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안소희, 연기자로 거듭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지나(유진아) 역의 배우 안소희가 2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싱글라이더>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안소희. 아이돌 가수 출신의 꼬리표를 떼고 힘찬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이정민


아무래도 배우보단 무대 위에서 "어머나!" 포즈를 취하던 원더걸스 소희의 기억이 강했다. 이처럼 아이돌의 힘은 무섭다. 10대 끝자락에 가수로 데뷔해 정상을 경험했고, 각종 드라마와 영화 <부산행> 등으로 이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던 그의 입장에선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제 모습이니까 그렇게 신나게 할 수 있었겠죠?"라며 웃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안소희는 딱 또래의 청년 지나가 됐다. 한국을 뒤로 하고 호주로 날아들어 워킹 홀리데이로 근근이 돈을 모아놓은 인물이다. 잘 나가다 부실채권 판매 문제로 나락으로 떨어진 증권사 팀장 재훈(이병헌 분)과 달리 뿌리도 정착지도 없이 흩날리는 캐릭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가수로 연예인으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은 그가 과연 그 외로움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기우였다.

긴장의 연속

물론 크게 긴장했다.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캐릭터의 감정이 주가 되어 흐르는 구조라 재훈과 지나의 균형감이 중요했다. 낯선 땅에서 각자 홀로 날아온 이방인이 서로를 알아보고 기대는 과정이 핵심인데 상대는 베테랑 이병헌이다. "처음엔 이병헌 선배, 공효진 선배와 함께 한다고 해서 신나고 좋았는데 갈수록 걱정이 커졌다"고 그가 고백했다.

그럴수록 안소희는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과 사전에 많이 만나려 했다. CF 감독 출신인 이주영 감독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짚거나 장면 별로 짚으며 도움을 줬다. 여기에 원더걸스 활동으로 미국에 머물렀을 당시 절감했던 외로움의 감성을 지나에 대입했다.

"타지에서 혼자 있는 외로움은 잘 알아요. 그래서 지나가 짠하게 다가왔고, 그 마음을 생각하며 만들어 갔죠. 여행을 좋아하고,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가려고 했어요. 혼자 다닌 적은 별로 없는데 최근 큰 용기를 내서 화보 촬영 후 베를린에 혼자 5일간 남았어요(웃음). 지나를 연기하며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해변에서 재훈에게 지나가 처음으로 소리 높여 도와 달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에서 두 사람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이고, 저도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쉽게 그 장면을 오케이 받지 못했어요, 몇 번을 더 찍었죠. 이병헌 선배가 '진짜로 내가 뒤돌아 볼 수 있게 외쳐야 한다. 날 돌아보게 해달라'고 격려해 주셨고, 그 말에 힘을 얻어 진심으로 소리쳤죠."

 영화 <싱글라이더>의 한 장면.

영화 <싱글라이더>의 한 장면. 지나는 호주에서 본인이 아르바이트 하며 모은 돈을 또 다른 한국인 워홀러들에게 뺏기고 만다. 그 상실감을 안소희가 표현해야 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마도 안소희에겐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한 번 깨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살갑게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연기에 대해서도 주저하다가 여러 번 여쭤봤다"는 말에서 예상할 수 있듯 연기에서도 실제 현장에서도 그는 매번 용기를 장전해야 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은 마음"에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지만 연기만큼은 "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다.

오랜 꿈

그 열정의 또 다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싱글라이더> 캐스팅 과정에 있다. 캐스팅 단계 직전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작품을 접한 후 그는 "만약 제작이 된다면 꼭 알려 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었고, 이병헌과 공효진 참여 소식이 들린 후 한 번 더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행히 이주영 감독과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고, 안소희의 마음을 감독은 읽었다.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기로 한 건 아니었는데 시나리오를 쓸 때 제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며 지나를 썼다고 하셨어요. 되게 놀라고 감사했어요. 만약 이 작품에 참여한다면 진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2007년 김민희와 함께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긴 했지만 연기력에서 사실 안소희에 대한 관객의 평은 박했다. 2013년 원더걸스 탈퇴 이후 연기자를 전향한 후에도 비슷한 꼬리표가 붙었다. 이런 평에 "속상한 면도 분명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제 입장에선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지나(유진아) 역의 배우 안소희가 2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리고 또 하나 잘 알려지지 않은 속마음이 있다. 원더걸스 해체 때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안소희는 배우의 길을 품고 있었다.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이들도 많은데 왜 탈퇴를 했는지 묻자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전했다.

