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기의 목표"'저 배우가 하는 작품은 그래도 볼만 해' 정도면 됐죠. 이것만큼 어려운 게 없어요! 저 배우의 취향이나, 작품의 열정을 보았을 때 '돈 내고 볼만해'라는 것, 어떤 이유에서든 '저 배우가 나오면 괜찮아'라는 말을 듣는 것. 이 정도면 연기의 목표라고 할 만하지 않나요?"ⓒ 이정민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극 연기를 하는 이유"제가 공연을 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거거든요. 작품을 통해 한 인물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잖아요. 연극은 제가 말 너무도 사랑하는 작업이에요. 또 공연은 실험의 장이라고 생각되어요. 인물과 공간에 대한 문화 충격도 있었고요."ⓒ 이정민


잘생겼다. 그리고 섹시하다.

연극 <프라이드>의 '필립'으로 다시 대학로에 돌아온 배수빈을 따라다니는 평가다. 단순히 마스크에서 나오는 평가가 아니다. 그는 순간적으로 무대를 휘어잡을 줄 아는 배우이고,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을 두는 배우이다. 그런 아우라를 풍기는 배우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저 잘생겼죠?! 으하하. 그건 자주 듣던 얘기고요. 아, 섹시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웃음) 저에게 무대는 떨리고 두려운 공간이거든요. 항상 내가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게 돌려놓는 힘이 있는 곳이고요. 그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 무대를 하는 거고, 제가 어떤 마음으로 무대를 하는지 관객분들께서도 보셨기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요? 뭐, 잘생겼다는 말은 무대가 아니라 매체에서 일할 때도 매번 듣던 얘기라…. (웃음)"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던 배우 중 무대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이는 여럿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안착하여 팬들의 검증을 통과한 이는 손에 꼽는다. 인지도만 가지고 섣불리 나섰다가 무대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에 실망과 상처를 준 배우가 어디 한둘인가. 그런데 그 어려운 걸, 배수빈은 해냈다. 여전히 그를 '배필립'으로 불러주는 팬들이 제법 많다.

"관객분들의 검증 단계가 있었겠죠. 제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단순히 매체 일이 없어서, 매체가 싫증이 나서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무대 작업에 대한 제 사랑을 관객도 다행히 알아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요."

다른 작품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 배우 배수빈을 대중에게 각인케 한 건 2015년 <프라이드>였다. 배수빈의 필립으로 무대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그는, 이후 <킬 미 나우>의 제이크, <카포네 트릴로지>의 올드맨 모두 자기만의 매력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배수빈의 두 번째 <프라이드>가, 두 번째 '필립'이 왔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 '배필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지난 12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했다.

배수빈 그리고 필립의 마지막 재회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번 <프라이드>에 중점을 둔 부분?"각자 다른 올리버에게 맞는 리액션을 신경 쓰고자 했어요. 그 사람의 정서를 고스란히 받는 걸 연습했죠. 다양한 페어가 있어서 순간순간의 가능성에 대해 열어 놓고 연기하는 편입니다. 이번 삼연은 <프라이드>의 본질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많은 실험을 하고 있어요."ⓒ 이정민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 런던과 2017년 런던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동명이인 필립, 올리버, 실비아가 겪는 상황을 펼쳐 보인다.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 2017년의 필립과 올리버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게이이지만, 억압의 시대였던 과거와 해방의 시대인 현재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이들의 이야기도 톤이 완전히 바뀐다. 3시간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러닝타임이 정신없이 흘러갈 정도로 관객의 혼을 그리고 눈물을 빼놓는다.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을 거쳐 이번 2017년 공연이 벌써 국내 삼연이다. 세 번이나 올라왔다는 건,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익히 나 있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붙잡은 극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마니아가 있는 공연을 한 게 <프라이드>가 처음이었고, 사랑을 받아서 참 좋았어요. 관객분들이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시는데 정말…. 저는 오히려 관객분들께 칭찬을 드리고 싶어요. 허리는 안 아프신지, 어떻게 그렇게 여러 번 봐주시는지…. 정말 대단한 관객분들 아닌가요? 이런 마니아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돌아왔죠. '마지막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꼭 좋은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할지 모르죠. <프라이드>라는 작품 자체가 주는 그 뉘앙스 때문에 다시 한 것도 있거든요. 정서 자체가 워낙 강한 작품이라, 두고두고 생각이 났죠. '이런 느낌들이었지'라면서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그 느낌과 정서 때문에….

('배필립'은 진짜 안 돌아오는 건가) 다시 하면 나치? (웃음) 필립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사실 재공연을 한 것 자체가 <프라이드>가 처음이거든요. <프라이드>는 워낙 감사한 작품이고, 저에게도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 다시 하게 된 거고…. 어떤 작품이든 재연은 앞으로도 거리를 둘 생각입니다. (그럼 <카포네 트릴로지>도 안 하나? 닉 니티를 참 좋아했는데) 저보다는 (이)석준 형이 훨씬 멋있지 않았나요? (웃음) 했던 작품을 다른 캐스트로 들어가는 건 생각해보겠지만, 같은 작품의 같은 캐릭터는 생각 없어요."

그렇다. 마지막이다. 배수빈의 <프라이드>가 언젠가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배수빈의 필립은 이번이 끝이다. 재연은 안 하는 주의라는 것은, 배수빈의 '제이크'도 배수빈의 '올드맨'도 앞으로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갑자기 '내가 왜 그때 더 예매하지 않았는가'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프라이드>는 그가 처음으로 대학로 마니아에게 인정받은 작품이고, 배수빈은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히' 두 번째 필립을 맡기로 결심했다.

필립이라는 인물이 지닌 아픔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1958년과 2017년의 온도차"한 작품에서 분위기를 오가는 연기가 쉽진 않지만, 1958년 필립과 2017년의 필립이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 정도로 봤어요. 재연 때도 했던 생각이지만, 요즘 더 과거와 현재 필립의 다른 점을 두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이정민


"사실 <프라이드>는 어려워요. 필립이라는 역할 자체가 쉽진 않거든요. 특히 1958년 필립이. 항상 제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을 가두고 있던 인물이라서 표현할 때마다 힘들어요. 필립은 자기 자신을 부정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1958년 필립은 계속 치료를 받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대 안에서 그렇게 계속 살았을 테죠. 정체성을 거부하면서…. 어쩌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대가 주는 억눌림과 아픔을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관객이 보기에도 시대가 주는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연민 때문에 필립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게 아닐까요. 그런 시대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본인의 진심에 대해 최선을 다했고, 그걸 부정당하면서 결국 무너진 인물이죠. 2017년에 와서는 자신이 인간적이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올리버를 보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런 길이다'라는 것을 작품이 말한다고 생각해요. 성 정체성은 그저 각자 개인의 취향이고 정체성인 거죠.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라이드>는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냥 진중하게 시대의 아픔만을 고발하는 작품이 아니다. 1958년과 2017년이 병치 되는 과정에서, 관객을 위한 숨구멍을 여기저기에 마련해 두었다.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 포인트들 덕분에 관객은 지치지 않고 작품의 종막 종장까지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쉬운 작품도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을수록 진하게 배어 나오는 대사들이 그렇고, 관객의 가슴까지 와 닿는 인물들의 아픔이 그렇다.

