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2017년 10월 24일 오후 3시 50분] 

지난 2010년. 방송인 김미화는 세상에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를 알렸다. 김미화가 폭로하자마자 KBS는 김미화를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은 김미화의 폭로를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그리고 2011년.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달리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아래 <세계는...>)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 MB 정권의 국정원이 있었음이 드러난 건 바로 최근의 일이다.

김미화는 지금 지난 시간의 억울함이 풀려 후련한 마음일까?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라디오 방송을 앞둔 김미화를 만났다. 김미화는 후련함보다 황당함이 크다고 했다. 당시엔 "방송사가 갑질, 혹은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방송사 갑질인 줄로만 알았지



 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 유성호


- <세계는...> 하차 경위는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 처음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당시만 해도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것 자체가 흔치 않았는데. 
"제안받고 많이 도망 다녔다. <세계는...>을 기획한 PD가 손석희 선생이 진행하는 <시선집중>을 만든 분이었다. 그분 의도는, <시선집중>이 출근 시간에 바쁜 직장인들을 대신해 신문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라면, 퇴근 시간대에 조금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시사 이슈를 전해주고 싶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를 찍어다 붙였는데, 말랑말랑한 진행은 자신 있었지만, 시사는 정말 모르는 영역이라 겁이 났다. 대중예술을 하는 코미디언이 정치를 다룬다? 반은 좋아하겠지만, 반은 싫어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당시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PD가 그러더라고. 라디오 프로그램 통해 따뜻한 목소리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도 사회복지 아니냐고. 결국 그 꼬임에 넘어갔다."

- 그래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당시(2003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반으로 나뉘어 이쪽저쪽 재단하던 시기가 아니라 정치적 논란에 대한 걱정은 사실 없었다. 다만 시사도 모르고 정치는 더더욱 모르니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컸지. 담당 PD가 안 해도 좋으니, 일단 다른 시사프로그램을 들어라도 보라기에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다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도 듣고, 모든 신문을 다 읽었다. 자꾸 듣고 읽다 보니 점점 이해도 되고 재밌더라고. 작가들이 도와주고 나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 진행할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닌데, 시간이 흐르면 제대로 된 시사 코미디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지고 도전했다."

- 청취율이나 광고, 평가 등 모든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미화의 강점은 뭐였다고 생각하나.     
"애당초 공부 많이 한 전문 시사평론가를 능가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PD가 설정한 의도에 맞게 '키 153cm 아줌마의 눈높이에 맞는 시사를 이야기하자'가 내가 설정한 내 역할이었다.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그건 뭐예요?' 나는 거침없이 물어볼 수 있으니까. 시사평론가들이 물으면 '아니 저 사람은 저런 것도 몰라?' 하겠지만, 코미디언 김미화는 그렇게 물어도 하나 창피하지 않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 사실 나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모르는 이야기 나오면 쪽팔리니까 그냥 웃으며 어물쩍 넘어간 적 많았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거지. 자신들을 대신해 이것저것 물어봐 주는 나를 좋아해준 것 같다.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는 것도 익숙해지는 것도 늘었지만, 나는 늘 오늘 방송 처음 듣는 사람, 이 이슈를 처음 듣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논술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듣고, 선생님들도 교육 자료로 많이 썼다 하더라고."

<세계는...> 하차, 타깃 MBC 노조였을 것

-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사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정권은 그중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지금 와서 돌이켜봤을 때, 김미화의 무엇이 그들을 거슬리게 했던 것 같나. 
"사실 처음 타깃은 내가 아닌 MBC 노조였을 거다. MBC 노조라는 집단 자체가 그들에게 눈엣가시였을 텐데, 그들이 강성이라 쉽게 건드리지 못하니 만만한 나를 적으로 삼은 거다. 난 코미디언이니까 쉽고 만만하거든.

또, 우리가 흔히 '식자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코미디언 나부랭이가 정치 시사를 다룬다는 게 거슬렸던 것 같다. 나는 그게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시사 다루는 게 대단한 건 아니거든? 근데 시사를 다루면 대단하게 여기고, 뉴스 앵커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상류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하류, 저질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내가 시사프로그램에서 정치 이슈를 다루니 굉장히 나를 높게 평가하면서 '이제 코미디 안 하고 인생 유턴하는 거야? 신분 상승한 거야?' 이러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그게 맘에 안 든 사람들도 있었겠지.

