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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 검사 역을 맡은 조인성.

영화 <더 킹>에서 조인성은 박태수 검사를 맡았다. 교내 일진 출신으로 온갖 말썽을 부리다 우연한 순간 검사의 힘을 실감하고 그것을 향해 직진하는 캐릭터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많은 이들이 9년 만의 등장이라며 그 의미를 새삼 강조했을 때 조인성은 꿋꿋했다. "드라마로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있었다"며 태연한 듯했지만 분명 영화 <더 킹>의 의미는 남다르다. 영화로 치면 정말 그 정도의 시간 동안 조인성은 관객과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지만 부끄럽진 않을 것 같다"는 말에서 짐작해보자.

그는 멈춰 있던 게 아니고 끊임없이 채우고 있었고, 깊어지고 있었다. <더 킹>은 어쩌면 배우 조인성이 그간 들이마셨던 공기를 세상에 내뿜는 날숨과도 같은 작품인지도 모른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조인성의 변곡점 

공교롭게도 <더 킹>이 묘사한 세계가 현실과 판박이다. "권력의 속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 그 권력자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던 한재림 감독의 변에서 알 수 있듯 <더 킹>은 세 검사가 대한민국을 농락하며 점점 힘을 갖는 과정을 농밀하게 그렸다. 그렇다고 무게감 가득한 드라마는 아니다. 1980년대를 지내며 우연히 검사가 되자는 마음을 먹은 태수(조인성 분)의 시선을 따라가며 때로는 가볍게 비꼬기도, 대놓고 조롱하기도 한다. 정우성은 그런 태수의 롤모델이었던 한강식 부장검사를, 배성우는 선배검사 양동철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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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독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읽은 조인성은 귀국 후 단숨에 한재림 감독과 만남을 청했고, 그렇게 출연이 성사됐다.

"비행기 안이라 좋아 보인 걸까. (웃음) 보통의 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는 소재라 선택한 게 크다. 영화는 영화다운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처럼 나오는 영화도 있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더 킹>은 영화에서만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 한 인물이 본 세상이 재밌었다. 재치 있게 무겁지 않게 사회를 풍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내레이션도 하고 너무 많이 등장해 객관적으로 보긴 힘들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부끄럽진 않을 것 같다.

(내가 해석한) 태수는 착한 친구다. 특별히 정치검사를 하려는 마음이 아니었고, 어쨌든 그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 일종의 자기 위치를 찾으려 했던 인물이다. 권력욕만 있었다면 영화가 이렇게 흐르진 않았겠지. 먹고 살기 위해 가정에 돈을 대기 위해 일해 온 인물이다. 그래서 내레이션에 태수를 샐러리맨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준비하면서 실제 검사를 만나진 않았다. 만날 이유도 없었지. 검사 역할이긴 했지만, 검찰을 묘사하려는 건 아니고, 사람 태수를 표현하는 게 주였다. 그래서 태수가 비호감이면 관객이 못 따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 세밀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얘길 했다."

 <더 킹>의 한장면

<더 킹>의 한 장면. 지방 검사로 나름 약자를 돕던 그가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며 노골적으로 더 강한 권력을 추종하기 시작한다.ⓒ NEW


사회 풍자로 답하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설파하면서 실은 그 역사가 강자의 역사니 권력 옆에 딱 붙으라는 한강식의 말을 태수는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정권에 부역하며 필요하면 기획수사도 마다치 않고, 무고한 이를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심지어 주요한 선택의 순간,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는 한강식 검사 일행의 모습은 최근 국정농단 주역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설정들로) 이 영화를 무겁게 보거나 가볍게 보는 분들 모두 존재한다"며 조인성은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작품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고, 우연한 계기에 의해 검사가 되고 기획수사에 가담하는 태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어떤 기회든, 순간이든 우린 선택한다. 인터뷰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단어를 선택하고 있잖나. 어떤 선택들을 해서 지금의 내가 있고, 이런 사람이 됐는지를 말하는 영화가 <더 킹>이다. 태수가 깨끗한 인생을 살진 않았다. 근데 이 세상에서 선악 구분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구분이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최악이 눈앞에 보인다면 차악을 택해야지. 그 한 발이 중요하다.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닌 약간의 변화인데 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순간들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 영화에도 나오지만, 세상을 야바위라고 말하지 않나. 야바위가 없는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의가 악을 이겼다고 말하는 영화도 아니다. 일단 이런 문제에 관심 갖는 게 중요하고 차악을 택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지금 국민분들 모두 비슷한 마음일 거다. 촛불집회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집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내 마음속에도 누군가 손대면 뜨거워질 무언가가 있다."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 검사 역을 맡은 조인성.