"그렇죠. 꽤 오래 전부터 한 분야에 집중하고픈 마음이 컸어요. 원더걸스 활동 때는 물론 무대가 재밌었고, 단체 활동이다 보니 거기에 중심을 두는 게 맞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국에도 간 거고. 귀국한 뒤 다른 멤버들과 공백기를 갖기로 했을 때 '이젠 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JYP 오디션을 볼 때 춤과 노래만 한 게 아니라 연기도 했잖아요. <뜨거운 것이 좋아>를 했을 때 '나, 연기할래!' 이런 마음이 커졌어요.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때가 온 거죠. 그래서 멤버들과도 상의했고, 이해를 해준 거죠."

끝이 아닌 출발

그런 의미에서 안소희는 원더걸스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싱글라이더> VIP 시사 때도 멤버들이 함께 와 감상을 나누고 갔다. "제가 많이 알려진 이미지가 원더걸스 때니 그걸 지우고 싶지 않다"며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거기에 덧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나름의 계획을 밝혔다.

"하나씩 자연스럽게 칠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원더걸스 해체라는 단어 자체로는 뭔가 마무리 하는 느낌인데 그보단 여러 생각이 들어요. 해체 기사가 나온 날 예은 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언니도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같아요. 다음이 중요하고, 다음 걸 잘해내야죠."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지나(유진아) 역의 배우 안소희가 2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JYP 오디션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그는 방직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곁에서 자신이 연습하던 보아나 H.O.T 춤을 선보이고, 드라마 대사를 외워 가족을 놀라게 하는 아이였다. "<명성황후>나 <대장금> 같은 사극을 본 날엔 한복을 입고 집에 있기도 했다"며 그가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마냥 조용해 보이고 얌전해 보이는 그에게 다양한 끼와 재능이 이미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밝음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하는 안소희의 면모는 분명 좋은 작품을 통해 승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싱글라이더>는 배우 외길을 걷기로 한 그에게 진짜 출발점으로 남을 것이다.