근데 내가 해보니까, 시사라는 건 매일 우리가 읽는 신문 속에 다 있는 거고, 조금만 알면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더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하는 사람들, 국회의원들을 우리가 너무 높이 평가하니까 그들도 그게 체화돼서 국민들을 함부로 여기는 거다. 우리 목소리 대신 이야기해달라고 뽑아 놓은 건데, 완장 차고 함부로 하잖아. 이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 영화 <공범자들>을 비롯, 여러 인터뷰를 통해 MBC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재철 사장과 대화를 나눈 이후 자진 하차 형식으로 <세계는...>을 떠났다고 말했다. 당시 MBC 라디오국 내에서 김미화 퇴출에 반대하는 라디오 PD들이 거센 항의가 있었는데, 하차 의사 밝혔을 때 현장 PD들 반응은 어땠나? 
"많이 울었다. 지금은 간단하게 '2011년에 하차했다'고 하지만, 압박은 2009년부터 반복적으로 있었다. 그때부터 누군가가 나를 '좌파'다, '빨갱이다' 몰아세웠다. 나를 그 틀에 가두고는 '좌파 빨갱이'니 프로그램에서 내려가라더라. 사장이고 본부장이고 계속 나를 안건으로 회의했고, 담당 PD는 끊임없이 불려 올라갔다. 그래도 PD들은 내게 '견디라'고 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도, 그로 인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지금도 힘들고."

- PD들의 바람대로, 더 견딜 생각은 안 해봤나. 
"고민을 많이 해봤다. 나는 김재철 사장의 제안(원하는 어떤 프로로든 보내주겠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지만, 나는 방송국 프로그램에 고용된 사람 아닌가. 직장 다니다 사장이 내려가라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내려가서 농사짓는 게 행복할 것 같았다." 

- 반대로, 김재철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안 했나. 일단 다른 프로그램으로 갔다가 잠잠해진 뒤 다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는 거고. 
"나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PD들은 내가 프로그램을 떠나는 일이 불의하다고 싸우고 있는데, 내가 날름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지. 무엇보다 나는 싫은 건 안 하는 사람이다. 자칫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때, 차라리 길거리에서 순악질 여사 분장을 하고 붕어빵을 팔자 했다. 그게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실제로 <세계는...> 하차 이후 카페도 차렸고, 농사도 지으며 살지 않나. 논농사 1200평, 밭농사 1200평 짓는다. 기미도 많이 생겼지만 농사에 도사가 됐다. (웃음)" 

친정 KBS의 고소, "방송사와의 싸움 두려웠지만..."  

 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김미화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하차에 대해 “사실 처음 타깃은 내가 아니라 MBC 노조였을 거다. MBC 노조라는 집단 자체가 그들에게 눈엣가시였을 텐데, 그들이 강성이라 쉽게 건드리지 못하니 만만한 나를 적으로 삼은 거다. 난 코미디언이니까 쉽고 만만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처음 KBS 블랙리스트 논란에 뛰어들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내 딴에는 대단한 각오였다. 나는 을이고, 방송사는 갑이다. 나는 방송국에서 써줘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거대한 권력에 주먹을 휘두른 셈인데, 당연히 두려웠지. 그럼에도 싸움을 시작한 이유는, 나는 선배니까. 그게 참 무겁더라.

사실 방송사에서 연예인들은 늘 일방적으로 잘린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동료에게, 작은 꽃다발이라도 하나 주고, 케이크에 불이라도 켜면서 '이러저러해서 함께 못하게 됐으니 한 달 뒤 헤어지자' 정도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연예인들은 그 정도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마세요' 하고 잘린다. 지금도 후배들은 이런 횡포에 놓여있다. 자존심도 상하지만, 상대가 '슈퍼 갑'이니 내놓고 이야기 못 할 뿐이지.

그런데, 내가 시사프로그램 좀 진행했다고, 문건까지 만들어 관리했다지 않나.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면 문화예술인들의 인권은 사라지는 거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한 번 해봤다."

- KBS의 고소를 예상했나. 
"사실 블랙리스트 이야기는 내가 먼저 한 게 아니다. KBS 새노조가 임원회의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폭로했고, 블랙리스트 관련 기사가 났다. 그게 2010년 4월이다. 당시에 KBS 보도본부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내가 왜 블랙리스트냐고. 그때 본부장이 그런 거 없다고 했고, 나는 믿었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다시는 이런 이야기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내가 KBS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고 하면, SBS나 MBC에서도 나를 쓰겠냐고. 그렇게 끝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7월에 다시 그 이야기가 들리는 거다.

당시 내 트윗을 보면, KBS를 지탄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정말 그런 게 있다는 건지 확인을 해달라, 슬프다 뭐 이런 내용이다. 처음 트위터에 올린 뒤, 친한 KBS PD들이 KBS에서 나를 고소하겠다고 난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런 글을 썼는지, 내일 KBS 들어가서 이야기하겠다고 했지. 그런데 하루도 못 기다리고 그날 오후에 바로 고소를 하더라. 너무 이상한 대응 아닌가. 그러더니 대뜸 KBS에 와서 사장에게 사과하라 하더라. 잘못한 일이 없는데 무슨 사과를 하나. 방송국에서 불이익을 당하다 당하다, 이젠 이런 일까지 겪는 구나 싶었지."

