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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사람이 이토록 편안할 수 있을까. 가수 최백호는 자신의 노래와 꼭 닮아있었다. 욕심 없는 목소리와 말투는 그가 불러온 노래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삶과 음악에 대한 생각들에선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의 음악창작공간 뮤지스땅스에서 최백호를 만났다.

40년, 특별한 '의미' 없다... 실패해도 계속 해왔을 뿐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다.ⓒ 이정민


데뷔 40주년. 최백호는 이를 기념하는 앨범 <불혹>을 오는 3월 발표한다. 4년 만의 신곡 '바다 끝'을 지난 23일 선공개하기도 했다. 3월 11일~12일에는 LG아트센터에서 40주년 기념 콘서트 <불혹>을 연다. 나로썬 40년이란 세월의 더께를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 시간이 전혀 가늠되지 않노라고 고백하자 그가 답했다.

"저도 감이 안 잡혀요. 특별하진 않아요. 감회를 묻는 질문에 뭐라고 할 말은 없고, '벌써 40년이 됐네' 싶은 거죠. 40년이 됐다니까 콘서트도 하고 앨범도 내보자 해서 하는 거고요. 어떤 후배는 '형, 40년 했으면 쉬어야지' 하며 푹 쉬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도 맞는 것 같고요."

최백호는 40주년에 '의미'는 없다고 했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태도에서 비롯된 듯했다. 40년 가수인생도 이렇게 흘러왔다. 대인관계가 넓은 편이 아니라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온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매니저 없이 가수생활을 해왔다. 그래도 이렇게 오래 노래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큰 욕심 없이 꾸준히 걸어왔기 때문이다.

"20장이 넘는 앨범을 냈는데 성공한 앨범은 4~5장 밖에 없어요. 실패한 앨범의 노래도 열심히 만들고 부른 것들이에요. 운이 좋아서 '낭만에 대하여'가 성공을 했는데 그보다 실패의 경험이 훨씬 많아요."

최백호를 모르는 사람도, 그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를 모르는 사람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의 가수 인생에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낭만에 대하여'도 조용히 묻힌 곡이었는데 우연히 김수현 작가가 차에서 라디오로 듣고 반해서 자신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6)에 삽입한 것이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됐다.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가 실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앨범을 내고 가수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였다. 시처럼 서정적인 가사와 탱고 리듬이 매력적인 이 곡은 최백호 작사·작곡으로, 가사를 쓰는 데 2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명의 관객 두고 노래했던 첫 무대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이정민


최백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부산 영도 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최백호가 처음 노래를 부른 계기도 생계를 위해서였다. 그림을 잘 그렸던 그는 미대에 진학하려고 재수를 했는데 그 즈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만두게 됐다. 그 후 친구들과 노래를 했고, 지금까지 음악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23살 때쯤이었어요. 부산 서면의 생맥주 라이브클럽이었는데 친구의 매형이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거기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는데, 텅 비어 있고 친구 하나가 앉아 있었어요. 그렇게 한 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있는데 (밖에서 듣고) 사람들이 점점 들어왔어요."

그때의 기분을 물었다.

"삶 자체가 절박했으니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기분을 느낄 새도 없었고 정신없이 노래했어요. 무대를 일주일 정도 했을 때 대형 라이브클럽에 스카우트가 됐고 그곳에서 하수영씨를 만났어요. 그분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떠서 서울서 활동하면서 저를 서라벌레코드에 소개해줬어요. '부산에 친구 하나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 말해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고, 5년 전속계약을 하고 1977년에 자작곡을 담은 첫 앨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내게 됐어요."

후배가수와 협업, 굳어지는 것 가장 두렵다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가수 최백호는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의 대장을 맡고 있다.ⓒ 이정민


최백호 하면 '낭만에 대하여',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입영 전야', '영일만 친구' 등 예전 히트곡들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다. 하지만 '부산에 가면'처럼 최근 히트곡을 떠올리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지난 2013년에 발표한 '부산에 가면'은 에코브릿지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최백호가 보컬을 맡았다.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에 가면'은 에코브릿지가 만든 노래인데 보컬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을 때 '내 노래다' 싶었어요. 부산에는 23살까지 살았는데 개성 있는 도시죠."

