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은 발라더다. 스스로 그렇게 정의한다. 많은 가수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다. 발라드 가수로 자리 잡고 싶고, 발라드를 잘 부르고 싶고, 어떻게 해야 박재정 고유의 발라드를 부를 수 있을지 찾고 싶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박재정을 만났다.

신곡 '시력', 2년 준비한 이유

박재정 박재정이 29일 오후 싱글 '시력'을 발표한다. 지난 2013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재정은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징이다. 신곡 '시력'은 이별 후 겪는 감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이다.

박재정이 29일 오후 싱글 '시력'을 발표한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지난 2013년, 엠넷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거머쥔 박재정은 1995년생이다. 올해 23살인 그는 2015년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20대 초반에 이미 발라더로서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좀처럼 자주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017년 6월이 돼서야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첫 솔로곡 '시력'을 선보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 지난해 5월 규현과 함께 듀엣곡 '두 남자'를 불렀고, 올해는 <월간 윤종신> 5월호 '여권'의 가창자로 참여하긴 했지만 미스틱에 온 후 박재정의 솔로곡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했다. 자세랄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였다. 발라드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표현하기까지 생각을 많이 했다. 2년 동안 준비했는데 '왜 내가 가수를 해야 하고 노래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포함됐다. 윤종신 선생님 노래를 들었을 때 내가 위로를 받았지, 하며 나도 그런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력'은 박재정을 위해 윤종신이 작사하고 015B 정석원이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이별 후의 심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인데, 박재정을 위해 '맞춤 제작'된 곡이란 점이 흥미롭다. 정석원은 박재정의 음역대를 고려했고, 윤종신은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사랑 노래를 하고 싶다는 박재정의 의사를 반영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시력'을 들었다. 이어폰을 빼며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들린다"고 소감을 말하자 박재정은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했다.

"미성을 써서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을 선생님께서도 원하셨고 그렇게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회사 분들과 윤종신 선생님이 기다려주셨다."

윤종신 '애제자' 맞지만 '제2의 윤종신' 아냐

박재정 박재정이 29일 오후 싱글 '시력'을 발표한다. 지난 2013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재정은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징이다. 신곡 '시력'은 이별 후 겪는 감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이다.

지난 2013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재정은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징이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윤종신은 박재정을 두고 "발라드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흔치 않은 젊은 아티스트"라고 이야기했다. '윤종신 애제자'가 된 배경을 묻자, 박재정은 발라드적으로 잘 통하는 감성에 대해 언급했다.

"윤종신 선생님과 작업할 때 '이건 재정이만 알겠다' 하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실 때가 있어요. 저도 노래 중에 '이 부분이 윤샘이 좋아하는 부분 아니에요?' 하고 여쭤보면 '맞다'고 하세요. 예전부터 윤종신 선생님 음악을 좋아했고, 노래 부를 때 감성적으로 비슷한 게 있다고 윤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윤종신에게 많이 배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제2의 윤종신"은 아니라고 그는 분명히 말했다. "윤종신이 프로덕션한 가수 박재정, 여기까지는 제 정체성이 맞지만, 그 이상은 제가 찾아야 한다"며 "윤종신 선생님은 제가 잘 걷도록 만들어주시는 분이고, 제가 스스로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제가 저를 만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시력'을 2년에 걸쳐 다섯 번 이상 녹음한 이유에 대해선 "'시력' 하나로써 제가 어떤 발라더인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종신과 함께했지만, 윤종신이 아닌 박재정의 색깔이 나는 발라드를 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진정한 위로'... 내가 노래하는 이유

박재정 박재정이 29일 오후 싱글 '시력'을 발표한다. 지난 2013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재정은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징이다. 신곡 '시력'은 이별 후 겪는 감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이다.

박재정의 신곡 '시력'은 이별 후 겪는 감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이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많이 못 받았다고, 내가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사랑을 받기 위해 노래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진짜 노래하는 동기와 의미를 다시 다듬고 갖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박재정은 자신이 어떤 발라더가 될 것인지 방향성을 찾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것이 방향을 잡는 첫 단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앨범을 내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하곤 했는데 이건 어쩌면 '내가 이런 이런 사랑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과 같다. 사랑을 못 받으면 상처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보다 내가 '왜' 사랑받아야 하는지, 내가 '왜' 노래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박재정은 이렇듯 이상적 발라더가 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떤 발라더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묻자 "위로를 주는 발라더 박재정이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위로 안에 되게 많은 것들이 있다"면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고, 제 노래가 힘이 되는 5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림 선배님은 외국인 노동자 등 타지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공연도 많이 하신다"고 예를 들며 "외로운 사람들에게 치유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것들(위로)을 꿈꾸고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큰 그림은 이게 다가 아니다. 작사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고 있고, 지금도 계속 곡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또 말하길 "10년 후쯤엔 제가 쓴 곡을 들려주고 싶다"고 해서 "10년이면 너무 늦지 않느냐, 빨리 선보이고 싶지 않느냐" 되묻자 이렇게 답했다.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10년을 해보라고 하지 않나. 10년 동안 많이 느끼고 배워서 오래 걸려도 좋은 곡을 쓰고 싶다."

많은 걸 이루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조급하지 않기란 힘들 법도 한데 박재정은 나이에 비해 꽤 성숙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 중에도 중간중간 꾸준히 터뜨린 '웃김'은 그의 반전 포인트였다. 평소에도 '웃긴다'는 박재정은 "어색한 것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좋으니까요"라며 잔잔한 유머를 예찬했다.

박재정 박재정이 29일 오후 싱글 '시력'을 발표한다. 지난 2013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5 >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재정은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징이다. 신곡 '시력'은 이별 후 겪는 감정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곡이다.

박재정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박재정 시력 인터뷰 미스틱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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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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