특히 1958년 필립은 시대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이 관계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물리적, 육체적 폭력을 통해 자신을 사랑과 진심으로 다 했던 올리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그 옆에 머물며 필립이 치유되기를 바랐던 실비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마냥 미워할 수도, 마냥 사랑할 수도 없는 이 애잔한 인물. 과연 배우 배수빈이 아닌 자연인 윤태욱(배수빈의 본명)이었다면, 1958년 런던에서 어떻게 살아갔을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시대에 순응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다만, 굳이 실비아와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올리버와의 관계를 인정하진 않겠지만, 상처를 줄 수도 없으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제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게, 틀 안에서 지내지 않았을까…. 그때 당시는 사회의 멸시를 받으며, 병으로 취급됐으니까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의 범주 안에서 지냈겠죠.

필립은 결국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되는 역할이에요. 투쟁하고 싸우는 게 역사가 되지만, 제가 1958년 필립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전 지금이 좋아요. (웃음) 사회가 지금처럼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니까요. 동성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생각을 얘기할 수 있기까지는 수많은 역사 덕분이니까요."

시대 그리고 소수자

배수빈, 명품의 향기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수빈의 연기론"연기론을 말할만큼 제가 대배우는 아니지만…. (웃음) 항상 어떻게 하면 그 인물에 가까이, 친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그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붕' 떠 보여요. 그 작업을 치열하게 한 작품에 대해서는 만족감이 커요. 장르가 무엇이든."ⓒ 이정민


시대라는 단어가 배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1958년은 그런 시대였고, 2017년은 또 이런 시대이다. <프라이드>가 고발하는 건 필립과 올리버라는 이 게이 커플의 개인적 아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병으로 규정하고, 낙인찍고, 차별하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대의 억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인정도 못 하고 이성애자인 척 살아야 하는 시대. 그래서 배우자에게도, 연인에게도 나쁜 사람일 수밖에 없는 시대.

"필립이 정말 불쌍하지 않나요? 시대가 주는 아픔들이 사람을 짓누르잖아요. 한 사람이 아픈 건 그저 한 사람이 아픈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아픈 것은 시대가 아픈 거예요.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제도적이든 사회적이든.

아픔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그 아픈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고,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오마이뉴스>를 좋아합니다! (웃음) 시대의 소수자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이 그 시대 예술가들의 몫이라 생각해요. 그 아픔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과업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게 좋고, <킬 미 나우>나 <프라이드> 같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특히나 <프라이드>는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교차적으로 잘 엮여있는 작품이기에 더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탉들의 싸움> 같은 작품도 생기면서, 그 사회적 시선이 또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라고 봐요. 어떤 관점에서는 <프라이드>가 '조금 올드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드>의 가장 큰 의미는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나보다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등이 고갈되고 있는 사회잖아요. 비록 시대가 변화하더라도 그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이에요.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슈들을 깊이 다루고 있어서 2017년 지금도 사랑받는다고 봐요."

소수자의 아픔을 대변하고 이에 공감하는 것, 그것이 예술인의 '과업'이라고 무대를 서는 사람이 말했다. 그의 선언이 참 다행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아리기도 하다. 퀴어들의 아픔이 주요한 소재로 채택되는 작품이 대학로엔 참 많다. 무대를 사랑하는 관객의 젠더 감수성도 무척 높은 편이다. 연극 <프라이드>를 관람하는 사람 중에서 성 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찬성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정작 이러한 목소리를 잠재우는 이들은 무대밖에 따로 있다.

성 평등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느 면에서,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주요 대선 후보 5명 중 4명이 동성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십자가를 내세우며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의 의회 통과를 무력화한 세력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이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성 소수자들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즐겁게 관람하는 극 중 2017년 런던과,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2017년 서울의 간극이 크게만 느껴진다. 그런 세상에 이 연극 한 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배수빈, 명품의 향기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드라마 <주몽>을 했을 땐..."<주몽>의 경우에는 접근 방법 자체가 조금 달랐죠. 당시엔 그 인물을 작품 전체의 오브제로써 너무 희화화하지 않았나해요. 그 당시만 해도 성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최대한 부담없이 바라보게 하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일단은 부담이 없어야 시청자도 인물에 대해 이해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친근감을 먼저 주고자 했어요.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죠."ⓒ 이정민


"저는 동성혼 허용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자체가 유교적 사상과 도제식 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사회이지만, 그렇게만 보지 말았으면 해요. 두 사람이 원한다면 결혼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사회보장제도도 맞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허한다고 해서 사회가 문란해지지 않아요. 사회는 본래 자체적인 정화 능력이 있고, 자정작용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측면에서 너무 나갔다 싶더라도 다시 돌아와요. 지금의 역사도 그 반복이고요. 동성혼을 허용한 뒤의 흐름에 대해 현재의 우리가 미리 재단할 필요는 전혀 없죠. 오히려 지금은 사람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을 모두 포함해서요.

저는 <프라이드> 재연 때나, 지금 삼연 때나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때도, 바로 지난번에도 퀴어 퍼레이드에 똑같이 참여했거든요. 종교적인 부분으로 따지면 물론 쉽지 않죠. 하지만 그 와중에 굳이 제가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자유로운 게 좋아요. 개개인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더 타당하다고 믿어요. 관객분들도 <프라이드>를 보시고 타인에 대한 관용을 품고 가시면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인생에서 그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것, 예컨대 사랑 같은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시면 더 좋겠고요. 이런 가치들을 잊고 지내다가 <프라이드>를 보고, 내가 무엇 때문에 왜 살고 있는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고, 또 찾아가면서 내 안의 '프라이드'가 생기잖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물론 거기까지는 제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의 삶을 제가 바꿀 수 없고, 연극 한 편이 모든 관객의 생각을 바꿀 수 없죠. 다만 저는 제가 느끼고 생각한 대로 할 뿐이에요. 그들이 변하는 건, 그들의 몫이고요. '변화시켜야 한다'라는 마음만 있다면 도덕 선생님 같은 작품만 하지 않을까요. (웃음) 그러한 생각과 인식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저를 통해, 작품을 통해 한 번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요? 그런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좋아요.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잠 못 이루는 돌고래의 속삭임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기를 계속 하다 보면"뭐든 되어있겠죠? 대배우라는 말 자체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대배우는 아니잖아요? 하다 보니 되어있는 것이니까. (웃음) 저는 지금이 좋고, 꾸준히 연기한다는 게 좋은 것뿐이에요. 목표에 대한 강박을 가지지는 않아요. 열정적으로 하는 배우라는 평이면 충분합니다."ⓒ 이정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하는 이 배우.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질문도 많이 던지는 그이다. 몇 년 전 타사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자 술을 마신단다. 후배들의 조언에 기꺼이 먼저 귀를 기울여가며 연습하고 공부하고, 결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질문의 일환이다. 언젠가 셰익스피어의 <햄릿> 같은 정극 무대에도 서고 싶고, <카포네 트릴로지>처럼 실험적인 다른 작품도 만나고 싶단다.

불혹을 넘어서 흔들림 없어 보이는 그에게, 문득 궁금해졌다. '잠 못 이루는 밤'들을 겪으며 고민하는 작 중 인물들처럼, 그에게도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는지.