그의 모든 노래가 그렇지만 '부산에 가면'은 연령층을 뛰어넘는 감성을 품고 있다. 최백호는 이번 신곡 '바다 끝'도 에코브릿지와 함께 작업했다. 40주년 기념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에코브릿지에게 연락했다. 곧 발표할 새 앨범의 수록곡의 반은 최백호가, 반은 에코브릿지가 만들었다. 젊은 음악인과의 협업이 어땠느냐고 묻자 "음악적으로 부딪혀서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 도움을 나눴다"고 했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아이야 나랑 걷자'도 그가 가진 '전세대적' 감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유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배경을 묻자 "곡을 쓴 박주원씨가 아이유와 함께 부를 사람을 찾아 내게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이야 나랑 걷자'는 박자가 굉장히 까다로워 어려운 곡이에요. 아이유는 척척 잘해내더라고요. 저는 그런 음악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고생을 했죠."

젊은 감성의 곡들을 제 옷처럼 소화하는 비결이 궁금해 물었다.

"평범하긴 싫다는 생각을 늘 해요. '튀겠다'는 말이 아니고, 새로운 면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스타일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편안하게 쉬지를 못해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보면, 한 장르를 해온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했어요. 쓴 가사에 어울리는 장르를 찾는데 그게 록이든 트로트든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굳어지고 고정되면 퇴보해요. 그게 가장 두려워요. 모든 문화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젊은 음악가들은 노래를 만드는 방법, 부르는 방법 등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니까 함께 하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 굳어지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요즘 음악, 가사 아쉬워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피아노 연주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최백호의 피아노 선율은 서정적이었다.ⓒ 이정민


40년이란 긴 역사를 지나며 음악을 해온 그에게 요즘 음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가사가 아쉽다"며 소신껏 대답을 이어갔다. 

"저희 세대는 가사에 정확한 주제가 있었어요. '고래사냥', '아침이슬'처럼 노래 제목만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좀 아쉬워요. 김광석의 노래만 봐도 가사가 큰 부분이죠.

저희 세대는 보통 가사를 먼저 만들고 멜로디를 붙였는데, 요즘 세대는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거기 가사를 끼워 넣으니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사가 완벽하지 않아요. 미사여구가 많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이런 부분에서 부딪혔고요. 요즘 음악계에 표절 논란이 잦은 것도 멜로디를 먼저 만들어서 그런 측면이 있죠. 멜로디는 뇌 속에 저장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남한테 들은 게 나오니까 의도치 않게 비슷하게 나올 수가 있어요. 하지만 가사를 먼저 쓰면 곡의 개성이 강해져서 듣는 입장에서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덜 하죠."

그는 "정말 좋은 노래는 던져놔도 알려진다"고 말했다. 몇 십 년 뒤에 알려지더라도 틀림 없이 알려진다고 했다. 특히 "만드는 사람이 볼 수 없던 것을 대중이 발견할 때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쉬운 노래'를 만드는 걸 권하기도 했다. 멜로디가 쉬운 것을 만들고 부르는 것이 오래 남는 노래의 비결이다. "패티김 선생의 전성기 노래들을 보면 아주 단순해서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다"며 "요즘 음악은 너무 어렵고 전문화된 경향이 있는데 '특수층 가요'가 아닌 말그대로 '대중가요'가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만화 보는 대통령 나왔으면... 리더의 조건은 '창의력'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최백호는 음악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이정민


인터뷰를 나눈 장소인 뮤지스땅스에 대해 잠깐 이야기 나눴다. 이 곳은 신인 음악인 육성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소장인 최백호는 투명한 운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지원사업을 제안 받았다. 그렇게 맡게 된 것이 이곳 '뮤지스땅스'다. 뮤직과 레지스탕스를 합쳐서 그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뮤지스땅스의 서가엔 만화책이 많았다. 최백호가 수집한 것들이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오는 3월에 뮤지스땅스에서 개인전도 연다. 뜬금없지만 그에게 '원하는 대통령상'을 물었을 때도 최백호는 "만화책 읽는 대통령"이라는 함축적인 답변을 꺼내놓았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공부 잘하는 사람이 돼 왔어요. 하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창의력이 뛰어난 건 아니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기억력이 좋은 거고요. 다음 대통령은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단어만 쓰는 게 아니고 정말 힘든 사람을 위해서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 감성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일례로 만화에는 무궁무진한 창의가 들어있어요. 우리는 만화를 불태우고, 만화를 못 보게 한 민족인데 '꿈'과 '순수'가 가득 들어있는 만화를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교육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덧붙였다.

