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11월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곽우신


인민군 하전사, 개성 로씨 로기수의 친형 '로기진'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동생이 '미제 딴스'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고, 걱정도 되어서 거칠게 말려 보지만, 끝내는 그 꿈을 응원하며 각오 높게 춤추라고 당부한다.

공동경비구역에서 복무하는 오경필 상등병 역시 비슷한 인물이다. 이 경험 많고 유능한 전사는 잘 표현할 줄 모르지만, 남한 동무들과 함께 몰래 보내던 시간이 참 좋았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비극으로 끝나버린 만남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동무들을 위해 애썼다. 본인이 하지 않은 많은 것을 자신이 했다고 굳이 뒤집어썼다. 김수혁 상병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대학로에서 그려지는 인민군의 모습은 대체로 이렇다. 투박한 말투에 자기표현도 서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는 사람. 매번 소리 지르고, 화내며, 자기 고집 때문에 남의 말도 잘 안 듣는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마다 본인이 총대를 메고 기꺼이 손을 내민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이창섭 상위 동지도 마찬가지이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수용소로 향하던 포로이송선에서 폭동을 일으킨 그는 다른 인민군 동지들과 함께 남한 군인을 역으로 붙잡는다. 하지만 배는 풍랑을 만나 무인도에 표착하고, 배를 고칠 때까지 꼼짝없이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배를 고쳐야 하고, 그때까지 무인도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거친 상위 동지이지만, 어느새 남한 동무들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그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지난 9월 26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배우 윤석원과 함께 이창섭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배우 홍우진은 이번 시즌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첫 합류이다. 하지만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이미 <로기수>의 로기진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경필을 훌륭하게 소화한 그이기에, 또 한 번의 '인민군' 역할을 맡는 데 관객의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를 배신치 않고 착실하게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 지난 11월 9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대학로 인민군 마스터' 홍우진을 만났다.

좋은 사람과의 인연으로 시작한 작품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홍우진에게 '여신님'은? "여자친구요."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건 카톡으로 항상 해서요. (웃음)" ⓒ 곽우신


"연극 <사이레니아> 할 때 김경육 작곡가랑 작업하면서 너무 즐거웠거든요. 정말 좋았고, 작업도 함께 잘했는데, 김경육 작곡가가 박소영 연출의 남편이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와이프니까 자연스럽게 박소영 연출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경육이가 '형, 소영이가 형이랑 같이 하고 싶다는데?'라고 해서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같이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거 연습할 때도 팀워크가 진짜 좋았어요. 그런 좋은 기억이 있는 상황에서 소영이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함께 하자고 하니까, '그래, 너가 하자면야 나는 뭐...'하고 들어온 거죠(웃음)."

홍우진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합류한 건,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연습을 할 때든, 작품을 할 때든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팀 케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 창작진에 대한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합류를 결정한 작품이었고, 그렇게 꾸려진 출연진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연습 때부터 행복 에너지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팀워크가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홍우진 배우 출연 공연 사진 및 프로필 이미지

▲ 서로의 연기 '케미스트리' "저희끼리는 다 좋다고 하죠. (웃음) 저희들끼리 연습실에서 부르는 건 있어요. 저 말고 창섭이 맡은 (윤)석원이는 괴물. '연기 괴~물~' 저한테는 귀신! '연기 귀신~' 그런 게 애들마다 하나씩 다 있어요. '악동! 연기 악~동!', '기계! 연기 기~계!' (웃음)" ⓒ 스토리피

"일단 팀워크가 장난이 아니에요, 팀워크가. 모든 작품이 다들 서로 '팀워크 좋다, 팀워크 좋다' 그런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그 중 거의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다들 너무 서로 잘 위해주고, 그게 무대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실수를 하더라도 잘 받아주고, 잘 넘어가고. 꼰대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좀 그랬을 텐데, 일단 (김)신의 형, 제일 큰 형이 너무 웃겨요. 아, 진짜 웃긴 사람이에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뭐 하자 맨~', '헤이 맨~', '이겨내야지 맨~' (웃음) 별명이 진두신의에요. 진두지휘한다고. 항상 '야, 오늘은 내가 진두지휘한다. 맨~' (웃음) 제일 큰 형이 이렇게 웃겨주니까 저도 마음대로 편하게 막 웃길 수가 있어요. 동생들도 마음 편하게 쭉쭉 가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연습하는 기간부터 행복했어요. 큰 행운이죠. 연습실 가는 게 되게 즐거웠거든요. '빨리 애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연습이 일찍 끝나면 오후 7~8시, 늦게 끝나면 10시 그랬는데 집에 그냥 간 날이 거의 없어요. 다 같이 끝나고 나와서도 서로 '가냐?', '가냐?' 이러다가 결국 아무도 안 가요. 그대로 치킨 먹으러 가기도 하고…. 술 먹는 애들은 맥주 사 가지고, 안 먹는 애들은 음료수 사서 30분이라도 수다 떨고 가고 그랬어요.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아직까지 계속 연락하는 팀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오랜만에 그런 작품을 만났어요. 스태프와 배우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그런 의미의 '인생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배역을 떠나서요. 그런 의미에서 <여보셔> 육연 때도 그냥 이대로 계속 가자는 얘기하고 있어요. (웃음) 그때까지밖에 못할 거 같아요, 만약에 하면! 너무 힘들어가지고. 더 나이 먹기 전에 딱 한 번만 더."

