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영화 <원라인>을 연출한 양경모 감독.

영화 <원라인>을 연출한 양경모 감독은 <하얀 돼지> <디지털 무비> 등의 중편과 단편으로 국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인이다.ⓒ 이선필


지금 이 순간 TV를 켜고 채널을 돌려보자. 수 분당 한 번꼴로 만날 수 있는 광고가 있으니 바로 대부업체광고다. 저마다 저렴한 이자를 외치며 쉽고 빠른 처리를 해준다면서 대출을 권유한다. '빚 권하는 사회', 2017년 대한민국에 엄연히 존재하는 하나의 현실이다.

영화 <원라인>은 치열하게 그 현실의 멱살을 잡고 스크린에 끌어왔다. 임시완 진구, 그리고 연극무대와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선영, 박병은, 박종환 등이 참여했다. 일반 대부업체가 아닌 작업 대출, 그러니까 특정 재산을 담보로 목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챙기는 과정을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서민 혹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전문 대출꾼들이다. 영화는 이들이 서로 돕고 배신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범죄 영화의 탈

설정만 놓고 보면 몇 영화에서 봤음직한 범죄영화의 냄새가 난다. 냄새는 나지만 뻔하진 않다. 6일 오후 합정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양경모 감독은 "'범죄영화의 탈을 썼다고 꼭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나? 관객들은 또 비슷한 영화 하나를 극장에서 보게 되는 건데 그게 과연 좋은 영화일까?' 라는 질문을 촬영 내내 되물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원라인> 속 등장인물은 저마다 밀도가 높고 사연이 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박병은과 박종환의 캐릭터는 윽박지르고 주인공을 괴롭히고 끝나는 기능적 인물이 아닌 조금은 어수룩하면서도 욕망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입체적 인물로 묘사된다. 또, 이들의 근거지인 작업실과 비디오방 등은 모두 세트가 아닌 실제 건물들이며, 추격신 역시 직접 배우들이 뛰고 몸을 부딪치며 차를 몰고 가는 식으로 촬영했다. 그만큼 영화 곳곳에 땀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신인감독의 패기 덕이다.

"배우 한 명을 캐스팅 하더라도 제작사와 투자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박병은, 박종환 배우는 석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이런 장르의 시나리오를 보면 딱 떠올릴 법한 캐릭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고 난 믿는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설득하고 또 설득한 거다. 그 규격화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전이긴 했다. 아마 신인 감독이라면 이런 힘든 과정을 다 겪을 것이다. 근데 스태프들과도 얘기한 게 우리가 도전하지 않으면 후배들은 더 도전하기 힘들 것이고, 그러니까 설득하자였다.

악역 캐릭터를 만들 땐 배우에게 남보다 악하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남들보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거지. 스스로 나쁘다고 캐릭터를 해석하는 순간 과잉된 표현이 나온다. 물론 그걸 좋아할 관객도 있겠지만 <원라인>은 그런 자극보단 현실성이 중요했다. 영화를 보는 자신조차도 박 차장(박병은 분)처럼 변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 관련 사진.

▲ 영화 <원라인>영화 <원라인> 의 한 장면. 박 실장(박병은 분)이 작업대출 비법을 배우려는 민재(임시완 분)의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NEW


천민자본주의

5년에 걸쳐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졌다. 양경모 감독은 술자리에서 만난 지인에게 들은 작업대출 사기 이야기를 토대로 취재를 시작했다. 영화는 사기가 한창이던 2005년과 2006년을 배경으로 하는데 여기엔 당시 신권 지폐를 받기 위해 한국은행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받은 양 감독의 충격도 한몫했다. 금융 고위 관계자에게 정보를 받는 장 과장(진구 분)이 일련의 과정을 '예배'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감독 특유의 관점이 담긴 결과다.

"재밌는 건 지폐가 바뀐 이후 지난 12년간 그럼 한국이 과연 더 좋게 바뀌었냐는 거다. 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나 돈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이 더 나은 방식으로 바뀌었을까. 그때 그 은행 앞에서 돈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이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천민자본주의는 이미 현상이 돼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단순한 프레임에 가둘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돈을 신처럼 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작업대출업자는 무조건 연락해서 만났다. 철저하게 취재원 보호를 하겠다고 설득하며 만났다. 저와 가까운 제작사 관계자도 제 취재원을 모른다. 그들이 돈과 은행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핵심인데 그걸 파악하기가 참 힘들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렸고, 제도권 금융계는 지인들을 통해 확인했다. 작업대출업자는 자신들이 서민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은행 사업을 하자는 박 실장에게 장 과장이 하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은행이 결국 돈에 돈을 빚에 빚을 붙이는 일을 하잖나. 한도 끝도 없이….' 이게 바로 작업대출업자가 현 은행권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이 말이 맞다는 게 아니라 대출업자가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내겐 아이러니였다. 은행은 돈 받아내기 쉬운 사람을 골라서 장사하는 거고 대출업자는 선의를 갖고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 선의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은행은 물론 선의를 가질 필요가 없지만 적어도 국가는 선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인 질문

