 신호탄이 된 <곤지암>. 다수의 신인 배우와 함께 이 배우를 주목해야 한다. 힌트는 정범식 감독의 데뷔작 <기담>이다. 눈썰미 좋은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배우 박지아가 <기담>에 이어 11년 만에 <곤지암>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2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시점에 미리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감독의 문자정범식 감독의 문자 하나가 시작이었다. "대본 하나 보낼 건데 읽어봐 줄래요?"라는 말과 함께 <곤지암>의 시나리오가 와 있었다. <기담>이 개봉한 지 10년 만인 상황에서 감독은 이미 기획 단계에서부터 박지아를 염두에 뒀다. 그렇게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은 '호러타임즈' 7명을 공포에 질리게 한 병원 원장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역할이 마음에 들진 모르겠지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셨다. 또 대외비였지만 그 원장의 비하인드 정보도 적어주셨다. 저야 물론 오케이였다. <기담> 때부터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잘 안 맞으면 힘들어 하는 배우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론 매우 고마운 분이셨다. <기담>과 이번 작업 중간에 감독님께 감동받은 일도 있고." 우선, 병원 원장의 배경이다. <기담>이 그랬듯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에 다양한 상징을 숨겨 놨다. 영화 속 병원 개원일이 5월 16일로 설정된 점, 병원원장이 환자들과 함께 찍힌 사진 속 날짜 1979년 10월 26일 이라는 점은 박정희 대통령의 시작과 종말을 암시한다. 또한, 실험실 장면에 닭의 시체가 등장한다는 점, 병원 원장의 '올림머리 스타일', 호러타임즈 생중계 조회 수가 503명에서 멈춘다는 설정 등은 박근혜 대통령을 뜻한다. 여기에 더해 욕실에서 교복 입은 학생 귀신이 등장하고, 원장 귀신이 출몰한다는 방을 402호(본래 감독은 416호로 설정하려 했다-기자 주)로 설정했다는 건 세월호 참사를 암시하는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시나리오 작업이 공교롭게도 촛불집회 시작 직전에 끝난 걸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워낙 정치, 시사에 관심이 많으셔서 영화 속 서브 텍스트를 통해 공감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아버지 때(박정희)를 부모 세대가 살아냈고, 그 딸을 지도자로 둔 상황을 자녀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은 지났지만 반복되는 세월을 표현하신 것 같다. 정신병원에 들어간 7명의 호러타임즈 대원들은 누군가를 찾겠다고 했지만 실체가 잡히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존재한다는 걸 느낀다. 현실 그대로를 모사할 순 없고, 은유와 영화 사이 균형을 고민하셨을 것이다."이 지점에서 박지아는 정범식 감독의 배려에 감동받은 사연을 더했다. 연극 <마술가게>를 기준으로 데뷔 27년 차 베테랑이지만 그에게도 부침이 있었다. 그는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업계에선 작품이 끝나거나 공백기엔 남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며 "감독님께 아쉬운 소리를 했던 때에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피드백을 주셨다"고 전했다."좀처럼 제가 그런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닌데 매우 절박했을 때였다. 주변의 몇몇 분들께 '저 일하고 싶다. 도와 달라'고 읍소했던 적이 있다. 다들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시곤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정범식 감독님께 문자를 보냈다. <워킹걸>을 하신다는 소식에 '오디션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보낸 문자였다. '배우님이 하기엔 매우 작은 역할인데 혹시 보러 오실 수 있나요' 하시더라. 저의 상황을 아마 느끼신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만큼 인간에 대한 배려가 깊은 분이란 걸 알게 됐다. 사실 흔쾌히 확답을 하고 연락을 안 주신 다른 분들이 잘못한 건 전혀 아니다. 제가 작품을 못하는 게 그 분들 탓이 아니니까. 다만 다르게 얘기하면 차라리 그렇게 흔쾌히 얘기 안 하셨다면 제가 어떤 희망이나 기대를 품지 않았을 텐데... 그걸 통해 저도 배웠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함부로 주는 게 반대로 힘든 시간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정범식 감독님의 말이 정말 힘이 됐다. 세상이 그렇게 차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는 <곤지암> 직전 출연한 <석조저택 살인사건> 정식 감독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투자사를 생각하면 더 인지도 있는 배우를 쓰는 게 나았을 텐데, 감독님이 제게 그 배역(성 마담)을 애초부터 주려고 생각하셨다고 들었다"며 "영화 자체가 감독님 의도와 달리 편집돼 저도 아쉽지만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귀신이 되어이렇게 박지아는 <기담>과 <곤지암>의 연결고리가 됐다. <기담> 때 엄마 귀신이 던진 방언은 많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충분했고, <곤지암> 속 병원 원장의 알 수 없는 소리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해당 역할의 준비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안 그래도 <기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당시 시나리오를 다시 봤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로 돼 있더라. 즉흥으로 '얼렐레~' 이런 식을 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그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잖나. 굉장히 많이 생각하고 연습했던 것 같다. 