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지난 10일간 평창의 얼음과 눈 위에서 타오른 선수들의 열정은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비장애와 장애의 구분이 가능과 불가능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한 목소리로 서로를 응원했던 그곳에 차별과 편견은 없었습니다. 평창에서 이룬 공존과 화합, 그리고 평화의 울림이 2020년 동경과 2022년 북경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회식 인사말 중에서)

IPC(국제 패럴림픽 위원회)은 패럴림픽을 '동등한'이라는 뜻의 패러럴(Parallel)에 올림픽(Olympic)을 합성한 말로 정의한다. 동등한 올림픽.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벽을 넘어선 인간 승리의 축제.

18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회식 무대 곳곳에는 장애인이 있었다. 장애인이 주인공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렸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었다면, 평창 동계 패럴림픽은 '평등' 패럴림픽이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새로운 날 향하여 함께 가리'

반다비의 '카운트다운 댄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폐회식 시작을 알리는 반다비의 카운트다운 댄스가 펼쳐지고 있다.

▲ 반다비의 '카운트다운 댄스'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폐회식 시작을 알리는 반다비의 카운트다운 댄스가 펼쳐지고 있다.ⓒ 이희훈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평창패럴림픽 폐막식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평창패럴림픽 폐막식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이희훈


흥겨운 음악과 함께 평창 동계 패럴림픽의 마스코트인 반다비들이 무대 중앙으로 뛰어 나왔다. 신나게 춤을 추던 반다비 12마리가 모이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 9, 8…. 3, 2, 1! 폭죽이 밤하늘을 별처럼 수놓으며 평창 동계 패럴림픽의 폐회식. 그 끝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 패럴림픽 기념 영상이 나온 뒤, 개최국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의 앤드류 파슨스 위원장이 함께 입장했다. 한국의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들 6명이 태극기를 든 채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휠체어컬링의 방민자 선수, 장애인 알파인스키의 이치원 선수, 장애인 스노보드 박항승 선수, 장애인 바이애슬론의 이도연 선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이정민 선수,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장동신 선수였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방민자(휠체어컬링), 이치원(알파인스키), 박항승(스노보드), 이도연(노르딕스키), 이정민(노르딕스키), 장동신(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방민자(휠체어컬링), 이치원(알파인스키), 박항승(스노보드), 이도연(노르딕스키), 이정민(노르딕스키), 장동신(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이희훈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아라리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아라리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희훈


이들은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태극기를 맞잡고 함께 이동했다. 국방부 의장대 소속 군인들이 제복을 입고 태극기를 이어받았다. 게양대 앞에 도착한 태극기가 올라가고 다같이 일어섰다. 영월동강합창단과 함께 폐회식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애국가를 불렀다. 영월동강합창단은 강원 지역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합창단이다.

그 다음으로 김창완밴드의 현란한 연주와 함께 <아라리요>가 시작됐다. 이어서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명창이 합류해 <본조 아리랑>을 불렀다. 그 다음에는 록으로 편곡된 <아리랑>으로 이어졌다. 난장이었다. 다양한 예술 장르의 사람이 함께 어우러졌다. 그중에는 한빛예술단 타악앙상블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6명과 지체장애인 1명으로 구성된 퍼커션 그룹이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한 나라들의 국기가 하나씩 입장했다. 그 뒤로 새로 선출된 신임 IPC 선수위원들이 자리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신임 위원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각국 국기가 입장하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각국 국기가 입장하고 있다.ⓒ 이희훈


다음은 황연대 성취상 시상식이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황연대 성취상은, 여성이자 장애인으로서 그리고 의사이자 인권운동가로서 헌신한 황연대 선생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2008년 베이징 하계 패럴림픽 때부터 폐막식 공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연대 선생이 직접 자리해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의 시니 피 선수와 알파인스키 아담 홀 선수에게 이번 성취상을 시상했다. 이어 전대 수상자들 중 6명이 함께 자리해 이를 기념했다.

이어서 청각장애인 무용수 고아라의 독무였다. 꽃이 움트는 과정을 형상화한 그의 춤에 30명의 현악기 연주와 60명의 무용수가 덧대어졌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와 카운터테너 이희상이 등장했다. 건반을 보지 않는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에, 성별을 뛰어넘는 음역을 보여주는 가수가 목소리를 보탰다.

