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 <공범자들>로 최승호 감독이 돌아온다. ⓒ 이정민


최승호 '감독'이 영화 <공범자들>로 올여름 극장가에 돌아온다. 작년 '국정원 간첩 조작'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그는 불과 1년 만에 다시 새로운 영화를 들었다.

영화 <공범자들>은 두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망친 '공범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죄를 묻는다. 최승호 감독이 영화 <자백>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발로 뛰어 찾았던 것처럼 <공범자들>에서도 공영방송을 망친 장본인들을 찾아가 "인터뷰 좀 하자"며 발로 뛰고 또 소리도 지른다.

그는 "<자백>에 비해 더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하는 한편,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당히 재밌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29일 오전 영화 촬영 막바지에 한창인 최승호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오늘도 공범자들을 만나러 간다"며 웃었다.

"해야 해서 한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호 감독은 영화 <공범자들>을 "해야 해서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으로서 책임 윤리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었다. ⓒ 이정민


1년 만에 만난 최승호 감독은 힘들다고 말했다. "<자백>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생긴 피로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 영화를 하려니 힘들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뒤이어 바로 "그래도 해야 해서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영방송을 어떤 식으로든 회복할 수 있는 시기가 됐지 않나. 이 시기에 국민에게 <공범자들>을 보여드리고 더 많은 분이 '공영방송을 회복시켜야 하겠구나' 공감을 하시고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바란다. 이 영화를 통해 공영방송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으면 좋겠다."

- <자백>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일정이 너무 촉박하지 않나.
"특수한 경우라서 가능한 거다. 영화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쓴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촬영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10년 전에 방송인들이 울부짖으면서 찍어놨던 영상들을 내가 가져다가 현실의 옷을 입혀서 만든 영화다. 그렇기에 상당 부분이 시간의 때를 많이 입었다.

그중 제일 먼저 일어난 사건이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낸 일이다. 2008년 경찰이 KBS에 쳐들어와서 저항하는 KBS 사원들을 짓밟고 난리가 났다. 이명박 정권이 그런 방식으로 정연주 사장을 쫓아냈다. 그 영상들이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호 "공영방송 문제를 영화로 풀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 이정민


- 올해는 멀티플렉스 개봉관이 좀 더 늘어날까?
"<자백> 때보다야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노무현입니다> 보니 스크린이 700개 이상이던데 작년이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배정이다. 심지어는 너무 많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는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멀티플렉스가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던 때와는 다를 것이다."

- 개봉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도 다시 영화를 선택했다.
"<자백>을 만들면서 보니 그냥 유튜브 영상과는 그 영향력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게 났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자백>을 봤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영화관에서 본 사람들도 있지만, IPTV나 '어둠의 경로'로도 많이 보시지 않나. 그러니 전체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숫자를 따지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또 2시간 가까이 어떤 공간 속에서 한 이야기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느끼는 체험이 상당히 깊게 각인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조금 더 깊은 각성을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공영방송 문제도 영화로 풀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 지난 1월 이미 공영방송을 다룬 <7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7년>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일 것 같은데.
"맞다. <7년>은 탄압을 받았던 피해자들, 그중에서도 주로 해고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탄압을 받았는지 풀어간 영화다. <공범자들>은 그 '공범'들을 중심에 놓고 간다. 공영방송을 파괴한 공범들을 현시점에서 찾아다니며 그들의 책임을 묻고 그 반응을 기록해 과거 그들이 한 짓과 지금 그들의 표정을 담아내는 것. '옛날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아무런 반성이 없는 자들이 있구나. 우리 사회가 저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 이번에도 <자백>에 이어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영화 개봉비를 마련하는 스토리펀딩으로 진행한다. 진행 상황이 어떤가?
"<자백> 때보다 모금 속도는 느리다. 확실히 정권도 교체됐고 이만하면 세상이 괜찮아졌으니 관심을 덜 두는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사실 펀딩이 돈을 많이 모으겠다는 취지보다 영화에 관심을 두고 개봉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동반자들, 즉 호위무사들을 많이 모시려 하는 것이다. 펀딩에 참여하게 되면 이분들이 가장 먼저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고 영화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같이 해주시는 거다. 그런 걸 기대하는 거다. 시민이 직접 만들어내는 변화를."