"물론 저에게도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죠. 음….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시기마다 달랐어요. 삶의 궤적이라는 게 또 그렇기도 하지만, 젊을 때는 나의 삶의 방향, 위치, 연기에 대한 부분, 사람들의 인정, 작품의 선택 등이었죠. 나이가 들어서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들?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해요.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또 나를 깨어있게 합니다."

그를 깨어있게 하는 흔들림을 부여잡고,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 살고 있다. 아마도 그의 연기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두 번'의 필모그래피 <프라이드>. 그리고 '두 번' 만난 인물, 필립. 모든 배우는 작품과 인물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얻으며 성장한다. 배수빈은 필립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체력 관리?"못 하고 있어서 큰일 났어요. 해야 하는데…. 아, 바나나 우유를 많이 마셔요. 단 거! 단 것 환영합니다!"ⓒ 이정민


"방황하는 아픔을 살면서 많이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필립 덕분에 그렇게 큰 방황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게 더 '좋은 것'인지 생각이 명확해진 듯하거든요. 이전에는 이리저리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하면 좋았겠구나!'라는 생각이 쌓이는 기분이랄까요.

캐릭터 분석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에요. 이를 확장해 보면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닿거든요. 이런 과정은 지금에 와서도 필요하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 작품을 하면서, 필립 덕분에 생각이 넓어지고 소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어요. 주고받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줬다면 다시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죠. 또 받았다면, 잘 극복해서 그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려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고요. 이를 통해 더 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요."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돌고래는 위기에 처한 동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작품 속에서 돌고래에 대한 잠깐의 설명이 와 닿는 건, 우리 모두가 그 인간과 돌고래 어딘가쯤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를 준 인간 배수빈이 있듯이,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는 돌고래 배수빈도 그 안에 있다.

극 중 실비아는 필립을 향해 말한다. "내가 멀리서 속삭일 게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라고. 그리고 다독인다.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질 거예요"라며. 그렇게 우리는 관계를 통해 상처를 안고, 관계를 통해 회복하며 살아간다. 성숙해진다. 지금의 아픔이 모두 '괜찮은' 이유이다. 필립과 재회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배수빈. 지난 3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 <프라이드>는 오는 7월 2일까지 계속된다. 오는 7월 이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필립에게, 배수빈은 어떤 목소리를 속삭이고 싶을까.

"헤어질 때 인물에 대한 미안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필립 당신을 대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물론 모두 다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마음으로 필립과 이별하고 싶어요. 전회차를 모두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중에 한순간, 한 공연, 한 지점이라도 당신과 닿았다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하고 이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연극 <프라이드>에서 필립 역의 배우 배수빈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수빈의 '프라이드'"'너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한 분야에서 잘 하고 있구나'라는 데서 자부심을 느껴요. 어디가서도 '난 열심히 하고 있어'라는, 부끄러움이 없는 말. 배우로서의 땀에 자부심을 느끼죠. 내가 노력한다는 것에서 프라이드를 갖습니다."ⓒ 이정민



"공영방송 사장은 아직도 박근혜 이대로는 차기정부 어떤 개혁도 못 한다"