인터뷰 내내 조인성은 여러 단어를 고심했다. 그만큼 생각을 더 섬세하기 표현하기 위함이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가 노린 일종의 사회 풍자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조인성의 현실 인식에까지 이어졌다. 조인성은 "중요한 순간에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사람들이 판단 자체를 샤머니즘에 맡기고 사리사욕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게 너무 우스꽝스러웠다"고 새삼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그런 차원에서 영화에 풍자 개념이 들어가 있다"며 "실제 세상이 정말로 그렇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일부 사람들이 우아함을 떨면서 추악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조인성의 선택들

<썰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프로를 즐겨본다"던 그는 "어떤 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 나도 잘 몰랐기 때문에 TV프로를 통해서라도 배우려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역시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이쯤에서 그의 과거 선택을 돌아보기로 했다.

앞서 말한 대로 유독 그는 영화와 인연이 없었다. 박광현 감독과 <권법>을 찍기로 하고 군 제대 직전인 2011년 초부터 4년여를 기다리기도 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 직후엔 배우 생활의 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스타성에선 최고였던 그가 속으로 앓아왔던 기간이 이처럼 길고, 생각보다 아픔이 깊었다는 건데 사실 의아한 지점이다. 조인성이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었다.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 검사 역을 맡은 조인성.

ⓒ 아이오케이컴퍼니


"다들 영화를 오래간만에 한다며 너무 오래 쉰 거 아니냐고 해주시니 뭉클하긴 한데 그렇다고 대충 타협을 보고 싶진 않았다. 다른 배우들이 쉽게 타협한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기준점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앞서 말했듯 드라마로 할 수 있는 건 드라마로 하면 되는 거니까. 또 그땐 드라마가 재밌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9년이 지난 거다.

<발리에서 생긴 일> 그때 위기감을 많이 느꼈다. 더 이상 작품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작품이 더 이상 내게 안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다른 분들이 볼 때 꽤 괜찮은 인생이라 말씀하실 수도 있다. 근데 오늘의 사건, 내일의 사건이 모여 내가 되는 거잖나. <발리> 직전까지 찍었던 영화 <마들렌> <클래식> <남남북녀>가 연달아 (흥행이) 안 됐었다. 1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대중에 선보인 건 <별을 쏘다>가 먼저였지만 떨어지는 게 한순간이더라. 생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발리>를 했고, 그 이후 <비열한 거리> <쌍화점>으로 사랑받긴 했지만, 작품을 어렵게 해 나갔었다. 팬분들 입장에서 꼭 그런 역할까지 했어야 하나 생각하는 분도 많다.

그리고 군대에 갔다. <권법>을 몇 년 기다리다 보니 주위에서 위기설이 나오고, 물론 주변에서 그렇게 보는 걸 수도 있지만 나 역시 나약한 사람이다 보니 흔들리기도 했지. 그래서 생존이라는 표현을 쓴 거다. 내가 활동을 안 한다면 과연 집이 버틸 수 있는 상황인가도 생각했던 거고."

애써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가 연예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배우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조인성은 "힘들었지만 그런데도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그래서 <더 킹>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흔들릴 때 곁에서 힘이 돼준 차태현, 고현정 등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그다.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에 출연한 정우성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된 중학생이 이젠 그 정우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 작품을 끌어가는 이가 됐다. 이 모든 게 놀라운 인연의 힘이다. "우성이 형은 분명 내가 가야 할 길"이라던 조인성은 "작은 역할이라도 작품에 잘 녹아들고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으면 선택의 제약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더 킹>에 10대에서 40대를 지나는 조인성의 모습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정우성의 모습과 연결지어 보면 이 역시 영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꿈을 키워왔던 까까머리 시절을 지내 온 그가 어느새 자신의 인장을 강하게 찍기 시작했다.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 검사 역을 맡은 조인성.

