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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은진 감독.

영화 <메소드>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이후 4년 만에 방은진 감독이 선보이는 작품이다.ⓒ 엣나인필름


4년 만의 복귀에 대한 신고식이 이처럼 호될 수 있을까? 영화 <집으로 가는 길>(2013) 이후 <메소드>로 현재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방은진 감독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 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개봉 직전 영화 속 일부 장면이 SNS 상에 떠돌았고, 그에 앞서 해당 작품에 동성애 코드가 담겨 있다고 일종의 '퀴어물'로 분류되며 평점 테러까지 이어진 것.

채널 CGV의 '이매진 무비 프로젝트' 첫 번째 영화로 약 3억 원의 초저예산을 들여 만든 실험적 작품이 상업영화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풍랑을 겪었다. 개봉 2주차를 맞았을 즈음 방은진 감독을 서울 압구정 인근에서 만났다.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퀴어 영화'로 분류한 것 등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았다.

퀴어물이라는 시선에 대해

<메소드>는 한 중견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연극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의 만남을 계기로 벌어지는 감정 충돌과 갈등 과정을 그린 작품. 제목대로 연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다가 인물들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빠지게 되고 실제 생활에서조차 두 배우가 사랑하는 것처럼 일부 묘사된다. 말 그대로 '메소드 연기'를 관객에게 그대로 제시하는 셈. 

시작은 지난해 말 한 연극 작품의 연출을 제안한 후배의 부탁을 거절하면서였다. 방 감독은 "연극을 연출할 역량도 안 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거절하려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라 설명했다. 게다가 방은진 감독 또한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해왔기에 보다 긴밀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해 그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명료하게 정의했다.

 영화 <메소드>

영화 <메소드>에서 재하(박성웅)와 영우(오승훈)이 주고받는 감정이 묘미다. 연극에 몰입하며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지점을 기억하자.ⓒ (주)엣나인필름


"제가 그리 거창한 사람도 아니고, 연기가 뭔지 그런 큰 담론을 다루려는 건 아니었다.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감정의 허구들. 일례로 사랑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잖나. 그때 열렬히 사랑했던 당시와 지금의 담담하게 사랑하는 모습 둘 다 사랑의 상태지만 절대 그 감정이 같은 게 아니라는 거지. 감정은 엄청 변덕스럽다. 내 제자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한 번 감정이 내게 들어왔다고 해서 동일한 감정이 다시 찾아오는 게 절대 아니기에 (연기할 때) 그걸 잘 흘려보내야 새로운 감정을 찾을 수 있거든. 연기에 대한 내 소신이기도 하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 이 이야기를 운반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쉽진 않았지만 좀 유려할 수 있었다랄까. 다만 처음 연출로 데뷔할 때부터 자칫 예술도 잘 모르면서 어떤 척을 한다고 할까봐 그런 부분을 지양하면서 해왔다. 이번 작품도 뭘 더 포장하거나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동성애 코드가 담긴 연극 대본 하나가 있고, 그 안에서 등장 인물 하나가 변심해서 다른 사람을 가두고 죽이는 이야긴데 그 처절한 연극을 배우들이 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거다. 연극 안에 키스신이 있다고 해도 결국 이건 배우들 이야기이고 배우들의 치열한 싸움을 다뤘다고 봐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메소드>는 퀴어 요소가 담긴 연극을 소재로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거지, 퀴어 영화가 아니라는 게 방 감독의 요지였다. 그의 의도와 달리 현재까지도 일부 기사에선 그런 수식어가 붙어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감독의 SNS 계정에 찾아와 부정적 댓글을 달거나 포털 사이트 1점 평점 릴레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방은진 감독은 한 번 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했다.

"예전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인권조례를 발표할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게 아닌 그냥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실재하는 현실이며 실재하는 우리 이웃'이라고. 나도 딱 그 정도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던 사람이었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걸 '맞다' 혹은 '아니다'로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인권에 대한 문젠데 나도 그 정도는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엄청난 차별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커밍아웃을 하려 할 때도 얼마나 큰 고통을 각오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뼈저리게 실감했다."

 방은진 감독.