"정의 구현? '세상은 X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inter:view] 연극 <베헤모스>의 연출 김태형, 그가 말하는 연극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극·뮤지컬 연출은 누구일까? 대학로를 지나가는 마니아를 붙잡고 물어보면 둘 중 하나는 '아마도'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까. 김태형. 팬들 사이에서 '탱연출'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그.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말투의 소유자. 그는 의미와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이다.낯선 창작극이라고 하더라도 연출의 이름이 '김태형'이라면 설레는 관객들이 있다. 라이선스 작을 해도 오리지널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의 맥락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도록 치밀하게 조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2007년에 데뷔하여 이제 만 10년. 2017년에도 그는 바쁠 예정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벙커 트릴로지>가 끝나자마자 새 연극 <베헤모스>의 연출을 맡았다. 국내 초연할 대극장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개막을 앞두고 한참 준비 중이다. 작년 연극계에 선풍을 불러일으킨 <글로리아>의 올해 지휘봉도 그가 잡을 테고,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아내인 이영미 배우와 작업할 캬바레 뮤지컬 <Mee on the Song> 등 그의 실험 정신이 마구 발휘될 무대도 예정되어 있다. 지이선 작가와 남다른 '케미'를 한 번 더 뽐낼 <Rooms>도 기대되기는 마찬가지.'상업판'에서 활동하지만,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철저하게 계산된 구도 아래에 심는 연출.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아찔하게 연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감독. 언제나 관객과 호흡하며 무대를 만드는 사람. 비가 내리던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팬심을 가득 품고, 그를 만났다.연극보다 더 연극 같은 현실 속에서 재벌가 아들 태석은 언제나 사고를 치고 돈으로 수습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좀 컸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냥 가볍게 하룻밤을 할 생각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X'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버렸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언제나처럼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이 못마땅한 아버지이지만, 금배지에 욕심이 있는 그가 이런 사건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요트를 타고 남해를 누빌 꿈에 부푼, 돈에 눈먼 변호사 '이변'이 이 사건을 맡는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사실과 수많은 거짓을 섞어 태석을 무죄로 만들 시나리오를 짠다. 이변의 별명은 '베헤모스'이다. 성경에 나오는 그 거대한 지옥의 괴물 리바이어던의 또 다른 이름.그 괴물 앞에 청개구리 '오검'이 섰다. 저번 사건에서도 물을 먹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저 괴물을 쓰러트려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외압과 언론 플레이, 온갖 유혹이 들끓지만, 이 청개구리는 괴물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개구리와 괴물의 공방은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괴물을 고꾸라트릴 결정적인 한 방을 잡는다. 하지만 이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선 자신도 괴물이 되어야 한다. 청개구리 오검은 고민한다. 청개구리로 남아 또 한 번 괴물 사냥에 실패할 것인가, 괴물이 되어 괴물을 잡을 것인가."사실 각본은 꽤 오래전에 들어왔어요. PMC프로덕션에 계신 분이 꼭 같이해 보고 싶다고 하셨죠. 사실 스케줄도 차고, 처음 드라마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흥미가 막 돋지는 않아서 피했어요. 그런데 PD님 처음 만났을 때 여쭤봤던 것 같아요. 보통 작품을 맡을 때 많이 여쭤 보거든요. 이 이야기로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그런 얘기를 듣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가 되더라고요. 흥미가 있거나, 감동적이면 같이 일을 하게 돼요. <베헤모스>의 경우 마지막 대사 '그래서 네가 다르다고 생각해?'를 관객들에게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하자고 결심했죠.그런데 본격적으로 해볼까 하고 마음먹은 시기에 비슷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가 되게 많이 나왔어요. <추격자> <내부자들> <베테랑>…. 이런 사회 권력에 대한 고발, 그것도 검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요. 그래서 연극 <베헤모스>로 뭘 더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도 들고, 고민을 많이 했죠. 우리 주변에는 계속 드라마틱하고, 신경 써야 할 현실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더 괴물 같고, 베헤모스 같으니까요. '과연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재미있어할까'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런 생각을 준비하면서 계속했어요."2017년 김태형 연출이 처음으로 선택한 연극 <베헤모스>는 지난 2014년 3월 30일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스페셜 <괴물>을 원작으로 삼아 각색된 작품이다. 3년 전에는 흥미로웠을 이야기이지만,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때, 구미를 확 당기는 시놉시스는 아니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이미 비슷한 서사가 장르를 불문하고 수차례 대중 앞에 모습을 내밀지 않았던가. 