"하얀 눈과 얼음과 함께했던 추억들. 어깨 위로 감싸준 손 다정했던 친구여. 가슴 속 울리던 천둥같던 함성. 너와 나는 하나 되어 투지를 불태웠네. 이제 다시 시작할 새로운 날 향하여 함께 가리. 함께 하리. 우리 앞에 열린 길. 한 떨기 꽃처럼 피어난 친구여. 그대 향기 전해주오. 아름다운 열정을. 아~ 꽃이 된 그대여."(노래 <꽃이 된 그대> 중에서)

무용수 고아라가 중앙에서 상승했다. 그가 올라가는 만큼 치마도 길게 아래로 늘어뜨려졌다. 하나의 거대한 꽃이었다. 패럴림픽 6종목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꽃으로 치장돼 있었다. 하얀 배경, 하얀 무대, 하얀 옷의 무용수들 위로 조명이 떨어졌다. 꽃의 영상이 하얀색 위를 덧칠했다. 불꽃놀이가 다시 한 번 크게 펑펑 터졌다. 폐회식 무대 전체가 꽃밭으로 변했다.

"여러분 모두가 진정한 영웅들이다"

동계패럴림픽 다음 개최지 베이징 공연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음 개최지 중국 베이징을 알리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동계패럴림픽 다음 개최지 베이징 공연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음 개최지 중국 베이징을 알리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희훈


 '중요무형문화제 제79호 김숙자류 도살풀이 춤' 전수조교인 양길순씨가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 '성화소화' 공연에서 도살풀이 춤을 선보이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79호 김숙자류 도살풀이 춤' 전수조교인 양길순씨가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 '성화소화' 공연에서 도살풀이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희훈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평창패럴림픽 폐막식 끝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평창패럴림픽 폐막식 끝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이희훈


패럴림픽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영상으로 지나가고, 대회기를 하기할 순서가 됐다. 내려온 깃발은 차기 개최국인 중국 측에 전달됐다. 중국의 오성홍기가 올라가고, 베이징 패럴림픽 측에서 준비한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중국의 공연 역시 청각장애인 무용수들이 지휘자의 손짓을 보고 군무를 추며 진행됐다.

이희범 평창 동계 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인간 승리 드라마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며 "여러분 모두는 진정한 애국자이며 영웅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기치 못한 폭설도 여러분들에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라며 "현대 패럴림픽 발상지에서 30년 만에 치른 패럴림픽을 통해서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가치가 실현되고, 한편으로 편견과 차별 없는 인간미 넘치는 세상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을 통해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호킹은 '우리 모두가 다르며, 따라서 표준형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 같은 건 없다'고 했다"라며 "그는 우리 모두에게 눈을 내려 발을 보지 말고, 눈을 들어 별을 보라고 했다. 지난 10일 동안 우리가 본 별은 여기 평창에서 환하게 빛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호킹이 자기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한 것처럼, 패럴림피언들은 다시 한 번 인간 의지의 경계선을 넓혔다"라고 덧붙였다.

지체 장애인인 석장우 화백의 영상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그의 붓글씨가 도살풀이 무용수 양길순에게 전달됐다. '도살풀이 굿'이 시작됐다. 살과 한을 풀어내는 몸짓이 외손대금연주자 박니나씨의 선율을 탔다. 소리꿈 김수연씨는 창을 했다. 성화불꽃이 투영된 무대는, 무용수가 흰 천을 떨구며 사그라들었다. 그와 함께 지난 10일 동안 평등을 위해 타올랐던 패럴림픽 성화 역시 꺼졌다. 폐회가 아쉬운 듯, 성화는 그 직후에도 몇 번인가의 불꽃을 더 토해냈다.

 가수 에일리와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배희관밴드가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그대에게'를 함께 열창하고 있다.

가수 에일리와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배희관밴드가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그대에게'를 함께 열창하고 있다.ⓒ 이희훈


 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양한 조명과 성화가 어우러져 경기장을 밝히고 있다.

