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남녀 주인공이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타는, 없을 것만 같은 행운이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일어났다. 배우 구교환과 이민지, 두 사람은 영화 <꿈의 제인>으로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었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아주 유명한 배우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한 속도로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배우들이었다. 이 두 사람을 한 카메라 앞에 세운 조현훈 감독은 두 배우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꿈의 제인>의 남녀주연상 수상은 두 배우의 '대체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첫 장편 데뷔를 마친 감독의 역량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상 사실은 그저 <꿈의 제인>이라는 규모가 작은 영화를 소개할 하나의 좋은 구실이 될 뿐이다. 남우주연상 수상을 두고 배우 구교환은 "노출될 수 있는 기회"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의 말처럼 '노출' 그 이후는 영화의 몫이다.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늘 실패하고 외로움에 몸을 떠는 가출 청소년 소현(이민지)과 그런 소현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민 제인(구교환)의 꿈인지 사실인지 모를 만남을 담은 영화 <꿈의 제인>. 볕이 좋은 지난달 26일 오전 주연 배우 구교환과 이민지, 그리고 조현훈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 배우 이민지,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 배우 이민지,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 배우 이민지,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제인을 존경한다"

'가출팸',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의 합성어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서로 모여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뜻의 신조어다. <꿈의 제인>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출팸이 등장한다. 트랜스젠더인 제인의 집 역시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로 하나의 '가출팸'이다. 소현이 제인의 가출팸 안에 들어가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조현훈 감독은 <꿈의 제인>이 택한 가출 청소년이라는 소재에 대해 "이방인의 정서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현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말할 기회가 없는 인물들에게 입을 빌려줘야 겠다 싶어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인물들을 보면서 위로나 연대의 감정을 느끼셨으면 한다. 모든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세상 도처에 널린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주인공 제인은 트랜스젠더다. 그는 이태원에 있는 클럽 '뉴월드'라는 곳에서 노래를 한다. 제인은 소현에게 위로이며 이상향이다. 그리고 뉴월드는 마치 소현의 은신처 같은 기능을 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인을 보며 '내게도 제인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꿈의 제인>의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은 스스로 만든 제인이라는 인물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제인은 개인적으로 제가 존경하는 주변의 친구들의 모습을 투영시킨 인물이다. 영화 전반을 제인에게 의지하고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실제로 제인이 영화를 이끌어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조현훈 감독에게 있어 구교환은 이상적인 제인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배우였다. 조현훈 감독은 구교환을 "웃는 얼굴에도 슬픈 감정이 보이는 인상이 기억에 남았다"고 기억한다.

"구교환은 쉽게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얼굴이다. 그의 그런 점들이 처음 구상했던 제인의 모습과 맞다고 생각했다. 제인이 현장에 나타나면 언제나 그의 세계로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제인이 있는 곳은 모두 뉴월드처럼 느껴졌다."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반면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구교환은 <꿈의 제인> 촬영 현장을 "제인으로서 있을 수 있던 현장"으로 회고한다.

"시나리오 안에 있는 제인의 행동이나 표정에서 욕심이 많이 났다. 내가 제인을 만난만큼 그를 채워서 관객들에게도 제인을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제인을 가감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역할을 준비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와서 보셨으면"

이민지와 구교환에게 '왜 상을 받은 것 같냐'고 물었다. 곰곰 생각하던 이민지는 "스스로 이야기하는 건 자화자찬 같으니 서로가 왜 상을 받았는지를 말해보는 게 어떤지"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배우 이민지는 평소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팬이었기에 제인 역할을 구교환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제인을 맡으면서 '전형적인 인물'을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스타일도 독특하고 매력과 유기적인 호흡이 독보적인 배우라서 제인의 이상적인 모습, 위로해주는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연기도 물론 좋지만 '이런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어'라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이고 마치 꿈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현실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이민지가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팬"이라는 말을 듣자 구교환은 민망한지 옆에서 웃다가 "나도 이민지라는 배우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 내가 '더더' 팬이다"라고 말했다. "이민지에게는 제인이라는 인물을 소현을 통해서 알게 될 정도의 에너지가 있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그 신을 진짜처럼 만들어주는, 상대 배우로서 정말 훌륭한 파트너다." 이민지는 이 말을 듣자 이를 살짝 보이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배우 이민지는 <꿈의 제인>을 두고 "되게 울타리가 낮은 담장이라 쉽게 넘을 수 있는데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비유했다. "혼자 영화를 보고 가시면 어떨까. 영화관이라는 게 같이 와도 결국 영화가 시작하면 개인적인 공간이 되는 느낌이 있다. 누군가 옆에서 토닥이는 위로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다."