과연 관객은, 현실과 비교했을 때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연극 <베헤모스>를 보러 극장까지 찾으러 올까. 준비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을 것 같다."연습 과정 내내 힘들었어요. '현실은 이렇게 흥미진진한데 우리 건 덜 해' 이런 얘기만이 아니라요. 텍스트의 완성도나, 상징, 공간의 구성 등에서 아쉬움이 있기도 했고, 캐릭터의 묘사나 설정에서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지가 않았거든요. 결말이 예상되기도 하고, 이런 스토리텔링을 다른 콘텐츠에서도 많이 겪었잖아요. 그래서 그걸 공연이라는 매체가 갖는 다른 장점으로 보완하려고 했죠. 그래서 좀 더 테크닉을 부린 거죠. (웃음) 음악, 조명, 영상, 동선과 무대의 활용…. 이런 것들로 말하자면 잔재주를 부린 거거든요. (웃음) 제가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파악해 주시고, 아쉬워하는 관객분도 계시지만, 또 제가 재주를 부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사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완성도가 부족하면 들으려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이걸 잘 전달할까 하는 게 가장 고민이었어요.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있어도, '웰메이드'로 잘 전달해 보자. 그러고 나니까 그 만듦새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텍스트도 더 잘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솔직히 망할 줄 알았어요"라며 웃었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지난 2월 1일 개막 이후 꾸준히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페미니즘 그리고 여성에 대한 고민 준비과정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진짜 고민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여성 캐릭터'의 활용. <베헤모스> 속 여성 캐릭터는 전형적인 '피해자'이자, '꽃뱀'으로 그려진다. '성녀 혹은 창녀' 프레임 중 후자에 속하는 듯 보인다. 작품 속 언론은, 으레 현실 속 언론이 그렇듯이, 나서서 'XX녀'와 같은 호칭을 붙이며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 그의 평소 행실이 바르지 않았다고, 빌미를 제공했다고. 이변은 이 점을 집요하게 퍼트리며 여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처음 대본을 리딩했을 때부터 굉장히 마음에 걸렸어요. '뭐, 피해자고, 꽃뱀이고, 소재로 쓰였는데 어떻게 하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여자 배우는 불편해했죠. '기분 나쁘다'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 '캐릭터가 다뤄지고 있는 방식'을 '불편'해하더라고요. 그 지점을 끝까지 고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역으로 그 캐릭터가 사회적으로 다루는 암시들을 적나라하게 나타내기로 했죠. 전형적인 남자 가해자와 여자 피해자 관계에서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들도 때려 넣고요. 그리고 끝에 가서야 이런 걸 뒤집을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보자고 했죠. 개인적으로 연출로서 가장 뿌듯했던 건 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리고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전복시키는 과정에서 '감동이 있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만족스러워요."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 현장에서, 김태형 연출이 유일한 여성 배역을 맡아 멀티를 소화하는 김히어라 배우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 그리고 그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극을 올린 이유를 알 것 같다.사회적으로 성 평등이 화두이다. 페미니즘 운동이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같은 구호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이전부터 성 소수자의 이야기가 자주 극화되면서, 젠더적 감수성이 높은 편에 속하는 공연계이지만, '갈 길'이 멀기는 매한가지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여성 중심의 서사가 각광받기도 하고, 전형성을 탈피한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다. 시대와 소통해야 하는 창작자로서 어렵지 않을까."사실 어렵지는 않아요. 어려운 문제 같지만, 해결점이 어려운 곳에 있지 않거든요. 그냥 평등하게 생각만 해 보면 되니까요. '이게 이상하다'라는 문제의식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요즘 관객분들은 그 고민을 더 잘 이해해 주시거든요. 고민하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되지만, 이걸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면 쉽게 이해해 주셔요. 이게 저한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되는 거죠.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해서도, 사실 이게 전통적으로 무대에서 중요한 지점은 아니었거든요. 신경 쓴다고 해서 누가 인식해 주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젠더 문제는 공연을 주로 보시는 관객분들께 굉장히 중요한 이슈잖아요. 그러니까 이 부분을 정직하고 정확하게 다뤄 주는 게 중요해요.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어떤 경우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요.'나는 페미니스트인가?' 고민도 해 봤어요. 그렇다고 하기엔 공부가 좀 부족하죠. 