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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동현배는 '오랜만에' 상업영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걸 준비하려 했고, 치열하게 했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작품이 그에게 갖는 의미가 남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정민


6년 전 만남, 으레 신인이라면 나눴을 각오와 목표가 유독 간절하게 들렸었다. 영화 <잠복근무>(2008)의 단역을 거쳐 단편 <변신이야기>(2011)로 작게나마 주연을 맡았던 배우 동현배(34)에 대한 기억이다. 가수이자 친동생인 태양과 경쟁하듯 어릴 땐 노랠 불렀고, 음악이 좋아 고등학생 땐 그룹사운드 일원으로 활동하다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연기에 맛을 들였다.

그 후로 동현배는 외길 인생을 걸었다. 지금도 예능 프로나 일부 기사에선 '빅뱅 태양의 형'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곤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우리 집에서 연예인 역할은 태양이 한다"며 짐짓 웃어 보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동현배는 4년 만에 상업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극중 좌충우돌 형사 나정안(한채아 분)의 동료로 등장해 활발한 액션과 동시에 나름 짝사랑 연기도 펼쳤다. 길지 않은 등장이었음에도 동현배의 존재감이 드러나기엔 충분했다.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서 내 역할로 연기하는 거라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는 낮은 목소리를 말했지만 그 안에 일종의 독기가 느껴졌다. 영화 출연에 대한 간절함의 화학작용이었을까.

치열함 더하기 치열함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은 극중 정안을 은근히 챙기고 배려한다. 나름 애정 관계인 셈. 동현배는 "그걸 표현하려 여러 콘셉트를 잡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은 극중 정안을 은근히 챙기고 배려한다. 나름 애정 관계인 셈. 동현배는 "그걸 표현하려 여러 콘셉트를 잡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지난해 동현배는 연극 무대에 섰고, 몇 편의 단편을 찍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액션스쿨에도 꾸준히 다녀 몸을 다져왔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속 형사 재용(동현배 분)은 어쩌면 그런 그에게 선물 같은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연극 무대에 함께 한 친구가 자긴 모든 스트레스를 무대 위에서 다 해소한다더라. 매회 같은 연기를 보이는 게 아니거든. 그게 부럽기도 했고, 그 기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이 그런 면에선 일종의 한을 푸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치열하게 더 준비해가려 했다. 액션 장면도 사실 촬영 현장에서 30분 정도 연습하고 만들어진 거다. 즉석에서 제안이 왔는데 진짜 감사했지. 안 그래도 속으로 '액션 한번 원 없이 해봤으면'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다(웃음).

일단 영화는 두 여성(강예원, 한채아)이 주인공이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보다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공주>를 같이 한 천우희씨를 만났었는데 그런 비슷한 얘길 나눴다. 좋은 배우가 정말 많은데 작품이 더 다양해진다면, 내 스스로도 그렇고 관객 분들 입장에서도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동현배는 가족들을 당당히 시사회에 초대하게 됐다. 그간엔 너무 역할이 작거나 크더라도 단편 영화들이었기에 애써 모시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당당히 모셨다. "오디션 볼 때보다 가족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더 떨리더라"고 그가 운을 뗐다. 그만큼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봐 온 이들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태양의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 집에서 연예인은 단연 태양이다. 연기한답시고 혹여나 내가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 한때는 마음이 좀 그랬다. 언제였던가, 어머니랑 술 한 잔을 하는데 '영배(태양의 본명)는 참 연예인 같다'고 하시더라. 그럼 난? 물었는데 '넌 아들 같아' 이러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복잡했다. 알게 모르게 지난해에 내가 가족들 눈치를 본 거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혼자 동 떨어진 느낌이었다. 한동안 대화를 안 하기도 했다. 그렇게 집에서는 수다쟁이인데(웃음).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설날 때 편지를 써서 드렸다. 4장 정도 되더라. 그렇게 쓴 건 처음이었다. 요약하자면 언젠가 인정받을 테니까 연기 계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고등학생 때 같이 연기 연습하고 준비하던 친구들이 다 그만뒀다"며 담담하게 말을 잇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따지고 보면 스타 배우든 무명 배우든 관계자들의 선택을 받고, 나아가 대중의 끊임없는 사랑이 필요한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지난해 배우 다니엘 헤니, 수현 등이 소속한 회사와 계약하기 전까지 3년 정도 홀로서기를 시도했던 동현배는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 프로필을 들고 여러 영화 제작사를 전전하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프로필은 한쪽으로 치워지거나 버려지기 일쑤였다.