딸인 아사코 대사를 다 써놓고 거꾸로 읽어보기도 했고, 문장을 바꿔서 연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준비해 갔는데 현장에서 정말 긴장되더라(웃음). 딱 하나를 준비했는데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근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신다. 준비한 걸 하면서 중간에 하이톤으로 올라가는 걸 제가 본능적으로 했다. 그렇게 나온 게 그 결과물이었다. <곤지암>은 이렇게 준비했다. 시나리오엔 '곡소리를 내며 뒤에 서 있다'로 돼 있었다. 10년 전 것을 업그레이드 해볼까, 곡소리를 연구할까 하다가 둘 다 준비했다. 이게 반복된 죽음이잖나. 기담 때 방식으로 거칠게 내뱉는 것과 숨을 뱉고 들이는 걸 거칠 게 하는 것을 준비해갔다. 호흡 소리를 들으시곤 감독님이 '다른 건 더 안 하셔도 되겠다'고 하시더라." 정작 박지아 본인은 공포영화 자체를 즐기진 않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반대였다. "언제부턴가 공포영화를 보면 무섭지가 않아서 흥미를 잃었는데 <곤지암>은 보고 나서 무서웠다"며 그는 "<기담> 때보다 더 무서운 장면이 많았다"고 나름의 감상을 전했다. 수줍었던 학생의 선택앞선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박지아는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1992년 연극 <마술가게>를 기준으로 27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박지아는 언론 노출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극단 차이무와 연우무대 작품을 두루 경험하며 내공을 키워온 그다. 일부 대중에겐 영화 데뷔작 <해안선> 등 김기덕의 여성 페르소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배우 입장에서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 몇 개를 던져야 했다. 방황의 시기에 대해서다."학창시절 워낙 성격이 어두웠고, 학교도 잘 안 가고 그랬다. 그런데 연극반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가서 해보고는 싶은데 말은 못 하겠고, 그래서 오디션장에 가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오디션이 끝날 때까지 제가 청소만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눈치 채신 것 같더라. '한번 연기해볼래?' 그 말에 시작했다. 하면서 칭찬을 받으니 재능이 있는 줄 알고 시작했지. 근데 대학에 가니 안 되겠더라. 당시 제 동문이 안재욱, 신동엽, 류승룡씨 등이었는데 다 저보다 잘하고 멋져 보였다.사춘기를 그때 앓았다. 방황하고 학교도 안 나갔다. 혼자 남산 주변을 걸어 다니곤 했다. 그때 박광정 오빠의 제안으로 <마술가게>를 했는데 와, 제가 방황할 틈이 없더라. 맨날 혼나고, 정신도 안 차려지고 그랬다. 선배들이 보시기에 제가 얼마나 성에 안 찼겠나. 그래서 편지를 써놓고 또 도망 나왔다. 다시 방황한 거지..."두 번의 방황 끝에 박지아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배우를 해야겠다"였다. "도망간 입장에서 면목이 없었다"면서도 겨우 용기를 내 자신을 무대로 이끈 선배 박광정에게 조심스럽게 연락했다. "절 미워하셨을 텐데 문을 조금 열어주셨다"며 박지아는 "그때 그 선배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전 연기를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 회상했다.물론 그렇다고 꾸중과 질책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러 선배들에게 혼나면서도 박지아는 버텼다. 할 수 있는 게 연기였고, 연기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강한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과거를 돌아보고 앞을 생각해 봐도 연기란 건 평생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여전히 힘든 시기이긴 한데 달라진 게 있다면 버티는 방법이 생겼다는 점이지. 지금보다 인지도가 올라가도 연기는 힘들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귀신 역할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만 전전긍긍했을 텐데 이젠 좋다. 제가 다른 걸 해내면 훨씬 돋보일 수 있으니까. 개인적으론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 원래 코믹 연기를 했던 분이 코미디를 하면 식상할 테지만 제가 하면 신선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웃음).그만큼 연기적으로도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엔 작품에 임할 때 준비를 엄청 했던 때가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날 보러 와요> 땐 화성에 두 세 번씩 가서 주변을 탐문하고 눈으로 직접 동네를 살피고 자료조사도 많이 했다. 근데 언제부턴가 이런 방식이 오히려 절 가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상대 배우에 대한 여지가 없어지기도 하고. 지금은 준비는 많이 하되 그걸 잘 소화시켜서 영양분으로 가지고 있자는 생각이다. 상대방에 따라 그걸 꺼내거나 받을 수 있게 말이다. 요즘은 여유에 대한 걸 많이 생각하고 있다."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다는 굴레를 벗어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다. 그만큼 배우 박지아로서 오롯이 보일 영역이 더 커보였다. 박지아는 곧 개봉할 영화 <창궐>, 그리고 지상파 드라마로 대중과 만날 예정. 그는 "소박한 목표라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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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7기 입사(2014.5). 사회부 수습을 거친 후 편집부에서 정기자 시작(2014.8). 오마이스타(2015.10)에서 편집과 공연 취재를 병행. 지금은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는 기동팀 기자(2018.1). 국회 파견 중(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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