<꿈의 제인> 속 대사 코멘터리
(1) "안녕 돌아왔구나" : 제인과 소현의 첫 만남. 손목을 칼로 그어 자해를 시도하는 소현에게 처음 모습을 보인 제인은 마치 원래 소현을 알던 사람처럼 인사를 건넨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인사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제인의 인사를 좋아한다." (구교환)

(2) "우리 모두의 시시한 행복을 위하여" : <꿈의 제인> V LIVE에서 조현훈 감독은 생방송이 끝나기 전 배우들에게 '우리 모두의 시시한 행복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자고 한다. <꿈의 제인> 속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시시한 행복'을 갈구하고 다른 이들처럼 때때로 이를 손에 넣기도 하지만 잃기도 한다. 배우들과 감독은 최근 어떤 '시시한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네일아트. 난 손톱이 별로 안 예쁘다고 생각하던 사람인데 누구에게 꾸밈을 받고 나니 못난 손톱도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 여기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 '못났지만 잠깐은 예뻐보이는구나" 여기에 왜 돈을 쓰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악수하거나 손을 잡는 것 외에 손을 남이 터치해주는 일이 잘 없지 않나. 너무 세세하게 만져주고 '내 손을 이렇게까지 관리해주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이민지)

"위닝일레븐. 시시한 행복은 굉장히 산재되어 있지 않나. 나에게는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이 있다. 하루에 두 판 행복한 습관처럼 하고 잠이 든다. 이런 것들은 결국 시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아는 '대학 합격' 같은 거대한 행복들만 보고 살아가면 못 버틸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돼야지' 하는 거대한 목표 같은 것들도. 잽이 쌓이면 상대방을 K.O. 시키듯이 결국 사람을 쓰러트리는 건 잽이다. 그런 시시한 행복들이 큰 행복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구교환)

"조그만 수조에 우파루파(동물)를 키운다. 최근에 우파루파가 피부병에 걸려 좀 아팠다. 너무 놀라서 물도 다 갈고 조치를 취했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만에 나은 거다. 너무 행복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온도가 바뀌면서 수온도 변하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있더라. 신경을 쓴다고 쓰는 데도 매년 이 시기마다 문제가 있다. 정말 많이 아프면 어항을 들고 뛰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어려운 일이라 약을 타서 응급조치를 하는 편이다. 요즘은 다행히 다시 좋아져서 되게 행복하다." (조현훈 감독)

(3)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 제인과 소현은 해변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제인이 소현에게 하는 말.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그런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개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배우들에게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 말에 동의한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우리가 비록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주'하고 있는데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 혼자 있게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같이 버티면서 살 수 있다." (이민지)

 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 신을 주목!
(1) 뉴월드에서의 마지막 신 : "<꿈의 제인>에서 영화 음악을 맡은 '플플달(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님께서 직접 마지막 뉴월드 신에서 음악을 틀어주셨다. 우리는 각자 엑스트라가 아닌 지인을 초대해 정말 클럽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 되게 느낌이 묘했다. 그때 지인들이 제인을 처음 봤는데 제인의 모습에 대해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 즐거웠다.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진짜 뉴월드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민지)

(2) 야구부가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는 신 : "연출자 입장에서는 모든 신이 긴장된다. 특히 제인이 등장하는 신들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거의 모든 신이 쉽지 않았는데 야구부가 나오는 신만큼은 마음을 놓고 구경을 하게 됐다. 운동장에 갔는데 실제 야구부가 훈련하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됐는데 실제 그 모습을 보니 어떤 어마어마한 에너지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날씨도 좋아 콘티도 안 들여다보고 멍하니 있었다. 그 에너지가 영화에 잘 담긴 것처럼 느껴져 가장 좋아하는 신 중에 하나다." (조현훈)

