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원. <청춘시대2> 지원의 절친한 학보사 친구 '성민'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겠지만 그는 올해로 벌써 데뷔 8년차가 된 뮤지컬 배우다. 그는 그동안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날들> <벽을 뚫는 남자> 등 유명한 뮤지컬 작품에서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스무살, 대학(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앙상블'로 캐스팅돼 뮤지컬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손승원. 당시 뮤지컬 배우로서 이미 커리어를 쌓았던 조정석, 주원 등과 한 무대에 올랐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셈이었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더 이른 17살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연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모친의 권유로 예고 입시 준비를 해 계원예고에 입학한다. 그는 고등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뮤지컬을 처음 보고 그 세계에 푹 빠진다. 계원예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연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주인공을 맡아 자신의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킨 손승원은 그 순간을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도 박수 받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밖에 나가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 권우성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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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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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이루었네요"라는 기자의 감탄 섞인 반응에 손승원은 "어떻게 그렇게 됐네요"라면서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꿈을 꾸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연기나 노래 외에는 다른 것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는 그. <청춘시대2>가 끝난 지난 11일 상암 <오마이뉴스>에서 배우 손승원을 만났다.

조정석-주원과 한 무대에 서다

- 처음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기분은 어땠나?
"너무 빠른 데뷔였다. 어린 나이에 외부에서 공연하는 게 쉽지 않아 가슴이 벅찼다. 작은 역할(앙상블)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 선배 배우 들이 출중해서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오디션에서 캐스팅됐다. 굉장한 능력이지 않나.
"음…. 능력보다는 그냥 운이 좋은 걸로 해달라. (웃음)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발판이 돼 뮤지컬을 계속 했다. 조정석, 주원, 강하늘, 김무열…. 그때 다 한 무대에서 같이 공연했던 형들이다. 뜻 깊은 데뷔 무대였고 다 잘 돼 있으니 나에게도 영광이다."

- 뮤지컬을 3년 정도 하다가 방송 출연을 단막극(KBS 드라마스페셜 '다르게 운다')으로 시작했다.
"맞다. 오로지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기획사를 만나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 대표가 내 뮤지컬 공연을 보고 연락을 주셨고 '공부가 될 거니까' 방송 쪽도 같이 병행해보자고 하셨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뮤지컬을 꼭 하고 싶다. 그곳이 나의 고향이고 나와 정한 약속 같은 것이기도 하다. 조정석, 조승우 선배님도 뮤지컬과 방송을 병행하고 있지 않나."

- 대답은 마음이 방송 쪽으로 더 기운 것처럼 들린다. (웃음)
"그렇지는 않다. 음식으로 따지면 편식을 하지 않는 거다. 뮤지컬과 드라마 두 가지 재미를 모두 알았기 때문에 병행하고 싶은 거다. 왔다갔다 하면서 배우는 것도 크니까. 무대에서의 움직임이 드라마에서 도움이 되고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가 무대에서 도움이 된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기도 하고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SNS로 종종 연락이 온다. '언제쯤 무대에서 연기할 거냐'고. 둘 다 놓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방송으로 오면서 연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관객만 보다가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다. 현장 자체도 어색하고. 뮤지컬은 객석이 3층까지 되지 않나. (웃음) 또 마이크 없이 300명 앞에서 하는 연극도 해봤으니 어떤 톤이 나도 모르게 배어 있더라. 무대에서는 목소리도 높이고 동작도 크게 움직여야 하는데 드라마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앞에 사람이 있다'고 여기고 연기를 해야 했다. '정말 어려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전화 받자마자 대본도 안 읽고 시즌2 출연 결정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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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청춘시대1>과 비교해서 <청춘시대2>에서 스스로 '성민'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일단 시즌1 때는 내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크지 않았다. 시즌2에서 내 분량이 많이 늘어나서 욕심이 났고 기분도 좋았다. 아무래도 시즌2가 시즌1보다 좀 더 관심을 받는 상황이었으니 더 긴장도 되고."

- 대본을 읽고 출연을 결정한 건가.
"감독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시즌2를 할 건데 스케줄 어떻게 되냐'면서 '괜찮으면 같이 하자'고 하셨다. 대본도 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예 알겠습니다'하고 제의를 받아들였다."

- 너무 쉽게 결정한 거 아닌가. (웃음)
"<청춘시대>가 끝나고 바로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주연으로 연기했다. 감독님께서 <청춘시대>를 보고 캐스팅 결정을 내렸다고 들었다. <청춘시대>는 내게 기회를 준 선물 같은 드라마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또 감독님이 너무 좋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배우 박은빈과 <청춘시대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손승원.