그런데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지점은 예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 같아요. 조금 더 진보적이고, 젠더적으로 평등하기를 바라고…. 이건 사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각자 살아온 환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잖아요. 다만 저는 눈에 걸리거나,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찜찜한 결말을 의도한 이유 그렇게 많은 고민 끝에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이 작품, 그 끝이 너무도 찜찜하다. 언뜻 승리한 듯 보였던 청개구리의 선택은 무위로 돌아간다. 오히려 오검은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다. 괴물이 되지 않고는 괴물을 잡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게 괴물이 되었음에도, 베헤모스는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피해자는 지워지고, 타락한 괴물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희희낙락한다. 그 위를 정의의 여신이 비꼬는 듯, 서글픈 듯 미소 짓는다."정의가 구현되고, 약자가 승리하고, 이런 지점에서 감동을 하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연극에서 카타르시스를 확 느끼게 해 주는 건 어쩌면 '가짜'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부하면서 브레히트에게 많이 영향을 받았는데, 그는 독일의 파시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제로 활용되던 연극을 이용해 그 반대되는 효과를 만들고자 했어요. 물론 이런 시도는 실패하고 망명했죠. 많은 창작자와 관객은 그의 오락적 기법들만 받아들였지만, 저의 연극관에는 그의 관념도 많이 스며들었어요. 새로운 테크닉, 재미있는 시도와 함께 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씨앗을 심는 거예요. 궁극적으로 '혁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씨앗 덕분에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물론 원작도 막 정의가 승리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저는 한 발 더 나갔어요. 원작은 변호사의 구속으로 끝나지만, 연극에서는 더 나아가서 결국 이변이 무죄를 받고, 타락한 주인공들이 잘 먹고 사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세상은 이래! X 같아!'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무대를 본 관객분들 중 몇 명이라도 새로운 씨앗을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염세적이라고까지 비칠 정도로 김태형은 현실을 비관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정의로운 검사 오검이 결국 이변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우리도 또 하나의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시스템을 고쳐야죠. 개인이 시스템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그렇지 않다면 작품 속의 오검처럼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발버둥 쳐봤자 결국 시스템에 잡아먹히는 거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해요, 일단. 대기업 같은 곳 들어가는 사람은 사실 전체 취업자의 몇 퍼센트도 안 되잖아요. 문제는 무조건 거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부추기는 게 한국 사회죠. 그게 위험해요. 그걸 깨자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베헤모스'가 한 사람의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그게 우리 사회라고 생각해요. 경쟁이나, 만들어진 행복에만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시스템 자체가 괴물이에요. 그걸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김태형 자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이 없죠. (웃음) 저도 이게 옳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시스템에 부합할 때도 잦으니까. 그래도 항상 생각하고 공연을 만들며, 노력하고 있습니다."김태형이 그 시스템 안에 있다면 그렇다면, 만약 자연인 김태형이 오검의 위치에 있었다면, 오검이 아닌 '김검'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시스템에 잡아먹혀 괴물이 되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을까."연습하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있어요. '나라면 어땠을까'. 제가 해석한 것과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조금씩 다르긴 해요. 오검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이유가 과연 뭐냐. 배우들은 그게 변호사에 대한 경쟁심과 복수심, 여동생 죽음과 연관된 욕심이라고 하죠. 그런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했어요. 저는 검사라는 직업 자체에 어마어마한 출세욕과 성공욕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검사라는 게, 군대처럼, 개인의 선택이나 판단보다는 조직 자체의 효율성을 중요시하잖아요. 상명하복의 조직이고 말을 잘 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오검은 그 자리에서 정의 구현을 위한 욕구 때문이든, 성공을 위한 욕구 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라도 그런 선택(괴물이 되는)을 했어야 해요. 여기서 한 번 눈을 감고, 실적을 올려야죠.배우들은 그러면 이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바뀌는 동기가 없지 않으냐고 했지만…. 오검의 터닝포인트가 잘 만들어졌으면 더 매력적이었겠죠. 하지만 사람은 언제든지 그럴 수 있는 존재예요. 그래서 극적인 계기는 없어요.만약 제가 오검이었다면 검사를 때려치겠죠. 