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원. <청춘시대2> 지원의 절친한 학보사 친구 '성민'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겠지만 그는 올해로 벌써 데뷔 8년차가 된 뮤지컬 배우다. 그는 그동안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날들> <벽을 뚫는 남자> 등 유명한 뮤지컬 작품에서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스무살, 대학(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앙상블'로 캐스팅돼 뮤지컬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손승원. 당시 뮤지컬 배우로서 이미 커리어를 쌓았던 조정석, 주원 등과 한 무대에 올랐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셈이었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더 이른 17살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연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모친의 권유로 예고 입시 준비를 해 계원예고에 입학한다. 그는 고등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뮤지컬을 처음 보고 그 세계에 푹 빠진다. 계원예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연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주인공을 맡아 자신의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킨 손승원은 그 순간을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도 박수 받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밖에 나가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 권우성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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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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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이루었네요"라는 기자의 감탄 섞인 반응에 손승원은 "어떻게 그렇게 됐네요"라면서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꿈을 꾸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연기나 노래 외에는 다른 것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는 그. <청춘시대2>가 끝난 지난 11일 상암 <오마이뉴스>에서 배우 손승원을 만났다.

조정석-주원과 한 무대에 서다

- 처음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기분은 어땠나?
"너무 빠른 데뷔였다. 어린 나이에 외부에서 공연하는 게 쉽지 않아 가슴이 벅찼다. 작은 역할(앙상블)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 선배 배우 들이 출중해서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오디션에서 캐스팅됐다. 굉장한 능력이지 않나.
"음…. 능력보다는 그냥 운이 좋은 걸로 해달라. (웃음)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발판이 돼 뮤지컬을 계속 했다. 조정석, 주원, 강하늘, 김무열…. 그때 다 한 무대에서 같이 공연했던 형들이다. 뜻 깊은 데뷔 무대였고 다 잘 돼 있으니 나에게도 영광이다."

- 뮤지컬을 3년 정도 하다가 방송 출연을 단막극(KBS 드라마스페셜 '다르게 운다')으로 시작했다.
"맞다. 오로지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기획사를 만나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 대표가 내 뮤지컬 공연을 보고 연락을 주셨고 '공부가 될 거니까' 방송 쪽도 같이 병행해보자고 하셨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뮤지컬을 꼭 하고 싶다. 그곳이 나의 고향이고 나와 정한 약속 같은 것이기도 하다. 조정석, 조승우 선배님도 뮤지컬과 방송을 병행하고 있지 않나."

- 대답은 마음이 방송 쪽으로 더 기운 것처럼 들린다. (웃음)
"그렇지는 않다. 음식으로 따지면 편식을 하지 않는 거다. 뮤지컬과 드라마 두 가지 재미를 모두 알았기 때문에 병행하고 싶은 거다. 왔다갔다 하면서 배우는 것도 크니까. 무대에서의 움직임이 드라마에서 도움이 되고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가 무대에서 도움이 된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기도 하고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SNS로 종종 연락이 온다. '언제쯤 무대에서 연기할 거냐'고. 둘 다 놓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방송으로 오면서 연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관객만 보다가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다. 현장 자체도 어색하고. 뮤지컬은 객석이 3층까지 되지 않나. (웃음) 또 마이크 없이 300명 앞에서 하는 연극도 해봤으니 어떤 톤이 나도 모르게 배어 있더라. 무대에서는 목소리도 높이고 동작도 크게 움직여야 하는데 드라마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앞에 사람이 있다'고 여기고 연기를 해야 했다. '정말 어려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전화 받자마자 대본도 안 읽고 시즌2 출연 결정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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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청춘시대1>과 비교해서 <청춘시대2>에서 스스로 '성민'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일단 시즌1 때는 내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크지 않았다. 시즌2에서 내 분량이 많이 늘어나서 욕심이 났고 기분도 좋았다. 아무래도 시즌2가 시즌1보다 좀 더 관심을 받는 상황이었으니 더 긴장도 되고."