(3) 소현이 달려가는 신 : "영화 초반 소현이 달리는 신이 있는데 울컥했다. 이민지는 (관객들에게) 어떤 분위기를 줄 수 있는 배우다. 분위기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배우다." (구교환)

 영화 <꿈의 제인>의 배우 이민지, 조현훈 감독, 배우 구교환이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꿈의 제인>이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이날 관객이 1만 명 돌파하면 "영화를 보고 나가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 이정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보 및 문의사항은 쪽지로 남겨주세요.

<프듀101> 4위, I.O.I 춤신춤왕... 청하의 가슴 짠한 새 출발

[inter:view] 가난한 연습생에서 첫 미니앨범 내고 솔로 데뷔하기까지

아이오아이(I.O.I) 출신 김청하가 솔로 청하로 첫발을 내디뎠다. <프로듀스101> 때부터 자타공인 '춤신춤왕'으로 불린 그는 '노래까지 되는 멤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보컬과 퍼포먼스 둘 다 되다 보니 그의 역량에 거는 팬들의 기대도 컸다. 지난달 25일 오전 상암 오마이뉴스에서 청하를 만났다. 6월 7일 솔로 데뷔를 앞둔 청하는 부담감에 눌리기보단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이었다.솔로활동, 계산 없이 나를 보여줄 것 청하는 솔로 활동을 "처음으로 비친 제 모습"이라 표현했다. 아이오아이 땐 "춤적인 것 위주로 강조됐고 제 성격을 못 보여드렸다"며 "앞으로는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서 계산 없이 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물론 아이오아이 때도 계산 없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인간 김청하'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아질 것에 대한 기대였다.청하는 솔로 활동을 오랫동안 꿈꾸고 계획했던 걸까. 이 질문에 그는 "한 번쯤 상상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손사래 쳤다. "그룹으로 데뷔해서 연차가 쌓인 후에 그때도 내가 잘 뛰고 있는 상태라면 한 번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졌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하면 되지'와 '어떡하지'의 중간. 그 사이에서 솔로 준비를 했어요."청하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솔로 데뷔를 준비했고 노력의 결실로 다섯 트랙이 수록된 첫 번째 미니앨범 <핸즈 온 미(HANDS ON ME)>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래퍼 넉살이 피처링에 참여한 '와이 돈츄 노우(Why Don't You Know)'다. 이 곡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트로피컬 하우스의 시원한 댄스곡으로, 청하의 설명에 따르면 "멜로디컬하고, 따라 하기 쉬운 안무의 노래"다.아이오아이, 언젠가는 또 <프로듀스101>에 출연했던 청하는 37위로 시작해 마지막에 4위까지 오르며 오디션 계의 바람직한 성공사례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란 청하에게 고맙고 행복하고 아쉬운 존재다. 아이오아이 활동 후반을 회상하며 청하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순간순간의 피곤함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못 누린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때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칠 때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멤버들과 연락은 자주 할까. 청하는 "전체 문자방을 잠깐만 안 봐도 100개의 대화가 쌓일 정도"라고 대답했다. 특히 친하게 지내는 소미와는 영상통화도 많이 하고 스케줄이 빌 때 부담 없이 만난다. 그는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연예계 생활 자체가 마음을 터놓고 온전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마음을 터놓을 멤버들이 제게 10명이나 있고, 가장 순수할 때 만나서 순수하게 같이 활동한 친구들이라서 공감해주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구구단, 우주소녀, 다이아 등 먼저 팀으로 데뷔한 아이오아이 멤버들도 많다.