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톡' 건드리기만 해도 해사한 웃음이 와르르 쏟아진다. 이렇게 많은 웃음을 연기하면서는 어떻게 참은 걸까? 배우 김현수는 막 18살 생애 가장 긴 촬영을 끝마쳤다. JTBC <솔로몬의 위증> 속 '차갑고 이성적인' 교내재판 검사 고서연 역으로. 하지만 스스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성격"이라고 진단한단다.

<솔로몬의 위증>은 그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다. '힘들지 않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쉬운 점도 많고 설레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그래서 더 즐겁기도 했고 행복하게 촬영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하나만 느끼기에도 벅찬 형용사 다발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또 '흐흐' 웃는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영화 <도가니>로 데뷔한 이후 그는 어느새 6년 차 배우가 됐다. 그와 함께 한 배우들의 면면은 그는 전지현과 신세경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김혜수, 조재현, 공유, 송중기, 마동석 등의 어마어마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반면 이번에는 또래 배우들과 함께다. 그는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친구들과 연기를 할 때는 장난도 치고 애드립도 맞춰 보고! 매일 만나다 보니 진짜 '정국고등학교'(<솔로몬의 위증>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학교) 학생이 됐던 것 같아요"라면서 웃는다. 연기해온 날보다 앞으로 해나갈 날이 더 많은 그를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났다. <솔로몬의 위증>이 종영한 지 정확히 10일 만이었다.

똑똑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걸출한 배우들과 함께한 그지만 그는 데뷔작부터 만만치 않은 역할을 맡았다. 영화 <도가니>에서 언어장애를 가진 학생 연두 역을 맡은 김현수는 일찌감치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이후 김현수는 최근작 <굿바이싱글>에서는 일찍 애를 낳는 미혼모를,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어른들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교내재판 검사 역을 맡았다. 이 소녀들은 어른들이 가진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어떻게든 성장해내고야 만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에 맞서는 아이들. JTBC <솔로몬의 위증> 속 정국고등학교 재판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직접 파헤쳐간다.ⓒ 이정민


하지만 그는 부담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래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내 배시시 웃으며 "이번에는 '똑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로나마 똑똑한 역할을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사실 그전까지 했던 역할은 억울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 서연이는 전교 1등이다 보니까 아이라도 귀를 기울이는 게 있었고 저는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서연이는 어떤 일을 혼자서 하려고 하고 당찬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 살아가면서 그런 여성들이 더 많잖아요."

'전교1등' 고서연을 연기한 김현수의 학교생활은 실제로 어떨까? 그는 "모범생인 것도 차이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음 저는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웃음)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6년 전 데뷔작 <도가니> 당시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눈물 연기를 할 때 누군가 죽는 상상을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잘 됐다고.ⓒ 이정민


그는 고서연이 "굉장히 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친구들과 있을 때, 재판정에 있을 때마다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저도 촬영장이랑 집에 있을 때 다른 사람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엄청 느슨해지고, 계속 누워있다가 엄마한테 혼도 나고요."

만일 김현수가 <솔로몬의 위증> 속으로 들어가면 그는 수많은 학생 중에 어떤 역할을 맡을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방청석이나 배심원단에 들어갈 것 같아요. 검사나 판사 하려면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전 감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 배심원단을 하면서 판단을 할 것 같아요."

또 그는 고서연이 "연애를 하지 않아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연애를 하는 것도 재밌고 좋겠지만 그런 감정이 없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준영이 있긴 했지만! (배우 서지훈이 연기한 준영은 <솔로몬의 위증> 마지막 회에 서연에 데이트 신청을 한다) 강소라 선배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미생>이 러브라인이 없어 좋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러브라인이 있으면 예뻐 보여야 하고 애교도 부려야 하고 그게 없어서 편했어요."