8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양한 조명과 성화가 어우러져 경기장을 밝히고 있다.ⓒ 이희훈


시각장애인 배희관씨가 리더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멤버로 함께 구성된 '배희관밴드'가 무대의 피날레를 위해 먼저 등장했다. 다음은 가수 에일리였다. 각기 한 곡씩을 부른 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컬래버레이션하여 불렀다.

반다비가, 이날 무대에 참여했던 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서 하나됐다. 무대 바로 앞에서 이를 보고 있던 선수단도, 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던 관중들도 일어서서 환호했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밝혔다. 그렇게 모든 순서가 끝났다. 객석을 떠나야 하는 관중들에게 오늘 폐회식에 동참했던 아티스트들은 손을 흔들었다. 그 위를 <아리랑>의 음율이 메웠다.

밴드의 아리랑도, 명창의 아리랑도, 편곡된 아리랑도, 피날레의 아리랑도 모두 아리랑이었다. 각각의 아리랑이 다 다른 모습의 아리랑이지만, 그럼에도 전부 아리랑이라는 점에서 똑같았다. 장애도 그저 인간이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하나일 뿐이라는 걸,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패럴림픽 폐회식 무대는 무대 자체로 재확인시켜줬다.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고 흥행으로 마무리된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평등의 메시지를 던졌던 축제는 끝났다. 이제 그 평등을 제도로 그리고 일상으로 실천하기 위한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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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막 내린 평창의 겨울축제, 그 8개의 열쇳말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패럴림픽 폐막, 다시 돌아보는 27일의 여정