조급하지 않으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법을 안 그다. 그의 진짜 변곡점이 이제부터가 아닐까.ⓒ 아이오케이컴퍼니



'남사친'에만 특화된 배우? 남주혁의 새로운 '매력'이 폭발했다

[inter:view] 이쯤 되면 '물의 남자'... <역도요정 김복주> 수영선수 역 남주혁

이쯤 되면 남주혁은 '물의 남자'다. <잉여공주> <후아유-학교2015> <삼시세끼-어촌편>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까지, 데뷔작부터 그의 필모그래피는 늘 물과 인연이 깊었다. 별자리는 물병자리, 고향은 부산. 유독 물과 궁합이 잘 맞던 그는 첫 주연작 <역도요정 김복주>(아래 <김복주>)에서 맡은 수영선수 정준형 역과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었다. <김복주>가 실수투성이에 상처 많은, 하지만 내일을 향한 명확한 꿈을 가진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면, 정준형은 드라마에서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의 로맨스를 담당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남주혁은 <김복주>를 통해 "현실적이지만 현실엔 없는, 그런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사랑스러웠던 '남사친' <후아유-학교2015> <치즈 인 더 트랩> 등 여러 작품을 거치며 차곡차곡 '남사친' 연기 경험치를 쌓아 올린 덕분일까? 그런 남주혁의 의도는 그대로 준형이를 통해 전해졌고, 마침내 여심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김복주>의 현실성과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킨 셈이다.정준형은 '남사친' 캐릭터가 주목받은 이래, 가장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남사친'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고교처세왕> 등 사랑스러운 로맨스를 그리기로 정평이 나 있는 양희승 작가의 필력과 적절한 효과음과 개성 넘치는 편집으로 귀여움을 극대화한 오현종 작가의 연출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여러 작품 속에서 '남사친' 매력을 갈고닦은, 남주혁의 역할이 컸다.극 중 준형은 내내 복주에게 장난치고 '틱틱'거리고 놀려댄다. 연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 물론 그런 그의 모습 덕분에 21살 철부지들의 연애 모습이 그려질 수 있었고, 그 속에 담긴 준형의 깊은 속내와 복주를 향한 일편단심은 준형이라는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애 같고 철없는, 진중함이라곤 1도 없는 캐릭터는 전통적인 남자친구, 남자주인공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어쩌면 남주를 '비호감'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었던 위험요소였다. 물론 결과는 그게 아니었지만 말이다.'남사친'에 최적화된 배우 vs. '남사친'만 반복하는 배우 남주혁에게 '정준형류' 캐릭터는 그가 가장 많이 경험해본, 현재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바꿔 말하면 데뷔 3년 차인 그의 필모 대부분이 비슷한 캐릭터로 채워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건 그 역시 갖고 있던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지금껏 연기해온 캐릭터를 그저 반복하기보다, 입체적인 매력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었다.그런 그에게, 큰어머니(이정은 분)와 충돌하는 장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동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있던 준형의 감정이 폭발한 그 장면에서, '남사친' 이미지에 갇혀있던 배우 남주혁의 연기력도, 새로운 매력도 폭발했다. 그는 "대본이 너무 좋아 감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며 겸손해했지만 말이다.승부욕이 넘치던 소년 남주혁 스스로도 "승리욕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지만, 꼭 그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의 답변, 말투에서 오는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글이글'이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취적'인 느낌.<김복주> 속 청춘들이 예뻤던 이유는, 누구보다 빛나는 시기,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남주혁에게 그들만큼 치열했던 시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치열했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잘하고 싶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어릴 때부터 '이글이글' '진취적'이었던 남자다. 이어진 "공부 빼고"란 단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졌지만.진지하게 말했건만, 기자들은 모두 웃음이 터졌다. "공부 안 하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했다"던 남주혁. 그가 좋아했던 과목은 국사, 세계사, 국어다. "이과 쪽으로는 소질이 없었다"는 그는 "중학교 때 한국사 자격증, 한자 6급도 땄다"고 말했다.연기를 시작한 이래, 그의 연기가 늘 호평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이토록 승리욕이 강한 그에게, 세간의 비판은 꽤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 않았을까?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솔직히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가능성을 보여드렸다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어떤 비판도 그에게는 자극제가 되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마음만 북돋웠다고. 보통 승리욕이 강한 사람은 경쟁 상대를 설정하고 경쟁심과 승리욕을 발동시키게 마련. 그에게 경쟁상대가 있느냐고 물었다."정준형과 남주혁, 두 개 인격으로 살겠다" 남주혁은 '1가구 1준형'이라는 댓글을 보고 "준형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난 석 달, 뜨거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준형을 연기하며 뜨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젠 그런 준형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역도요정 김복주>에게, 그리고 준형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남주혁은 차기작을 고르며 휴식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집에서 쉬는 게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영화도 보고, 게임도 보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라 당장 내일이라도 어딘가 떠날지도 모른단다. "친구들과 다니면 떠드느라 바닷소리도 잘 안 들리지 않느냐"면서 "혼자 여행하면 생각하는 시간도 많고 파도 소리도 크게 들려 좋더라"며 웃었다.남주혁은 곧 정준형이었다. 때로는 귀엽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얄미운. 그런 그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그의 답은 "메시보단 호날두"였다.