언젠가는 '김혜자 선생님'처럼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현수의 데뷔작은 <도가니>(2011). 언어 장애가 있는 소녀 연두로 분한 그는 <솔로몬의 위증>에서처럼 자신의 일을 용기를 갖고 하나씩 돌파해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정민


10점 만점에 6점. JTBC <솔로몬의 위증>에 대한 김현수의 연기점수다. 본인의 연기 욕심이 10점이라면 그 중 <솔로몬의 위증>에서 얼마큼 충족시켰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스스로 지나치게 박한 건 아닐까?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이냐고 물어보니 "연기에 있어서 욕심은 나쁜 게 아니니까,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니까"라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 연기란 미지의 영역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화 <도가니>를 처음으로 시작한 연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욕심도 생기고 더 재밌어진다고 배우 김현수는 말했다. 그의 롤모델은 배우 김혜자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챙겨 봤다면서 "김혜자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소름'도 끼쳤다고.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 김현수.ⓒ 이정민


배우 김혜자처럼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그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한다.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욕심나고 하고 싶은 걸 해내다 보면." 그렇게 말하고 김현수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한 작품 한 작품, 조금씩 전진해나갈 김현수의 미래가 벌써 기대된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욕심을 10만큼 부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 충족한 것 같아요? 라는 질문에는 민망한 웃음과 함께 "6"이라는 숫자를 말한다.ⓒ 이정민