88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서 열린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18일 끝났다. 두 대회 모두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림픽 땐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패럴림픽 역시 49개국, 567명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의 성적도 빛났다. 올림픽에선 금메달 5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 등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패럴림픽에선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 총 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둘 다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이다. 그러나 규모나 성적보다 더 돋보였던 것은 감동이었다. 평화·화합·공존의 올림픽 정신이 대회 기간 내내 이어졌다. 평창의 뜨거웠던 겨울축제를 8가지 열쇳말로 풀었다. [평화] 손 맞잡은 남과 북, 극적인 반전 이루다 첫 열쇳말은 '평화'다. 올림픽 개회 40여일 전만 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열쇳말이다. 2017년 12월 초, 미국 UN대사가 북핵 위협을 이유로 미국 선수단 불참 가능성을 흘릴 정도였다. 그러나 2018년 1월 북측의 전격적인 올림픽 참가 의사 표명 이후 평창올림픽은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북측은 선수단만 아니라 예술단과 응원단, 고위급 대표단까지 파견해 '평창=평화' 메시지에 일조했다. 북측은 패럴림픽 때도 24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10년 가까이 끊어졌던 남북교류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북한 응원단은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후 13년 만에 방남했다. 개회식 때 '아리랑'과 함께 단일기(한반도기)를 흔들면서 함께 입장하는 남북 선수들의 모습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여자 아이스하키)도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 남북 화해와 평화를 알리는 빅 이벤트가 펼쳐진 셈이다(관련기사 : '손 뻗으면 닿을 듯'... 남측 답가에 눈물 흘린 북측 응원단). 무엇보다 겉만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올림픽 개회식을 하루 앞두고 열린 환영만찬에서 "제2의 6.15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던 오영철 북측 응원단장의 말은 현실이 됐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예술단의 서울·강릉 공연을 시작으로 북측 응원단 취주악대의 야외 공연이 이어지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분전이 이어지면서 여론의 향방이 바뀌었다(관련기사 : 첫 남북 공동응원전 '환상적 케미' 북 응원단 "우리는 하나, 일본전은 꼭..."). 정치적으로는 더 큰 진전이 이뤄졌다. 남과 북은 4월 말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릴 예정이다. 즉,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을 통해 전쟁설까지 거론됐던 한반도에 평화가 확실히 깃든 셈이다. [특별한 성화] 피겨로 점화, 의족 클라이밍으로 봉송 성화 점화는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회식을 빛낸 가장 멋진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올림픽에선 '피겨 여왕' 김연아가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나섰다(관련기사 : 은반과 함께 등장한 김연아에, 외신 기자들 '열광').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의 스케이팅이 성화대 앞에서 펼쳐졌고 이어 성화대가 활활 타오르자 관중석에선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남북 선수(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박종아·정수현)가 함께 성화봉을 잡고 계단을 올라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기는 장면 또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관련기사 : '남북 공동입장'부터 '존 레논'까지... 평창올림픽 개회식, 평화로 꽉 채웠다). 패럴림픽의 성화 점화 역시 특별했다. 마지막 주자는 두 스킵이었다. 올림픽에서 여러 의미로 파란을 일으킨 여자 컬링 팀의 김은정 스킵과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팀의 서순석 스킵이 함께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올림픽처럼 그들에게 성화를 넘긴 이 역시 특별했다. 장애인아이스하키 팀 주장인 한민수는 남북 노르딕스키 선수(최보규·마유철)로부터 받은 성화를 등 뒤에 꽂았다. 그리고 성화대까지 놓인 언덕을 줄 하나에 의지해 오르기 시작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한민수는 이날 의족을 낀 채 정상에 올라 하얀 거친 입김을 내뿜었다. 관중들은 그의 모습에 감동의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관련기사 : 의족 차고 언덕 등반한 성화 주자 "여러분은 이미 승리자이고 영웅").[수호랑·반다비] 귀여움으로 올림픽·패럴림픽 정복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는 그야말로 '열일'했다.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수호랑은 서쪽을 지켜주는 신령한 동물 '백호'를 본떠서 만든 캐릭터다. 이름은 선수와 참가자·관중을 보호한다는 '수호'의 의미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상징하는 '랑'을 합쳐서 만들었다. SNS를 통해 '혼밥 수호랑'·'수호랑 머리끼임' 등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메달리스트에게만 주어졌던 '어사화 수호랑'을 구하고자 하는 요청도 온라인에서 빗발쳤다(관련기사 : "귀여울려고 작정했네ㅠㅠ" 치명적인 수호랑 영상). 올림픽 땐 수호랑에 비해 인기 없었던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도 패럴림픽 개회 후 인기몰이에 나섰다. 반달가슴곰을 본뜬 반다비는 '반달'을 의미하는 반다와 '대회'를 의미하는 비를 합친 이름이다. 수호랑이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계승했다면 반다비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 마스코트 곰두리를 계승한 것이다. 반다비는 지난 9일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스노보드를 타고 등장한 반다비가 화려한 춤 실력을 선보이면서 '댄스머신'으로 등극했다. 올림픽 기간엔 수호랑에 밀려 다소 판매가 미진했지만 패럴림픽 개회 후엔 올림픽 공식 매장인 '슈퍼 스토어'에 비치했던 머그컵이나 안마봉 등 상당수의 반다비 관련 제품들이 품절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댄스머신' 반다비의 몸짓 "입덕할 것 같아").[영미!] 온 국민이 함께 부른 그 이름, 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여자 컬링 팀의 김영미. 스킵 김은정이 투구 후 애타게 부르던 이름 '영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유명한 이름이 됐다(관련기사 : 평창올림픽은 끝났지만, '안경선배'가 남았다). 영미로 상징되는 여자 컬링팀의 활약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팀원과 감독을 포함한 6명 모두가 김씨여서 대회 초반 외국 기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그들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실력으로 온 국민을 행복에 빠뜨렸다. 주전 선수들이 경북 의성에 살던 영미, 영미 친구(김은정), 영미 동생(김경애), 영미 동생 친구(김선영)으로 구성된 기막힌 사연도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팀 킴'의 열풍은 패럴림픽까지 이어졌다. 휠체어컬링 경기마다 관중들이 가득 찼고, 곳곳에서 "영미!"라는 환호성도 나왔다. 이런 열기에 휠체어컬링 팀 스킵 서순석은 "가슴이 뜨거워졌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휠체어컬링 팀은 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최종 4위라는 호성적을 냈다(관련기사 : 두 '마술사'의 눈물, 오벤저스 덕분에 행복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준 이름이 조금 옛날 이름이라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던 김영미는 대회가 끝난 후 "관중 분들이 제 이름도 많이 불러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전국 방방곡곡의 '영미'들에게도 그가 큰 힘이 됐으리라(관련기사 : 김영미-김은정, '팀 킴'의 두 언니는 개명을 생각했었다 ).