"영화로 그들을 벌줄 것이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MBC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다." 최승호 감독의 자신감 ⓒ 이정민


- 사람들이 MBC에 대해 더 기대하는 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심' 여부가 영화 흥행의 필수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데 최승호 감독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난 일단 이 영화가 충분히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10년 동안 공영방송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내가 보는 방송이 그 모양 그 꼴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고 극적인 장면이 많다. <자백>의 시나리오를 쓴 정재홍 작가가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썼는데 본인은 <자백>보다 더 재밌을 것 같다더라. (웃음) 10년 치 감정의 흐름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기에 아마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공영방송이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변화할 거라 보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걸쳐 공영방송 회복에 대해 공약을 했기 때문에 공약을 지킬 거라 본다. 하지만 지금 KBS나 MBC의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일단 현재 국회에 제출된 '언론장악방지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의 개정안,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으로 충원하고 여야 추천 7대6 비율로 개편.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이사진 3분의 2 이상 찬성- 도입)을 통과시키는 건 정당이 해야 할 문제니까. 정부에서는 방송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방송의 자율성·독립성을 존중하고 지켜주셨으니까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결국 현재 상황을 변화시키는 노력은 방송사 구성원들과 또 그런 구성원들을 성원해주는 시민들과 협력해 만들어 나가야지. 이 영화는 그들이 서로 손잡고 같이 가는데 도움을 주려는 영화다."

- 당장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인가.
"일단 지금 김장겸씨가 MBC 사장으로 있지 않나. 그가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나가야 한다. 그러면 방송은 금방 정상화된다고 본다. 오랫동안 방송을 만들던 실력 있는 피디나 기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몇 년 동안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을 잊어버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빨리 회복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든 단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시청률을 얼마나 올려야겠다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절대 길게 갈 수 없다." ⓒ 이정민


- YTN 조준희 사장은 물러났는데 왜 MBC 김장겸 사장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보나.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있는 고영주라는 사람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더러 공산주의자라고 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방송이 박근혜 탄핵 반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북한이 금방이라도 쳐들어올 것처럼 위기를 조장하면서 반공을 방송의 중요한 이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MBC를 자기네가 말하는 소위 '애국 세력'의 진지로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방문진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다. 만일 방문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김장겸이 나가도 고영주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제2의 김장겸을 세울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 박근혜 탄핵 직전 이 '애국 세력'들이 MBC 앞에서 "MBC를 지키겠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그날 'MBC가 이 정도로 망가졌구나' 하는 착잡함이 있었다.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촛불 집회를 하지 못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다. 이를 다 기록해두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으로 쓸 것이다."

- 초심을 잃어버린 언론인들이 많다. 특히 MBC에 많다. 그런데도 TV에 아직 얼굴을 비치고 있는데.
"언론인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면 이상한 길로 가진 않는 것 같다. 나도 피디수첩을 오랫동안 맡아서 해왔는데 끊임없이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 처지에서 볼 때 방송사라는 회사 조직에서 내가 출세를 좀 더 한다든지 월급이 좀 더 오른다든지 그런 부분들은 대단한 변수가 아니다. 방송사 안에서도 내가 부장을 못 했다, 국장을 못 했다면서 자존심 상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김재철이 국장시켜주면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해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MBC 방송 장악의 공범자들이다. 공범자들은 결국 그런 식으로 초심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초심이 있었다면.

그렇다면 이것을 불행한 일이 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영화 <공범자들>은 최소한 역사적·정신적 의미에서는 그들이 한 짓이 자기 자신들에게 불행한 일로 결론지어지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영화가 그들을 벌주는 거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든 단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시청률을 얼마나 올려야겠다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절대 길게 갈 수 없다. 결국, 꾸준히 작품을 계속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고 좋은 피디로서 각인되는 것이다.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기사나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이 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아 뭔가 다른 기사(혹은 프로그램)가 나오고 있다고. 그런 게 중요한 것 같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최승호 감독 공범자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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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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