 영화 <원라인> 촬영 당시 현장 모습. 배우 임시완과 양경모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 <원라인> 촬영 당시 현장 모습. 배우 임시완과 양경모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미인픽쳐스



그간 금융범죄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는 여럿 있었지만 양경모 감독은 적어도 '오리지널리티'(독창성)면에선 부끄러울 게 없어 보였다. 시스템에서 소외된 자들, 그 틈에서 어떻게든 서로를 등쳐먹는 범죄자들을 묘사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앞서 개봉한 <마스터>와도 비교될 여지가 있었는데 분명한 사실은 <원라인>의 기획이 보다 빨랐고, 촬영과 준비 역시 앞섰다는 점.

"일단 시나리오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피하고 싶었던 건 복수였다. 마지막 장면에 다소 판타지 같이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장면을 넣은 건 '과연 지금의 금융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나'라는 질문에서 나온 거다. 장 과장이 긴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관객 분들이 함께 고민하셨으면 좋겠다. 

두 번째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현실성이다. 처음 취재할 때 대출업자가 이런 말을 했다. '4대보험이 적용되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친구와 내가 같은 돈을 한 달에 번다고 했을 때 과연 저금리 신용대출이 누구에게 나올까요? 감독님이 아닌 직장인 친구다. 감독님은 결국 대출 받으려면 OO머니 이런 데 가서 연 38프로 이율의 대출을 받아야 할 건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작업대출업자에게 수수료 좀 주고 3프로의 이자를 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 말이 <원라인>을 시작하게 한 동기 중 하나였다."

비주류로 시작한 영화감독의 길

지난했던 영화화 과정처럼 양경모 감독 역시 지금의 필모그래피를 쌓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의대생 출신으로 의사를 준비하다 문득 메스가 아닌 카메라를 잡게 됐다. 막연하게 좋아했던 영화가 삶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삼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고, 몇 편의 중편과 단편영화로 영화제와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년 전 발표한 <일출>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감독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지 내가 택할 진로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 길로 가게 됐다. 아마 처음 캠코더를 산 날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뷰파인더로 무언가를 찍을 때 거기엔 대상을 보는 나만의 시각이 담기지 않나. 스물세 살 때 캠코더를 사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니 상점을 들락거린 날이 있었다. 의대를 다닐 때였는데 고민을 거듭하다 전 재산을 털어 그걸 샀다. 그때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다. 오히려 진로를 바꾼 건 자연스러웠지. 그 이전까진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면, 그 이후엔 영화를 찍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된 셈이다."

그렇게 산 캠코더로 제일 처음 찍은 장면은 TV를 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이었다. 양경모 감독은 "학교에서 수많은 기술을 배우고 거기에 함몰될 때면 내가 어떤 시각을 가졌고, 대상을 바라봤는지 고민하게 된다"며 "그때마다 처음, 그리고 두 번째 찍었던 장면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첫 상업영화인 <원라인>은? 양경모 감독이 답했다. "장르적 쾌감도 담겼지만,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이후 그가 어떤 작품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바라봄'에 있어서 철저히 고민하는 자세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봉 이후 성적은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아쉽지만 양 감독은 "나만의 시각을 담으려 했다"는 말을 강조했다. 간만에 진짜 신인다운 신인 영화인을 만났다.

"인간과 사회를 긍정하진 않지만 결국 희망은 사람에게 찾을 수밖에 없다. 처음 만든 상업영화에서 감독이 원하는 대로 푼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이후엔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고민할 거 같다. 조금은 새롭고 다르게, 그러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담도록 노력할 것이다."

 영화 <원라인>을 연출한 양경모 감독.

