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

JTBC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 ⓒ 이희훈


"스무살 중반 홀로 배낭을 메고 간 곳이 파리였다. 처음 보니 그냥 다 좋더라. 오르셰 미술관에 갔더니 모든 작품이 마치 '최후의 만찬'처럼 (대단한 작품으로) 보이는 거다. 그 문화가 부러운 거다. 무심한 듯 옷을 걸친 느낌이 '파리지엥'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 몇 년 뒤에 가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 가게들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이연희는 '왜 파리를 좋아하는지'를 묻자 프랑스 파리에 대해 좋은 점들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파리 가이드' 역할의 윤소소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연희는 "회사(SM엔터테인먼트)에서 내가 프랑스를 좋아한다는 건 다 안다, 대표님이 '이 대본은 너에게 안 줄 수가 없었어'라고 했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50부작짜리 사극을 끝내고 지쳐서 쉬려고 했던 이연희는 <더 패키지>의 대본을 받아들자마자 "이거 뭐지? 이거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사전 제작되는 드라마라는 말에 이연희는 '정말 그런 게 있나? 나 무조건 해야지'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혹시나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아니 그래도 난 할 거야! 하면서 대본을 읽어봤는데 대본도 너무 좋았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사이로 각각의 사연들이 모두 연결이 돼있더라.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애정이 깃든 만큼 좋은 드라마가 나왔다. 이연희는 <더 패키지>를 통해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는 호평까지 받았다. 그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하고 싶은 역할이었고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고 했다.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프랑스 문화이다 보니까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지가 않은 거다. 즐겁고 행복했다. 내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프랑스에 처음 온 배우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에게 프랑스라는 나라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 불어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 하시기에 한 달 정도 레슨도 받았다. 주변에서 스태프들이 '불어 왜 이렇게 잘해'라고 해주셨다. (웃음) 감쪽 같았지."



 JTBC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

JTBC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 ⓒ 이희훈


이연희의 '인생작'

- 직접 패키지 여행 가이드가 돼보니 패키지 여행만의 매력이 있던가?
"몽 생 미셸 투어를 로컬 여행사를 통해 2박 3일 동안 돌았다. 아침부터 계속 쫓아다니는 일정이 힘들긴 하더라. 그래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익숙한 장소라는 느낌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답사를 했다.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패키지 여행은 가이드를 통해서 역사나 문화 공부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자유 여행은 쉬고 싶을 때 쉬는 장점이 있겠지만."

- 프랑스 여행 가이드로서 연기를 했는데 어색함이 없더라.
"연구를 많이 했다. 가이드 분들이 제각기 개성이 뚜렷하시더라.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활동적이어야 하니까 겹겹이 껴입는 의상을 준비하기도 했고 손동작을 어색하지 않게끔 연구했다. 가이드가 배우랑 비슷한 면도 있더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배우도 그렇게 해야 하니까. 실제 인연이 닿아 연락하고 지내는 가이드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 사이에 껴있으면 말 한 마디 꺼내기 힘들다. 다들 말을 너무 잘하시니까 '내가 졌다' 하고 만다. (웃음) 나도 배우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쫓아갈 수가 없었다."

- 그 분들을 통해 가이드의 세계를 많이 알게 됐겠다.
"<더 패키지> 촬영이 시작할 때쯤 테러가 터져서 반 년 정도 기다렸다. 촬영 준비 기간이 길었는데 대외적으로 미리 알릴 수가 없었다. 이후에 이런 대본이 들어왔고 가이드 역할을 한다고 말을 하니 이미 알고 있더라. (웃음) '어떻게 알았어?'라고 하니 <더 패키지> 천성일 작가님이 자문을 얻었다고. 이건 운명이다 싶었다. 어떻게 내가 아는 가이드한테 자문을 구할 수가 있지?"

- 작품을 끝내고 여행을 실제로 다녀왔다고 하던데.
"이번에 다녀왔다. 프랑스 홍보대사가 돼 홍보 영상 찍으러. 그 김에 여행도 하고 왔다. 감독님께서 '연희 한 번 홍보대사 시켜봐야지'라면서 그걸 작품의 목적으로 두자고 하셨는데 실현이 됐다. 감독님이 '이거 하나 연희에게 선물해줬네'라고 하시더라."



- 여행지에서 사랑에 빠지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꿈꾸지 않나. 운명적인 만남이 여행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나. (웃음) 여행을 가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인드가 열리고 마음이 풀어지니까. 실제 그런 일도 많이 있으니까 운명적인 만남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있긴 하다."

- 정용화와의 호흡은 어땠나?
"밝고 긍정적인 친구다. 하루는 숙소 앞에 앉아 있는데 용화가 자기가 직접 만든 노래라며 여러 곡을 들려주더라. 걔는 쉬는 날 계속 곡 작업밖에 안 한다고 하더라. 날씨도 좋고 노래도 너무 좋았다. '야 이거 무슨 할리우드 스타일 노래 같다'고 했지. 엄청 좋아하더라. 이 친구의 다양한 면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신뢰가 많이 갔다. 끼가 진짜 많다고 느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어"

- 연기에서 안정감이 많이 느껴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30대가 되면서 생각도 20대랑 달리 많이 바뀌더라. 1~2년 사이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 그래서 '30대 때 연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있구나'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
"나는 기본적으로 노력파다. 노력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노력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더라. 어느 정도 마음가짐도 풀려야 하고 두루두루 편해져야 하는데 그게 풀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일단 나 자체로 프랑스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고 힘들었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 치유가 됐던 것 같다. 돌아갈 입국 날짜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한 신이라도 밀리면 큰일이 난다. 그런데 연기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신기하게 걱정이 안 됐다. (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끼리 모여서 '이거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걱정이 잠재돼 있었지만 밝게 촬영을 했다."



- 연기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 걸까?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다고 해야 하나? 그 전에는 소통 자체를 안 했다. 내 몫을 하기에도 바빴고 선배님들이랑 연기할 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촬영장을 챙기고 그런 걸 잘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보였다. 배우가 현장에서 웃어야지 끙끙 앓고 있고 심각하게 집중만 하고 있으면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이 그 분위기에 말도 못 붙이고 그러니 좀 미안하더라. 배우들이랑도 이후로 말을 많이 하게 됐다. 대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게 됐다. 이 일이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으쌰으쌰 하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전에는 '내 몫만 하고 와야지'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 현장 가는 게 좋아지고 많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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