"특히 교육제도를 빨리 바꿔야 한다고 봐요.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을 염두에 둔 교육을 하는데 결국 그건 창의보단 암기식 교육인 거잖아요. 아이들한테 음악과 시를 많이 접하게 하고 더 많이 뛰어놀게 해야 해요. 인간의 본능은 뛰어놀고 노래 부르는 거예요."

아흔 넘어서도 앨범내고 음악하고파

끝으로 음악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물었다. 그는 "계획이나 방향은 딱히 없다"며 "항상 내 음악은 변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젊은 음악가들과도 꾸준히 작업할 생각이다. 세워놓은 기준 같은 건 딱히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고 했다.

"내 아이들, 내 자손들이 들었을 때 창피한 노래는 하지 말자는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요. 노래는 남는 것인데, '우리 할아버지 이상한 노래 불렀다'는 소리는 안 듣고 싶어요."

가수는 앨범이 중요하고, 새 노래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최백호. 끝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아흔이 넘어서도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최백호는 오는 3월에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발매한다. 에코브릿지와 함께 작업했으며, 지난 23일 선공개 형식으로 '바다 끝'을 발표했다. 수록곡 중 '풍경'은 주현미와 함께 불렀다.ⓒ 이정민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뮤지스땅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백호. 그가 건넨 명함에는 뮤지스땅스 '대장 최백호'라고 적혀있었다. 최백호는 뮤지스땅스 소장이다.ⓒ 이정민


최백호, 가수 인생 40년 맞은 뮤지스탕스 대장 가수 최백호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위치한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내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백호는 올해로 가수 인생 4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한국음악발전소 뮤지스탕스 대장을 맡고 있다.

최백호는 오래도록 노래하길 꿈꾼다.ⓒ 이정민



출발선에 선 고아라... 그가 다독인 자신의 그림자

[inter:view] <화랑> 끝마친 배우 고아라에게 남은 과제들

고아라는 인터뷰 내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를 했다.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영화 '너무' 하고 싶다"라는 말이 돌아왔고, <화랑>을 통해 퓨전 사극을 해봤으니 정통 사극 속에서 표독스러운 악역을 맡아 연기해보고도 싶다고 말한다. 물론 '달달한' 로맨스도 환영이란다. 최근 <도깨비>를 즐겨봤다며 김은숙 작가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다. 작품을 끊이지 않게 다작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고아라는 말한다.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인상이 남았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바람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근작 <탐정 홍길동>(2016)에서는 적은 분량이었으나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에 마다 않고 임했고, 결과적으로 원래 나오기로 했던 신(scene)보다 더 늘어난 분량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1994>(2013)에서도 고아라는 완벽히 '성나정'으로 분하기 위해 외적·내적으로 열성을 기울였다. 그의 노력이 대중들의 눈에 띄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KBS 월화드라마 <화랑> 종영 인터뷰에서 고아라는 취재진에 신라시대 화랑 제도의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속에 픽션으로 가미된 것들을 분리해 설명을 한참 이어갔다. "물론 <화랑>은 퓨전 사극이라 가볍게 임했지만 표현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역사나 시대적인 배경을 공부하고 들어간다. 그럼 작품에 더 재미가 생긴다"라고 말했다.그는 인터뷰 중 손과 상체를 크게 움직여 상황을 묘사하고 말에 강약을 넣어 강조할 부분을 살렸다. 그때마다 회갈색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모습 어딘가에 '아로'도 '나정'도 있었다. 배우 고아라를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전제작' 또 할거냐고요? 지난 21일 KBS <화랑>이 끝났다. <화랑>은 KBS <구르미 그린 달빛> 계보를 잇는 청춘사극이었고 또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마지막회 시청률이 7.9%일 정도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열심히 임한 작품이 이런 결과였을 때 기분이 어떨까.고아라는 "물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으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배우들과 재밌게 촬영한 작품이 무사히 끝났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했다. 비록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는 길에서 '아로'(극 중 고아라의 배역)를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게 그렇게 반갑다고 했다. "저희 어머니 세대 분들이 되게 좋아하신다. 장보러 가면 '<화랑>에 나오는 여자 아니냐'고 '재밌게 보고 있다'고 손을 꼭 붙잡고. 특히 더 반겨주시고 그게 좋더라. (머리나 복식 등의) 외모가 <화랑>에 나오는 것과는 좀 달라보이니까 꼭 재차 묻고…. 되게 재밌게 봐주시는구나 싶어 기뻤다." 그에게 물었다. 최근 경험한 사전제작 제도에 대해 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고. "사전제작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분명 장단점은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은 작업을 하는 방식의 차이다. 얼마든지 재밌는 대본과 참여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작업 방식의 차이는 상관 없다." 이미 촬영을 다 마쳐 놓은 터라 그는 집에서 TV로 <화랑>을 봤다고 한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 배우들과 치열하게 촬영한 장면들에서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고민의 시기, 선배들의 조언 받아고아라는 지난 1월 오랫동안 몸 담았던 소속사 SM을 떠났다. 고아라는 회사에 들어갈 당시 8000:1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오랜 시간을 SM에서 보냈다. 그간 '배우'로서 보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고아라는 1월 배우들을 중심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아티스트 컴퍼니로 소속을 옮겼다. 그는 "고민이 있었던 시기였고 혼자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몇 십 년 넘게 일한 선배들의 조언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칠 때까지 '고민'이라는 말을 일곱 번도 더 넘게 사용했다.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회사는 정우성·하정우가 있는 '아티스트컴퍼니'. 그는 "회사 전체가 열려있다. 배우 선배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소통이 잘 된다"라며 회사 자랑을 한다. 회사에 있는 선배들이 본인들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보는 눈이나 연기 모니터링을 봐주시기도 한다. 올해로 28살. 워낙 어렸을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그지만 그럼에도 아직 고아라는 젊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과거를 생각하기 보다 지금 현재와 앞으로만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것,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 '갈망'이 있다"는 고아라. 치열한 고민 끝에 그가 내릴 결정들을 믿어보고 싶다.