배우 박은빈과 <청춘시대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손승원. ⓒ JTBC

- 1년만에 다시 박은빈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일단 굉장히 편했다. 1년이라는 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잘 됐다. 첫 신을 딱 맞추는데 '편하구나' 느낌이 왔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밝고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또 우리가 연기하면서 헤드록을 건다든지 움직임이 많지 않나. '이렇게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지원이(박은빈)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합을 맞춰서 하니 지원이도 재미있어했고 나도 재밌었다."

- <청춘시대2>에서 박은빈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분량이 늘었다. 힘들진 않았나.
"대본을 보고 부담이 되긴 했다. '지원이' 위주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자칫 내가 못하면 지원이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그런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박연선 작가님께서 첫 대본리딩 당시 '다시 캐스팅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성민이''라고 해주신 것도 부담이 됐고. (웃음) 그런데 일일드라마 주인공을 한 번 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친숙해져 있더라. 지원이랑은 더 친해져서 호흡이 잘 맞았다. 지원이가 뭘 하든 받아줄 자신이 있었고 그만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여성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욕심을 내서 연기를 하면 조화롭지 않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지원이가 해주는 걸 잘 맞춰주고 받아주면 융화가 될 것 같아 욕심을 비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 드라마로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거나 역량을 보여주자는 다짐보다 지원이를 위해서 연기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지원이는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편안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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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원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했다. '성민'은 사랑과 우정 중에 어떤 쪽이라고 생각했나.
"성민이 지원이를 좋아한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둘도 없는 친구를 잃게 될까봐서다. 좋아한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고민이 되는 거지. 과연 거절당하거나 헤어지게 됐을 때 두 사람의 사이가 이전과 똑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싶어서. 친구 송지원을 잃기 싫으니 쉽게 고백을 못 했던 것 같다."

- 뒷모습만 연기했던 에필로그가 인터넷 상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지원(박은빈)이 성민과 결혼하고 일찍 죽는다는 암시를 주었는데.
"원래 대본에는 '어떤 아빠가 딸을 벨에포크에 데려온다'는 것까지 나와있다. 마지막까지 내가 찍는 줄도 몰랐다. (웃음) '누구 딸일까. 궁금하네' 정도였지. 그런데 감독님이 '성민아 이거 네가 찍어보는 게 어떻겠니' 싶어 성민이 아닌 '(아내를 잃은) 슬픈 아빠'로서 연기했다. 그 장면에 대해 종방연 때 작가님에게 물으니 그 아이가 내 아이고 지원이가 나랑 결혼한다는 설정이라고 하더라. 지원이도(손승원은 배우 박은빈을 계속 '지원이'라고 불렀다) 종방연 때 이 사실을 알았다. (웃음) '멘붕'이 왔다. '결국 힘들게 연애해서 결혼했는데 나는 '홀아비'가 되는구나' 지원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왜 빨리 죽어야 하는지 지원이도 아쉬워하더라."

데뷔 8년... 배우는 '배우는 직업'

- 데뷔한 지 올해로 8년이 됐다. '연기는 이렇게 하는 것 같다'는 감이 생겼나.
"전혀 그런 건 없다. (웃음) 다만 연기도 공부처럼 똑같이 노력과 시간에 비례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내가 촬영을 하면 할수록 늘고 있는 게 보이니까. 배우란 오래 보고 가는 직업이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 스스로 성장한다는 감각은 어떻게 느끼는 건가.
"일일드라마를 하면 매일 촬영에 나간다. 그건 매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것 같다. 그만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편해지고 카메라도 편해진다. 1년 동안 매일 같이 나가서 부담 갖고 스트레스 받았던 게 결국 다 공부가 됐구나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 <청춘시대2>를 끝내고 어떤 점에서 성장했다고 느꼈나.
"순발력? 즉흥적으로 감독님이 지원이랑 내게 '너네끼리 해봐'라면서 연기를 시킬 때가 있다. 우리는 정말 리허설을 많이 안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웃음) 서로 뭘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슛' 들어가고 지원이 대사를 툭 치면 '어? 그래?' 하면서 '핑퐁'이 된다. 그런 재미가 있더라. 그런 점을 많이 배웠다. 종방연 때 지원이랑 '솔직히 (합을) 안 맞추고 들어가는 게 더 희열이 있지 않냐'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렇게 연기할 때 화면에 더 재밌게 나오더라."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 권우성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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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원은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공부'라는 말을 사용했다. "연기는 진짜 해도 해도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또 "할 때마다 모르겠고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 역할이라는 게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 다른 인생이라. 어떤 선배님께서는 '배우'가 왜 '배우'냐면 '계속 배워야 해서 배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정한 이후로 쭉 한 길만 달려온 그는 "아직 연기가 부족한데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손승원은 <청춘시대2>를 마치자마자 바로 뮤지컬 <팬레터> 연습에 돌입했다. 우리는 내년 2월까지 손승원을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승원 청춘시대 시즌2 임성민 박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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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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