'어린 왕여' 김민재, 배우가 된 아이돌 연습생

[inter:view] <도깨비> <낭만닥터>로 1년 만에 존재감... 스무살 그를 채운 것들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이보다 알차게 보내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화제성만큼은 '시청률 100%'였던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아래 <도깨비>). 이 두 드라마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민재(20) 이야기다. "둘 다 잘 될 줄 알았냐고요? 몰랐죠. 그냥 재밌겠다 싶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언제 한석규 선배님 같은 대배우님과 해볼 수 있을까 싶었고, <도깨비>는 너무 해보고 싶었던 사극 장르라 기대됐죠. 처음엔 일회성 카메오였는데, 나중에 분량도 늘어나서 정말 기뻤어요."아이돌 연습생의 배우 되기 많이 알려졌다시피, 김민재는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이었다. '리얼비'라는 이름으로 <쇼미더머니4>에도 출연했던 그는, 연습생 생활 동안 듣게 된 연기수업을 통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음악을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고, 4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연습생 생활이라는 게, 화나도 화를 못 내고, 짜증이나 욕도 마음껏 할 수 없어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셈이죠. 그런데 연기 수업을 하면서 화도 마음껏 내고, 다른 사람이 되어 이런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더 재미있는 걸 찾은 느낌이랄까요?"그렇게 걷게 된, 배우의 길. 그는 여러 단역을 거쳐 tvN <두 번째 스무 살>의 최지우 아들 역으로 처음 얼굴을 알렸고, 1년 만에 가장 눈에 띄는 신예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4년간의 연습생 생활 동안 갈고닦은 춤 솜씨는 어디 가지 않았다. <라디오스타> <음악중심> 등 예능에서 살짝 보여줬던 댄스 실력은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빛을 발했다.김민석, 양진성, 문지인, 혜리, 민아 등 뉴스타상 수상자들과 함께 선보인 축하 무대에서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을 선보였고, 김민재 춤사위는 아이돌인 혜리, 민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김민재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 신나게 환호하고 손뼉 치며 즐거워하던 <낭만닥터> 팀을 언급하자, 쑥스럽다는 듯 "그렇게까지 잘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촬영 중간에 하루 쉬고 돌아온 적이 있는데, 선배님들이 은탁이 어제 뭐 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상식에서 춤을 춰야 해서 연습하고 왔다고 말씀드렸죠. 그때부터 모두들 기대만발이셨어요. 저 춤추는 거 보고 정말 다 같이 즐겨주시더라고요. <낭만닥터> 팀의 장기자랑 같은 느낌이었죠. 잘 추더라고 계속 칭찬해주셔서, 종방연 때도, 세부 포상 휴가가서도 췄어요. (웃음)"한석규가 건넨 귤 하나 <낭만닥터> 팀의 막내였던 그는, 한석규와 연기하며 느낀 놀라움을 전하기도 했다."선배님과 눈만 마주쳐도 웃었어요. 사실 그런 대배우님과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말 아버지 같으셨어요. 제가 막 편하게 대했다기보다, 선배님 보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밥도 많이 사주시고,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하지만 아무리 편하게 만들어주셔도 한석규라는 배우의 아우라는 감출 수 없는 거잖아요. 연기 시작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흡입력으로 연기에 몰입하시는데, 놀라울 뿐이었어요."한석규에게 들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뭐가 있었을까?"'재미있니?' '군대 얼른 다녀와라' '결혼은' 등 사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힘들어하고 있으면 쓱 다가와서 손에 뭘 쥐여주고 가세요. 뭔가 싶어 보면 껍질 벗긴 귤이에요. '먹어' 하고 가시는데, 별거 아닌데도 뭔가 지켜봐 주고 계신 것 같아서 큰 위안이 됐어요.연기적으로는, 선배님도 예전에 조연 역할을 많이 하셨다면서, 선배님 배우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보낸 시기라고 해주셨어요. 그저 그림이나, 병풍이 될 수도 있지만, 작은 구석을 채워주고, 장면을 살아있게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더라도, 항상 살아있게, 뭔가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죠."한석규의 조언 덕분일까? 김민재는 <낭만닥터>에서 자기만을 위한 스토리가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쉽지 않다"고 했다. 뭔가 있을 듯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없었던 서은수(우연화 역)와의 로맨스에 대해서도 "김사부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소소한 부분을 채워주는 은탁이 좋았다. 즐거웠다"고 말했다.왕여의 사랑, 강렬했고 슬펐다 <낭만닥터> 은탁의 사랑이 흐지부지 사라졌다면, <도깨비> 왕여의 사랑은 강렬한 비극으로 끝났다. 결국, 해피엔딩이 됐지만, 그건 두 번의 환생을 거듭한 뒤, 성인 역 이동욱과 유인나의 이야기였다.낮은 목소리톤 때문일까? 첫 사극임에도 어색함은 없었고, 첫 로맨스 연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절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김민재는 공을 감독의 세심한 디렉션과, 함께 호흡을 맞춘 김소현에게 돌렸다. "처음에는 왕여의 반전을 몰랐어요. 그래서 왕비(김소현 분)와 김신(공유 분)에게 소리치고 윽박지르는 감정 톤을 조절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감독님은 알고 계시니까 세심하게 디렉션을 주셨죠. 너무 죽이려고 달려들지 말고 눌러서 연기해줬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나중에 반전을 알고 나서 '아 이거였군요!' 하고 놀랐죠. 소현씨야 너무 잘하잖아요. 앞에서 대사 해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저까지 몰입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소현씨와 다시 한번 사극 로맨스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있을까요? (웃음)"과거에서 이루지 못한 왕여의 사랑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분량에 상관없이 임팩트는 강했지만, 사극 로맨스를 조금 더 길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는지. 왕여와 김선의 고려 로맨스를 더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고 전하자, "그런 댓글들을 많이 봤다"며 활짝 웃었다. "사람들이 상상하고, 여운을 남겨둔 작품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듯, 어린 김선과 왕여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아쉬움을 즐기시는 것도, <도깨비>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이지 않을까요?" 10년 뒤 강동주, 20년 뒤 김사부 될 수 있기를 김민재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고 했다. 도전이 두려워,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1000% 후회할 것 같아서라고. 올해 나이 이제 스물. 한 우물만 파기에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아이돌 연습생에서 래퍼로, 다시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그에게 배우는,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오랜 꿈은 아니지만, 지금 가장 재미있는 일이고,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다."몸 쓰는 걸 좋아해서 액션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미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어떤 모습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대본이 들어오면 여러 가지 장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게 연기의 매력이잖아요."김민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10년 뒤에는 강동주(유연석 분) 같은, 20년 뒤에는 김사부(한석규 분)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저런 갈등과 선택을 반복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던 강동주와, 지난 선택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뛰어난 실력으로 후배들의 믿음직스러운 멘토가 된 김사부. 그들이 되기 위해, 김민재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 생각일까?그의 답은 "필요한 배우"였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좋은 의사인지, 최고의 의사인지 묻는 강동주(유연석 분)의 말에, '필요한 의사'라고 답했던 김사부의 대사에서 차용한 말이다."그 대사를 듣고 머리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필요한 사람이 돼야겠구나, 영감을 줄 수 있고, 울고 싶거나 웃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구나 생각했죠. <낭만닥터>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건지 생각했던 작품이었어요. 필요한 사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존재감이 장난 아니네요? <도깨비> 김비서가 답했다