"몰래한 혼인신고에 대리만족" 연기의 맛 알아버린 미술학도

[오마이픽업] <불어라 미풍아> 장세현, 8년간 한 계단씩 오르다

주연으로 전면에 선 배우들 모두 주말극이 처음이었다. 걱정이 많았고, 일종의 모험이었으나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속 이들은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의 보상일까. 종영을 앞두고 평균 시청률 20%를 상회하며 경쟁작과 함께 제법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손호준과 임지영이 각각 장고-미풍 커플로 분하며 각종 사건에 얽히는 동안 꾸준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커플이 있었으니 바로 장세현의 이장수와 황보라의 조희라 커플이다. 이들은 일명 고구마 전개라며 드라마의 주요 사건이 막힐 때도, 급박한 전환점을 맞을 때도 꾸준히 사랑했고, 시원한 모습을 유지했다. 시청자들이 그만큼 감정 이입하기 좋은 캐릭터였다. 이 두 사람 중 장세현을 21일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만날 수 있었다.연습량이 곧 분량 종영까지 2화가 남은 가운데 <불어라 미풍아>는 지난 20일 마지막 촬영을 끝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 것 같았는데 막상 마치니 공허하더라"며 장세현이 이른 종영 소감부터 전했다."드라마 내용 자체가 이산가족상봉이잖아요. 지난 7개월간 매주 두 번씩은 다들 만났는데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한 선생님들, 또 파트너로 함께 했던 보라 누나에게도 참 감사해요. 대본 리딩이 있는 날이면 저희끼리 따로 모여 연습하곤 했거든요. 분량이 적으면 적은 대로 연습량을 늘려서 이것저것 시도하려 했어요."극 중 이장수는 달래 할머니(김영옥 분)와 유대 관계가 깊고, 정이 많은 인물로 묘사된다. 막내아들로서 엄마 황금실(금보라 분)과 장남 이장고(손호준 분)에겐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을 터. 장세현은 "실제 집에선 장남이지만 애교가 많은 편이라 스스로 장수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시청자분들이 이입하기 가장 쉬운 캐릭터라고 봤고, 그렇게 준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정이 많은 면은 저랑 비슷한데 또 어떤 면에선 완전 다르기도 해요. 사랑에 빠져 몰래 혼인신고하기가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그런 면을 연기할 땐 나름대로 대리만족을 느꼈다랄까(웃음). 집에서 부모님이 제가 출연한 걸 종종 보셨는데 '장수가 그냥 네 모습인데?' 이런 반응이었어요. 굉장히 모범적 인물이면서 또 백수기도 한데, 적극적인 면도 있는 인물이에요. 제겐 색다른 경험이었죠."주말극이 처음인 만큼 세세하게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짝꿍인 황보라와 이런저런 호흡을 미리 맞춰보는 과정에서 지금의 커플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극 중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장세현은 "혼인신고 사실 때문에 놀이터에서 장고 형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는데 그게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역시 기존 설정에 아이디어를 보태 코믹하게 재탄생한 경우였다.다재다능함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장세현은 영화 <바람>과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데뷔해 벌써 8년 차 경력이 쌓였다. 올해로 서른하나, 데뷔 이후 여러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고루 경험했다. 대학에서 전공은 산업디자인으로 이 또한 이색 이력이다.