변호사 개업하면 되잖아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시스템을 벗어나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학교나 집단에서, 생각보다 쉽게 발을 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짊어져야 할 게 많을수록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조직에서 한 발 빠져나와서 바라봤다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이 답변을 듣고 김태형 연출답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문득 든 또 하나의 생각. 그건 오검이니까, 김태형 연출이니까 할 수 있는 선택 아닐까. 사법고시를 패스해 성공 가도를 달려온 검사. 로스쿨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위권에 들어야만 한다. 가진 것이 있으니까, 때려치워도 변호사 개업은 할 수 있으니까 시스템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 과학고등학교, 카이스트를 다닌 학벌 사회의 '엘리트'였기에 때려치울 수 있었고, '한예종'이라는 문화예술계에서 때로 권력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카르텔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대부분 관객은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소시민인데, 안전망이 없는 이들에게 시스템을 박차고 나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태형은 자신이 '엘리트'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엘리트와 소시민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거부했다."그래서 '소위 말해' 가진 게 없는 분들의 행동이 더 감동적이고 의미 있을 때가 있어요. 근데 이게 또 하나의 엘리트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가진 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닐까요. 학벌이 낮거나, 재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불쌍하게'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각자의 삶에서는 오검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언젠가는 오검처럼 생각하고, 고민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들이 와요. 연극은 검사, 재벌, 변호사, 이런 사람들에 대한 얘기지만, 결국 '내가 오검이다', '태석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확실히 있고, 그렇게 볼 수 있도록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블랙리스트이지만, 연극을 계속 하는 이유 김태형 연출은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미래는 낙관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 방법은 그 시스템 안에서 성공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모였을 때 가능하다. 그 '혁명'의 방법으로 그는 연극이라는 무대를 택했다. 어쩌면 그런 발상 때문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당황스럽기도 했고,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정말 '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거기서 출발한 게 점점 커져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그 지점은 고무적이더라고요. 균열들이 하나씩 발견되어서 결국에는 쾅 터지는 그것. 참지 않고 던져내고,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내는 이 지점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물 날 것 같은 순간들도 많았고, 감회가 새로웠죠.시위 장면으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금방은 못 만들 것 같아요. 나한테만 특별한 사건도 아니고, 조금 더 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서 당장은 못 쓰겠어요. (웃음) 지금은 너무 막 시류에 물타기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지나서라도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어요. 이런 사태에 분노하고 목소리 내는 사람들에게 감동했던 얘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5·18 광주 얘기로 수많은 명작이 나왔고, 사람들에게 전달됐던 것처럼."김태형 연출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자꾸" 생긴단다. 연극의 위상은 자꾸만 줄어들고, 연극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도 아니지만, 김태형 연출은 지난 10년 동안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연습실이 너무 재밌어요. 배우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시점이 될 때, 함께 고민하고 연습실에서 어떤 순간들을 만들어 가면서 확 오는 순간이 있어요. 배우들도 그걸 알아요. 마법이 지나가는 순간, 마약 같아요. (웃음)두 번째는 관객들이죠. 한편으로는 무서워요. 뒤처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 때도 있고, 책임감 들고 그렇지만…. 누군가 내 일을 응원해 주고 좋아해 준다는 게 대단한 유혹이거든요. 칭찬만이 목적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욕구니까요. (웃음) 앞으로 10년은 큰 사고 치지 않는 한 계속 가지 않을까요."그가 데뷔로 만 20년을 채우는 2027년에도, 그와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기에 연극 <베헤모스>는 아마도 적절한 작품일 것이다. 김태형 연출 '10년'의 기술이 녹아든 이 작품을 가늠쇠로 삼아서,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해보자. 오는 4월 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상연된다.