[inter:view] KBS·MBC·SBS 노조위원장이 말하는 속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제의 '위기'가 채널 다양화로 인한 광고 수익의 감소,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시청 점유율 하락 등 경영상의 위기였다면, 오늘의 위기는 신뢰도에 대한 것이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 정국, 탄핵, 그리고 지금의 조기 대선까지, 그 어느 때보다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지만, 지상파 뉴스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 지상파 뉴스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지상파 메인 뉴스를 보지 않고, 믿지 않고 있다. 실망과 분노를 넘어 무관심에 이른 것이다.<오마이뉴스>는 누구보다 이 상황을 뼈아프게 지켜보고 있을 언론노조 KBS 본부 성재호 본부장, MBC 본부 김연국 본부장, SBS 본부 윤창현 본부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지상파 방송 길들이기 10년, 어떻게 변했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지상파 방송 길들이기가 심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보도 기능이 약화됐다고들 한다. 구체적인 내부 사정을 듣고 싶다.KBS 성재호 본부장(아래 KBS): 우선 시사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다. 특히 PD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들이 타격을 크게 입었는데, <시사투나잇>이 없어졌고,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가 없어졌다. 사대강 때문인지 <환경 스페셜>도 폐지됐다. 있는 프로그램에서도 민감한 이슈가 다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촛불을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KBS 스페셜>에서 방송되지 못하기도 했다. <창> <취재파일K> 등도 연성 아이템으로 채워지고 있다. 시의성 있는 시사 주제는 권력에 비판적인 이슈가 많은데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MBC 김연국 본부장(아래 MBC): MBC는 2010년 파업 이후 10명이 해고당했고, 노조는 195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80여 명이 정직 이상의 징계 받았고, 200명 이상이 현업에서 쫓겨났다.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시사교양국 자체가 아예 해체돼 버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만제로> <더블유(W)> <미디어비평> <후 플러스>가 폐지됐다. 그나마 <피디수첩> <시사매거진2580>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능력 있는 시사 PD들은 전부 비제작부서나 영업, 경인 지사, 스케이트 관리 등으로 쫓겨나 버렸다. 최근 다큐멘터리 부서에서 6월 항쟁을 다루려고 했지만 김장겸 사장이 불방 시켰고, 탄핵 다루려던 <MBC 스페셜>도 불방시켰다. 세월호 인양될 때는 <시사매거진2580>에 국장이 개입해서 '진실', '원인 규명' 단어 삭제하라고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기자·PD들은 일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기자, PD들에게서 제작의 자율성을 빼앗았고, 아이템을 결정하고 토론하는 문화는 말살돼 버렸다. SBS 윤창현 본부장(아래 SBS): 시사 프로그램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뉴스토리>는 아무도 안 보는 토요일 아침 7시 40분에 편성됐다. 상식 밖 편성이다. 보지 말라는 것 아닌가. 최근 호평받고 있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역시 MB 때부터 살인사건에 치중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성돼왔다. 최근 10년간 보도가 얼마나 망가져 왔냐면, 지난해 사드 논란이 뜨거울 때, 모 선배가 후배 기사 데스크를 보면서 야당의 반론을 한 줄 넣었다. 이명박 때 입사한 후배였는데, 그 후배가 '기사 이렇게 써도 돼요?' 하더란다. 이게 뭐냐면, 반론조차 보장하지 않는 엉터리 데스킹, 엉터리 기사가 일상화돼서 후배들에게 DNA처럼 박혀버린 거다. 심각한 문제다. 지난 10년간 언론 장악이 저널리스트들의 영혼을 파괴했다. - 현재 사정은 민영 방송인 SBS가 그나마 나아 보인다. 지난해 <그것이 알고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방영을 앞두고 SBS 경영진에게 보도 중지 요청이 들어왔지만, 이를 제작진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SBS: SBS 경영진은 타 방송사 경영진에 비해 숫자에 민감하다. 시민들이 지상파 방송에 기대하는 역할이 뭘까? 공정하고 심층적인 뉴스, 사회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이런 것들이 마비되니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안 보게 되는 거다. 그게 가장 극명하게 증명된 게 지난 최순실 보도였다. 박근혜가 국회에서 개헌안 발표하자 SBS가 개헌안을 쫙 풀어서 11건을 보도했다. 같은 날 JTBC는 태블릿PC를 보도했다. 그때부터 SBS 뉴스 시청층이 그대로 JTBC로 옮겨갔고,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당분간 안 될 거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단순한 사회적 명제가 아니라, 방송사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 가치로 봐도 중요한 지표라는 거다. 노조는 진작부터 이렇게 (보도)하면 망한다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해왔지만, 경영진은 최순실 보도를 기점으로 숫자로 나타나자 깨달았다. 지금은 그나마 바뀌었는데, 문제는 뿌리가 대단히 얕다는 거다. 언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지 모른다.MBC: 언론사의 신뢰도라는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태블릿PC 보도 이후, JTBC <뉴스룸>의 광고 몇 달 치가 최고가로 완판됐다고 들었다.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다. 창피한 일이지만 지금 <뉴스데스크>에 붙는 광고 중 돈 주고 붙는 광고가 거의 없다. 다 서비스 광고다. 광고나 시청률도 정부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고 비판했을 때 따라 온다는 거다. 신뢰는 유무형의 자산이다. JTBC의 신뢰도가 올라가면서, 'JTBC가 만드는 예능, 드라마도 다 예뻐 보인다'는 댓글이 달리더라. 반대로 MBC 프로그램에는 '꼴도 보기 싫다'는 댓글이 붙는다.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뉴스와 시사가 망가지면, 결국 드라마와 예능도 급격하게 파괴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겼다. 편성국은 물론 보도국에서도 다 반대했지만 강행했고, 여기에 공정성까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뉴스 경쟁력이 약화됐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가 안 붙으니, 방송사에서 유래가 없는 편성을 한다. 뉴스 앞뒤로 일일드라마를 샌드위치 편성한 거다. 매일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는 공력이 많이 들어 PD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일일을 두 개 운영하다 보니 배우 구하기도 어렵고, 작가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참신하고 새로운 드라마에 투자되어야 할 것들이 모두 일일드라마로 넘어갔고, 눈앞에 시청률만 좇느라 신인 등용문인 <베스트 극장>도 폐지했다. 창의적인 실험과 시도가 없어졌고, 떨어지는 시청률을 잡기 위해 소재는 점점 막장으로 흘렀다.뉴스·시사가 무너진다는 건 그 방송국의 신뢰도가 무너진다는 거고,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예전 MBC에는 '보도국 기자, 시사 PD들 돈 신경 쓰지 말고 공정 보도하고 회사 이미지 살려라. 돈은 예능·드라마가 벌어줄게'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단순하지만 이 구도 속에서 모두가 신나게 일했다. 지금은 이런 구조가 다 무너졌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무너지고 편파보도하면서 스테이션 이미지가 붕괴됐고, 예능과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다. 한마디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거다. 최근 5년간 드라마·예능 주력 인력의 절반 정도가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라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PD들이 보람차게 일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뉴스·시사에 소홀해도 예능·드라마가 있으면 스테이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다 무너진다. SBS는 늦게라도 방송사 신뢰가 곧 시장 가치라는 걸 깨달았는데, 왜 KBS·MBC는 아직도 못 깨달았을까? 공영방송 경영진들이 언론의 공적 의무는 물론, 경영에조차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혹은 본인의 극우적 신념을 위해서, 방송국은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JTBC 보면 되지' 하시는데 언제까지 잘할 수 있을까"- 공영 방송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BBC의 사례를 많이 든다. 하지만 BBC 경영위원회도 결국 총리가 임명하기 때문에 MBC 방문진 시스템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왜 BBC와 우리 공영 방송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KBS: 우리 공영방송과 BBC를 직접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공영방송과 조직, 기구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에 맞게 변형될 수밖에 없다. 