- 해당 건으로 오랜 기간 조사를 받아야 했다. 
"KBS는 계속 누가 내게 그 문건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최초 발설자를 이야기하라고만 추궁했다. 나는 버텼고. 그렇게 127일 동안 피의자로 끌려다녔다. KBS는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했고, 나는 고소부터 취하하고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나 확인해 달라고 맞섰다. 나는 '을'이니까, '갑'인 방송국이 사과하라면 사과해야지. 하지만 버텼다."

- 당시 "KBS를 친정처럼 여겼다. 고소당한 딸의 심정"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9살에 방송을 시작했다. KBS에서 '쓰리랑 부부'로 사랑도 많이 받았고, 나는 내 모든 젊음과 열정을 KBS에 다 바쳤다. 동생 결혼식, 애 돌잔치도 방송 스케줄을 피해 정했을 정도였다. <개그콘서트> 기획도 해다 줬잖나. 내가 이익에 밝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직접 제작했을 거다. 그냥 후배들과 코미디 하는 게 좋았고, 선배로서 후배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었다. 코미디를 너무 사랑하기도 했지만, KBS를 친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KBS를 사랑했는데, 내 하소연 한 번에 어떻게 고소를 할 수가 있나. KBS에 참 서운하더라. 내 생활이라는 것도 없었고, 애들도 탯줄 떼자마자 바로 친정엄마가 키웠다. 애가 둘인데 키워보질 못한 게 제일 억울해. 물론 내 선택이었고, 내 잘못이지. 근데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 '방송인 김미화'의 성공을 위해 '엄마 김미화'로서의 행복은 잃은 셈이다. 자녀들은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크겠다. 
"섭섭하게 생각은 했지만, 지지를 보내줬다. 얼마 전에는 엄마가 블랙리스트인 게 자랑스럽다더라. 애들이 어릴 때는 인터넷 보고 '왜 사람들이 엄마더러 빨갱이라고 해?' 하고 묻기도 했거든. 나는 극우 신문하고도 많이 싸웠으니까, 나에 대한 안 좋은 기사들도 많았는데 애들이 인터넷으로 그걸 다 본 거다. 최근 그게 국정원 사주에 의한 일이었다는 게 드러난 뒤, 얼마나 과하게 공격받았겠느냐면서 '엄마 너무 불쌍하다, 왜 엄마 가지고 그래' 하더라." (김미화는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블랙리스트?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 

 방송인 김미화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서 퇴출된 것 관련해 “방송사가 갑질,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대통령과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까진 생각 못 했다”고 분노했다.

김미화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통령은 나라의 임금님이다. 임금님이 자기 백성을 적으로 삼으면 어떡하느냐. 국민들 눈과 귀를 다 막은 죄는 어마어마한 것이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코미디언 김미화'의 이미지는 많이 훼손됐다. 2009년 이후에는 예능 프로그램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은데 아쉽진 않나.
"내 의지는 아니었다. 예능에선 많이 안 불러주고 시사·교양에서 불러주니까. 가끔 예능 게스트 연락은 오는데, 나는 진행을 잘하는 사람이지, 게스트는 낯설다. 적응을 잘 못 하겠더라. 이런저런 이유로 내 자리를 못 찾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려고 생각했는데, 이제 또 국정원 블랙리스트 불거지고, 전 대통령 고소한다하고... 투사 이미지가 덧입혀져서 또 모르겠다.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 한다. 코미디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있지. 하지만 방송에서 하는 코미디만 코미디는 아니지 않나. 주변 사람들 웃겨주기도 하고, 사회복지 행사 참여해서 웃기고 하면 다들 즐겁게 웃어준다. 그곳도 내 무대고, 그것도 내 코미디 활동의 일환이다."

- 블랙리스트가 김미화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나. 
"안 바뀌었다. 코미디 안 하는 김미화는 김미화가 아닌가? 아니, 내가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놓았나? 앞에도 말했지만, 방송국 안에서 못했을 뿐, 코미디 활동을 이어왔다. 우리 동네 노래자랑하면 내가 사회 보는데, 사람들 엄청 좋아한다. 홍보대사인 단체 중 인권위원회도 있는데, 한 번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한창 인기 있을 때 한국 온다고 내게 연락이 온 거다. 행사 진행해달라고. 근데 딱 그날이 마을 노래자랑 사회 보는 날이었다. 근데 나는 무조건 '선약속'이 우선이거든. 그래서 안 된다 했지. 내가 동네 노래자랑 사회 때문에 UN 사무총장을 뿌리친 사람이다. (웃음) 노래자랑 사회 보면서 동네 분들에게 이야기했지. 내가 반기문도 뿌리치고 여길 왔다고. 근데 어르신들이 못 알아들으시더라. '그게 누구여?' 하하하."