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자 청하는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밥은 잘 챙겨 먹느냐, 잠은 좀 자느냐, 오늘 메이크업이랑 의상 예쁘더라 너랑 잘 어울린다, 연말에 (스페셜 무대 등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그의 답변에서 끈끈한 형제애가 배어 나왔다.나중에 아이오아이가 다시 뭉친다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청하 역시 명료한 대답을 돌려줬다. "활동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고, 기회가 생기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었다. 앞으로 솔로가 아닌 팀으로서 가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도 "좋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혼자 예능을 하는 것도 힘들고, 내가 한마디 했을 때 받아쳐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고 있다"며 팀 활동의 장점을 언급했다.가수란 직업, 사람 뜻대로 되는 일 아냐 최종 4위를 기록한 청하는 <프로듀스101> 파이널미션에서 11위를 했다. 중요한 순간, 마지막 등수를 받아 불안할 수도 있었지만 불안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 스태프분들이 '어떡해' 하고 걱정했지만, 본인은 정작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쉽지 않았던 그간의 우여곡절이 자리하고 있었다."연습생으로 여러 회사를 거쳤다. 데뷔시켜준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팀이 와해하기도 하고, 의리를 지키고 싶어 한 회사에 머물렀는데 갑자기 팀원들이 교체되거나 회사가 공중분해 되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프로듀스101>보다 힘들었던 시절이 많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할 때 스스로 '청하야 안 되면 여기까지인 거고 잘되면 좋은 거고, 최선을 다하고 후회만 없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마음이 편했다. 나를 시험해보려고 참여했고, 경쟁상대가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제 탓을 하지 않았다. 연습은 최대한 할 수 있는 한 하고, 몸이 아파서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면 하지 않았다. 포기란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부딪힐 때까지 나를 몰아붙이진 않았다."청하는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하는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당연히 최선은 다하겠지만, 순위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연연한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란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받아들이는 건 제 몫이 아니라 대중분들의 몫인 것 같다"며 "변수가 항상 있었고,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청하는 <프로듀스101> 직전까지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수를 꿈을 키웠다. "<프로듀스101>에서 실패했어도 가수 준비를 계속했을까?"란 질문에 그는 "한 번은 더 도전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지금 회사의 (준비했던) 이 팀까지 무산됐다면 후회 없이 다른 길로 갔을 수도 있다. 저를 힘들게 키워주신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된다.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다. 나이가 점점 드는데 학교도 휴학했고 너무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는 없었다. 가수는 대중의 사랑이 있어야 유지되는 직업이고 제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현실을 무시하고 무작정 계속하진 못했을 것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그도 이미 완벽했다