[inter:view] <내부자들> 조상무, <도깨비> 김비서... 15년 내공 조우진의 자기고백

신 스틸러: 장면을 훔치는 사람. 적은 분량에도 주연 배우들을 압도하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를 수식할 때 쓰는 표현이다. 10분 남짓 등장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여 썰고~, 여도 썰고~"라는 대사로 강렬한 '조 상무' 연기를 선보이더니,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표정과 눈빛으로 시청자들의 오금까지 저리게 만든 <38사기동대> 안 국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 조우진. 그를 설명할 때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아래 <도깨비>) 김 비서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초능력을 지닌 도깨비와 저승사자, 그들의 슬프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 속에서, 평범한 인간일 뿐인 김 비서의 존재감은 컸다. 그저 덕화(육성재 분)와 유 회장(김성겸 분)을 보필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시청자들은 그에게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회사를 가로채는 건 아닐까, 도깨비 김신(공유 분)을 없애려고 박중헌(김병철 분)과 손을 잡진 않을까.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난 그에게, 아무리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네에~" 해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고 고백하자, "김 비서가 그런 반전의 카드로 활용되진 않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도깨비>는 슬픈 운명을 지닌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잖아요. 제가 연기했던 역할들이 대부분 '어둠의 자식들'이라 그렇게 추측하셨던 것 아닐까요? (웃음)"그가 유 회장(김성겸 분) 앞에서 엑소의 '으르렁'과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춤을 췄을 때, 비로소 김 비서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김 비서에 대한 의심, '으르렁'으로 날렸다 - 춤을 너무 잘 춰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배신하지 않겠구나' 싶더라. '비서돌'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는데. "하하하. 너무 쑥스럽다. 편집과 정장 핏의 힘일 뿐이다. 여러 앵글로 촬영했는데, 앵글별로 보면 그저 의욕만 넘치는 '아재'의 몸부림이다. 원래 흥이 좀 있긴 하지만, 춤은 절대 잘 추지 못한다."- '네에~'라는 김 비서 특유의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뭔가 공적으로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처음 김고은씨와 차 타고 가는 장면에서 했다.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갔는데, 하나는 영혼 없이 '네'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가 방송에 나온 '네에~'다. 감독님도 고은씨도 그게 좋다고 했는데, 이후 대본에도 '네에'라고 적혀 있더라.사실 김 비서 말투는 한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님의 말투다. 그분 캐릭터가 김 비서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똑부러지면서도 부드러운." - 전작 <38사기동대> 안 국장 말투도 친한 연출자 말투였다고 들었는데, 평소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잘 캐치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사람들 관찰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코드와 아우라가 있지 않나. 잘 기억해 뒀다가, 그와 비슷한 인간 군상 역을 맡게 되면 여러 가지 특징을 조합해서 캐릭터를 잡아가는 편이다.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연기하면, 가상의 캐릭터라도 어디서 본 듯한, 실제 존재하는 인물 같은 친밀함이나 친숙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은 바람에서 그렇게 한다." - <내부자들> 전에 연극을 했었다던데, 그때부터 생긴 나름의 연습 방법 같은 건가. "사실 연극을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았다. 연극 경험 있었다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학교도 다녔고, 돈도 벌고, 공연하다 또 돈 벌고. 대학로에는 생업에 종사하시면서 무대에 오르는 분들이 많다. 나도 해봤는데, 한 번에 두 가지가 안 되는 스타일이라 잘 안 되더라. 양쪽에 다 민폐를 끼치게 되니까, 하나에 집중했다. 공연할 땐 공연만 하고, 생활비가 떨어지면 경제활동만 했다." "긴 무명,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1999년부터 연극을 했다고 들었는데, <내부자들>로 얼굴을 알리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초조함 같은 건 없었나.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초조해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초조함을 떨쳤다. (웃음) 초조함을 티 내면 더 힘들 것 같아서,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최면을 건 거지."- 스스로 최면까지 걸어가며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나."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고, 드라마도 많이 봤다. 요즘은 놀 거리가 많지만, 예전에는 TV 보는 게 다니까. 그게 그렇게 좋았다. 사실 '배우가 돼야지!' 이런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한 건 아니다. 20살쯤, 나란 놈은 어떤 놈인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근데 모르겠더라. 생의 끝자락에서라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배우, 연기가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나. 