영국에는 수상이 가장 친한 친구를 BBC 사장에 앉혀놓으면 가장 적이 된다는 농담이 있다. 그게 그들의 문화고 전통인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SBS: 결국 그 사회의 수준이다. 누가 권력을 잡든, 언론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있어야 한다. 영국 수상이 자기 성향에 맞는 정치인을 BBC에 보낼 수는 있지만, MBC 고영주 이사장(방송문화진흥회) 같은 사람을 내려 보내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신뢰는 전제돼 있지 않나. 그런 사람이 경영진에 앉아있을 정도의 여론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미디어법이다. MB 때만해도 MBC가 광우병 보도했지 않나. 사회적 논란이 있고, 검찰 통해 쑥대밭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가능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통과된 후에는 수준 이하의 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기 시작했고, 사회 저변으로 퍼져갔다. 이런 여론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포션을 차지해버렸다. 친박집회에서 난동부리고 백색테러가 난무하는 이런 환경, 10년 전만해도 상상 못 했잖나. 다 언론이 만든 환경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종편이 어젠다 세팅 기능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거다. 종편이 일정 영향력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거기서 떠드는 뉴스를 지상파가 받아 나를 수밖에 없게 됐다. '518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 같은 말 같지 않은 소리도 논란 여론이 형성돼 버리니까, 진짜든 가짜든 지상파가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가 파괴된 거다. 타이완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타이완도 미디어법 통과 이후 우리 종편에 해당하는 케이블에서 극단적 여론을 부추겼고, 결국 지상파가 다 망가졌다. MBC: BBC가 어떤 지배구조이든 간에, 권력과 불편한 관계를 마다치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공영이든 민영이든, 언론은 권력과 긴장 관계에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공영방송 체제는 크게 보면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체제 안에서 언론의 자유는 꾸준히 신장돼왔고, 정치적 독립성도 조금씩 높아졌다.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는 불편한 일이 없었을까? 당시 사장들도 정부 여당의 입김으로 임명됐고, 그때도 청와대든 여당이든 전화 여러 통 했을 거다. 하지만 그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후배들에게 빼라 말아라 이야기하는 걸 창피해했다. 이 정도는 막아줘야겠다, 이 정도는 받아줘도 되겠다, 판단은 하시던 분들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부터 무너졌다. 급격한 퇴행이 시작된 거다.고영주 방문진 위원장은 현재 유력 대선 후보를 '빨갱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분이다. 군사독재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도래한 거다. 만약 BBC에서, 이런 극우 인사가 경영위원장을 차지하고 앉아 이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시민들이 나서서 왜 우리의 소중한 공영방송 사장에 그런 인물을 앉혔느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 이라크전쟁 파병문제로 BBC가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판적으로 한 뒤, BBC 사장이 물러난 적이 있다. 이때 BBC 구성원들은 물론, 시민사회도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시민들 중에는 망가져 버린 공영방송 냉소하고 없어져 버려도 좋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물론 그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버려두기엔 너무 소중한 자산이다. 다른 누구의 자산도 아닌, 국민의 자산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 시민이라면 되찾아와야 한다. 더 많은 질책과 비판,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KBS: 맞다. '공영방송 저러다 망하든지 말든지 관심 없어' 하시는 분들 많을 거다. 그래서는 우리 언론 환경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은 'JTBC 보면 되지' 하시는데, JTBC가 언제까지 잘할 수 있을지 장담 못 한다. MBC도 한때는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던 방송국이었다. "타사보다 박근혜 더 띄우라던 간부들 여전... 사장은 여전히 박근혜"- 우리 공영방송의 경우 공적 자본이 투입되면 그만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지배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KBS: 공영 방송의 사장은 정부가 임명하고, 그 사장은 권력의 정점에 앉아 인사권 등을 행사한다. 그래서 그 지배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국회 계류돼 있는 '방송법 개정안'과 '언론장악 방지법'에는 이사회 선입구조, 방송사 지배구조, 사장 선출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 이 법안도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급하다. 우리 언론 환경은 1989년 방송법 통과될 때, 그 수준에 멈춰있다. 그나마 그 안에서 조금씩 향상되고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새누리 정권에서는 완전히 퇴행됐다. 공영 방송에 경찰을 투입해서 사장을 끌어내리는 아주 야만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공영방송에 대한 언론 자유가 완전히 장악 된 거다. 그 퇴행 과정에서 생겨난 적폐들과 부역 행위들을 청산하는 게 시급하다. 퇴행의 시기에 낙하산처럼 꽂아놨던 적폐들을 물러나게 해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방송법 개정안에는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이 침해받지 않고 언론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내부적 장치도 포함돼 있다. 지난 9년 동안의 경험에서 뽑아낸 거다. 단체협약, 말뿐인 편성규약을 지키도록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민영방송인 SBS도 마찬가지다. 현 소유주와 언론 내 기능 담당하는 SBS를 명확히 구분해서 법제화해놓지 않으면 또 다른 정권 들어서면 과거처럼 눈치 보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의 편에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SBS: MB때부터 MBC에는 '역투석작업'이 진행됐다. 투석하면 좋은 피를 넣어서 나쁜 피를 걸러내는 건데, 그 작업을 거꾸로, 나쁜 피를 계속 넣어서 조직을 망가뜨렸다. 아직 투석 바늘이 꽂혀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다른 주사약 집어넣는다고 나아지나. 바늘을 빼는게 첫 번째 작업이다. 방송장악 방지법이 그거다. 그 법 자체가 완결적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아주 극단적으로 쏠려있는 정치적 편향을 완화하는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완벽한 정치적 독립은 여든 야든, 정치권이 방송 이사회에 개입 못 하게 하는 거다. - 촛불 정국 이후 대통령이 물러났고, 정권 교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상파 방송사들에 제 모습을 찾을 거라 기대하고 있는데. 촛불 정국 이후로 달라진 분위기가 있나.SBS: <뉴스토리>에서 삼성과 국민연금 관련 아이템을 다루었는데, 이때 이를 저지하려는 일부 보직자들의 시도가 있었다. 이전 같으면 저지됐겠지만, 노조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하니 못 막더라. 굉장히 중요한 변화다. 노조원들이 노조를 믿고 가보자, 믿고 돌파해보자, 하는 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언론 노동자들에게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떻게 다룰지, 어떻게 비판할지 고민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근로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부당한 게이트 키핑과 자기검열로 이런 근로 조건이 침해당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원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BS: KBS는 솔직히 안 바뀌었다. 정권도 바뀌게 생겼고, 언론 장악 세력도 사실상 힘을 못 쓰게 생겼는데 왜 안 바뀔까? 그래서 지배구조가 중요한 거다. 여전히 사장과 이사회는 박근혜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금도 인사권을 꽉 쥐고 있다. '최순실이 박근혜 측근인 거 네가 어떻게 장담하냐'면서 깔아뭉개던 국장이 여전히 뉴스를 좌지우지 주무르며 대선 보도까지 책임지고 있다. 편집권 가진 책임자가 그대로인데 어떻게 바뀌겠나. 공영 방송의 사장은 여전히 박근혜인 거다. 그 정점이 바뀌지 않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MBC: 이쯤에서 우리 김장겸 사장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2011년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까지. 