[inter:view] 연극 <킬 미 나우>에서 조이 스터디 역을 맡은 배우, 신성민

제이크 스터디의 아들 조이 스터디는 17살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조이는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다. 언제나 휠체어에 앉아있는 조이는 아버지인 제이크나 고모 트와일라, 친구 라우디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는 성장하고, 어른과 싸우고, 그렇게 또 다른 어른이 된다. 사춘기가 된 조이는 태블릿PC로 야한 사진도 보고, 때로는 씻는 와중에 발기하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서 라우디와 함께 따로 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성적인 욕망이든 자립을 향한 욕구이든, 조이 역시 무언가를 원하고 꿈꿀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이크는 그런 조이를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설 쓰는 것도 그만두고, 남은 생 전체를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 채워왔다. 아버지가 보기에 조이는 마냥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니까, 자식을 책임지는 건 부모의 의무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이의 독립을 반대하던 제이크를 갑자기 병마가 덮친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며 자신을 잃어가는 제이크. 조이는 그렇게 변해가는 아버지를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다.몸이 굳어가며 조이만큼도 제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되는 제이크. 조이는 문득 라우디와 함께 즐겨하던 게임 속 캐릭터를 떠올린다.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로 변해가는 인간. 그 인간은 좀비가 되기 전, 자신의 자아가 남아 있을 때 간절하게 주인공을 향해 외친다."킬 미 나우!(Kill me, Now)" 아직 제이크가 제이크일 때, 제이크는 제이크로서 죽고자 한다. 조이는 그런 아버지를 기꺼이 돕는다. 언제나 아버지로부터 도움만 받았던 아들이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조이가 아버지를 위해 나선다. 이 선택, 용서받을 수 있을까. 괜찮은 걸까. 남은 자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과 안락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 연극 <킬 미 나우>가 초연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 재연에 나섰다. 재연에 조이 역으로 새로이 합류한 배우 신성민에게도 <킬 미 나우>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관객을 울리는 만큼이나 배우들에게도 절절하게 가슴에 남는 작품. 큰 눈과 시원한 입매, 호쾌한 연기 스타일로 주목 받는 이 젊은 배우에게 <킬 미 나우>의 조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결의 인물이었을 것 같았다. 지난 5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내 카페에서 배우 신성민을 인터뷰한 이유다. 섹스 볼란티어, 어떻게 봐야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장애인의 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장애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는 노동인가 아닌가.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인간답게 살 권리만큼이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게 권리라면,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어떠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가.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쉽지 않은데 심지어 연극이 됐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란 자칫 또 다른 종류의 무지나 폭력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사실 작품 시작 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예요. 그리고 작품이 끝난 후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제가 워낙 무겁다 보니까 이걸 풀어내서 전달하기 위해 농담을 하거나 더 강하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연출께 했었죠. 그랬더니 '그분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밝게 장난치고 웃으며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특별히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 역시 편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들었어요.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오히려 더 선을 긋고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와 모든 게 같기 때문에, 내가·우리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답변을 들은 이후 더 자유로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선을 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는 있죠. 사실 '장애'라는 말도 좀 조심스러워요. 우리와 그 분들이 다르다고 너무 정의하는 것 같아서. 극에서 나와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고 할 때, 오히려 (그런 구분짓는 태도에)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요." <킬 미 나우>는 눈물을 지우개 삼아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구분 짓는 선을 지워나간다. 각자 인물들의 이야기에게는 각자의 논리적 설득과 감정적 호소가 있다. 예컨대 제이크를 보낼 수 없다고 우는 트와일라나, 그런 제이크를 보내줘야 한다고 우는 조이의 대립이 그렇다. 이 난제 앞에선 아무도 선뜻 누구 편을 들거나 특정한 선택이 옳다고 강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이 스터디를 연기하는 배우 신성민이 아니라, 조이의 자리에 신성민이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제가 조이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막상 닥쳐보지 않으면…. 제가 '조이를 100% 이해하고 행동한다'라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과연 어떤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연습 과정에서도 '안락사를 내가 이해하고, 조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100%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를 저라는 사람에게 많이 질문했어요. 이때까지 제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왜 이 말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거든요.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중요시했는데 조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말하기 좀 어려운데, 이게 사람의 감각적인 부분이어서….아이러니했던 건, 잘 모르겠음에도 연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공감이 되는 거예요! 이 아이의 말과 선택과 행동이…. 처음에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텍스트를 읽다가 공감이 되고, 눈물이 흐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조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걸,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관객 분들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다행히도 관객 분들이 같이 공감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관객이 '운다' '안 운다'의 기준이 아니라, 그런 공기가 공연장에서 형성되는 걸 느꼈거든요." "마음대로! 하나만 갖고 가셨으면"중극장을 채우는 그 공기. 손수건을 축축하게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는 관객이 상당수다. 이미 아는 이야기, 몇 번 본 공연임에도, 슬픔과 연민으로 부푼 관객의 심장을 연극은 톡하고 건드려 터뜨린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제이크를 맡은 배우 이석준은, 공연이 끝나고 너무나 서럽게 우는 관객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아팠다고 자신의 SNS에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연극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Heal me, now)'가 되어준다며 공연장을 여러 번 찾는 관객들이 있다."