이 직업을 통해 느끼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더라." - 명확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도 쉽지 않은데, 흐릿한 꿈을 향해 긴 시간을 버텼다는 게 놀랍다."고등학교 졸업했을 때가 딱 IMF였다. 외국어 전공으로 대학에 합격하기도 했는데, 수강 신청 기간에 그만두기도 했다. 원하는 공부가 아니면 투자하지 말자 싶어서. 원래 생각이 많고, 결정하면 단순하고 빠르게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지방에 있다 보니 이쪽 생리나 업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대구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무작정 올라와서, 여기저기 문도 두들기고, 무작정 극단 워크숍도 가봤다. 연기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 그렇게 연극 무대에 서고, 연기와 생업을 오가다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해보고 싶어서 프로필 사진도 없이 여기저기 다녔다. 대부분 '준비도 없이 이렇게 오면 어쩌냐'고 나무랐지만, 계속 두들기다 보니 들어와보라 해주는 사람도 있고, 음료수 한 잔 주면서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팁 주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렇게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하나씩 알게 됐다. 그렇게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는 시점이 왔을 때, 처음 최종 오디션까지 보게 됐다. 그게 <내부자들>이었다."- 처음부터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무대 연기와 카메라 앞 연기가 많이 달라서, 연극 무대 베테랑들도 처음에는 많이들 헤맨다고 들었다. 카메라 앞 연기는 어떻던가."차가웠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 있는 배우와 호흡하려고 앉아 있지, 평가하려고 앉아 있진 않잖나. 조금 부족하더라도 관객들이 채워주는 부분도 있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그 주고받음이 공연 예술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적나라하게 내 연기를 담아내더라. 처음 모니터를 하는데 낯뜨거워 못 보겠는 거다. 또 최상의 결과물을 빠른 시간 안에 담아내야 하니까, 반응이 즉각 즉각 오더라. TV 드라마는 더했지. 처음에는 분장이고 뭐고 들어가서 앉아 있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나."처음보다는. 관객이 카메라 앞에 있든 뒤에 있든, 공감을 기대하고 연기한다는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은탁이 이모와 도깨비 부하 - 연극이든, 영화든, TV 드라마든, 결국은 사람들과의 작업이지 않나. <도깨비>에서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모두 좋았지만, 특별히 은탁이 이모로 출연하신 엄혜란 선배님과 김신 부하 역의 윤경호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선 엄혜란 선배님은 대학로에서 처음 뵀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어깨너머로 동경해오던 분이다. 그분과 취조실에서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신기하더라. 처음으로 함께 셀카를 찍었다. 연기하시는 모습을 정말 넋 놓고 쳐다봤다. 윤경호씨와의 장면은, 정말 그렇게 감동적으로 표현될지 몰랐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어요'는 정말 흔하게 쓰는 말 아닌가. 대본 숙지할 때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그분의 깊은 호흡에서, 커다란 물결이 다가오듯, 감사함을 느끼고 감동하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거다. 눈을 바라보면서 연기하는데 이런 게 '케미'인 건가 싶고,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어요'라는 대사가 농담처럼 안 나오더라. 그때 대본에 '네에~'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것도 안 나와 짧게 '네'라고 했다."- <도깨비>에는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는 대사가 있다. 극 중 김 비서도 그렇게 도깨비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고, 도깨비를 대신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조우진씨 인생에도 신이 머물다 간 것 같은 순간이 있었나. "지금 질문을 받으니 번뜩 생각나는 때가 있다. <내부자들> 최종 오디션 보고 나왔는데, 잘 못 본 것 같았다. 모처럼도 아니고 처음으로 본 최종 오디션인데…. 들어갈 땐 분명 쨍쨍한 하늘이었는데, 나오니 거짓말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라. 기분이 너무 별로인 거다. 단지 비가 와서가 아니라. 그때 뒤에서 누가 '학생' 하고 불렀다. 장우산이 하나 남았는데 가져가라고. 왠지 그 말이, 비만 피하라는 느낌이 아니라,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굉장히 위안이 되더라. 물론 그땐 몰랐다. 머물다 '가는' 순간이라는 말처럼, 이런 찰나는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머물다 갔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그래서 인간이지 않을까?" - <도깨비> 김 비서를 보며 시청자들이 배신하지 않을까 의심했던 건, 전작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연기 때문이었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질수록, 사람들의 기대도 커질 테고,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지게 마련이지 않나. 스스로 세운 목표 같은 게 있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배워나가고 싶다. 그렇게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는 거 아닐까? 무슨 작품이든, 어떤 장르든, 주어진 대로 하나씩 쌓아가며 정진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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