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의 대표 효자종목이자 가장 인기 있는 경기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래 쇼트트랙 종목에서 메달 획득이 전체의 2/3가량 될 정도로, 우리는 유독 쇼트트랙에 강하다. 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금메달 밭이자 후보다. 김선태 총감독은 "평창에서 최소 3개 이상 금메달을 따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강점과 성적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강점과 성적 ⓒ 고정미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의 강점과 성적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의 강점과 성적 ⓒ 고정미


원투펀치 여자 쇼트트랙-부활 노리는 남자 쇼트트랙

한국 쇼트트랙은 변함없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원투펀치'로 불리는 심석희(21·한국체대)와 최민정(20·성남시청)이 있다.

심석희는 소치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한국 여자대표팀을 책임져온 기둥이다. 소치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던 그는 이후 한동안 슬럼프와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평창을 앞둔 지난 시즌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노련한 레이스와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상대를 추월하는 장면은 '사이다'를 들이키는 것처럼 시원하다.

최민정은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올 라운드 플레이어'이다. 그동안 한국 여자 선수들은 500m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민정이 그런 편견을 깼다. 1000m와 1500m 뿐만 아니라 500m도 최민정은 꾸준히 도전에 나섰고, 매 시즌 월드컵마다 500m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은 꼭 따왔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전관왕에 올랐으며, 2015-2016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의 강점과 성적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의 강점과 성적 ⓒ 고정미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의 강점과 성적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의 강점과 성적 ⓒ 고정미


남자 쇼트트랙의 키워드는 '부활'과 '설욕'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선수들은 12년만에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소치 이후에 부활의 조짐과 침체기를 반복했던 남자 쇼트트랙은 올 시즌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그 중심에는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이 있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신예임에도, 레이스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센스있는 플레이가 탁월하다. 또한 모든 종목이 뛰어난 올라운더 성격을 지닌 선수들이라 더욱 기대된다.

1차 월드컵에서 임효준은 2관왕에 올랐고, 황대헌은 2,3차 월드컵에서 1500m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1차 월드컵에서 두 선수가 나란히 1, 2위로 들어오며 멀리 손가락을 가르키며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은 평창을 앞두고 남자 선수들이 완벽히 달라졌다는 일종의 신호탄과 같았다.
 

평창 선전 다짐하는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예진, 이유빈, 서이라, 임효준, 곽윤기. (뒷줄 왼쪽부터) 김도겸, 김아랑, 최민정, 황대현, 심석희.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쇼트트랙의 꽃 '계주', 승부처는 3, 4번 주자

쇼트트랙에서 하이라이트 종목을 꼽자면 당연히 남녀 계주일 것이다. 한 팀당 4명의 선수씩 경기에 투입돼 한 경기당 4팀씩 경기장을 도는데, 남자는 45바퀴, 여자는 27바퀴를 도는 대장정이다. 터치구간에서 아찔한 순위변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링크장을 돌기 때문에 변수가 상당히 많은 종목이다.

한국은 올림픽 여자계주에서 유독 강했다.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이후부터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한국은 6번의 올림픽에서 5번을 우승했다. 금메달을 놓쳤던 2010 밴쿠버에서는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세계신기록으로 1위로 들어왔음에도 메달을 빼앗긴 아픔이 있다.

매 대회 때마다 한국 여자계주에는 키플레이어가 있었다. 계주경기에서는 1번부터 4번주자까지 각기 다른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이 가운데 3, 4번 주자가 순위변동을 일으켜 경기를 뒤집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타트를 맡는 1번 주자나 마지막 2바퀴를 책임지는 2번 주자는 상대적으로 체력안배를 잘해야만 한다. 한국 여자 계주의 키 플레이어는 주로 3,4번 선수들이 많이 책임졌다. 평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전망이다.


코너 도는 쇼트트랙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코너 도는 쇼트트랙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권우성


여자계주의 경우 중국과 2파전 양상이 뚜렷한데 특히 중국의 마지막 주자인 판커신은 순간 스피드가 상당히 뛰어나 최민정을 번번이 위협했다. 따라서 3,4번 주자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 역할을 해줄 선수로는 소치에서 심석희와 금메달을 합작했던 김아랑(23·한국체대)과 김예진(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이 될 전망이다. 김아랑은 올 시즌 월드컵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올림픽 유경험자라는 강점이 있다. 김예진은 단거리에 능하고, 이유빈은 차분한 레이스 운영이 돋보인다.

남자계주는 실수 없는 레이스가 필요하다. 모든 국가의 기량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에 한 번 넘어지거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면 다시 회복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올 시즌 한국 남자선수들은 1,2차 대회에서 넘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3차 은메달, 4차 금메달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다.

주로 1번 주자는 체격조건이 뛰어나고 파워가 좋은 김도겸(25·스포츠토토), 2번은 임효준, 3번은 베테랑 곽윤기(29·고양시청), 4번은 황대헌과 서이라(26·화성시청)가 번갈아가며 탔다. 특히 곽윤기는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인코스로 상대를 추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경험이 많은 게 장점이다.

금메달을 땄던 지난 4차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은 이 순서대로 경기를 진행했는데 네 선수의 호흡이 상당히 매끄러웠다. 곽윤기를 비롯해 서이라도 인코스로 여러 번 추월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올림픽에서도 이들의 영향을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 남자팀은 2006년 토리노 이후 12년만에 계주 금메달을 목표하고 있다.

 이젠 '절대 강자'는 없다 남자 쇼트트랙

이젠 '절대 강자'는 없다 남자 쇼트트랙 ⓒ 고정미


상향평준화 된 쇼트트랙, 과거와는 다르다


올림픽이 열릴 때만 쇼트트랙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이 왜 과거에 비해 쇼트트랙에서 강하지 않은 건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현재 세계 쇼트트랙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실력이 모두 '상향 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쇼트트랙은 한국, 캐나다, 중국 등 소수의 몇 개 국가가 주도권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한국 지도자들이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치진들이 한데 모여 있는 히트박스에서 서로 다른 국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지도자들이 여러 명 보이는 것은 이제는 예사스러운 일이 됐다. 특히 남자 쇼트트랙이 그렇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러시아, 네덜란드, 헝가리, 카자흐스탄, 이스라엘 등 이전에는 준준결승에서조차 보기 힘들었던 국가들이 결승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그리하여 남자 쇼트트랙은 전통 강국인 한국과 단거리가 우세한 중국, '베테랑' 찰스 해믈린 등을 앞세운 캐나다, 간판 싱키 크네흐트가 있는 네덜란드, 리우 형제들이 돋보이는 헝가리 등 6개국 이상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그리고 이들의 경쟁은 계주에서 가장 치열하다.

여자 쇼트트랙 역시 마찬가지다. 심석희와 최민정을 앞세운 한국은 언제나 '천하무적'이지만, 전통 라이벌인 중국과 캐나다에 이어 네덜란드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또한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영국 사상 최초로 쇼트트랙 챔피언에 오른 엘리스 크리스티 등도 있다.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여자: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이유빈, 김예진 (앞 선수 3명 개인전 출전)
남자: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김도겸, 곽윤기 (앞 선수 3명 개인전 출전)

* 쇼트트랙 종목 (금메달 8개)
남자: 500m, 1000m, 1500m, 5000m 계주
여자: 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직전 동계올림픽 성적: 여자 1000m 박승희 금메달 - 심석희 동메달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박승희, 심석희, 조해리, 김아랑, 공상정)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심석희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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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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