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저 '멋있어 보여' 모델이 되고 싶었던 18살 고등학생 홍종현은, 어느새 절절한 순애보 연기로 팬심을 흔드는 배우 홍종현으로 성장했다.

사실 '데뷔 10년'을 따로 기념하는 배우는 많지 않다. 가수들이야 10주년 콘서트나 기념 앨범 발매 등을 통해 지난 10년을 추억하곤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홍종현의 '데뷔 10주년 인터뷰'는 신선했다. 지난 9월 종영한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아래 왕사) 왕린으로는 만날 수 없었기에 반갑기도 했다.

왕요-왕린, 연달아 연기한 고려 왕자

홍종현, 데뷔 10주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왕사> 종영 인터뷰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땐 소속사도 없고, 타이밍도 안 맞았죠. 그래서 이렇게 '10주년' 핑계로라도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웃음)"

종영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왕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도 고려 왕건의 아들 왕요 역을 맡았던 터라, 연이어 고려 왕자 역을 맡은 그의 선택에 의아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고려'라는 배경과 '왕족'이라는 신분만 비슷했을 뿐, <달의 연인>의 왕요와 <왕사>의 왕린은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었다.

왕린은 벗이자 주군인 왕원(임시완 분)과는 은산(윤아 분)을 사이에 둔 연적이자, 왕위쟁탈전을 벌어야 하는 경쟁 관계였다. 하지만 왕린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왕원에 대한 우정, 충심을 버리지 않는다.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순애보와 충정에, 여심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산의 마음이 왕린을 향해 기울 듯, 시청자들의 마음도 홍종현에게 기울었다.

"이미지 때문인지 시니컬하고 차가워 보이는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왕린'처럼 선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원했죠. 동시에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드린 이미지가 있으니 걱정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달의 연인>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고려가 배경인 드라마가 많지 않다 보니, 당연히 보시는 분들은 비슷하게 느끼실 수밖에 없고…. '왕요'가 생각나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는 나름의 각오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방송 나간 뒤에 '착한 모습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정말 기분 좋았죠."

'멋있어 보여' 꿈꾼 모델, 배우... 다 이뤄냈다

홍종현, 데뷔 10주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디지만 쉬지 않고 자라온 홍종현의 10년. 어릴 때 막연히 꿈꿔 온 '배우'와 '모델'이라는 목표를 모두 이뤄냈다. ⓒ 이정민


중학교 때는 멋진 옷을 입은 모델이 멋있어 보여 모델을 꿈꾸고, 고등학교 때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배우에게 반해 배우를 꿈꿨다. 그냥 어릴 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변하는 장래희망 정도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목표들. 홍종현은 이 둘을 모두 이뤄냈다.

"어딜 가도 리더 역할을 한다거나, 분위기를 이끄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에요. 어릴 땐 더더욱 소심하고 사교성도 없었죠. 그런 제 눈에, 무대에 올라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배우, 사진 한 장에 카리스마를 담아내는 모델이 얼마나 멋져 보였겠어요. 그땐 키도 작았는데, 모델과 배우가 꼭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맨날 우유 먹고 뛰고 그랬죠. 키 180cm가 넘자마자 바로 모델 학원으로 달려갔어요. 키 180cm가 모델학원 등록 기준이었거든요. (웃음)"

그렇게 홍종현은 2007년 S/S 서울 컬렉션을 통해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모델로서 두각을 나타낼 때쯤, 단편 영화 제의가 들어왔다. 막연히 모델로 활동하다, 연기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는 나름의 플랜을 세워뒀던 그에게,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대사도 없는 단편 영화 단역. 부모님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적은 비중의 역할이었다. 부담도 적었고,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도전했다고.

그렇게 시작한 연기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 단역'에서 '알아는 볼 수 있는 단역'으로, 대사 한 마디에서 세 마디·네 마디로, 점점 비중을 키워나갔다. <왕사>는 그렇게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끝에 만난 작품인 셈이다. 더디지만 쉬지 않고 자라온 홍종현의 10년. 기념하고 싶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족한 연기 탓에 혹평을 받기도 했고, 날카로운 말에 상처받던 날도 있었다. 머리로는 '약이 되는 비판'도 있다는 걸 알지만, 안다고 상처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시절이라 더 아팠다.

"사실 '배우' 제 직업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진 건 얼마 안 돼요. 드라마 <마마> 끝나고 슬럼프가 되게 크게 왔었거든요.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캐릭터도 어려웠고, 작품도 어려웠어요. 제 부족함이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욕심부려도 되는 사람인가,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해도, 자신감이 없었어요."

슬럼프 딛고 만난 <달의 연인> <왕사>

홍종현, 데뷔 10주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마마>(2014) 이후로 호된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탓이다. ⓒ 이정민


슬럼프를 겪으며, 연기에 대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그사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어딘지 겉도는 듯한 예능 속 그의 모습을 지적하는 대중도 있었다. 홍종현의 고민이 브라운관을 넘어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된 탓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열심히 할걸, 더 잘할 걸 후회가 돼요.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들이잖아요. 근데 그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없던 시기라 잘 몰랐어요. 그냥 초조하기만 했던 것 같아요. 짧은 생각으로 '나는 배우 하고 싶은데', '연기로 주목받고 싶은데 왜 이러고 있어야 하지'…. 어린 홍종현의 불만이었죠."

이런 시간을 겪은 뒤 만난 작품이 <달의 연인>과 <왕사>였다. 조금 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고, 더 많이 고민하고 연기했다. 홍종현이 달라지니 대중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에 조금씩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까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진 않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제야 '배우'가 내 평생 직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종현, 데뷔 10주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종현은 슬럼프를 딛고 만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배우로서 쑥쑥 성장할 일만 남았건만, 아직 그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다. ⓒ 이정민


홍종현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군대다. 배우로서 막 상승세를 타야 하는 시기의 2년 공백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군대 이야기에 "빨리 다녀올 걸 그랬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도, "하지만 그때 갔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안 하려고요"하며 웃었다. 아직 입대 시기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언제든 미련 없이 입대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내년은 가능한 한 아주 바쁘게 보내려고요. 사극 연이어서 했으니까, 이번엔 현대극도 해보고 싶고, 로맨스 연기도 하고 싶어요. 장르물도 재밌을 것 같고….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하지만 이건 잠시 쉴 때 조금이나마 덜 아쉽기 위함이지, 입대 전에 뭔가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은 아니에요. 학교 다닌 거 빼면, 살면서 제일 오래 한 일이 연기잖아요. 곧 이 일을 잠시 멈추게 될 텐데, 사실 상상이 잘 안 돼요."

올해 나이 스물여덟. 막연함과 초조함으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는 홍종현은 이제 막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그래서 자신의 30대가 기다려진다고, 30대에 만날 작품과 연기 활동이 기대되고 궁금하다고 했다. 홍종현이 그리는 38살의 홍종현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계속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요. 이제 막 즐겁게 일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역할, 좋은 기회도 주어지겠죠. 좋은 상도 받았을까요? 결혼은…. 최소한 준비는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저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저도 주위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홍종현, 데뷔 10주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홍종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종현만큼이나, 그의 30대가 기대됐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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