- 대본을 읽고 출연을 결정한 건가.
"감독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시즌2를 할 건데 스케줄 어떻게 되냐'면서 '괜찮으면 같이 하자'고 하셨다. 대본도 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예 알겠습니다'하고 제의를 받아들였다."

- 너무 쉽게 결정한 거 아닌가. (웃음)
"<청춘시대>가 끝나고 바로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주연으로 연기했다. 감독님께서 <청춘시대>를 보고 캐스팅 결정을 내렸다고 들었다. <청춘시대>는 내게 기회를 준 선물 같은 드라마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또 감독님이 너무 좋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배우 박은빈과 <청춘시대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손승원.

배우 박은빈과 <청춘시대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손승원. ⓒ JTBC

- 1년만에 다시 박은빈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일단 굉장히 편했다. 1년이라는 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잘 됐다. 첫 신을 딱 맞추는데 '편하구나' 느낌이 왔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밝고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또 우리가 연기하면서 헤드록을 건다든지 움직임이 많지 않나. '이렇게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지원이(박은빈)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합을 맞춰서 하니 지원이도 재미있어했고 나도 재밌었다."

- <청춘시대2>에서 박은빈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분량이 늘었다. 힘들진 않았나.
"대본을 보고 부담이 되긴 했다. '지원이' 위주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자칫 내가 못하면 지원이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그런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박연선 작가님께서 첫 대본리딩 당시 '다시 캐스팅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성민이''라고 해주신 것도 부담이 됐고. (웃음) 그런데 일일드라마 주인공을 한 번 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친숙해져 있더라. 지원이랑은 더 친해져서 호흡이 잘 맞았다. 지원이가 뭘 하든 받아줄 자신이 있었고 그만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여성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욕심을 내서 연기를 하면 조화롭지 않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지원이가 해주는 걸 잘 맞춰주고 받아주면 융화가 될 것 같아 욕심을 비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 드라마로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거나 역량을 보여주자는 다짐보다 지원이를 위해서 연기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지원이는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편안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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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원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했다. '성민'은 사랑과 우정 중에 어떤 쪽이라고 생각했나.
"성민이 지원이를 좋아한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둘도 없는 친구를 잃게 될까봐서다. 좋아한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고민이 되는 거지. 과연 거절당하거나 헤어지게 됐을 때 두 사람의 사이가 이전과 똑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싶어서. 친구 송지원을 잃기 싫으니 쉽게 고백을 못 했던 것 같다."

- 뒷모습만 연기했던 에필로그가 인터넷 상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지원(박은빈)이 성민과 결혼하고 일찍 죽는다는 암시를 주었는데.
"원래 대본에는 '어떤 아빠가 딸을 벨에포크에 데려온다'는 것까지 나와있다. 마지막까지 내가 찍는 줄도 몰랐다. (웃음) '누구 딸일까. 궁금하네' 정도였지. 그런데 감독님이 '성민아 이거 네가 찍어보는 게 어떻겠니' 싶어 성민이 아닌 '(아내를 잃은) 슬픈 아빠'로서 연기했다. 그 장면에 대해 종방연 때 작가님에게 물으니 그 아이가 내 아이고 지원이가 나랑 결혼한다는 설정이라고 하더라. 지원이도(손승원은 배우 박은빈을 계속 '지원이'라고 불렀다) 종방연 때 이 사실을 알았다. (웃음) '멘붕'이 왔다. '결국 힘들게 연애해서 결혼했는데 나는 '홀아비'가 되는구나' 지원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왜 빨리 죽어야 하는지 지원이도 아쉬워하더라."