"(내 입장에선) 비정규직 이 단어 하나만으로 와 닿긴 한다.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절 아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는데, 배우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뭘 했다고 할 게 많지 않으니까. 어떤 분은 예능인으로 보기도 하더라. 그래도 나름 떳떳하게 배우라고 하긴 한다. 모든 배우들이 그런 면에선 떳떳했으면 한다."

운명적이라 생각한 배우의 길을 벗어나고 싶었을 땐 없었을까. "왜 없었겠나"라며 그가 답했다. "왜 이 길을 택해서 힘들게 살까. 이게 아니었으면 동생과도 더 재밌게 지냈을 거고, 가족과도 더 잘 지냈을 텐데"라던 동현배는 "배우를 안 하면 뭘 할 수 있을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기도 했다"며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이런 면에선 동생과 나눌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사실 동생과 밥 한 번을 같이 먹기 힘들다. 작년에 한 번 같이 고기를 먹긴 했다. 주로 내가 일 얘길 먼저 하는 편이다. 근데 어머니를 통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더라(웃음). 동생은 내 나이나 방향을 걱정하고, 난 동생의 건강을 염려하곤 한다. 요즘엔 문자에 하트도 보내고 웃음 표시를 보내기도 한다. 영배가 좀 달라졌다(웃음)."

무거울 수 있는 질문을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받아낸다. 이것 역시 그가 지난 10년 여를 버텨온 힘일 것이다. 다행인 건 올해 들어 바쁘게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 "최근 4편의 영화 오디션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기회 자체가 소중함을 알기에 더 치열하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져 보였다.

바야흐로 봄이 다가온다. 올해 <비정규직 특수요원> 출연으로 첫 단추를 나름 잘 채운 그의 이후를 응원해본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족이 지난 시간을 버티게 한 힘이다" 동현배는 자신있게 말했다. 익명의 다수에게 인정받기 전에 가족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어쩌면 이미 이뤄졌는지 모른다.ⓒ 이정민