물론, 기본적으로 작품이 좋지 않았다면 이런 분위기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이번 2017~2018 공연이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일 만큼 관객에게 사랑받는 인기 대학로 레퍼토리 극이다. 본공연에 오르기도 힘들고, 한 번 오르더라도 이후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창작극이 많은 게 대학로의 현실이다. 관객 성원에 힘입어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곧, 관객을 매료시킬 만한 포인트가 있는, 관객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한정석 작가가 일단 잘 썼죠. 영화 <웰컴 투 동막골>도 있었고…. 남과 북의 군인이 함께 화합한다는 게 사실 별 거 아닌, 좀 뻔한 소재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심금을 울릴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좋은 가사들과 좋은 대사들을 쓴 것 같아요. 런(Run) 돌면서 배우들 엄청 많이 울었어요. 카톡방에 동영상도 있어요. (웃음) 다 같이 이별할 때 '이거 왜 이렇게 슬퍼'하면서 울고….

노래도 너무 잘 썼죠. 연습 때는 별명이 '소름맨~'들이었어요. 노래만 부르면 다들 '와, 소름, 소오름' 그랬어요. (이)선영이가 진짜 노래를 잘 써가지고…. 들으면 들을수록 부르면 부를수록 어떻게 노래들을 변형했는지,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었는지, 리프라이즈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게 되면서 소름 돋는 것도 있었죠. 사실 작품들 중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곡을 쓴 것도 있고, 그냥 뮤지컬에는 리프라이즈 있어야 하니까 리프라이즈 넣기도 하고, 작품 형식에 맞지 않게끔 글을 쓴다든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정석이랑 선영이 둘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엄청나요. 연습 내내 배우들도 이 작품 하면서 되게 행복해했어요."

인물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한 고민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제일 좋아하는 장면 “저는 '꽃봉오리' 부를 때가 제일 슬퍼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고요. 장면 연습하며 노래 하다가 너무 울어가지고 못한 적도 있어요. 저희도 꽃 들고 울먹울먹거리면서 하고…. 저는 그 장면이 제일 ‘간질간질’해요. 그 다음 ‘돌아갈 곳이 있어’를 부를 때 한 명씩 부르다가 마지막에 부산으로 가자고 주하한테 말하면서 다 같이 부르잖아요. 그 다음부터. 그때부터 펑펑 부를 때마다 좀 소름돋기도 해요. (웃음)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잘 썼지?” ⓒ 곽우신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제일 힘든 장면 "‘원, 투, 쓰리, 포’요. 연습할 때는 그 앞에 훨싼 힘든 장면들이 많았는데, 정작 공연 들어가니까 거기가 제일 힘든 거예요. 숨이 너무 차가지고. 제가 발목이 양쪽 다 조금 안 좋거든요. 막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는데 끝나고 돌아보면…. (웃음) 사뿐사뿐 밟는 스텝이 의외로 진짜 힘들어요. 그거 끝나고 뒤로 들어가면 저는 숨을 ‘하아~’하고. (웃음)" ⓒ 곽우신


그렇게 들어온 작품이고, 이전까지 해왔던 작업들과 분명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성격이 비슷할지언정, 이창섭은 로기진도, 오경필도 아니다. 엄연히 다른 작품의 다른 인물이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똑같은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일, 홍우진의 선택은 말투를 바꾸는 거였다. 이전까지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이창섭을 맡았던 배우들은 모두 평안도 사투리를 기본으로 대사를 뱉었다. 홍우진 역시 다른 작품에서 평안도 사투리를 썼기에, 평안도 화법을 구사하는 게 익숙할 터였지만 일부러 다른 지역의 말투를 쓰는 인물을 표현하기로 했다.