"배우 그만둘 생각까지..."했던 사람, 그를 다시 붙잡은 건?

[inter:view]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배우 홍우진

토마스 위버의 친구 앨빈 켈비는 마을 책방을 지킨다. 이 순수하고 감수성 풍부한 남자는, 어렸을 적 학교 핼러윈 파티에서 자신의 분장을 유일하게 알아봐 주고 손을 내밀었던 토마스를 잊을 수 없다.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됐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이였다. 아니, 앨빈은 그렇다고 생각했다.앨빈은 토마스가 자신과의 추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는 게 전혀 싫지 않았다. 토마스에게는 기술이 있으니까. 토마스가 대학교에 붙고, 문학을 공부하고, 유명한 작가가 된 걸 앨빈은 자랑스러워 했다. 책방에서 토마스의 생일 선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선물해줬을 때부터 앨빈은 토마스가 작가가 되기를 바랐으니까. 비록 토마스가 자신의 편지에 답장하지 않아도,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고향에 놀러 오지 않아도, 도시로 올라오라고 제안했다가 그걸 일방적으로 취소해도 화내지 않았다.하지만, 앨빈 아버지의 장례식 날은 너무 끔찍했다. 앨빈은 아버지의 송덕문을 자신의 베스트프렌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토마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는 대신, 다른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송덕문을 대신하려 했다. 그 시가 영미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시라고 하더라도, 그건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토마스에게 부탁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앨빈은 토마스 대신, 직접 아버지의 이야기를 조문객에게 전한다. 그리고 헤어진다.그것이 토마스가 앨빈을 본 마지막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앨빈은 얼어붙은 강 위의 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만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개막하여 오는 2월 5일까지 관객을 맞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아래 <솜>)는 앨빈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끙끙거리는 토마스의 머릿속으로 앨빈이 찾아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처럼 순수한 앨빈을 연기하는 세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배우 홍우진이다. 지난 5일, 서울 백암아트홀 근처 카페에서 배우 홍우진이 연기로서 써나가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풀어 놓았다."나에게 정말 감사한 작품" 지난 2016년 9월 3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제1회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의 소극장 무대를 기억한다. 당시 배우 홍우진은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도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말로 연극 <사이레니아> 이후 무대에서 배우 홍우진을 볼 수가 없었다. 잠시간 무대에는 오르지 않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 <솜>의 앨빈으로 다시 한번 합류했다. 오디컴퍼니의 부름에 즉각 응답한 이유가 뭘까."제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난번(2015~2016) <솜>에 캐스팅되고, 되게 연습 많이 했어요. 노래 레슨도 받고, 진짜 많이 노력했는데도 아쉬움이 크게 남더라고요. 그때 워낙 잘하려고 열심히 했던 게 있어서 작품에 애착이 많았는데, 애착만큼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컸죠. 그러던 차에 이번에 다시 제안이 왔어요. 그때 노래를 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좀 씻으려고 했던 게….아니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이 작품 자체를 워낙 좋아해서요. (웃음) 사실 작품이 진짜 재밌잖아요? 하는 배우에게도 엄청 재미있는 작품이거든요. 거기에 저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당연히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솜>은 마니아를 양산할 만큼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다. 보기에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배우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게 어떤 뜻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솜>이 정말 감사한 작품인 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울증이 생겼었어요. 