신민아가 신기했던 신인배우, 시청률 1% 드라마 '본방 사수'하다

[inter:view] <내일 그대와> 이제훈 친구 '강기둥' 역으로 TV 데뷔한 강기둥

신민아와 이제훈. 그야말로 '핫'한 배우들 곁에서, 오로지 '연기' 하나로 존재감을 빛낸 신인이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내일 그대와> 강기둥 역의 배우 강기둥(30). 드라마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극 중 외모·재력·인간미에 '시간 여행'이라는 초능력까지 갖춘 시간 여행자 유소준(이제훈 분)의 곁을 지켜주는 믿음직스러운 친구 강기둥은 시청자들에게 꽤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연이어 메가 히트를 치던 tvN 금토드라마의 주인공 친구 역.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신인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었을까. 하지만 드라마는 1%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고,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시청률 1%... "전 너무 재밌는데 왜죠?" 강기둥은 예상치 못했던 저조한 성적에 가장 실망했을 1인 중 하나였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만난 강기둥은 "기대가 컸을 텐데 아쉽겠다"고 묻자, "맞다. 솔직히 조금 기대했었다"며 밝게 웃었다. 사전제작이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본방 사수를 하고 있다는 그에게 "내가 그 1%다. 나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하자, "그쵸? 전 너무 재밌는데 왜 시청률이 안 나올까요?"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청률은 솔직히 속상하지만, 제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신인이 할 수 있는 롤 중 정말 값진 역할이잖아요. 그만큼 부담도 컸죠. 많이 떨릴 줄 알았는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따뜻하고 좋았어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에 만족하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웃음)"1987년 생인 강기둥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육지로 올라온 건 안양예고에 진학하면서부터. 장난꾸러기이던 소년 강기둥은, 학교 축제 무대에 오를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 강기둥에게 연극 무대는 "허락 받고 장난칠 수 있는 무대"로 느껴졌다고. 그렇게 오르게 된 무대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다. 15살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며 육지로 떠나겠다는 아들을 응원해준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부모님은 설마 진짜 되겠나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때 안양예고 경쟁률이 7:1 이랬거든요. 떨어지면 공부하라고 하시면서 허락해주셨는데 진짜 붙어버린 거죠. 시험 공부하듯이 셰익스피어 4대 희곡 외우면서 준비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었어요. 오히려 혼자 드라마 보면서 독백 연기 해보던 게 도움이 됐죠. 실은 저도 떨어질 줄 알았어요. 하하하. 뒤에서 붙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안양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그는, 2008년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로 데뷔했고, 이후 <보도지침> <올모스트 메인> 등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해보긴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을 연기한 것은 <내일 그대와>가 처음. TV를 통해 본 자신의 연기는 어땠을까? "우선 멀끔하게 나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하하하. 배우의 숙명은 모니터잖아요. 근데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무대 연기는 NG가 나더라도 쭉 가야하잖아요. 드라마는 커트(cut)가 있으니까,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하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미 한참 전 촬영된 분량이라)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재미있게 잘 편집해주신 덕분에 매신 하나하나 소중하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제훈·신민아와의 특별한 인연 드라마에서 강기둥은 시간여행자인 친구 소준의 비밀을 지켜주고, 소준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실제 이제훈과 강기둥 역시, 같은 시기 한 학교를 다녔던 동문이다. 나이는 이제훈이 두 살 많지만, 학번은 강기둥이 선배.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지만, 졸업 후 한 현장에서 만난 느낌은 남다르지 않았을까?"정말 따뜻하게 잘 대해주셨는데, 음…. 그게 학연 때문이었을까요? 하하하. 주연 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더라고요. 특히 촬영 막바지에는 다들 지켜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많이 감탄했죠."신민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강기둥은 "중학교때 신민아의 팬이었다"면서 "제 또래 남자들은 한 번쯤 (신민아에) 빠져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라며 밝게 웃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눈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제가 신민아씨 옆에 배우랍시고 있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한 번은 제 앞에 앉으셨는데 계속 눈이 가서 진정하느라 혼났어요. 하하하." 한 번은 자기도 모르게 신민아에게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고. 갑자기 "어릴 때부터 팬이었어요.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단다. 차라리 첫 만남에서 했다면 덜 쑥스러웠을 것을. 한참을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 느닷없이 팬심을 고백하는 그를 보고 신민아는 "뭐야~"라며 크게 웃었단다. 신인 강기둥의 10년 뒤? 강기둥은 아직 함께하는 스타들이 신기하고, 낯선, 이제 막 브라운관에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인이다.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한석규의 연기에 감탄했다는 그에게 언젠가 한석규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보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세계의 끝>이라는 드라마에서 윤제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연기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에요. 잘하는 분이랑 연기하면 저도 같이 잘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훌륭한 선배님들, 배우분들 너무 많잖아요. <내일 그대와>를 통해 짧게 경험하고도 배우고 느낀 점이 많은데, 여러 현장을 경험하신 분들은 얼마나 깊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셨겠어요. 앞으로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신인의 설렘을 감추지 않는 그에게, 10년 뒤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10년 뒤면 41살이겠네요. 음….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에 대해 '믿음직스럽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오글거리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제 연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저는 연기가 그 배우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전 유머를 되게 중요시하는 사람이거든요. 즐거운 사람, 즐거웠으면 하는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없던 작품"... 일본 휩쓴 이 영화의 자신감

[inter:view] <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감독과 배우 스기사키 하나를 만나다