"<로기수>나 <공동경비구역 JSA> 때는 평안도 말을 했죠. 그 전 창섭이들도 다 평안도 말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연출께서도 좀 말을 하셨고, 북한말 가르쳐주는 선생님께 말을 좀 다르게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함경도 말투로 바꾼 거예요. 억양이나 어미가 <로기수>나 <공동경비구역 JSA> 때와는 좀 달라요. 사실 아시는 분들이 들으면 억양도 많이 다르고 해가지고, 좀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웃음)"

약간의 겸양을 표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자신감도 느껴졌다. 홍우진의 이창섭만이 가진 특장점 중 하나도 특유의 대사 소화력이다. 홍우진은 자연스러운 북한말 구사를 위해서 이전부터 꾸준히 노력해온 사람이었고, 그 노력에 상응하는 성취를 이뤘다. 반쯤 우스갯소리로 북한어 선생님이 '넌 배울 거 없으니까 그만 와라'라고 한다고 할 정도라니까. 여기에 덧붙여, 선생님께 배운 건 단순히 말투만이 아니었다.

"제 북한어 선생님이 북한 군인 출신이세요. 선생님께서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군인이 됐고, 참전하게 됐는지를 얘기해주셨어요. 6.25 때 북한의 1차 침략과 2차 침략이 있었는데, 1차 침략 때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 '상위' 계급을 줬대요. 산 사람들은 무조건 계급을 줘서 또 다음 전쟁에 내보내고 그랬대요. <로기수> 때 로기진은 앞서 싸우고, 싸움도 잘하는 캐릭터이지만 창섭이는 아니거든요. 창섭이는 잘 싸워서 진급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계급을 받은 거죠. 이념이니 뭐니, 잘 싸우고 멋있는 상위 동지라기보다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총 등장하는 군인은 6명이나 된다. 북한군 4명에 국군 2명 각자가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풀어놓다 보니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비춰줄 만한 여유가 많지 않다. 여섯 캐릭터가 모두 매력적이고 독특한 인물임에도, 그들의 전사나 사연이 다 드러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법도 하다. 이창섭도 그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병사를 위해 장단을 맞춰준다.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국군 포로들도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한다. 그런 성격이, 자연인 홍우진과도 맞닿는 면이 있었다.

"제 평소랑 비슷해요. 비슷한 면이 있어요. 아니, 많이 비슷한 거 같아요. 약간 '츤데레' 같은? 애들한테 뭔가 사주는 걸 좋아하면서도 좀 부끄러워하거든요. 잘 베풀기는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 자체가 스스로 어색해서, 사 가지고 와서 딴짓하기도 하고…. (웃음) 창섭이도 본인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힘이 있으면서도 또 정은 있는 인물이잖아요. 아마 저도, 그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곤 생각해요. 그 덕에 더 편하게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았나 싶고요.

아, '돌아갈 곳이 있어' 노래 있잖아요. 그 노래를 처음에 (조)동현이가 먼저 솔로를 부르고, 창섭이 따라서 부르는데. 연습 때 음악감독도 얘기하고, 작곡가도 얘기하고, 연출도 얘기하고…. '노래 시작부터 너무 미안해하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북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음을 노래로 표현해야 하니까 시작부터 미안해하지 마라, 너처럼 하지 마라'고요. 제가 원래 괴롭혀놓고 되게 미안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게 좀 반영된 것 같아요. 그냥 제 성격 같아서는, 그렇게 질러 놓고도 창섭이에게 정말 친동생 같은 동현이고, 이미 다 정들어버린 동생들이잖아요. 그런 동생들한테 그런 모습을 보인 게 미안하죠. 그 어머니랑 얘기할 때 그 말 하잖아요. '나는 내가 싫소'라고. (류)순호가 여신님이랑 여기 남겠다고 할 때, 화를 내다가도 멈추는 이유가 '나는 내가 싫소'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잖아요. 미안함과 자괴감이 들어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관객에 대한 감사함으로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이창섭은 무사히 북으로 돌아갔을까? "공연이 끝났을 때 상상해본 적은 있죠. <로기수>를 예로 들면 ‘로기수는 로기진이 죽고 나서 어떻게 살았을까’라든가, <공동경비구역 JSA>는 ‘오경필이 이제 북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았을까’ 같은 생각들이요. 그런데 공연이 매일 있잖아요. 공연은 그런 생각들 앞의 상황이고요. 그 이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게 되면, 정작 공연할 때, 연기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 안 해요." ⓒ 곽우신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작품은 달라도, 비슷한 성격의 인민군 캐릭터가 반복해서 무대 위로 올라오는 걸 분명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마치 여러 작품에 유사하게 표현되는 여성 캐릭터라든가, 기능적으로만 단조롭게 소비되는 인물이 문제적인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서 표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새터민의 위치가 특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에 연습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왜 북한군은 항상 이렇게 그려지고 이렇게 쓰일까?',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소리 지르는 북한군 역할만 할까?' 자꾸 이런 작품만 계속 보이니까, 관객분들 인식도 그렇게 박혀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또, 우리나라 사람들 머릿속에는 이미 전쟁과 관련된 북한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북한 사람 역할을 이제 그만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자신도 '점점 너무 뻔해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물론, 탈북한 분들 중에서 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분만 계시는 건 아니죠. 하지만 또 꽤 평범한, 잘 사는 분들도 많거든요. 저 탈북자분들을 꽤 만나봤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계세요. 북한 사람을 소재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다양한 얘기들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삶의 애환이나 트라우마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요. 그런 작품을 누군가 하나 써주신다면, 또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해볼 수 있고. (웃음)"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배우 개인의 아쉬움에서만 기인한 게 아니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인물을 받아들일지까지 고민하는 자세에서 나온 아쉬움이기도 했다. 홍우진은 자신의 연기를 보러 와주는 관객이, 자신을 보기 위해 극장까지 오는 팬들이 항상 신경 쓰인다. 그렇지 않은 배우가 없겠지만, 홍우진 스스로 자신의 연기가 아직 어떤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고 느끼기에 더 그렇다. 그런 연기를 보고 고마워해주는 관객이 항상 감사하다. 그 감사함에 보답하는 길이 연기밖에 없다는 걸 또 잘 알고 있다. 그가 연기를 계속하는 추동력 중 하나는 관객이다.