제가 성격이 엄청 밝거든요. 아버지 장례식장에 와 준 친구들한테도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냐, 왜 이렇게 우냐'고, '나 괜찮다'면서 밝게 다 챙기고 했었는데…. 어느 날 데이트를 하는데 오전 11시에 만나서 저 공연하러 가기 전까지 6시간을 여자친구한테 계속 화만 냈어요. 다행히 여자친구가 다 받아줬는데, 그러고 공연 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왜 이러지?'하고 고민했어요. 제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우울증이었죠.그게 2014년 10월이었으니까, 그 후로 1년 가까이 저도 너무 힘들었고, 제가 주변 사람들도 엄청 힘들게 했어요. 굉장히 공격적이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2015년 말 <솜>에 처음 캐스팅되고 연습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 송덕문 읽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어요. 자꾸 아버지 생각나서 많이 울고 그랬는데…. 사람이 또 반복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괜찮아졌어요. 외면하려고 했던 그 감정과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게 생기더라고요. <솜>을 통해서 제가 회복됐어요. 이제는 진짜 괜찮아요. 송덕문 장면에서 아버지 생각해도 엄청 울음이 나지도 않고…. 그래서 솜이 저에게 더 고마운 작품이었죠."'힐링극'으로 꼽히는 작품,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나는 작품 중 하나인 <솜>. 관객에게 눈물과 치유를 선사했던 이 작품이, 하는 배우에게는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나 보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고, 아버지 때문에 울고, 그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작품 그리고 노래.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면 역시…."지금도 'I Didn't see Alvin'을 부르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를 그 장면이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많이들 그러고 살잖아요. 하루하루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하죠. '아 왜 그랬을까'하고요. 그 장면에서 토마스는 깨닫고, 앨빈은 아버지 송덕문을 낭독하고…. 또 그 장면 멜로디가 진짜 아름답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가 가슴에 크게 와 닿아서 후회와 안타까움을 만져줘요. 그 장면은 누가 해도, 어떤 톰이 하더라도 상관없이 참 마음에 크게 와 닿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과 토마스가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연기하는 홍우진, 노래하는 홍우진 배우 홍우진의 연기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오경필 상등병이나 <로기수>의 로기진처럼 강하고 억척스러운 캐릭터도 발군이지만, <유럽블로그>의 석호나 <솜> 속 앨빈처럼 천진난만한 인물도 잘 연기한다. 특히나 홍우진의 앨빈은 다른 앨빈보다 조금 더 어리고, 순박한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관객의 취향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홍우진의 앨빈을 최고의 앨빈으로 꼽는 이가 나오는 것도 홍우진만의 앨빈 소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하면서 특별히 만들어둔 게 있는 걸까."앨빈을 연기할 때 굳이 무엇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제가 머리가 좋지가 않아서…. (웃음) 억지로 뭘 만들려고 해봤자 잘 안 돼요. 대본 봤을 때 느껴지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연출과 절충점을 찾아서 만들어가죠. 이번엔 이렇게 가 봐야겠다 하고 노선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해요. 대신 연습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제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거든요. 새로운 걸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끄집어내는 편이에요.최근에 하나 깨달은 게, 공연할 때 내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장면에서 굉장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쏟아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니까, 정작 쏟아낼 때 더 쏟아내지 못하는 거예요. 완급조절을 하면서 공연 끝까지 체력 안배를 제대로 잘해야 하는데, 그걸 초반 한두 달에 다 써 버리니 막 죽을 것 같거든요. 이미 체력은 다 소진했는데 남은 기간은 있고…. 