직행 엘리베이터 타신 분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탄핵 소추 결정을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방문진 이사진이 선임을 강행해서 3년 임기 사장까지 되셨다. 고영주 이사장 외 상당수 극우 인사들로 구성된 방문진의 임기는 1년 6개월이 남았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고, 방문진 이사 중에는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진행되던 와중에 선임된 분도 있다. 현재로썬 이분들을 법적·제도적으로 걸러낼 장치가 없다. 대통령이 탄핵당했고, 새 정부가 곧 들어서겠지만, 탄핵당한 대통령이 임명해놓은 사장은 3년 갈 수밖에 없다. 이러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MBC의 변화는 박근혜가 임명한 사장을 끌어내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럴만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 사장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KBS: KBS와 MBC는 정말 시급하다. 자유한국당이 계속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막고 있다. 죽을힘을 다해 막고 있다. 일단 버티면서 재기를 도모해보려는 밑그림이 있는 것 같다. 그걸 깨부수지 않고서는 최소한 공영 언론에서 새로운 혁신이나 출발은 당장 기대하기 힘들다.MBC: 우리 김장겸 사장님과 백종문 부사장님은 새 정부 들어서도 대놓고 지금처럼 하실 것 같다. 거의 훈장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에.SBS: 공영 방송의 구조 문제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경쟁의 방향을 똑바로 잡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극우 진영의 스피커 노릇 해온 사장, 이사진이 자리를 보전하고 목소리를 내면 다시 여론의 지형이 흔들릴 거다. 지금 SBS가 지상파 방송 중에 그나마 나은 목소리 내고 있다지만, 비슷한 세력들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내가 세월호 관련 아이템 발제했을 때 '세월호의 시옷도 듣기 싫다. 지겨워 죽겠다'고 말하던 분이 아직도 보직을 꿰차고 앉아 지금은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열심히 발제하고 있다. 이런 양반들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대로 열심히 바꾼다. 적어도 이런 문화를 지상파에서 끝내기 위해서라도, 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다음정부, 어떤 개혁과제도 수행 못 해"- 지상파 방송의 역할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다. 시민들이 지상파를 꼭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KBS: 지상파 3사, YTN, 연합까지. 공적 미디어 안에는 매우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인적 자원들이 매우 많다. 너무 아깝다. 더군다나 KBS에는 6000억 수신료 내고 있지 않나. 그거 왜 버리나. 계속 감시하고, 못하면 채찍질하고, 항의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셨으면 한다. 지금의 JTBC만한 언론이 3개, 4개 더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가짜들, 선거판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 정치가 바뀌고 사회가 바뀔 거다.SBS: 가장 강하고 경험 있는 저널리스트들과, 그들을 뒷받침할 재원과 장비가 가장 많은 곳은 여전히 지상파다. 환경이 만들어지면 지상파가 가장 잘할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누가누가 박근혜 잘 띄워주나 경쟁하고, 왜 우리는 타사보다 박근혜 못 띄우냐, 이런 말 같지 않은 지시들이 내려오는 코미디 같은 상황은 끝내야 한다. 지상파가 제대로, 정말 의미 있는 단독으로 경쟁하는 풍토가 남아있었다면, 최순실이 저 난리 칠 수 있었겠나. 지상파의 몰락과 한국 사회의 퇴행은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다음 정부, 어떤 개혁 과제도 수행할 수 없을 거다.MBC: 87년 6월 항쟁 때 MBC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퇴사하신 최일구 선배가 2~3년 차 기자였을 때, MBC 취재 차량이 명동성당에 가면 시민들이 돌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고 회사에 들어와 보면 송고한 기사는 구겨져서 휴지통에 들어가 있고... 그때 선배들을 생각해본다.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희망을 봤을까? 이렇게까지 개판이 된 언론을 자조하며 술이나 마셨을까? 그렇지 않았다. MBC는 6월 항쟁을 계기로 '땡전뉴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했다. 그해 12월에 방송 사상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었고,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1989년에는 광주 항쟁 다룬 다큐 <어머니 노래>를 만들었고,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한 다큐도 내보냈다. 결정적으로 군사독재 시절 MBC가 어떻게 아부하고 편파·왜곡 보도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때도 수차례 파업했고, 많은 분들이 해고됐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부터 굉장히 신뢰받는 방송이 됐다. 드라마·예능·뉴스 모두 최전성기를 달렸다. 돌 맞던 MBC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기까지, 10년 안 걸렸다. 지금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법적 제도적 정비도 시급하고, 내부적으로는 파업 이후 대거 채용돼 보도국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시용 기자들이 있다. 어렵겠지만,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 쫓겨나 있는 괜찮은 기자·PD들, 그저 쫓겨나 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더 좋은 방송 만들기 위해, 더 강하게 단결하고 있다. 이분들의 에너지로 다시 국민들의 신뢰 받는 MBC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SBS: 지난 10년 동안 지상파 3사가 자기 발등 찍었다고 본다.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지상파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깨어있는 시민들은 스스로 옳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세상은 바뀌었는데 지상파 경영진은 여전히 우리만 감추면 세상이 모를 거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거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상파가 가장 순도 높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왔다면 그 신뢰가 유지됐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고, 신뢰를 잃었다.정부가 바뀌고 우리가 제대로 보도하면, 떠나간 시민들이 돌아 와줄까?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부재가 아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지상파 방송이 시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 대단히 지난한 과제가 남았다고 생각한다.MBC: 지난해 MBC 막내 기자들이 만든 동영상이 올린 반성문이 있었다. 마지막 말이, 더 비판해 달라, 냉소하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거였다. 성재호 본부장(KBS) 말처럼, 공영 방송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국민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압박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 만들고 비판해야 한다. 공영 방송은 그냥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더 감시하고 더 비판해주셨으면 한다.SBS: 머릿속에 여러 그림이 떠오른다. 너무 마음 아픈데 (MBC 해직기자) 이용마씨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SBS 면접 볼 때 내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언론사 시험은 막판 면접 가면 비슷한 사람들이 계속 올라온다. 운이 좋으면 먼저 붙고, 나중 붙고 그런다. 만약 운명이 조금 달랐으면 아마 내가 그 처지가 되어있었을 거다. 이용마 기자 가슴에 시커멓게 자란 암 덩이가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민주주의의 씨앗으로 자라난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지난해 촛불 집회에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데리고 갔더니 구호가 '언론도 공범이다' 더라. 아빠가 기자인 거 아는 아들이 왜냐고 묻는데 대답하기 어려웠다. 거창한 가치 다 떠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제 내가 내 새끼 얼굴 볼 낯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도 공적 기능 수행해야 할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겪으셨지 않나.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자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상파 방송들이 더이상 망가지면 안 된다. 끊임없이 감시해주시고, 호되게 비판해주시고, 응원할 땐 응원도 해주셨으면 한다. 공적 기능을 안전하게 보전해놔야 우리 사회가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그것만 가슴 속에 담아주시면 싸우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외부 개입한 대선? 선관위 "김어준이 호도, 개표조작은 없다"