[사상 최초] 평창에서 쓴 새 역사들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은 '사상 최초'란 수식어를 대한민국에 안겨줬다. 한국은 지금까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3개 종목에서만 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땐 달랐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네 차례의 주행 중 트랙 신기록을 세 번이나 작성하면서 '퍼펙트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이자 썰매 종목의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으로 이뤄진 봅슬레이 4인승 팀도 아시아 선수로는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최초의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획득했다. 0.01초까지 같은 기록을 낸 니코 발터(독일) 팀과의 공동 은메달이었다. 이 역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초의 메달이다(관련기사 : 스켈레톤 무서워 울던 아이, 올림픽 금메달 거머쥐다).썰매의 쾌거는 설상에서도 이어졌다. '배추보이' 이상호는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는 한국 스키 58년 만에 거둔 사상 첫 메달이었다. 패럴림픽에서도 한국의 도전은 이어졌다. 노르딕 스키(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 전 종목에 출전한 신의현 선수가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7.5km 좌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패럴림픽 첫 금메달이자, 비장애·장애를 통틀어 노르딕 스키 부문에서 처음 거둔 메달이었다(관련기사 : 엄마 앞에서 무너졌던 신의현 "약속 지킨 것 같아 울컥했다").[우정] 고다이라와 이상화, 남과 북의 특별한 응원 이상화 선수가 출발선에 들어서자, 고다이라 선수는 검지를 입술 위로 가져갔다. 직전에 자신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에 이름을 올린 뒤 관중석의 환호가 계속되자, 이상화의 출발을 위해 정숙을 부탁한 것이다. '탕' 소리와 함께 이상화는 출발했고, 결과는 고다이라에 밀린 2위였다. 이전 두 올림픽(밴쿠버·소치)에서 금메달을 걸었던 이상화, 그때는 메달권에서 전혀 이름을 볼 수 없었던 고다이라여서 어찌 보면 악연일 수도 있지만 이상화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가장 먼저 고다이라에게 다가갔다. 고다이라가 가장 먼저 간 곳도 이상화가 있는 곳이었다. 두 선수는 서로를 껴안았고 "존경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이상화와 고다이라의 포옹, 감동적인 귓속말).두 사람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한국과 일본 선수의 우정에 "일본에 지면 현해탄에 뛰어들어라" 식의 기존 한일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에 고다이라의 대기만성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국 국민들조차 큰 박수를 보냈다(관련기사 : "이상화 존경한다"... 고다이라 나오가 쓴 '금메달 드라마' ). 남북 선수들의 우정 또한 감동을 자아냈다. 정치 논리로 인해 시작부터 필요 이상의 시선에 시달려야 했던 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경기 중 보여준 투혼과 헤어지던 날 쏟아낸 눈물로 모든 논란을 불식시켰다(관련기사 : 울음바다가 된 단일팀의 마지막 날 "우리 꼭 다시 만나"). 올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경기에서 북측 코치들이 홀로 꼴찌로 달리는 남측 김은호 선수를 "한둘, 한둘" 소리내며 응원한 모습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이는 패럴림픽까지 이어졌다.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경기의 남측 이정민 선수는 꼴찌로 들어오는 북측 김정현 선수를 결승선에서 기다리다가 격려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정현아! 정현아!" 결승선 뒤편, 남북 선수 함께 있었다).[갈등] 옥의 티는 있었다 아름다운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림픽에 걸맞지 않는 '왕따 논란'이 일었다.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였다. 마지막 선수의 기록으로 성적을 결정하는 팀 추월 경기였지만 김보름·박지우 선수가 크게 뒤처진 노선영 선수를 내버려둔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김보름 선수가 경기 후 오히려 노 선수를 탓하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가 하루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지만 노 선수가 직접 이를 반박하면서 진실게임 공방으로 흘렀다. 빙상계의 파벌문제까지 다시 거론되고 김 선수 등의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김보름 선수는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였다(관련기사 : 눈물 쏟은 김보름 "노선영 못 챙긴 잘못 크다").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한 체육회 관계자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막말 등 '갑질'을 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예약석을 무단으로 차지한 이 회장을 비롯한 체육회 관계자들이 자리를 옮겨달라는 자원봉사자의 요청에 "우린 개최국이야. 머리를 좀 써라"고 막말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회장이 직접 자원봉사자를 만나 사과했다. 자원봉사자의 열악한 처우도 논란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 SNS 페이지를 통해 불편한 숙소와 교통 문제 등이 제기됐고, 실제로 자원봉사자들이 개회식 직전 보이콧을 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 2000명 이탈설'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직위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흠'이 난 상태였다. 지난 16일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성명서를 통해, 올림픽 기간 중 전문인력 자원봉사자들이 여성 자원봉사자를 강제추행하고 폭언을 퍼붓거나 술을 강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가족] 눈물과 웃음, 그들이 있어 가능했다 감동을 자아냈던 선수들 곁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 선수는 "엄마 나 금메달 땄어. 이제 가족여행 가자"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올림픽을 1~2주 앞두고 엄마가 제게 손편지를 써줬는데 그 편지를 선수촌에 가져왔다. 경기 전날이나 힘들 때 읽으면서 위로받았다"고도 밝혔다. 최 선수가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놓쳤던 뒤의 일이라 더욱 와 닿는 말이었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 선수는 앞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 어머니를 만나 위로 받았다. 기자들 앞에선 멋쩍은 웃음으로 실망감을 감췄던 그는 어머니를 만나선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 이회갑씨는 그런 그를 "잘했어. 우리 아들 최고여"라고 감쌌다. 신 선수는 금메달 획득 후 "어머니를 웃게 해드려 기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메달 없어도 괜찮아, 아들!" 국가대표 신의현-이정민의 엄마).절절한 사부곡·사모곡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 이후 한국 피겨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던 최다빈 선수는 경기 후 "(하늘에 있는) 엄마가 항상 응원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최 선수의 어머니는 지난해 6월 암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최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당당히 딛고 일어나 올림픽 무대를 빛냈다. 그는 "국내 1차 선발전에 나가기도 무서웠지만 올림픽은 내 꿈이자 엄마의 꿈이었다. 그래서 선발전에 나섰다"며 "엄마가 곁에 계셨다면 꼭 안아주셨을 것 같다"고 했다. 패럴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팀의 '에이스' 정승환 선수는 고인이 된 아버지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는 경기 후 "금메달은 아니지만 동메달 땄습니다. 아버지!"라면서 "조금 늦었지만 아버지께 꼭 메달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선수와 관중 함께 울었다 "내 인생 최고의 애국가").