출발선에 선 고아라... 그가 다독인 자신의 그림자

[inter:view] <화랑> 끝마친 배우 고아라에게 남은 과제들

고아라는 인터뷰 내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를 했다.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영화 '너무' 하고 싶다"라는 말이 돌아왔고, <화랑>을 통해 퓨전 사극을 해봤으니 정통 사극 속에서 표독스러운 악역을 맡아 연기해보고도 싶다고 말한다. 물론 '달달한' 로맨스도 환영이란다. 최근 <도깨비>를 즐겨봤다며 김은숙 작가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다. 작품을 끊이지 않게 다작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고아라는 말한다.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인상이 남았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바람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근작 <탐정 홍길동>(2016)에서는 적은 분량이었으나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에 마다 않고 임했고, 결과적으로 원래 나오기로 했던 신(scene)보다 더 늘어난 분량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1994>(2013)에서도 고아라는 완벽히 '성나정'으로 분하기 위해 외적·내적으로 열성을 기울였다. 그의 노력이 대중들의 눈에 띄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KBS 월화드라마 <화랑> 종영 인터뷰에서 고아라는 취재진에 신라시대 화랑 제도의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속에 픽션으로 가미된 것들을 분리해 설명을 한참 이어갔다. "물론 <화랑>은 퓨전 사극이라 가볍게 임했지만 표현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역사나 시대적인 배경을 공부하고 들어간다. 그럼 작품에 더 재미가 생긴다"라고 말했다.그는 인터뷰 중 손과 상체를 크게 움직여 상황을 묘사하고 말에 강약을 넣어 강조할 부분을 살렸다. 그때마다 회갈색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모습 어딘가에 '아로'도 '나정'도 있었다. 배우 고아라를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전제작' 또 할거냐고요? 지난 21일 KBS <화랑>이 끝났다. <화랑>은 KBS <구르미 그린 달빛> 계보를 잇는 청춘사극이었고 또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마지막회 시청률이 7.9%일 정도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열심히 임한 작품이 이런 결과였을 때 기분이 어떨까.고아라는 "물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으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배우들과 재밌게 촬영한 작품이 무사히 끝났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했다. 비록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는 길에서 '아로'(극 중 고아라의 배역)를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게 그렇게 반갑다고 했다. "저희 어머니 세대 분들이 되게 좋아하신다. 장보러 가면 '<화랑>에 나오는 여자 아니냐'고 '재밌게 보고 있다'고 손을 꼭 붙잡고. 특히 더 반겨주시고 그게 좋더라. (머리나 복식 등의) 외모가 <화랑>에 나오는 것과는 좀 달라보이니까 꼭 재차 묻고…. 되게 재밌게 봐주시는구나 싶어 기뻤다." 그에게 물었다. 최근 경험한 사전제작 제도에 대해 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고. "사전제작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분명 장단점은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은 작업을 하는 방식의 차이다. 얼마든지 재밌는 대본과 참여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작업 방식의 차이는 상관 없다." 이미 촬영을 다 마쳐 놓은 터라 그는 집에서 TV로 <화랑>을 봤다고 한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 배우들과 치열하게 촬영한 장면들에서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고민의 시기, 선배들의 조언 받아고아라는 지난 1월 오랫동안 몸 담았던 소속사 SM을 떠났다. 고아라는 회사에 들어갈 당시 8000:1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오랜 시간을 SM에서 보냈다. 그간 '배우'로서 보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고아라는 1월 배우들을 중심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아티스트 컴퍼니로 소속을 옮겼다. 그는 "고민이 있었던 시기였고 혼자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몇 십 년 넘게 일한 선배들의 조언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칠 때까지 '고민'이라는 말을 일곱 번도 더 넘게 사용했다.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회사는 정우성·하정우가 있는 '아티스트컴퍼니'. 그는 "회사 전체가 열려있다. 배우 선배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소통이 잘 된다"라며 회사 자랑을 한다. 회사에 있는 선배들이 본인들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보는 눈이나 연기 모니터링을 봐주시기도 한다. 올해로 28살. 워낙 어렸을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그지만 그럼에도 아직 고아라는 젊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과거를 생각하기 보다 지금 현재와 앞으로만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것,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 '갈망'이 있다"는 고아라. 치열한 고민 끝에 그가 내릴 결정들을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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