같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다른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함께 아파해 주고, 슬퍼하고…. 공감해주시는 관객들을 보면,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세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살면서 남이 하는 일에 크게 잘 관심 안 가지잖아요.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관객 분들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연극이지만, 현실에도 이런 환경에 놓이신 분들 그리고 더 안타까운 분들이 계시잖아요. 공연 관객 분들은 이런 타인의 삶에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해 주실 수 있는 분들 같아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죠."배우 신성민에게 <킬 미 나우>는 참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을 던져 준 작품이었다. 그 고민들은 여전히 채 정리되지 않은 채 신성민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 문제의식에 짓눌리거나 허우적거리는 건 아니다. 신성민은 이 문제를 머릿속의 연산으로 풀려고 하기 보다는 심장으로 내려보냈다. 인터뷰 중에 신성민은 '공감'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여러 번 반복적으로 꺼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에게 공감하고, 배우로서 관객에게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공감을 굳이 관객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고 싶지는 않다. 그는 관객을 믿고 있었다."'이러이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것도 강요처럼 느껴져서 조금 조심스러워요. 제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 느꼈던 게 있긴 있어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이런 걸 가지고 굉장히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충분히 얘기를 나눠요. 그래야 더 완벽한 공연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과 관객 분들께 무언가를 가져가시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이것도 제 성향이겠죠? 제가 강요당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웃음)저희가 원래 전하려던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보셔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싶은 것만 보셔도 좋고, 무언가를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에겐 이게 일이지만, 관객 분들에겐 문화생활이실 거잖아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하는 것은 온전히 관객 분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각자 마음속에 가지고 가시는 건 여러분의 마음대로! 무언가 하나라도 가지고 가신다면 감사하죠.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어떤 특정한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작품을 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뿐이죠. 그래서 대신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것만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기했던 인물들 다시 만나고 싶어" 연극 <킬 미 나우>가 던지는 질문들이 쉽지 않듯이, 연기 자체도 결코 쉽지 않다. 비장애인 배우가 지체장애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는 게 혹여나 과도한 묘사나 불쾌한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건조하고 딱딱하게 다가설 수도 없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이상으로 배우에게도 슬픔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몰아친다. <킬 미 나우>의 커튼콜을 보면 그 눈가에 물기가 묻어있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이다."작품을 몇 개 거치면서, 배역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제 스스로 정립이 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좀 혼란이 와요. 사실 끝나고 많이 힘들어요. 좀 털어 버리려고 일부러 신나는 노래 듣고, 재밌는 생각도 하는데…. 아직까진 좀 힘든 게 많이 남아요. 해소가 되기보다는 담아두고 끝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커튼콜 끝나고 들어가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야죠. 제 일이니까."지난 4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16일을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두 번째 만남을 정리한다. 배역 자체가 도전이었고 지금도 신중하게 연기를 해나가고 있는 신성민의 조이와도 이별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조이 스터디와 배우 신성민은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연극 <킬 미 나우>는 배우 신성민에게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까. 신성민은 자신의 '두 번째' 조이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끝나 봐야 알 것 같아요. 항상 끝나야 알 수 있어요. 바로 깨달음이 오는 것도 아니고요. (웃음) 문득 어느 날 했던 극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제 상황과 맞물릴 때나,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생각날 때도 있고…. '그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갔어야 했는데' '이런 느낌 좋았는데'라면서…. 그렇게 했던 작품들을 가슴에 묻으면서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벙커 트릴로지> <유도소년>을 거쳐서 <킬 미 나우>를 했는데, <벙커 트릴로지> 후에 <유도소년> 없이 <킬 미 나우>를 했다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제가 만든 조이가 지금의 조이죠.아직 어떤 작품으로 <킬 미 나우>가 제게 남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죠. 음…. 다만 바람이라면, 나중에 <킬 미 나우>에 대한 제 기억과 추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있어요. 근데 이건 <킬 미 나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에 대해 가지는 생각라서…. (웃음)이렇게 한 작품씩 좋은 작품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싶어요. 정체되지 않고! 제가 지금 하는 조이가 완벽한 연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완벽한 연기라는 건 없겠지만? 앞으로 더 해결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그러니 이렇게 차차 성장해 가다가 '그 배우, 좋은 배우더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물을 나중에 다시 한 번씩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다른 생각, 생기는 여유로움 같은 걸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때 했던 것 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언젠가 신성민의 조이 스터디를 다시 만날 날이 오게 될지 모른다. 이미 좋은 배우임에도 스스로 '평범'하다고 겸손해 하는 그. 그의 두 번째 조이와 첫 번째 조이를 비교하는 것도 극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그는 그 스스로 바라는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성장한 조이가 되어 있을까. 다만 내가 확신하는 건, 지금이나 그 때나 그는 변함없이 좋은 배우일 것이라는 점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조금 불안정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신성민의 조이는 이미, 완벽한 조이니까.

  • inter:view 다른 기사

  • 옆으로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