[오마이포토] 패럴림픽 성화, "운명 바꾸는" 도살풀이와 함께 사라져

'중요무형문화제 제79호 김숙자류 도살풀이 춤' 전수조교인 양길순씨가 18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 '성화소화' 공연에서 도살풀이 춤을 선보였다.도살풀이는 살을 푸는 민속무용으로 경기도당굿의 영향을 받은 살풀이춤을 말한다. 어정거리며 무게감 있게 걷는 춤사위가 특징이다. 양씨의 공연과 함께 패럴림픽 성화가 꺼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이 춤을 소개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눈시울 붉어진 도종환, 그는 왜 '아재 개그' 던졌나). 도 장관은 "폐회식 여러 공연 중 도당살풀이, 줄여서 도살풀이라는 춤 공연이 있다. 살이라는 건 우리가 사는 동안 부딪히는 나쁜 기운을 말한다"라며 "그 살 중엔 '곡각살'이란 게 있다. 뼈가 부러지고 팔다리를 잃는 흉살인데 그 운명을 좋은 운명으로 바꿔달라고 기원하는 춤이 도살풀이다"라고 말했다.이어 도 장관은 "여러분은 스포츠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251만 명 장애를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1000만 명 장애인 가족에게 희망을 줬다"라고 강조했다.또 도 장관은 "올림픽을 통해 이 땅에 평화가 실현되면서 국가의 운명을 바꿨고 치유의 패럴림픽을 통해 새로운 운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라며 "그래서 여러분께 감사하다. 국가는 이걸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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