그러니까 공연 후반부 가면 연기로 아쉬운 게 나오고…. 그런 부분에서 좀 미련했던 것 같아요. 하필 <솜>은 또 암전도 없고, 퇴장도 없어서…. (웃음) 이건 요령도 못 부려요. 전혀 안 돼요." 그런 홍우진도 '만능'은 아니다. 배우 홍우진의 베이스가 연극인 것도 있지만, 대체로 연기에 대한 호평에 비해 노래에 관해서는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다. 본인 스스로 "노래를 잘 못 한다"고 밝힐 만큼. "저 진짜 옛날에는 노래 잘했거든요. 특히 대학교 때까지. 노래방 가면 절대 마이크 안 놓는 정도였는데, 제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몸을 너무 막 사용했거든요. 목도 그렇게 썼어요. 그러다가 제대하고 공연을 하는데, 노래가 안 되는 거예요. 예전에는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고, 내고 싶은 소리 내고 그게 마음대로 됐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이게 왜 이러지? 그 벽이 엄청 높아졌어요. 조금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제가 생각했었던, 제가 했었던, 제가 해냈던 기준에도 못 미치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잘한다'의 기준에는 진짜 한참 못 미치니까. 자신감이 몹시 떨어졌어요. 노래방도 안 가게 되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지 않게 되고, 그런 시간이 쌓이던 와중에 덜컥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노래하는 게.사실 지금도 이 작품에서 제일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제 노래예요. 저만 노래를 잘했더라도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제 기준이 또 워낙 확고해서요. 제가 스스로 정해놓은 '잘한다'의 기준이 있으니까, 일단 이 기준에는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도 계속 노력해요.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항상 가지고 있고…. 그런데 뭐, 일단 대표님이 뽑아주셨으니까. (웃음) 또 제가 노래 안에 싣고자 하는 감정을 알아봐 주시고 지금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관객분들께는 너무 감사하죠."배우로서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 연기에 대해서도, 노래에 대해서도 더 하고 싶은 게 많은 배우이지만, 홍우진은 정말로 배우를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바로 '현실' 탓이었다."사실 작년에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가장이 되니까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요. 예전에는 형이 생활비를 조금씩 지원해줬거든요. 그런데 형이 이직하면서 월급이 많이 깎였어요. '미안하다, 지원을 해주기가 어렵다'고 하니 '뭐, 어떻게든 해볼게'하고 얘기를 했는데 막상 생활이 너무 '빡센' 거예요. 적금을 다 깼어요. 모아놓은 돈도 거의 다 쓰고…. 저축하고 결혼 준비도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연기도 하면서 계속 산다? 답이 없더라고요.아무것도 안 쓰고 숨만 쉬어도 한 달에 최소 250만 원씩은 깨지는 거예요. 와, 미쳐버리겠다. 어떻게든 벌면서 버텼는데, 연극 <사이레니아> 끝난 후로 제가 가진 것도 진짜 딱, 끝났어요. '와, 큰일났다. 어떡하지? 그만둬야 하나. 진짜로 장사를 해야 하나'하고…. 연기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인 연기학원 일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서른일곱 먹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나는 왜 이렇게 살았는지 후회도 조금 됐고요. 다행히 영화도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일도 들어 와서 간신히 유지가 됐죠."놀랐다. 2005년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은 이 배우가, 고정 팬덤도 있고 눈에 띄는 필모그래피도 여럿 쌓은 그가 '생활'의 문제로 연기를 접을 생각을 했었다는 게. 홍우진 정도 되는 배우마저 이렇다면, 대체 다른 배우들 생활은 어느 정도라는 걸까."양극화가 정말 심해요. 그저께 극단 회식을 했거든요. 밖에 담배 피우려고 나왔는데, 대학로 정말 작은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들 포스터가 쫙 붙어있었어요. 그걸 보다가 '아, 나도 이렇게 먹고살기 힘든데, 이분들은 대체 어떻게 먹고 살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20대 때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던가 생각해보고…. 다들 진짜 힘드실 거예요."그런데도, 그 고민을 접고 계속 배우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토록 팍팍한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계속 배우를 하게끔 하는 추동력이 대체 뭘까."결국, 내 성격에 맞으면서, 그나마 돈을 벌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더라고요. 