ⓒ 이선필



영원한 '꽈장님' 위해 '꽝숙이' 된 배우, 뽀글머리 다가 아니다

[inter:view] KBS <김과장>서 오광숙 연기한 배우 임화영

'애교 많은 뽀글머리 다방 레지'는 그간 한국 대중 영화나 드라마가 자의든 타의든 관성적으로(다소 게으르게) 재생산한 이미지다. 배우 임화영이 연기한 '덕포흥업 경리과 사원' 오광숙 캐릭터도 이 '다방 레지'의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답습하는 측면이 있다. 뽀글머리에 다정다감하고 애교 많은 말투를 가진 오광숙이라는 캐릭터는 "한눈에 봐도 예쁘장하고 섹시해 보이는 다방 레지 출신"이라는 홈페이지 소개란을 통해 보다 정형화된다. 하지만 김과장(남궁민)을 "꽈장님"이라고 살갑게 부르는 오광숙은 단순히 그 전형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싸가지' 없는 사람을 만나면 한껏 올렸던 목소리 톤을 사정없이 싸늘하게 내려 깐다. 커피를 배달하는 광숙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배달도 해주고" 같은 말을 하는 고만근(정석용)을 두고 광숙은 "손님도 얼굴 '윤곽'이 참 '미남형'"이라는 대답으로 멋지게 응수할 줄도 안다. 그런 의외성이 고스란히 '꽝숙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된다. 캐릭터에 감칠맛 나는 디테일을 부여하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다. 임화영은 기존에 맡은 캐릭터를 벗어 던지고 완벽히 '꽝숙이'로 분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런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꽝숙이는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 다만 오광숙을 어떻게 연기했냐는 질문에 "메이크업이나 옷을 입으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도 모르게 '광숙이스럽게' 행동하고 있더라"라며 웃는다. 지난 10일 KBS <김과장>을 마친 배우 임화영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내 안에 '꽝숙이' 있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부산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랑스러운 꽝숙이는 '반전미' 있는 캐릭터다. 갑자기 종이 박스를 부수거나 큰소리를 치며 욕을 하기도 한다. 배우 임화영은 능청스럽게 "다들 누구나 자기 안에 다른 모습이 있지 않나"라고 말하며 '꽝숙이'가 된다. "('꽝숙이'의 말투로) 왜냐하면 우리 '꽈장님'이잖아요? 나의 의인이고 내 영원한 꽈장님인데! '꽝숙이'는 의리녀거든요. 어떻게 보면 확 정말…. 다른 사람들이 꽈장님에 대한 욕을 할 때마다 속에서 뭐가 훅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도 '야 광숙이 여기서 좀 변해야하지 않겠어?' 이렇게 말씀하시고 '여기서 한 번 꼴까요?'라고 답하고." (웃음)임화영은 '꽝숙이' 역할을 준비하면 할수록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자기를 도와준 의인인 '꽈장님'한테 한 마디 내뱉는 것도 그냥 내뱉는 게 아니더라"라고 한다. "정말 '사람 냄새' 나는 친구다! 되게 포근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챙기는 그런 친구고. 제가 이 친구를 옆에서 봤을 때 되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있구나 싶었다. 정말 매력적인 친구였다. 물론 처음에는 좀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웃음) 하지만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셨다. '좋아, 광숙이스러워 믿고 가!' 해서 그렇게 믿고 갔다." "공연에 대한 꿈은 늘 품고 있다" 임화영은 몇 년 전 한 결혼정보회사 광고모델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지만 그보다 더 이전부터 연극 무대에 섰던 배우다. 어린 시절 우연히 연극에 매력을 느끼면서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단다. "'어디서 뭐 하고 있었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티가 안 났을 뿐 나는 늘 열심히 걷고 있었다"고 임화영은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공연과 방송의 각기 다른 특성 때문에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무대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표현을 했다면 화면은 다르더라. 막 화면 속에 '이런 식으로' (얼굴 근육을 극도로 사용한 표정을 짓는다) 보이는 거다.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처음 TV에 나왔을 때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거울 보고 연습도 해보고 직접 찍어보기도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막힘 없이 '수다'를 떨던 임화영은 "이 일이 너무 좋고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약간 떨었다. 그 목소리에서 절실함을 읽었다."누구나 힘들 때가 있는데 지금은 연기라는 걸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마 혼자 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친구들이랑 '열개 중에 하나는 되겠지'라고 말하면서 털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이겨내고 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힘이 내 원동력인 것 같다. 아마 다른 직업을 생각하는 일은 '1도' 없을 거다!" 우리는 당분간 배우 임화영을 TV가 아닌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KBS <김과장> 이전에 찍어둔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개봉한다. 영화 <어느날>에 이어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그는 본인의 말처럼 열심히 걸어왔고 그 흔적이 비로소 세간의 눈에 들기 시작했다.