홍우진만의 이창섭, '홍창섭'을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 중인 배우 홍우진을 만났다. 윤석원 배우와 인민군 상위 '이창섭'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우진 배우는 <로기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인민군 역할만 세 번째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거칠지만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창섭'을 연기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북한말 못 하면 이상하니까 "북한말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사실 북한군 역할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못 하면 안 되잖아요. 당연히 잘해야죠." ⓒ 곽우신


"그런 생각을 해요. '언제쯤 좀 더 만족스럽게 연기할 수 있지?'라는 생각. 예전에는 '서른 되면 좀 더 잘하겠지' 했었어요. 지금은 '마흔이 넘어서면 조금 더 만족할 수 있을까' 싶어요. 공연 중에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하면서 재미있기는 한데, 뭔가 내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장인들은 그냥 연륜이 쌓임과 동시에 해내는 것들이 있잖아요. 왜 내 연기에는 그런 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동시에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면 꼰대가 되잖아요. 최소한 연기적인 측면에서 꼰대는 되지 않겠다 싶어서 다행이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은 계속하지만, 지금 제 역량이 여기까지밖에 안 되나보다 싶기도 하고 그런 상태인데, 그런 와중에 팬들의 응원이 힘이 돼요. 이렇게 확고하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가 하는구나 싶어요. '또 보러와 줬구나'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도 계속 들고, 위안도 되고요."

행복한 작품을 만나, 행복한 동료들과 함께 오늘도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는 배우. 그 행복감이 관객에게까지 전달되기를, 유니플렉스를 나가는 관객들도 행복하기를 홍우진은 바란다. 오는 2018년 1월 21일 폐막할 예정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 그만의 상처를, 그만의 온기를 지닌 이창섭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이제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홍우진은 자신이 받는 것 이상의 더 많은 걸 관객에게 주고 싶다.

"어쨌든 이 한 사람, 한 사람, 등장인물 모두가 자기들이 원하는, 바라는 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 힘을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밤에 '인스타 라이브' 할 때 보면 다들 그렇게 힘들어하세요. 우스갯소리로 '이 자식들 힘내'라고 얘기는 하는데, 사실 제가 해줄 말이 그거 말고 딱히 없는 거예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인데 제가 그 상황에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뿐인 거죠. 공연을 보면서 회복이 된다고 하시니, 그게 그저 감사할 뿐이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놓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살아왔고, 이 여섯 명의 인물들도 전쟁이라는 극악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려는 걸 놓지 않으려고 살아가니 그 모습을 보고 관객분들도 희망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분들이 공연을 보러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또 이분들은 우리한테 공연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하니까…. 저는 그게 또 너무 고맙더라고요. 관객과 배우가 서로 잘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고마워요. (웃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홍우진 배우 출연 공연 사진 및 프로필 이미지

▲ 홍창섭의 따뜻함 지난 9월 26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개막하여 오는 2018년 1월 21일까지 관객 앞에 나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스테디셀러는 스테디셀러인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무인도에서 유일하게 배를 고칠 줄 아는 류순호를 위해 '여신님'이 보이는 척 연기한 거지만, 어느 순간 북한군과 국군 모두가 각자의 '여신님'을 그리게 되는 작품. 그 '여신님' 덕분에 작품은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 그 각자의 따뜻함을 관객도 안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이 있다. 당연히 홍우진도 그 중 한 명이다. ⓒ 스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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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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