ⓒ 엣나인필름


저예산 영화의 시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소드>가 개봉 직전 겪은 1분여 분량의 영상유출은 보다 타격이 컸다. 중국 유튜브의 한 누리꾼을 통해 시작된 걸로 경로는 파악됐지만 각종 SNS에 퍼지면서 영상 유출을 완벽하게 막진 못했다. 해당 영상은 극중 재하와 영우가 무대 위에서 키스하는 핵심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방은진 감독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떼어내 자극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는 <메소드>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폭력"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개봉 첫날 무대인사가 있었는데 그날 오후에 알게 됐다. 오히려 냉정해지더라. 차를 타면서 생각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입장문을 작성했다. 처연한 생각이 들긴 했다. 가장 먼저 배우들이 걱정이었다. 이 영화 자체가 다양성 영화면서 상업영화 배우와 상업영화 감독이 새로운 방식으로 찍었다는 것에 관심이 모여야 하는데 이상한 쪽으로 모이고. 근데 내 걱정 안 시키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오히려 배우들은 의연하더라. (영상을 유포한) 이 불특정 다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개봉 날인데 뭔가 흥을 돋우면서도 주의를 줘야하는 양가적 감정에 휩싸였다. 

채널CGV에서 제공했지만 정작 극장에서 볼 수도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 한편으론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감독님들이 이런 일을 계속 겪어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영화 감독인 나조차도 상영관 수에 민감했었는데 말이다. <메소드>는 사실 흥행 면에서 자유로운 영화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상업영화 개봉 때와) 똑같은 과정을 겪고, 미처 내가 예상치 않았던 일까지 겪으니 개인적으론 좀 버겁긴 하더라. 엄청 쓴 약이 될까?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 지금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있다. 그저 난 '배우 출신 감독이 찍은 영화인데 아주 못 찍진 않았구나' 이 정도 말을 듣길 바랐는데 '내가 너무 업이 돼 있었나' 반성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막 화를 낼 수도 없다. 이보다 훨씬 어려운 일을 겪는 감독님들이 많으니까. 그래서 몸이 좀 아픈 거 같다." 

<메소드>가 나온 까닭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한 속 이야기를 들었지만 작품 자체의 존재 이유마저 무시할 순 없다. 본래 연극제목과 동명인 '언체인'이란 제목을 붙였다가 '메소드'라는 제목으로 바꾼 이유와 함께 방은진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설명했다. 참고로 '메소드 연기'는 배우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로 그 자체로 절대적인 진리가 아님을 뜻한다.

"<언체인>이라는 제목은 뭔가 에로틱한 느낌이 나서 고민하다가 정공법으로 간 것이다. 예능 프로에서도 메소드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근데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권해효 배우가 (농담처럼) 우리에게 금기 같은 단어를 제목으로 썼다고 뭐라 하더라.(웃음)

맞다. 메소드는 하나의 방법론이지. 러시아 스타니스랍스키에서 시작된 건데 이게 19세기다. 모스크바의 한 극단에서 배우들이 해왔던 걸 할리우드 배우 일부가 성공시키며 지금의 유형이 된 거지. 그럼에도 연기는 배우들이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하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당대 훌륭한 메소드 배우가 있었지만 이게 일상에서도 일어난다고 봤다. 우리들이 평소에 감정에 몰입하게 될 때 그게 거짓 감정임을 알면서도 진짜인 것처럼 스스로 최면을 걸지 않나. 재하의 연인 희원(윤승아)이라는 인물을 설정한 것도 그 이유다. 

어쨌든,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기 위해 금기를 넘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키스신이었다. 그 때문에 재하는 계속 혼란스러웠던 거지. 이들 모습엔 성숙했던 내 모습, 풋내기 시절 내 모습, 배우랍시고 주변에 상처를 준 기억들도 알게 모르게 들어가 있다."  

 방은진 감독.

ⓒ 엣나인필름


그렇다. 작품에 대한 평과 별개로 <메소드>엔 방 감독의 자전적 요소도 일부 담겨 있다. 짧은 기간 동안 한정된 예산으로 찍는 작업 자체가 그에겐 쉽지 않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았을 것이다. 감독의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기획과 투자, 후반작업 등의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방은진 감독은 "지난 4년 간 다른 작품들을 준비하며 고민하고 답답하던 때에 <메소드>는 일종의 해방구처럼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그 간 준비하던 작품이 몇 개 있다. 방은진 감독은 "어떤 게 먼저 만들어질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메소드> 이후 내 길을 찾는 중에 많은 걸 보고 느꼈다"며 "이번 경험이 다음 작품에 완벽하게 대입되진 않겠지만 유효한 방식은 가져가고 뭔가 더 책임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어쩌면 연출하면서 역작에 가까운 대표작을 못 만들 수도 있다. 헛된 꿈일 수 있지. 그렇다고 내가 헛되게 산 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날 다독이며 왔다. 사람들 대부분 자신들의 목표를 다 이루진 못하잖나. 그렇다고 그들 삶이 잘못된 걸까? 아직은 중단할 때는 아닌 거 같다. 그래서 <메소드>까지 하게 됐고. 여기서 얻은 걸 잘 추슬러야겠다. 아직 난 주저앉은 건 아니니까. 좀 더 씩씩하게 가보려는 의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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