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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경찰청 미친X 형사 나정안 역의 배우 한채아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한채아는 동료들에게 미친X 소리를 듣는 열혈 형사 역을 맡았다. 자연스러운 그의 면모가 잘 녹은 캐릭터다.ⓒ 이정민


이 영화 직전까지 한채아는 일종의 모험을 시도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등의 예능 출연이 그렇다. 물론 인지도 면에선 득이 될 순 있지만 작품 속 연기가 아닌 예능적 모습은 자칫 이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많은 배우들이 해당 프로의 출연을 꺼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감사했다"고 한채아는 답했다. "예능에서 내가 뭐라고 써주실까. 감사한 마음"이었단다. 그리고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만났다. 그의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다. '털털한', '솔직한' 이미지의 한채아는 그렇게 보이스피싱 업체를 일망타진 하려는 형사 나정안이 됐다.

시작은 강예원 

주연이라는 표현을 한채아는 부정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예원 언니와 투톱이라고 생각 안 했고, 그냥 장영실(강예원의 극 중 캐릭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국가안보국 계약직으로 댓글알바를 하던 영실이 사적으로 돈을 굴린 상관의 지시에 따라 보이스피싱 업체에 잠입하는 설정에서 "나정안은 최대한 잘 받쳐주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예원 언니가 한다는 말을 듣고 '진짜 언니가 한대? 나도 하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이 영화에 참여한 계기였죠. 강예원 언니는 그간 큰 영화 작은 영화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온 배우잖아요. 언니의 작업 방식이 궁금했고. 꼭 같이 하고 싶었어요. 사실 영화관계자 분들 만나면 절 모르는 분이 거의 90프로였어요. 제가 드라마에 꾸준히 나왔다지만 영화 쪽에선 드라마를 잘 안보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절 선택해주셔서 감사하죠. 게다가 나정안은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관련 장면.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관련 장면. 강예원과 한채아는 말 그대로 온 몸 연기를 선보인다. 남성이 아닌 여성 배우가 전면에 섰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스톰픽쳐스코리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나정안의 욕이 마음에 걸렸다. "본래 시나리오 상에선 더 심한 욕들이 많았다"며 한채아는 "욕을 빼고 하면 안 될지 감독님에게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감독은 물러나지 않았고, 한채아는 자신의 입에 붙는 욕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욕이란 게 친근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잖아요. 저도 경상도 출신이라 엄마가 종종 애정을 담아 욕을 하시기도 하는데 그런 걸 어설프게 했다가 괜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 걱정이었죠. 그렇게 조율하다가 지금의 욕들이 나온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욕을 하진 않아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주변 남자 동생들이 욕하는 모습이 별로 안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의식적으로라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찍으며 비정규직의 아픔을 생각하게 됐어요. 왜 사람이 혼자 괴롭다고 느끼면 더 힘들잖아요. 누가 같이 아파하고 비슷한 존재들이 있으면 힘이 되고요. 이 영화가 그렇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관객 분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를 주는." 

후회하지 말자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경찰청 미친X 형사 나정안 역의 배우 한채아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경찰청 미친X 형사 나정안 역의 배우 한채아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06년 가수 손호영 뮤직비디오로 데뷔할 당시만 해도 한채아는 섹시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신인이었다. 연예인을 준비하던 친구 따라 기획사를 찾아간 게 시작이었고, 자연스럽게 이 쪽 길을 걷게 됐다. 단순히 인기에만 관심이 있었으면 10년 이상을 버티지 못했을 텐데 한채아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연기를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딱 이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가 남들 앞에서 사진 찍히고, 노래하는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울산 출신이라 주변에서 연예인 해보라는 말도 듣기 쉽지 않았죠.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제게 연기를 처음 알려준 분이 진경 선생님이에요. 선배님인데, 전 애초에 선생님으로 만나 호칭 바꾸기가 쉽지 않네요(웃음). 한창 대학로에서 활동하실 때 만났고, 인연이 깊어요. 연기를 배워가고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제 성격도 그에 맞게 바뀌어 가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축복이에요. 연기하고 싶다고 결심한 이후 전 계속 연기하고 있고 감사하죠.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잠이 안 오는 걸 보면 제가 정말 이 일을 사랑하는 것 같고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란 걸 알아가고 있죠. 뭐든 역할이 들어오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어요. 제가 지나친 연기력 논란도 없었고, 그렇다고 막 잘한다는 평을 듣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도 나름 좋은 일인 거 같아요(웃음).

이번 영화는 제가 마침 경력이 10년이 넘어가는 때에 연기란 게 대체 뭘까 고민하는 시점에 하게 된 작품이에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의 첫 방송일 때의 떨림을 느끼면서 참여했어요. 감독님도 후회하지 말자 주의라 여러 번 촬영을 반복했고, 그것 역시 감사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얘기가 남았다. 최근 언론 시사회 간담회에서 돌연 차세찌와의 교제 사실을 인정한 일. 소속사는 당시까지 '사실 무근'으로 대응하던 터였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기자들은 놀랐지만 강예원, 김민교 등 동료 배우는 기꺼이 그런 그를 응원했다.

순간의 고백

"배우 분들도 제가 그 분과 만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발언할 걸 몰랐을 거예요. 예원 언니와 민규 오빠를 믿지 않았으면 말 못했을 겁니다. 영화 시사 자리라 가장 고민이었어요.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애초에 처음부터 얘기할까도 했는데 그러면 진짜로 영화가 이슈에 묻힐 거 같았고, 그래서 다 끝나는 자리에 하자고 생각했죠.

소속사에선 좀 당황해 하긴 했는데 오히려 제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렇게 마음고생 하는 줄 몰랐다면서요. 이걸 계기로 서로 고민을 더 나누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근데 전 누가 묻지 않으면 굳이 얘길 안 해요(웃음). 누군가에게 사적인 걸 애써 묻지도 않고요."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한 궁극적 이유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일단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한채아는 "데뷔 당시 매니저와 한 말이 있다"고 운을 뗐다.

"아무도 제게 관심을 주지 않을 때였어요. 앞으로 활동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거에 휩쓸리지 말고,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잘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주위 분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요. 절 모르는 이들은 저에 대해 뭐라고 아무렇게 얘기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절 아는 사람들이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증스럽겠어요? 옆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옆의 옆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그게 점차 퍼지는 거죠.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고 싶어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경찰청 미친X 형사 나정안 역의 배우 한채아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채아의 열정에 불이 붙었다. 다음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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