[단독 인터뷰] <더 플랜> 주장에 강한 반박... "오면 설명하겠다, 재검표 논의도 가능"

영화 <더 플랜>이 던진 의문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18대 대선의 전국 단위 의혹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영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지난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공식 반박했고, <더 플랜> 제작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며 거듭 확실한 해명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선관위 해명? "제대로 된 답 아냐, 그 자체가 이젠 음모론)선관위의 공식 해명 직전, <오마이뉴스>는 약 1주일에 걸쳐 선관위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10일 언론에 선 공개된 <더 플랜>을 본 결과 '개표기가 제대로 분류하지 못한 미분류표 내 박근혜와 문재인의 득표 비율이 전국 단위로 1.5배 차이가 나는 현상'에 선관위가 충분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쉽진 않았다. 공식 인터뷰 요구에 선관위는 "논의해 보겠지만 언제 할지 확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복된 요청 끝에 선관위가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오마이뉴스> 단독으로 진행했다.인터뷰 자리엔 중앙선관위 소속 유훈옥 정보기반과 과장(아래 유), 홍영근 선거2과 행정사무관(아래 홍), 그리고 곽용현 공보과 행정사무관(아래 곽)이 나왔다. 공식 보도 자료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내용, <더 플랜>이 제기한 의문점 및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의문을 중심으로 물었다. 해당 인터뷰로 선관위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려 했다. 선관위 설명의 적확성 내지 통계적 검증이 필요한 쟁점 사안은 추후에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쟁점1] 1.5k 수렴 현상 선관위는 현재까지 나온 <더 플랜> 인터뷰 등 관련 내용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있었다.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바로 앞서 언급한 1.5k 현상. 선관위는 "노인 과밀 지역의 미분류율과 출구조사 예상 득표율을 미루어 보니 1.5k가 나온 것"이라 해명해 왔고, 김어준 총수는 "통계적 반증 데이터를 제시해야 정확한 반박이 될 것"이라며 압박했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기자와 1.5k 개념에 대해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우선 시간 역전 현상(투표함을 열기 전에 방송을 통해 결과가 먼저 공개되는 현상)과 역누적(문재인에 유리한 투표함이 대부분 선거구에서 나중에 개표됐다는 것) 현상이다. 시간 역전에 대해선 일부 기표소의 실수라고 해명한 바 있는데 김어준씨는 같은 분류기에서도 어떨 땐 시간역전이 일어났고, 어떨 땐 안 일어난 데이터가 있는데 그걸 일일이 검증했냐고 반박한다. 유: "2015년 강동원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개표 상황표에 시간이 잘못 기재된 것을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저희 답변을 보면 알 수 있다. 투표지 분류기를 제어하는 PC에 시각이 잘못 설정돼 나왔던 현상이라 설명한 바 있다. 개표소 개표 과정을 아셔야 하는데 개함부, 투표지 분류 운용부, 심사집계부가 있다. 개표소마다 책상을 배열하는 방식이 규모에 따라 다르다. 개함하고 운용부에서 개표를 시작하면 시간이 기재되잖나. 그게 심사집계부를 거치고 위원들 검열을 거쳐 위원장이 공표하게 돼있다. 집계되는 타이밍엔 보고용 PC가 있어서 위원장이 공표하면 입력하는데 정확히 하나의 테이블만 있으면 순서에 따라 갈 수 있는데 여러 개가 몰려온다. 하나가 먼저와도 검열하고 위원장 석으로 넘길 때는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개함을 먼저했다고 보고가 순서대로 되는 건 아니다."- 시골 지역의 미분류율이 도시보다 높다는 것과 방송3사 출구조사 예상득표율을 함께 고려해서 1.5k가 일어났다고 밝혔는데 이것만 가지곤 1.5k의 정규분포 현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구체적인 반증 데이터가 있나. 김어준씨 주장은 외부 개입이 없는 내적 요인으로 인한 현상이라면 각 선거구 내에서도 동일하게 1.5k 분포가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김어준씨가 가장 호도하고 있는 게 전국의 모든 곳에서 1.5값이 나온다고 한다. 아니거든. 전국 모든 걸 평균한 값이 1.5라는 거다. 각 지역 별로 숫자는 다 다르다. 0.7 몇부터 2.2 몇까지로 모든 곳에서 1.5가 나온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1.5에 가까운 정규분포를 그린다는 건 맞는데 어떤 지역은 1.2도 있고 그렇다." (기자주 - 김어준 총수는 인터뷰에서 "1.5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정규분포 곡선이 됐다"고 말했다.)- 1.5k가 정규분포 현상이라는 건 이미 영화에도 나온다. 어쨌든 통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외부 인사를 데려와서라도 그 현상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유: "우리도 분석해야 겠지만 (<더 플랜>이) 이미 지난 대선에 조작이 있었을 거라는 가설 안에 1.5값을 찾아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심은 실제 투표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통계학적 가설을 세워서 여러 분석을 했겠지? 결국 영화에선 혼표를 발생시켰을 거라는 가정도 세우고 있다. 그 가설을 증명해야 하는데 실물 투표지를 보면 된다. 묶음별로 다 가지고 있으니까.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당선 무효 소송이 나온 게 인천 부평갑이었다. 재검표를 했고, 당시 26표 차였는데 23표 차로 정정했다. 근데 분류기를 통과한 것 중엔 오차가 없었다. 비분류로 간 표 중 정확히 무효인 걸 빼고 사람이 판단해서 유효와 무효를 가린 거거든. 해당 위원회에선 유효로 판정한 걸 대법원이 검증하면서 무효로 판정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었다. 근데 이것들이 다 분류기를 통과한 표가 아니거든. 이렇게 검증하면 다 나타난다. <더 플랜>은 굉장히 잘 짜인 시나리오다. 영화에 어떤 학자가 1.5k값에 대해 번개를 두 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이라 얘기했다. 조작이라 주장하지만 저희가 볼 땐 조작할 수 없는 현상이다."- 영화가 나오기 전 이 현상을 분석한 해외 논문이 먼저 나왔다. <더 플랜> 쪽은 데이터도 이미 공개돼 있고, 논문도 있는데 선관위에서 이런 자료를 검토하고 대응할 수 있지 않았었냐고 의아해한다.유: "영화가 나오고 나서 최근에 논문을 발견했다.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더라. 해당 학회에 돈을 지불해서 구했다. 그 논문이 있다는 걸 그들이 우리에게 얘기한 적도 없었고, 그 전엔 알 수 없었지." - <더 플랜>은 선관위가 해명한 것과 반대로 노인 인구와 k값은 하등 관계가 없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선관위는 구체적인 반증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나.홍: 김어준씨에게 다시 묻고 싶은 게 k값은 김어준씨가 만든 거잖나. (기자 주 : 김어준씨가 아니라 정확히는 통계학자가 발견한 것) 정확한 k값 의미를 모르고 말한 것 같다. 그 그래프는 노인 비율과 k값의 상관관계를 낸 거잖나. 그게 아니라 노인비율과 미분류율의 상관관계를 내야 하는 거다. 노인비율에서 미분류율이 높은지 아닌지를 따져야 k값이 나오는 거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k값이 나온 지 모르는 것 같다."유: "출구조사 결과에 노인이 지지했을 확률을 비교해 우리가 해명했잖나. 물론 이것도 추론이다. 저도 통계학자가 아니지만 통계는 일어난 사건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일어날 일도 예측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이거든. 결과가 맞는 경우도 있고 틀리는 경우도 있잖나. 통계학은 결국 앞으로 일어날 걸 예측하고, 적중률 높여서 사회적으로 도움받기 위한 것이거든. 근데 <더 플랜>은 인위적 조작dl 있을 거란 가정하에, k값을 찾아내 조작이 있다고 한 거다."- <더 플랜>의 그래프는 고연령 선거구 100개와 젊은 선거구 100개를 추려 각각 미분류표 속 박근혜와 문재인 득표율을 비교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오히려 젊은 선거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컸기에 나이와 k값의 상관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다.홍: 그러니까. 박과 문의 득표율을 볼 게 아니고, 미분류율을 봐야 한다는 거다. k값이라는 게 분류표에서의 비율과 미분류에서의 비율하고 몇 배인지를 따진 거잖나. 미분류 만의 것이 아니고 미분류 속 득표율과 분류 속 득표율. 그것의 몇 배냐가 k값이다. 그러니까 노인 인구의 많고 적고는 k값과 관계가 없다." - 관계가 없다는 게 더 플랜의 주장이다. (노인 인구와) 관계가 있다는 게 선관위 주장 아닌가. 홍: "노인 비율은 미분류율을 봐야 한다는 거지. 노인이 많으면 미분류율이 높잖나. 그렇다면 당연히 미분류에 박근혜 표가 비율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을 것이고, 그걸 똑같이 나누면 k값이 높을 것이고. 그렇지 않나." - 이 부분에 대해 <더 플랜>의 주장과 선관위 해명이 서로 딱 들어맞지 않는다. 추후에 데이터로 반증할 의지가 있는지.유: "그러니까 그런 것들에 (해명자료로) 설명을 했고. 결국 증명의 문제기 때문에 그때 투표지를 보면 정확한 현상을 알 수 있는 거잖나."홍: "다시 자료 만들어서 하진 않을 것 같다. 더 논란이 되면 혹시 모르겠는데. 이렇게 기자님처럼 와서 한번 보자! 그러면 충분히 설명할 의사는 있다."[쟁점2] 개표 순서 테이블 - 의심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더 플랜>은 개표장에서 기계와 사람의 테이블만이라도 바꾸면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한다. 비용이나 법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선관위는 효율성 문제를 들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홍: "그것도 자료에 밝혔다. 테이블 바꾸자는 게 18대에 이런 부정이 일어났으니까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다. 근데 우리 입장은 조작이 안 됐다, 검증해보자, 그럼 알 거 아니냐 이거다. 굳이 바꿀 필요 있을까.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일도 아닌데. 테이블을 바꿀 때 나타날 문제점은 자료에 썼고." - 어쨌든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선거 관리 아닌가. 