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입대 전 학교를 나왔고, 말 그대로 한 계단씩 올라오고 있는 전형적인 노력파다. 한 달에 평균 4, 5번의 오디션을 다니며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겪었고, 그로 인해 나름 굳은살 역시 튼실하게 배어있다."디자인도 연기도 모두 제 꿈이었어요. 학교는 나왔지만 그렇다고 그림을 포기한 건 아닙니다. 꾸준히 그리고 있어요. 오디션 볼 때도 이걸 장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캐릭터 분석표를 드릴 때 제가 상상한 캐릭터를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드린 경우도 있었죠. <화랑> 땐 주령구(주사위의 일종)라고 대본에 나온 소품을 직접 만들어 가기도 했고요(웃음).어렸을 때부터 반에서 그림 하면 제가 손꼽히는 편이었어요. 특별활동 부서도 만화부에 들 정도로 좋아했죠. 예술고등학교에 떨어진 이후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서 부모님과 상의했고, 흔쾌히 지원해주셨어요. 사실 집안 환경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는데 믿고 맡겨주신 거죠. 그러다 대학교에서 갑자기 연기한다고 하니 어떻겠어요? 그런데도 '후회하지 않을 거냐'라고 물어보시곤 그 이후로 쭉 믿어주셨어요. 다른 친구들은 이 이야기에 되게 놀라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감사한 일입니다.오디션은 일단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겐 소중하죠. 그런 점에서 회사에 참 감사합니다. 저만 잘하면 돼요! (웃음) 너무 떨어져서 오히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붙으면 같이 즐거워해 주고 떨어지면 슬퍼해 줄 분이 곁에 있다는 자체가 큰 힘이에요."그림이란 게 흰 도화지에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행동이라면 연기 역시 장세현에겐 빈 도화지에 몸으로 생각과 감정을 그리는 일이었다. "어떤 도구가 아닌 온몸을 쓸 수 있다는 게 더 크게 다가왔다"며 그가 전환의 계기를 설명했다.시작은 할 수 있어도 버티기 어려운 게 이쪽 업계의 생리다. 재능 있고 젊은 자원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작품 자체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스물여섯에 뒤늦게 입대하면서도 그는 군악대, 군 행사 진행 등을 거치며 끼를 숨기지 않았고,느리지만 길게 이런 이유로 장세현은 급히 부상한 스타보단 "과정을 거쳐 하나씩 배워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역할을 떠나 일단 연기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하다"며 "조급증은 이미 버렸고, 주어진 기회를 좀 더 많이 살리는 게 내 숙제"라고 답했다."빠르게 주목받고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그 반대의 경우도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 분들이 어깨에 진 짐이 그만큼 무겁겠죠? 전 비행기보단 계단으로 올라가고 싶어요! (웃음) 친한 친구와 꿈에 관해 얘기할 때 서로 이루면 꼭 방송국에서 만나자고 했거든요. 그 친구는 아나운서 지망생이었고, 마침 지난해에 KBS에 합격해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어요. 저도 마침 KBS 드라마를 했고요. 아, 우리가 좀 느리긴 해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밝은 어투로 말했지만, 장세현의 이 말엔 그가 지금까지 해온 고민의 시간이 담겨있었다. 오디션을 보든 섭외가 오든 장세현은 "열린 자세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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