신민아가 신기했던 신인배우, 시청률 1% 드라마 '본방 사수'하다

[inter:view] <내일 그대와> 이제훈 친구 '강기둥' 역으로 TV 데뷔한 강기둥

신민아와 이제훈. 그야말로 '핫'한 배우들 곁에서, 오로지 '연기' 하나로 존재감을 빛낸 신인이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내일 그대와> 강기둥 역의 배우 강기둥(30). 드라마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극 중 외모·재력·인간미에 '시간 여행'이라는 초능력까지 갖춘 시간 여행자 유소준(이제훈 분)의 곁을 지켜주는 믿음직스러운 친구 강기둥은 시청자들에게 꽤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연이어 메가 히트를 치던 tvN 금토드라마의 주인공 친구 역.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신인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었을까. 하지만 드라마는 1%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고,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시청률 1%... "전 너무 재밌는데 왜죠?" 강기둥은 예상치 못했던 저조한 성적에 가장 실망했을 1인 중 하나였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만난 강기둥은 "기대가 컸을 텐데 아쉽겠다"고 묻자, "맞다. 솔직히 조금 기대했었다"며 밝게 웃었다. 사전제작이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본방 사수를 하고 있다는 그에게 "내가 그 1%다. 나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하자, "그쵸? 전 너무 재밌는데 왜 시청률이 안 나올까요?"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청률은 솔직히 속상하지만, 제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신인이 할 수 있는 롤 중 정말 값진 역할이잖아요. 그만큼 부담도 컸죠. 많이 떨릴 줄 알았는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따뜻하고 좋았어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에 만족하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웃음)"1987년 생인 강기둥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육지로 올라온 건 안양예고에 진학하면서부터. 장난꾸러기이던 소년 강기둥은, 학교 축제 무대에 오를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 강기둥에게 연극 무대는 "허락 받고 장난칠 수 있는 무대"로 느껴졌다고. 그렇게 오르게 된 무대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다. 15살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며 육지로 떠나겠다는 아들을 응원해준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부모님은 설마 진짜 되겠나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때 안양예고 경쟁률이 7:1 이랬거든요. 떨어지면 공부하라고 하시면서 허락해주셨는데 진짜 붙어버린 거죠. 시험 공부하듯이 셰익스피어 4대 희곡 외우면서 준비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었어요. 오히려 혼자 드라마 보면서 독백 연기 해보던 게 도움이 됐죠. 실은 저도 떨어질 줄 알았어요. 하하하. 뒤에서 붙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안양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그는, 2008년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로 데뷔했고, 이후 <보도지침> <올모스트 메인> 등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해보긴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을 연기한 것은 <내일 그대와>가 처음. TV를 통해 본 자신의 연기는 어땠을까? "우선 멀끔하게 나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하하하. 배우의 숙명은 모니터잖아요. 근데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무대 연기는 NG가 나더라도 쭉 가야하잖아요. 드라마는 커트(cut)가 있으니까,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하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미 한참 전 촬영된 분량이라)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재미있게 잘 편집해주신 덕분에 매신 하나하나 소중하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제훈·신민아와의 특별한 인연 드라마에서 강기둥은 시간여행자인 친구 소준의 비밀을 지켜주고, 소준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실제 이제훈과 강기둥 역시, 같은 시기 한 학교를 다녔던 동문이다. 나이는 이제훈이 두 살 많지만, 학번은 강기둥이 선배.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지만, 졸업 후 한 현장에서 만난 느낌은 남다르지 않았을까?"정말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는데, 음…. 그게 학연 때문이었을까요? 하하하. 주연 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더라고요. 특히 촬영 막바지에는 다들 지켜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많이 감탄했죠."신민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강기둥은 "중학교때 신민아의 팬이었다"면서 "제 또래 남자들은 한 번쯤 (신민아에) 빠져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라며 밝게 웃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눈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제가 신민아씨 옆에 배우랍시고 있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한 번은 제 앞에 앉으셨는데 계속 눈이 가서 진정하느라 혼났어요. 하하하." 한 번은 자기도 모르게 신민아에게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고. 갑자기 "어릴 때부터 팬이었어요.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단다. 차라리 첫 만남에서 했다면 덜 쑥스러웠을 것을. 한참을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 느닷없이 팬심을 고백하는 그를 보고 신민아는 "뭐야~"라며 크게 웃었단다. 신인 강기둥의 10년 뒤? 강기둥은 아직 함께하는 스타들이 신기하고, 낯선, 이제 막 브라운관에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인이다.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한석규의 연기에 감탄했다는 그에게 언젠가 한석규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보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세계의 끝>이라는 드라마에서 윤제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연기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에요. 잘하는 분이랑 연기하면 저도 같이 잘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훌륭한 선배님들, 배우분들 너무 많잖아요. <내일 그대와>를 통해 짧게 경험하고도 배우고 느낀 점이 많은데, 여러 현장을 경험하신 분들은 얼마나 깊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셨겠어요. 앞으로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신인의 설렘을 감추지 않는 그에게, 10년 뒤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10년 뒤면 41살이겠네요. 음….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에 대해 '믿음직스럽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오글거리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제 연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저는 연기가 그 배우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전 유머를 되게 중요시하는 사람이거든요. 즐거운 사람, 즐거웠으면 하는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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