각각 감독과 배우로 일본 영화계의 앞날을 짊어질 두 사람이 한국을 찾았다. 오는 2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행복 목욕탕>의 나카노 료타 감독과 주연배우 스기사키 하나 얘기다.20일 내한해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 중인 두 사람을 21일 낮,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만났다. "어제 이른 아침 도착해 내일 아침 일찍 출국한다"는 만만찮은 스케줄에도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보단 기분 좋은 설렘이 엿보였다.영화 <행복 목욕탕>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중년 여성 후타바(미야자와 리에 분)의 이야기다. 남편 가즈히로(오다기리 죠)와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 분), 여기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 아유코(이토 아오이 분)와 우연히 만난 히치하이커 타쿠미(마츠자키 토리 분)까지. 영화는 후타바가 이리저리 찢어진 가족을 한데 모으고 새로운 식구를 보듬는 과정을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계 어느 나라의 관객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나카노 료타 감독의 말대로,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족의 사랑에 대해 역설한다.기쁨과 슬픔의 공존 "<행복 목욕탕>을 한마디로 소개하면 삶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예요. 이렇게 말하면 흔하디 흔한 가족 드라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숨겨진 비밀들이 있죠. 주인공 후타바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만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혈연과 무관하게 사랑을 주는 사람입니다. 의무나 책임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에 비하면 소통하고 유대를 맺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이 영화는 타인을 진지하게 배려하고 감싸주는 사랑을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카노 료타 감독)극중 후타바의 딸 아즈미로 분한 스기사키 하나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에 낙점됐다. "이번 작품 전에는 하나와 만난 적도 없었다"는 감독은 "TV를 통해 보고 연기에 대한 감이 좋다고 느꼈다"며 "눈동자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좋은 배우다.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앞서 <화장실의 피에타>(2015)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캐릭터를 연기한 스기사키 하나는 "두 작품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행복 목욕탕> 크랭크인 전날 <화장실의 피에타>가 일본에서 개봉했어요. ​그 작품도 제가 마음을 쏟아 의미 깊은 작품이에요. 영화가 개봉하니까 캐릭터에 몰입했던 마음이 되살아나 힘들었는데 잘 추스르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소중한 사람이 시한부 인생이란 점에서 ​두 영화 속 제 캐릭터 설정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의 캐릭터가 놓인 상황이 비슷하더라도 각각의 인물을 들여다보면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단 한사람의 인간인 거죠." (스기사키 하나)목욕탕이라는, 아주 특별한 공간극중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자 가족애의 모티프로써 공중목욕탕을 선택한 건 감독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극중 아즈미처럼 자신 또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린 시절 집 근처에 대중목욕탕이 있어서 다주 다녔다"며 "그곳은 제게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목욕탕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탕 안에서 말을 주고받고 몸을 같이 데우잖아요. 신기하고 묘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죠. 살면서 그런 소통의 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대중목욕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처럼 따뜻한 인간 관계와 유대를 그리고 싶었던 거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목욕탕이 배경인데, 그 장면을 위해서라도 꼭 목욕탕이어야만 했어요." (나카노 료타 감독)그렇게 만들어진 <행복 목욕탕>은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여우 주·조연상을 수상하고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관객의 뜨거웠던 반응에 대해 감독은 "영화 개봉 이후 편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관객 각자가 자신의 가족에 관련된 어느 부분에 이 영화를 포개어 바라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제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에 링크시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거나 자녀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가족에 대한 것일 수도 있죠. 물론 애절하고 고통스러운 사랑도 있지만, 이 영화는 배려하고 감싸주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예요. 그래서 관객의 어떤 부분을 어루만질 수 있었고, 예전과 다르게 거리감이 있는 현실 관계 속에서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카노 료타 감독)평단과 관객의 고른 만족 영화가 일본 평단과 관객을 골고루 감동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 감독은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이 다들 믿음이 갔다"며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연출자로서 자신의 역할 대해 "배우가 연기를 본인답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촬영 현장이란 게 카메라와 미술 등이 담긴 무대이기도 하지만, 인물 사이의 관계와 사건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해요. 연출자는 그 곳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배우들이 가진 것들을 역할에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배우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배우 중에서도 오다기리 죠는 좀 특별했어요. 그는 자연스럽고 정형화된 연기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대본이 이러이러 하니까 이렇게 해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런다한들 어차피 그는 자유롭게 연기할 테니까요. 매일 아침 오늘 촬영분을 어떻게 찍으면 재미있을지 이야기한 뒤에 촬영에 들어갔죠. 영화에서 가즈히로가 집 앞에서 아즈미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뜬금없이 기다란 재떨이를 들고 있거든요. 그 장면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두 사람은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오래전부터 배두나 배우를 좋아했다.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는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스기사키 하나는 "한국영화 중 처음 본 게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였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세상에 실제로 사는 인물들 같았다"고 회상했다.한국 관객을 향한 마지막 인사에서 나카노 료타 감독은 "<행복 목욕탕>에는 지금까지 없던 뜨거운 사랑이 담겨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작품을 접한다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스기사키 하나 또한 진심 어린 표정으로 한국 관객에 대한 감사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한국은 제게 많은 자극이 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이에요. 이런 나라에 제가 출연한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본 뒤 좋았다는 마음이 드신다면,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권해주시길 바랍니다." (스기사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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