연기 재밌어요. 물론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웃음) 내가 무대 위에서 얘기하고 있을 때 내 눈을 봐주면서 '이 사람은 내 얘기를 듣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배우를 만나면, 그 배우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그 순간이 되게 행복해요. 이 보석 같은 사람들 덕분에 그날의 두 시간 공연이 즐겁게 마무리되어요. 배우들만 아는 즐거움이지만, 또 보는 관객들도 알거든요. 관객분 중 몇 분이라도 내가 느낀 그 즐거움을 알고 가시면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성공이다!'라고 말하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그 생각하니까, 아…! 결국 이거 해야겠더라고요. (웃음)"그래도 배우가, 작품이 행복하기에 보석 같은 사람과 함께 반짝이는 그 순간. <솜>이 그런 작품 중 하나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럼 조금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파트너인 토마스로 활약하는 네 명의 배우 중 누가 가장 홍우진의 눈을 바라봐 주는 보석 같은 사람인지."(고)영빈이 형이랑 할 때! 다른 관객분들도 감사하지만, 영빈이 형이랑 저랑 할 때 보러 오는 분들은 더 감사해요. 형이랑 하면 너무 행복하거든요. 내가 말할 때 저 사람 표정이, '아! 이 사람 내 말 듣고 있네!' 그게 있거든요. 아, 그게 말로 하기가 좀 그런데. 아무튼, 연기하면서 너무 행복해요. 제가 그때 무대에서 느끼는 행복함이 보는 분들한테도 행복함으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러기가 다른 공연할 때는 되게 쉽지 않아요. 관객들께서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런데 이건 특히나 2인 극이니까, 감정을 나눌 사람이 무대 위에 한 사람밖에 없잖아요. 거기서 내가 느끼는 기쁨, 슬픔, 같은 감정들이 다른 곳에 분산되지 않고 관객분들에게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연기로는 영빈이 형이라면, 노래로는 (강)필석이 형. 필석이 형이랑 할 때는, 형이 노래를 리드해줘요. 절 되게 귀찮게 하거든요. (웃음) 목 풀거나 소리 내면, 형이 계속 가르쳐줘요. 작년에도 도움 엄청 많이 됐어요. 그걸 계속시켜요. 올해는 조금 덜 시키던데…. 이제 날 포기한 건가…. (웃음)어제 강필석 형이 '나비' 부르는 걸 들으면서…. 오! 필석이 형이 (팔을 펼치면서) '날아 올라가~! 워~!!!!!'하는데 뒤에 앉아 있는데도 그 노래에 담긴 모든 게 전달이 되는 거예요. 소름이 막 돋으면서 속으로 '와, 와...' 그랬어요. 혼자 '아니, 강필석이 이 정도인데 대체 홍광호는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웃음) 와, 진짜 지붕 뚫는 줄 알았어요. 나도 저렇게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죠. 부러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노래 제일 잘하는 사람인데도 아직 엄청 노래를 공부하면서 파요.필석이 형이 노래할 때 기분이 진짜 좋아요. 잘하는 사람과 함께하니까, 필석이 형이 잘하니까 그쪽으로 따라가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형과 엔딩 곡 부를 때나, 함께 노래할 때면 형이 눈으로 계속 말해줘요. '여기서는 작게', '지금부터 크게' 이런 식으로. 필석 형의 노래를 듣는 것도 너무 행복한데, 함께 노래할 때는 '되게 되게' 행복해요." 인터뷰하면서 배우가 이 작품을 참 많이 아끼고 있음을, 그리고 연기하는 본인도 굉장히 행복해하고 있음이 조금은 전해졌다. 관객을 웃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결국 따뜻한 온기 한 줌씩 지닌 채 백암아트홀을 나설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이 연기하는 배우의 행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조성윤(조강현)이 연습실에서 '아, 이렇게 매년 겨울마다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좋을 것 같아요. 매년 반복하는 게 사실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자칫 안일해질 수 있거든요.저는 팬들한테 선물보다 편지를 많이 받는 편인데요. 작년에 감동적인 편지가 있었어요. 이 작품을 초연이 끝난 후에 알았고, 계속 영상으로만 접하다가 삼연 때 저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편지를 처음 쓴다고. 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놨었는데, 며칠 전에 사진첩 정리하다가 다시 발견해서 읽고는 '아,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보는 분들한테 혹시나 안일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공연 중반 지났지만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공연 기간 더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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