투명성과 정확성이 중요하지 개표의 신속함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유: "우리도 신속성을 말하지 않는다. 2002년에 투표지 분류기를 처음 지방선거에 도입하고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시 한나라당에서 소송했다. 30프로 가량 기계를 썼기에 조작을 가정해 소송을 걸었고, 우린 검증했다. 전부 한 건 아니고 전국의 약 30% 가량 샘플링해서 검증했다. 지금까지 이걸 도입한 이후로 당선인이 바뀐 사례가 없다. 물론 표가 바뀐 사례는 있지만 그 경우도 미분류로 빠진 걸 사람의 눈으로 구분했을 때 나타난 거다." - <더 플랜>에 대한 비판 중 선관위에 대한 취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감독은 꽤 많이 접촉(서른 번)했지만 선관위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홍: "그 부분은 사실 관계 확인이 안 된다. <더 플랜>에서 어떤 식으로 요구했는지 모르지만 선관위에 그런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 누군지도 모르고. 공식적 절차로 요구한 적도 없고 어떤 경로로 요구했는지 우리는 파악할 수가 없다.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유: "30 차례라는데 중앙선관위 특정부서에 한 건지, 지방위원회까지 포함한 건지 모르겠다. 더구나 지방위원회에 정확한 정보를 줬으면 중앙에 보고했을 텐데 온 게 없다. 공문이 있다면 정확히 답변할 수 있었겠지." - 개표기 얘길 해보자. 네트워크가 차단됐다지만, 업데이트를 위해 최소 2회 연결되는 걸로 안다. 영화에선 잠시의 접속이라도 외부 개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유: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는다. 투표지 분류기에 연결된 제어용 PC는 네트워킹 안 되게 돼 있고 접속하지도 않는다. 랜카드가 있다고, 모두 접속된다고 가정하는 건 결국 의혹이지. 분류 프로그램과 인명부는 내부망 게시판에 올려놓은 걸 USB를 통해 옮기게 돼 있다. 코드 감염이나 프로그램 위변조를 가정하는 건가. 그걸 막기 위해 관리, 물리, 시스템적 보안을 한다." - 해킹이 가능하다는 건 이게 선관위가 주장하는 단순 분류기가 아닌 컴퓨터라는 반증 아닌가. 홍: "대법원,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이미 났다. 개표를 보조하는 장치라고."유: "전자개표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전자투표시스템, 터치스크린이든 어떤 방식이든 간에 전자적으로 기록되는 정보를 갖고 개표하는 걸 전자투표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것 같고. 우리는 현물이 있잖나. 그걸 보관하고 있고, 이걸 좀 더 효율적으로 정확성 높이기 위해 장비 도입한 거다. 장비가 있다고 이걸 다 전자개표기라 하는 게 맞는 정의일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그리고 <더 플랜>은 외국 사례를 제시해 조작 가능성을 말하는데 독일과 네덜란드의 장비는 같은 회사가 만든 거다. 거기엔 전자적 기록만 남고 실제로 나중에 검증할 장치가 없어서 위헌 판결을 받은 거다. 물론 (우리 장비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물을 가지고 비교해서 조작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 아닌가. 미국은 주마다 터치스크린 방식도 하고, OMR 마킹 방식도 한다. 거기선 위험성은 있지만 전자적 기록의 법안이 의무화 돼 있다. 우린 우리의 시스템이 있는데 외국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도 위험하다 하는 건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2012년 대선 이후 개표기에 대한 시스템 로그검사를 한 적이 있는지. 했다면 해당 시스템 기록 역시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홍: "투표지 분류기 말하는 건가? 분류기 자체에 대한 검증은 안 한다. 대신 선거가 끝나고 바로 분류기에 있는 프로그램과, 투표지 이미지 이걸 다 외장 하드에 담아 봉인해서 투표지처럼 보관하고 있다." 유: "현물 투표지가 있고 분류기 통과 하면 스캔한 이미지 파일로 남는다. 동일한 게 남는 거지. 미분류로 간 이미지도 볼 수 있다. 2013년에 이와 유사한 주장을 검증하려 보관돼 있는 이미지를 다 비교했다. 물론 샘플링이었지만. 정확했다. 남아있는 이미지와 3중 기록 관리하고 있지 않나. 개표상황표, 현물투표지가 있고 이미지 파일이 있다. 세 개가 비교 가능하다. 그래서 이건 증명의 문제인 거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k가 1.5든 2.3이든 하는 건 현상인 거지."- 미분류표 외에 분류표 확인은 일일이 수검표가 원칙이나, 개표소에 있었던 상황을 보면 100장 단위 묶음을 후루룩 확인하는 수준이다. 혼표를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그런 현상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 전국적 현상은 아니고 개표사무원 중 피곤하면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그건 그 사람 잘못이지 개표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시 그 얘긴데 이게 더 정확하다는 거다. 후루룩해서 잘 확인 못한다니 이번에 바꾼 게 심사계수기(지폐처럼 표를 세는 기계)를 들여왔고, 그것도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조정했다." 유: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 누적되고 그래서 지난 총선 때 계수기를 도입했다. 그때 빠르다는 감이 있어서 이번 대선에선 속도를 고정시켰다. 분당 150매로. 보시면 (빠르지 않다는 걸) 알거 다." [쟁점3] 대선 후 재검표? - <더 플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19대 대선 후 제3 기관(지난해 한국정치학회 주관으로 실시한 1987년 대선의 구로구을 부재자투표함 검증 사례를 준용) 주관으로 조작 여부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 투표지 현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면 재검표도 포함하나?유: "비용 문제가 발생하겠지. 소송이 있을 때도 선거 관련 쟁점에선 소송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251개 구시군 위원회를 기준으로 제3의 기관이 어떻게 진행할 건지 명확해야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것인지 그런 부분이 정리돼야겠지. 김어준씨 측이 요구한다면 전부할 건지 샘플링할 건지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논의할 수는 있다."- 한번 더 묻겠다. <더 플랜>을 만든 목적은 외부 개입이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이라 대선 전에 개표 시스템을 바꾸자는 거다. 비용, 법적 문제 등이 없는 테이블만 바꾸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건가.유: "전체 시나리오를 그렇게 짜서 99.999는 자기 일을 했지만 0.001%의 누군가가 조작했다고 하고, 순서만 바꾸면 개선된다는 게 좀 모순 아닌가. 누군가 기획자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도 얘기하고, 총선과 대선을 목표로 해 누군가 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이해했다. 유권자들이 투표한 걸 바꿔치기 하고 미분류표까지 정확히 계산해 1.5 값이 나오게 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시나? 선관위 직원들 99.9%는 아무도 눈치 못 채고 속았다는 가설 아닌가." - 그간 우리나라는 무시 못할 부정 선거 역사를 안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당시 선거 관리인들이 "사실상 관제 선거였다"며 고백하기도 했다. 유권자의 1표가 제대로 관리 감독, 반영되고 검증 가능한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하실 거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려 덧붙이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홍:"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때의 부정선거 사실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3․15부정선거가 수개표를 안 해서 일어난 건 아니지 않나. 선관위 자체가 그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으로 생긴 거다. 위원회가 생긴 이후로 투표와 개표 관련해서 부정이 있었다는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불법 선거운동, 특정 기관의 선거 개입 이런 일은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 입장은 이렇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잘 관리할 거다. 지금의 시스템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매년 사회적 합의를 거치며 정착한 거다. 2002년 동시 지방선거 하면서 갑자기 개표 규모가 커졌다. 대통령 선거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7개가 늘어난 거지. 개표사무원들 누군지 아시지 않나? 학교 선생님도 있고, 은행원 분도 있고 그렇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되는 거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신 정확하게 할까 고민하다 들어온 게 지금의 장비다. 의혹이 있으니 옛날로 돌리자? 좀 오버한 주장같다. 이번 대선도 주 기관으로 공정하게 관리할 거다. 다만 부탁하고픈 건 우리 개표를 폄훼하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다."유: 3.15 부정선거, 관권 및 금권 선거라는 말이 있었다. 불법 선거를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로 제도화시키며 생긴 게 우리 위원회다. 외국에서 선거를 연구 관리하는 자료를 보면 우리 관리 지수가 굉장히 높게 나와 있다. 관리 부문에선 효율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 개선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다. 선거관리가 투표와 개표만이 아닌 전반적인 과정을 포함하는 거니까. 시스템을 바꾼다는 건 결국 국민의 뜻이거든. 국민의 뜻인 입법기관이 바꾸도록 하고,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건설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엄정하고 정확, 그리고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사회단체, 시민단체에서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도 이해한다. 그래서 같이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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