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결승전, 서로 격려하는 '팀 킴' 25일 오전 스웨덴과 힘겨운 결승전을 치른 여자 컬링 선수들이 서로를 감싸주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한국팀은 3대 8로 져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5일 오전 스웨덴과 힘겨운 결승전을 치른 여자 컬링 선수들이 서로를 감싸주고 있다. ⓒ 이희훈


"국가대표가 됐는데 저희를 더 힘들게 하는 분들이 많더라."

여자 컬링 대표 '팀 킴'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뒤 열린 기자회견이었지만 감독 및 선수들은 기쁨을 표현하는 것과 함께 한국 컬링 전반에 대한 충고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스킵 김은정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스웨덴과의 결승전을 치른 뒤 기자회견에서 "열심히 해서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한 만큼 (이후 행보가) 순탄치 않았다"라며 "(올림픽 출전 확정 후) 꽃길만 걸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왜 더 힘들어졌지'라고 생각했었다"라고 털어놨다.

김민정 감독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들이 많았다"라며 "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면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스포츠의 최고 가치는 공정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선수들과 지도자가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라며 "그 부분을 고쳐나가며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지적했다.

"평창 준비했듯 베이징도"

은메달 목에 건 여자 컬링 선수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 은메달 목에 건 여자 컬링 선수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 이희훈


여자 컬링팀뿐만 아니라 컬링 대표팀 전체는 올림픽 개막이 임박해서도 경기가 치러질 강릉컬링센터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들이 올림픽 전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할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 열흘 남짓뿐. 홈 경기장임에도 그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베이스캠프도 의성훈련원에 차릴 수밖에 없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의 내분이 구조적 원인이었다. 대한체육회에 의해 관리단체로 지정된 컬링연맹은 행정 공백을 피할 수 없었고, 선수들은 훈련장마저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맞이해야 했다(관련기사 : 열악한 얼음판 위에서도 '웃음꽃' 피는가).

김은정은 "선수들이 마음 놓고 컬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며 "어쨌든 문제가 생기면 선수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도 선수들이고, 경기장에 들어서서 해내야 하는 것도 결국 선수들이다"라며 "컬링이 인기가 많아지고 관심이 많아져서 지켜보는 분들이 많아지면 안 좋은 일들이 안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남녀 컬링팀 선수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권우성


김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 대표팀으로 선발되고 나서 과정들이 힘들다 보니 '이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한 번뿐인 기회일 수도 있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김 감독은 "현재 시스템은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기까지 누구의 노력이 있었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어떤 가치를 갖고 도전했는지, 그리고 꿈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보내왔는지 관심 깊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그럼 한국 컬링이 나아갈 방향도 볼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 감독은 "한국이 컬링을 시작한 게 90년대 중반이고 관심을 받은 건 2014년부터다. 그때까지 몇 십 년 동안 힘들게 훈련해왔다"라며 "꼭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며 조금 더 방향성 있게, 미래를 볼 수 있는 컬링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여자 컬링팀 김은정 선수가 투구 하고 있다. ⓒ 권우성


눈물을 닦아낸 김 감독은 "그래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열심히 해줬다"라며 "팀원들과 저희를 이끌어준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이들 말씀해 주시듯 저희가 새 역사를 썼다"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진 못했지만 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늘 도전자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은정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목표를 갖고 특별한 일을 꿈꾸기 보다는 여태까지 저희가 했던 대로 컬링 훈련을 할 것이다"라며 "아마 다음 올림픽 때까지도 평창올림픽을 바라본 것처럼 도전을 이어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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