데뷔 8년... 배우는 '배우는 직업'

- 데뷔한 지 올해로 8년이 됐다. '연기는 이렇게 하는 것 같다'는 감이 생겼나.
"전혀 그런 건 없다. (웃음) 다만 연기도 공부처럼 똑같이 노력과 시간에 비례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내가 촬영을 하면 할수록 늘고 있는 게 보이니까. 배우란 오래 보고 가는 직업이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 스스로 성장한다는 감각은 어떻게 느끼는 건가.
"일일드라마를 하면 매일 촬영에 나간다. 그건 매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것 같다. 그만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편해지고 카메라도 편해진다. 1년 동안 매일 같이 나가서 부담 갖고 스트레스 받았던 게 결국 다 공부가 됐구나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 <청춘시대2>를 끝내고 어떤 점에서 성장했다고 느꼈나.
"순발력? 즉흥적으로 감독님이 지원이랑 내게 '너네끼리 해봐'라면서 연기를 시킬 때가 있다. 우리는 정말 리허설을 많이 안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웃음) 서로 뭘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슛' 들어가고 지원이 대사를 툭 치면 '어? 그래?' 하면서 '핑퐁'이 된다. 그런 재미가 있더라. 그런 점을 많이 배웠다. 종방연 때 지원이랑 '솔직히 (합을) 안 맞추고 들어가는 게 더 희열이 있지 않냐'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렇게 연기할 때 화면에 더 재밌게 나오더라."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 권우성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임성민 역의 배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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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원은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공부'라는 말을 사용했다. "연기는 진짜 해도 해도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또 "할 때마다 모르겠고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 역할이라는 게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 다른 인생이라. 어떤 선배님께서는 '배우'가 왜 '배우'냐면 '계속 배워야 해서 배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정한 이후로 쭉 한 길만 달려온 그는 "아직 연기가 부족한데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손승원은 <청춘시대2>를 마치자마자 바로 뮤지컬 <팬레터> 연습에 돌입했다. 우리는 내년 2월까지 손승원을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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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보 및 문의사항은 쪽지로 남겨주세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가요 부르고, 한국사회 풍자... 유튜브서 뜬 외국인 스타