- 그래도 방송인 김미화의 무대는 빼앗았지 않나.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 외에, 기억나는 불이익 사례가 있나. 물증은 없지만 석연찮았던 일들이라든지. 
"하도 많아서 뭐를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세계는...> 끝나고 CBS로 갔는데, 프로그램이 방통위의 표적 조사를 받았다. 정부 농산물 정책에 대해 3분 정도 '우리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 농민들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방송했는데, 그랬다고 방통위에서 주의 처분을 준 거다. 재심사 넣었는데 재심사도 안 해줘서 결국 PD들이 법정으로 가져가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2012년엔가? 국정원 직원이 집에 찾아온 적도 있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니까 국정원에서 바로 보도자료 뿌리더라. 허위사실이니 고소하겠다고. 그래서 조사 잘 해보고 하라 했지. 그랬더니 다시 보도자료 뿌리더라. 국정원 이름이 아니라 직원 개인 이름으로 고소하겠다고. 그래서 또 준비 잘하고 확실하게 하라고 했다. 결국 고소 못 했다."

-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뭐라 하던가. 
"VIP가 나를 못마땅해한다고. 자기를 인터넷 전문으로 하는 요원이라고 소개했는데, 인터넷 안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전달받은 적도 있다. 주로 40대 남자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웃음)"

-  또 다른 건 없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끝나고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을 했는데, 성화 봉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우리 아이도 장애가 있으니 흔쾌히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앞두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너무 죄송하게 됐다면서 안 오셔도 된다고. 위에서 '왜 김미화를 부르냐'고 했다는 거다. 장애 아이 가진 부모 입장에서, 열심히 뛰는 우리 장애인 선수들 응원하려 했던 것뿐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재단했다는 생각에 너무 황당했다."

오래갈 싸움... 제대로 싸워보겠다  

 방송인 김미화

방송인 김미화 ⓒ 유성호


- 김미화에게 여러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성공한 코미디언이었고, 얼마든지 그 혜택을 누리며 살 수도 있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궁금하다. 
"그게 나고, 내 스타일이다. 우유부단하고 말랑해 보여도 이상한 고집이 있거든.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싫은 건 못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아왔다. 틀에 얽매이는 것도 싫었고. 어떤 목표를 위해 사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그 순간 끌리는 것,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사는 거지. 그게 내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다."

- 최근 동물권 단체의 홍보대사가 됐더라.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남편이 개를 좋아하기도 한다. (웃음) 무엇보다 집이 낚시터 부근인데, 낚시하러 오는 척 기르던 고양이,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 고양이는 그나마 들쥐도 잡아먹고 하면서 사는데, 집에서 자란 개들은 버리면 죽는다. 겨울에 푸들 같은 애들은 눈이 머리 위로 잔뜩 쌓여서 얼어죽기 일보 직전이 된다. 불쌍해서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지. 그렇게 인연 맺은 개들을 키우다 보니, 개밥 훔쳐 먹으러 고양이가 모여드는 거다. 겨울 되면 얘들도 먹을 게 없으니까. 새끼 낳아서 바글바글 데려오는데 어쩔 수 있나. 고양이 밥 사다 놔야지 그랬더니 열댓 마리씩 오더라고. 보니까 귀엽고 예쁘고...

그러다 동물권 활동가분들이 우리 카페를 찾아오셨다. 우리 카페가 개권 묘권 인권을 다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거든. (웃음) 동물권에 대해 대단히 잘 알지는 못 한다. 하지만 동물권 위해 싸우는 분들이 있으니까, 나는 그분들의 활동을 알리는 걸 돕는 거지. 시민들에게 '다함께 동참합시다' 하고 홍보하는 정도." 

- 최근 검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받고 나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공범자들의 구속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직접 피해 입은 당사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들의 가장 큰 잘못은 뭐라고 생각하나.
"국민이 낸 세금으로 그런 일을 했다는 게 잘못된 거다. 이 모든 게 국민의 피해 아닌가. 다들 제 자리에서 자기 할 일들을 해야지, 국정원은 또 무슨 잘못인가. 국정원이 그런 일 하라고 있는 곳 아니잖나.

그리고 대통령은 옛날로 치면 나라의 임금님 아닌가. 임금이 자기 백성을 적으로 삼으면 어떡하나.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죄는 어마어마한 거다. 국민들을 다 바보 만들려고 한 건지... 그 죄를 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내가 피해 입어서, 그게 억울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년의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만만한 싸움 아니고 오래갈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로 영영 방송 못 하더라도) 다행히 남편 월급도 있고 하니까 (웃음) 제대로 싸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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