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렴대옥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렴대옥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기대에 보답하갔슴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남녀) 종목에 출전하는 북측 김주식-렴대옥 조가 8일 강릉선수촌에서 밝힌 각오다. 북측 선수단 입촌식이 있던 이날 오후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와 마주친 두 선수는 "각오 한 마디"를 부탁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말 외엔 발언을 자제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밝은 표정을 내보였지만, 말은 아끼는 모양새였다. 특히 렴대옥보다 7살 더 많은 김주식은 기자가 렴대옥에게 던진 질문에도 대신 답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북측 피겨 렴대옥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북측 피겨 렴대옥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 이희훈


- 경기, 자신 있으신가요.
김주식·렴대옥 "..."

-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렴대옥 "우리..."
김주식 "기대에 보답하갔슴다."

- 렴대옥 선수는 어떠신가요.
렴대옥 "피겨 선수..."
김주식 "뭐, 쌍선수(페어)인데 다 마음이 같지 뭐(웃음). 그렇게 합시다. 고맙습니다."

두 선수는 오는 14일 오전에 치러지는 페어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선수를 지도한 김현선 코치는 보다 앞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서로 응원을 잘 해주시라요"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시나"라는 질문에 "경기는 결과가 중요한 거니까 먼저 말하지 않갔슴다"라고 강조했다.

"북측 처음 만난다" 말 걸자 "아, 네, 네, 어디 기자요?"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 이희훈


 피터 올레닉 남측 국가대표 프리스타일스키 코치와 김련향 북측 알파인스키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기념 배지를 교환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피터 올레닉 남측 국가대표 프리스타일스키 코치와 김련향 북측 알파인스키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기념 배지를 교환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선수촌의 이목은 입촌식을 치른 북측 선수단에 쏠렸다. 렴대옥은 입촌식 도중 인공기가 게양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만난 북측 선수단은 이전보다 긴장이 풀린 분위기였다. 김 코치는 "오늘 입촌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라는 질문에 "기분이 좋습네다"라고 답하며 미소를 보였다. 알파인 스키팀 임원진으로 보이는 김태용씨는 적극적이진 않지만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했고, 기자의 소속 언론사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앞서 남북 스키팀은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 올림픽 하루 남았는데 실감이 좀 나시나.
"아이 뭐, 훈련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 남측 선수들과 마주하신 적 있습니까.
"네, 선수들 훈련 같이 했으니까."

- 선수들 기분은 어떻습니까.
"선수들 모두 기분 좋습네다."

- 북쪽에 비해 평창 날씨는 어떤가요.
"우리 마식령 스키장하고 비슷합네다."

- 이번에 북측 선생님을 처음 만납니다.
"아, 네, 네, 어디 기자요?"

- <오마이뉴스>입니다.
"아, <오마이뉴스>."

- 들어보셨나요.
"아, 네, 네, 많이 들어봤어요."

김씨는 다소 엉성한 한국어 발음의 외신 기자의 질문에도 짧지만 적극 대답했다.

- (대한민국) 자연이 조선과 비슷합니까.
"네, 비슷합네다. 우리 마식령과 비슷합네다."

- (대한민국) 음식이 조선 전통음식과 비슷합니까.
"네, 비슷합네다."

- 여기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좀 어려운 것이 있나요.
"없어요."

- 언어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까.
"네, 네."

대한민국 선수 "북측 선수도 그냥 같은 선수"

 북측 선수와 대표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피터 올레닉 남측 국가대표 프리스타일스키 코치와 김련향 북측 알파인스키 선수가기념 배지를 교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측 선수와 대표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피터 올레닉 남측 국가대표 프리스타일스키 코치와 김련향 북측 알파인스키 선수가기념 배지를 교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스위스 선수들이 올림픽 오륜 조형물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스위스 선수들이 올림픽 오륜 조형물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김씨를 직접 인터뷰 한 러시아의 다리아 고즈노바(30) 기자는 "북한 선수들을 주로 취재하고 있다"라며 "연세대에서 1년 공부했다. (북측) 언어가 좀 다르다. 알아듣는 게 더 어렵다"라고 말했다. "북측 선수단이 참여하면서 평화 올림픽이 될 거라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엔 "러시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다"라며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승희 선수는 "오늘 (북측 선수단) 입촌식은 못봤지만 식당에서 자주 만난다"라며 "스피드 스케이팅엔 북측 선수들이 없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식당에서 보면 (북측 선수단의) 표정이 밝고 좋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북측 선수단의 참여로) 평창올림픽이 충분히 잘 마무리될 것 같다"라며 "사실 선수들은 (정치적인 관계 등) 그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안 쓴다. 그냥 (북측 선수도) 같은 선수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스위스 선수들이 올림픽 오륜 조형물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스위스 선수들이 올림픽 오륜 조형물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남북 단일팀과 경기를 치르는 스위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라 벤츠 선수는 "우리는 어떤 환경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경기에 집중할 것이고 결국 마지막엔 경기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강릉선수촌 선수식당 직원들은 북측 선수단을 자주 접하는 이들 중 하나다. 북측 일부 선수들은 이날 입촌한 선수단보다 먼저 강릉선수촌에 들어와 숙식을 해결했다.

강릉선수촌 선수식당의 양의용 총괄 쉐프는 "특히 기억에 남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뭐니뭐니해도 대한민국과 이번에 오랜만에 뵙는 북측 선수단이다"라며 "예전에 북측 축구단이 왔을 때 두 번 정도 식당을 운영한 적 있는데, 이번에도 북측 선수단이 가장 많이 신경 쓰이고 기억에도 남는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북측 선수단이) 김치, 장아찌 류, 그리고 갈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신다"라며 "비빔밥 코너에 시원하게 드시라고 콩나물국을 제공하고 있는데 (북측 선수단이) 너무 맛있다고 말하더라. 우리나라의 소박한 음식을 잘 준비했을 때 피드백이 많이 오고 만족도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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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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