[inter:view] "난 어느 국민도 아닌 지구인"... 안코드가 거리에서 노래하는 이유

교대역에서 god의 '촛불 하나'를 부른 영상과 신촌 버스킹 공연으로 일약 유튜브 스타가 된 '푸른 눈의 악사'가 있다. 본명은 아베 자카렐리 안코드. 20대의 한창 혈기왕성할 그의 노래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단순히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는 청년인 줄 알았던 그가 JTBC <비정상회담> 등에 출연해 "노숙 생활을 하기 직전 모든 인간 관계를 정리했다"며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영국 태생인 그는 일찌감치 가족을 떠나 세계 곳곳을 떠돌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청소년기에 잠깐 한국에서 중등 교육을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햇수로 만 8년째다.국적을 묻는 질문에 "난 삶의 이유 런던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일본인 가족에게 입양된 안코드는 12세 때 잠시 한국에 들어와 청소년기를 보내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언론사 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을 다녔던 그는 16세 때 입양 사실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이국적인 모습이라 한국에선 또래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 자신을 입양 보낸 부모님을 만나러 영국을 다시 찾았지만 형제들의 냉대에 크게 상처받은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노숙을 시작한다. 연락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긴 싫었다. 그러다가 광장으로 나갔는데 날 몰라보는 것 같았다. 서로 가볍게 얘기하다가 그냥 내가 혼자 말했다. '파비오, 난 내 길을 잃은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 말에 파비오가 내 어깨를 잡고 아빠 같은 눈빛으로 조용히 '아반티'(앞으로) 이러는 거야. '그래! 저스트 고. 그냥 앞으로 가자'. 강한 교훈으로 다가왔다."한국을 다시 찾다 그 이후로 안코드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버스킹을 통해 번 돈으로 전 세계를 돌기 시작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자." 이런 결심을 하던 차에 일본인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일본에 잠시 머물다 이웃 나라인 한국을 당시 여자 친구와 함께 찾았다. 부산에서의 버스킹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사실 안코드는 마음만 먹으면 더 이른 시기에 방송을 통해 유명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의 소속사가 2014년 8월 경 <비정상회담> 첫 번째 시즌이 한창 떴을 무렵 방송에 출연하자고 제안한 것. 줄리안, 일리야 등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방송인이 다수 소속된 곳이라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근데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고 해외를 오가면서 버스킹을 계속 했지"라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 최근의 일이다. 마음이 바뀐 걸까? "음악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그가 답했다. <비정상회담2> 등 방송 출연을 하기 시작한 것도 "유명세를 위한 게 아닌 본인의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안코드는 "음반 활동을 위한 과정이지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음악에 대한 그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사연 하나. 올해 봄 신촌에서 동료 탁보늬(바이올린), 태보고(색소폰)와 공연 중일 때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와 마주친 것. 지지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이 그의 공연장 주변에 나타나 일대가 한창 시끄러워졌고, 공연을 중단하고 돌연 안코드는 안철수를 무대로 불러 함께 노래 부르기를 제안했다. 후보자 연설을 자신의 공연 일부로 만든 것. 남은 과제들안코드는 "내가 갖고 있는 유명세는 그냥 어떤 순간에 땔감이 될 좋은 재산 정도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것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버스킹 때 만난 태보고와 서울 을지로3가 지하철역에서 만난 탁보늬와 함께 하는 지금의 공연이 우선이었다. "내년에 이들과 공연을 크게 해볼 거다"라고 그가 포부를 밝혔다.지난 4개월 간 이들이 공연한 날이 100일을 넘는다. 주 6회씩 거의 매일 채운 셈이다. 특히 그의 대표곡 '헤븐'은 상황에 맞게 한국어로 개사해 즉흥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사는 때론 방황하는 청춘의 아픔을 대변하거나 한국 사회의 폐부를 꼬집는 등 변화무쌍하다. "개사? 일단 해보기 시작하면 참 쉽다!"며 그가 웃어 보였다. "어느 나라에 가도 외국인이고 지구인이란 건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말"이라며 그가 말미에 자신을 지구인이라 표현하는 이유를 전했다. 어린 시절 겪은 아픔과 혼란, 이 지점에서 그는 지금까지 언론 매체에 공개하지 않았던 사연 하나를 전했다. 그의 입양과 잦은 타지 생활은 다름 아닌 특정 종교와 관련이 있었는데 안코드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지만 더 이상 그 종교에 믿음이 없다. 자유롭고, 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식 눈 멀게한 비정한 아버지... 떠날 수 없었던 건 이것 때문이었다

