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북클럽의 이야기 원작 소설에서 부록으로 있었던 부분을 연극의 앞뒤로 넣으면서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그 부분이 꽤나 섬뜩하다. ⓒ 곽우신


'빅브라더' 감시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 적 미래를 그린 < 1984 >가 연극으로 올랐다. 연극 < 1984 >는 충실하게 원작을 따르는 듯하지만, 작품 도입부와 끝에 원작의 부록 부분인 '북클럽에 모인 사람들의 토론'이 더해졌다. 덕분에 작품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 재고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마치 소설 속 < 1984 >를 텔레스크린으로 바라보듯, 북클럽 회원이 된 듯,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이 된 것처럼. 특히 전체주의 체제에 반기를 든 윈스턴 스미스를 통해 그려진 암울한 미래는, 현재와 미묘하게 맞닿아 있어 묘한 떨림을 전한다.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1984> 전막 공연 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태숙 연출과 출연 배우 이승헌, 이문수, 정새별, 신안진이 자리했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1984년 그리고 2017년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두 주인공의 사랑 두 주인공의 관계. 변하지 않으리라, 배신하지 않으리라 맹세했었다. 하지만 권력과 제도 그리고 고문 앞에서 그들은 무력했다. ⓒ 곽우신


- 무대로 만나보는 < 1984 >,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까?
한태숙 "혼란과 현실을 규명하게 나타내고, 현실화시키는 과정에 대해 고민하다 노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극장에서 9명의 배우가 사실적인 무대에서 작품이 올라갔다고 들었는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추상적이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현실과 허상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말이다.

윈스턴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주변인들이 접근하고 영향을 끼친 것에 중점을 뒀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될 때 관객들이 나갈 때 구토를 했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강조점을 부각하지 않았다."

이승헌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바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윤철 예술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시의성이다. 지금 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빅브라더'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윈스턴'을 맡기셔서 의외였다. 앞서 악덕 인물, 경찰 등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싸늘한 인간의 모습이 자신 있었는데 '윈스턴'이라는 말을 듣고 고사를 했다. 감성 의식 수준이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민했다."

정새별 "제가 맡은 줄리아는 인간의 감정이나 기본적인 욕구 등을 통제, 감시당하는 인물이다. 이 세계의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다.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이다. (현실에) 잘 적응하고 사는 것 같지만, 불만이 있고, (욕구를) 충족시키기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한다. 이 세계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신안진 "작업은 늘 막막한 산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연습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언제나 (작품이) 있을 수 있지만,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태숙 "최대 강국의 과도정치로 인해 여타 국가들이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 불길하게 생각됐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비밀리에 (국 중의) 텔레스크린처럼 사람의 심리를 쫓고 치밀하게 따라붙는 무언가가,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말로는 평화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한편에서는 염탐하고, 파악하고 하지 않는지. < 1984 >가 도덕적으로 쓰인 작품이 아니지 않나. 작가와 얘기한 것도 그릇된 상황에 대해 진실을 파헤쳐가는 작품에 참여하는 것, 혼란과 현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창작자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연출의 고민 연극 < 1984 >의 한태숙 연출은 영국에서 수입한 버전의 극본에 가급적이면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원작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를 원했다. ⓒ 곽우신


- < 1984 >에 등장하는 상징들을 정리해달라. 그리고 명확한 주제는 무엇인가?
한태숙 "작품 속에서 불필요한 언어는 삭제되고,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등이 없어지는데, 번민할 수 없는 피곤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 것을 상징화했다. 처절함, 변질 대변의 역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모순…. 인생, 삶의 모순. 여러 가지 분절된 에피소드를 통해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윈스턴이 느끼는 혼란이, 관객들의 생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닥치고 들어오는 혼란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믿는 것을 믿지 않고, 진실이라고 보는 것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이중사고'라는 개념이 작품을 통해 구축되길 바란다.

관객이 보고 싶은 지점을 읽어내는 만큼, 상황이 다르게 보여주는, 그 모호한 것이 제 목표였고 대본이다."

지금 여기의 '빅브라더'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역사를 바꿔라 이 거대한 독재 국가는 과거를 지우고, 역사를 바꾼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언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고작 지난주에 우리는 다른 나라와 전쟁 중이었는데! 위기감을 느낀 윈스턴은 일기장에 이 사실을 적어나간다. ⓒ 곽우신


- 나에게 빅브라더란?
이승헌 "'널 지켜보는 빅 브라더는 너 자신이다! 라는 대사가 있다."

정새별 "시스템 안에서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날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것에 대입했다."

이문수 "평소에는 부인, 작품에서는 연출. (웃음)"

정안진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사회를 이루면서도 있었고…. 자기 검열을 하는 사람이 검열하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누군가가 빅브라더'라고 콕 집기는 힘들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고문의 현장 함정이었다. 철저하게 속았다. 윈스턴은 끝까지 발버둥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행해지는 전방위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 곽우신


- < 1984 >의 시의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이승헌 "시의성이라고 하면 어느 시대나 체재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 하느냐. 지금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가 가장 관건이다. < 1984 > 소설은 예전에 읽었는데 여지를 많이 남겨주더라. '주장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단지 제시할 뿐이다'라는 반 연극이론이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메시지만 던져줄 뿐, 주장이나 선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다른 종류의 저항 연애가 금지됐다. 자유로운 성관계 역시 철저한 감시와 억압의 대상이다. 그들의 열정적 쾌락은 그 자체로 이 체제를 향해 치켜든 반기였다. ⓒ 곽우신


- 각색·윤색을 거친 버전을 공연으로 올렸다. 이번에 올리면서 연출이 집중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태숙 "유명한 번역극 서양 고전 했을 때 고민하는 점이다. 명명하는 부분을 절제하자. 작품 속에 상징적인 것, 사상경찰, 텔레스크린 등이 등장하는데, 이로 인해 간극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말을 다듬을까 했지만, 번안극 가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그래도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극에 들어가길 바라면서."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조지 오웰의 고전이 돌아왔다, 무대 위로 연극 < 1984 >의 프레스콜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국립극단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 1984 >는 조지 오웰의 원작 동명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한 버전으로, 이번 공연은 해당 극본을 라이선스 수입한 작품이다.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출연은 이승헌, 이문수, 유연수, 성여진, 신안진, 김희창, 조판수, 이지혜, 정새별, 임연명, 장서우, 최광일 등. ⓒ 곽우신


이승헌은 < 1984 >에서 빅브라더와 당의 통제에 저항하는 오스턴 역에, 이문수는 오브라이언 역에 각각 분한다. 줄리아 역은 정새별, 채링턴 외 신안진이 맡았다. 오는 11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1984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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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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