[inter:view] 뮤지컬 <서편제> 동호 역 맡은 배우 강필석, 그가 이 작품 택한 이유

동호는 유봉이 싫었다. 저 뜨거운 '햇덩이'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불살라 죽였다. 동호가 보기에 유봉은 '소리에 미친 사람'이었다. 소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 어머니가 죽은 후 자신을 거두어주긴 했지만, 동호는 정처 없이 떠돌며 소리판을 찾아다니는 이 생활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유일하게 자신을 붙들어주는 건 누이인 송화였다. 동호는 송화가 좋았고, 송화도 동호가 좋았다. 동호가 북을 치고, 송화는 소리를 하고, 그저 그렇게 소박하게 살 수 있다면 좋았을까. 송화의 소리는 여기에 있었지만, 동호의 소리는 여기에 없었다. 그래서 동호는 떠난다. 서양 리듬이, 유랑하는 밴드의 소리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울렸으니까. 언젠가 각자의 소리를 찾아 다시 마주칠 그날을 그리면서.그러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어느 소리판에서 마주한 송화. 송화의 눈은 멀어 있었다. 소리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저 사람이, 기어이 저 햇덩이가 누이의 눈마저 불태웠다. 동호는 울면서 자책했다. 송화에게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송화는 그 자리에 머물겠다고 한다. 그렇게 둘의 길은 다시 갈라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동호는 보고픈 누이를 다시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진 <서편제>. 뮤지컬 <서편제>는 원작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네 소리와 현대적 소리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삼연 이후, 제작사의 문제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작진과 배우의 마음이 소리가 모이듯 한 데 모여 기적처럼 네 번째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 유봉을 미워했고, 송화를 사랑했던 동호. 극의 관찰자이자 전달자로서, 동호는 그 분량에 비해 큰 비중을 지닌 캐릭터이다. 지난 9월 28일 늦은 오후,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로비에서 동호 역에 트리플 캐스팅 배우 강필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애증의 아버지, 유봉과의 관계 <서편제>의 주요 인물은 송화, 유봉, 동호 세 명이다. 유봉은 재능 있는 소리꾼이지만, 큰 소리꾼이 되는 데는 실패한 인물이다. 동호의 어머니는 밭을 매며 노래를 하던 사람이었고, 유봉과 사랑하는 관계였지만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다. 유봉과는 피가 안 섞인 동호는, 유봉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미워한다. 소리에 재능은 있지만, 큰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한'이 필요하다. 동호가 다른 소리를 찾아 떠난 사이, 유봉은 송화에게 그 한을 심어주기 위해 그녀의 눈을 멀게 한다. 어머니에 이어 누이까지, 동호는 유봉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뭔가, 그렇다고만 하기엔 더 복잡한 무언가가 응어리져 있다.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랄까.동호에게 애틋한 감정을 내비쳤던 송화야 그렇다 치지만, 그토록 모질기만 했던 유봉도 동호가 마냥 못 미더운 것만은 아니었던 걸까. 동호가 떠난 뒤 유봉은 '밥을 잘 쳐 먹고 다니는지'하면서 에둘러 걱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전파를 탄 동호의 새 앨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는 등 전형적인 '악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객의 시점에서 보이고 들리는 장면일 뿐이다. 동호의 시선에서는 유봉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한쪽에 동호가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가 있다면, 다른 쪽에는 동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누이 송화가 있다. 길을 따라 걷던 그 어린 시절에도 송화는 동호를 챙겼고, 동호는 송화가 좋았다. 유봉에게 혼이 난 뒤에도 동호를 안아주던 건 송화였고, 서양 소리를 찾아 떠나가려고 할 때도 동호의 발목을 잡았던 게 송화였다. 어쩌다 다시 마주친 그 판에서 송화의 눈이 멀어 있을 때, 동호는 누이를 붙들고 흐느끼며 무너진다. 나이가 먹고, 다른 종류의 소리에 대해 나름의 일가를 이룬 뒤, 동호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송화를 다시 찾아 헤맨다. 하지만 굳이 동호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았던 송화는 자꾸만 피하고, 간신히 다시 마주하게 되는 데 5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감정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간신히 돌아온 작품, 그 길에 함께하다 <서편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강필석 배우의 눈시울은 여러번 옅은 붉은색이 되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촉촉하게 머금은 감정이 눈가에 맺혔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강필석은 수차례 동호가 되었고, 그 때마다 특유의 느릿한 말투를 멈추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했다. 이 배우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그의 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참 다행이다. 그가 이 작품을 안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이번 <서편제>는 의미 있는 작품의 의미 있는 시즌이라고 할 만하다. 조광화, 윤일상, 이지나, 김문정 등 국내 뮤지컬 창작진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다시 뭉쳤고, 우여곡절 끝에 <서편제>가 돌아왔다. <서편제>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앓는 팬은 여럿 되었지만, 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할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도 확실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자리를 제안 받은 배우 강필석은 '의무감'을 가지고 함께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안타까워했던 강필석은, 이제 배우의 입장에서 <서편제> 귀환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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